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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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08 - 이수현 슬기엄마

    만보기를 손에 쥐어 주는 것 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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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곧 결혼하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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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슘과 비타민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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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돌쇠로 만드는 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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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질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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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을 해 봐도 이해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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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의 노력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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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정과 긍정적인 피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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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를 써도 꼬일 건 꼬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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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4.23 - 이수현 슬기엄마

    사실 병원에 와서 잘 쉬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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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전이 검사, 미리 해보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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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3.18 - 이수현 슬기엄마

    고딩 엄마들 진료실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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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3.11 - 이수현 슬기엄마

    그만하면 살만한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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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3.10 - 이수현 슬기엄마

    암생존자의 후기합병증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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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소식 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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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를 마친 이들의 후기 합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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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림프 부종 관리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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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 검사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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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2.10 - 이수현 슬기엄마

    환자로부터 온 따뜻한 메시지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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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29 - 이수현 슬기엄마

    남편도 받아보지 못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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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1.23 - 이수현 슬기엄마

    이런 죽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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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cal Activity

우리 말로 번역하면 '신체 활동' 정도.

그래도

일반적으로는 '운동'이라고 지칭하는게 이해가 쉽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 

암으로 치료를 받았다면 다시는 재발되지 않게, 

혹은 재발된 암이라도 고통없이 삶의 질을 유지한 채 일상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입증된 치료법이 있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운동이다. 



항암제 하나를 개발하여 

그 약의 치료적 효과를 입증하고 표준 치료로 도입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은 상상 이상이다.

설령 효능을 입증했다 하더라도 기존 치료법의 효과를 미미하게 증가시키는 정도라, 

과연 이정도 시간과 돈을 들여 이정도의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연구인가 싶은 경우도 많다. 


물론 과학의 발전이란 것이 그런 순간 순간의 노력이 집약되고 응축되어 어느 순간 질적인 전환을 맞이할 수도 있는 것이니 매번의 노력과 연구를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하간 항암제 개발은 아직까지 고비용 저효율이다.


그러나 누구나 예상하듯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운동을 하는데 돈이 많이 들거나 탁월한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매일 꾸준히 노력하여 운동하겠다는 자세, 또 적절한 순간에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 프로그램이 병행되면 놀라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의 '상식'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입증되고 있다.



예를 들면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은

삶의 질이나 피로, 우울감, 불안, 몸무게,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 등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놀라운 것은 

암의 발생율, 재발율, 생존율에서도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이는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수차례 반복적으로 입증되어 있다. 


예를 들면 유방암 혹은 대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일주일에 3시간 이상 걷기를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다른 요인들을 다 조정한 후) 재발율과 전체 사망율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다.

   

최근에는 

운동을 하면 

체내 대사와 생리학적 변화가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물질이 증가하여 

암의 진행을 억제하게 되는지 그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연구 결과가 지금 우리의 행동을 당장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진료를 하는 의사, 그리고 치료받는 환자들이 운동의 중요성을 각인하고 지속적으로 운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이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신체적 활동을 증가시키는 것이 건강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의사라고 자부한다. 



아마도 나 스스로 physical activity가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또래보다 늦은 나이에 의대를 갔으니 체력으로 밀리면 안된다는 생각을 해서 본과 학생 때 매일 헬스클럽에 다녔고 - 아쉬운 것은 가서 근육운동을 열심히 한게 아니라는 거. 자전거 타면서 스포츠 신문 보기, steper 하면서 만화책 보기, TV 보면서 러싱머신 달기기 하기가 전부였다는거) 본과 3학년 때는 마라톤을 세번 완주하기도 하였다. 그것도 겨울철에. 많이 게을러 졌지만 지금도 시간만 되면 연대 안 안산으로 등산을 간다. 그래서 지금 비록 근육은 하나도 없지만 '단련된 지방의 힘'으로 잘 견디고 있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심하게 강조한다. 


힘들어서 외래를 다니지 못하고 입원해 누워있는 환자들에게도 하루 3번 이상 침대에서 일어나 휠체어라도 타라고 지시한다. 병동 간호사, 자원봉사자들의 힘을 동원해서라도 환자의 휠체어 운동을 당부한다. 환자들에게 짐짓 무섭게 말한다.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걸어 일어나 돌아다니는 사람을 살고, 침대에 누워있기만 하는 사람은 살수 없다, 몸이 힘들고 괴로워도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자.' 내 마음 속으로는 '에휴 환자들도 오죽하면 저렇게 힘을 못 쓰고 누워있겠냐' 싶어도 말이다.  



짧은 외래 진료시간에도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엄청 강조한다. 


특히 유방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고 나면 1년 사이에 지방간도 생기고 혈중 콜레스테롤 레벨도 올라가고 당뇨 전단계로 혈중 인슐린 농도가 증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은 지금 당장 환자에게 특별히 문제가 되거나 일상생활을 초래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대개 신체 대사과정이 개선되면서 다시 1년 정도가 지나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기간에 운동량을 늘이면 훨씬 효과적이다. 


특히 전체 유방암 환자의 65%가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라 호르몬제를 먹고 있는데, 호르몬제를 먹으면 복부비만이 생기고 평균 3-4kg 정도 체중이 는다. 폐경증상으로 잠도 잘 못자고 정서적으로도 불안감이 심해진다. 아무튼 치료 과정에서 혹은 치료이후에도 남아있는 후유증을 잘 다스리는데에는 운동만한게 없다. 폐경기 증상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엄청 많은데 어떤 약보다도 운동이 좋은 결과를 보인다. 폐경기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는 약물을 중심으로 한 연구가 있는데, 성적이 그리 좋지 않은 것에 비해 운동은 매우 탁월하게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물론 이들 연구에서 제시하는 운동의 강도와 기간이 만만치 않다. 나도 우리 환자들에게도 입이 닳도록 운동을 강조하지만, 정작 나 또한 어떤 운동을, 어떻게, 무엇을 목표로 할 것인가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환자를 제대로 교육하기 어렵고 (시간도 허락되지 않고) 설령 교육을 한다해도 모니터링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도 작심삼일으로 흐지부지되기 쉽다. 혹은 환자 나름으로 열심히 운동하는 것 같기는 한데 정작 자기의 신체 조건에 딱 맞지 않고 부적절한 경우도 있다.

    


우리 병원의 대장암 팀과 연세대학교 스포츠 레저학과의 전용관 선생님 연구팀이 한 연구가 아주 인상적이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마치고 정기적인 추적관찰을 하며 검사만 하며 지내는 3기 대장암 환자들에게 우편으로 메일을 보내 12주짜리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23명이 운동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희망하였다. 


반은 콘트롤군으로 운동 교육, 운동 DVD 배포하여 실천하게 하고  

반은 실험군으로 운동 교육, 운동 DVD 배포 뿐만 아니라, 전화로 모니터링하고, 실재 운동량을 체크하여 프로그램 시작시 18 MET 였던 운동량을 27 MET로 올리고, 운동 자세도 교정해주고 암튼 다양한 방법으로 집중적인 운동프로그램을 장려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만보기를 나눠주고 운동 일지를 적어보도록 권유하였다.



놀라운 것은

짐중 프로그램이 아닌 콘트롤군 환자들도 너무나 열심히 운동했고

여러 요인을 분석한 결과 

만보기와 운동일지를 적게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되고 운동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이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 자체는 

비슷한 조건이 되는 전체 대상 환자 370여명의 후보자 가운데 우편 메일에 응답하여 자발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할 정도이니 

기본적으로 자기 건강에 대한 관심과 의욕, 동기부여가 충분히 되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운동 프로그램이 좋다 해도

모든 환자에게 피트니스 강사를 붙여줄 수도 없는 것이고

병원 내 운동을 교육하고 반복적으로 프로그램을 수행할 만한 공간과 인력, 비용이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어렵다. 

'연구의 주제'로 삼기에는 썩 괜찮은 연구인것도 같지만 

사실 운동 프로그램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은 항암제로 하는 임상연구보다 훨씬 까다롭고 복잡하고 손도 많이 가고 지원 인력도 많이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낙담하던 차에  

단지 만보기와 운동 일지를 제공하는 것 만으로도 환자의 행동 양식을 변화시키는데 충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처럼 '말'로만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이런 '보조적인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 같다. 


정말 얼마나 운동량을 늘일 것인지, 얼마나 지속할지는 모르겠지만, 과도한 intervention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수치화된 그 양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도처에 운동이 중요하다는 매채, 책자, 방송 등이 널려있지만

나를 담당하는 '의사'가 

운동의 중요성을 의사 스스로 '인식'하고 

환자에게 강조하여 '교육'하는 것

그리고 효과적인 '도구들을 병행'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환자들은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동기부여가 된다면

올바른 운동법을 교육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재활의학과와도 충분히 함께 연구할만한 주제이다.

그러나 지금 수준에서는  

환자를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practice changing 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연구를 위한 연구가 되기 쉽다. 


또한 이런 프로그램에는 수가가 책정되지 않는다. 지금은 환자를 위한 물리치료조차 수가가 너무 낮다.  대학병원이 아닌 개원가에서는 이런 수가로는 치료를 유지할 수 없다. 그냥 검사하고 약 주는게 수지타산에 맞을 것이다.

  


그런 현실에서

만보기와 운동일지.

나름으로 괜찮은 실천전략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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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브리나 2013.12.08 12:00 신고

    지금 수술하고 병원에 입원중이긴하지만 퇴원하는 즉시 만보기 구입해서 실시할래요~~.수영하고 싸우나를 사랑했어서 수술하고 운동은 뭐뢔야하나 암담했었는데 걷기가 있었네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08 15:04 신고

      인터넷 검색창에서 '연세운동의학센터'를 치면 유방암환자를 위한 상체운동, 하체운동 video clip을 볼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 강승택 2013.12.08 19:05 신고

    안녕하세요 교수님. 올해 인제대 의대 합격한 송파동 가락고등학교 3학년 학생 강승택입니다. 제가 12월 12일 목요일에 연세대 원주캠퍼스 의대에서 추가 합격자 발표가 나오는데 제가 붙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지금 인제대 의대나 연세대 원주 캠퍼스 의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저는 6년 공부를 마치고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친 후 대학병원에 스텝으로 남고 싶습니다. 하지만 주변분들 말씀으로는 스텝으로 남는 게 매우 어려운 듯 해서 개원을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개원을 하게 되면 저는 서울에서 개원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조사한 바로는 인제대는 부속 병원인 백병원이 많아서 졸업 후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칠 때 원하는 과를 비교적 쉽게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제대는 부산에 있어서 학부 시절에도 집과 멀어서 고생을 할 것 같고 나중에 개원을 할 때도 부산에서 개원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연세대 마크 덕분에 서울에서 개원하기가 비교적 수월한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졸업생 중 60%가 신촌세브란스 또는 영동세브란스에서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연세대 원주캠은 부속 병원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하나이기 때문에 인기과는 들어가기 어렵다고 합니다.

    저도 많은 고민을 해보고 조사도 해 보았지만 아직 어떤 대학교가 제 미래에 더 도움이 될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정말 바쁘실 테지만 교수님께서 의견을 내주신다면 정말 감사 드리겠습니다.

  • 채지연 2013.12.09 09:22 신고

    저도 김승일선생님 권유로 운동 프로그램 참여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3-4번 한시간 반씩 파워워킹하는데 근육운동 하기가 참 힘드네요. ^^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12 02:21 신고

      잘 하셨어요
      좋은 결과가 있을 거에요
      그리고 이 기간만 운동하는게 아니라 앞으로 평생!
      화이팅 빌어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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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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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징징거리며 항암치료를 받다가

날 떠난 그들.

'이제 잘 사세요. 다시는 날 만나는 일 없게요'

그렇게 빠이빠이 하면서 그들과 헤어졌었는데

요즘 유방암 클리닉의 운영체계를 일시적으로 조절하고 있는 중이라

2-3년전 그렇게 헤어졌던 환자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유방암을 진단받고 치료를 마친 그들에게 지난 2-3년의 시간은 어떤 의미로 채워져 있을까?

불현듯 그들을 만나고 나면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감동과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계속 만났으면 그런 생각이 안 들었을텐데 2년이라는 시간적 공백을 두고 만나니 새롭다.

치료 후 2년이라는 시간은

그들을 재발했느냐 아니냐를 두고 한번은 판가름 할 법한 시간이고,

재발하지 않았으면 정상 생활로 돌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제 더 이상 환자라고 부를 수없이 건강해지고 예뻐지고 당당한 모습이다.

나에게는 그 모습이 '변신'이라고 느껴지지만, 정작 그들에게는 지지부진한 일상을 투쟁해서 얻어낸 산물이리라.

 

 

 

2년 전에 마지막으로 보고 그 후로 본 적이 없으니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차트를 보니

그녀는 항암치료하는 동안 별로 힘들어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시 그녀는 20대 중반.

나이도 젊고 삼중음성 유방암이라 내가 야심차게도 항암치료를 6번 했었다.

보통 기준에 의하면 AC 4번 하면 되는 것을 FAC으로 하여 6번이나 하였다.

 

(원래 위험요인이 높은 유방암 환자에서는 FAC보다 TAC으로 하는게 좋은데, 우리나라에서는 TAC을 거의 잘 안한다. 겨드랑이 림프절이 음성이면 T가 보험이 안되고, 또한 TAC를 하면 호중구 감소성 열이 너무 많이 나기 때문에 백혈구 촉진제를 예방적으로 써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예방적으로 사용하는 백혈구 촉진제는 보험이 안되기 때문에 한번에 20만원이 넘고 10일 정도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그 보조 주사제 가격이 200만원이 넘는다. 또한 외국에는 10일동안 매일 맞는게 아니라 한번 맞으면 10일 동안 약효가 지속되는 주사제가 있기 때문에 이 용법을 선호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 제품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래저래 환자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TAC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FAC을 한다.)

 

암튼

기록에 의하면

그녀는 아주 씩씩하게

한번도 울지 않고

치료를 잘 받았다.

머리가 빠지기도 전에 미리 밀고 가발을 샀던 것 같다.

치료 중 합병증도 별로 없었고, 불평도 별로 없었고, 말도 별로 없었다.

 

왜?

 

그녀에게는 대변인이 있었기 때문.

결혼하기로 한 남자친구가 그 역할을 다 해주었다.

모든 질문은 남자친구가 다 했다.

항암치료 중 부작용을 수첩에 기록해 오는 것, 무슨 피부병변이 생기면 사진 찍어 오는 것, 약이 바뀌면 그 약에 대해 공부하고 질문하는 것, 모두 그의 몫이었다. 그는 그녀의 대변인이었다. 그녀는 여왕처럼 그가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가끔 쫑크를 몇마디 주는 것이 전부였다.

 

내가 애써 그녀에게 직접 대답해 보라며 몇가지 질문을 하면 그녀는 '괜찮아요. 다 견딜만해요. 항암이 다 그렇죠 뭐. 저사람이 나보다 훨씬 예민한것 같네요' 그정도 대답을 하며 귀여운 작은 눈으로 눈웃음을 쳤던 게 기억난다.

 

 

항암치료 기간에는 그렇게 분신처럼 나를 챙겨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다.

남자친구면 더 좋겠지.

그런데 이렇게 치료받는 동안 남자친구 마음이 변하지는 않을까?

 

항암치료로 힘들어 하면서

여자는 자기 성격 추한 모습 다 드러내 보이고

히스테리 부리고

자괴감에 빠져서 상대방 괴롭히고...

충분히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남자는 걱정도 된다.

이렇게 항암치료를 하고 나면 아이는 낳을 수 있을까?

결혼했는데 재발하면 어떻게 하지?

부부관계에는 이상이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녀의 남자친구는

그런 미래 따위, 자기에게 닥쳐올 걱정거리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그녀에게 최선을 다했다.

남자친구나 오빠라기 보다는

꼭 엄마처럼 그녀를 보살피는 것 같았다.

 

 

 

낼 모레 외래에 오나보다.

역시 이번에도 남자친구가 블로그에 알람 메시지를 남겼다.

이번주에 외래 갈거니까 잘 봐달라고!

역쉬!

 

 

예의 꼼꼼한 남자친구의 메시지에는

곧 결혼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치료가 끝나고 2년이 지났는데 아직 결혼을 안했다 보다.

 

 

순간 가슴이 울렁한다.

 

 

너무 고마운 사람이다.

아무 관계도 없는 내가 고마울 지경이다.

 

 

사랑이란 뭘까?

 

난 사랑이란 죽음에 직면했을 때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우리 인간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 욕망, 소유욕 이런 모든 감정들을 다 섞어 버린 채

그 중 어떤 것을 나의 사랑으로 선택하여 취하기 쉽다.

죽음에 직면하여

나에게 그는 어떤 의미였는가

나는 그를 사랑하였는가

그는 나를 사랑하였는가

그때야 비로소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것만도 아닌가보다.

 

그들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뭐라도 선물을 하고 싶다.

그들 사랑은

보통 사랑은 아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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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호 2013.12.05 15:14 신고

    와... 여자분도 남자분도 정말 멋지시네요. 한번도 뵌적 없는 분들이지만 결혼하셔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

  • 선희예비남편 2013.12.28 10:10 신고

    ㅎㅎ선생님 저희 이야기네요. 제가 저희예신에게 약속했던 부분중 블러그를 보지 않기로했는데...
    괜시리서로 예전에 힘든부분이 생각날것 같은생각도들고^^
    저희는5년정도 사귀다 그런아품을 앉고 사랑보다는 책임감으로 병간호를 했는데 병간호 하면서 많은걸 깨달았어요. 사랑이란것을 알게되었고 처음에는 책임감이었지만 지금은 그누구보다 더아끼고 사랑할수있는 원동력을 제공 해준사람입니다. 저희는 복이 많아서 선생님덕에 좋은결과를 얻게되었는지 모르겠네요.지금은 그어느때보다 행복하네요.선생님 감사합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28 14:01 신고

      행복하게 잘 사세요.
      저에게
      삶이란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셨습니다.
      지지고 볶고 살다보면 미워하고 원망스러운 순간이 오겠죠?
      그 또한 인생임을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니까
      잘 사실거에요.
      부디
      행복하게 잘 사셔요. 기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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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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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치료 하면서 

혹은 

치료를 마치고 경과관찰 중인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말.


선생님, 뭐 먹으면 몸에 좋아요?

뭐 먹으면 안돼요?

뭐 먹으면 재발을 막는데 도움이 되나요? 


제발 먹는 거보다 운동하는 거에 집중하라고 그렇게 간절하게 말씀드리건만 ㅠㅠ 

그래도 

무엇을 먹을 것이냐는 

우리 환자들의 영원한 화두이다. 



<원칙> 


식탁에 차려서 온 가족이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드세요.

같은 재료라도 액기스, 즙, 다린거 그렇게 먹지말고 원래 재료 그대로의 '음식'으로 드시는게 좋습니다. 

남들 건강생활을 위해 애쓰는 만큼 같이 애쓰시면 되요. 난 암환자니까 특별히 어떻게 해야한다 그런 생각 마시구요. 

인스턴트 음식이나 탄 음식 드시지 마시고, 신선한 야채, 과일 그런거 드시면 좋겠죠? 

항암치료 끝났으니까 이제 고기 열심히 안 드셔도 되요.

특별히 뭘 먹으면 좋다는, 그런 건 없어요.

유기농 야채나 과일을 먹는게 암의 발생과 재발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미국 암학회에서 제시한 바에 따르면 유기농을 먹는 것과 암 발생과의 연관성은 아직까지 입증된 스터디가 없다고 하네요.  



그래도 환자들은 궁금해 한다. 

종합비타민, 오메가3, 살레니움, 고용량 비타민 C, 미슬토, 프로폴리스 등등 

먹고, 맞고, 뭔가를 하는 것들이 도움이 되냐고 물으신다. 



2012년 12월호 미국 의사협회 저널 (JAMA, Journal of American Medicine Association) 에서는 스터디 시작 당시 50세 이상의 미국 내 남자의사 14,641명을 코호트로 모집하였고 이때 당시 1312명이 이미 암을 진단받은 상태였다. 연구는 1997년부터 2011년까지 수행되었고 평균 11.2년을 추적관찰하였다. 당시 이 코호트 스터디에 등록이 되면 멀티비타민 복용군과 위약군으로 배정이 되었다.

추적관찰 기간동안 2669명의 참여자가 암을 진단받았는데, 

전립선암이 1373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210명의 대장암 환자가 발생하였다. 

위약군에 비해 매일 멀티비타민을 복용한 그룹에서 전체 암 발생율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추었지만 (17.0 event (복용군) and 18.3 events (위약군) per 1000 person-years, HR 0.92;95% CI, 0.87-0.998, P=0.04)  

세부 그룹별로 나누어 보면 

전립선암 그룹에서는 9.1 vs 9.2 event (복용군 대 위약군) 로 차이가 없었고 

대장암에서도 1.2 event 대 1.4 event 로 역시 차이가 없었다. 

또한 암으로 인한 사망율을 낮추는 것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1312명의 기존 암 기왕력을 가진 그룹에서 매일 멀티비타민을 복용하는 것이 2차암 발생율을 억제하는 경향을 보이기는 하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의 일차목표인 암 예방에 미치는 멀티비타민의 역할이 긍정적일 수 있음을 보이기는 했지만, 수치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통계적 유의미성을 겨우 갖춘 것 같다. 그리고 특정 그룹에서만 도움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이런 연구의 결과와는 달리 특정 비타민이나 전해질, 미네랄 등을 규칙적, 고정적으로, 장기간 복용하는 것이 암 발생율 혹은 암 재발율을 낮추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도 많다. 심지어 해롭다는 연구도 있다. 예를 들면 폐암을 진단받은 그룹에서 셀레니움을 정기적으로 복용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 추적관찰을 했는데, 셀레니움을 정기적으로 복용한 그룹에서 폐암의 재발율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된 적도 있다. 


이렇듯 뭔가를 먹는 것이 암의 발생, 예방, 재발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연구는 참여 인원도 많고 추적관찰도 길기 때문에, 개인 연구자가 진행하기 어렵다. 또 기본적으로 식생활을 다 똑같이 통제한 상태에서 이러한 실험적인 약제들만을 차이가 있게 만드는 방식으로 연구 설계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이 많고 해석이 어렵다. 


또한 장기적으로 오래 먹는 것이 다 안전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런 류의 연구에서는 상반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 일쑤이다.  


그래서 당혹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나는 

뼈전이가 된 암환자에게 조메타 뿐만 아니라 칼슘과 비타민D를 적극적으로 주는 편인데 

최근까지도 비타민 D의 암억제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계속 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 D는 햇볓을 쬐면 가장 많이 합성될 수 있는 영양소인만큼 마음으로 크게 부담이 없는 영양제였다.

미국은 의사의 처방전없이 비타민 D를 살 수 있는 부담이 없는 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타민 D만 따로 제조되어 나오는 상품이 1가지 있는 걸로 알고 있고

나머지는 다 칼슘과 섞여있는 복합제재이다. 


얼마전 칼슘을 과하게 먹으면 심장의 관상동맥에 칼슘이 침착되어 혈관이 딱딱해지고 협심증 등의 관상동맥질환이나 뇌경색 등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걸 보고 마음이 영 불편했다.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였는데 말이다. 


연구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가 저렇게 나왔다가 

도대체 어떤 장단에 맞춰서 연구 결과를 현실적으로 적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일단 공부할 여유와 시간이 없으니 전문가 선생님의 도움을 청해본다.


우리병원 유방암 환자들의 뼈 건강을 관리해 주시는 내분비내과 이유미 선생님께 이것저것 여쭤보기로 했다. 


