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가슴으로 사랑하기 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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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2.18 - 이수현 슬기엄마

    슬기의 하루하루를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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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2.18 - 이수현 슬기엄마

    Job Opportu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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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세 대장암 항암치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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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와 같이 한 둘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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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강렬한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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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adigm Shift in Cancer treatmen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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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d flags for evaluating an opportu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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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와 함께 시작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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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 재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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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2.14 - 이수현 슬기엄마

    중딩을 자녀로 두신 부모님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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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nomic studies in NSC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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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가득한 만족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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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 Hol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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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walk in the 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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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울렁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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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가 살려준 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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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5.24 - 이수현 슬기엄마

    슬기와의 저녁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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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5.24 - 이수현 슬기엄마

    각종 검사에도 진단이 안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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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5.21 - 이수현 슬기엄마

    환자의 가족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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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5.08 - 이수현 슬기엄마

    아직 밤 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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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5.07 - 이수현 슬기엄마

    연휴의 마지막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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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5.06 - 이수현 슬기엄마

    일상을 다시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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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01 - 이수현 슬기엄마

    2014 갑오년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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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31 - 이수현 슬기엄마

    오늘 하루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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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30 - 이수현 슬기엄마

    대신 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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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29 - 이수현 슬기엄마

    쓴소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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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28 - 이수현 슬기엄마

    이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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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27 - 이수현 슬기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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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23 - 이수현 슬기엄마

    생강차, 할머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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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 학원 선생님은

하루 한번씩 

사진과 문자를 보내주신다. 


아이들이 영어듣기 시험을 보고 있는 풍경이라며 보내주신 사진이다. 



(이 안에 슬기 있음 ㅎㅎ) 


어제는 이과에서 문과로 전과한 슬기의 사회탐구 과목을 정하는 것과 관련하여 면담을 하였는데 

면담하면서 둘이 찍은 셀카 사진도 보내주시고 간단한 소감도 문자로 보내주셨다. 

영 선생님이 정겹다. 


조회하면서 

자신의 호가 '백구'인 이유를 설명하셨는데 

일백 백에 구할 구라 하셨단다. 

많은 이를 구한다. 

그런데 한 학부모가 '백수'라고 지칭하는 바람에 매우 당황하셨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아이들이 빵터졌다고 한다. 

슬기는 고개를 묻고 전혀 모르는 일인척 했다고 한다. 


잠을 많이 자는 슬기가 

잠 자는 시간이 대폭 줄었다. 

수능 이후 내내 놀다가 생활 리듬을 찾으려니 힘든 것 같다. 

좁은 교실에서 하루 종일 바깥 공기 마실 시간도 변변히 없이 공부만 하는 생활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다. 

슬기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한 적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에는 마음이 영 짠하다. 

내가 일하는 회사 가까운 곳에 학원이 있으니 더 그렇다. 


그래도 시간은 간다. 

아쉽고 힘들고 버거워도 

인생은 그렇게 가고 있다.


나도 오늘 하루하루를 잘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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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의 career development plan을 위해 
다른 나라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와 telecon을 하였다.

그는 밤 10시 잠자기 전에 
나는 낮 12시 점심 먹는 시간을 줄여 
얘기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에게 
지금 하는 일과는 다른 영역의 일인데 
내가 관심이 있는 자리가 있다.
근데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네가 보기에 
이 일의 좋은 점 나쁜 점이 뭔거 같냐?
솔직히 말해주라.
고 요청하였다.

그는 자기 생각으로 보아 어려운 점 3가지를 정리해 주었고 내가 apply 할 수 있는 충분한 장점이 있으나 어려운 점도 이만큼 있으니 시간을 갖고 충분히 고민한 후 내가 원하면 한번 더 얘기해 보자고 한다.

내가 회사에서 일하면사 느끼는 좋은 점 중의 하나는 1) 뒤 끝이 없고 -뒤끝은 내가 해결하기 나름으로 남는다 2) 실수를 해도 만회하면 되는 경우가 많고 3)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는게 좋고 4) 사람을 말보다는 performance로 평가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때론 나의 과한 passion으로 힘조절을 못해 일이 잘못 되거나, 나의 잘못된 플래닝으로 문제가 발생해도 뭐라 하기보다는 문제해결을 주로 하는 communication을 하게 되어 좋다. 
물론 나는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똥줄타게 compensation 의 노력을 해야하지만 누구에게 찍히거나 그런건 없다. 
오히려 위기와 기회를 반복하며 나의 능력이 검증된다는 점이 현실적으로 더 무서운 일일 것이다.

회사는 
끊임없이 challenging 하는 조직이다.
일을 할수록 전문화되지만 그렇다고 편하지 않다. 편하면 도태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는 회사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나는 도전하는 걸 싫어하지는 않는데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귀찮아지는게 많아진다. 그냥 하던 일을 하는게 편하다.

나에게 얼마 시간과 기회가 없을 것 같아 한번 도전해 보기로 한다.

PS. 
웹으로 Apply 하고 나서 
Hiring manager 를 찾아보니 
훈남이시라 
심히 마음이 흡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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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als of Oncology 2016 Jan;27(1):121-7

Randomized phase III trial in elderly patients comparing LV5FU2 with or without irinotecan for first-line treatment of metastatic colorectal cancer (FFCD 2001–02)


https://annonc-oxfordjournals-org.proxy1.athensams.net/content/27/1/121.full.pdf+html




항암제의 표준 치료법은 

기존의 표준 치료법과 새로운 치료법이 맞짱을 뜨는 head to head 3상 임상연구를 통해 

새로운 치료약제의 결과가 우수하게 나올 때 

(때론 1번만의 임상연구로도, 때론 서너번의 반본적인 임상연구 결과를 통해) 

표준치료의 왕좌가 넘어가게 된다. 

(의사가 자기만의 감으로 '왠지 이 약이 좋을 것 같아' 그런 의미로 치료약제를 선택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잘 짜여진 임상연구는 

가능한 모든 변수를 동일하게 통제한 후 해당 약제의 효과만을 보고자 하기 때문에 

real world 에서 그 약을 쓰다보면 뭔가 안 맞는 환자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노인 환자. 

전이성 대장암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평균 환자의 나이는 60대 초반.

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75세 이상 혹은 80세 이상의 노인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 


표준 요법인 5FU+LV +irinotecan 일명 FOLFIRI 혹은 IRI는 꽤 오래 전에 입증된 전이성 대장암의 표준요법이다. 

75세 이상의 elderly population 에서 5FU+LV +- Irinotecan 그리고 bolus or infusion 의 admistration 방법에 의한 차이를 보고자 했던 연구결과가

2016년 Annals of Oncology 1월호에 실렸다. 


2003년부터 2010년간 280명의 환자를 등록하였다. (노인 환자 trial 너무 힘들 것 같다. Geriatric Oncology 선생님들 화이팅!)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80세. 

과연 5FU+LV (FU) 에 Irinotecan (IRI)을 add 하는 표준치료는 노인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연구의 일차목표인 median PFS (질병이 진행될때까지, 즉 병이 나빠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 는 FU 5.2 months vs IRI 7.3 months, (HR = 0.84 (0.66-1.07), P = 0.15) 

총 생존기간 OS 는 FU 14.2 months vs IRI 13.3 months (HR = 0.96 (0.75-1.24))로 보고되었다.

즉 통계적인 의미가 입증되지는 못했으나 

Irinotecan 을 추가했을 때 

질병이 진행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연장하는 것 처럼 보였으나 (역시 통계적 입증 안됨) 

전체 총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것에는 절대적인 수치 자체도 향상되지 않는 것으로 나와 

고연령에서의 강도높은 치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 


나이는 숫자에 지나지 않다고 말하지만 

연세 많이 드신 분들 치료에 너무 욕심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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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욕은 우리나라보다 14시간 느리고 

샌프란시스코는 17시간 느리기 때문에

한국 시간으로 아침 일찍 시간을 잘 이용하면 3자간에 시간이 잘 맞는다. 


뉴욕 사람들은 좀 늦게 퇴근하고 

나는 좀 일찍 출근하고 

미국 서부 사람들은 여유있는 오후시간이다. 

나의 보스가 있는 오스트랄리아는 한국보다 2시간 빠르기 때문에 

내가 한국에서 부지런히 출근하면 

보스보다 먼저 출근하는 경우도 많아서 

'좀' 유리하다. 

보스 출근하기 전에 메일에 대한 답도 해 놓고, 부탁할 말도 미리 정리해서 보내놓고 하면 일하기에 편리하다. 


아침에 굿모닝 팝스나 EBS를 듣다가 영어의 그 느끼~~~~한 감을 유지한 채로 

사무실로 들어와 영어로 회의를 하면 

그럭저럭 말도 터지고 회의를 할만하다. 


오늘처럼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보스가 전화를 할 때도 있다. 나는 7시 보스는 9시다. 아침부터 우아하게 맨정신에 영어를 해야 한다. 영어로 한참 전화를 하고 나면, 특히 전화의 내용이 critical 하여 혼을 다해 통화한 경우, 홍삼 드링크를 마셔줘야 한다. 인생은 기싸움이다. 

한달에 한두번 밤 11시에 Review Committee가 종종 열린다. 

그럴 땐 와인 한잔을 마시고 발표하면 영어가 술술, Review committee member를 설득하는데 자신감이 붙는다. 가끔 방언처럼 영어가 터질때도 있다. 그러면 proposal 이 잘 통과된다. 인생은 베짱 싸움이다. 


미팅 

약속 잡을 때

타임존을 잘 고려해야 승산이 있다. 


나쁜 동료는 새벽 2-3시에 미팅을 잡아놓고 아시아에서 들어오든가 말든가 베짱을 부리고 

좋은 동료는 타임존이 다른 아시아 동료들을 위해 간략한 미팅을 다시 한번 열어 발표해주고 우리 의견을 들어주기도 한다. 

늘 좋은 동료를 만날 수는 없는 일이다. 

일을 해보면 한국은 아직 여러모로 credit이 없다. 

그래서 그들에게 맞춰야 한다. 


타임존을 가로지르는 나의 체력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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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기차로 

오늘은 차로 

이동해 본다.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지 탐색해 보고 있다. 


슬기는 원래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랑 있었던 일 등을 미주알 고주알 풀어내는 편이 아닌데 

학원 첫날 여러모로 impressive 한 일이 많았는지 

학원 가는 차 안에서 나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선생님들 수업 내용이나 같이 공부하는 아이들 분위기, 전체적인 학원의 운영 시스템에 만족하는 것 같다. 

특히 백'구' 담임 선생님이 좋은 분이신가 보다. 

선생님 칭찬을 많이 한다. 

담임 선생님도 아들을 재수해서 올해 대학에 보냈다고 하시니

아이들 보는 눈이 남다르실 것 같다. 

다행이다. 


재수는 죽어도 하기 싫다 했는데

세상에 죽어도 하기 싫은 거 

죽어도 못하겠는 거는 없나 보다. 

슬기 마인드가 새롭게 잘 리셋된 것 같아 마음이 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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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 학원 담임 선생님께

나의 존재감을 강력하게 심어드렸다. 

이런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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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항암치료의 Paradigm Shift 라고 일컬어지는 Cancer Immunotherapy 의 열풍이 불게 된 기원에는 

Targeted therapy 의 한계에 대한 회의와 실망이 작용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1) Genomic evolution during treatment 


치료를 하다 보면 그 치료 방법에 의해 

혹은 명확히 알 수 없는 어떤 원인에 의해 

종양의 속성이 변한다. 

치료 과정 중에 종양의 속성이 끊임없이 변한다. (Evolution) 

그래서 완전히 다른 tumor 라고 생각해 왔던 Non-small cell lung cancer 와 small cell lung cancer 의 속성이 왔다갔다 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 그림이다. 




Lecia VS, Science Trans Med 2011;3(75):75ra26


2) Intratumoral heterogeneity 


진단명은 간단하게 '신장암 폐전이'로 명명되지만  

같은 신장 내 종양이면서도 조직검사를 한 site 에 따라 tumor를 일으킨 유전자 변이의 속성이 다르고 

같은 기원의 종양인데도 전이된 폐 병변의 유전자 변이 속성이 다르다는 것도 알려졌다. 

조직검사를 어디서 했느냐에 따라 

유전자 변화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종양 연구자들은 멘붕에 빠졌다. 

무엇을 기준으로 검사하고 치료해야 할 것인가 




Gerlinger M et al, NEJM, 2012;366:883-92.


3) Complexity of cancer pathways 


Molecular biologist 들은 복잡한 cancer pathway를 밝히기 위해 수많은 연구를 해 왔고 

특정 유전자 이상을 막으면 암의 치료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신도림이 막히면 영등포로 돌아가듯이 암 세포들도 signal 을 block 하면 다른 route를 뚫고 새로 길을 만든다. 

핵심 유전자 이상을 찾아 그것을 타겟으로 하여 그 길을 막는 치료는 끊임없는 우회로의 늪에 빠졌다. 





암세포는 계속적으로 진화하는 생명체이다. 

핵심 시그날을 막으면 다른 곳으로 우회하여 자기길을 새롭게 찾아가고 

자기가 공격의 타겟이 되면 세포 표면의 타겟이 붙는 자리의 모양을 바꾸어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시그날을 차단하는 저항성 메카니즘은 무궁무진하다. 

암은 공격할 수록 스마트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니 암 세포가 아닌 내 몸의 T 세포가 치료의 주인공으로 대체되기에 이르렀다. 

2011년 CTLA-4 blockade를 시작으로 

최근 2년간 여러 Immune checkpoint inhibitor 들이 실재 임상연구의 데이터를 내고 있다. 


Immune therapy가 

최상의 답은 아니건만 

Targeted therapy 에 지친 연구자, cancer drug development process 는 

이제 Immune therapy 로 방향선회를 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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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flags for evaluating an opportunity

1. Weak Science
대개의 혁신 연구라 지칭되는 것들의 reproducibilty는 10% 정도.
그런 연구는 Business strategy를 세울 수 없다.

2. Story too complicated
과학적 근간을 이루는 이론이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려울 때, 혹은 제시하는 문제가 solving 하기에 너무 큰 문제일 때, 너무 어려워서 과학자들에게도 이해가 잘 안될 때

3. Competition을 거부할 때
유사한 연구에서 자신이 더 낫다는 것을 보여주기 보다는
잘 나가는 이론과 유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치중할 때

4. 추구하는 다른 연구자가 전혀 없을 때
같은 target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연구자나 회사가 전혀 없을 때

5. Lack of focus
의외로 많은 연구계획서 제안서들은 focus가 없는 경우가 많다.

6. 자신의 연구에 대해 너무 많은 미사여구와 찬사가 난무할 때
최초의, 최고의 등의 수식어가 많을 때

7. Big guy 혹은 규제당국과 too close 하여 이미 많은 얘기가 되었다고 과장할 때
: 최고는 언제나 겸손하다

8. 제안서에 유명한 연구자들이 많이 포섭하고 있다고 강조할 때
: 실재로 그들이 별 일을 안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9. 특정 부분에서 너무 확신을 주려고 할 때
: 그 부분이 바로 그들의 약점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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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슬기 학원 첫날.

새벽 6시 40분에 백마역을 출발하는 서울역행 네칸짜리 기차를 타고 같이 출근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갑자기 일찍 일어나서 그런 건지

기차를 탄 슬기는 바로 잠이 든다. 

서울역에서 내려 별 말 없이 슬기와 헤어졌다. 내가 학원까지 가는 거 별루 일 것 같았다. 

어깨를 웅크리고 가는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좀 그랬다. 


1교시 후에 문자가 왔다. 

내가 교재비 입금을 안해서 가지고 있는 카드로 결재했고 식권은 있다가 사겠다고 한다.


조심히 물어본다. 


나: 분위기 어때?

슬기: 첫날이라 어수선하지. 그래도 나쁘지 않은거 같아. 애들이 다 열심히 공부하려고 온게 느껴져. 

나: 밤에 보자

슬기: ㅋㅋㅋㅋㅋ


우리 대화의 마무리는 

주로 ㅋㅋㅋㅋㅋ 혹은 ㅎㅎㅎㅎㅎ 이다. 

