한쪽가슴으로 사랑하기 1020

Party 가 열립니다

11월 24일 토요일 오전 11시 - 12시 세브란스병원 3층 로비 '찾아가는 뮤지컬 갈라 콘서트'가 열립니다. 뮤지컬 공연을 해주시는 분들은 뮤지컬 전문 배우들이 아닌 직장인, 학생 등이 모여 만든 아마추어 동아리 '레씽 뮤지컬' 이라는 동호회 회원들이십니다. 동호회 멤버 중 한분이 5일간 병원에 입원할 일이 생겨서 치료를 받으셨는데 병원 생활을 해보니 입원한 환자들의 아픈 몸과 마음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대요 특히 장기 입원하신 분들을 보며 그들을 위해 희망의 노래를 불러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구상한 프로그램이 일명 '찾아가는 갈라 콘서트' 입니다. 우리나라 아마추어 뮤지컬 동아리 중에 가장 잘 나가는 동호회라고 해요. 극장을 빌려 콘서트도 하시고 활동이 왕성하신 분들입..

화해의 제스처

지난 2년동안 외래 올 때 마다 나랑 싸웠다. 할머니 마음 속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절대 얘기하지 않으면서 내가 권하는 건 다 안한다고 했었다. 말이 안 통했다. 당신 맘 대로 외래 약속도 펑크내고 안 오기 일쑤였다. 너무 말이 안 통해서 정신과 진료를 보려고까지 했었다. 처음 전이된 후 호르몬제를 복용하다가 병이 약간 나빠졌는데 그때 마침 할머니가 들어갈만한 호르몬 임상연구가 있어서 그 연구에 참여하여 치료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할머니에게는 신약이 투여되었던 것 같다. 할머니가 참여했던 연구결과가 올해 나왔는데 그 신약의 우수성이 3상 연구에서 아주 명증하게 입증되었다. 할머니는 임상연구의 혜택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그 약이 투여되던 당시 소소한 부작용들이 있었다. 심각하지는 않았다...

환갑을 맞이하게 되었어요

생일을 두번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 원래 태어난 날. 그리고 암 치료 마친 날. 내일이 당신 태어난 환갑이라고 하신다. 요즘에는 환갑잔치도 잘 안하고 환갑이라는 말도 안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환갑은 별로 귀한 나이가아니다. 환자는 2005년 첫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2년만에 재발했으며 지금 허셉틴으로 유지치료를 하며 3주에 한번씩 병원에 오신다. 재발해서 4기 유방암 환자가 되었지만, 마침 그때 막 보험에서 인정되기 시작한 허셉틴을 쓰고 치료 반응이 좋았다. 이런 환자에서 언제까지 허셉틴을 사용할 것이냐 아직 정답이 없다. 별 부작용이 없으니 계속 쓰고 있다. 심장기능 검사 가끔, 종양평가를 위한 CT 가끔. 가능하면 검사 간격도 넓혀서 자주 검사를 안하게 하고 있다. 내가 기록한 그녀의 차트에..

귀염둥이 녀석들

우리 1년차랑 3년차가 오늘로 텀체인지를 하고 우리 파트 근무를 끝냈다. 매 텀 근무하는 레지던트들이 바뀌는데 이들과 함께 환자를 보면서 나의 부족한 점, 후배지만 레지던트들의 우수한 점, 그들의 발전가능성 그런 것들을 느끼게 된다. 나보다 훨씬 훌륭하게 성장할 거라는 느낌. 그러니까 이놈들한테 잘 보여야겠다는 비굴한 희망마저. ㅎㅎ 내가 그렇게 발전 가능성이 많은 후배들에게 뭔가를 가르치는 선생의 입장에 있다는게 뿌듯하기도 하면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호감이 생길 때가 있는데 이번 텀에 우리 파트를 돌고 간 녀석들이 그랬다. 내가 별 말 하지 않아도 둘이 열심히 의논하고 상의해서 열심히 환자를 보고 있는게 느껴졌다. 1년차는 빠릿빠릿하게 부지런히 일하고 ..

Family meeting

유방암을 진단받고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하기로 한 분입니다. 작년에 신장암으로 수술을 하였고 간내 담석이 있어서 간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하기도 했습니다. 큰 고비를 여러번 넘기셔서 그런지 항암치료를 설명하는데도 환자 표정이 담담하십니다. 남편 환자의 언니 시집간 딸 그리고 그녀의 돍을 갓 넘긴것 같은 아들 늦둥이 중학생 아들 환자와 함께 모두 모였습니다. 내가 설명을 하는 내내 갓난쟁이가 까르륵 까르륵 계속 크게 웃어대는 바람에 나는 설명하는 내 목소리를 더 높여야 했습니다. 딸은 아이를 얼르고 달래며 내 주위를 왔다갔다 하면서 설명을 듣습니다. 미안하다면서 자기가 놓친 부분의 설명을 다시 해줄 것을 부탁합니다. 블로그에 들어와서 정보를 얻고 질문을 하는 건 중학생 아들이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여러 번..