미국와 우리나라의 식단과 식습관에는 큰 차이가 있어서

음식을 통한 필수 칼슘의 섭취량이 기본적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한다. 

를 들면 미국인들은 하루동안 필수 칼슘 섭취량이 1000mg이 넘는 것에 비해 

한국인들은 450-500mg 정도의 칼슘을 음식으로 섭취하는 편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기본 섭취량을 넘어서 

추가적으로 약제 형태의 칼슘을 더 먹는 것이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른다. 

쓸데없이 칼슘을 너무 많이 섭취하게 되면 심장을 먹여살리는 관상동맥에 잉여 칼슘이 침착되어 심장병을 유발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합성 약제의 형태가 아니라 음식으로 이를 추가할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것 자체가 큰 연구 토픽 중의 하나이다. 


  

씹어먹는지 그냥 삼켜먹는지, 약마다 함유하고 있는 비타민 D의 용량, 칼슘의 용량에서 차이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섬세하게 조절하면서 약 복용을 교육해야 할지가 관건이다. 때에 따라서는 약을 끊어주는게 필요할텐데, 약을 주기 시작하는 것은 쉬워도 언제 끊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어렵게 느껴진다. 


환자 중에 타과 진료를 보러가기 싫어하는 경우에는 - 지방에서 그 진료 때문에 별개로 서울에 또 와야 하고 나는 더이상 새로운 의사를 만나고 싶지 않다 -   내가 칼슘과 비타민 D를 조절해 주는데 영 자신이 없다. 관련 검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매번 낯설다. 내가 늘 고민하던 주제가 아니라서 그런가 보다. 


처방은 다소 보수적으로 하는게 나은거 같다.

내가 호감을 갖는 약제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 1-2개 나온 것으로 의사로서 나의 믿음을 주는 것이 때로는 위험할 수도 있다.

여러 개의 3상 연구에서 

동일한 효과와 유의미성을 입증해야 한다. 

나의 처방 패턴이 이런 유행에 부화뇌동 하지는 않은지 잘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하물며 이런 지경인데

임상연구로 입증되지 않은 채 

비싸기만 한, 심지어 해로울 수도 있는 수많은 건강보조식품이나 한방혼합약제 등을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환자들이 무엇을 먹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다. 



일단 공부 좀 해야겠다.

Do not harm.

환자에게 특별히 도움이 되게 잘 하지는 못할지언정 환자를 나쁘게 하지는 말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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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마다 최초 암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가 끝나고 정기적인 검사를 하고 추적관찰을 하는 방식이 약간씩 다른데, 우리 병원 유방암 클리닉에서는 외과가 이를 담당하고 있다. 정기검진을 하고 검사결과를 확인하러 오는 재진 환자들이 누적되어 외과 선생님들 진료 예약이 꽉 차다보니 수술을 해야 하는 유방암 신환 외래예약이 지연된다. 그래서 요즘에는 형편에 따라 내과에서 이를 담당하기로 했다

그래서 1-2년전에 나랑 항암치료를 했던 환자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마지막 항암치료 하는 날 굿바이! 이제 나 볼일 없이 잘 사세요하고 헤어졌었는데, 불현듯 다시 만나게 된 그들.

 

4번 혹은 8번의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그들은 평생 남들에게 자기 어려움 내색하지 않고 자존심 지키며 살아왔던 자신의 일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였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그리고 치료는 그 기간만으로 끝나지 않고 지지부진 후유증이 남아서 몸 컨디션이 회복되기까지는 그만큼의 시간이 더 걸렸다.    

 

그들은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다른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어려움을 나에게 토로하며 울기도 하고, 힘들다고 징징거리기도 하고, 더 이상 치료받고 싶지 않다고 떼를 쓰기도 했었다. 나 또한 그들 마음의 이면에는 진짜 치료를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나 지금 많이 힘드니까 위로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별로 잘 하지 못했다. 진료시간을 핑계로, 나도 힘들다는 것을 핑계로, 때론 쌀쌀맞게, 때론 혼을 내기도 하며, 환자를 위한 섬세한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건네지 못했다. 마지막 항암치료를 하는 날, 서로가 속 시원했겠지. 서로가 더 이상 볼일이 없게 되었으니까.

 

전날 외래 리뷰를 하면서 이름만 봐서는 누군지 잘 기억나지 않았는데, 외래에 들어오는 순간 그들과 함께 지지고 볶으며 치료했던 시간들이 순식간에 다 떠오른다.

 

어머, 많이 예뻐지셨어요. 피부도 훨씬 좋아지셨네요.

 

그래요? 운동 많이 했어요.

 

근데 콜레스테롤도 좀 높고 지방간도 생긴거 같아요.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할거 같네요.

 

매일 한시간 이상씩 걷고 등산도 자주 다니고 그랬는데

 

호호, , 원래 항암치료 받고 나면 지방질 대사가 원할하지 않은거 같아요. 대부분 콜레스테롤 수치도 올라가고 지방간도 생기고 담당에 콜레스테롤 폴립도 많이 생기는거 같아요. 그리고 2-3kg씩 살도 찌구요. 지금 호르몬제 드시잖아요? 그거랑도 관련이 있어요. 암튼 남들보다 2-3배 열심히 운동해도 살이 잘 안 빠져요. 그러니까 다음번 6개월 후에 검사하기 전까지 살을 2-3kg만 빼보세요. 다 좋아질 거에요.

 

그래요? 호르몬제가 관련이 있군요. 그거 꼭 먹어야 하나요? 제가 음식을 많이 먹거나 그런 편도 아닌데 자꾸 살이 찌는거 같아요.

 

그럼요. 호르몬제는 꼭 드셔야 해요. 호르몬제를 규칙적으로 먹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은 재발율이 30% 이상 차이가 납니다. 살이 찌는 것 같고 몸이 찌뿌뚱하고 컨디션이 안 좋은거 같아도 호르몬제는 무조건 드셔야 해요.

 

, 그럴께요.

근데 선생님은 별일 없으시죠? 얼굴살도 빠지고 좀 피곤해 보이시네요.

 

, 늘 그렇죠. 살이 다 배로 가는거 같아요. ET 아줌마의 특징이죠.

 

비록 암치료는 끝났지만, 그들에게는 치료 후 건강관리를 위한 지침이 필요하고,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재발의 두려움을 몰아내 줄 심리적 지지가 필요하다. 항암치료를 하던 때와는 달리 이들은 많이 건강해져 있고 마음도 많이 차분해졌다. 뭔가 이들을 위한 교육 및 지지프로그램을 제공해 주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와는 또다른 형태로 접근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예쁘게 화장하고 멋지게 차려입고 이제 더 이상 환자가 아닌 채로 나타난 그들을 만나니 생명 에너지가 느껴진다. 유방암 1기든 3기든 병기의 심각성과는 상관없이 그들 모두는 자기 삶의 다시 없는 위기를 이겨내고 새 삶을 꾸려가고 있는 작은 영웅들이니까. 수술한 유방이 조금만 찌릿해도, 폐경 증상으로 몸이 쑤실 때마다 이게 혹시 재발은 아닌지, 6개월에 한번씩 검사를 하고 나면 그 결과를 확인하는 날까지 잠 한숨을 제대로 못자며 마음을 졸이는 반복되는 일상을 꿋꿋하게 잘 견디고 있는 작은 영웅들이니까.

 

그들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빵이랑 커피를 좋아한다는 걸.

그래서 꼭 진료를 보고 나가서 간호사를 통해 빵과 커피를 사서 넣어준다.

짧은 쪽지와 함께.

 

선생님, 오늘 반가왔어요. 제가 치료받는 동안 선생님이 큰 힘이 되었어요. 다른 환자들에게도 그렇게 잘 해주세요. 

    

환자에게서 받는 에너지.

환자가 나에게 주는 마음.

아마 그것이 나를 진료실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런 쪽지를 받고 나면

나의 모든 어려움이 상쇄된다.

 

, 다시 돌쇠의 정신으로, 한주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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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두~ 환자들이 쪽지 주면 기분이 좋더라구요~ ^^ 별거아닌데두요~ 힘내세요 교수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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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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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녀의 원래 주치의가 아니었다.

원래 선생님의 형편 상 

내가 항암치료 뒷 부분의 두세번 진료를 봐 드린 것이 전부이다.

그래서 

최초에 어떤 연유로 유방암을 진단받게 되었는지 

치료 과정에서 어떤 점을 가장 힘들어했는지 

그녀의 심리적, 신체적 과정을 잘 모른다. 



환자가 병을 진단받은 최초의 순간부터 마지막까지를 함께 하는 인연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환자가 훨씬 많다. 

그러므로 새로운 환자를 만나면 

이 병의 의학적/질병의 과정에서 현재 이 사람이 어떤 위치에 처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를 만나기 앞서서 어떤 치료를 받았고 

이번 검사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순식간에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분석한 정보를 바탕으로 

앞으로 그는 어떤 궤적을 밟게 될 것인지를 설명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순발력, 순간 집중력 등이 필요하다. 

   


그녀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마치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유방암 정기검사를 하고 엊그제 외래에 오셨다.



컴퓨터 기록상 내가 한두번 진료를 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누군지 잘 모르겠다.

그저 기록에 의존해서 그녀를 파악해 본다. 


6개월에 한번씩 하는 정기검사를 하고 오셨다. 


재발의 징후는 없었다.

모든 영상 검사 정상. 

피검사를 보니 간이나 콩팥 등 각종 장기들의 기능을 시사하는 검사 결과도 정상.

많은 환자에서 항암치료를 마치고 1년-2년 사이에 지방간이나 고콜레스테롤혈증, 고혈당 등의 만성질환을 시사하는 결과치들이 눈에 띄는 경우가 많은데 이 환자에서는 아주 낮게 잘 유지되고 있었다. 

지방간이나 고지혈증, 고혈당 등의 징후는 

항암치료 및 호르몬 치료로 인해 난소기능이 억제되면서 

여성호르몬 레벨이 떨어지고 이로 인한 내분비적 변화가 초래되면서 발생하는 이벤트이다. 

열심히 운동하고 살을 빼면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에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모든 검사 결과와 피검사 수치들이 정상이고 좋아보이네요.

콜레스테롤도 낮게 잘 유지되고 있군요. 


그럼요 

제가 지난 3-4개월 사이에 22kg이나 살을 뺐거든요.


그녀의 말을 듣고 과거를 떠 올려보니 

예전 이미지가 떠오르고 비로소 그녀가 누구인지 어렴풋이 기억이 나려고 한다.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죠?

단기간에 너무 심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요요가 올지도 몰라요. 


하루 세끼 식사는 다 했어요.

대신 음식에서 달고 기름진 건 다 뺐구요.

운동 완전히 열심히 했구요

야식은 절대 안 먹었어요. 


나의 긍정적인 리액션에 그녀가 신이 났는지

자신의 다이어트 노하우를 술술술 풀어낸다. 


사실 다이어트 전략이라는걸 들어보면 별거 아닌거 같은데

막상 자신이 실천하려고 하면 사소한 것 하나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해 실패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난 그녀의 다이어트 성공담에 귀가 솔깃한다.

그녀의 말을 막지 않고 계속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래 전 걷는 걸 싫어해서  

항상 엘리베이터 타는 편이었고

뚱뚱하다보니 누구랑 어울려서 운동을 하는건 생각도 못했어요.

많이 걸으면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그랬죠. 

그러니까 점점 더 운동을 안하고 살도 더 찌고 그랬던 거 같아요. 

달리기나 조깅을 한다는 건 생각도 못했어요. 

숨이 차서 할 수도 없었어요. 

밤에 일할 때에도 스트레스 쌓이는 건 야식으로 풀어야 한다며 사람들이랑 같이 어울려 야식 먹는 걸 좋아했어요.  

그렇게 살다보니 생활습관이 좋지 않았던 거 같아요.


유방암 치료가 끝나고 나니

몸도 더 않좋아지는거 같고

쉽게 피곤하고 

너무 늘어지는거 같았어요. 

이러다가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내 생활패턴을 바꿔야 겠다고 결심했죠.

그렇게 3개월 살았어요. 


피부도 좋아보여요.

원래 호르몬제 먹으면 피부도 푸석푸석 해지고 

살도 2-3kg 찌기 마련인데... 


애기피부 같죠?

살 빼고 나니까 다 좋아진거 같아요. 



수술 전 복부초음파에서 이미 중등도의 지방간이 보였고 콜레스테롤도 300 가까이 되던 그녀.

지금은 지방간도 없고 콜레스테롤도 150 정도밖에 안된다. 

그리고

날렵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고 

일상에서 자신감도 되찾고

병을 잘 이겨내고 있다는 정서적인 안정감도 되찾고

그녀는 유방암을 진단받고 치료받는 과정이 자기 인생에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고 한다. 

달리기를 하는 매 순간

그녀는 달릴 수 있는 현재 자신의 상태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예전에 비만했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지금 할 수 있게 되어서 말이다. 



"긍정적으로 사고하라"

"위기가 온 후에는 반드기 기회가 온다"

"역경과 어려움도 새로운 기회가 되고 나를 더 성숙시킬 수 있다"


난 이런 식의 교훈적 문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개인의 의지를 너무 강조하는 것 같아서...

내 자신이 그다지 의지가 강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이런 류의 이야기를 접하면 별로 끌리지도 않고 마음으로 내키지도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에게는 이런 식의 격려를 해야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 오늘 그녀를 보니 

전화위복을 만들어 낸 그녀의 의지가 대단한 것 같다. 

그렇게 노력하며 

젊은 여성에게 찾아온 인생 일대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면

이후 인생에서 어떤 어려움과 역경이 찾아와도

또 다시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환자들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의학을 배우고 인생을 배운다. 

그 누군가가 말해도 진부했을 것 같은 이야기를

환자가 해주면 남다르게 들린다.

그들은

모두 암이라는 생애 절대절명의 위기의 순간을 

고생하며 견뎠고 

지금도 견디고 있고 

자기의 힘으로 수많은 어려움들을 극복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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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세 유방암 환자.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고 있다.

8번 항암치료가 예정되어 있는데 항암치료 3번 받고 문제가 생겼다.

바로 치질.


평소에 자기한테 치질이 있는지 잘 모르고 지냈던 분들도 있고

몸이 힘들 때면 가끔 치질이 나오기는 했지만 좀 쉬면 바로 들어가서 별 문제가 없던 분들이 

항암치료 중 치질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이 은근히 많다.


우리가 대변을 보기 위해서는 

적절한 복압을 이용하여 

연관된 여러 근육들의 조화로운 운동을 조절하는 다이나믹(!)한 과정이 진행되는데

여러 원인으로 인해 장 점막 하 조직이 압박되면 

주위 혈관들이 충혈되고, 항문주위 조직이 변성됨에 따라 

항문관 주위 조직의 탄력도가 감소되면서 

문 주변에서 점막들이 덩어리를 이루다가 밑으로 내려와 

항문 바깥으로 나오는 것을 치질이라고 부른다.

치질은 점막의 상태에 따라 밖으로 나오기도 하고 다시 들어가기도 한다.

손으로 밀어넣으면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안나오기도 한다. 

그러다가 압력을 더 받고 점막의 회복력이 떨어지면 밖으로 나와서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상태에 따라 우리는 등급을 매긴다.

치질이 안 들어간 채로 사는 사람들도 많다.

아프지 않으면 살만 하다. 아주 위험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항암치료를 하다가 백혈구 수치가 감소되는 무렵에 치질이 나오면 

항암치료 때문에 점막이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 무척 아프고 따갑고 힘들다.

백혈구 수치가 오르면서 몸 컨디션이 좋아지면 다시 들어가기도 한다.


치질이 생겨 항문 주위가 아프면 내가 엉덩이 검사를 한다. 

너무너무 예쁘고 아리따운 환자도

민망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환자도 항문이 너무 아프다는 이유로 입원했다.

마침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는 기간인데 열도 났다.

환자는 항문이 너무 아파서 배 힘을 제대로 조절할 수 없으니 소변을 보는 것도 힘들었다.

당뇨 등 다른 병이 전혀 없는 환자인데, 

단지 치질 때문에 방광근육이 긴장해서 소변을 제대로 못 보고 

1주일 이상 소변줄을 끼우고 있어야 했다.

백혈구 촉진제를 맞고 백혈구 수치가 올랐는데도 한번 나온 치질이 들어가지를 않는다.

항암치료 중이라도 스케줄을 조절하여 치질 수술이라도 해야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다음 번 항암치료 때도 또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매번 열나고 아프고 힘들고...

아직 가야할 길의 절반도 못갔는데 환자는 치질때문에 너무 고생을 하고 있다.

항암치료를 포기하겠다고 할까봐 걱정이었다. 

그래도 수치가 오르니 통증은 많이 덜해졌다. 

당장 수술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그녀에게 

그럼 퇴원하고 외래에서 경과를 보자고 했지만 

그녀는 너무 겁이 나서 다음 항암치료도 입원해서 받고 가겠다고 한다. 

그렇게 4번 항암치료를 겨우 마쳤다.


그리고 약을 바꿔서 5번째 치료를 하였다.

탁소텔은 약물 투여 48시간이 지나면 몸살기운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그 통증이 만만치 않아 비교적 강력한 진통제를 드시도록 권하고 있다. 

항암제가 바뀌니 보조하는 약 종류도 다 바뀐다.

약 모양을 보여드리면서, 이 약은 어떨때 드시고, 이약은 어떨때 드시고 교육을 했다.

원래 중간에 다시 항문이 아프거나 열이 나면 외래로 오시라고 했는데

오시지 않았다.

그리고 6번째 치료를 받으러 오셨다.


아이고, 이번에는 항문이 말썽을 안 피웠나봐요. 병원에 안 오셨네요.


네. 

수시로 좌욕하고 변 완화제 먹고 식사 종류 신경쓰고

정말 치질 악화되지 않게 온 신경을 글로 집중했어요.

샤워기로 항문주위를 자극하면 주위 혈관에 도움이 된다면서요? 그래서 계속 항문에 샤워기 대고 있고, 섬유소 많은 음식만 골라먹고, 변 볼때도 신경써서 배에 힘 주고, 정말 치질과의 전쟁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다행히 이번 주기에는 별일 없었네요.


탁소텔 맞고 몸 아프고 그러지 않았어요?


이게 몸 아픈 항암제에요? 몰랐어요. 항문에 집중하니 다른 어디가 아픈지도 몰랐어요.


구토감이나 소화장애나 그런 증상은 없었나요?


몰라요. 전 치질에만 신경썼어요. 

그러고 보니 항암제 힘든 거 전혀 몰랐네요.

선생님이 주신 약도 하나도 안 먹었어요. 뭐가 뭔지도 모르겠어요.

약 다 있으니까 이번에는 약 처방 해주지 않으셔도 되요. 


인간 집중의 힘.


어쨋든 다행이에요. 제가 어떻게 해드리는 것보다 환자분이 알아서 잘 관리하신 거네요.

잘 하셨어요.


이번에 치질 때문에 고생을 안하니까

정말 사는 것 같았어요.

천국 같았다니까요.

암도 다 나은거 같았어요.


너무나 활기찬 표정으로 말씀하신다.


입원했을 때와는 컨디션이 완전 다르시네요.

오늘은 옷도 멋지게 입고 오시고 화장도 예쁘게 하시고 항암치료 받는 분인지 모르겠어요.


당신이 도대체 입원했을 때 얼마나 험했으면 선생님이 그러시는거야?


남편이 한마디 하신다.


많이 힘드셨던거 알아요.

저도 오늘 치질이 나온거 같아요. 의자에 앉아서 외래보기가 힘드네요.

정말 부러워요. 


그죠? 

제맘 아시겠죠?


의기양양.


천국은 멀리 있는게 아니다.

나를 성가시게 하는 문제 하나만 해결되도

천국이다.

자기 힘으로 고생길을 피한 환자.

천국의 행복감을 느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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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

두 아들의 엄마인 그녀는 

큰 벌이는 아니지만 

몇 년간 작은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해 왔다.

건강하다고 자부하였다. 


생리 기간이 되면 가끔 유방통이 있었다.

증상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고...

그러던 중 우연히 뭔가 만져 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고 애매하던 차에

직장 건강검진을 하였다.

오른쪽 유방에 뭔가 보여서 조직검사를 했다.


유방암.

크기도 작고 

의사도 별로 심각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크기가 작지만 유두 근처에 있으니 전절제술을 하고 재건술을 동시에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설명하였다.

그녀는 종양 크기가 별로 크지 않은데 전절제술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의사의 설명에 따랐다.


수술하기 전에 각종 검사를 다했는데 

유방에서 발견되었던 혹 그거 한개 말고는 이상한 게 없었다.


수술을 하고 특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퇴원하였다.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는 외래에서 들으라고 해서 오늘 외래에 오셨다.

간호사가 귀띔을 해준다. 

환자가 자기 병에 대해 설명을 자세히 듣지 못해

항암치료를 해야하는지 여부도 잘 모르고 있다고. 

왜 종양내과 선생님을 만나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불평을 했다고 했다며 잘 설명해 달라고 나에게 부탁을 한다. 

아마 밖에서 티격태격 했나보다.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는 한참 있다 나온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 퇴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면 환자는 자기 병기를 제대로 모르고 퇴원하게 된다.

종양 크기는 1cm에 불과하였지만

겨드랑이 림프절을 14개 제거했는데 4개에서 악성세포가 관찰되었다.

림프절 때문에 1기인줄 알았던 병기가 3기가 되었다.


저는 종양이 작아서 1기일 거라고 들었는데요?


수술 전 영상검사에서는 림프절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수술 중 감시림프절 검사를 해보니 거기서도 악성세포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3기가 된 거에요.

그러니까 항암치료를 6번 혹은 8번 해야 합니다.



그녀는 깜짝 놀란다.


전 1기라서 4번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요?


4번 하는 항암치료는 겨드랑이 림프절이 모두 음성일 때이고 

환자는 4개의 림프절에서 악성세포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6번 혹은 8번 하는게 재발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 


HER2 결과가 면역염색결과에서 2+가 나왔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로 정밀 검사를 해서 양성 여부를 확인하고 

양성이라면 표적치료제를 포함한 항암제 3제 요법으로 6번을 할 것이고,

음성이 나오면 8번 하게 될 거에요.


HER2가 뭔가요?


유방암 세포에서 발견되는 일종의 표지자 같은 거에요.

그게 있으면 꼭 이 표지자를 타겟으로 하는 허셉틴이라는 약을 1년간 써야 해요. 

환자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치료인데,

치료약값은 보험이 되는 반면 유전자 검사비용은 비급여입니다.


또 검사를 한다구요?


새로 검사를 하는게 아니라 

이미 기존에 수술한 조직을 이용해서 검사하는 거니까 환자기 지금 무슨 검사를 또 할 필요는 없어요.


검사비용은 비싼가요?


네, 검사비용은 보험 급여가 안되서 46만원 정도 할거에요.

비싸지만 꼭 해야 합니다. 예후와 치료방법을 결정하게 되는 검사입니다. 


누구는 항암치료를 6번 하고 누구는 8번 하는건가요?


원래 겨드랑이 림프절이 있는 환자에서는 아드리아마시신 포함한 항암치료 4번, 탁소텔 포함한 항암치료 4번 이렇게 하는데요, 올해 6월부터 겨드랑이 림프절 양성이면서 HER2 양성 환자인 경우 6번 항암치료가 보험이 되었어요. 환자 입장에서는 기존의 8번 하던 항암치료를 6번으로 줄이게 되어서 다행이죠. 예전에는 항암치료 8번을 다 하고 허셉틴을 투여해야 했지만, 이제 새로운 용법이 추가되면서 허셉틴을 항암제와 같이 투여하기 시작할 수 있게 되어 허셉틴도 빨리 시작하고 전체 치료기간도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HER2 유전자 검사를 확인하여 다음주에 결과를 보고 항암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


 항암치료를 하면 다 끝나는 건가요?