그렇게 웃음으로 하루하루를 그리고 올 한해를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슬기가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뭉클하고 짠하다. 


올 한해 동안 

아침에 같이 나가고 밤에는 기차역으로 데리러 가기로 했다. 

친구같이 좋은 엄마가 되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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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ed 2016.02.15 14:39 신고

    예전에 블로그에 올러주시는 글 잘 읽었었는데, 최근 다시 블로그 시작하셨나보네요... 화이팅 입니다 :)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6.02.18 08:01 신고

      감사합니다.
      사실 환자 진료를 안하는 생활을 하니
      예전만큼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ㅎㅎ
      잊지 않고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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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가 
오늘까지 놀고 
내일부터 재수의 길에 들어선다. 
지난 11월 수능을 보고 난 후 
길고 긴 수시+정시+추가합격의 긴 대기 시간 동안 
맘고생 많이 한 슬기. 
1년 더 고생하게 생겼지만 
뭐 그정도는 긴 인생에서 별거 아니니 감안하라고 했다. 
문과로 전과하겠다고 한다. 
누구자식인가? 
보고 배운게 무섭다.

슬기 화이팅! 
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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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권장

중딩을 자녀로 두신 부모님들께

슬기는 본시 logic을 중시하고 고딩 초반까지는 수학과학을 잘 해서 이과를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이과를 가야 앞으로 먹고 사는데 유리할 것이라는 부모의 욕심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고딩 생활을 해보니 
logic 보다는 inspiration 을 필요로 하는 
국어 영어를 훨씬 잘 하고 또 잘 하니까 좋아하고 그러더군요. 
반면 비슷한 노력을 했는데도 수학 과학은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 이과 고딩 생활 내내 맘이 힘들었나 봅니다.

국어 영어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동네 학원만 다니고 
그나마도 고3 초반에 학원을 그만뒀습니다. 
점수가 잘 나오니 더 다닐 필요가 없고 수학에 더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죠.

제가 
여러 곳에서 상담을 받아 보니 
이구동성으로 해주시는 말씀이 
국어 영어 점수가 잘 나오는 건 중학교 때 독서량이 많았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합니다.

슬기는 중딩 때 일주일에 세권 정도의 책을 읽고 4명이 함께 토론하는 과외를 1.5년 정도 했는데, 그때 선생님이 좋은 책을 꽤 많이 읽혔더군요. 난쏘공도 그때 읽었다 합니다.

저는 고딩 때 국어를 잘 못했는데
국어라는게 입시를 앞두고 어떻게 점수를 올릴 방법이 마땅치 않은 이상한 과목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니 
중딩 때 좋은 책을 많이 읽도록 지도해주세요.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들도 같이 좋은 책 많이 읽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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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g TRACERx TRAcking non-small cell lung Cancer Evolution through therapy (Rx) 의 약자로

영국의 Cancer Research UK 가 최초 진단이 stage 1-3A NSCLC 환자 842명을 등록할 것을 목표로 하여, multi-region, longitudinal 하게 종양 조직을 모아 sequencing 함으로써 NSCLC genomic landscape을 밝히고 치료 과정 중에 종양의 clonal heterogeneity가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규명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이다. 4년간 등록하고 환자당 5년의 follow up 을 하는 것을 목표로 2013 6월에 시작되었다.

2016 AACR 둘째날 plenary 로 이 주제가 잡혀있다. 아직 ongoing 중인 스터디이니 어떤 내용을 발표할지 궁금하다. 



이보다 간단한 concept 이지만 

프랑스는 국가 연구로 2012년 4월부터 2013년 4월까지 1년간 28개 센터, 18만명의 stage 4 NSCLC 환자를 대상으로 대표적인 oncogenic mutation 인 6개의 유전자 EGFR, ALK, HER2, KRAS, BRAF, PIK3CA 에 대해 molecular screening testing 을 하여 그 빈도와 환자의 clinical outcome을 분석한 결과를 2016년 Lancet 에 게재한 바 있다. 


유럽 여러 국가는 Practice changing 을 위한 Genomic study 를 현실화 하기 위해서는 

개별 연구자, 개별 기관이 주도하는 것으로 너무나 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진작에 깨닫고 

연구자/기관 간 경쟁적인 시스템을 넘어 

국가가 유전체 연구비를 지원하고 모든 의사, 모든 환자에게 문을 열어 놓았다. 



설 연휴 기간 동안 

국책과제를 쓰는 수많은 연구자 가운데 

이런 format 으로 연구과제를 내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Globally 5년전 concept 을 이제와서 구현하겠다는 out of dated research proposal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많은 사람, 많은 노력, 많은 돈이 허공에 날라 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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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isfaction

지난 2년동안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나에게 Business 감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Oncology knowledge를 바탕으로 하여
이를 business 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아마도 2015년 하반기에 감이 온 것 같다.
(조직에 적응을 하고 감을 잡으려면 최소한 1년 반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때가 병원으로 치면 1년차 후반쯤 되는 시기인것 같다.)

회사는 연구를 하는 곳이 아니라 business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research 의 방향이 매우 확실하고
회사의 need에 따라 특정 분야에 drive 를 걸기도 한다.
내 머리가 똑똑하고 여부와 무관하게 
oncology 연구 동향 또한 빨리 catch up 할 수 있게 되었고 
나름으로 이를 따라잡는 눈도 제법 날렵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능력이 개발된 것은 
병원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고
이렇게 나를 개발, 단련시킬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조직 안에만 있다보면 관성에 젖을 수 밖에 없다. 그 조직이 우주라고 생각하게 된다.
타성에 젖지 않고 도전하며 사는 삶을 선택하길 잘 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그래서 이 나이에 결코 늘지 않는 영어공부도 열심히 한다. 
잘 하진 못하지만 베짱 하나는 끝내준다.

그래서
요즘의 회사생활은 꽤나 안정적이다.
병원 못지않게 다이나믹한 일들이 발생하고 남들 몰래 똥줄타며 해결해야 하지만
예전같이 '오마이 갓'을 외치지는 않게 되었다.

그러나
뭔가 마음 속 한구석에 허전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환자를 볼 때 느낄 수 있는 마음 가득한 만족감을 느끼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하루 100명의 암환자를 보던 시절, 99명의 환자에게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며 지쳐있다가도
어디선가 나타난 1명의 환자가 나를 의사로 만들어 준다.

환자가 내 비법(!)으로 인해 몸이 좋아졌다며 고마워 하기도 하고
환자가 자기 삶에 내가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며 애정 고백을 하기도 하고
환자가 자기 몸을 통해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의학지식을 알려주기도 하고
그런 환자를 만나면 가슴벅찬 뭔가가 있다.
그것은 임상의사만이 느낄 수 있는 마약 같은 그 무엇이다.

병원을 떠난 후
마약같은 그 만족감, 그 충만함을 가끔 그리워한다. 







  • Rosa 2016.02.19 13:32 신고

    그쵸? 그러실 것 같았어요.
    우리도 선생님이 계시던 그 느낌이 그리워요!

  • 강영현 2016.04.12 11:06 신고

    무척 오래간만에 들어왔는데.......선생님 글에 그래도 많이 다행이다...싶네요.^^ 어디서든 능력발휘하시는 분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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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Holmes 


소설과 영화를 통해 

홈즈처럼 재창조되는 인물이 또 있을까.



이 영화는 

셜록 홈즈가 마지막 미제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은퇴하여  

런던의 베이커가를 떠난 후 

시골에서 30년간 은둔하며 꿀벌을 돌보며 사는 아흔 노인의 생활을 조망하고 있다.  



영화는 

90대 노인이 된 홈즈와 60대의 홈즈를 교차한다.

90대 노인이 홈즈는  

자신의 마지막 사건이 미제로 남은 것에 대해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를 풀기 위해 흐릿한 기억을 되짚어 보는 시도를 하지만   

정작 영화는 

미제사건을 추리하는 것 보다는

괴팍한 노인 홈즈가

자신을 돌봐주는 housekeeper 의 아들과

교감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더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이 영화 또한 다소 지루한데 

그 이유는 

늙은 홈즈가 

예전 사건을 떠 올리다가,

책을 읽다가, 

벌을 돌보다가, 

가끔씩 눈에 초점을 잃고 멍해지는 순간을 클로지업 해서 잡아 내다 보니

영화가 silent 하고 흐름이 느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번을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영화의 스토리와 무관하게

내 마음에는 

소년과 홈즈의 대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다. 



시골 가정부 생활을 청산하고 도시로 나가보려는 엄마는 

아들이 

틈만 나면 

홈즈와 사건의 추리에 대해 토론하고 

꿀벌 다루는 법을 배우며 

홈즈와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렇지만 소년은 홈즈를 너무 따르고 좋아한다.

그래도 홈즈는 늘 퉁명스럽다.    



영화 마지막에 

소년이 

말벌에 쏘여 anaphylaxis 상태로 죽을 고비를 넘기는데 

그 때 홈즈는 

자신의 기력과 기억력이 나빠지지 않게 도와주는 것은 

일본에서 가지고 온 기적의 약물 '산초'가 아니라

자신을 따르고 좋아하는 바로 그 소년이었음을 상기하고  

자신의 남은 시골집과 땅, 그리고 벌을 그에게 유산으로 남기겠다는 유언장을 쓴다.

미제 사건을 추리하는 것도 성공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살아 돌아온 소년과 함께 다시 꿀벌을 가꾸는 생활로 돌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세기의 명탐정이었던 홈즈도 세월 앞에 무너지고 비척거리는 걸음을 걷는다.  

그의 남은 지력을 놓치지 않게 붙잡아 주는 것은 소년이다.



어제 본 

A walk in the wood 나 

닥터 홈즈나  

그리고 하나 더 본 '매치' 라는 영화도 

노인의 삶을 다루고 있다. 



아마도 요즘의 나는  

노년의 쓸쓸함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걱정하고 있나 보다. 

아니면 노인이 되어가는 부모님을 걱정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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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alk in the wood


늙은 로버트 레드포드가 

아팔래치안 트레일을 걷는 영화. 



트레일을 걷는 것이 영화 거리가 되겠냐 싶겠지만 

하이킹은 은근 재미있는 소재거리다. 



평생 하이킹을 해 본 적 없는 주인공이 

정년을 넘긴 노인으로 살던 어느 날,  

2000천 마일이 넘는 트레일을 걷기로 결심한다.

동기는 그리 명확하게 묘사되지 않고 있다. 

자기 주위의 모든 사람들 모두가 

건강을 위해 뭘 먹어야 하네, 심장병 약을 늘려야 하네, 누구 장례식에 가봐야 하네 

그런 생활에 침잠되어 있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가족들의 걱정과 반대를 물리치고 

그 길을 함께 할 오래된 친구를 찾아 70이 다 된 노인 둘이 하이킹을 떠난다.

한 명은 학자로 성공한 노후, 작가로서 안정된 생활, 그리고 스위트 홈을 두고,  

한 명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인생에서 도피하고 싶어 

길을 떠나는 셈이다.



같이 하이킹을 하는 동안 

우습고도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지나간다. 

40년 전 20대에 같이 여행을 해 본 적이 있는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쌓여있던 둘 사이의 앙금 때문에 싸우기도 하고 

젊은이들에 미치는 못하는 체력으로 여러번 위험과 난관에 봉착한다.

대학을 다닐 땐 비슷했던 그들이 인생 여정동안 삶의 궤적이 바뀌어 있고 

그에 따른 갈등도 여러번 표면화된다. 



그러나 

같이 텐트를 치고 

눈보라를 맞고 

곰을 만나 물리치고 

아침이면 같이 땅을 파고 똥을 싸며 

계곡을 건너다 물에 빠지고 

길에서 미끄러져 산골짜기 아래로 떨어져 고립되고 

그런 장애물을 같이 겪으며 길을 걷는 동안 

경직된 마음이 많이 풀린다. 

둘 모두 마음의 자유를 얻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좀 지루하였다.  

시작한 영화니 중간에 그만두면 아쉽다는 의무감에 끝까지 견뎠다 (!) 



그런 내 마음에 보답을 해주는 마지막 장면 



알콜 중독에

여자를 밝히고 

뚱뚱하며 

도무지 계획성과 실천성이라고는 없는 한 친구가



모든 일에 완벽하고

준비성이 철저하며 

남들 보기에 성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다른 친구에게 



아팔래치안 트레일을 걷는 동안 

둘이 함께 겪어냈던 그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몇 단어 안되는 짧은 문장에 담아 

매 코스마다 엽서를 보냈다. 



집으로 돌아온 친구는 말썽꾸러기 친구의 엽서를 받고

여행의 시작과 끝을 되돌아 보며

A walk in the wood 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기 시작하는 것으로 

영화가 끝난다.



나도 

언젠간

그렇게 그 길을 걸어 볼 것이다.

비록 나이 탓에 걸음걸이가 떨려 단숨에 계곡을 뛰어 건너는 젊은이만큼은 못되도

계곡에 빠져 옷을 말리느라 일정이 지체된다 해도 

그 길을 걸어볼 것이다. 


친구가 있으면 좋겠지. 

설령 지지고 볶고 싸운다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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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으로 출장을 가면 

현지 언어를 모르기 때문에 

TV로 CNN 이나 BBC 등 영어 뉴스 프로그램을 본다. 

맥락을 파악해야 하는 드라마는 정신을 집중해야 이해가 되기 때문에

짧은 뉴스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영어, 중동 영어, 유럽 영어 등을 듣는다. 

알고 보면 

지구상에 미국 영어나 영국 영어를 하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알고 보면 나는 한국말이랑 영어밖에 할 줄 모른다. 

고등학교 때 독일어를 배우고

대학원 다닐 때는 일본어로 책을 읽을 정도는 되었건만  

지금의 나는 

모든 언어 지식이 휘발되고 

그저 콩글리쉬로 서바이벌하고 있는 셈이다. 

(빈약하여라 나의 언어 생활이여!) 



지난번 인도 출장 때 

3일간 종일 인도 영어를 들으며 생활하는 동안 울렁증이 극대화 되었는데 

그때 한번 호된 경험을 하고 나니

이제는 그럭저럭 인도 영어를 견딜만 하다. 

실력이 좋아진게 아니라 견딜만큼의 호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때 인도의 동료들이 나에게 잘 해 주기도 했고 

인도 사람들이랑 이야기나누며 재미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왠지 인도에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인도 영어도 견딜만 하다. 

(지금 보니 아프리카 영어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알고보면 

언어는 사람과 사물에 대한 호감과 호기심이 많아야 잘 할 수 있는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 그런 호감이나 호기심이 잘 생기지 않는다.

그냥 심드렁 하다. 

새로운 뭔가를 받아들이기 보다는 

현재를 유지하는 것에 익숙해 지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은 청춘을 노래하고 싶다.

내 마음의 청춘이 조금만 더 푸르기를 바란다.   



ps. 

감히 충고 한마디. 

어린 자식을 키우는 사람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다양한 언어에 노출되는 기회를 주는게 

세상을 넓고 크게 살아가는데 좋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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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가 살려준 나의 블로그 



이 블로그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자기 마음 속에만 담아두면 좋을 얘기를 굳이 블로그에 올려 

누군가에게 괜히 꼬투리잡힐 일 만들수 있다는 엄마의 말씀이 맞았다.

100명이 내 글을 읽는다면 95명이 나의 생각에 동의해 준다 하더라도 

내 글을 읽고 심기가 불편한 5명은 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 엄마 비판의 요지였다. 



그러나 

병원에서 환자를 보던 시절 

나는 환자 한명 한명을 진료할 때마다 

환자의 병 이면에 존재하는 그 사람의 삶을 느낄 수가 있었다.

사소한 듯 그의 한두마디를 통해,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들을 통해,

나는 삶을, 세상을 상상하고 배울 수 있었다. 

환자와의 만남은 내 존재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외래를 마치고 나면

내 가슴은 뭔가를 말하고 싶은 욕구로 터질 것만 같았다. 

매일 새벽 1-2시까지 글을 썼던 것 같다. 

그때는 내가 그렇게 글을 쓰는 것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었다. 

글을 쓰지 않고는 베길수가 없었다. 



그 시간을 Season 1 으로 묶어 일단락 지었다. 