아침에 읽은 썰렁한 논문 한편

NEJM 2012;367:1616-25. Patients' expectations about effects of chemotherapy for advanced cancer 오늘자 E-pub 으로 뜬 NEJM 논문입니다. 하바드 그룹에서 연구한 결과입니다. 요지는 전이성 암을 진단받은 환자들 1193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이 연구는 대장암 환자의 81%, 폐암환자의 69%에서 항암치료를 통해 자신이 완치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갖는 사람들의 속성을 비교해 보니 백인에 비해 비백인이거나 히스패닉의 경우에, 의사와의 의사소통이 잘 되고 있는 경우에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완치의 믿음을 더 갖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인종별로 비교해보면, 아시아 사람들이 백인에 비해 완치에 대한..

그녀들의 눈물

정신과 진료도 거부하고 모든 검사와 나의 처방을 거부한 그녀. 난 다 거부해도 좋으니까 1주일 후에 외래에 오라고 했다. 벼랑 끝에 몰린 듯한 그녀가 너무 아슬아슬 해보였다. 아무것도 안해도 좋으니까 그냥 오라고 했다. 오늘 외래 마지막 환자로 만났다. 나는 그녀의 아픈 마음, 어려운 상황과 형편을 해결해 줄 수 없다. 그녀의 상황은 크게 변한게 없다. 지난주 보다는 마음이 조금 차분해진것 같다. 힘들어도 치료는 해야 하는 겁니다. 약 드세요. 약을 처방했다. 검사는 당분간 좀 쉬기로 했다. 기분 않좋을 때는 초콜렛이 좋대요. 이거 드셔보세요. 누군가가 나에게 선물한 제주도 감귤 초콜렛을 그녀에게 집어 주었다. 그녀는 나에게 눈물을 보이고 떠났다. 병이 좀 나빠졌다. 아주 나빠진 것은 아니지만 나빠진 건..

카테고리 없음 2012.10.25

서로 딴 생각

76세 할머니 병원에 혼자 다니신다. 십년전에 유방암 치료 다 받으셨는데 2009년에 재발했다. 뼈에만. 호르몬제 3년 드셨는데 석달 전 신장과 부신 쪽으로 전이가 진행되었다. 피검사나 몸 컨디션에는 문제가 없다. 새로 전이가 되었다고 말씀드려도 할머니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신다. 호르몬제를 바꿔 드렸다. 가능하면 항암치료는 안 하는게 좋겠다. 전이성 유방암에서는 제일 먼저 이 환자가 항호르몬치료의 적응증에 합당하는지를 고려하는게 치료 원칙의 1번이다. 할머니는 항호르몬 치료를 유지하는 기준에 합당하다. 그리고 가족의 지지가 별로 없는것 같다. 항암치료는 이렇게 혼자 병원 다니면서 받기 어려운 치료다. 3개월에 한번씩 CT를 찍어야 한다는 것에도 할머니는 불만이 많다. 그거 꼭 찍어야 되? CT ..

동기 최고

(특정 가게 선전 절대 아님) 내가 쓴 마사지 관련 글을 본 동기가 자기가 선불결제를 한 전신 마사지 쿠폰을 선물로 주고 갔다. 등산도 좋지만 가끔은 전신마사지를 받아 보면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고 몸도 마음도 가벼워 질거라고. 꼭 받으라고 당부한다. 언니는 이제 나이 먹었으니까 이런거 좀 받아야 한다며 너스레를 떨고 간다. 약도까지, 장소까지, 전화로 예약하고 가면 된다는 요령까지, 나를 위해 병원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찾은 거라고 설명해준다. 눈물나게 고맙다. 과도 다르고 그와 나는 지금 처한 상황도 많이 다른데 나를 기억하고 챙겨준다. 동기가 좋구나.

수능, 항암보다 중요하다

11월 8일 올해 수능시험 날이다. 엄마 유방암 환자들이 항암치료 일정을 다 변경한다. 수능 전에는 치료를 안 하시겠다고 하는 분이 많다. 아이 시험 전에 자기가 항암제를 맞고 힘들어 하면 아이한테 않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게 이유. 지금쯤이면 모든건 다 결정되어 있는걸지 몰라요. 애들은 엄마랑 상관없이 할 놈은 하고 안 할 놈은 안해요. 지금 뭣 좀 더 한다고 대세에 지장없어요. 그러니까 일정 맞춰서 치료합시다. 나도 왠만하면 환자의 형편을 맞춰가면서 치료일정을 변경해 주는 편인데 일정을 꼭 맞추는게 필요한 환자가 있다. 그녀는 골수까지 전이되어 백혈구, 혈소판 등의 혈액 수치가 아주 낮은 상태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항암치료를 시작하였고 항암치료 2 주기가 지나자 수치가 조금씩 오르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