치료 후에 방사선치료도 해야 하구요,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니 5년간 호르몬제를 매일 하루 한알씩 드셔야 해요. 그건 그렇게 많이 힘든 치료가 아니니 너무 걱정은 마시구요.


5년이나 약을 먹어야 한다구요?

방사선 치료도 해야 하구요?


1cm 짜리 종양 한개인 줄 알았던 병, 1기 초니까 간단하게 수술하면 다 끝날 거라고 생각했던 병이, 

항암치료 수개월, 

한달 반 이상의 방사선 치료, 

1년의 표적치료, 

5년의 호르몬치료를 다 받아야 한다고 하니

환자는 어이가 없나보다. 


환자 나이가 30대 중반이라 BRCA 검사를 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또 BRCA 검사에 대해, 그 의미에 대해 설명하였다. 

내 병이 자식들에게도 유전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게 좋겠다고 설명하니

환자는 이제 더 이상 질문하지 않는다.


산 넘어 산

그녀는 충격이 가시지 않는 표정이다.

그렇게 심적인 충격과 부담을 계속 느끼는 상황에서 내가 무슨 설명을 계속 해봐도 별 소용이 없다. 환자들은 잘 기억을 못한다.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나한테 한마디 할수록 치료가 늘어간다. 


난 그 이유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설명했다.

나머지 더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다음주 HER2 유전자 검사 나오고 나서 외래볼 때 더 얘기해자고 하였다.

그래도 그녀는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유방암은 왜 생기는 건가요?

전 인스턴트 식품도 잘 안 먹고, 술담배도 안하고, 주위에 암 걸린 가족도 없고, 

뚱뚱하지도 않고 결혼도 했고 늦지 않은 나이에 애도 둘이나 낳았는데...


알려진 위험요인이 없다.


제가 도대체 뭘 잘못한 거죠?


환자 잘못 아니에요.

유방암이 왜 생기는지 잘 몰라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있지만 말이죠. 


이렇게 병 걸려서 잔뜩 치료해도 또 재발한다면서요?

원인을 알아야 예방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외래 마지막 시간에는 신환이 몰려 있다.

나는 그녀들에게 엄청난 치료 스케줄을 전달해야 한다. 

신환들과 이렇게 긴 대화를 나누고 나니

목이 아프다.

그래도

환자들 마음만큼 아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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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기아빠 2013.08.06 16:00 신고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다음주에 치료 후 처음으로 검사를 받습니다. 검사 날이 다가올수록 아내는 평소에 비해 불안하고 짜증스러운가 봅니다. 그래서 지난 주에 휴가를 받아 평소 가 보고 싶어했던 경북 청송군 주산저수지에 다녀왔습니다. 비록 그림이나 영화에서 보았던 그 풍경이 아니어서 실망을 했지만. 영덕 강구항에 가서 대게도 먹고, 포항 호미곶에 가서 바다도 보고, 고향 친구집에 가서 마당에서 삼겹살도 구워먹고.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만들어 왔습니다. 우리 아들 딸하고 같이. 검사 결과 아무 이상 없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8.06 23:40 신고

      6개월에 한번씩 하는 검사
      그 검사가 주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내분을 잘 이해해주시고 기다려주세요.
      별일 없을 겁니다.
      검사 마치면
      또 놀러가세요.

  • 해피 2013.08.06 23:20 신고

    암에 걸린 사람은 암에 대해 자세히 알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간혹 초딩수준의 설명으로ᆢ마무리 짓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환자 나이와 관심도에 맞게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밤새며 인터넷을 뒤졌던 기억이 나용

    그나마 선생님이 올려놓으신 정보를 보며 무지에서 눈을 뜨기 시작하였구
    그 정보가 제게 힘이 되었답니다

    진심 감사드려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8.06 23:40 신고

      제 정보가 도움이 되셨다니
      매일 블로그 글을 쓰기 위해 애를 쓰는 저에게
      격려가 됩니다.

  • 이애란 2015.12.05 22:44 신고

    이곳에서 글을 읽으면서도 이해도 잘안되면서
    두려운 마음만 앞서요ᆞᆞ
    전 유방암2기 림프선전이없어서 부분절재하였고요
    혹은1. 8센치2.1센치 주위에 아주적은것들이 있어서 제거했다고 하셨어요
    항암약한거 12번 방사선33번 받으면서 항암약복용하고 있으며 방사선 끝나면 허셉틴치료1년 들어간다 하시더라구요
    HER2가 진짜 위험 한건지요?
    HER2가 있는 사람은 치료 효과나
    전이가 빠른지요?
    HER2가 있는 사람은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요?
    지식이 없다보니 암이란 존재가 무섭기만 합니다

  •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5.12.06 06:27 신고

    HER2 유전자 변이는 그 자체로 공격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나쁜 예후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허셉틴이라는 HER2 표적치료제가 나오면서 치료 성적이 향상되어 나쁜 예후인자의 의미가 상쇄되고 있습니다.
    지금 받고 계신 치료가 표준치료로서 좋은 성적을 보이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고 지금은 완치를 위한 치료이니 수명 여부를 궁금해 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주치의가 아니기 때문에 환자분 관련된 정보는 알지 못하므로
    저는 일반적인 사항에 대해 설명드립니다.
    더 궁금한 점은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하시면 좋겠습니다.
    지식을 아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잘 사는게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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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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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나를 만나는 환자들

혹은 항암치료를 먼저 하고 수술을 하는게 나을 것 같다는 외과선생님 말씀을 듣고 '수술도 못할 정도로 나빠졌나' 싶어 낙담한 채 나를 만나는 환자들


나는 매일 

그렇게 두려움 가득한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는 

유방암 환자들을 만난다. 

무슨 말로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지지할 수 있을까?

무엇으로 그들의 불안을 달래줄 수 있을까?


난생 처음 암을 진단받은 사람은 그 누구도 흔연스러울 수 없다.

90이 넘어 폐암을 진단받으신 나의 외할머니.

70이 넘어서까지 당신이 손수 장부 정리하고 당신이 직접 뛰어 다니며 어음과 부도를 막으며 사업을 하셨던

우리 가족의 최고 대장부 외할머니도 

큰아들을 먼저 보내고 난 후 

내가 죽어야 하는데 죽어야 하는데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했지만

폐암 뇌전이를 진단받던 그 때

그렇게 말씀하셨다.

'나 죽고 싶은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치료받고 살고 싶은 가보다. 죽는게 무섭네.'


암진단을 받은 환자는 

놀라고 두렵고 분노하고 슬픈 그 온갖 복잡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누구도 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

힘내라는 말 한마디에도 환자는 짜증이 난다.

이 세상 사람들은 나만 빼고 다 행복한 것 같다.

날씨가 좋아도 슬프다. 

안 그래도 삶이 팍팍한데, 먹고 살기 힘든데, 암이라니...

그런 환자를 지켜보는 가족도 힘들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어떻게 격려해야 할지

무엇으로 그를 도와야 할지


그렇게 혼란스러운 감정과 상실된 삶의 의미를 채 부여잡기도 전에 치료가 시작된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몸과 마음의 고통의 시간이 흐른다. 

스스로 애를 쓰고 의미를 부여한다.

내 인생에 이런 시련이 찾아온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위기를 잘 극복하여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러나 

암 진단의 충격보다

정작 환자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일차적인 치료를 마친 후 남겨진 무한정한 일상이다. 

이제는 나의 병에 대해 무덤덤해진 가족들

치료 이전의 나로 돌아가기에 허약해진 몸과 마음

다시 일터로 돌아가기엔 너무 경쟁적인 직장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을 수 없다.


허전하게 비어버린 나의 한쪽 가슴을 볼 때마다, 

매일 몸을 씻을 때마다

새삼 환자가 된다.

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의사는 완치가 되었다고 하지만 

환자는 알고 있다. 

재발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거라는 걸. 

잘 견디고 있는 줄 알았는데

순간 몰려드는 두려움, 외로움, 억울함. 

그런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다. 





나 때문의 겨우 이루어 놓은 우리 가족의 안정이 깨지면 안된다는 부담으로,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기 힘든 엄마 유방암 환자. 

치료 후 나의 직업인 웃음치료사를 포기하고, 가정으로 복귀했지만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다. 

알수없는 무력감, 각종 폐경기 증상으로 몸은 나날히 힘들고 우울감이 더해간다. 

 


가족과 아내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자기 감정 하나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르는 

적당히 나이를 먹어가는 40대 후반의 남편

도대체 아내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 

안 그래도 썰렁해진 아내와의 관계, 치료 후 더욱 더 멀어져 가는 것 같다. 



성공과 출세를 위해 오로지 대입에 매진할 것을 요구하는 세상의 잣대를 피해 

춤추는 나를 꿈꾸며 비상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딸.

그런 자신의 꿈과 내면을 내비칠 틈도 없이 엄마는 유방암 치료를 시작했다. 

엄마의 곁을 맴돌기만 하는 아빠. 

치료가 끝난 엄마는 이제 더 이상 바쁘다바쁘다를 외치며 활기있게 살았던 예전의 멋진 엄마가 아니다.다. 

매사가 우울해져 버린 우리집.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아직 사랑이 뭔지도 잘 모르는데 

남은 한쪽 가슴으로 삶을 사랑하며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는 아가씨 유방암 환자.

이것이 사랑인가 처음 느끼게 해 준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가 곁에 있지 않으면 너무나 허전하고 외롭고 슬픈데

그가 곁에 있으면 부담스럽고 미안하고 화가 난다.

내 모습이 더 초라하게 느껴진다. 

아무말 없이 그를 떠나고 싶다. 

마음아픈 사랑은 하고 싶지 않다.


http://www.youtube.com/watch?v=EfWWQDQykoQ (스마일 어게인 예고편)


이런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화 '스마일 어게인'. 영화 간첩점쟁이들연출에 참여했던 박유영 감독과 함께 영화사 울림’ 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내가 진료실에서 매일 만나는 우리 환자와 그 가족이다.

나는 병원 진료실에서 아주 짧은 순간 그들을 만나지만

그들이 병원이 아닌 다른 삶의 공간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떻게 이겨내려고 노력하는지 잘 모른다.  


암은 진단받고 수술하고 치료하면 끝나는 한순간의 병이 아니다.

우리 삶 내면의 질서를 교란하고

자아를 좀 먹고

관계를 위협하는

그런 사건으로 남아있다.

암을 진단받고 치료받는 것은 

바람처럼 지나가는 위기의 한 순간이 아니라

한번 내 인생에 자리를 잡으면 나갈 줄도 모르고 이일 저일에 끼어들며

나의 정체성을 위협한다.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아주 유명하지는 않다. 

영화의 스토리도 아주 특별하지 않다.

너무나 일상적이고 너무나 평범하고 남루한 우리의 일상 그 자체이다.

그리고 영화의 결말조차 평범한 나도 실천할 수 있을 법한 해법을 보여주는 

특별하지 않은 영화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나면 어쩔 수 없는 눈물이 난다. 

그리고 아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고 비루하게 사랑을 나누는 이벤트를 함께 나눔으로써 극복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이 영화의 시사회가 

8월 6일 화요일 오후 5시 30분 

삼성서울병원 본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무료. 누구나 가서 공짜로 볼 수 있다.

나는 줄거리를 엮고 대본을 쓰는 과정에 참여하였다. 

우리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이 영화가 널리 홍보되었으면 좋겠다. 


환자들을 위한 영화라기 보다는

암환자의 가족들

암환자의 친구들이 보았으면 하는 영화이다. 


영화는 DVD 로도 만들어져 병원별로 배포될 예정이라고 한다.

시사회를 보지 못했지만 관심있는 사람은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02-3410-6617 로 연락하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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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닭살멘트  (0) 201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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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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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외래에서 웃음꽃이 피어나는 때가 있다.

나는 그 순간이 매우 소중하고 기쁘다.

그런 찰나의 기쁨이 일상의 무기력함과 슬픔, 분노를 컨트롤할 수 있게 해준다고 믿는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하게 되어 내 외래를 처음 오신 40대 중반의 여자 환자.

나보다 나이가 두살 많은데 

참 예쁘다.

같은 여자지만 말도 곱게 하고 얼굴도 곱고 여러모로 참 예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유방암을 진단받고 잔뜩 긴장한 환자에게 집중하느라

보통은 보호자에게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못한 채 환자에게 촛점을 맞추게 된다.

실컷 울고 들어와서 이미 눈시울이 붉어진 환자에게 

많이 힘들지 않을 거라고, 치료 결과는 좋을 거라고, 씩씩하게 치료를 시작하자고 

환자의 용기를 북돋아야 한다. 

나의 온 에너지를 투자해서 말이다. 

그렇게 실컷 설명을 하고 있는데

환자와 나이 차이가 꽤 나보이는 50대 중반의 남편이 보호자로 오신 모양이다.

작고 아담한 체구의 환자와는 달리

키도 크고 덩치도 크고 나이도 들어보인다.

턱수염도 희끗희끗, 머리카락도 희끗희끗, 중년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런 아저씨가

훌쩍이는 아내를 보고 한 말씀 하신다.


'자기, 선생님 말씀대로 잘 할 수 있을거야. 내가 집안일 다 할께. 힘내. 자기 화이팅이야.'


나는 아저씨의 닭살멘트에 참지 못하고 '풋' 웃고 말았다.

진심이 담긴 닭살멘트.

아내에게 힘을 주고 싶은 남편의 마음이 느껴진다. 


'죄송해요. 드라마 아니고 현실에서 그런 말 들어본지가 너무 오래되서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어요.'


자기도 모르게 그런 말을 한 건지

원래 그런 분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웃으니 아저씨도 웃으신다. 

울던 아내도 같이 웃는다. 


'좋으시겠어요. 이렇게 다정한 남편이 옆에서 화이팅 해주시니 치료 잘 받으실 수 있을 거 같아요.'


환자가 웃으니 분위기가 좋아진다.

환자는 첫 항암 치료를 잘 받고 가셨을 것 같다.

그 분이 내일 외래에 오신다. 

진짜 집안일 다 하셨는지 여쭤봐야겠다. 




이제 항암치료 스케줄이 끝나가는 30대 후반의 여자환자.

한번만 더 항암치료를 하고 나면 수술을 받게 된다.

항암치료 성적은 비교적 괜찮다.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탁소텔 두번 맞고 난 후로부터는 많이 붓는 것 같네요.


치료 끝나면 다 빠지는 거죠?



그럼 괜찮아요.



손저림 발저림은 어때요?


점점 심해지는거 같아요. 그것도 치료 끝나면 다 좋아지는 거죠?


네 그럴 거에요


그럼 괜찮아요 견딜만 해요



유방 찌릿찌릿 하던거는 요즘 어떤가요?


항암치료하면서 다 좋아졌어요. 치료 잘 되고 있는 증거인가요?



좋아요.


그녀는 

남의 일 이야기 하듯이 자기 증상을 보고하고 

내가 대답을 하면 체크 리스트를 채워 넣듯이 확인하며 반응을 한다. 

더 묻는 말이 없다. 에스 아니면 노. 좋아요. 알겠어요. 단답식으로 대답하고 자기가 궁금했던 사항, 걱정했던 사항들을 차근 차근 정리하는 것 같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는 한 마디 한다. 


쿨 하시네요.


(그녀는 경상도 사람이다)


저 소~~~쿨~~~~이죠?


쏘 쿨이 아니고 소 쿨이다. 


둘이 한참을 웃는다.


소~~~~ 쿨~~~~~한 그녀도 곧 외래에 오실 예정이다. 


자기 힘으로

남편이 지지해주는 힘으로

오늘 하루도 힘든 치료 일정을 잘 이겨내고 계신 우리 환자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없어서 외로워 하는 환자에게

나도 또 다른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의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그래서 힘들어도 가끔을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내일 외래는 피곤한 얼굴을 감추고

활기찬 모습으로 

나도

소~~~~ 쿨~~~~~하게 진료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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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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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허셉틴 치료가 거의 끝나가는 그녀.

원래 내 환자는 아니다.

출산 휴가 중이신 선생님을 대신해서 당분간만 내가 진료하고 있다.


허셉틴 치료 자체는 별로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특별히 설명하거나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없어서

별 대화없이 외래 진료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개는 그 전에 받은 항암치료의 후유증 때문에 힘든 문제들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잘 지내신다.

치료 경력도 꽤 되시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알아서 몸의 회복을 위해 애를 쓰기 때문에 의사에게 별로 기대하는 것 없이 알아서 잘 살아가신다.


그녀도 그랬다.

그녀를 진료한 건 몇번 안되고

지금 당장 내가 치료방침을 결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건성건성 허셉틴 처방하고 안부를 묻는 짧은 진료를 보곤 했다. 



잘 지내시죠?

요즘은 치료 합병증이 남아있는 건 없나요?  


네.

이것저것 불편한게 있지만 나름 애 쓰고 있어요.


예쁘장한 그녀는 쿨 하게 대답하며 웃는다.


뭐가 불편한가요?


음....


할말이 많은지 잠시 망설인다. 


요즘은 충동적으로 욱 하는거 같아요.

오늘도 별일 아닌 일로 큰 애랑 한판 하고 나왔어요.


항암치료 받은 것 때문에 난소기능이 억제된 상태라 폐경기 증상이 아직 남아있나 보네요.

기분 변화가 심하고 그런가요?


요즘 심해졌어요.

오늘은 나도 모르게 애를 때린거 있죠?

애를 때려놓고 나도 깜짝 놀랐어요. 이게 애를 혼낼 일인가 싶어서요.


아이가 엄마 상태를 이해해줬으면 좋겠네요...


잠시 서로가 침묵...


정서적인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결국 시간이 가면 다 좋아지겠지만 그날이 올때까지 애 쓸만큼은 쓰면서 견뎌야 되요.

다 알고 계시죠?


네.


그래서 본인은 뭘 하고 계신가요?


인형 만드는 것도 배우러 다녔구요

일주일에 두번씩 비즈 공예도 했어요.

최근에 그림 그리기도 시작했고

일주일에 한번씩 어머니 합창단도 나가고 있어요.

그리고 선이랑 요가를 같이 하는 프로그램도 신청했어요. 


우와, 하는게 너무 많네요. 시간이 되나요?


그냥 되는대로 해보고 있어요.

뭔가 다른 일에 집중하는게 필요한거 같아서요.

그런데 최근에 기분변화가 심한 건 어떻게 안되네요. 

그래서 선이랑 요가를 신청했어요. 그런 걸 하면 자기 조절능력이 좀 생길까 싶어서요. 


최선을 다하고 계시군요.


그녀는 자신만의 노력을 알아주는 내가 고마워하는 눈치다. 


근데 쉽지 않죠? 

기운 내세요.

결국엔 다 좋아질거에요.

지금 배운거 꼭 누군가를 위해 쓰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지금 힘들었던 시간이 나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돌아오시길 바래요.

그렇게 될거에요.


오늘 집에 가셔서 아이 마음을 좀 풀어주세요.

솔직하게 엄마 상태를 고백하면 아이도 이해해줄거에요.

초등학교 6학년이면 다 컸으니까요.


그럴게요.

선생님 고마워요.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 환자를 보고 있으니

그저 지나가는 말 몇마디로 그녀를 격려하는게 무안하다.


삶은

끊임없는 

투쟁이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아무말없이 처방한 대로 치료를 받고 가는 '착한' 환자들은

이래저래 말이 많고 진료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다른 환자들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더 말을 못하고 그냥 돌아가신다. 

마음 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 하소연하고 싶은 사연들이 많을텐데

그런 마음을 충분히 들어주지 못하고

격려해주기 힘든

지금의 진료 환경이 원망스럽다. 


가끔이라도 안부를 묻고

마음의 화이팅을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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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어린 그녀,

언뜻 보면 애기같다. 

얼굴도 귀엽고 체구도 작고.

마음으로 그녀를 동생 취급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아이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몇살인지 몰랐다. 아주 어린 아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술과 수술 후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가 다 끝나고 1년반이 지났다.

오랫만에 만난 그녀.

반갑다. 

항암치료 할 때 탁소텔 맞으면서 엄청 힘들어 했다.

몸이 너무 많이 부어서 거의 10kg 가까이 체중이 증가했었다.

무기력감이 너무 심해서 항암치료 마지막 무렵에는 환자가 나한테 말도 잘 안할 정도였다. '

내가 '너무 힘든데 치료 그만할까요?' 그러면 

'지금까지 한게 어딘데 지금 포기하냐'며 끝까지 할거라고 강단을 보였다.


그렇게 힘들었던 치료가 끝나고 정기검사를 하러 외래에 왔다.

충청도에 사는 그녀는 손수 차를 몰고 병원에 다닌다.

이제 붓기가 다 빠져서 예전처럼 날씬해졌다. 

그런데 몇달 전부터 수술한 쪽 팔에 림프부종이 생겼다. 

사는 곳 근처 재활의학과에서 치료받아도 잘 낫지 않는다며 우리 병원 재활의학과를 한동안 다니기도 했다. 아직도 팔이 좀 부어보인다.



팔 부은건 요즘 어때요?



두시간 정도 운전만 해도 팔이 다시 붓고 아파요.



많이 힘들어요?

아직 딱딱하지는 않네요. 붓기가 심하지는 않은거 같아요. 



아직은 견딜만 해요.



그녀의 대답에서는 예전의 오기와 강단이 느껴지지 않는다. 

맥이 좀 풀린 것 같다.


그녀는 원래 치료를 받으면서도 자기 증상에 대해 잘 말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물어보면 항암제 독성들이 꽤 심했다.

증상이 심한데 왜 말하지 않냐고 하면 

항암치료가 쉬운 거냐고, 그냥 견뎌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남의 일 얘기하듯, 무심하게, 사람이 참을 줄도 알아야지 뭐 그런 식으로 반응했다.

쏘 쿨.


그런데 

오늘 만난 그녀는

원래 그녀에게서 느껴졌던 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어디 불편한데 없어요?

관절 마디마디 아픈데는 없나요?

잠은 잘 자요?

얼굴 화끈거리는 증상은 없나요?



온 몸이 아파요.

잠도 잘 못자구요.



타목시펜 때문에 생길 수 있는 폐경기 증상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니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다.

타목시펜 먹은지 1년반이 지났는데 아직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다. 

더 심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자꾸 짜증나고 그래요?



네.

우리 딸이 나한테 엄마 성격 이상해졌다며 걱정해요.

그래도 약 때문이니까 이해해준대요.



딸이 그런 것도 알아요?

그런 걸 이해해 줄 정도로 큰 딸이 있나요?



초등학교 6학년이에요.



어머, 그렇게 큰 딸이 있었어요?

난 대여섯살짜리 꼬맹이 엄마인줄 알았어요.



그녀가 처음으로 웃는다.



자꾸 화가 나고 신경질도 많아졌어요.

그래서 애들한테도 자꾸 짜증을 부리는 거 같아요.

큰 애가 그런 나를 보면서 성격이 변했다고 생각하나봐요.

이해해 준다고 말은 하지만

내가 봐도 내가 너무 변덕스럽고 히스테리 부리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는 잠시 호흡을 고르고 진지하게 그녀에게 묻는다. 



우울한가요?



순식간에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힘든 항암치료 기간에 한번도 보지못한 눈물이다. 