나는 바로 Season 2 로 전환하지는 못한 것 같다. Season 1 이 남긴 후유증이 컸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내 맘으로 나온 병원이지만 왠지 서글픈 듯한 내 존재를 넘어서기 어려웠다.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짧은 삶의 단상, 웃긴 이야기 등을 페이스북에 남기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 무엇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2년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드디어 마음이 좀 단단해 진걸까? 

마침 슬기가 내 블로그를 깨끗하게 단장해 주었다. 

다 말라버린 것 같은 내 마음 한 구석이 조금 촉촉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하루종일 저기압이었는데 

슬기가 나에게 힘을 주었다. 



아마도 예전에 환자들이 나에게 주었던 삶의 감동과 교훈을 다시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새벽 1-2시가 되어도 글을 쓰고 싶었던 그만큼의 열정은 다시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남아있는 인생은 구멍은 가지고 가기로 한다. 



구멍이 있어도 

메우고 사는게 인생이다. 



이제는 Season 2를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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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소개해 준 곳으로

슬기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었다. 

가격은 꽤 비쌌지만 

자식한테 뭘 사줄 때는 그런 걸 안 따지게 된다. 

주문을 하고

하릴없이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 기분이다. 

잘 컸다. 흐뭇하다. 



슬기가 태어나던 해 나는 박사과정을 시작했고 

슬기 세살 때 의대에 편입을 했으니 

어렸을 적 재롱피우고 이쁜 짓 하는 걸 본 기억이 없다.

슬기는 엄마가 다 키워주셨다. 

애가 제대로 잘 크고 있는지 어쩐지 챙길 겨를도 없이 나 살기 바빴다.

시험기간이 언제인지 소풍은 갔다 왔는지 성적은 어떤지 

그런 건 신경도 안썼다. 

의대 동기들보다 한참 나이를 더 먹은 나는 

내 신상 하나 유지하는 것에 급급했다. 



의대를 다니던 때부터

1주일간 연속되는 분기시험기간이면 

밤세고 시험공부를 하느라 집에 안가기 일쑤.

인턴 레지던트 때는 병원에서 먹고 자고 하다가, 가끔 집에 가서 갈아입을 옷을 챙겨오는 정도.

펠로우 때도 낮에는 환자보다가 밤에는 논문 써야 한다며 비슷한 생활.

집에 안 들어가고 병원 귀신에 되어 살았던 그런 생활의 정점은 

임상조교수가 되어 환자 폭탄을 맞고 버티던 올 2월까지 계속 되었다. 



나 하나 건사하느라 

애가 어떻게 크고 있는지도 몰랐다.

고2가 된 슬기.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다가 내가 슬기에게 묻는다. 



나 : 너 성적은 괜찮니? 대학은 갈 수 있는거지? 

슬기 : 그럭저럭. 근데 이번 1학기 중간고사랑 모의고사랑 망쳐서 사실 상태가 안좋아. 

나 : 국영수는 잘 하니? 내신은 어때?

슬기 :수학이 좀 약해. 내신은 안좋아서 수능으로 대학가야되. 

나 : 원래 수능으로 대학가는거 아니야?

슬기 : 수시랑 정시랑 전략이 달라. 

나 : 뭐가 다른거야? 



나를 위한 슬기의 입시 특강은 밥 먹는 내내 계속 되었다. 

나는 슬기의 설명을 다 듣고 

할 수 있는 말이 한마디 밖에 없었다. 



나 : 그러니까 너가 잘 알아서 하고 있는거네. 

슬기 : 지금으로선 이렇게 하는게 최선이야. 

나 :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하면 되. 어떤 책이든 3번만 반복해서 읽으면 몽땅 다 알 수 있대. 

슬기 : 열심히 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인것같아. 

나 : 너 할수 있는만큼 해. 그리고 앞으로 평생 네가 좋아하는거 하고 살아. 내가 밀어줄께. 



돌아오는 길에 버스커 버스커를 크게 틀어놓고 들었다. 

멋진 연주 음악이 흐른다. 분위기 짱이다. 


나 : 이정도면 나도 피아노로 칠 수 있겠는데.

슬기 : 이건 피아노로만 치면 분위기가 전혀 없어. 현악기가 들어가야 분위기가 살지.

나 : 지금 나오는건 관악기 같은데 뭐지? 트럼펫인가? 

슬기 : 오보에 같아. 


앨범 내지를 찾아보더니 오보에가 맞다고 한다. 


나 : 와 너 대단하다. 그렇게 듣기만 해도 음색으로 악기를 구분할 줄 아네? 

슬기 : 오보에가 인간의 음색과 가장 유사한 관악기래. 

나 : 와 너 그런 것도 알아?

슬기 : 학교 음악시간에 배웠어. 고등학교 교육 중요하다. 고등학교 때 배운 것만 알아도 평생 사는데 지장없어. 수업 열심히 들어야 해. 



우리는 비싼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고 음식점 주위 산책로를 걷다가 집에 와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슬기는 11시에 홍진호 나오는 프로그램 봐야 한다면서 그때까지만 공부하겠다고 한다. 그러라고 했다. 



자식이 다 커서 

학교 열심히 다니는거 중요한 줄 알고 

건강하고

지 몸뚱이 하나 건사 잘 하고 

적절하게 현실과 타협하여 미래를 계획할 줄도 알고 

그렇게 무사히 성장한것을 보니 

마음이 좋았다. 



그리고 이렇게 내 곁에서 무사히 잘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그 누군가에게는 미안하였다.  


엄마를 생각하면

재미있고

열심히 살고 

마음도 따듯한 사람이라는 기억을 주고 싶다. 

엄마는 언제나 내편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를 믿게 해주고 싶다.

그럴려면 성적얘기는 하면 안된다. ㅎㅎ 



슬기 때문에

마음이 평화롭고 행복한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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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심하지 않은 척추측만증이 있었다.
허리는 남들보다 그렇게 심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디스크가 튀어 나와있었다. 
약 먹으면 괜찮고 무리하면 다시 아프고 그런 정도. 
척추관 협착증도 있었다. 아직 수술 할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다.
허리아프다고 말할 때 흔히 발생하는 구조적인 이상이 다 있었지만 
나이에 비해 그 자체 상태가 아주 심하지는 않았다.  

오른쪽 고관절은 선천적인 구조 기형으로 다리뼈와 골반뼈의 아귀가 딱 들어맞지 않는 상태였다. 

그리고 이것은 유전이 되는 것이라 내 고관절도 그런 구조이고 내 동생도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병은 평생 사는만큼 살다가 닳고 닳아 관절면과 뼈가 잘 맞지 않으면 결국 고관절 치환술을 해야 하는 병이다. 엄마는 10년전에 수술을 받았고 

작년 12월에 닳아진 관절면을 교체하는 재수술을 받으셨다. 

관절을 바꾸고 나니 오른쪽 다리가 약간 길어졌다. 눈에 띨 정도는 아닌데 골반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약간 차이가 난다. 그러나 심각한 차이는 아니다.


그러나 

이 모든 요인들이 겹쳐서

허리 통증과 관절 통증과 무릎 통증으로 통증이 돌아다니면서 나타난다.

사람은 몸 어디 한군데가 아프면 나도 모르게 다른 쪽을 더 써서 

아픈 쪽으로 일을 안하게 하고 통증을 안 느끼게 하려는 

자체적인 보상작용을 한다.

수술을 해야할 정도로 심한 곳은 오른쪽 고관절 한 군데지만, 

위로는 허리, 아래로는 무릎으로 통증이 전파된다. 근육도 아프고 근육을 뼈와 붙여주는 접착 부분의 인대에도 통증이 전파된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퇴행성 변화가 더해진다.


그래서 엄마가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위의 여러 요인 중에 어떤 요인이 통증을 핵심적으로 유발하는 요인인지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여기가 좋아지면 저기가 나빠지고 

이번에는 이렇게 해주니 좋아졌는데, 다음에는 같은 방법으로 치료를 해도 좋아지지 않는다.

아마도 통증의 악화요인들이 시시때때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여기 저기 통증 조절을 잘 한다는 의사들을 찾아 많이도 돌아다녔다.

잠시 좋아지는 듯 했으나 언저리에 다른 종류의 통증이 발생한다.

그래서 엄마는 이제 허리 다리가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잘 안하신다. 




운동을 해서 근육을 강화시켜야 

뼈나 관절, 인대에 부하되는 힘을 분산시킬 수 있고

그래야 통증을 이겨낼 수 있으니 늘 운동을 강조한다. 

그러나 허리 다리 무릎이 아프니

기본적으로 운동하기가 힘들다.

엄마는 몸이 아플 때마다, 살이라도 빼야 아픈 곳에 부담을 덜 주게 될거라며 안해본 다이어트가 없다.

그러나 평생 내 몸에 붙어다닌 지방세포는 몇주 다이어트 프로그램으로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 

오히려 다이어트를 할 때마다 근육은 쉽게 빠져나가고 다시 살이 찌면서 지방이 더 쉽게 붙는다. 근육량이 감소하면 몸의 대사율이 떨어져서 나중에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다. 

엄마는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니까 음식 먹는 걸 매우 주의하셨다.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몸에 공급되는 영양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근육양이 줄고 영양 상태가 나빠지면 통증도 더 민감하게 느끼게 된다.

악순환이 반복된다. 




10년전 첫 수술때에는 요양병원에 가실 필요도 없고 재활치료도 받지 않았다. 

병원에서 한달간 먹으라고 준 진통제도 다 드시지 않고

그냥 잘 회복하셨다.

그러나 10년이 지나 재수술을 하니, 수술 범위도 더 넓지 않고 간단한 수술이었는데 - 물론 모든 재수술은 수술 부위 결합조직의 상태가 변해서 수술을 하기에 용이하지는 않지만 - 수술 후 통증이 조절되지 않고 아픈 기간이 오래오래 지속되었다.

서너달 그렇게 아프니 

엄마가 통증 때문에 우울증이 생길 지경이었다.

그래도 일상은 꾸려가실 수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2달 사이에 몸무게가 10kg이나 감소하였다.

첨에는 살이 쑥쑥 잘 빠진다고 좋아하셨는데

한달이 지나니 영 맥을 못 추고 힘들어 하시기 시작했다.

입맛도 없고 음식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다. 엄마는 진짜 우울증이 온 건지, 세월호 사건에도 너무 많이 슬퍼하시고, 형제들끼리 모여 1박 2일로 놀러가셨다가 싸우고 돌아오시기도 했다. 감정 조절이 잘 안되는 것 같았다. 




내년이면 70이 되는 엄마.

노인의 체중감소 전신 쇠약감. 

진단하기 어려운 증상이다. 너무 비특이적이다. 뭐부터 검사를 해야할지 감을 잡기 어려워 과다한 검사를 하게 되는 증상이기도 하다. 

나도 

병원에서 정식으로 의사 가운 차려입고 

진료실 컴퓨터 앞에 앉아 

내 눈앞에 있는 환자를 보고 집중하여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엄마에 대한 제대로 된 검사를 생각해 내기 어려웠다.

피 한번에 뽑아서 할 수 있는 검사도 항목을 까먹어서 다시 피를 또 뽑고

과도한 검사를 안하고 싶어서 검사를 최소한으로 하다보니 병원에 자꾸 자꾸 가게 되고 찌질찌질 검사를 하게 되니 엄마가 그런 상황을 더 힘들어 했다.




뇌하수체 종양이라고 생각했던 병변도 

세브란스병원에 가서 다시 MRI를 찍어보니 명확하지 않았다.

엄마의 주관적 증상, 객관적인 검사 결과는 서로 잘 맞지 않는다. 

호르몬 수치가 그렇게 낮지 않은데 관련된 증상이 매우 심하게 나타난다. 

의사선생님은 약을 줄 생각이 아니셨던 모양인데, 부탁을 드려 약을 처방받아 먹기 시작하였다. 

좀 경과를 봐야 할 것 같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 내가 내린 결론 


1. 아무리 고민하고 검사해도 당장 진단이 안되는 병도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나중에 되돌이켜 볼 때 진단이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2. 몸이 편치 않은 노인에게 운동을 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환자는 의사가 강조하면 최소한 그 지침을 따르려고 노력한다.

    의사가 운동을 강조하면 반짝 따라한다. 

    의사가 그런 말 안하면 절대 안한다. 

    간호사나 물리치료사 등 의사가 아닌 사람이 말하면 잘 안 따라한다. 

 

3. 아무리 의사 가족이어도 병원을 바꾸면 무의미한 검사가 반복되기 마련이다. 

    1주일 사이에 크게 바뀌는 피검사 항목은 감염 아니고서는 별로 의미가 없지만 

    엄마는 호르몬 검사를 다시 다 했다. 

    MRI도 결국 다시 찍었다.

    1주일 내에 30분이 넘는 뇌 MRI를 두번 찍는 것은 노인네에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4. 외래 진료실에서 의사는 환자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 


5. 아무리 부질없다고 강조해도 몸이 아픈 사람들은 건강보조식품을 사 먹는다. 

   그런 때 드는 돈 수십만원은 자기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그만큼의 돈을 병원에서 내게 되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다. 


6. 내 마음이 약해져 있을 때

   절친하지 않은 관계라 하더라도

   그 누군가의 격려와 기도는 정말 큰 힘이 되고 그분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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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환자의 가족이 될 수 있다.


내가 만난 수많은 환자들은 나에게는 그저 비슷한 진단명을 가진 한명의 환자에 불과했지만

그들 가족의 소중한 그 누구였다.

물론 나는 그런 맥락을 잘 이해하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가족의 애타는 심정을 내 마음에 담아두고 환자를 진료하는 않았다. 


첫째, 그렇게 환자를 보면 너무 지치고 힘들다. 그래서 의사생활 오래 못한다. 

(그러나 모든 환자는 의사가 자신을 그렇게 가까운 피붙이처럼 진료해 주기를 바란다.)

둘째, 가족을 진료한다해도 그렇게 애타는 심정을 갖지 않는다. 

(정식으로 가운입고 병원에서 진료를 하면, 가족이라 해도 그렇게 감정이입을 잘 안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런 핑게를 대면서 

적당히 가벼운 마음으로 본다. 

나의 진심이 필요한 순간에도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하며 

감정이입 안하고 거리두기를 유지하였다. 

내키면 어떤 환자에게는 잘 대해준 순간도 있었겠지만, 대체적으로 썰렁하게 진료하기 쉬워진다. 

환자들은 그런 내가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특히나

암처럼 절대절명의 심각한 병을 진단받은 환자들에게는 

진심을 담아 희망과 용기를 주는게 필요한데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의 언행이 다소 피상적이었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엊그제 

뇌하수체 종양을 진단받은 엄마에게

처음으로 진단명을 알려주고 

앞으로 추가적인 검사와 예상되는 수술 및 치료에 대해 얘기해주고

예후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었다. 

수술 이후 장기적으로 각종 호르몬제를 다 먹어야 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내 몸의 호르몬을 매일 먹으면서 조절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귀찮은 일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술보다도 더 걱정되기도 하고 그랬다. 호르몬의 자가조절능력이 없이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공급해 주는 것은 몸 컨디션을 잘 맞춰주지 못할 것 같다. 

수술 합병증에 대해서도 별로 설명하지 않았다.

우스개처럼 수술 후 뇌압이 올라가면 안되니까 똥도 힘주고 싸면 안된다는 말만 썰렁하게 해준것 같다. 

수술 자체의 합병증도 있지만 

나이가 있으니 그렇게 누워지내는 동안 근육양도 줄어들고 기력도 많이 쇠해질 것 같다. 그런 얘기를 미리 해주고 싶지 않았다. 

좀 좋게 얘기해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겉으로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내 속으로는 오만 생각을 다 하고 있다.

아마도 내 표정에는 그런 이중적인 나의 심정이 다 드러났을 것이다. 




병원 예약을 잡기도 전에

슬기 시험 시간표, 내 일정, 그런 것부터 챙긴다.

집안일 도와주는 일하는 아주머니를 매일 오시게 해야 할 것 같아 

도우미 아줌마 구인광고 싸이트를 뒤져본다. 

엄마는 수술을 하게 되면 집안 정리를 좀 해놓고 가야 할 것 같다며 장롱 옷장정리부터 하신다.

혹시 잘못되면 죽을지도 모르니 신변 정리를 잘 해놔야 죽어서 창피 안당할 거라며 농담처럼 웃으면서 말씀하시지만 아무도 웃지 못한다.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떻게 수술 후 회복을 도와드려야 할지, 입원은  몇일이나 하게 될지, 갑자기 고민할 게 많아진다. 

슬기랑 상의한다. 입맛이 까다로운 슬기의 입단속을 한다. 할머니 없으니 혼자서도 잘 챙겨먹고 아무거나 좀 먹어라. 다음주에 학회에 갈 예정인데 학회를 취소해야 하나 비행기부터 숙소까지 다 예약을 했는데... 위약금 내고 취소해야 하나. 그러고보니 병원비도 많이 들겠네. 통장에 돈은 좀 있나? 

솔직히 그런 실생활과 관련된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것은

엄마에 대한 걱정이다. 

담당 의사 선생님께 '이분은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특별한 분이니 꼭 좀 부탁드린다'는 그런 말이 목젖까지 차오른다. 환자를 볼 때 보호자가 그런 말 하면 왠지 부담스럽고 짜증도 나고 그랬는데, 나도 영락없이 그런 보호자가 될 참이다. 


그냥 엄마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엄마없으면 못살거 같은데 

그런 생각만 든다.  

수술 후 회복을 잘 못하면 어떻게 하나 

그런 하나마나한 걱정도 많이 된다.

엄마가 아프면 아빠는 어떻게 하나.



그동안 건강한 줄만 알았던 부모님 건강에 빨간 불이 들어오니

온통 마음이 혼란스럽다.

겉으로 일을 하고 있어도 실상 영혼이 없는 껍데기 같은 몸뚱이만 시간을 때우고 있는 것 같다.



  

열심히 치료해도 완치될 거라는 보장이 없는 

전이성 암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 환자와 가족들을 만났다.

그들은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힘들지 않게 병원에 오는 일,

약 먹고 부작용이 생기지 않게 몸 상태를 잘 맞추는 일, 

한끼 한끼 음식을 잘 먹는 일, 

가능하면 가족 대소사에 환자가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일, 

너무 먼 미래를 계획하기 보다는 당장 이번주, 이번달, 별일 없이 넘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온하게 암치료를 받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내가 모르는 많은 갈등과 고민이 있었겠지만 

겉으로는 쿨하게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너무 걱정을 많이 하고 감정기복이 심한 가족보다는 

이런 가족이 훨씬 더 삶의 질도 좋고 평안한 일상이 유지되었다. 그것이 환자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환자 상태가 나빠져도 가족의 사랑이 계속 되었다. 오늘 하루가 선물이라는 것을 삶으로 체험하는 이들이다. 

누구나 

처음 겪기 마련인 큰 병 앞에서

평소 갈고 닦았던 내공이 나오나 보다. 




지금의 나는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아니니 

새삼 결심한다 해도 내 과거의 허물을 보상할 길이 없다.

이제 환자의 입장, 환자 가족의 입장에서 의료를 바라볼 때인가 보다. 

대학병원 의사의 삶이 어떤지 뻔히 알면서도 진료실에서 의사선생님의 친절한 한마디, 나를 잘 돌봐줄 것 같은 자상한 한마디를 기대하게 된다. 

그것을 어쩔 수 없는 환자의 마음이다. 

그 마음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면

좋은 의사가 될 것이다. 

여러 모로 힘든 제도와 조건이지만  

의사는 결국 의사의 길을 가야 한다. 그것이 의사의 숙명인 것 같다. 



 


 

 








 

 

  • BlogIcon 주수경 2014.05.21 10:55 신고

    맞아요 ! 선생님! 꽤 썰렁... 쿨 하셨어요 ㅋㅋ 그래도 저를 비롯한 많은 환자들이 선생님께 열광하고 선생님을 이렇게 그리워하는건 왤까요? 누가 그러데요... 카메라 앞에선 대통령의 눈물범벅보다 애써 숙이고 감추려 했던 손석희 앵커가 더 감동이었다고.... 진심은 어째도 다 드러나기 마련인가봐요.... 전 요즘 재활치료 땜에 일주일에 두번 이상 매일 병원 언덕길을 올라다닙니다. 한결 씩씩하고 건강해진 모습을 선생님께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면서....
    샘!! 꼬옥 환자 곁으로 돌아오시기를 날마다 기도합니다. 어머님도 잘 회복되기시를 기도할께요 ~ 샘의 이 시간들이 쌓여서 나중에 우리들 곁으로 돌아오실때 더 깊은 내공을 가지고 오실줄 믿어요 ! 화이팅!!!

    1. BlogIcon 이수현 2014.05.21 18:46 신고

      인생이란 얼마만큼의 견딤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우리 잘 지내요 그리고 운명이 있다면 만날수 있기를..
      다음에 환자 보면 진짜 잘 해드려야지 실없게 결심해 봅니다

  • 2014.05.21 19:37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4 10:43 신고

      종양내과를 선택하게 된 과정은
      어쩌면 마음 깊은 곳의 목소리에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대해서는 오늘 내일 사이에 글을 한번 쓰겠습니다. 저도 마침 이런 문제로 생각을 좀 했습니다.

  • BlogIcon 윤경아 2014.05.21 19:55 신고

    어머님께서 수술 잘 받으시고 쾌유하시길 빌어요. 그리고 보호자의 언행이 환자에게 진짜 영향 많이 끼치더라구요. 괜히 가족 가족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네요. 선생님도 힘내세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4 10:49 신고

      그렇죠?
      아무래도 환자 가족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가족을 위한 지침서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 2014.05.21 20:14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4 10:50 신고

      일단 수술은 먼저 하지 않고 약 부터 쓰기로 했어요.
      진단명이 잘 안맞는 부분이 있어요. 증상은 매우 심한데 각종 객관적인 검사는 좀 애매해서 무리하게 수술부터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나이가 있으시니 수술을 서두르고 싶지 않네요. 감사합니다. 우리가 매일 보는게 환자지만, 진짜 환자가 되면 온갖 사소한 것들이 다 걱정입니다.

  • 아녜스입니다 2014.05.21 23:16 신고

    선생님! 아녜스입니다 김은송입니다.
    선생님 글이 너무 오래 올라오지 않아서 정말 너무너무 궁금하고
    걱정도되고 그랬는데.. 글을 쓰시니 너무 반가우면서도, 어머님 소식에
    마음이 아파요. 선생님 그간 돌보아오신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기도가 모이면
    어머님은 생각보다 빨리,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꼭 회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분위기파악못하는 소리일수있지만...
    글은 계속 써 주실거죠?? ㅠㅠ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4 10:42 신고

      지금까지도 저에게 마음 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병이라는 아픈 기회를 통해 삶을 배우는 기회가 될거라고 믿습니다.

  • BlogIcon Ann Yi 2014.05.22 00:43 신고

    선생님 기도하겠습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4 10:51 신고

      감사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엄마를 위해
      기도해주겠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저도 그런 누군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2014.05.24 14:14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4 20:23 신고

      지영씨
      본인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운동만 좀 하셔요.
      그리고 저를 위해서까지 기도해주신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지영씨 만수무강은 제가 빌어드릴께요 ㅎㅎ

  • BlogIcon 이희란 2014.05.24 17:08 신고

    선생님~ 제 글 보려다가 제 글이랑 샘의 답글이 삭제 되었네요. 요즘 자전거 배워 신난 아들내미와 딸내미 데리고 공원가 놀다가 왔어요. 따스한 햇볕이 기분좋은 하루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4 20:24 신고

      제가 요즘 블로그 디자인이 맘에 안들어서 이리저리 바꿔봅니다.
      또 방문하셔서 다시 글 남겨주세요.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해요. 비가 오고 해가 뜨고 그렇게 우리의 인생이 가는 것 같습니다.

  • BlogIcon 천진수 2014.06.02 11:16 신고

    선생님, 힘드시겠지만 기운내십시오. 화이팅입니다. 건강유의하시구요.

  • BlogIcon 주수경 2014.06.02 22:13 신고

    선생님 뵙고 싶고 꼭 다시 만나고 싶지만... 또다시 만날일 없기를 기도합니다. 제가 선생님 진료실에서 다시 뵙게되면 안좋은거쟎아요.. 그쵸? 그냥 지나가다가 길에서 반갑게 만나요 선생님^^ 언제나 선생님을 위해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만에 하나라도 또다시 항암하게 된다면 선생님이랑 하고 싶어용~

  • BlogIcon 김현순(lifenow) 2014.07.14 00:49 신고

    선생님 힘내세요 많은 환자에게 보내신용기와 희망이 이제 선생님에게로 갈겁니다
    기도할께요

  • 김미성 2014.10.02 11:59 신고

    선생님 힘내세요.
    어머니도 좋아지실거예요.
    저두 기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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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힘들 때 

쏘주 마시면서 견디고 일했던 것 같다.

아빠랑 싸우고 화가 나면 쏘주를 마시면서 집안 대청소, 철 지난 옷 정리를 하셨고

몸이 힘든데 겨울 김장을 잔뜩 해야할 때도 쏘주를 마시면서 하룻밤을 훌쩍 넘겨 혼자 힘으로 김장을 다 하시곤 했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픈데 

아파서 죽겠다고 하면서도 

몸에는 힘이 남아 있어

그 아픈걸 다 견디고 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는 사람이 '힘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어떤 연구 결과에서도 나왔듯이

허벅지는 근육 뿐만 아니라 지방도 힘이 된다고 하니

아마도 내 힘의 근원은 허벅지가 아닌가 싶다.

뱃심도 나날이 두둑해지고 있다.  

난 아직 힘이 좋다. 

그래서

연휴 내내 베짱이처럼 놀다가 연휴 마지막 밤을 꼴딱 세고 밀린 일을 했다.

'꼼꼼히' 했으면 몇일 걸려도 부족할 일을

'대충' 해서 하룻밤만에 많이 진행했다.  

그제 밤을 세고 어제 낮동안 무사했다. 어제 밤은 평소만큼 잤다. 그래도 괜찮다.

그대신 많이 먹었다. 힘이 들긴 들었나 보다. 



'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비록 완벽하게 갖추어진 존재는 아니라 하더지만 

기를 잃지 않고, 

기죽지 않고, 

세상을 튕길 줄 아는 뱃심으로 사는 것이

이기는 삶이 될 것이다.

내 기로, 내 힘으로, 내 안의 비겁한 것들, 부족한 것들을 이기는 삶. 



아직 밤을 세도 견딜 정도는 되는 내 체력. 

기를 잘 모아야지.

누가 날 한두번 찔러도 흔들리지 않고 내 길을 갈 수 있도록 기를 모아야지.



그렇지만 

다음 연휴 때는

이렇게 퍼져서 놀지 말아야지. 

베짱이처럼 놀고 난 후의 후유증은 꽤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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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사브리나 2014.05.08 17:27 신고

    선생님 그래도 밤은새지 마세요~ 몸 힘드니까요~ 밥이 보약이듯이 잠도 보약인거같아요~ 선생님 책 쓰실꺼예요? 선생님팬인데 선생님 얼굴볼수 있는 방법을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선생님이 책쓰셔서 팬싸인회 하면 제가 일드으로 가서 뵙는법~ ㅋ 오늘도 병원에 왔는데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1 02:12 신고

      감사합니다.
      책에 대해서는 신중히 고민 중입니다.
      책을 내게 되면 알려드릴께요.
      잠이 보약인것은 맞습니다 ㅎㅎ

  • 2014.05.08 18:58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1 02:13 신고

      검사 결과는 좋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새롭게 단장한 암병원이 나날이 좋아지기를 희망합니다.
      그 안에 우리 환자들의 건강과 행복이 있을 거니까요.
      제가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 2014.05.10 19:05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1 02:14 신고

      주현씨, 잘 지내죠?
      주현씨가 저에게 너무나 큰 사랑을 주었는데
      이렇게 훌쩍 떠나버린 사람이 되다니 저도 믿어지지 않네요.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제가 기도 많이 할께요. 저도 보고 싶어요.

  • BlogIcon 남수우 2014.05.12 12:09 신고

    선생님 안녕하세요~~
    다시 선생님의 글을볼수있어서 정말 반가워요^^
    블로그를 들락날락해도 소식도 알수없고 병원에
    물어봐도 알려주지도 않고요ㅋ
    남편이랑 선생님 그리워하며... 가끔 이수현선생
    님은 잘계실까? 뭐하고계실까? 생각하곤했는데
    이렇게 다시 소식듣게되니 너무 감사해요♡
    열심히 살다보면 언젠가 선생님 만날 날이 있겠죠? 늘 건강하시고 항상 응원하고 있을게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1 02:15 신고

      우리 애기 잘 크고 있나요?
      우리 애기는 참 특별한 아이가 될거에요.
      그리고 남수우씨는 항암치료 결과가 아주 좋았으니
      걱정은 하지말고
      재미나게 잘 사세요.
      이렇게 들러서 소식남겨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남편분께도 안부를!

  • 2014.05.19 15:05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1 02:16 신고

      골밀도는 다시 좋아질 가능성이 있어요. 아직 젊으니까.
      그대신 햇빛을 많이 쬐이고 (여름에는 나시티를 입고 노출을 많이 하세요) 칼슘성분이 많은 든 음식을 잘 드세요. 그리고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됩니다. 당장 골다공증약을 드시기 보다는 이렇게 해보세요. 그리고 내년에 다시 검사를 해서 회복되지 않았으면 내분비내과 진료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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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가 쉼없이 골골댄다.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코가 꽉 막혀 코로 숨을 못 쉬고 입으로 숨을 쉰다. 그래서 입술이 갈라지고 부르텄다.

편도도 엄청 부어서 라이트를 비추지 않고도 편도에 궤양까지 다 보인다. (슬기 편도는 내가 본 편도 중에 가장 심하게 붓는다.)

누런 코가 나오는 걸 보니 만성 축농증이 또 악화된 것 같다. 

연휴라 항생제도 못 먹고 그냥 식염수로 세척만 하고 있다.  

자꾸 코를 푸니까 머리도 울리고 무겁다고 한다. 

기냥 누워서 TV 본다. 

좋아하는 사이다도 입맛이 써서 못 먹겠다고 하니 할말 없다. 

뭣 좀 먹어볼래? 물어도 손사래를 친다.

애가 안 먹으니 기분이 영 환장하겠다. 



엄마는 한달만에 7-8kg 정도 몸무게가 빠져버렸다. 

갑자기 몸무게가 빠지니 기운이 쑥 빠지나 보다.

입맛이 없어서 먹지를 않으니 몸무게가 빠진것 같다고 하시는데

우리 집안 내력상 입맛이 없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상할 노릇이다. 

기운이 없으니 원래 아픈 무릎도 견딜 힘이 없어 더 아프다고 하신다. X-ray를 보니 관절염은 아니다. 나이에 비해 관절은 좋으시네. 몇년 사이에 척추측만증이 약간 생겼는데 이것이 퇴행적인 변화인지 고관절 수술 후 다리 길이가 안맞으면서 생긴건지는 잘 모르겠다. 디스크도 같이 있는데,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척추의 자세 변형이 오고 2차적으로 무릎 근처의 인대들이 다 잡아다니는 모양이다.

그리고 기분 변화도 심한 것 같다. 

내일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제발 갑상선 기능이상이기를 바란다.

만약 갑상선 기능이 정상이라면 사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암검사를 해야 한다. 체중이라는게 그리 쉽게 변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다음으로 의심할 만한 것은 암일 것 같다. 그러나 증상이 너무나 명확하지 않다. 체중감소, 전신쇠약감, 우울한 기분. 다음으로 할 검사는? 



엄마와 딸이 골골대니

사이에 낀 내가 바쁘다. 

차로 이곳 저곳 모시고 가고 

집에서도 이것 저것 소소한 일을 하고 

정작 내가 할 일들은 이를 핑게삼아 다 미루고 

그렇게 연휴를 쭉 보내고 나니

내일을 맞이하는 것이 두렵다.




연휴를 지내며 내가 깨달은 것.



1. 일상이란 매우 소소해 보이지만 

   매우 정성어린 손길이 있어야 겨우/근근히 유지된다는 것. 