네.



약 때문에 그런 거에요. 알죠?

나한테 무슨 문제가 생긴건 아니라구요. 알고 있죠?



나는 다그치듯 채근하며 괜찮다는 그녀의 대답을 들어보고 싶어서 애를 쓴다. 

그녀를 안심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나도 초조하게 자꾸 질문을 던진다.


동생같은 그녀의 마음이 느껴지니 안타깝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괜찮은 척 하는 그녀의 마음이 느껴진다. 



우울한 마음이 심하면 정신과 선생님 만나 볼까요?



아직 괜찮아요. 

괜찮아 질거에요. 



그래요, 그렇게 엄마를 이해해주는 큰 딸이 있는데 엄마가 힘 내야죠. 

잘 지낼 수 있죠?

우울감이 심하면 정신과 선생님의 도움을 받읍시다. 

그렇게 할거죠?





오늘 입고 온 원피스 예쁘네요.

잘 어울려요.

아주 날씬해 보여요. 


그래요?

예전 처녀 때 입었던 옷이에요. ㅎㅎ


몸매가 유지되고 있군요. 대단해요.


우린 언제 심각한 이야기를 했냐는 듯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헤어진다.

그렇게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때가 좋은 때다. 

그녀에게는 그렇게 소소한 마음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사람은 누구나 존재에 대한 인정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필요로 한다. 

아플 때는 더 그렇다. 







 





 





 




  • 준서아빠 2013.07.11 10:48 신고

    그렇게 힘들어 할때 가족의 힘이 중요한거 같아요.
    몰랐어요. 난 그저 좋으려니 이깟 유방암 2기.. 무심히 남일처럼 지냈었습니다.
    나중에 집사람 핸폰을 얘들 학교연락때문에 쓸때가 있을때야 알았습니다.
    자기 언니랑 주고받은 문자를보면서, 무심히 지나치고 있던그때. 집사람은
    참 힘들어 했다는걸 알았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참 후회할일을 많이 합니다. 일의 결정을 할땐 이 선택이 최선인지
    몇번을 스스로 에게. 묻고 하는데 정작 제일 가까운 사람에겐 그러지 못하고 항상 옆에 있는 있을 사람이라고만 여겼습니다. 그져 미안합니다.

  • 2013.07.11 15:49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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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나랑 만나지 않았으니

아마도 재발없이 잘 살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아이도 많이 컸겠구나.



키도 작고 얼굴도 작은데 눈이 큰 그녀.

임신 중이라 유방이 통통해져서 잘 몰랐다. 

그런데 아무래도 꺼림찍해 초음파 검사만 해보았더니 유방암이 의심되었다. 

유방의 크기도 매우 크고 겨드랑이 림프절에도 여려개 전이가 된 것 같다.

면역화학염색검사를 해 보니 삼중음성유방암이었다.

그때 그녀는 임신 38주.

이미 아이가 다 컸다. 

폐도 다 성숙하였고, 신체 장기도 잘 발달한 상태이다. 

유 도 분만으로 아이가 무사히 태어났다. 

그리고 다다음날 항암치료를 시작하였다.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 몸은 정말 무겁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낳고 나면 몸은 더 무겁다. 

온 몸이 다 아프다. 


그녀는 그렇게 무겁고 아픈 몸을 추스릴 틈도 없이, 막 태어난 아이에게 초유를 먹일 틈도 없이 항암치료를 시작하였다. 유방 종양의 크기가 하루가 다르게 크기가 커지는 것 같았다. 삼중음성유방암은 그렇게 빠른 속도로 자라기도 한다. 


그녀는 첫 아이를 그렇게 엉겹결에 낳고, 엄마 노릇도 채 해보지 못한채, 아이는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항암치료 8번을 받았다. 그녀는 겁에 질려 치료를 시작하였다. 치료 기간동안 많이 힘들어했다. 매번 눈물을 꾹 참고 치료를 받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힘든 6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유방암 수술.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는 그렇게 컸던 유방 종양이, 여러개 있었던 겨드랑이 림프절에 암세포가 하나도 없었다. 완전관해. 그녀는 완전관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아이가 태어날 무렵부터 항암치료를 했으니 항암치료 경력과 아이 나이가 오버랩 된다. 

8번째 항암치료를 하던 날 6개월 된 갓난아이를 외래에 데리고 왔다. 

그리고 첫 유방암 정기검진 때는 돍을 넘긴 개구장이 아들을 데리고 왔다.

그 뒤로 뒤뚱뒤뚱 자기 걸음으로 걷는 아이를 한번 더 본 것 같다. 

아이를 데리고 와서 나에게 인사를 시켜주는 그녀의 얼굴은 참 행복해 보였다.

고생한 사람만이 더 큰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았다. 

더 이상 나를 볼 일은 없어야 할텐데...



내일 외래에 오게 될 신환 정리를 하다보니 

임신 사실과 유방암 진단을 동시에 받고 오는 아주 어린 환자가 있다. 

그녀의 유방도 5cm 이 넘는다. 겨드랑이 림프절도 여러개 보인다. 아직 수용체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호르몬 수용체 양성은 아닐 것 같다. 

  

이제 임신 5주. 

다음주에 산부인과에서 치료적 유산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다. 

결혼 후 첫 임신인데 그 아이를 유산해야 한다는 상실의 아픔과 

유방암을 진단받았다는 사실로 인해

큰 충격을 받은 상태일 것 같다. 


수술 전 항암치료와 수술 

그리고 수용체 결과에 따라 호르몬 치료나 표적 치료가 더해질 것이다.

그 기간동안 그녀는 임신을 하면 안된다. 

호르몬제와 표적치료제는 임신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나는 내일 어디까지 설명하는게 좋을까?

일단 항암치료부터 시작하고 보는게 나을 것 같다.

너무 큰 충격을 받으면 

무슨 말을 해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공연히 뭔가를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다.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힘들지만 그 시간을 이겨낸 아기 엄마가 떠오른다.

그녀라면 도움이 되는 말을 해 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배간호사가 외래 제일 마지막 순서로 예약해 두었다.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는 걸 아니까. 



내일 치과 컨퍼런스 시간을 조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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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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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한 후 
유방암 재발의 위험성을 예측할 때 
일차적으로 다음과 같은 임상적인 결과를 검토한다.  


종양의 크기가 큰 경우 (5 cm 초과)
최초 진단시 겨드랑이 혹은 쇄골림프절 전이 여부
종양세포의 핵과 조직학적 등급 (grade)
수술 시 제거한 종양의 경계에서 암세포가 관찰되었을 때
유방 보존술을 했는데 방사선치료를 충분히 받지 않았을 때
나이가 젊을 때
염증성 유방암일 때 
호르몬 수용체 음성일 때
BRCA 1,2 유전자 양성일 때 
그리고
....
....
....


이상의 여러 요인 가운데
특정 요인이 어느 정도의 재발을 설명하느냐는 사실 명확하지 않다.
종양크기와 림프절 전이여부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소소한 요인 하나하나의 영향력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통계분석을 통해 
한 요인당 몇 점의 스코어를 부여할 것인지를 제안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요인별로 다른 가중치가 부여된다. 요인별로 재발에 기여하는 영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프로그램에서 제안하는 가중치가 가장 적절한지,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 나의 상태를 점검해 보는게 좋은지 정답이 없다.


비교적 많이 이용되는 프로그램 중
adjuvant online!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인터넷으로 들어가면 누구나 병기별, 요인별 10년후 재발율과 생존율을 계산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개발되던 당시는 HER2 수용체 여부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요즘은 재발의 위험성을 시사하는 유전자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연구마다 조금씩 결과에 차이가 있다.  
환자의 체중 조절, 적절한 신체활동 여부, 일상적인 식습관 등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을 제기하는 역학보고서도 많이 나오고 있다. 나도 심히 동의한다. 암은 유전자(gene)의 병이지만 생활습관도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어떤 요인 하나를 재발에 가장 중요하다고 핵심적으로 골라내기 어렵고, 
어떤 요인이 가장 강력하게 재발을 설명하는지 말하기 어렵다.
이런 요인이 다 없다고 해도 재발되고
많은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어도 재발하지 않기도 한다. 


그렇게 확실하지 않고 애매한 상황을 종합하여 나는 치료 방침을 정하게 된다. 



나이는 40세
종양크기는 2cm 이나 
겨드랑이 림프절은 음성이다
호르몬 수용체 강양성
그런데 핵등급은 2
수술시 경계는 깨끗했고 유방 전 절제술을 했다.
BRCA 유전자 검사는 하지 않았다. 환자는 이 검사를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환자의 전신상태는 매우 양호.
수술 후 상처도 좋다.
다른 병도 없다. 


환자는 지금 자신의 상태가 굳이 항암치료를 할 필요가 없는 저위험군 아니냐고 
그러니 항암치료 하지 않고 호르몬 치료만 해도 재발율을 낮출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녀는 항암치료를 권유하는 내 설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수술 후 내 외래를 1주일 간격으로 세번 방문하였다.
매번 그녀는 비슷한 논리로 자신이 항암치료를 안해도 될 가능성에 대해 나에게 확인하고 싶어했다. 
자신이 듣고 싶은 대답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암치료를 권유하였다.
2cm 이면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종양크기가 작은 것이 아니고
핵등급이 1이 아닌 2이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가 너무 젊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4번 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하였다.




이 환자의 케이스를 가지고 adjuvant online 에 들어가 위험도 분석을 해 보기도 했다.
그녀를 설득하려면 뭔가 정확한 수치가 도움이 될까 싶었다. 
환자 자체의 병기가 높지 않기 때문에
10년 사이 재발율 자체가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호르몬제 단독, 항암치료 단독 보다는 두가지 치료를 다 하는 것의 이득이 단독치료에 비해 2배 이상 높다고 계산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정한 나의 치료원칙이 백프로 정답은 아니다.
사실 유럽의 치료패턴은 이럴 때 호르몬 치료만 하기도 한다.  
정말 꼭 항암치료를 하는게 맞는 걸까?
나라면 어떻게 하고 싶을까?
난 나라면 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입장을 설명하였다. 


환자가 1주일 더 생각하겠다고 재면담을 요청했다. 
그동안 나도 다시 고민하였다. 
요행히 그 사이에 학회가 있어 다른 병원 선생님들과도 상의할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의 선생님도 나이가 젊으니 항암치료를 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 

혹자는 '환자가 하기 싫다고 하면 무리해서 하지 마세요. 나중에 원망 들어요.' 그렇게 말씀하신 분도 있었다.


환자는 그 사이 여기 저기서 자료를 많이 찾고 공부한 것 같다.

아드리아마이신 쓰면 심장기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들어 나에게 그렇게 합병증이 와서 죽을 수도 있는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 나는 그렇다고 했다. 1000명에 1-2명이 아드리아마이신 독성으로 심부전이 와서 죽는다고 말해 주었다. 

호중구 감소증이 와서 열이 나면 병원에 괜히 입원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4번의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호중구 감소성 열이 날 확률은 10%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가 패혈증이 와서 중환자실 가고 죽을 수도 있는것 아니냐고 했다.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그런 일은 매우 드물다고 설명하였다. (이런 의사의 설명방식이 환자들이 제일 싫어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부작용과 예상치 못한 합병증의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난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내 의견을 밝혔다.


그녀는 나의 설명에 굴하지 않고 또 다음 외래 때 다시 상의했으면 좋겠다고 하고 갔다.

매번 서로가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다음번에도 그녀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 항암치료를 안 할려고 생각했다.

이제와서 내 원칙을 접는 것이 그녀에게 또 다른 불안감을 줄 수도 있겠지만

나도 지쳤다.

의사가 애걸복걸해서 항암치료 하면 안된다. 

그녀 말처럼 괜찮을 수도 있는것 아닌가. 



환자들이 매번 이렇게 나의 결정을 믿지 못하고 시간을 끌면 

외래에서 환자 보기 힘들 것 같았다.

설명하고 면담하는데 좀 지쳤다. 

환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너무나 많은 정보를, 심지어 잘못된 정보를 공부해 온다. 

앞으로는 이런 경향이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젊은 그녀가 고민하는 것은 십분 이해가 된다.

그녀도 나를 괴롭히려고 그러는게 절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그녀는 지금 너무 고민이 되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도 돌봐야 하고

하던 일도 계속 해야 하고

너무너무 고민이 되기 때문에 내 말을 한 순간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도 암으로 우리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돌아가셨다.

항암치료를 하면서 아버지가 너무 힘들어 했던 것을 봤던 그녀는 너무나 두려운 것이다. 

나는 그녀가 고민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로서 충분히 근거를 제시해주고, 전문가로서 내가 왜 이렇게 판단했는지 설명해 줄 의무가 있다. 

그걸 짜증내면 안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이 아니다. 

환자와 면담을 5분 하나 30분 하나 

그러한 면담 자체에는 비용이 책정되어 있지 않다. 

내가 환자를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그 환자에게 애를 쓰고 설명하는지 그를 위해 공부하는지 얼만큼의 시간을 썼는지, 그런 정신적인 노동에 대한 비용은 책정되어 있지 않다. 의사들은 그렇게 돈 안드는 말 몇마디 한걸 가지고 돈을 받으려고 하냐고 생각한다.


의사로서 내가 우리병원의 수익을 위해 벌어들이는 돈은 

환자에 대한 상세한 설명, 면담 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고가의 첨단 검사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 처방 건수를 늘리느냐에 달려있다. 

나는 계약직 의사이고 

나에 대한 평가는 외래 실적, 수익율, 그리고 논문 편수에 의거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나를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은 그런 것들이다.

그러므로 우리 병원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면 그래서 계약직 의사가 아니라 정규직 의사로 일하려면 어떤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가. 

나의 제한된 역량과 노력을 

적절한 수익율 유지, 그리고 논문쓰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자존심이 있지, 그렇게는 할 수 없다.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야지. 암, 그게 임상의사지.

난 환자의 면담을 위해 내가 노력많이 하고 시간쓰는 것을 억울해 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런 면담이 길어지는 것 때문에 다른 환자의 진료에 차질이 생기면 안된다. 

그리고 내가 지쳐서도 안된다. 


난 결국 네번째 면담 시간에

단호하게 말했다.


항암치료 하실거에요?

하시 싫으면 하지 마세요.

전 했으면 좋겠어요.

제 의견에 동의하시면 오늘 항암치료 받고 가세요.


3분 진료로 끝냈다.

그녀는 울면서 항암치료를 받으러 갔다. 

그런 식이다.

나의 일상은.





 

 

  

  • BlogIcon 윤종렬 2013.06.22 07:44 신고

    매번 글 잘 읽고 있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 의료현실이 너무 안타깝네요. 저희 어머니도 항암치료로 정말 고생많이 하셨는데... 아무튼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6.22 10:48 신고

      감사합니다.

  • 준서아빠 2013.06.22 10:03 신고

    잘하셨어요.. 짝짝
    그런분들께는 저희 얘길 해주면 그런 마음을 바로 고칠텐데 말이죠.
    저도 다른 분야의 비슷한 성격의 직업이지만 제일 힘든 부분은 어설프게 알고 선입견을 가지고 말씀하시는 분입니다. 그런 분들을 마주하면 마음 한껸엔 욱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무튼 말이죠. 문득 든 생각이지만 일차 항암을 탁솔이나 뇌전이 케어링하는 약제를 쓰면
    MRI 삭감 떄문에 나중에 원망듣는 일이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봅니다.
    그러나 결국 탁솔도 삭감되겠네요.. 방법이 없군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6.22 10:48 신고

      뇌전이에 효과적인 항암제는 아직 입증된 것이 없습니다.
      2상 연구도 별로 없고
      3상 연구에서 positive data를 낸 약이 거의 없습니다.
      유전체 연구를 하면 도움을 좀 받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닐까 생각하여 공부하고 연구를 준비중입니다.

  • 2013.06.22 10:24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6.22 10:47 신고

      깨있는 시간동안
      기력이 되는 대로 재활치료를 받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뭔가 active 하게 하는 건 아니더라도 passive 하게라도 몸을 움직여 주는 것인 근육이 위축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지금 말씀하시는 거 모두
      의사들도 그렇게 다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보호자된 마음으로 더 힘드실 것 같습니다.
      편안해보이신다니 다행입니다.
      저에게까지 화이팅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 2013.06.25 21:21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6.26 01:17 신고

      정말 잘 되었네요. 왜 그런지 잘 모르겠는 증상이었는데 약이 잘 들었나봐요. 목요일에 오셔서 약을 더 받아가셔서 당분간 드셔보세요. 별로 해롭지 않은 약이니까요.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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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은 비싸다

유기농은 맛없다

유기농은 귀찮다

그래도 그렇게 먹고 살면 좋은건 맞는 말이다.

식생활은 평생 생활 습관이 되어야 한다.

뭘 먹으면 암에 걸리고

뭘 먹으면 암을 치료하고

뭘 먹으면 암을 예방하고

그런건 없다. 

그렇게 몇가지 음식을 먹고 마는 것이 

암에 걸리고 말고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지 않는다. 

평생에 걸쳐 

건강한 식단, 운동, 생활습관을 갖고자 노력하는 것이 내 몸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나는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단거 먹으면 안된다

짜게 먹으면 안된다

기름기있는 거 먹으면 안된다

그런 원칙에 얽매여 음식을 조절하라고 권유하지 않는다.

항암치료는 내 몸의 정상세포도 많이 손상시키고 

체내 단백질이 감소하여 

쉽게 피곤하고 몸이 힘들다. 

그 기간에는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항암치료를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 뿐만 아니라 뭐든 잘 먹는게 좋다. 

삼겹살에 지방이 많이 끼어 있어도, 자기가 삼겹살을 좋아하면 그냥 드시는게 좋다.

속이 쓰리지 않으면 커피도 한잔씩 하고

소화만 잘 된다면 피자도 한두조각 드시고

그 자체가 건강식은 아니어도, 설령 인스턴트 음식이라 해도 

그게 먹고 싶으면 드시라고 한다.

가능한 삼시 세때를 지키고

잡곡밥과 염분기 없는 국, 유기농 야채로 만든 반찬, 신선한 과일을 챙겨먹는게 당연히 좋지만

그게 어렵다면 

정크푸드라도 

뭐가 되었든 드시는게 좋다. 

그래야 항암치료를 견딜 수 있다. 

나중에 항암치료가 끝났을 때, 그래서 몸이 덜 고달플 때는 다시 타이트하게 노력해야 겠지만

일단 지금 치료 중이라면 그냥 먹고 싶은 거 먹고 기분도 좋고 너무 힘들지 않게 지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 1년 좀 넘었을까

젊은 아가씨 답지않게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유기농 식단, 자연주의, 건강간식 등으로 식단을 바꾸고

자기의 일상생활 습관도 고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지내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가끔 나에게 도시락을 선물하기도 했던 그녀는 

최근 바꾼 약 탓이겠지만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 짜증이 난다고 한다. 

음식먹기가 싫다고 한다.


유기농 맛없지 않아요?

난 항암치료 안해도 

유기농 맛없어서 먹기 싫어요. ㅎㅎ


맞아요.

유기농 맛없어요.

음식을 먹을 생각만 해도 입맛이 뚝 떨어져요.


그냥 반칙해요. 

다른 거 먹어요.

유기농 먹기 힘들어서 살 쑥쑥 빠지는거 보다

반칙으로 다른 거 먹고 일단 체중을 유지하는게 좋겠어요. 


그래도 될까요?

유기농 짜증나요.


우리는 유기농 짜증난다는 말을 하면서 막 웃었다. 

음식을 잘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강박관념처럼 자리잡고 있었나 보다. 

당분간 반칙하시라고 했다.


힘든 치료 여정에서

환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싶어한다.

치료의 중요한 결정은 의사가 다 하는 거고

환자는 의사의 지침에 따를 수 밖에 없는 거니까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환자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뭔가 최선을 다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좋은 음식을 먹고 식단을 조절하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물론 음식을 넘어선 건강보조식품까지 다들 알아서 열심히 하신다. ㅠㅠ)

 

그런데

그게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유기농 안먹는거 보다 더 나쁘다.

일단은 스트레스 받지 않고

반칙하면서 나쁜 음식 먹고

일단 기분 우울해지지 않게 오늘을 넘겼으면 좋겠다.

그냥 하루를 기분좋게 사는게 가장 중요하다. 


    

  • 2013.06.17 15:57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6.17 18:04 신고

      그렇게 하세요
      사실 의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무책임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제 생각은 그렇답니다.
      평생 노력해야죠.
      좋은 음식먹고 건강생활, 건강습관 갖도록 말이죠.
      그래도 가끔은 반칙하면서 누리는 기쁨도 생활의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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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근사한 졸업식을 해드렸어야 했는데...



진단받고

수술받고

항암치료하고

방사선치료하고

그렇게 치료가 끝난 시점으로부터 5년이 넘었다. 


다른 암 같으면 치료 후 5년이 지난 경우 사망율이 일반 사람들의 사망율과 같다고 하여 5년까지 암이 재발을 안하면 '완치'되었다는 말을 한다.

그렇게 5년을 무사히 넘기신 환자들이 오늘 외래에 많았다.


유방암은 

전체적으로는

치료 후 2-3년을 기점으로 하여 재발의 폭풍이 몰아친다. 

그리고 5년을 기점으로 다시 한번, 그리고는 대개는 잠잠해지지만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환자들은 

전체적으로 예후가 좋으면서도 아주 뒤늦게도 재발할 수 있어 경계심을 완전히 늦출 수 없다.

삼중음성유방암은 3년을 넘어가면 잘 재발하지 않는다.

HER2 양성 유방암도 초반을 잘 넘기면 재발하지 않지만 HER2가 양성이면서도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이면 뭔가 복잡해진다. 아직 어떤 수용체가 재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지 잘 모르는 형편이다.


유방암은 병기라는 기본적인 조건 이외에도 수용체의 존재 및 발현 정도의 차이가 예후의 차이를 설명한다. 같은 유방암이지만 생물학적으로 크게 대별되는 그룹이다.


그래도 

어쨋든 

5년을 무사히 넘겼으니 일단 졸업장을 받으실 만하다. 


HER2 양성 환자들에게 수술 후 허셉틴이 보험이 안되던 2007년 무렵, 허셉틴과 타이커브를 수술 후 단독 혹은 병용치료했을 때 재발 및 생존율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보는 임상연구 ALTTO 스터디가 시작되었고 당시 스터디 초반에 참여했던 환자들이 이제 치료 후 5년이 지난 시점에 이르렀다. 그래서 비슷하게 임상연구에 참여하고 비슷하게 검사하며 지내던 참여자들이 오늘 대거 졸업을 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임상연구에 참여한 환자는 한 명의 임상연구간호사가 일관되게 추적관찰의 과정을 챙기기 때문에 비슷하게 치료받고 비슷하게 검사하고 비슷하게 추적관찰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은 서로간에 안면이 있으시다. 그간 재발하여 다시 치료의 길로 돌아선 사람들도 꽤 있지만, 이들은 같은 길을 잘 걸어오셨고 오늘 같이 졸업을 하게 되었다.


이 연구가 HER2 양성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모두 HER2 양성이지만 

이 중에 누군가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고, 누군가는 호르몬 수용체 음성일 것이다. 

그런 생물학적 차이가 이후 이들의 예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아직은 잘 모르고 있다. 


아휴, 5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검사결과 들을 때는 너무 떨려요.

도망치는 방을 나가는 사람.


첨에 진단받았을 때는 

제가 앞으로 사람 구실 하고 살려나 싶었어요.