2. 엄마가 괜찮다고 할 때 그말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는 것. 

   부모는 자식이 알아서 해주기를 바란다는 것.


3. 시부모님을 포함, 부모님들이 많이 늙으셨고 서서히 그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

    누군가의 보살핌을 요구할 날이 금방 올 거라는 것. 그 보살핌의 주체가 나일수 있다는 것. 


4. 환자 핑게 대고 병원에 나갈 정도는 되야 비로소 자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연휴에 집에 있으면 왠만큼 독한 마음 먹지 않고는 그냥 퍼지게 된다는 것.

   

5. 시간을 너무 보람차게 보낼려고 몸에 잔뜩 힘주고 있어봤자 소용없다는 것.

    인생은 내가 계획한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니, 순간 순간을 잘 보내도록 노력하는게 중요하다는 것. 

    당장 눈앞에 얻는게 없는 것 같다고 초조해하면 안된다는 것. 


6.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휴기간 동안 놀아버린 것을 보상하고자 마지막 날 밤에 안자고 뭔가를 해본다 한들, 

    이미 늦었다는 것.  



좋게 자자. 

괜히 밤세지 말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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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이 없는 

한 선생님의 메시지를 받고

블로그 글쓰기를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요?


 

컴맹인 제가 

블로그 초기 화면을 Reset 했습니다. 

예전 블로그는 '한쪽가슴으로 사랑하기' 책과 같은 디자인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그때는 청년의사 양광모 선생님이 다 만들어주셨지요. 예쁘게 편집도 잘 해주셨구요. 



한쪽가슴으로 사랑하기는 

제가 Fellow 1년차였던 2009년 한해 동안 

유방암 항암치료 수술 방사선치료를 받았던 후배 박경희와 함께 쓴 글을 모아

2010년 6월에 출간한 책입니다. 



책을 쓰기로 결심했던 시점에는 

내과 의국 후배인 경희가 병에 굴하지 않고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하였지만 

정작 책을 쓰는 과정에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경희와 비슷하게 유방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위한 교육용자료로 쓰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시간을 거치며 

종양내과를 평생 전공으로 하겠다고 결심했던 나도

유방암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 임상조교수가 되고 나서 제일 처음 한 일이 

이 블로그를 만든 것이었습니다. 



환자들은 언제나 의사의 설명에 목말라 하는데 

의사인 나는 늘 비슷한 설명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환자들에게 체계적인 설명을 하고 정보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진료실에서 부족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적절한 공간으로 블로그를 떠올렸습니다. 

젊은 여자 환자들이 대다수인 유방암 환자들에게 썩 괜찮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실재로 썩 괜찮은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환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실재로 친해지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난 3년 동안 

참으로 열심히 블로그에 글을 써 왔습니다.

그렇게 글을 쓸 시간에 논문을 썼으면 얼마나 더 썼을텐데 안타까와 하시는 교수님도 있었고 

환자들과 너무 밀접하게 지내면 감정적으로 더 힘드니까 거리를 유지하는게 좋다고 충고해 주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다 맞는 말씀이지만,

사실 저는 블로그에 글을 쓰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환자들을 위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은 하나도 아깝지 않고 힘들지도 않지요. 

그래서 전 새벽 1시 2시에 하루 일과를 마치고 블로그에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2월까지 근무를 마치고 저는 병원을 떠났습니다. 

가운을 벗고 사회를 만난 나는 

다시 애송이가 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렸을 적 방학이 되어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가면  

엄마한테 잔소리 안듣고 마음껏 놀 수 있다며 엄청 좋아라하지만 

뉘엇뉘엇 저녁해가 질 무렵이면 

마음이 울먹울먹 엄마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나도 저녁이 되면 환자들 생각이 나서 마음이 울먹울먹 했습니다. 



내 삶의 모든 중심축에는 환자가 있었는데 

그 축이 변한 지금의 나를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답을 내리는데 자신이 없어 

블로그에 아무것도 적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끔 환자들에게 문자가 와도

답장을 잘 못합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아무 말도 하기 싫었습니다.

아무 글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무 의욕도 없었습니다. 



아주 서툴게 

블로그 스킨을 바꿔봅니다. 

영 볼품이 없습니다. 

제목도 '한쪽 가슴으로 사랑하기'에서 'MOVE ON'으로 바꿔봤습니다. 

타이틀 디자인이 영 별로라 동생에게 하나 예쁘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할 참입니다. 


MOVE ON 

여러가지 뜻이 가능하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MOVE ON 은 

문제가 좀 있지만 그냥 가는 것입니다. 해결하는 것이죠. 인생은 그렇게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자 어서 달려라 

그런 의미의 MOVE ON 입니다.

나의 과거가 완벽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묻어버릴만큼 잘못한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나의 과거를 다 부정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는 털어버리고 어느 정도는 껴안고 나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싶습니다. 



예전에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항상 나의 환자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썼는데

이제 난 누구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게 될까요? 

천천히

조심스럽게 고민하면서

나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해 봅니다. 




오늘은

나름으로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시작했다는 것에 스스로를 칭찬해주려고 합니다.



이정원 선생님, 감사합니다. 




 











  


  • 2014.05.07 00:52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07 03:25 신고

    네 아직 겨울잠이 완전히 깬것 같지는 않습니다.
    기다려주셨다니 감사합니다.

  • BlogIcon 권정순 2014.05.07 08:15 신고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며칠전부터 선생님 글이 궁금했는데 이렇게 나타나시네요^^
    소소한 일상으로 만남도 기쁨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08 06:56 신고

      오랫만에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나요?

  • 2014.05.07 13:17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08 06:57 신고

      오!
      걱정 마세요. 괜찮을 거에요.
      다리는 괜찮죠?
      아~~~ 선물로 주신 커피 얻어먹던 시절 좋았는데...
      복귀는 잘 모르겠어요. ㅠㅠ
      계속 날씬하고 예쁘고 건강하게 잘지내세요. 화이팅~!

  • BlogIcon 윤경아 2014.05.08 13:43 신고

    꺄~~~~~~~~~~~~~~~~
    저의 격하게 선생님을 반기는 외침이 들리시나요~? ㅎㅎ 샘 환자 세 명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등산인지...산책인지... 모를 운동을 하며 얼마나 샘을 그리워했는지 모릅니다. 자랑해야 하는데... 잘하고 있다고 칭찬받아야 하는데....그런 생각도 들고... 샘은 건강하게...무탈하게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넘넘 반가워요. 선생님~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1 02:04 신고

      이제 모든 것이 끝났겠군요. 수술 결과가 궁금하네요. 잘 지내시죠?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BlogIcon 사브리나 2014.05.08 14:52 신고

    선생님~위에 윤경아언니랑 산책? 하는 사람입니다 선생님 블로그 귀환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어요 선생님 보고싶어요. 병원갈적마다 간호님들한테 선생님 안부를 물었답니다. 보고싶어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1 02:04 신고

      진심 감사합니다. 계속 산책하세요!

  • 김정선 2014.05.09 10:47 신고

    선생님 잘 지내시죠? 어제 정기검사 결과 보고 왔는데 다 괜찮은데 당뇨가 조금 문제네요..ㅎㅎ 어제 다음 정기검사 예약하고 왔는데 다리CT 1년에 한번씩 찍어보자고 하셨자나요...어제 확인해 보니까 선생님이 안해도 된다고 메모 남겨 두셨다는데...일단 1년에 한번씩 찍어보자고 해서 예약은 하고 왔는데 어떻게 할까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1 02:06 신고

      사실 정답은 없답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으시면 안 찍으셔도 될 것 같아요. 걱정되면 한번만 더 찍어보시구요. 꼭 운동 열심히 하세요. 당뇨도 운동열심히 하면 초기에 퇴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운동을 6개월 이상 열심히 했는데도 당이 떨어지지 않으면 두려워하지 말고 약 드세요. 약을 잘 먹어서 정상 혈당을 유지하면 걱정할 것 없습니다. 괜히 당에 좋다며 판매하는 이상한 건강보조식품만은 드시지 마시구요. 안 그런 분이라는 거 알지만 노파심에서 말씀드립니다.

    2. 김정선 2014.05.23 11:34 신고

      네에 잘 알겠습니다. 샘이 하라는 데로 잘 하겠습니다...더운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구요 오늘 하루도 화이팅!!!

  • BlogIcon 이희란 2014.05.09 11:04 신고

    선생님~ 넘 반가워요.
    그저께 14차 하고 왔네요.
    새병원에 선생님이 안계셔서 서운했지만
    어디서든 저희를 생각하시고 건강하게
    지내실거라 생각합니다.
    참 저 주치의 선생님 김건민선생님이에요.
    제가 바꾼건 아니고 손주혁교수님께서
    그렇게 하셨네요.
    항상 주님이 함께하시길 기도할께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1 02:07 신고

      제가 좋아하는 이희란님, 안부 주셔서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제가 특별히 아주아주 좋아했었습니다. 아시죠? 상의하고 싶은 일 있으면 연락주세요. 치료 잘 받으시구요. 김건민 선생님도 좋아요. ㅎㅎ

    2. BlogIcon 이희란 2014.05.22 12:14 신고

      이렇게 블러그로 다시 샘 만나니 넘 좋아요. 샘의 넘버2(? 어떤기준인지 ㅎㅎ) 요즘 좋은 날씨 뒷산 공원에서 만끽하고 있답니다. 샘도 하루하루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달콤한 우주 2014.05.09 20:20 신고

    안녕하세요~(^^)*
    가끔씩 즐겨찾기에 올려놓은 선생님의 블로그를 눌러보며
    많이 궁금해 했습니다.
    돌아오셨다고 하기엔 좀 표현이 그렇죠??
    여하튼 반가운 맘이 큽니다~~~

    조그만 사랑 노래ㅣ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1 02:07 신고

      좋은 시 선물로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가슴이 싸 하네요. 왠지....

  • 유선미 2014.05.12 09:05 신고

    선생님 반갑습니다. 즐겨찾기를 눌러볼 때마다 새로운 글이 없어 뭘 하시나 궁금했는데 새로 쓰신 글을 읽으니 반갑네요.
    전공은 다르지만 같은 의사로, 환자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이는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저도 0기이지만 유방암을 가진 사람으로, 선생님의 환자들은 참 좋았겠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습니다. 의사-환자 관계가 좀 중독적이지요. 의사가 해주는 것도 있겠지만 환자들에게 많이 배우고 많은 것을 받습니다. 그래서 연수 가서 환자를 안 보고 있다가 돌아올 때 내 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던 생각이 납니다. 하지만 의사이기 이전에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는 많은 가족들과 주변의 가까운 분을 생각하시고 있는 자리에서 즐겁게 계속 Move on 하시기 바랍니다. 무얼 하시든 잘 지내시리라 믿습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1 02:09 신고

      암이라는 병을 진단받고 느끼는 불안이나 힘든 것들은 병기에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잘 이겨내신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리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잘 지내보려고 합니다. 당장 내 눈앞에 환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의사로 살아갈 수 있는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 2014.05.12 16:34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1 02:10 신고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 병때문에 많이 힘드실 것 같습니다. 제가 더 이상 직접적인 도움을 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저도 김인순님을 위해 마음을 다해 기도하겠습니다. 잘 치료받으세요. 꿋꿋하게. 잘 이겨내세요.

  • 2014.05.21 10:12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4 10:48 신고

      다이아벡스는 좋은 약이에요. 혈당은 많이 안 떨어지지만,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죠. 심지어 미세암세포도 무찌르는 힘이 있다는 이론도 있습니다. 그러니 잘 드시구요. 당화혈색소가 6.0 이하로 낮아지게 만드세요. 지금 자체는 높은 것이라 말할 수 없으나, 나이를 먹으면 조금씩 조금씩 증가하니까 힘 좋을 때 조금이라도 더 운동해서 안 올라가게 해야 합니다. 당화혈색소는 최근 3개월간 혈당이 얼마나 잘 조절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입니다. 부부싸움 하면 혈당 조절 안되니까 좋게 좋게 잘 삽시다.

  • BlogIcon 주수경 2014.05.21 12:00 신고

    선생님! 블로그 새 이름 move on 넘 넘 마음에 들어요. 오늘 아침에 계속 묵상하게 되네요....그래... 계속 가자! 여기서 멈출순 없지... 포기하지 않을테야... 여기 저기서 재발했단 소리 들리고.. 아프다는 소리 들려 불안하지만..... 내 이 잘못된 식습관... 생활 습관 .. 여전히 잘 안고쳐져 ... 나도 재발하는거 아닐까 은근..몹시... 불안하지만....
    오늘 힘이 나네요!!
    여자로서 가슴 한쪽 잘라내고 어엄청 ㅠㅠ 심난할때... 한쪽 가슴으로도 사랑할수 있다는 용기를 주신 샘!!
    오늘도 불안하지만... 은근 자신 없어질때도 많지만... 달려갑니다!! 계속 갑니다..
    나에게 주어진 이길을......
    http://music.bugs.co.kr/track/371170
    벅스에서 이런 노래도 찾았어요 ^^
    Abba 의 move on~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4 10:46 신고

      와우 좋은 노래까지
      감사합니다.
      그런데요
      불안해 하지 마세요.
      그냥 오늘을 삽시다.
      아무 걱정없이 수학여행 가다가도 그냥 죽는 나라에 살고 있잖아요.
      걱정하지 맙시다.

  • 2014.05.24 08:32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4 10:45 신고

      와우!
      곧 결혼할 때가 되었네요
      카톡 아직 안왔어요.
      가고 싶어요.

  • BlogIcon 박영현 2014.07.04 00:50 신고

    내가아프면 꼭선생님께가야겠다했는데 오랜만에왔더니 이게 왠 날벼락인가요? 아는언니의 딸이 너무아픕니다. 번뜩 선생님이 생각났는데 찾아가라고말할수가없게됐네요. 하지만 건강하세요. 여기들러 많은 힘을얻게되는 보호자들을 위해서입니다.

  • 2014.07.14 00:39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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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2 - Transition 2014-2015/가운을 벗고 사회로 나오다 0.5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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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갑오년.


120년전 1894년은 갑오농민전쟁으로 시작하였다.


이어서 조선을 차지하겠다는 일본과 중국의 청일전쟁이 우리 땅에서 벌어졌다. 어이없는 전쟁.


왜 남의 나라 이권 다툼을 왜 우리땅에서 하도록 놔둔 것인가?


그리고 갑오개혁.


120년전 갑오년은 역사의 격변기. 그리고 비극의 근현대사의 발원지가 되었다. 


사람마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 대해 다른 코드로 읽고 해석한다. 그것이 오늘의 우리.


오늘 시작한 갑오년은 어떤 한해가 될까?

 

 

전봉준

 

황동규

 

1

손금 접어두고 눈 오는 남루


寒天 법도 없고 겁도 없는 논


땅 위에 깔리는 허연 눈가루


마음에 짓밟는 형제의 손.


 

2

눈떠라 눈떠라 참담한 시대가 온다.


동편도 서편도 치닫는 바람


먼저 떠난 자 혼자 죽는 바라


同列 흐느낄 때 만나는 사람.


 

눈떠라 눈떠라 참담한 시대가 온다


그의 눈에는 식민지 조선의 참담한 미래가 보였나보다.

 

120년전 갑오년은 어둠의 시대였으며


이때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던 사람들은 죽음으로써 삶을 마감하였다.


갑오농민전쟁,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순간이다.