나보다 훨씬 혈색이 좋은 사람


5년이 지났으니 이제 1년에 한번씩 검사하고 경과관찰 하기로 하였다. 모두들 처음 진단받을 때 만큼은 아니어도 얼굴이 상기되고 가슴이 두근두근 하다고 한다. 


이렇게 점점 병원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이들을 위해 survival kit 를 만들어 선물로 주고 싶다.


멋진 명품 손가방에

명상 CD, 

운동체조 CD,

영양가 높고 살 안 찌는 영양 식단

우울하고 쓸쓸해 질 때 자기의 마음을 기록하는 다이어리

후기 합병증과 2차 암 예방을 위한 병원 스케줄 점검 수첩


이런 toolkit 과

그동안 치료받고 검사하며 마음 졸이느라 수고가 많았다는 주치의 마음을 담은 카드를 적어 

줄업식 선물로 선물하고 싶다. 


마냥 기뻐하기만 해도 부족한 날에 이들의 마음 한구석에 아직 불안함이 남아있기도 하다.


정말 괜찮은걸까?


그렇게 마음이 약해질 때 

이 손가방을 열어 요술램피 지니를 불러내듯

하나하나 아이템을 펼쳐보면서 

건강한 생활, 건강한 몸과 마음을 챙기기 위해 스스로 애 쓰고 노력해야 한다는 의지도 다지고

이를 위해 구체적인 항목들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그런 선물을 드리고 싶다.   



Empowering 이란 스스로 해야 하는 거지만 그래도 조력자가 필요하다.

이제 당분간 병원을 떠나는 그들이 훌륭한 survivor 로서 살아갈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단지 마음과 성의로 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손가방 선물이 아니라 

Cancer survivor 를 위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Sequencing 의 시대에 

Survivorship, supportive care 에 대해 생각해 본다.



  • dnjsldkQk 2013.05.29 10:11 신고

    아 또 글을 남기게 되네요.
    제 와이푸가 삼중 양성인 것으로 아는데 이 경우에 허셉틴을 쓸 수 있나보죠?
    여태 허셉틴 쓰지도 않았는데...
    쓸약이 하나라도 더 있었으면 좋겠네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5.29 13:49 신고

      HER2 가 면역화학염색방법으로 3+ 가 나오고
      유방 종양 크기가 1cm 초과면
      호르몬수용체 양성여부와 상관없이 쓸 수 있습니다.

  • 2013.05.30 07:59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5.29 21:31 신고

      그럼요
      그럴 수 있습니다.
      ER PR HER2 검사를 해 보면
      그 성질을 유추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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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2기,

수술하고 항암치료 4번만 하면 된다고 했다.


유방암이 의심되어 검사를 하는 동안 

뭔가 소소한 이상들이 발견되었다.

환자는 그런 검사를 하는 중에 흔하지 않은 유전적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피부 병변이 있었지만 신경쓰지 않고 살아왔는데 

그게 유전성을 갖고 있는 질환과 관련이 있는 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 병의 악화로 인하여 죽고 사는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걸 설명했기 때문에 환자는 놀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유방암은 유방암대로 수술하고 항암치료를 막 시작한 참이다. 


이과 저과에서 유전적 질환이니 지금 증상이 없어도 이것 저것 검사하라는 것이 많았나 보다.

암과 직접 관련된 것이 아니라 

중증진료 혜택이 되지 않아 검사비도 비쌌다.

그래도 의사가 환자를 위해 하라는 것이니 환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는 해도 그냥 하라는 대로 다 다했다. 


그렇게 찍은 뇌 MRI 에서 뭔가 이상한 부위가 보인다고 했다.

환자로서는 의사가 MRI를 보여줘도 뭔지 알 수가 없었지만, 병변의 면적이 그리 작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영상학적으로 보면 뇌전이의 모습에 가장 합당한 것 같다는 의견을 들었다.


환자는 지금 아무 증상도 없는데

2기 유방암이니 시키는 대로 치료받으면 다 낫는 병이라 생각하던 참에 갑자기 뇌 전이가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으니 청천병력이다.

판독만으로 진단을 하기에 어려모로 꺼림찍하였다.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영상의학과가 같이 상의하였고

머리를 열지 않고 코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뇌 조직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이비인후과 선생님은 그것도 접근이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다.

환자는 그렇게 의견이 조율되는 기간동안 매우 불안해 하였다.

나에게 몇번 문자를 보냈다.

조직검사가 쉽지 않으니 입원이 필요했다.

입원하는 날, 조직검사하는 날을 서둘러 잡아 입원하였다.

입원 후 의료진이 새로운 의견을 내 놓았다. MRI를 찍었지만 CT를 다시 찍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검사별로 보이는 영상에 차이가 있으니 또 검사를 하기로 했다.

CT를 보고 나니 이번에는 뇌전이보다는 혈관이상의 일종인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환자는 전이보다는 혈관이상일 수 있다는 말에 뛸듯이 기뻐했지만

나는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뇌혈관조형술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들었다.

마침 스케줄이 잡히지 않는다. 입원한 환자는 CT만 찍고 퇴원하였다. 

전이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면 하루이틀이 급한 검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환자도 동의하였다.

환자는 내일 혈관촬영술을 위해 오늘 입원했다.

입원하라는 원무과의 연락에 입원을 하기는 했지만 마음 무거운 일이 있었다.

오랫동안 앓고 계신 아버지 때문이다. 

환자가 모시고 지내셨는데 본인이 입원하게 되니 아버지를 동생 댁으로 잠시 옮겼다.

병원에 입원한지 몇시간 안되서 집에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위험한 것 같다고.

환자가 이번에는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울먹거리면서 아버지 때문에 나갔다 와야겠다고. 입원을 취소하면 안되겠냐고.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첫딸인 그녀가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고 

최근 아버지 병 수발도 본인이 다 해드리고 있었다.

자기도 항암치료 중이라 힘들지만, 이제 아버지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기도, 다른 한편으로는 마지막 효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병수발을 들었다.


자신에게 발생한 뇌문제도 심각한 거니까 엉겁결에 입원을 하기는 했지만

막상 아버지가 거처를 옮기고 얼마 되지 않아 상태가 나빠졌다고 하니 

마음이 쓰이고 정신이 없다고 했다.

덩달아 나도 정신이 없다.


나는 빨리 뇌검사를 마치고 괜찮다는 걸 확진한 후 

중단한 항암치료를 빨리 재개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환자는 울면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외출을 나갔다. 

내일 아침 돌아오실 수 있을까?

그녀는 지금 자신의 뇌혈관촬영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할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입퇴원을 반복하는 그녀를 보니 안타깝고 미안하다. 

환자를 위해 애도 많이 쓰고 편의를 많이 봐드리고 싶었는데

매번 뭔가 일이 꼬인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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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이가 둘인데 

매번 임신했을 떄 입덧이 심해 임신 기간 내내 거의 먹지도 못하고 토했다고 한다.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서 지냈다고 했다.

임신 때 입덧이 심했던 사람은

항암치료 때도 구토 구역감이 심한 경우가 흔하다.


수술을 마치고 항암치료를 4번만 하면 되는 그녀.

정작 항암제가 투여되는 시간은 10분도 채 안되지만

우리는 아예 입원을 해서 대대적으로 마음 각오를 하고 항암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항암제를 맞고도 퇴원하지 않고 경과를 지켜보았다.

3일째 아침부터 그녀는 심한 구역감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울렁거림이 심해 움직이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 몇일을 지냈다. 항암제를 투여한지 8일째 겨우 움직일만 해지니 퇴원하였다. 퇴원할 때도 컨디션이 좋아져서 퇴원한 건 아니었다. 병원에 있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병원 냄새를 참을 수 없어서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3주가 지나고 2차 치료를 앞두고 피검사를 해보니 

백혈구 수치도 회복이 되지 않았다.

피검사만 봐도 아직 그녀의 몸은 1차 항암치료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1주일 연기.

그리고 입원하여 2차 치료를 시작하였다.

각종 독성이 다 나오고 그 정도도 심했다. 용량을 감량해서 2차 치료를 하였다.

고생하는 기간이 약간 짧아진 것 같다.

이번에는 5일만에 퇴원하였다. 

환자는 한번 겪어보니 항암치료라는게 대략 어떤 건지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한번 고생을 하고 나니, 2차 치료를 하고 나서는, 자기 스스로 어떻게 일상을 관리해야 할지 알 것 같아서, 마음적으로는 훨씬 수월했다고 한다. 구토방지제를 여러가지 종류로 많이 드렸는데, 그 약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부작용때문에도 힘들어 했다. 한마디로 모든 약에 아주 민감한 체질인것 같았다. 


그녀는 왜 그런지 원리를 알고 나니 더 잘 견디게 되는 것 같다고 하여 

나는 부작용 설명, 예상되는 코스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산책하는 거, 음식 먹는거, 일상생활 하는 거, 그녀는 조심조심 그녀의 전략을 만들어 노력하였다. 

그러나 너무 부작용이 많아서 과연 4번의 항암치료를 제대로 하고 마칠 수 있을까 싶었다.


3차 치료를 하고는 4일째 퇴원하였다.

이제 제법 여유가 있어보인다. 병원에 있어봤자 특별히 도움이 되는거 같지도 않다면서 빨리 퇴원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퇴원한 그녀는 열심히 먹고 열심히 산책하면서 자기 컨디션 유지를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다가 한끼 식사를 좀 과식했나 싶었는데 바로 다음날 설사하고 복통이 생겨서 응급실로 올 정도였다고 했다. 오한도 생기고 오심도 심하고 컨디션이 너무 나빴지만 일단 타이레놀을 2알 먹었더니 좀 증상이 가라앉아서 내가 미리 지어준 약들 중에 자기 증상에 해당하는 약들을 골라먹으며 병원에 오지 않고 3주기를 지나가고 있다. 


오늘 외래에 온 그녀는

자기가 뭘 조절하는데 실패해서 고생을 했는지

뭘 더 조심했어야 했는지 

그런 점에 대해 분석(!)하고 

자기 탓을 하면서 

4차 치료는 정말 잘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결심을 밝힌다.


4차 치료까지 다 받을 수 있겠어요?


그럼요. 다 받아야죠.

지금까지 고생한게 아깝잖아요.


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독성도 심하게 나오고 고생도 많이 하시는거 같아서요.


제 체질이 그런 걸 어떻게 하겠어요. 

그래도 남들 하는 치료는 저도 다 할거에요.

나중에 무슨 일 생기면 어떻게 해요.

이제 한번만 더 하면 되는데 그깟 죽기 아니면 살기죠. 

저 제대로 치료받을 거에요.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전, 잔뜩 겁먹은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아무리 설명을 해 줘도 듣고 싶어하지 않았다. 이런 저런 핑게를 대면서 자기가 얼마나 약에 민감한지, 항암제를 견딜 수 있을지 나에게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치료를 주저하였다.

몇번이나 항암치료를 해야 하냐고 나에게 되물었고

치료 시작날짜를 미루었다.


그러던 그녀가 그동안 세번의 치료를 하면서

전사가 되었다.

아주 결연하다.

그리고 왠만한 일이 생겨도 다 이겨낼 수 있다고, 이겨내야 한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파보니 다른 사람 다 소용없다고, 내가 나를 위해 애쓰는 수밖에 없다고, 가족이고 남편이고 별로 도움안된다고, 내가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거라고 다짐하듯 나에게 말한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는 거라고 결연하게 말한다.


맞는 말이다.

약간은 서글프지만

병하고 싸우는 거, 치료과정을 이겨내는 거, 다 내 몫이다. 


고3짜리 아들, 공부는 잘 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웃으면서 말한다.


몰라요.

지 에미도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며 살려고 애쓰는 거 보면

지도 생각이 있겠죠 뭐.


항암치료로 약간 거뭇거뭇해진 그녀의 얼굴이 다부져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게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있는 그녀.

이 시간을 견디고 나면

그녀에게 더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똑소리 나는 유방암 아줌마들 모두에게 화이팅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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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고 1년간 허셉틴을 맞는 그녀.

이제 두번만 더 맞으면 허셉틴 치료가 끝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 얼마 안남았네요.

많이 힘들고 지겨우셨을텐데 잘 견디셨어요.


사실 허셉틴 맞는 동안은 별 고생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허셉틴 맞으러 오는 날이 제 휴가죠.

전날 밤에 애기 친정에 맡겨 버리고

병원 오는 날은 늦잠자고 병원에 와서 쉬다 가는 기분이에요.


그랬군요.ㅎㅎ 


왼쪽 어깨는 좀 어떠세요?

제가 재활치료를 좀 받으라고 했는데 다니셨나요?


애기랑 병원 다니는게 더 전쟁이에요. 

애기 데리고 병원 가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냥 제가 팔을 막 돌리면서 혼자 운동했어요.

그랬더니 좀 나은거 같아요. 



어린 아들이 있는 그녀.

직장 생활을 하다가

작년에 치료받으면서 그만두었다.

자기 공부, 자기 직장일만 하던 그녀가 

애기 보고

집안 살림하고

음식 만들고

다 낯설고 서툰 일,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처음에 항암치료 할 때는 직장생활을 병행하였다. 힘들지만 직장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열심히 하였다. 그 모습도 용감하고 씩씩해서 좋아보였다.


허셉틴 1년을 맞는 기간은 오히려 치료가 더 쉬운데, 그때 그녀는 직장을 그만 두었다. 아이와 가족, 그리고 집안일에 신경을 쓰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다니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도 보기좋았다. 


약물의 부작용이 서서히 몸에서 빠져 나가고

가발을 벗고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이제 '정상적인 삶'의 궤도로 돌아오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우울감을 느끼고 힘들어하며 눈물을 보였다. 긴 치료 여정 중에 그런 시간도 찾아오는 법, 그 시간을 잘 견디고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좋아보였다.


치료가 끝나가니, 그동안의 휴식시간이 끝나간다며 아쉬운 듯 농담을 건네는 그 여유도 좋아보인다. 


그녀는 처음에 아주 초기 유방암인줄 알고 수술을 했는데 

수술 후 결과가 병기가 높기 나와 

8번의 항암치료와 1년간의 허셉틴 치료를 받게 되었다. 

이럴 경우 대개는 심리적으로 너무 낙심을 하고 치료과정을 힘들게 받아들이는데

그녀는 그냥 매 순간 속상해도 받아들이고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일부러 그렇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원래 성품이 그런 것 같았다.


나는 성품이 그리 유순한 편이 아니라

울고 불고 열받고 뒤집어지고 들었다 놨다 내 마음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인생은 자기 스타일대로 사는 법인데. 



환자를 보다 보면

천성과 성품이 병을 이기는데 젤로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생은 아둥바둥 한다고 달라지는게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일까? 

그런 걸 알면서도 늘 아둥바둥 한다. 

천성이 여유롭지 못한 내 마음 때문이다. 


그렇게 매 순간 찾아오는 위기를 

착한 마음, 여유있는 성품으로 잘 견뎌내고 치료를 마치는 그녀에게 

이번에는 내가 땅콩이라도 선물해야 할 차례가 온거 아닌가 싶다. 











  • 2013.05.28 16:31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5.28 21:26 신고

      바로 핵심을 파악하셨군요. 역시 선생님 다우십니다.
      공부 많이 하지 마시구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치료받는 자세가 더 중요합니다.
      치료, 생각보다 금방 끝날지도 몰라요. 저를 믿고 문제가 생기거나 어려운 점은 저에게 상의하시면 됩니다.
      인터넷 정보, 믿을만한 정보 별로 없어요.
      주치의가 제일 믿을만한 정보를 줄 수 있습니다.
      화이팅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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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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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2 Brain Surveillance in Breast clinic conference.pptx


어떤 스크리닝 검사를 하는 것이

환자에게 이득이 될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찍 검사해서 발견을 빨리 했을 경우 치료를 잘 해서 생존율이 향상되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방암 수술을 하고 현재까지 할 수 있는 표준적인 조치로 모든 치료를 다 했을 때

현재의 가이드 라인에서 권고하는 검사 간격은 대개 6개월, 

위험요인이 있으면 3개월 간격으로 병원에 내원하게 한다.

3개월 간격으로 검사를 하라는 말은 아니다.

의사가 진료하고 유방 수술 부위를 점검하고 환자에게 다른 불편한 증상이 없는지를 경과관찰 하라는 의미에서 병원에 내원하게 한다.

세계적인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검사항목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검사항목보다 훨씬 단촐하다. 미국은 비용이 많이 드니까, 유럽은 국가가 돈을 많이 내야 하니까, 위험요인을 고려하여 검사는 최소한으로 권고하고 있다. 더 이상 검사를 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기준을 입증하기 위해 여러 연구를 시행한 바 있고, 결과를 종합하여 현실 지침을 내린 것이라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암 진단 최초 5년간 진료비용을 5%만 내도 되는 경우 환자가 지불해야 하는 돈은 별로 많지 않다. 그래서 환자들은 사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검사를 더 하고 싶어 한다. 검사를 하는 것 보다 안하는 것을 설득하는게 어렵다.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것이 모든 경우에 옳은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원칙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는 그 지시 사항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가 어떤 증상을 한번 호소한다고 해서 왕창 다 검사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의 요인,

호르몬 수용체 상태가 삼중음성유방암이나 HER2 양성 유방암일 때 

젊은 여성일 때 (이 젊은 여성의 나이가 외국 문헌에서는 50세 이하이다. 서양의 유방암 발병 평균 나이가 65세니까. 근데 우리나라는 평균 발병 연령이 46세이다. 이런 역학적 차이를 고려한 '젊은' 나이가 산출되어야 할 것이다)

최초 병기가 3기 이상일 때 (즉 종양크기가 5cm 이상이거나 림프절로 전이가 되었을 때)

뇌 전이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나도 경험적으로 많이 느낀다.


수술한지 얼마 되지 않아 뇌전이를 진단받은 환자들은 

뇌를 정기적으로 검사해서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병을 발견했어야 했던거 아니냐고 의사를 원망한다. 

아직까지 증상이 없는 뇌전이를 발견해서 치료했을 때 생존율을 연장하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다. 입증되지 않았지만 제대로 된 연구가 없기도 하다.


이를 입증하기 위한 연구는

유방암 수술을 마친 환자를 1:1로 나누어 

한편은 정기적으로 MRI를 찍고, 

다른 한편은 지금처럼 증상이 생길 때 MRI를 찍는 임상연구를 하여 

수년간 두 집단간 생존율을 비교하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검사하여 증상이 없어도 빨리 뇌 전이를 진단하고 조기에 치료했을 때

예후가 좋았다는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이런 연구는 없으며 유사한 세팅의 과거 연구도 없다. 조금 더 진행된 병기에서 항암치료를 하기 전에 MRI를 루틴으로 찍어보았더니 생각보다 뇌전이율이 높았고 이에 대한 조기 치료를 했지만 궁극적인 생존율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연구가 하나 있다.


이런 연구를 할 떄 뇌 MRI 검사비용은 환자가 지불하게 해서는 안되고 연구비로 제공해야 한다. 왜냐면 표준적으로 시행하지 않은 검사를 한 것이기 때문에 환자가 돈을 낼 의무가 없다. 그래서는 안된다. 연구자가 연구비로 제공해야 한다. 암환자에서 뇌 전이 증상이 의심되어 뇌 MRI를 찍으면  보험이 되어 4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이걸 연구비로 지불할 경우에는 보험 전 비용인 80만원 가까운 돈을 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연구를 목적으로 검사비용을 깎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연구가 아닌 경우 한번 찍을 때 총 진료비 80만원을 벌 수 있는데 돈을 덜 버는 연구용 MRI를 찍게 해주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연구를 하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는 환자라면, 경과관찰군으로 배정되어 연구에 참여하려고 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자기 돈 내서라도 검사를 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나 같아도 그럴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검사는 보험이 안될 뿐만 아니라 불법항목에 해당하기 때문에 삭감대상이 된다. 환자가 나중에 심평원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도 인터넷으로 심평원 사이트에 들어가 한번만 클릭하면 우리병원은 5배의 벌금을 내고 환자에게 검사비용을 되돌려 줘야 한다. 환자가 원한다고 검사를 해서도 안된다. 


또 아직까지 무증상의 뇌전이를 적극적으로 치료한다고 해서 생존율이 증가한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발견한다 해도 그 다음 어떻게 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나는 그 상황에서도 임상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증상이 없으므로 경과관찰하거나 아니면 적극적으로 치료하거나 둘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런 두 군의 치료 성적을 비교해야 한다. 모든 치료가 의도치 않게 내포하는 부작용을 감뇌하고서 말이다. 그러므로 여러 모로 판단하기 어렵다.


이렇게 임상연구를 시행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과거 자료를 분석하여 유추해볼 수 있다. 

그러나 비슷한 세팅을 분석할만한 과거자료도 없다. 이제까지의 기준이 증상이 발생하면 뇌 MRI를 찍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증상이 없는데 뇌 MRI를 찍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른 임상연구에 뇌전이가 없음을 입증하기 위해 시행했던 경우가 아니라면 해당되는 케이스는 없다. 그래서 대조군 연구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한 나의 고민을 엮고 공부하여 

오늘 유방암 클리닉에서 이 주제를 발표하였다.


코호트 그룹을 결성하여 뇌전이 위험요인이 높은 그룹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 후 3년간 6개월 간격으로 MRI를 찍어보는 것을 제안하는 연구였다.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다. ㅠㅠ 

이틀 동안 밤새서 준비한 자료를 블로그에 올려 본다. 나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데이터가 아니라 논문을 정리한 거라 누군가 공유해도 상관없다. 


어쨋든 세상은 의욕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환자는 좋은 취지로만 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김샜다. 






  • 2013.03.19 22:10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3.20 12:55 신고

      저의 글에서 힐링을 받으신다면 더할나위 없는 영광이겠습니다.
      세상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더 다치고 상처받습니다.
      조용히 가만히 있고 닥치고 있는게 장땡일 때가 더 많아요.
      잘 생각해보면 내가 소리높여 주장하려고 했던게
      절대적인 진리가 아닌게 많잖아요?
      그냥 그밥에 그 나물이면 조용히 가자 그런 걸 배워가는게 어른이 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씁쓸하다 하더라두요.
      저도 지금/요즘 그런 사건들을 겪고 있지만
      과연 그냥 닥치고 사는게 맞는 건지...
      김어준이 쓴 건투를 빈다 그 책이 생각나네요
      한번 읽어보세요 도움이 됩니다

  • 2013.03.20 10:36

    비밀댓글입니다

  • 준서아빠 2013.03.20 10:36 신고

    매일 생활에 회사일에 정신없이 가다보니 샘 블로그에 후딱 스쳐가게 되네요.
    오늘은 글제목이 와닿는 말씀이라 꼼꼼히 보고 ppt 자료도 봤습니다.

    일단, 반응들이 시쿵둥 했다는 말에 발끈합니다.

    아시다시피 집사람 2/0/0 유방암, ER +, 에 brain meta 이고 leptomeningeal 에 시딩이죠.

    처음에 뇌전이 애길듣고 얼마나 병원 원망을 했던지.. 아마 처음 병원 외과 샘님은 귀 많이 간지러웠을겁니다. 하지만 심평원과의 관계, 표준 치료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면 누굴 원망하기는 어렵더군요. 아무튼 8개월 전얘기 이지만 뇌전이나 cns 전이는 그 여파가 무척 큽니다.
    일단 환자가 혼자 거동이 않되니 누군가 있어야 하고 이후 치료도 다른 병소의 감시, 또
    신경계문제로 인한 호흡등 생존로 항시 보아야 하고 등등.. 또 우리나라 3차 병원 현실상
    장기입원은 어렵고 협력병원으로 가면 의료지원이 원할치 않고

    우리나라 현실상 cns 전이 환자는 아마도 다른 문제로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슬픈 현실이지만도요.

    선생님, 기운 잃지 마시고 응원하는 분들이 많으니 기운내세요.. 꼭..


    한가지만 질문드려봅니다. 항상 그렇듯이 샘 환자가 아니니 의료책임과는 전혀
    관계없는 질문입니다.

    준서엄마 상태가 aspiration pneumonia 가 보여 local 병원의 icu 에 있습니다.
    호흡은 벤트 자가모드로 하고 saturation 은 좋습니다.

    mtx induced leukoencepalopathy 가 최종 진단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별도 치료는 없습니다. icu 에서 나가고 상태가 좋아지면 chemo 를 생각해야 할까요?

    mtx 부작용 후 다시 chemo 를 한 case 가 있을까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3.20 12:42 신고

      아니오
      지금은 케모를 생각할 때가 아닌거 같아요. 당분간 치료보다는 전신컨디션을 향상시키는 것에 집중하는게 좋을 거 같습니다.
      중환자실에서 나오시면 휠체어 타고 바깥 바람 쐬고 영양 공급도 늘리고 그런 시간을 좀 더 갖는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aspiration pneumonia는 자꾸 반복될 가능성이 있으니 일상생활에서 잘 유의해야 해요.

      2/0/0 이면 사실 ER이 너무 low expression 이라 거의 삼중음성으로 보는게 치료적인 입장에서는 맞는거 같네요. 일단 ER이 조금이라도 발현이 되면 호르몬치료를 해보지만, 별로 효과는 없는거 같아요.
      mtx 하고 컨디션이 많이 좋아지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 저는 다시 항암치료를 해본 적 있습니다. 젤 중요한 것은 환자 컨디션입니다.

  • 준서아빠 2013.03.20 13:01 신고

    er 이 초기에는 95 였는데 지금은 바꿨을지도 모르겠네요.지금은 말씀처럼 와이프 컨디션이 중요하겠죠.. 조언 잘 생각해서 케어하겠습니다.
    날이 쌀쌀하네요.. 그래도 햇살은 좋으니 기분전환하셔서 홧팅! 나도 화이팅!

  • 2014.05.22 02:33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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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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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항암치료를 힘들게 받은 그녀.

탁소텔 맞으면 원래 몸이 좀 부어서 못 먹어도 몸무게가 늘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환자는 치료 중에 어찌나 못 먹고 힘들어 했는지 

항암치료를 마치고 나니 몸무게가 7-8kg 가까이 줄었다. 


항암치료 후유증 때문에 기운이 없기도 하고

빠른 시간 내에 몸무게가 너무 갑자기 줄어서 기운이 없기도 했다.

식욕이 없어서 식욕촉진제를 드려보기도 하고 하고

폐경기 증상 때문에 온 몸이 아파서 각종 진통제를 드려도 봤다.

약 부작용이 너무 심해 그런 약들의 효과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우여곡절끝에 치료를 다 마쳤다. 


오늘은 치료를 마치고 처음으로 유방암 종합검사를 하였다. 

결과는 오케이. 아무 이상이 없으시다. 

보통 검사 결과가 좋네요. 다행이에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대개 환자들이 활짝 웃으시면서 아주 뿌듯하고 만족해 하시는데 이 환자는 여전히 울상이다.


선생님 

머리가 너무 아파요.

타이레놀 먹었는데 전혀 효과가 없어요. 

뒷목이 너무 땡기는거 같아요. 심장 박동칠 때마다 머리도 울리는 것 같아요.


그녀의 표정만 봐도 두통이 느껴진다.

그녀의 유방암 타입은 뇌전이가 잘 생기지 않는 유형이다. 뇌 MRI를 찍기보다는 환자의 병력청취와 신체검사가 더 중요할 것 같다. 



그녀의 자랑이었던 큰 딸. 작년 말 서울 시내 유수의 외고에 합격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그래서 그녀는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온갖 부작용으로 고생하면서도 잘 이겨냈다. 가끔 그녀의 곁에는 자랑스러운 그녀의 딸도 함께 있었다. 그렇게 엄마를 지탱해주던 딸이 외고에 들어가서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마음의 부담도 너무 크고 학교 생활이 힘들었다고 한다. 아직 학교생활 시작한지 얼마 안된거 아니냐고 했더니 외고는 이미 지난 겨울방학부터 이미 고딩 모드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순간 방학 내내 즐겁게 놀며 여유있게(!) 공부한 슬기가 떠오른다.  


그럼 일반고로 전학시켜 줘요. 요즘은 내신 때문에 외고보다 일반고가 대세래요.


모녀간에 마음 고생 단단히 하고 

얼마전 딸은 일반고로 전학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딸은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는 학교 분위기가 영 어수선하고 애들도 공부를 열심 안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마음맞는 친구도 없는 것 같고 대화 수준도 잘 안맞는 것 같다며, 자퇴하고 혼자 공부하겠다고 우긴다고 한다. 


자퇴는 안된다고 했더니

그럼 외국으로 유학가겠다고 했다 한다.

외국 유학을 생각할만큼 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철부지 딸의 불평불만에 

그녀는 너무나 분통이 터져서 최근 한달 사이 4-5kg의 체중이 더 빠져버렸다. 

모녀간 대화가 잘 안되나 보다.


오늘 외래 첫 환자였던 그녀와 나는 한참을 이야기했다. 


자식이라는게 마음대로 안되는거다

고등학생이 되면 부모의 지원과 충고가 한계에 달하는 것 같다

요즘 애들은 고생을 덜해봐서 세상 사는게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좀 힘들어도 견딜 줄을 모른다 

부모가 많이 해줘서 자기 의지로 세상 어려움을 헤쳐 나가본 경험이 없다

두 고딩 엄마가 신나게 자식 욕을 하느라 외래 시간을 까먹었다. 


몇일 두통약 먹는다고 낫겠어요?

당분간 머리 아프실 거 같아요. 

슬기는 다음달부터 매주 일요일 외국인 노동자 주말 한글학교 보조교사로 일하기로 했어요. 

애들도 좀 다른 세상을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나면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안그래도 항암치료 후 호르몬제 드시면서 갱년기 증상으로 힘들어 하시는데, 당분간은 계속 힘드실 것 같다. 

앞으로 내 외래 오실 스케줄은 없는 분이지만, 뭐든 힘든 일 생기면 오시라고 했다.

오실 일 없이 잘 해결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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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수술 후 

항암치료가 끝나고 방사선치료도 끝난 지 2년이 넘었다. 

지금은 항호르몬제를 드시면서 6개월에 한번씩 정기 검진만 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사실 그녀는 이제 종양내과 환자가 아니다.


그녀는 오른쪽 폐 아래 쪽에 기관지 확장증이 있다.

그래서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이 찾아 오면 가래에 피도 섞여 나오고 숨이 차고 호흡이 편치 않다.

처음 그녀의 가슴 엑스레이를 보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정상 폐사진과 비교해서 보면 상당히 나쁘다. 빨리 CT라도 찍어서 속 안을 좀 들여다 봐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드는 사진이다. 


그녀는 유방암 치료를 다 마치고 저 멀리 남쪽, 당신 고향으로 내려가셨는데

별로 심각하지 않은 증상이 생겨도 환자는 항상 화들짝 놀라하며 서울행이다. 

그 먼 곳에서 걸핏하면 응급실로 달려 오신다. 

응급실같이 정신없는 곳에서는 

환자가 숨차다고, 가래에서 피가 난다고 하면 

차분하게 예전기록을 들여다 보면서 

현재의 상태와 비교분석 할만한 여유가 없다. 

응급실 레지던트에게 그런 것까지 요구하면 무리다. 

그런 판단과 의견은 응급실이 아니라 외래에서 들으셔야 한다. 

바쁜 응급실 레지던트, 흉부 CT를 찍는다. 그런데 이 환자는 응급실 올 때마다 CT를 찍었던 것 같다.

예전 엑스레이 사진과 연속적으로 비교해보면 사실 똑같다. 엑스레이를 비교해서 보는게 더 중요하다. 



그녀는

일년에 서너번 정도 우리 병원 응급실에 오신다. 매번 입원의 이유도 다양하다. 

항호르몬제를 드시다 보니 관절염, 가벼운 수면장애, 정서적 예민함 그런 증상들이 동반되어 있는것 같다. 자기는 페마라 먹으면서 우울증도 온 것 같다고 호소한다.그녀는 내가 무슨 설명을 하면 다 받아 적는다. 그녀가 나에게 하는 말을 잘 들어보면, 언젠가 내가 그녀에게 해준 설명이랑 비슷한 것도 같다. 


응급실로 올 때마다 사실 별 문제는 없었다. 

힘들게 왔으니 내시경이라도 하고 가고 싶다고 했다. 속도 쓰리고 배도 자주 아프니까. 

뭐라 말릴 수도 없고, 그냥 검사하시게 해드렸다. 별 문제없이 몇가지 검사만 한 채 돌아가시고는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열이 잘 잡히지 않았다. 기관지 확장증에 폐렴이 동반된 걸까?

항생제를 바꾸면서 열이 떨어졌다. 열이 나니까 그 자체로 환자가 많이 힘들어 했다. 

응급실 오셨을 때, 

마음 속으로는 바로 집에 가시라고 해야지 했었는데,

어이쿠 열이 안 떨어지니 내심 마음이 초조했다. 

다행이다. 


그녀는 사실 지금 암 치료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이 환자의 호흡기 문제를 진료하고 있는게 맞는건가 싶기도 했다.

여하간 얼추 약을 바꾸고 환자 상태가 좋아졌으니 다행이다 싶다.

비교적 심각하지 않은 고비를 넘기며 그녀의 몸은 또다시 병을 이겨내고 재도약을 하려고 준비하려는 건가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침 회진을 가면

이 환자에서 가장 오랫동안 발목이 붙잡힌다. 이래저래 나에게 하실 말씀이 많으신 거 같다. 

내가 뭐라 댓구를 하면 또 엄청나게 질문하시고 

그래도 나 괜찮은 거냐는 기대섞인 반문을 하신다. 

평소보다 재원일수가 길어지니 환자의 질문과 하소연도 끝이 없다. 

오늘도 

뭐라 뭐라 한참을 말씀하시고는, 나에게 이거 괜찮은 거냐고 또 묻는다.


나도 모르게 순간 심뽀가 뒤틀려서 


그 정도 오래 얘기할 힘 있으면 괜찮은 거에요.

목소리도 방안을 쩌렁쩌렁 울리잖아요. 그 정도면 기운도 왠만큼은 있는 거에요. 

컨디션 나쁜 사람, 진짜 심각한 사람은요 힘없어서 말도 못해요.

그러니까 이 정도면 괜찮은 거에요.

아시겠죠?


말을 내뱉고 보니 

환자가 좀 무안할 거 같다.

그런데 환자가 흔연스럽게 맞받아 쳐준다.


그렇겠죠? 

제가 아직 그 정도는 아닌가봐요. 

아이고, 내가 말이 너무 많아서 선생님 힘들겠다. 이제 그만 말할게요.


내 속을 엿보인거 같아 부끄럽다. 나 참 밴댕이같다. 

남의 말 잘 들으라고 귀 두개, 말은 적게 하라고 입 한개, 그렇게 주어진거라고 하지만  

환자가 말 많이 하는거 못 참고 싫은 소리를 해버렸다. 


머리로 알고 있는 이론과

마음을 다해 실천하는 것은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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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생존자의 후기 합병증 관리

 


2012 12월에 발표된 국가암등록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0년 현재 한국의 암생존자가 1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암 생존자 그룹이 증가하고 이들의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암 치료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과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암 치료 중 발생한 부작용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을 장기적 합병증(long term effects) 이라고 한다면, 치료 기간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치료가 끝난 후 새롭게 발생한 증상을 후기 합병증 (late effects)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1) 후기 합병증은 암 치료를 위해 받았던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수술 등과 관련하여 사람마다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신체적 심리적 합병증도 다르게 표현된다. 암 생존자들은 일차적인 암 치료가 끝난 뒤에 자신에게 어떤 종류의 후기 합병증이 흔히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잘 알고, 관련 증상이 발생할 경우 담당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장기적인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암 생존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후기 합병증의 유형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이에 따른 관리 전략을 모색하고자 한다.

 

1.     수술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문제

 

암의 종류와 시행한 수술의 유형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후기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수술한 장기의 기능 손상에 따른 합병증이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수술 중 림프절을 제거한 경우에는 림프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림프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고 한곳에 뭉쳐 사지가 붓는 경우가 발생한다. 유방암 환자에서 겨드랑이 림프절 제거술을 한 후 상지 부종이 오거나 난소암이나 자궁경부암 수술 시, 혹은 남자 환자에서 전립선암이나 신장암, 방광암, 직장암 수술 시 복강 내 림프절을 제거할 경우 하지 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림프부종을 어떻게 측정할 것이냐, 어떻게 진단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표준화된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림프부종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수술 전 팔다리 상태를 측정하고 같은 측정 방법, 도구를 이용해 연속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진단 및 치료에 도움이 된다.

 

림프 부종의 증상은 팔과 다리가 당기는 느낌, 반지나 신발을 착용했을 때 조이는 느낌, 팔과 다리의 힘이 약하다고 느껴질 때, 통증이나 쑤시는 느낌, 또는 무거운 느낌이 들 때, 피부가 붉어지거나 붓고 염증증상이 있을 때 의심해 볼 수 있다.

 

림프부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누운 자세에서 팔과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유지하고 혈액 순환이 갑자기 증가하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좋다. 너무 뜨거운 물에 사지를 담그거나 고온의 사우나에 자주 노출되는 것은 좋지 않으며 뜨거운 팩이나 차가운 팩을 직접 팔다리에 적용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저자극성 비누를 사용하여 피부를 청결히 하고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보습제를 사용하는 것도 부종과 동반된 염증성 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팔다리에 상처나 감염이 생기면 잘 낫지 않을 수 있으니 작업시 장갑을 끼고 맨발로 다니지 않는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과도한 압력을 주지 않는 적절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림프부종이 생기면 바로 담당 의사에게 알리고 조기에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를 받는 것이 장기적인 합병증을 예방하는데 필수적이다. 이들 증상은 한번 생기면 완치되기 어렵기 때문에 림프부종은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 관련된 수술이나 위험요인을 가진 개인별로 예방을 위한 교육과 지침을 안내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2).

 

그 외에도 1988년 이전에 호지킨 림프종을 진단받고 치료받은 생존자는 당시 표준 치료로 비장제거술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예방접종 및 감염 예방 조치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유방암으로 유방을 제거한 후 혹은 뼈암을 치료하기 위해 사지를 절단한 경우 사지가 아픈 것처럼 느끼는 환상통(phantom limb pain)을 경험하는 비율이 20-30%에 달한다고 한다. 암 수술 후에 겪는 심리적 후유증에 해당한다.

 

 

2.     심혈관계 문제

 

흉부에 방사선치료를 했거나 anthracycline 유사체 (doxorubicin, epirubicin ) cyclophosphamide 와 같은 항암제를 사용한 경우에 심장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65세 이상의 노인에서 고용량 항암치료를 받게 될 경우 심장 근육에 염증이 생기거나 울혈성 심부전 그리고 기타 심장 질환의 발생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한 연구에서는 방사선 치료 범위 내에 주요 관상동맥혈관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관상동맥 죽상경화증이 증가하여 급성심근경색 등의 질환이 가속화될 수 있음을 보고한 바 있고(3), 목 부위로 방사선치료를 받는 경우 경동맥 협착증이나 죽상경화증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뇌졸중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4) 방사선 치료에 의한 혈관손상으로 죽상경화증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아스피린, 스타틴, 항혈소판억제제 등의 약제를 적극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보편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아직까지 근거가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뇌졸중의 위험 요인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보다 적극적인 예방전략을 채택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 외 혈관 손상에 의한 합병증으로 고혈압이나 혈전증도 흔하게 보고 되고 있다. 따라서 고혈압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 주위로 방사선이 조사된 경우 장기적으로 심장 구조에 영향을 미쳐 판막질환이나 부정맥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신체검사와 심전도, 심초음파 검사를 고려해 볼 수 있다.

 

Anthracycline 의 경우 총 누적용량이 450mg/m2 이상 투여 되었을 경우 심장독성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취약한 환자에서는 그것보다 낮은 용량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anthracycline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심장문제는 비가역적 손상을 야기하기 때문에 회복이 어렵다. 그러므로 임상적으로 증상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어떤 문제가 있다면 지속적으로 심장기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유념해야 한다.

특히 유방암 환자 중HER2 양성 환자의 경우 anthracycline 뿐만 아니라 trastuzumab 을 치료약제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들 약제 공히 심장독성을 유발하고 왼쪽 유방암이라면 방사선 치료가 더해져 심장손상의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Cisplatin 을 근간으로 한 항암치료는 혈관내피세포를 손상시켜 레이노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되며 드물게 뇌졸중 등의 뇌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 한 연구에서는 고용량의 cisplatin 으로 치료하는 Germ cell tumor 환자의 경우 비만과 비정상적 지질수치, 고혈압 등의 발생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5).

 

따라서 암 생존자 중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음의 검사 항목을 선별검사하는 것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6). 아직까지 정기적인 심초음파 검사를 통해 좌심실수축기능을 모니터링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된 바 없다.

 

1. 심장기능 선별검사

검사항목

검사간격

공복시 혈중 지질 수치 검사 (fasting lipid profile)

비정상일 경우 1년에 한번

TSH (목에 방사선 치료를 한 경우)

증상이 없다면 수년에 한번

자가 혈압 관리

최소한 1년에 한번

심초음파 (종격동에 방사선치료를 받았거나 심장독성 항암제를 사용한 경우)     

고위험군에서 1-2년에 한번

경동맥 초음파 (목에 방사선치료를 받은 경우)

고위험군에서 2년에 한번

심근손상마커에 대한 혈액검사 (TnT, BNP)

무증상 고위험군에서 1-2년에 한번

심전도

2-3년에 한번

 

 

3.     폐 문제

 

방사선 항암 동시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은 폐가 손상될 위험이 높다. 조혈모세포 이식치료를 받은 경우 폐암으로 방사선항암 동시요법을 받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항암제 가운데 bleomycin, busulfan, carmustine, chlorambucil, cyclophsophamide, cytosine arabinoside, docetaxel, etoposide, fludarabine, gemcitabine, methotrexate, mitomucin, paclitaxel, prednisone, procarbazine, vinca alkaloids 등의 약제가 폐 독성과 관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3). 이들 약제 가운데 germ cell tumor 환자에서 사용하는bleomycin 에 의한 폐 손상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종격동에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폐 손상의 유병율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방사선 치료 범위에 폐실질이 포함되는 경우 폐암, 호지킨 림프종, 유방암 등 – 5-15% 에서 방사선 폐렴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에 대한 특별한 치료없이도 호전되고, 증상이 있어도 스테로이드로 치료가 잘 되며 장기적으로 후유증을 남기는 심각한 합병증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한 경우 2년 후 간질성 폐렴이 발생할 확률이 25%가 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7). 전신방사선 치료에 비해 busulfan을 포함한 치료요법에서 간질성 폐렴이 더 심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 외 폐질환의 과거력이 있거나 고령의 환자에서 폐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상의 치료 경력을 가진 암 생존자의 경우,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폐기능 검사를 시행하여 폐기능이 정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것이 장기적인 예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어 정기적인 폐기능 검사의 유용성은 아직 근거가 미흡한 실정이다.

 

4.     내분비계 문제

 

1>   불임

 

항암치료는 여성의 난소기능에 영향을 미쳐 남녀 공히 불임의 위험을 높힌다. 불임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암 진단을 받은 가임기 환자는, 치료 시작 전 불임의 위험에 대해 의료진과 이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성의 경우 정자를, 여성의 경우 난자를 냉동보관하는 것에 대해 산부인과 및 비뇨기과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수정란 상태로 보관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후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만, 수정란으로 보관이 어려운 경우라면 각각의 정자, 난자, 혹은 난소 조직만이라도 냉동 보관한 후 본격적인 암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폐경 증상

 

모든 항암치료는 여성의 난소기능을 억제하기 때문에 젊은 여성일수록 안면홍조, 성기능장애, 골다공증, 조기 폐경 등 폐경기 증상 때문에 육체적, 심리적 후유증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아로마테이즈 억제제를 복용하는 유방암 환자는 타목시펜을 복용하는 여성에 비해 질 위축증, 성욕감퇴, 성교통 등을 더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8).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항호르몬제를 투여받은 유방암 환자가 아니더라도 항암치료 만으로도 비슷한 증상을 겪는 여성 암 생존자가 많다. 항암제 자체가 여성의 난소기능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폐경 증상이 심할 경우 에스트로젠과 프로제스테론이 혼합된 호르몬 제재를 투여함으로써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유방암 재발율을 3.5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연구(9)와 프로제스테론 유사체는 위험이 높지 않다는 연구(10)가 혼재되어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여성 호르몬제를 보충하는 것보다는 경과를 관찰하며 적응할 때까지 지켜보는 것,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 요가 등의 신체 활동에 집중하는 것 등이 보다 효과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외 약물로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SSRIs), serotonin and 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s (SNRIs), gabapentin, pregabalin 등의 약제를 제한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질 건조증에 대해서는 바르는 에스트로젠 크림이 추천되고 있으나 바르는 에스트로젠 크림이 전신적인 에스트로젠 수치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명확히 분석된 바가 없기 때문에 우선적으로는 질 윤활제 (lubricant) 를 먼저 시도해 보도록 추천하고 있다.

 

3>   두경부 방사선 치료 후 각종 호르몬 감소

 

두경부에 조사되는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우 두경부 부위에 존재하는 각종 내분비샘에 손상을 주어 특정 호르몬 수치가 감소하게 된다. 또 갑상선 기능에 변화가 오기도 한다. 방사선 조사 범위 내에 특정 내분비샘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혈액 검사를 통해 호르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위험 요인을 가진 생존자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피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정 호르몬 부족증의 경우 적절한 약제를 통해 호르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5.     골다공증

 

암 생존자의 후기 합병증으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것이 골다공증이다.

다음의 경우 골다공증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1).

 

2. 골다공증의 위험 요인

 

내분비적 요인

유전적 요인

생활 습관

영양적 요인

난소제거술

가족력

흡연

저칼슘

GnRH agonist

인종

알코올

낮은 비타민D

에스트로젠 저해제

좌식 생활습관

 

Androgen 저해제

저체중

스테로이드 장기복용

 

조기 폐경

 

신체활동량이 적은 경우

 

Hypogonadism

 

 

 

GnRH , Gonadotropin-releasing hormone

 

항암치료를 받고 난소기능이 저하되는 경우,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해 고용량 항암치료를 받은 경우,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치료를 위해 항호르몬 치료를 받은 경우 등에서 골다공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이러한 위험 요인을 갖고 있는 경우, DEXA 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여 골밀도를 확인하여, 50세 이상의 남성이거나 폐경 후 여성에서는 T-score -2.5보다 낮으면서 한 군데 이상의 골절을 동반한 경우, 50세 미만의 남성이거나 폐경 전 여성이라면 Z-score -2.0 이하의 경우 골밀도가 낮은 것으로 간주, 골다공증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어떤 점수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는 학회별 가이드라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11).