 

 

서울로 가는 전봉준

 

                                                     안도현

 

눈 내리는 만경 들 건너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 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봉준이

풀잎들이 북향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


그 누가 알기나 하리

처음에는 우리 모두 이름 없는 들꽃이었더니

들꽃 중에서도 저 하늘 보기 두려워

그늘 깊은 땅속에서 젖은 발 내리고 싶어하던

잔뿌리였더니


그대 떠나기 전에 우리는

목쉰 그대의 칼집도 찾아주지 못하고

조선 호랑이처럼 모여 울어주지도 못하였네

그보다도 더운 국밥 한 그릇 말아주지 못하였네

못다 한 그 사랑 원망이라도 하듯

속절없이 눈발은 그치지 않고

한 자 세 치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려오나니


그 누가 알기나 하리

겨울이라 꽁꽁 숨어 우는 우리나라 풀뿌리들이

입춘 경칩 지나 수군거리며 봄바람 찾아오면

수천 개의 푸른 기상나팔을 불어제낄 것을

지금은 손발 묶인 저 얼음장 강줄기가

옥빛 대님을 홀연 풀어헤치고

서해로 출렁거리며 쳐들어갈 것을


우리 성상(聖上) 계옵신 곳 가까이 가서

녹두알 같은 눈물 흘리며 한 목숨 타오르겠네

봉준이 이사람아

그대 갈 때 누군가 찍은 한 장 사진 속에서

기억하라고 타는 눈빛으로 건네던 말

오늘 나는 알겠네


들꽃들아

그날이 오면 닭 울 때

흰 무명띠 머리에 두르고 동진강 어귀에 모여

척왜척화 척왜척화 물결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슬픈 시다.


서울로 압송되어 가는 전봉준을 보며 이름없는 들꽃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같이 억울하고 같이 싸워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풀뿌리들이


전봉준의 마지막 타는 눈빛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내가 외면해도


세상은 변하고 있다.


내가 그리도 무관심하려고 보려고 했던 거대 권력들은


개인 삶의 심층적인 곳까지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지금은 120년전보다 나은 갑오년일까?


이제


내가 최선을 다한다고


좋은 세상이 되는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아는 나이가 되었다.


 

오늘 하루는


를 넘어서


우리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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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06 11:12

    비밀댓글입니다

  • 2014.03.11 21:57 신고

    우리를 위한 시간 되시나요?
    진짜 어찌 지내시는지 궁금해요

  • 달콤한 우주 2014.04.01 14:58 신고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가끔씩 안부를 묻는 사이처럼
    소식이 없으면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리워 하기도 합니다.
    울 이쁜쌤은 어디 가셨나요?

    봄꽃도 사방에 피어 제 소식을 알리는데
    꽃보다 더 이쁜쌤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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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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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해 살지만

그리고 지금 내가 그렇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조건에 처해 있다는게 다행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허탈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외롭고 고독하다. 

나?

아니 우리 모두!


우리 마음 속에는

내가 절대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느끼기 보다는

남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더 느끼는 것 같다.

내가 지금 비록 상황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누구보다는 나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기 쉽상이다.

그래서 때론 남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을 해버리게 된다. 

무의식중에 내 뱉은 나의 한마디 말로 그 누군가는 엄청나게 상처를 받는다. 

난 그런 실수를 저지르고 산다. 



지금 나에게 입원해 있는 환자들 중 대부분이

호스피스 환자이다. 

의사로서 의학적인 도움을 주기 어려운 상태이다. 증상 조절만 하고 있다.

환자를 퇴원시키거나 전원하는 것이 너무 어렵고 힘들다. 



 

제일 가슴아픈 건 

착한 S.

나는 이제 환자 이름을 부른다. 

누구야, 오늘은 좀 어때? 잠 잘 잤어? 

처음에는 S 씨 혹은 S 환자 그렇게 불렀는데

이제 동생같이 그냥 이름을 부른다. 

환자의 이름을 부르고 반말을 하는 건 처음이다.


아무것도 못 먹는 S.

세달째 콧줄을 끼우고 있다. 

객관적으로 항암치료를 할 컨디션이 아닌데 목숨걸고 항암치료를 해보기로 했다. 

병 진단받고 항암치료를 한번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계속 나빠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죽기만을 기다리기엔 너무 억울했다. 

제 용량도 아닌 weekly cisplatin. 

3주 동안 세번 항암치료를 했다. 첫 항암치료를 하던 주에 S는 너무 힘들어 했다.

마음 속으로 엄청 후회하고 반성했다. 괜히 치료했구나. 내 욕심이다. 그렇게.

그런데 기적처럼 복부팽만감이 좋아졌다. 퉁퉁 부은 배와 다리의 붓기가 빠졌다. 부어서 팽팽하던 살이 이제 말랑말랑해졌다. 

그렇지만 거기까지. 

합병증이 생겨서 더 이상 항암치료를 스케줄 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열이 나고 뱃속이 엉망이라 항생제를 쓰고 있었는데 항생제 때문인지 혈소판 감소증이 생겼다. 

그래서 가능성있는 약을 다 끊고 바꾸고 그렇게 몇일을 버텼다. 

다행히 혈소판 수치가 회복되었다.

암성 열인지 염증성 열인지 확실하지 않은 열이 계속 난다.

세번의 항암치료를 하고 시간이 꽤 지났지만 점점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 아무래도 항암치료를 하고 나니 기운이 더 빠지는 것 같다. 못 먹은지 세달째. 뼈만 앙상한 S.


항암제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계속 진행하기에 부담이 된다. 

객관적으로 항암치료를 하면 안되는 상황인데 내가 욕심을 낸 것이지. 

엄마도 

나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엄마도 내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시지만 어떤 결정도 못 내리신다.


S랑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솔직하게 내 심정을, 내 판단을 얘기했다.

그리고 너의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다.

아무 말도 못한다.

내가 생각해도 환자가 대답하고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S야.

난 이제 항암치료 하고 싶지 않다.

아마 항암치료를 조금만 했는데도 반응이 꽤 좋았던 걸 보면

항암치료 하면 더 좋아질 거 같기는 해.

그런데 지금 뱃속의 병 상태가 많이 나빠서 

아주 많이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조금 좋아지려고 많이 힘든 치료는 하고 싶지 않구나.

더 이상 항암치료를 안하겠다는 나의 결정을 받아들이는게

너로서 굉장히 힘든 일일거 같다.

인생 포기하는 것 같고...

그래서 나도 말하기 어려웠다.


근데 S야. 

그래도 그만 하자. 

남은 내 인생의 시간이 항암치료하면서 점점 더 힘든 시간으로 채워지게 될 것 같다. 

어제 진통제를 많이 올렸더니 안 아프고 괜찮지?

지금은 그냥 기운만 좀 없지 그럭저럭 괜찮잖아?

그러니까 이대로 있자. 

항암치료 하면 이만한 컨디션도 유지하기 어려울지 몰라. 까딱 잘못해서 폐렴오고 요로감염오고 그러면 순식간에 컨디션이 나빠지고 어쩌면 죽을지도 몰라. 난 그게 더 무섭고 싫다. 


S는 내 결정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우울해 했다. 엄마 몰래 우는 것 같았다. 눈가가 촉촉히 젖어있다. 


잘 잤니?



더 아픈데 없어?



마음 않좋아?


...


엄마한테 얘기 들었어. 

항암치료 안하면 다른 병원 가야하냐고 그랬다며?

다른 병원 안 가도 되.

항암치료 안 해도 되니까 그냥 여기 있자.

그러니까 안심하고 편안하게 잘 지내라. 알았지?



매일

회진 돌면서

S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힘들게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아픈 환자도 있는데

나는 건강하니까 다행이지

어찌 그런 마음을 먹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도 S를 보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

삶의 불공평하다,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 나는 왜 고통스러운가, 그런 마음을 가질수가 없다.

S를 보면 난 그냥 잠자코 있어야 한다. 내 마음 속에서 널뛰는 온갖 종류의 아픈 감정들을 잠재워야 한다. 



오늘은 S 얼굴이 좀 편안해 보였다. 

그냥 있으라고 하니까 마음이 놓였나 보다. 


S야, 좀 괜찮아?

오늘은 좀 편안해 보이네.


선생님 괜찮아요.

안 아프고 좋아요. 


S와 엄마가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인생은

오늘 하루가

선물이다.


S에게는 이렇게 보내는 하루하루가 선물이다. 

선물같은 하루를 살 수 있도록 완화의료팀이 도와주고 있다. 


나도 하루를 선물로 받아들이고 살기로 한다. 

2013년은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삶과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더 노력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 오상필 2013.12.31 22:51 신고

    교수님 감성이 풍부하신 소녀같으신 분 같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분이시군요, 전 4년반동안 직장을 두번이나 그만두고 집사람 치료를 위하여 매달리고 있는중이며, 서울 강남 세브란스를 비롯하여 부산의 대학병원3군데를 다녀봤지요. 모든의료진들이 교수님같으면 좋겠습니다. 제 욕심일런지는 모르겠지만요....

  • 김현주 2014.01.01 02:25 신고

    교수님
    2014년 새 해는 원하시는 모든것이 이뤄지고
    기쁨으로 살아가는 날들 되시길 기도합니다

  • 워니아빠 2014.01.06 13:52 신고

    2013년 12월 10일
    제 아내가 떠난 날입니다.
    뇌전이되었을때, 고칼슘혈증 왔을때 제글에 답해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이젠 글남길 일이 없게 되었네요.
    아픈 사람들만큼 불쌍한 사람이 없어요. 많은 힘이 되시길 그리고 선생님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 2014.01.21 20:28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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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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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전이성 유방암으로 꽤 오래 치료를 받으셨다.

좋아지고 나빠지기를 반복하니

때론 우울해하고 슬퍼하고 의기소침해 지기도 했지만 

매번 꿋꿋히 힘을 내서 다시 치료 받는 분이다.

남편과 아들의 돌봄도 극진하여 내심 내가 참으로 존경하는 가족이기도 했다. 

의사입장에서

마음이 가는 환자였다. 



늘 남편 혹은 아들이 환자 진료에 함께 오셨는데

최근 언제부터인가 남편이 오지 않는다.


남편분은 요즘 바쁘신가봐요?

최근 들어 병원에 못 오시는거 같네요.


남편이

백혈병 진단을 받았어요.

지금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어요. 


그 다음은 환자가 말을 잇지 못한다. 

환자가 울먹이니 더 이상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남편 분 상태는 어떠세요? 

담당 선생님은 만나 보셨나요?


내가 물어놓고도 미안하다.

지금 내 환자가 그럴 형편은 못되기 때문이다. 

지금 환자도 여러 모로 치료가 잘 안되고 몸도 힘든 형편이라 

병원에서 남편 간호하며 곁에서 지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도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

회사를 자주 비우기가 어렵다.

아버지 주치의 회진 시간을 맞춰서 병원을 나오기가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병원 출입을 하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일하기에 자유로운 부서가 좋은데

요즘 부서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중이지만 

신참이라 눈치도 많이 보이고 

인수인계도 오래 걸리고 있다고 한다.

여러모로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아직은 병원에 드나들 정도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한다.



환자 남편의 차트를 보니

급성백혈병으로 첫번째 항암치료를 시작한지 2주가 막 지난 상태이다.



환자와 아들은 

백혈병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하는 거랑은 아주 다른 거라고 말씀드렸다.


유방암 치료는 외래에서 항암치료 하고 특별한 일 없으면 입원도 잘 하지 않는데

백혈병 항암치료는 일단 치료 초기 병원 재원일수가 길고 피검사도 많이 하고 골수검사도 자주 하고 퇴원도 쉽게 할 수 없는 병이라 지금 계속 입원해 계시는 거라고 설명드렸다. 


유방암 이해하기도 힘든데

이들은 또 백혈병에 대해, 그리고 백혈병 치료과정에 대해 이해해야만 했다. 



아직 환자의 치료과정과 예후에 대해 주치의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선생님을 자주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환자는 최근 약을 바꿔서 항암치료를 시작했는데

독성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여러 증상이 많다.

특히 우울감이 심하다.

이런 분이 아니었는데... 더 독한 항암제를 맞고도 늘 긍정적이고 잘 이겨내는 분이었는데...

이번 치료 과정에는 합병증과 독성이 많이 나타난다.

당연하다.


우울감이 심해서 정신과 진료를 권유했지만 

환자는 지금 다른 여러과를 다니기에 신체적, 심리적으로 부담이 된다며 협진을 보고 싶지 않다고 하신다. 병원에 한 번 오기가 힘들다고 한다. 혼자 거동하는 것이 힘들어 아들이 데려다 줘야 하는데 그러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어설프게 내가 약을 드리고 오늘 2주만에 오시게 했는데 효과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우울하고 힘든 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다만 오늘 외래에서 환자는 지난주처럼 우느라 대답을 못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약을 적절히 바꿔주는게 좋을 것 같은데, 환자가 지금 그럴 여력이 없다며 정신과에 안 가신다.  



환자는

내 병이 나빠지고

치료가 잘 안된다고 해도

이렇게 속상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남편의 병이 무엇인지

특정 염색체 이상이 발견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골수검사를 반복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남편은 퇴원하지 못하고 왜 계속 병원에 있는지 

왜 그렇게 항생제를 많이 쓰고 피검사를 많이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고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상태라는 점이 가장 힘들고 우울하다고 했다. 

나 때문에 평생 애쓴 남편을 위해 당신이 할 일이 없다는 것이 정말 미안하고 슬프다고 했다. 

내가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편 환자의 주치의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  

이 가족의 형편, 내 환자도 지금 치료가 잘 안되고 있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라서 부인과 아들이 아버지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을 전하고 부탁을 드리는 것 정도이다. 

담당 선생님께 메일을 보냈다. 




환자 중에

자신이 치료받다가

배우자가 암에 걸려 

함께 치료받는 부부들이 꽤 있다.

같이 식이조절도 하고 같이 운동도 하고 

치료 과정 중에 서로 챙겨주면서 병을 이겨나가기 위해 함께 애쓰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강력한 치료 동맹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디 우리 환자 남편분의 골수가 깨끗해지고 퇴원하실 수 있기를 기도한다. 

우리 환자의 이번 치료도 효과가 좋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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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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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사이

국시를 앞둔 몇몇 4학년 학생들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어쩐 일인지

나는 강의실 수업으로 종양학이나 유방암에 대해 수업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가끔 실습을 나온 학생들에게는 종양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암환자를 진료하는 것의 학문적인 측면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었지만

강의실에서 주로 수업을 듣는 1,2학년 학생들에게는

임상의학 입문으로 나쁜 소식 전하기, 의사와 환자의 관계, 선택수업으로 있는 호스피스 수업에서 말기암환자에게 항암치료를 하는 것의 의미, Women in Medicine 수업에서 여자의사로 일한다는 것 등의 (소위 마이너) 분야로 수업을 주로 했던 것 같다.

 

주제가 그래서 그런지,

슬라이드를 많이 만들어서 많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 보다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고 단답식이라도 답을 들어보고 롤 플레이도 해보고

환자의 실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그리고 솔직하게 수업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수업을 하면서 신이 난다.

자신하건대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학생들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슬라이드를 많이 만들지 않으니 쳐다볼 슬라이드가 없어서 졸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수업이 끝나면

자체적으로 피드백을 받아본다.

 

가장 놀라웠던 반응은

학생들이

실재 임상상황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환자 및 가족들과 면담을 하면서,

의사가 겪는 수많은 갈등과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는지 알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의대생들은 기본적으로 동기부여가 아주 잘 되어 있고, 습관적으로 성실하며, 아주 열심히 공부한다.

 

뭐든지 열심히 하지만

가끔은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은 순간이 많을 것이다.

학생들은 그 답을 찾지 못해도 열심히 공부한다.

그런 학생들이 '왜'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하였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는지를 느끼게 되었다는 의견이 많아서

내심 뿌듯했다.

 

수업을 하고 나면

내가 실재로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학생들은 나를 통해 환자를 열심히 보는 의사가 되어야 겠다고 결심하기도 하는 것 같았다. 

지금 당장 뭔가를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나도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결심하는 메일을 보내는 학생들이 있었다.

 

 

국시를 준비하는 4학년 학생이 오늘 나에게 보낸 메일은

그 무엇보다 나에게 값진 선물이다.

 

교수님의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은 저에게 그리고 제 주위의 많은 학생에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계속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때 교수님께서 하셨던 말씀들과 표정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런 가르침을 받을 수 있어서 우리 학교가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직접 찾아뵙고 감사 전해드렸어어 하는데.. 얼굴도 안보이는 인터넷 상으로나마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서글프게도 선뜻 마음 전하기 힘든 곳이 병원인것 같습니다.

병원을 떠난다는 소식에 '아이고 우리 환자들 어떡해...' 이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교수님은 그런 의사선생님 이십니다. 저의 꿈은 좋은 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 집중하다보면 꿈은 점점 작아만 집니다. 그때마다 다시 꿈꿀 수 있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끝까지 열심히 해서 부끄럽지 않은 의사가 되겠습니다. 교수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어디에서든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라는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리고 부끄럽다.

 

4학년이면

임상실습을 통해 병원의 분위기를 어렴풋이 알게 된 때.

당장 내년부터 인턴으로 일 할 생각에 설레임과 두려움의 양가감정이 있는 시기.

그들은 나의 수업을 듣고 나의 블로그를 통해 환자를 보는 진료현장에서 어떤 갈등이 초래되고 있는지, 왜 개인이 최선을 다해도 좋은 의사가 되기가 어려운지, 나의 의지와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법과 제도와 시스템의 존재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의기양양 의대생이 되었지만

한 해 두 해 시간이 가고

병원 실습을 통해 레지던트 펠로우 교수들의 삶을 보고

생각만큼 환자들로부터,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의사의 사회적 지위와 현실을 접하며

충격을 받고 실망한다.

그런 그들이

냉소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이기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겸허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려움이 많으니 더 노력해야 겠다고 결심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의사, 뛰어한 의학자로 성장할 수도 있다.

 

그래서

교육은 중요하다.

 

내 논문 하나를 publish 하는 것 보다

선생이라는 지위에서

학생들에게 올바른 가르침을 주고 더 많이 고민하게 하고 또 함께 고민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

그들은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이므로

그들에게는 나의 한계와 과오를 넘어서

더 능력있는 의사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선생'이 필요하다.

그게 우리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투자이다.

 

우리 학교는 내년 본과 1학년 학생부터 A,B,C,D 와 같이 등급을 매기지 않고

Pass or Fail 로 평가시스템을 바꾼다고 한다.

전체 120명의 학생을 30명의 단위로 묶어 각각 책임지도교수가 있고

그들을 보다 가깝고 밀접하게 지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 담당교수가 얼마나 교육에 전념하고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형편이 될지 모르겠다.

나는 학생 교육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담당 교수를 한번 해보고도 싶지만

임상으로서 지금까지 했던 일을 모두 다 하면서

학생들까지 담당하라고 한다면 제대로 못할 것 같다.

 

학생들은 새로운 평가 제도 하에서 적절한 능력을 함양하고 성적에 얽매이기 보다는 더 넓은 관점으로 의학과 의료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뭔가를 더 시도하고 도전해야 할 것이다. 책상 앞에서 족보만 파서 좋은 점수를 얻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좋은 평가를 위해 화려한 스펙을 쌓기 보다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전초전으로

많은 것을 경험하고 고민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병원에서는

그렇게 대학에서 배출된 학생들, 모든 과목을 pass 하고 온, 외관상 다 똑같은 학생들을 어떻게 평가하여 임상과 전공의로 선발하고 이후 연계된 교육을 할지에 대해 미리 고민해야 한다. 우리 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다른 학교의 학생이 대학 성적표를 가지고 올텐데 어떻게 객관적으로 우리 학교 학생들과 평가할 것인지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학생 때의 경험과 고민이 이어지고 전공의 수련 기간동안 그 노력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연계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의과대학 교육 커리큘럼의 개혁만으로는 좋은 의사 만들기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없다.

전공의 숫자를 줄이고 있고 병원 인건비를 축소하기 위해 펠로우 숫자도 줄이고 새로운 교원을 뽑는 것이 점점 어려워 지고 있는 마당에

그들의 교육을 누가 어떻게 담당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의과대학 교수이기도 하고 병원에서 임상진료를 담당하는 의사이기도 한 사람들은 그런 부분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학생들에게 좋은 멘토가 되기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어차피 일정 기준을 갖춘 학생들일테니 그놈이 그놈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유일하게 객관적으로 평가 가능한 국시성적에 초점을 맞추어 성적대로 사람을 뽑아버리는 무성의한 정책을 선택하면 안될 것이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는 총파업을 했었다.

그것으로 무엇을 얼만큼 얻었을까?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과정이 어떠하든...

 

14년만에 또 다시 의료계가 파업을 하겠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만큼 의료계가 절박하고 어려운 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또 다시 국민의 신뢰를 잃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파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그러나 개원가와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다르다. 대학병원도 빅5 이냐 아니냐에 따라 다르다.

의사들의 이해관계가 달라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큰 임팩트를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부는 파업을 해도 의사들만 욕먹고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별로 괘념치 않을 것이다.

 

 

그 누구도

지금 의대 교육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학생 교육은 핵심이 되지 못한다.

그들이 곧 우리의 후배가 되어 의사가 될텐데 말이다.

학생 교육에 있어서는 개원가보다는 대학병원의 책임이 크다.

지금 대학병원은

병원 생존을 위해

정부가 제시한 약간의 유리한 조건을 이용하여 

부가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장례식장을 어떻게 키우고 화장품 회사와 어떻게 조인할 것인지 고민할 것이다.

 

그런 미래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인지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나도 할 말이 없다.

대학병원에서 선생으로 일했던 사람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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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nior staff 2013.12.30 08:51 신고

    선생님... 댓글은 처음 남기지만 오래전 청년의사에 글 남기던 시점부터 선생님 글을 매우 좋아하는 후배의사입니다.(의대학번은 제가 높겠으나...) 의대교수의 덕목은 CARE(clinic, assignments, research, education)라고 생각하는데 병원에선 clinic, 학교에선 research, 선배의사들은 assignment(잡일 또는 보직)에 대한 과도한 압력을 받고있지만 학생과 전공의 교육만큼은 매일 조금씩 시간내서 확보하려고 노력중인 젊은 의사입니다.
    Big5가 아니다보니 저희 과의 staff은 모두 다섯인데, 정교수 2분, 부교수 2분, 조교수인 저 하나, 이렇게 임상조교수나 fellow없이 몇 년 버티다보니 학교에서 요구하는 논문실적까지 채우려면 fellow4년을 포함하여 몇년째 평일에는 밤12시 전에 집에 거의 들어가지 못하는 삶을 살고있고,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러더라도 선생님 글처럼 제 현실보단 의대교육의 문제가 더 심각하게 생각되는 의사 중 한 명입니다.
    이러한 글이 무언가 의사사회에 적게나마 파장을 일으킬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누구도 아닌 나역시 언젠가 그에대한 책임을 져야할 의대교수이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facebook 공유도 하였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30 13:21 신고

      파장은요... 그런거 기대 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저도 이제 더 이상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말할 수 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좀 비겁하죠. 있을 때 잘해야하는건데 ㅠㅠ
      제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대안도 없고 갑갑하고 나는 너무 지치고 그런 상황 아닐까요?
      특별한 일이 없어도 12시 전에 집에 들어간 적이 없는 생활...
      그래도 욕심이 있으면, 꿈이 있으면, 악착같이 하고 살 수 있는데
      과연 그럴만큼 꿈과 욕심이 뭘까 생각해 보면 인생이 참 아스라 해집니다.
      저도 그만두게 되었지만
      나가는 그 날까지는 이렇게 바쁜 생활을 할 것입니다. 이것저것 너무너무 일이 많으니까요.
      아무도 모르죠.
      도대체 왜 저렇게 사는지...
      그러니까
      순간순간 삶의 exit를 찾으시고
      꼭 행복하게 사세요.
      저도 행복하게 살라구요. 하고 싶은거 하면서 밤 새면서 행복한 일을 찾아...

  • 근영아빠 2013.12.31 02:13 신고

    답장도 남겨주셨네요.
    1. 뭐 몇몇 사람들 마음의 파장도 중요하니까요... 지금까지 잘 해오셨습니다. 선생님처럼도 못하는 의사들이 대부분이니까요... 학생수업에 일차의료에 정작 필요한 내용이 아닌 전문의 수준의 학회 강의록들 짜집기해서 만든 엄청난 양의 강의슬라이드를 모두 중요하다 강조하는 교수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학생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것들 하나하나 정성들여 만들어서 하는 강의가 진짜이지요.
    2. 저는 적어도 경제적인 욕심, 쉬고싶은 욕심 정도는 크지 않아서 학교에 남을 수 있었습니다. 학교를 떠나면 결코 할 수 없는 것들... 내 양심대로의 진료만 해도 논문실적이 모자라거나 학교명예를 실추하는 일만 없으면 짤리지는 않을, 공부하고싶을 때 공부하고 논문 쓸, 국내외학회에 정기적으로 참석할 수 있고, 좀 어려운 환자 고민하면서 이런저런 검사를 통해 final decision을 할 수 있고, 전공의/학생들과 늘 가까이서 가르치며 새로움을 공유하고픈 욕심 정도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디 시골 조그마한 도시라도 대학병원이라면 그러한 걸 유지할 수 있겠단 소박한 욕심이지요.
    3. 나름 주말엔 가족들과 ventilation을 하고 살고있고, 그리 악착같은 성격은 못됩니다만 조언 감사드리고, 선생님도 늘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 펠로우 2014.01.01 00:33 신고

    이제 취직을 준비하고 있는 펠로우 2년차입니다. 교수님의 글을 읽다보니 저처럼 변화가 생기실 해 인가봅니다. 저는 제분야에서 제일 잘 아는 사람중의 하나가 되어보고자 펠로우를 결심했었는데, 조금 일찍 포기하고 나오려고 합니다. 변화를 앞둔 시점에 불안감 착잡함 후련함 해방감이 뒤섞인 연말을 맞이하고 있는데 선생님 또한 그러실것 같아요. 힘내세요.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 2014.01.05 06:10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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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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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지 몇번째

결혼한지 몇년째

몇번째 생일

몇번째 기념일

시간이 가는 것,

횟수가 지나는 것에

별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내가

블로그 천번째글을 쓰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에 대해 꽤나 의식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누군가 말해 주었다.

하루를 한결같이 살아야 하는 것 처럼

천번째가 되는 그날도 그랬으면,

그래서 특별하지 않은 오늘의 이야기를 쓰는 기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어린 충고를 해 주었다.

그 말이 정답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솔직히 긴장이 되었다.

 

천번째 쓰는 글만큼은

 

나의, 그리고 그 누군가의 심금을 울릴만큼 멋진 글로 소감을 남기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쓰는 글은

내 머리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 생활, 그리고 나라는 존재가 뒹굴고 있는 이 현실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

그러므로 내가 천번째 글을 쓰는 그날의 존재적 조건이

그 글을 결정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환자를 보지 않으면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별로 없다.

그래서 학회를 가면 나는 글을 안 쓴다. 학회장에서 느끼는 점이나 새롭게 배우게 된 지식들을 정리해서 올려보기도 했지만 영 흥이 안나고 글도 잘 써지지 않는다. 그렇게 쓰는 글은 2시간씩 낑낑거려도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블로그에 1주일 이상 글을 올리지 않는다. 글을 써야겠다는 욕망 (desire) 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그러다가도 다시 환자를 보는 순간

머리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고

그런 생각들 중의 하나를 모티브로 삼아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수첩에 단어 하나로만 적어놓아도

나는 단숨에 한바닥 글을 쓸 수 있다.

'염색' 이라는 단어 하나만 적어놓아도 그날 나에게 항암치료 후 탈모가 되었다가 다시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한 환자가 염색해도 되냐는 질문을 하며 동시에 털어놓은 그녀 삶의 이야기가 모두 다 생각난다.

 


나는 그렇게 글을 써 왔다. 매일 일을 마무리하고 밤 1 2시가 넘어도 글을 썼다. 글을 쓰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에서 한시간 정도. 나는 기승전결을 생각하지 않고, 글의 구성을 생각하지 않고 일필휘지로 글을 써내려 간다. 왜냐하면 내가 쓰는 이야기는 그냥 현실 자체였기 때문에 특별히 메이크업 할 필요가 없었다. 환자를 보며 내가 느낀 것, 내가 들은 것, 내가 생각한 것을 그대로 쓰면 되었다.

 

 

누가 시켜서, 아니면 의무감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글을 쓰고 싶다는 나의 욕망이었다. 아마도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의사로서 느끼는 삶의 불만과 응어리들을 글로 해소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쓰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었나 보다.

 

 

그래서 블로그는 의사로 살아온 내 삶의 이력서와 같은 존재이다.

 

 

누구든 내 블로그를 보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내가 드러나는 공간이었다.

나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꾸밀만한 것도

내세울만한 것도

감출 것도 없는

보통 사람이라

블로그를 통해 내가 노출되는 면이 있다 해도 별로 특별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솔직한 생각을 담을 수 있었다.

위험한 발언은 스스로 삼가하였다.

누군가를 공격하는 발언도 하지 않았다.

불특정 다수를, 막연한 누군가를, 저 멀리 존재하는 거대한 제도를 욕하기는 쉬웠다. 그래서 나는 딱 그정도만 했다. 구체적인 문제 상황을 지적하고 문제의 핵심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 발언은 나를 위험하게 할 수 있으니까. 나는 아주 안전하게 글을 쓴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블로그는 나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도구가 되고 있었다.

나는 내가 쓴 글 때문에 욕을 먹거나 비방을 당하기도 했다. 나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은 꼭 나의 블로그를 인용하였다. 그들은 내가 도덕적 우월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어떤 내용에 대해 분석하고 비판을 하는 것이 '의사로서 나는 잘 하고 있는데 너는 문제가 있는거 아니냐'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나의 글쓰기를 부정적인 뉘앙스로 받아들이고 나를 재수없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혹은 의사들끼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퍼뜨림으로써 환자를 선동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평가받는 것 또한 내 삶의 이력이 되리라.

 

 

 

904901* 

9420550*

9520551*

9820580*

982215*

201071044*

Y024520*

S******

Y019224*

Y011119*

 

이것은 내 대학시절부터의 학번 그리고 의사로 일하면서 사용했던 병원 아이디들이다.

 

94, 95학번이 나란히 있는 것은, 1994년도에 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 시험을 보고 합격했다가 나중에 이대에서 졸업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서울대 입학이 취소된 적이 있었다. 나는 이렇게 대학원을 못가게 되는 것인가 내심 절망하여 여기 저기 입사시험도 보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다가 그 이듬해에 다시 대학원 시험을 보고 합격하여 대학원 석사 학번이 2개가 되었다.

98학번이 두개인 것은 하나는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학번이고 하나는 연대의대 학번인데, 의대는 2000년에 본과로 편입했지만 같이 다니는 동기들이 98학번들이라 나도 98학번을 부여받게 되어서 같은 년도 학번이 두개가 되었다.

1990년에 처음 대학에 들어가서 2004 2월에 대학을 졸업했으니 (중간에 비는 기간도 있기는 했지만) 여러 대학을 다니고 또 오래도 다녔다. 지금도 취직을 위해, 혹은 공적인 업무를 위해 서류를 준비하려면 성적 증명서, 경력증명서를 떼는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들고, 증빙서류도 남들보다 훨씬 많다

 

이런 것들이 내 삶의 이력이다.

애초에 시작한 길을 계속 가지 못하고 돌아돌아 오늘의 여기에 이른 것처럼

나는 지금도 이 길을 계속 가지 못하고 어디론가 돌아가게 될 모양이다.

그렇게 돌아가는 길이 가까운 내 미래의 삶의 이력가 되겠지.

이러한 나의 이력이 궁극적으로 나에게 득이 될지 해가 될지는 좀 더 살아봐야 알 것 같다.

 


내가 나의 미래를 컨트롤할 수는 없지만

미래를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는 컨트롤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것에 대해

의사가 된 것에 대해

종양내과 의사로 환자를 본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기로 한다.

 


나는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나의 길에서 많이 배웠다.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삶에 대해, 사람에 대해, 사회에 대해, 정의와 도덕에 대해 배웠다.

내가 그 누구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인생에서 나의 중심을 잡고 당당하게 설 수 있게 도와준 것이 사회학이었다.

연대에서 의학에 입문하여 좋은 선생님들, 그리고 선배님들께 많이 배웠다. 내가 그만한 선배, 선생이 되지 못해 부끄러울 뿐이다. 우리 학교, 우리 병원은 지금 여러 모로 한계와 위기에 봉착해 있고 어려움도 많다. 우리가 고작 이런 수준인가 한심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이만한 의사로 만들어 준 것, 이만큼 일할 수 있도록 키워 준 것은 우리 학교와 병원 그리고 나의 선생님들이었다.