 

3. 암 생존자에 대한 골다공증 선별검사

 

 

대상

선별검사 간격

골다공증 치료기준

ASCO

위험군 여성

65세 이상

60-64세이면서 골다공증의 위험요인을 갖고 있는 경우

아로마테이즈 저해제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

난소억제치료를 받는 폐경전 여성

매년 DEXA

T-score <-2.5

NCCN

아로마테이즈 저해제 치료를 시작하는 여성

Androgen 저해 치료를 시작하는 남성

2년에 한번 DEXA

다음의 한 경우에 해당할 때

T-score <-2.0

고관절 골절에 대한 FRAX 10년 예측율이 3% 이상

주요 골다공증 골절에 대한 FRAX 10년 예측율이 20% 이상

국제 전문가 패널

아로마테이즈 저해제 치료를 시작하는 여성

1-2년에 한번 DEXA

다음의 한 경우에 해당할 때

T-score-2.0

T-score-2.0이나 2개 이상의 임상적 위험요인을 갖고 있는 경우*

*T score<-1.5, 나이>65, BMI<20kg/m2, 고관절 골절의 가족력, 50세 이후 골절의 병력, 6개월 이상의 스테로이드 사용, 흡연의 경험

 

금연이나 칼슘이 풍부한 음식의 섭취, 적절한 신체 활동, 알코올 섭취 제한 등이 골다공증의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 골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혈중 비타민 D 농도를 확인하여 매일 600 IU 이상의 비타민 D를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골다공증이 발생했을 때도 비타민 D를 함께 투여하는 것이 치료에 효과적이다.

골다공증이 발생한 경우, 다양한 종류의 치료제가 있으며 매일 혹은 일주일, 한달에 한번 복용하는 경구 제재 이외에도 최근에는 1년에 한번 주사제를 맞는 요법도 표준치료로 시행되고 있어 개인별 형편에 따라 다양한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6.     신경계 문제

 

여러 종류의 항암제가 치료 후 신경염이나 청력감소 등의 증상을 초래한다. 가장 흔하게는 platinum 제재 (cisplatin, carboplatin), vinca alkaloids (vincristine, vinblastine), anti-mitotics (docetaxel, paclitaxel, ixabepilone) 등이 신경염 증상을 흔하게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말초신경염으로 나타나지만, 자율신경계의 손상으로 인해 기립성 저혈압이나 심장의 전기전도장애, 변비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시신경 손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Cisplatin 을 고용량으로 사용하는 경우 비가역적인 청력감소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들 신경염 증상은 치료 중에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치료가 끝나고 증상이 호전되기도 하나 일부에서는 영구적인 장애로 남기도 한다. 이들 증상은 후기 합병증이라기보다는 치료 중 발생하여 장기적인 합병증으로 남는 경우가 더 흔하다.

 

항암치료나 뇌에 대한 고용량 방사선 치료는 인지기능과 기억력을 저하시키고 주의집중력을 감소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주로 소아환자에 대한 연구에서 인지기능에 관한 합병증이 연구되고 최근 성인 암 생존자에서도 학습장애, 기억력 유지 및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이 문제가 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정확한 진단 및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항암치료로 인해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것은 대략15%-25%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고 유방암 수술 후 5년간 유지하는 항호르몬 치료도 인지기능을 저하시키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시계열 데이터도 제시되었지만 이러한 치료들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치료 후기에 인지기능을 저하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으며 각종 기능적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12)

따라서 아직까지는 이러한 인지기능의 변화를 치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고 몇몇 소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약물치료의 가능성이나 인지재활프로그램의 유용성, 운동과 식생활 등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7.     치아와 시력 문제

 

암 생존자들 가운데 정기적으로 치과의사 및 안과의사의 진찰을 받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항암치료는 충치치료로 시행한 에나멜을 부식시킬 수 있고 장기적으로 치아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골 감소를 예방하기 위해 투여하는 bisphophonate 제재를 투여한 경우, 발치를 하면 잇몸이 회복되지 않는 턱뼈괴사 (osteonecrosis of jaw)라는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약제를 투여하는 경우 반드시 치과 진료를 통해 발치의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경부에 대한 고용량의 방사선치료는 치아에 영향을 미치고 잇몸질환 및 침샘기능 저하, 건조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경우 백내장과 같은 안과적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8.     소화기계 문제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수술 등 모든 암 치료 전략은 소화기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항암제 가운데 Methotrexate, thioguanine 은 장기적으로 간을 손상시킬 수 있고 복강 내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는 반 영구적인 조직 손상과 이에 따른 장기간의 통증과 소화 및 흡수 장애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복강 내 방사선 치료를 받는 자궁경부암이나 직장암의 경우 점막 손상이 회복되지 않아 만성적인 설사를 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럴 경우 음식을 섭취해도 영양분의 흡수가 일어나지 않고 치료 후 정상체중에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 영양사의 도움을 받아 일상적이 식생활 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9.     심리적 문제

 

암 생존자들은 우울증, 불안, 재발에 대한 두려움, 분노, 고립감 등 다양한 종류의 감정적 경험을 한 바 있다. 치료 후 이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맺음, 신체 이미지의 변화, , 직장으로의 복귀 등의 문제에서 많은 불안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 생존자 뿐만 아니라 가족, 주된 부양자, 친구 등도 외상후 증후군을 경험하게 된다. 일부는 암 치료의 경험에 동반되었던 심리적 효과와 평생 투쟁하기도 하고 일부는 이를 계기로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10.  피로

 

암생존자의 1/3에서 암 치료 후 피로를 경험한다. 피로는 치료의 효과에 의해서 생기기도 하고 명확한 이유가 없이 발생하기도 한다. 아직까지 원인이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피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빈혈이나 통증, 갑상선기능장애, 신체적 에너지부족, 우울증 등에 의해 피로를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동반된 다른 증상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종류의 약물이 시도되고 있으나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된 약제는 없으며 요가 등의 신체적 활동이나 심리사회적 접근을 통한 행동요법 등이 보다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3)

 

11.   결론

 

암 치료의 후기합병증은 암 생존자의 치료 경력과 동반질환의 유무 등 개인적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나 이와 관련하여 입증된 지식이나 잘 짜여진 임상연구 및 코호트 연구가 부재한 상황에서 특정 합병증의 유병율, 상관관계, 위험 요인, 시간에 따른 변화 양상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후기 합병증을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는 표준적인 치료 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합병증을 1차적으로 고려하고, 암 생존자가 치료 전 가지고 있었던 개별적인 조건 즉 생존자의 나이, 동반된 만성 질환, 가족적, 유전적 배경, 생활습관 요인 등을 2차적으로 고려하여,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후기 합병증에 대비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Stein KD, Syrjala KL, Andrykowski MA. Physical and psychological long-term and late effects of cancer. Cancer 2008;112:2577-92.

2.       Paskett ED, Dean JA, Oliveri JM, Harrop JP. Cancer-related lymphedema risk factors, diagnosis, treatment, and impact: a review. J Clin Oncol 2012;30:3726-33.

3.       Carver JR, Shapiro CL, Ng A, Jacobs L, Schwartz C, Virgo KS, et al. 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clinical evidence review on the ongoing care of adult cancer survivors: cardiac and pulmonary late effects. J Clin Oncol 2007;25:3991-4008.

4.       Protack CD, Bakken AM, Saad WE, Illig KA, Waldman DL, Davies MG. Radiation arteritis: a contraindication to carotid stenting? J Vasc Surg 2007;45:110-7.

5.       Gietema JA, Sleijfer DT, Willemse PH, Schraffordt Koops H, van Ittersum E, Verschuren WM, et al. Long-term follow-up of cardiovascular risk factors in patients given chemotherapy for disseminated nonseminomatous testicular cancer. Ann Intern Med 1992;116:709-15.

6.       Lenihan DJ, Cardinale DM. Late cardiac effects of cancer treatment. J Clin Oncol 2012;30:3657-64.

7.       Granena A, Carreras E, Rozman C, Salgado C, Sierra J, Algara M, et al. Interstitial pneumonitis after BMT: 15 years experience in a single institution. Bone Marrow Transplant 1993;11:453-8.

8.       Cella D, Fallowfield L, Barker P, Cuzick J, Locker G, Howell A. Quality of life of postmenopausal women in the ATAC ("Arimidex", tamoxifen, alone or in combination) trial after completion of 5 years' adjuvant treatment for early breast cancer. Breast Cancer Res Treat 2006;100:273-84.

9.       Holmberg L, Iversen OE, Rudenstam CM, Hammar M, Kumpulainen E, Jaskiewicz J, et al. Increased risk of recurrence after hormone replacement therapy in breast cancer survivors. J Natl Cancer Inst 2008;100:475-82.

10.      Loprinzi CL, Barton DL, Qin R. Nonestrogenic management of hot flashes. J Clin Oncol 2011;29:3842-6.

11.      Lustberg MB, Reinbolt RE, Shapiro CL. Bone health in adult cancer survivorship. J Clin Oncol 2012;30:3665-74.

12.      Ahles TA, Root JC, Ryan EL. Cancer- and cancer treatment-associated cognitive change: an update on the state of the science. J Clin Oncol 2012;30:3675-86.

13.      Pachman DR, Barton DL, Swetz KM, Loprinzi CL. Troublesome symptoms in cancer survivors: fatigue, insomnia, neuropathy, and pain. J Clin Oncol 2012;30:368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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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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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볼 때는

촉이 살아있어야 한다.

객관적인 근거와 검사 결과를 잘 유추하여 결론을 내리고 치료방향을 정할 수도 있지만

객관적인 근거가 없어도 뭔가 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단 이틀만에 환자가 중환자실에 갔다.

웬만한 폐렴도 하루 2번 엑스레이를 찍을 필요가 없다. 심지어 매일 찍는 것 조차 오바다. 웬만한 폐렴에서 CT를 찍는 것은 더욱 심한 오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어제 밤, 오늘 아침, 오늘 오후 연달아 엑스레이를 찍었다. CT도 찍었다. 환자는 정작 호흡기 증상을 별로 호소하지 않는다. 임상적으로는 안정적이다. 그런데 산소포화도를 체크해보니 90% 밖에 안된다. 산소 6 liter를 하고도 산소포화도는 오르지 않는다.

 

별로 힘들지 않다며 어리둥절해 하는 환자를 중환자실로 보냈다. 그리고 나서 찍은 엑스레이는 이미 폐가 다 허옇게 변했다. 인공삽관 직전이다.

 

 

환자는 2기 유방암으로 수술을 받았고, 이번 2월 초 4번의 항암치료를 다 마친 상태였다. 겨드랑이 림프절에 병이 없던 환자라서 굳이 방사선 치료를 할 필요는 없었지만 종양크기가 3.5cm 정도 되니 방사선 종양학과 선생님의 의견을 들어보고 호르몬 치료를 하려던 차였다. 연세가 있으시니 굳이 무리해서 치료를 강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환자가 그저께 외래에 왔는데

영 감이 않 좋았다.

4번째 치료가 유달리 힘들었다고 했지만

이제 거의 다 나은 것 같다고,

그리고 오늘이 나를 만나는 마지막 날이라며 스카프를 선물해 주었다. 그동안 고마웠다고.

환자는 별로 입원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몇일만 경과를 보자며 내가 억지로 입원을 시켰다.

그랬던 환자가 오늘 중환자실로 갔다.

 

 

치료가 끝났지만 맘을 놓을 수 없다.

이런 일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드문 일도 아니다.

내가 다 설명하는 항암치료의 부작용도 아니다.

정말 다 설명하려면, 항암치료 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해야 한다. 난 그렇게는 안한다.

 

뭔가 이상한 느낌으로 환자를 입원시켜

비교적 빠른 조치를 받았고 최대한의/최선의 치료전략을 시행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 촉이 아직 살아있다는 생각에 잠시 흐뭇하다.

문득 환자가 준 선물 꾸러미를 열어보니

외롭고 힘들어서 항암치료 포기하고 싶었는데

무사히 잘 받게 해줘서 고맙다는

할머니 환자의 삐뚤빼뚤한 손글씨 엽서가 있다.

무사하지 않으니 마음이 무겁다.

 

남편도, 자식도, 직계 가족도 없는 외로운 환자.

몇일만 고생하시라고, 꼭 나아서 밖으로 나가시게 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1년에 한두명씩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던 중/받다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일이 생긴다.

환자에게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정신이 번쩍 든다.

 

이희승 선생님,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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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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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외래를 준비하면서

내일 환자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지 알게 됩니다.

좋은 소식

나쁜 소식

검사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명절인데도

슬픈 마음, 우울한 마음으로

검사 결과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환자도 있습니다.

결과가 나쁘지 않으면 연락을 드립니다.

걱정말고 명절 잘 보내시라고.

 

좋은 소식만 전할 수 없는게

저의 운명이니

그렇게 누구에게만 미리 연락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의사로서 일관성이 없으니까요.

저는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을 전할 때가 더 많습니다.

나쁜 소식을 미리 전화해서 알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좋은 소식은 미리 알려주고 싶습니다.

일관성이 없는 거죠.

 

사람 마음이 인지상정이라

연락을 드렸습니다.

티끌같은 작은 사람 마음

그 한점을 얻지 못하면 세상 그 무엇이 의미있겠습니까.

 

시스템을 논하고

구조를 논하고

법칙을 논하고

원칙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중요한 사회 구성의 원리입니다.

 

그런데

아픈 환자들과 하루하루 지내다보면

다른 것 보다는

내 앞의 환자만 생각하게 됩니다.

이는 환자 중심주의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협소해 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나를 열받게 만드는 많은 사회적 사실들에 대해 쉽게 눈감아 버립니다.

나에게 하나도 안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내가 초라한 사회적 존재가 되어도

나는 의사가 되었으니

환자만 좋으면 된다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환자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땐

환자보다 더 좋습니다.

그런 소식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줄 알기 때문입니다.

 

다들 명절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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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인숙 2013.02.09 20:27 신고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 선생님.
    많은 환자들의 삶으로 꽉찬 선생님의 시간들 속에서 단지 한 사람의 환자로 살고 있지만 전 선생님이 저만 생각하신다는 착각을 할때가 있어요 다른 분들도 그러시겠죠?^^
    아픈 몸을 치료 하면서 요즘은 제 마음이 치료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선생님 만나고 옴 그래요 그리고 배워요 아름답게 사는 방법, 가치있게 사는 방법, 행복하게 사는 방법, 같이 울어주고 웃어주는 사람다운 사람되는 방법.
    수업료 안내고 배우고 있네요
    그래서 지금 이순간 만큼은 행복해요 그러면 된거죠?^^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2.10 10:32 신고

      마음 치료는 스스로 하는 거 같아요.
      저는 환자들을 만나며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근데 제 마음은 치료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훈련이 필요하겠죠.
      우인숙님의 결심을 보면서 저도 다시 한번 결심합니다.
      우리 행복하게 살아요.

  • 우인숙 2013.02.09 20:34 신고

    명절 잘 보내세요 선생님!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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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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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기 치료를 마치고 일단 검사를 하면서 경과관찰을 하는 환자들,

혹은 5년간의 추적관찰을 마치고 암환자를 딱지를 떼어버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cancer survivor 라고 한다.

우리 말로 하자면 '암 생존자'인데,

아무리 봐도 별로다. 

적당한 개념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블로그에서 제안을 해주신 분도 있었지만 그 또한 아직 내 마음에 꼭 와닿지는 않는다. 죄송해요!)

 

어떤 정의에 의하면

요즘에는 4기 암환자라 하더라도 예후가 좋고 생존기간이 길기 때문에 이들도 survivor 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도 그 멤버로 광범하게 포함시키는게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국림암센터가 주관이 되어 암 생존자를 위한 가이드북을 만드는데

그 집필진의 일원이 되어

치료를 마친 후 아주 나중에 생기는 합병증에 대한 원고를 쓰기로 하였다.

치료 중 생기는 합병증이 오래 가기도 하고 (long term effect) 치료 중에는 없었던 합병증이 시간이 오래 지나고 생기는 증상 (late eftect) 이 있는데 나는 late effect 에 대해 쓰기로 되어 있다.

원고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 오늘 관련 자료를 찾고 공부를 해 본다.

 

심장문제

뼈의 문제

피로

불면증

림프부종

생식 및 성기능의 문제

원래 암과는 무관한 이차암의 발생

등이 내가 다루어야 할 주제이다.

 

암 별로, 치료 종류별로, 항암 약제별로, 방사선 치료의 범위별로, 호르몬제의 사용 등에 따라 각기 환자 그룹별로 생기는 증상에 차이가 있다.

 

내가 주로 보는 유방암 그리고 여성암에 해당되는 내용이 많다.

논문을 찾아 읽으면서 우리 환자들이 오버랩된다.

특히 유방암처럼 장기 생존율이 높고 반면 뒤늦게도 재발하는 경우에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이런 후기 합병증에 관한 문제를 찾아내기 위해 혹은 예방하기 위해서는 선별검사가 필요하다. 각종 테크놀로지가 발전하고 있기 떄문에 비싼 검사를 하면 좀더 쉽게 빨리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만, 과연 모든 생존자들에게 비싼 고가의 검사를 권하는 것이 적절한가.

 

그렇지 않다.

 

이런 검사들의 중요성을 과도하게 강조할 경우 암치료를 마친 수많은 생존자들을 공포의 분위기로 몰아갈 수가 있다. 반면 선별검사를 너무 느슨하게 하면 효과적이지 않다. 조기에 발견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놓칠 수 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단지 빨리 증상과 질병을 발견한다고 해서 그것에 대한 조기치료가 장기적인 생존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특정 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하기 보다는 환자가 자각 증상이 있을 때 그때 검사를 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특정 질환별, 혹은 치료 유형별로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는 그룹을 구분하고 이에 대해 효과적이고 제한된 범위의 선별검사를 하여 비용-효과적인 면을 적절하게 안배하는 것이 최고의 효과를 노릴 수 있는 방안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무엇이 위험요인인가.

문헌 고찰을 통해 밝혀야 할 부분도 있고, 우리 한국 현실에서 의미있고 적절한 위험요인들을 조사할 필요도 있다. 이런 연구는 한두해 열심히 스터디를 한다고 해서 결론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비슷한 속성을 가진 인구집단을 묶어 코호트 집단으로 선정하고 추적관찰을 통해 데이터를 산출하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전문가 집단 내 토론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야 할 부분도 있다.

 

항목별로 원고가 준비되는 대로 블로그에 게재할 예정이지만

막상 이런 나의 글을 보고 많은 생존자들이 과도하게 자신의 상태를 걱정하여 건강염려증 환자가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마음도 든다.

재발이나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은 생존자들의 평생 따라다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노력의 이면에는

암치료를 마친 이들에게 지식적 측면의 교육이 다양하게 제공되어야 하고

자아를 강화시킬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소개하여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자, 이제 전체적인 틀을 잡았으니 주제별로 한 꼭지씩 글을 써봐야겠다.

세상에 부담스러운 것이 글빚이다.

논문을 쓸 때마다 느끼지만

괜히 한다고 했다는 후회...

 

그래도

이러한 지금의 나의 노력이

나를 위해

우리 환자들을 위해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고고씽!

 

 

 

 

 

 

 

 

 

 

 

 

 

 

 

  • 김종헌 2013.01.21 10:45 신고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이런 저런 일로 바쁘고
    사실 오늘 날씨처럼 우울한 일들의 연속이라 한동안 못뵙네요.

    샘은 여전히 바쁘시군요.. 어제인가요? 김자옥씨랑 찍은 사진은 좀 놀랐습니다.
    얼굴이.... 작으시네요 ^^ 혹 뽀샵?? 은 아닐텐데... 이건 여담이고...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네요. 꼭 환자들을 위한 좋은 제안이 되고 꼭 의료정책에도
    반영될수 있는 기회로 이어 졌으면 합니다..

    우리 준서 엄마는 여전히 병원 admin 입니다. 슬슬 discharge 애기가 병동주치의를 통해
    나오기는 하지만 답답한 상태입니다. vanco 로 up 되어서 antibio 도 토탈 8주째, vanco는
    4주차 이지만 response 가 아주 떨어집니다.. 아주..
    주치 선생왈 다른 anti 를 add 할 계획은 없다는데 진척이 없어 답답하네요.
    뇌옹양, 6-8주 항생제.. 이후 추적 검사.. 이건 책얘기이고 암튼 책대로는 되지는 않더군요.

    오마야 removal 을 결정할껄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들다가 지금껏 고생했는데 좀 기다려보자
    고 마음고쳐먹고 하루하루 지내고 있네요..

    병원에서 병이 생기면 안되는데.. 이 시튜에이션은 전혀 바라지 않던 일이고.
    하나님은 이길수 있는 시련을 주신다고 하시는데 이겨내겠죠. 이기겠죠.

    빨리 선생님 블로그 졸업해야 하는데 아직은 좀 더 뵈야 겠네요.. 그럼.. 또 좋은 소식 기다
    리겠습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1.21 22:10 신고

      의사로서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갑니다. 의사도, 환자도, 가족도 모두 힘든 시간입니다.
      그래도 이겨내는 것은 환자의 몫입니다. 부인을 잘 격려해주세요.
      환자는 자기 생명력으로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잠시 힘겨운 투쟁을 하고 계신 준서엄마를 위해 기도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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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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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환자들은

유방 수술을 할 때

대개 겨드랑이 림프절을 제거하는 수술을 동시에 합니다.

유방에서 시작된 암세포가 제일 먼저 전이되는 곳이 겨드랑이 림프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유방도 제거하고 겨드랑이 림프절도 왕창 제거하는 수술을 하게 됩니다.

 

병의 입장에서 보면

림프절을 싹싹 긁어내서 몽땅 제거하는 것이 완치를 위해서 좋은 것처럼 생각되지만

삶의 질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겨드랑이 림프절을 많이 제거하고 나면 정상적인 림프액 순환에 문제가 생겨서 수술 후에도 팔이 붓고 혈액 순환이 안되는 림프 부종이 생깁니다.

또 겨드랑이 림프절 제거 후 그곳에 방사선 치료를 더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치료적 면에서는 방사선치료가 도움이 되지만 부작용의 위험을 올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수술 후 림프액 순환체계는 서서히 복구되지만 완전히 처음처럼 정상화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을 좀 무리해서 하거나 팔을 많이 쓰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나면 림프부종이 오고, 초기에 적극적으로 압박 스타킹 신고 마사지를 해서 부종을 빨리 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부어있는 채로 부종이 남고 이런 이벤트가 반복되면서 부종이 악화되서 정말 팔이 다리처럼 굵어지고, 그렇게 모양만 이상해지는 것이 아니라 통증까지 동반됩니다.

 

또 혈액 순환이 잘 안되다 보니 사소한 염증도 잘 낫지 않고 문제를 일으킵니다. 피부 색이 벌겋게 변하고 붓고 통증이 생기면서 혈관염도 동반되고, 이차적인 균감염이 동반되어 항생제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유방암 수술 후 3년이 지난 72세 할머니.

몇일 전 정기검진을 하셨는데 재발없이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다리에 힘이 없고, 발목이 아프다며 정기검진 때 정형외과 진료도 보았지만 눈에 띄는 특이 사항이 없었습니다.

오래된 당뇨가 있던 할머니. 최근 몇일 사이에 림프부종과 혈관염이 생겼나 봅니다. 정기검진을 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패혈성 쇼크로 입원하여 기관삽관을 하고 중환자실로 가셨습니다. 아마 고령에 당뇨가 있어서 진행 속도가 빨랐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중환실에서 처음 본 환자, 왼쪽 유방과 왼쪽 팔이 많이 붓고 벌겋습니다. 유방에는 상처도 생기기 시작했네요. 피검사에서 그람 양성균이 자라고 있습니다.