또한

나는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배웠다.

나는 환자들의 이야기, 그들의 목소리에 귀 귀울여야 하는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부족하고 불완전한 의사의 한계를 메꿔주는 것은 환자들이었다. 그들은 고통받는 존재로서 나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나는 환자들을 통해 병을 이해하고 의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만약 의사가 되지 않고, 한국의 의료를, 환자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학원 시절 공부했던 의료사회학을 계속 공부했었다면 

결코 알 수 없는 사실, 그리고 진실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므로

다소는 평탄치 않았던 나의 지난 시간들, 복잡한 이력을 나쁘게만 보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 지난 3년간 세브란스에서 암환자를 진료하며 보냈던 시간을 접고

새로운 삶의 이력서를 쓰게 될 모양이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한해를 마감하게 되어

내심 불안함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 시간조차 나에게 어떤 가르침이 될거라고 믿는다.


 

나는

지난 3년간

의사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성실한 자세란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였다.

의대생 시절, 레지던트 시절의 최대 관심사는 유능한 의사가 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능력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성실은 손쉽고 하찮은 것이 아니었다. 의사로서 성실한 자세를 갖춘 사람으로서 살고자 노력하였다.

그리고 의사로서 올바른 실천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였다. 진료현장에서 환자를 위해 싸워야 할 때와 물러나야 할 때를 아는 것, 그것은 내가 의사로 일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영원한 숙제로 남을 것이다.

이제 새롭게 다시 생각하는 자세로 지금의 나를 바라보려고 한다

나의 결점,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좋은 의사가 되려고 노력했지만 일단 환자 곁에서 떠나게 되었다. 그 시간이 잠시가 될지 오래 걸릴지, 혹은 영원할지 아직은 모르겠다. 어떻게 되더라도 실패는 아니라고 믿고 싶다.  

 


내가 천번째 글을 이렇게 쓰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본래 이렇게 예기치 못한 일들이 생기고 가르침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만큼도 나의 몫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도 한마디 해주고 싶다.

수고 많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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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유진 2013.12.28 20:29 신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선생님.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다음 장을 시작하시더라도 또 거기서 고민하시고 힘들어 하기도 하고 또 보람도 찾으시겠지요
    언급하기 쑥스러우셨을지 모르지만... 블로그가 선생님께 불리함을 준 면도 있겠지만 또 이렇게 글 하나 남기지 못해도 마음으로 많이 지원하고 감사드리는 그런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걸 잊지 말아주세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30 13:17 신고

      격려 감사합니다.
      우린 누구나 인정받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존재인가 봅니다.
      이렇게 남겨주시는 글 때문에
      징징거리고 울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기운을 내 봅니다.
      감사합니다.

  • 2013.12.29 15:42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30 13:16 신고

      망하긴요...
      그렇지 않아요.
      다음 외래 때 얘기해요.

  • 2013.12.29 19:19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30 13:14 신고

      socmed@yuhs.ac 입니다.

  • 2013.12.30 09:50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30 13:16 신고

      지영씨, 지난번 파이 잘 받았어요. 그런 뇌물 제가 좋아하는거 어찌 아시고 ㅎㅎ. 저를 격려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진심으로요. 제가 오늘 이시간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다 환자들 때문이었습니다. 제 환자들과 헤어지는거, 끝까지 저를 힘들게 할거에요. 그래도, 그렇게 흘러가는게 인생인가 봅니다.

  • 2014.01.07 13:55

    비밀댓글입니다

  • 사브리나 2014.02.02 19:30 신고

    선생님 저는 선생님처럼 글재주도 없고... 공부를 많이 안해서 그런지 말주변도 많이 없지만 단한마디 제심정을 표현할수있는거.. 많이 아쉽고 서운하네요. 선생님 그리고 지난번에 제가 들고간 약봉지에 동그라미쳐서 이약은 빼고 먹으라고 표시까지 해주시고 너무 감사하고 감동받았어요. 다음진료가 마지막뵙는거라니 더 서운해요.

  • 주수경 2014.02.22 10:59 신고


    저 지난번에 허셉틴 4차 맞으러 가서 선생님께 마지막이라는 말을 들었던....
    주수경 이예요.
    다시는 못뵐 줄 알았는데...
    이런 공간이 있었네요....^^

    선생님은 이제껏 제가 만났던 의사 샘 중에 가장 짱!이십니다!!
    불안한 암환자들을 마음 편하게 해주시고,
    짧은 말 한마디에도 위로과 격려를 주셔서,
    그 우울한 항암기간을 제가 잘 이겨낼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는 시간들이었어요.

    선생님 같으신 분들이
    지금 날로 늘어나는 암환자들에게 너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여성암 환자들에게는 더욱....
    꼬옥~ 다시 돌아오셔서
    전처럼 화끈하게 호탕하게 때로는 부드럽고 따듯하게,
    불안에 떨고 있는... 확 울어버리고 싶은 환자들을 위로해주셔서,
    눈물을 삼키고, 그래도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진료실을 떠날 수 있게 해주세요 !
    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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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

정이 무섭다.

사랑은 한순간의 열정 이후 식어버리지만

정은 식지 않는다.

일단 정이 들면 미워도 버릴 수 없다.

욕하고 심하게 말싸움을 해도 등 돌릴 수가 없다.

그게 정이다.


나는 내 환자들에게 정이 들어버렸다.

예전에는 환자를 보다가 화가 나면 목에 힘을 꽉 주고 말했었다. 미워서.

나를 못살게 굴고

내 말 안듣고

그랬던 그들이

병이 나빠지고 기운이 떨어지면서 

생로병사의 외로운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동행하면서

나는 

그들에게 

정이 들어버렸다.


아마 내가 보는 환자들이 

암환자라서 그런 것 같다.

조기 유방암 환자들은 항암치료만 받고 훌쩍 떠나버리지만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죽을 때까지 내가 돌봐야 하는 사람들이다.

긴 병의 여정에는

벼라별 일들이 생긴다.

그 모든 것들이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라 속상하고 당황하고 실망하고 두렵다. 

난 그들에게 

내 엄마한테 하는 것만큼은 못해도

내 이모한테 하는 것만큼은 해주고 싶었다.

이모가 사뭇히게 보고싶거나 

이모에게 내가 항상 잘하는건 아니지만 

마음 속으로 이모를 생각하면

그래도 잘 해드려야지 그렇게 생각되는 사람 아니던가...


나는 우리 환자들을 내 이모로 생각하고 치료해 주고 싶었다.

아프고 힘들다고하면 재원일수 길어져도 그냥 계속 입원시켜 주고

갑자기 아프다고 연락하면 그날 외래가 없어도 따로 봐주고

수술이 필요하면 애써서 따로 수술 스케줄도 부탁하고

그랬었다. 

누구는 그런 나에게 

그놈의 오지랍 때문에 나는 망할거라고

그러다가 지쳐 나가 떨어질거라고 했지만

나는 최소한 그만큼은 해주고 싶었다.


왜?

내 환자들은 

결국 

다 

죽을 거니까...


난 그래서

그들 생명의 불꽃이 꺼지기 전까지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었다. 


지난 3년동안

전이성 암 환자로

나를 만났던 환자들이 있다.

좋아져서 한동안 병원에 오지 않다가도

다시 나빠지면 나를 찾아온다.

나를 만나면 

한참을 울고 

때론 나를 원망하기도 하고 

때론 더 이상 치료받고 싶지 않다고 억지를 부리다가도 

결국 다시 치료를 시작하고 다시 삶을 시작하였다.

그들과

깊은 정이 들었다. 


수요일 성탄절 때문에 

오늘로 외래가 연기된 사람들이 많았다.

예정된 시간보다 많이 지연되었고

병이 나빠져서 약을 바꿔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1시간 넘게 기다렸다 나를 만나야 하는 환자들이나

병이 나빠졌다는 나쁜 소식을 듣고 약을 바꿔야 하는 환자들이나

오늘은 다들 별 말씀이 없다.

그냥 묵묵히 내가 하라는 대로 하시겠다고 한다.

그렇게 순순히 내 말을 들어주니

그냥 더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그동안

서로

정이 많이 들었나보다.   

 


정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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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지 2013.12.28 06:02 신고

    엄마에게 세브란스에서 임종을 맞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엄마 통증은 끝까지 심했지만 편안한 얼굴로 가셨어 요 선생님께 커피 한 잔 사드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되
    는 줄 몰랐었을 거예요) 정말 많이 고마워 하셨어요 아
    빠도 그렇구요 선생님의 마음과 열정이 제3자에게는 오지랍으로 보여지는지 모르지만 환자개개인에게는 최선의 동행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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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3년전 언제부터인가  

당신 유방 모양이 찌글찌글 해지고

언제인가부터 움푹 파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지만

그런 당신 몸에 대해 자식들에게 일언반구 하지 않으셨다.

다 늙은 나이에

나 아픈거 말해서

먹고 살기 힘든 자식들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으로 병을 삭히며 시간을 보냈지만

통증에는 장사 없고

유방에서 진물이 나기 시작하자

할머니는 더 이상 당신 몸을 건사하기 힘들었다. 

처음 온 외래에서 할머니는 내 눈 한번 제대로 맞추지 않고 나를 외면하였다.

검사도 최소한만 하기를 원하셨다.


이제 80을 눈앞에 두신 할머니의 뜻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할머니에게 왜 이제서야 오셨냐고

그렇게 보내버린 3년 때문에

병은 유방에서 뼈로 간으로 폐로 림프절로 옮겨가게 되었고

몸도 말라가기 시작한거 아니냐고

차마 그런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다.


할머니, 제가 약 드리면 드세요.

치료 잘 될거에요.

가능하면 힘든 치료는 안할게요. 

저를 믿고 그냥 이 약 드세요.


그렇게 시작한 유방암 치료.

할머니 유방암 세포는 느릿느릿 나빠지는 세포였던 것 같다.

병이 심했지만 

연세도 있으시고

항암치료까지 해 가면서 살고 싶지 않다는 할머니 뜻도 있어서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다.


유방암 치료의 백미. 

호르몬 치료.

나는 이 호르몬 치료 때문에 유방암을 전공하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왜 이제서야 병원에 왔냐고 환자를 윽박지르지 않아도, 환자가 치료를 위해 큰 결심을 하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치료를 시작할 수 있고

치료 반응이 좋은 환자들이 꽤 많다.

4기 암환자라도 예후가 좋다.  

그렇게 결과가 좋은 이들은 

내가 천하에 명의라서 잘 치료하는 줄 알고 나에게 고마워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판단은 대부분 교과서적인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해진다. 

 

나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의사가 아니다.

다만 나는 눈치가 빨라 환자들 마음을 잘 알아채는 편이다. 

그래서 '타협'이라기보다는 '협상'의 자세로 환자들과 거래하여 내가 원하는 것을 따낸다.

마음이 얼어버렸던 환자가 치료를 받겠다고 마음을 바꾸는 것이 나의 재주라면 재주가 아닐까 싶다. 




할머니는 

이제 

치료를 시작한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사진으로 보는 객관적인 병은 그리 많이 호전된 것 같지는 않지만 주관적으로는 많이 좋아졌다.

할머니는 치료를 시작하고 한달만에 웰빙이 있었고 뼈 통증도 좋아졌으며 유방에서 진물도 나지 않게 되었다. 요즘에는 적당히 살이 올라 피부도 좋아보이고 표정도 밝아졌다. 종양의 크기를 재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치료 효과가 있다. 


요즘에는 밖에 나가도 

내가 환자인지 아무도 몰라.

노인정에 가봐도 내 혈색이 제일 좋은거 같애. 


제가 봐도

피부가 좋으세요.

뭣 좀 바르고 오셨나요? ㅎㅎ


그럼, 병원 올때는 분칠좀 하고 오지 ㅎㅎ


처음 외래 때는 

어디가 아프냐, 약 먹으니 어디가 좋아진거 같냐, 어떤 부작용이 생겼냐 

등등의 내용으로 면담을 했지만

요즘에는 서로 하는 이야기들이 아주 소프트하다. 다 병이 좋아지고 있기 떄문에 가능한 일들이다. 



오늘은 지난번에 찍고 오신 사진에 대해 설명해 드리는 날.

약간 좋아진 것도 같고 비슷한 것도 같고... 종양 수치는 많이 떨어져서 거의 정상범위 내로 들어왔다. 

할머니 컨디션은 여전히 좋고...

이만하면 됐다.


난 이제 설명도 대충한다.


좋아지신거 같아요. 

약 꼬박꼬박 잊지말고 잘 드세요.


사실 그런 말 할 필요가 없다. 할머니는 매일매일 하루도 빼먹지 않고 약을 잘 드시고 계신다.

이런 분이 왜 그렇게 늦게 병원에 오셨나 모르겠다. ㅎㅎ



할머니가 손수 다려오신 생강차와 고명들

 



할머니는 내 설명을 듣는둥 마는둥 당신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신다.


이건 내가 직접 만든 생강차야. 병 안 났으면 더 많이 해줬을텐데 올해는 별로 많이 못했어.

때 맞춰서 나온 생강을 사서 설탕에 잘 재우면 아주 맛이 좋아. 내가 원래 이거 잘하는데 올해는 별로 많이 못해서 이만큼 밖에 못 가지고 왔어. 생강차 마실 때 대추랑 잣도 꼭 같이 먹어. 고명으로 띄워서. 내가 직접 말려서 만든 대추랑 잣이야. 이런 걸 같이 먹어야 머리도 맑아지고 몸에도 기운이 돌아. 컵에다 생강 원액을 따르고 뜨거운 물을 부어가면서 양을 조절해봐. 자기 입맛에 따라 물 양을 조절하면 되.



지난 번 외래 왔을 때

할머니 유방을 만지며 진찰하던 내 손이 너무 차서 깜짝 놀랐다며

의사선생님 몸에 문제가 생긴거 같다고

집에 가셔서 할머니가 나를 걱정하셨다고 한다.

그럴 때 뜨거운 생강차를 마시는게 좋겠다며 준비해 오신 선물이다.


사진을 보면

여전히 여기저기 병이 많으시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할머니에게 보여드리지 않는다.

워낙 험악해서.

그렇게 병이 심한 분이 이렇게 정성껏 만든 생강차를 내가 감히 선물로 받아도 되는 걸까? 


외래가 끝나고 허기가 진 탓일까?

난 이렇게 찐하고 맛있는 생강차를 마셔본 적이 없다. 하루 종일 외래 보느라 컬컬해진 목도 뻥 뚤리는 느낌이다. 

나 원래 생강차 싫어하는데... 



사람은

객관적인 것보다

주관적인 그 무엇에 의해 더 강한 존재가 되는 것 같다. 

할머니 기가 생강차에 담겨 나에게 전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으로 깊이 환자의 정을 느낄 때

환자 보는 의사로 일하는 오늘 하루가 너무 소중하다. 


세상에 오만정이 떨어져도

진료실 안에서 환자를 보고 있을 때

내가 행복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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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2.23 23:28

    비밀댓글입니다

  • 김현주 2013.12.24 00:43 신고

    교수님 요럴때 정말 기분좋으시겠어요
    그리구 보람두 크게 느끼시구요 ㅎ

  • 서은희 2013.12.24 05:57 신고

    선생님 기분좋으니 저도 기분 좋네요

  • 덕순씨 딸 2013.12.24 13:26 신고

    대추가 장미꽃송이를 말려 썰어놓은 듯 아름답습니다
    대추를 써는 할머니의 소녀같은 마음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28 14:09 신고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데
      정말 장미꽃 같답니다.
      슬쩍 보시고도 아시네요.
      저도 그 말린 생강을 보며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 김미성 2013.12.27 12:23 신고

    선생님 생강차 다 드시고 손 따뜻하게 진료 보세요^^
    아자앚 화이팅!
    선생님도 할머니도 건강하시길 ..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그나저나 그림문자 입력하기 넘 힘들어요 P,R,B를 골고루 눌러서 겨우 맞추네요.ㅋㅋ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28 14:02 신고

      그림문자 입력은
      언젠가 바이러스가 블로그에 들어오면서 생긴 거랍니다.
      저도 해보니 불편한거 같아요
      그래도 바이러스 때문에 당분간은 좀 유지할려구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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