 

얼마전 돌아가신 고 황수관 박사님도 간농양이라는 염증성 질환이 낫지 않고 패혈성 쇼크로 진행되면서 회복하지 못하신 셈입니다. 그렇게 빨리 나빠지는 것, 목숨도 위협할 수 있는 것이 염증성 질환의 특징입니다.

 

 

림프부종을 예방하는 생활 수칙이나 운동요법 등에 관한 자료를 참고하여,

부종이 생기기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고

부종이 생기면 적극적인 재활치료 등을 통해 가능한 빨리 정상적인 상태로 부종을 회복시키는데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유방암 수술을 하고 나면

사소한 것도 주의하고 조심할 게 많네요.

 

 

 

 

림프부종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수칙

 

감염이나 손상을 피하고 수술한 쪽의 팔이나 손의 감염은 즉시 치료한다

집안일을 할 때는 장갑을 낀다

주사를 맞거나 채혈을 할 때, 수술하지 않은 쪽 팔을 사용한다

압력을 피하고 너무 꼭 끼는 옷은 피한다 - 피부에 대한 압력이 세면 혈액 순환이 원할치 않게 됩니다.

과다한 운동은 피한다 - 적당한 운동은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운동은 혈류 과다로 인한  일시적인 부종이 올 수 있습니다. 본인이 견딜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운동 범위를 정해야 겠습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열을 피한다 - 화상입으면 잘 낫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피부를 깨끗하고 촉촉하게 유지한다 - 보습제도 바르고 마사지도 해주고 주기적으로 잘 관찰하는게 좋습니다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 살이 찌면 혈액순환이 더딥니다

짜게 먹지 않는 등 먹는 습관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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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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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를 한다는 것

 

상피내암 (유방암 0기) 

재발 거의 안함 (이론적으로는 안하게 되어 있으나 실재로는 재발을 함. 확률은 매우 낮음).

수술 후 5년째까지 6개월에 한번씩 검사.

0기지만 유방수술은 대부분 전절제술을 함. 0기인데 전절제술을 하니 환자들이 깜짝 놀람.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면 항호르몬제 5년간 복용.

0기에서는 HER2 양성이라도 허셉틴을 쓰지 않음

 

조기 유방암 

병기(1,2,3기)와 유형(호르몬 양성, HER2 양성, 삼중음성) 에 따라 재발율과 예후가 다름.

경우에 따라 3개월, 대개는 6개월에 한번씩 검사,

5년 지나도 10년까지 1년에 한번씩 검사.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호르몬 양성 그룹은 10년 지나도 재발할 수 있음.

삼중음성그룹은 치료 후 2-3년이 지나면 거의 재발하지 안음.

(그룹별로 재발의 양상과 예후가 달라지는 경향을 보임.)

 

전이성 유방암

항암치료를 하는 경우에는 6주-9주에 한번,

항호르몬 치료를 하는 경우에는 3개월에 한번씩 검사를 함.

지금 하는 치료가 유효한지 아닌지를 판정하게 됨.

언제까지 치료할 것인지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검사도 언제까지 해야할지 정해져 있지 않음.

전이성이라도 유방암은 장기 생존자가 많기 때문에 검사를 매우 오랜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하게 됨.

 

외래를 미리 예습할 때는  CT 등의 검사를 하고 오신 분부터 리뷰를 시작합니다.

사진을 좀 꼼꼼히 봐야 하니까요. 미리 검사를 하고 가셨기 때문에 제가 전날 볼 수 있습니다.

먼 지방에 살기 때문에 서울 한번 오는게 힘들다고 하시는 분,

서울 인근에 살아도 검사를 위해 병원 오기가 힘들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외래 당일날 사진을 찍고 피검사를 하고 제 외래를 봅니다.

그러니까 저로서는 미리 리뷰할 여유가 없습니다.

CT 판독을 전문으로 하시는 선생님들께 판독을 받을 시간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제가 외래 시간내에 방금 막 찍은 사진을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제 판단이 확실하지 않으면 다음에 전화로 알려드리기도 하지만요.

 

사실 제 입장에서는

다음 진료 1주일 전에 미리 검사를 다 하고 가시는게 좋습니다.

제가 미리 고민도 하고 다른 과 의사선생님과 상의할 시간도 있고 하니깐요.

하지만 그럴려면 환자는 1주일전에 검사하러 병원에 한번 오고, 진료 보는 날 또 와야 합니다.

2번 오는 셈이죠.

 

2번 오는 것도 성가신 일이지만,

검사 전날 긴장하고 마음 조바심 내는 것,

검사 하러 와서 긴장하는 것,

CT 찍으면서 조영제와 방사선에 의한 일시적 부작용을 경험하는 것.

검사 결과 확인하러 오는 진료날까지 마음 졸이며 아무 일도 제대로 못하는 것.

 

그래서 환자들은 검사를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항암치료 받는 거보다 검사하는게 더 힘들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그래서 검사 안하고 그냥 치료 받으면 안되냐고 묻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환자 병이나 상태가 안정적이면 제가 검사시기를 조금 미뤄드리기도 하지만, 영영 안하거나 검사 간격을 너무 늦추는 것이 좋지는 않습니다.

 

검사를 하고 진료실에 들어오시는 분들은 표정부터 다릅니다. 매우 경직되어 있어요. 겁먹은 아이처럼 눈이 커져서 제 입만 바라봅니다.

그래서 저는 검사를 하고 오신 분들은 거두 절미하고 결과부터 말씀드립니다.

 

괜찮아요

그런 말을 할 때는 제 마음도 가볍습니다.

별 설명을 길게 할 것도 없어요. 환자도 별로 질문이 없습니다.

괜찮다는 말을 듣는 순간, 환자들은 심호흡을 합니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제 말을 기다리고 있던 거였어요.

 

병이 조금 나빠진 거 같아요.

그런 말을 할 때는 제 마음도 무겁습니다.

설명도 많이 해야 해요. 환자도 질문이 많습니다. 질문을 아예 못하기도 합니다.

 

재발의 위험이 높지 않은 상피내암이나 1-2기 조기 유방암 환자들은 대개 6개월에 한번씩 검사하게 되는데, 일년에 2번, 정기 검진할 때만 다가오면 가슴도 두근거리고 밤에 잠도 안오고 여기 저기 몸도 아프고 불안감이 극대화된다고 하십니다. 그 시간동안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칩니다. 그때만 항불안제를 먹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불안한 건 어쩌면 당연한 거니까요.

 

당일 검사하고, 당일 진료결과를 확인하면 좀 낫겠죠?

그렇지만 그게 가능하려면

검사실도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고, 검사결과를 판독할 영상의학과 의사도 더 많이 필요합니다.

돈과 사람이 필요합니다.

일종의 'Fast tract' 처럼

병원 전체 시스템과 연계되지 않으면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저 혼자 힘으로, 제 환자에게만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더라구요.

 

객관적으로 재발의 위험이 높지 않다면

그 사람을

환자로 만들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으로 일상을 잘 살아가게 도와주는 뭔가가 있었으면 합니다.

너무 검사 결과에 연연하지 않도록

마음을 튼튼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짧은 인생, 걱정하고 살기에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걱정한다고 인생의 궤적이 변하지 않습니다.

병이 있어도 그 병을 지닌 채 잘 살아야 합니다.

다 알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아는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 2013.01.01 19:47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1.01 21:15 신고

      수술한 부위가 가끔 결리고 따끔거리는 건 수술 후 2년까지도 있는 일인거 같습니다. 6개월 간격으로 검사하니까 일단 검사를 잘 맞춰서 해야하구요. 다른 암보다 조기 재발이 되는 편이지만, 2-3년을 넘기면 오히려 재발을 잘 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통계적인 이야기고, 나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거죠. 그래서 마음이 힘듭니다. 두려움은 완전히 없앨 수 없을거에요. 가끔 잊고 가끔 생각하며 살겠죠. 그러니까 잊고 지낼 수 있는 만큼 잊고 지내세요. 행복한 이벤트 많이 만들구요.

  • 준서아빠 2013.01.02 10:53 신고

    새해복많이받으시고,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

    오마야 뇌농양으로 다시 입원한 집사람보고 오는 길에 속많이 상했습니다.

    저희병원에서는 그동안 써오던 박테리아 antibio 가 아닌것 같다는 의견이 좀더 많으신것

    같네요. 그동안은 ceftriaxone 과 메트로니다졸을 썼는데 다시 입원후는 반코마이신과

    ceftriaxone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 다시 mri 를 찍고 지난주 mri 에서는 더 abscess 가

    커져보이네요...... 줸장.... edema 로 더 있고..


    임상소견이 좋아져서 협력병원으로 갔다가 제가 우겨서 다시 왔는데 맞았었다봅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가 않을까요???

    어제는 신경외과에 biopsy 의뢰는 ok 되었다고 하고 이제 ommaya removal 과 앞으로의

    chemo 등등 종양내고 선생님이 결정하시는 일만 남은것 같습니다.



    병원에서 보호자로서 짧은 시간동안 이지만 병원의 의사결정과정을 보고있지만 다소 불합

    리한 부분도 있습니다. 이번 집사람의 경우처럼 처음 antibio 가 혐기성을 쓰고 일단은 임상

    이 호전되더라도 다시 며칠간의 monitoring 을 거쳤더라면 지난 4주간 집사람이 힘들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몹시 남습니다.

    샘님, 제 전공은 아니지만 이해는 합니다. 의사는 신은 절대 아닙니다. 과학자이고 기술자

    죠. 단 저 처럼 기계를 상대하는 분야가 아니기때문에 환자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하고 많

    은 선생님들이 그러시죠... 이 치료가 아닐 확률이 10%라면, 병원을 discharge 룰보다 이

    확률에 우선해서 결정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어제는 많이 속상했습니다... 나폴레옹이 몇만의 군대를 이끌고 산을 넘는데

    산꼭데기에서 '이 산이 아닌같네' 했다더라고요....


    이제 새해에는 시행착오없이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 이수현 2013.01.02 19:18 신고

      제가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부디 잘 치료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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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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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날

난로불 같이 따뜻한

당신이 있어

세상은 행복합니다.

오늘 참 많이 춥죠?

추운 날씨지만 마음은 따뜻한 하루 보내시라고

커피 한 잔에

행복을 가득 담아 보내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아마 환자가 인터넷을 보다가 찾아낸 글귀인것 같다. 카톡으로 나에게 URL을 붙여서 메시지로 보내주셨다.

좋은 글귀가 있으니, 나와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드셨나 보다.

평범한 문구인데 마음이 따뜻해진다.

 

계획해도 계획대로 살아지지 않는게 우리의 운명.

아둥바둥 열심히 해도 무엇때문에 그리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목표가 확실하지 않다면

열심히 사는 바쁜 생활을 무의미하다.

자전거 패달을 열심히 밟아도 핸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이겠지.

 

더디더라도

지금 내가 왜,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내 삶의 의미, 우리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어쩌면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 중요한 것.

지금 따뜻한 커피 한잔에 행복할 수 있으면 되는 것.

 

 

내가 의사로 살아가는 동안 해야 하는 수많은 일들이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할 것 같다.

그 마음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의 환자들.

나로 하여금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환자의 메시지에 마음이 아련하다.

이미 수술 후 치료를 다 마치고 나랑 빠이빠이 하고 헤어졌는데

오늘 문득 내 생각이 났나보다.

 

메시지 고마워요.

커피 마신 걸로 할께요.

 

  • 준서아빠 2012.12.10 11:45 신고

    날은 진짜 추운데 앞에 벽난로에 장작하나가 타고 있고
    흔들의자에 앉아 따듯한 커피 생각이 납니다..

    너무 럭셔리한 생각이죠?? 꿈은 커야지요..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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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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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나를 위해

호두를 볶아 왔다.

그녀의 남편이 물었다고 한다.

도대체 누굴 위해 그렇게 정성껏 호두를 볶는 거냐고.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는 그녀.

그녀가 나를 위해 호두를 볶아 왔다.

이렇게 예쁘게 포장을 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대학원 다니고 직장 생활하느라 한시도 쉴 틈이 없던 그녀, 요리라고는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부엌에서 음식하는게 어색한 그녀는

고작 이만큼의 호두를 볶느라  엄청 많은 호두를 태워먹었다고 한다.

이만큼도 겨우 건진거라며 그녀 특유의 눈웃음을 보낸다. 애교만점인 그녀의 눈웃음.

 

만화 캐릭터처럼 귀엽고 예쁜 그녀는

아주 초기 유방암인 줄 알았는데 수술을 하고보니 생각보다 병기가 높게 나와

8번의 항암치료를 받게 되었다.

 

나는 가능하면 본인이 원래 했던 생활 리듬을 유지하시라고,  직장을 다녔으면 그 직장 그대로 다니시라고 권하는 편이다.

자기가 하던 일 다 집어치우고

집에 틀어박혀

좋은 음식 먹어야 한다며 조미료 들어간 음식이라고 외식도 안하고

친구들도 안 만나며 혼자 지내는 생활은

환자를 더 위축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삶의 원칙을 세우는 것이

환자에게 더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난

좀 어려움이 있더라도

빨리 현실에 직면하시라고

그래서 맞을 매도 빨리 맞고 

빨리 현실에 적응하시라고 권하는 편이다.

 

그녀도 8번의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본인이 하던 일을 유지해 왔다. 직장에서 그녀의 치료 일정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이해해 주었다. 치료도 받고 직장도 다니고, 나는 그녀가 씩씩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를 더욱 대견해 하기를 바랬다.

 

그러던 그녀가 항암치료를 다 받고 직장을 그만 두었다.

 

오늘 만난 그녀는

적당히 얼굴에 살도 붙고

피부도 예전처럼 뽀애졌다.

무엇보다 표정이 아주 밝다.

 

직장 안 다니니까 좋아요?

 

그동안 너무 바쁘게만 살았던 것 같아요.

여유를 가지니까 좋네요.

 

그래요?

아이가 좋아하겠어요.

 

제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 아이에게 많은 일이 일어났더라구요. 전 그런거 하나도 모르는 엄마였어요.

이제 그걸 다 아는 엄마가 되었어요.

 

남의 얘기 같지 않다. 나 들으라고 하는 말 같다.

 

아이 안 키우다가 키우니까 힘들지 않아요?

 

힘들지만 재미도 있어요.

내 말 잘 듣게 훈련시키고 있어요.

 

자기가 말해 놓고도 우스운지 큰 소리로 웃는다.

한없이 행복해 보인다.

 

행복을 찾아가는 길에는 정답이 없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안 해본 요리도 해 보고

아이와 함께 24시간 시간을 보내고

내년 계획, 아직은 그런 거 없다고 한다.

그냥 하루하루 잘 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먼 미래가 없으면 어떤가?

미래라는게 계획한다고 계획대로 되기는 하나?

하루하루, 짧은 찰나에 행복이 찾아온다.

그녀에게 오늘은 행복한 하루.

그녀가 치료 중에 꺾이지 않고

더 밝아지고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사랑하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동안 나를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마음이 뭉클했다.

의사가 아니면 받을 수 없는 이 사랑,

그것이 나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행복이다.

 

 

 

 

 

 

 

  • 2012.11.30 11:07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11.30 12:40 신고

      저는 사실 글을 매우 빨리 씁니다.
      마음에 생각이 고이면 후딱 써버리죠.
      그래서 나중에 보면 좀 거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잘 읽어주신다니 감사드립니다.
      계속 방문해주시고 격려도 해주세요.

  • 이하영 2012.11.30 12:09 신고

    선생님 조선일보에 기사 나왔어요
    웬지 뿌듯하네요!!흐흐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11.30 12:29 신고

      히히 고마워요
      샘도 제 블로그 가끔 들어오시나봐요 그죠?
      고마워요
      추운 겨울, 귀여운 어린이들과 잘 지내세요.
      좋아보였어요

  • 이상봉 2012.11.30 12:33 신고

    신문보고 가슴이 멍멍하고 눈물이 나서 처음 이 블러그를 찾았습니다
    집사람이 malignant lymphoma로 치료를 받고 회복 중에 있습니다 치료 중 버릇처럼 저한테 하는 말이 '종양내과의사들은 지들도 꼭 암에 걸려봐야 된다'고 울면서 투정합니다. 그분들이 어떻게 더 잘해줄 방법도 없으련만 두려움과 고통에 처한 자신의 처지를 어딘가에서 보상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지요 교수님같은 분을 만난 환자들은 참 행복하시겠어요. 저도 소아과의사입니다만 환자를 사랑으로 대하게 해달라 기도합니다만 쉽지 않네요 존경합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11.30 12:37 신고

      사실
      우리는 환자의 마음을 알 수 없습니다. 아는 척은 해도.
      그래서 잘 못하는게 많을거에요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한계 내에서 하는 만큼 하고 살아야겠죠.
      부인의 쾌유를 빕니다.
      진심으로요.

  • 청사초롱 2012.11.30 13:04 신고

    나 이수현 선생님 환자다 라고 요양원에서 자랑하느사람을 만났습니다 우리 그래 부럽다 저도 선생님께 가고 싶지만 지역상 좀 무리라서 자세히 설명도 안해주고 뭘 물어보면 듣는둥 마는둥 참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빨리 나아서 이곳에 안오면 되지 늘 다녀오면 마음에 상처뿐.....

  • crane15 2012.11.30 16:25 신고

    샘, 조선일보에 난 , 선생님의 블로그 기사. 가슴은 뭉쿨, 눈물이 찔끔.

    많은 환우들에게 감동을 주십니다. 저도 지난해 첫 진료 하실때 일상을 그대로 유지하라고 용기를 주셔서 불안한 맘 없이 치료에 성공하고 잘지내고 있습니다.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요 10월달 검사에서 이상이 있는 듯 하다하여 여러가지 검사랑 예방적? 수술도 받으면서 맘 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있었습니다. 이길수 있을거라고... 저 거의 메일 불로그에 들어왔거던요.. 힘이 되었습니다,

    선생님 의 블러그가 많은 환자들과 가족에게 더 큰 희망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사랑합니다.

  • 강경란 2012.11.30 17:43 신고

    조선일보에서 글을 보고 찾아왔습니다.
    이런 의사분이 계시다니 반갑고 감사하네요
    친구가 유방암 수술을 하고 피주머니를 차고 있어요
    곧 방사선 치료를 매일 하자한다고 합니다
    마음이 많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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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암환자를 진료하는 종양내과 의사지만,

매번 환자의 죽음은 낯설다.

 

가끔

어떤 이유로든

예전 내가 진료하던 환자들-지금은 돌아가신- 의 차트를 볼 일이 있는데

그 환자의 살아 생전,

그리고 돌아가시던 당시의 모습이 떠오른다.

돌아가시던 날 아침 회진 때 본 환자들의 얼굴이 생생히 떠오른다.

그리고 그날 나의 기분도 떠오른다.

어떤 죽음도 매번 힘든 일이다.

 

오늘은

나에게 그런 기억도 채 없는

36세 젊은 환자가

오늘 아침 갑자기 사망하였다.

2기초 유방암.

4번의 항암치료. 나랑은 5번 만난게 전부다. 항암치료할 때 4번. 그리고 항암치료 후 첫 종합검사 시 이상없다는 검사 결과 알려준게 전부다. 그리고 그녀는 외과에서 추적관찰을 하게 되어 있었다.

그녀는 항암치료 받은지 1년이 채 안되었다.

재발을 검사하는 종합검사 1번했고 2번째 검사를 하기도 전이다.

 

그녀는 몇일전 배가 아파 소화기 내과로 입원했다가

뭐라 설명할 새도 없이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면서 중환자실에 입실했고

어제 오늘 몇차례 심정지 상태가 반복되다가 오늘 사망하였다.

그저께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던 날 시행한 골수검사의 일차 결과 상

급성 백혈병 혹은 유방암 재발이 의심되었으나 최종 결과는 아직 리포트되지 않았다.

골수에서는 뭔가 악성세포가 관찰되었다고 한다.

 

유방암 수술 후 사용하는 아드리마이신과 싸이톡산 중 싸이톡산의 후유증으로 급성백혈병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몇년 지나서 나타나는게 대부분이다. 발생 가능성도 매우 낮다. 그렇게 발생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표준 항암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환자에서 갑작스러운 상태변화의 원인은 유방암의 골수 전이일 가능성이 높다.

 

대개의 유방암은

하루아침에 상태를 나쁘게 하여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하지 않는다.

암환자가 사망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병이 나빠져서라기 보다는 감염이나 신체의 다른 장기기능 저하 등의 이차적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암세포가 증가하는 것, 암이 나빠지는 것 자체가 사망을 초래할 수는 있어도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환자에서는 재발과 동시에

몸의 면역체계에 갑작스러운 이상 신호가 발생하고

체내 다양한 싸이토카인들이 갑작스럽게 다량 분비되면서

온 몸의 장기와 세포들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

Cancer induced Hemophagocytic syndrome 이라는 진단명이 떠올랐지만

골수를 본 혈액내과 선생님은 그건 아니라고 하셨다. 그러므로 지금으로서는 내 짐작일 뿐이다.

 

오늘 아침 중환자실에 가서 환자를 보는 순간,

나는 이 환자가 1-2시간 이내에 사망할 것이라는 걸 알았다.

어제 밤 기록된 차트와 검사결과를 보니

환자는 비록 몸 상태는 안좋아도 의식이 멀쩡해서 밤까지 가족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으나

순식간에 심정지가 발생하고

기관삽관을 하고

혈압이 떨어지고

인공투석을 시작하고

온 몸에 피멍이 들고

헤모글로빈이 2로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항암치료 받을 때 아무 이상이 없던 분이다.

혼자 꿋꿋하게 치료 잘 받으러 다녔다. 그래서 남편을 본 적도 없었다.

그녀는 그렇게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하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올 초에도

비슷한 환자가 한명 있었다.

 

30세 그녀는

갑작스러운 심장정지로 사망하였다.

말 그대로 그녀의 심장이 뛰지 않았다. 갑자기.

일차적으로 아드리아마이신 때문에 심장기능이 약화되고

항암치료 이후 방사선치료를 받으면서 방사선이 간접적으로 심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그녀는 방사선치료 받던 중 

12일쨰

숨이 좀 차다며 응급실에 방문했다가

심장기능 이상으로 심장내과 중환자실로 입원했고

내가 아침 회진을 갔을 때까지만해도

명랑하게 이야기 잘 하고 나에게 '좋아지겠죠 뭐 걱정안해요' 했었다.

그녀는 몇개월된 아이와 남편을 남기고 아무 유언도 없이 그냥 떠나가버렸다.

ECMO를 걸 틈도 주지 않았다. 내가 회진 돌고 간 뒤 30분 만에.

 

드물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환자도, 가족도

아무도 이해할 수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항암치료의 드물지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설명하지도 않았던 부작용.

 

그래도 설명하고 싶지 않다.

이런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니까.

그러나 내 마음에는 멍이 든다.

환자가 한명씩 죽을 때마다 내 마음에 멍이 든다.

무섭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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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1.25 14:50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2.11.25 14:59 신고

      고마워요 지영씨

  • 주수경 2014.03.04 15:28 신고

    선생님! 이글을 읽으니까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 지네요... 그동안 맘 한켠에 웅크리고 있는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애써 누르며, 즐거운척 다 나은척하며 정상인처럼 지냈는데... 갑자기 내 생명이 허공에 걸린 파리목숨 같은...허무한 생명체 같네요... 갑자기 선생



    님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항암 부작용이 와서 덥치면 하룻저녁에도 갈수 있는게 암환자의 생명이로군요 ...


    어휴~~ 오늘 하루를 잘 살아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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