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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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 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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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강차, 할머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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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상상하는게 다 맞는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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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CC 대박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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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쿨'할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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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도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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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8.31 - 이수현 슬기엄마

    상상할 수 없는 내일, 그냥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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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를 포기하지 않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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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 고백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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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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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슘 하나를 먹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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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내 감이 틀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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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양제라고 다 좋은게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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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종양학의 최근 이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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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유의 숲길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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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동이 언니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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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과 엑스레이에서 환자들의 삶을 유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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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그녀는 강철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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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4.19 - 이수현 슬기엄마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명상 프로그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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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전이성 유방암으로 꽤 오래 치료를 받으셨다.

좋아지고 나빠지기를 반복하니

때론 우울해하고 슬퍼하고 의기소침해 지기도 했지만 

매번 꿋꿋히 힘을 내서 다시 치료 받는 분이다.

남편과 아들의 돌봄도 극진하여 내심 내가 참으로 존경하는 가족이기도 했다. 

의사입장에서

마음이 가는 환자였다. 



늘 남편 혹은 아들이 환자 진료에 함께 오셨는데

최근 언제부터인가 남편이 오지 않는다.


남편분은 요즘 바쁘신가봐요?

최근 들어 병원에 못 오시는거 같네요.


남편이

백혈병 진단을 받았어요.

지금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어요. 


그 다음은 환자가 말을 잇지 못한다. 

환자가 울먹이니 더 이상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남편 분 상태는 어떠세요? 

담당 선생님은 만나 보셨나요?


내가 물어놓고도 미안하다.

지금 내 환자가 그럴 형편은 못되기 때문이다. 

지금 환자도 여러 모로 치료가 잘 안되고 몸도 힘든 형편이라 

병원에서 남편 간호하며 곁에서 지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도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

회사를 자주 비우기가 어렵다.

아버지 주치의 회진 시간을 맞춰서 병원을 나오기가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병원 출입을 하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일하기에 자유로운 부서가 좋은데

요즘 부서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중이지만 

신참이라 눈치도 많이 보이고 

인수인계도 오래 걸리고 있다고 한다.

여러모로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아직은 병원에 드나들 정도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한다.



환자 남편의 차트를 보니

급성백혈병으로 첫번째 항암치료를 시작한지 2주가 막 지난 상태이다.



환자와 아들은 

백혈병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하는 거랑은 아주 다른 거라고 말씀드렸다.


유방암 치료는 외래에서 항암치료 하고 특별한 일 없으면 입원도 잘 하지 않는데

백혈병 항암치료는 일단 치료 초기 병원 재원일수가 길고 피검사도 많이 하고 골수검사도 자주 하고 퇴원도 쉽게 할 수 없는 병이라 지금 계속 입원해 계시는 거라고 설명드렸다. 


유방암 이해하기도 힘든데

이들은 또 백혈병에 대해, 그리고 백혈병 치료과정에 대해 이해해야만 했다. 



아직 환자의 치료과정과 예후에 대해 주치의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선생님을 자주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환자는 최근 약을 바꿔서 항암치료를 시작했는데

독성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여러 증상이 많다.

특히 우울감이 심하다.

이런 분이 아니었는데... 더 독한 항암제를 맞고도 늘 긍정적이고 잘 이겨내는 분이었는데...

이번 치료 과정에는 합병증과 독성이 많이 나타난다.

당연하다.


우울감이 심해서 정신과 진료를 권유했지만 

환자는 지금 다른 여러과를 다니기에 신체적, 심리적으로 부담이 된다며 협진을 보고 싶지 않다고 하신다. 병원에 한 번 오기가 힘들다고 한다. 혼자 거동하는 것이 힘들어 아들이 데려다 줘야 하는데 그러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어설프게 내가 약을 드리고 오늘 2주만에 오시게 했는데 효과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우울하고 힘든 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다만 오늘 외래에서 환자는 지난주처럼 우느라 대답을 못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약을 적절히 바꿔주는게 좋을 것 같은데, 환자가 지금 그럴 여력이 없다며 정신과에 안 가신다.  



환자는

내 병이 나빠지고

치료가 잘 안된다고 해도

이렇게 속상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남편의 병이 무엇인지

특정 염색체 이상이 발견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골수검사를 반복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남편은 퇴원하지 못하고 왜 계속 병원에 있는지 

왜 그렇게 항생제를 많이 쓰고 피검사를 많이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고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상태라는 점이 가장 힘들고 우울하다고 했다. 

나 때문에 평생 애쓴 남편을 위해 당신이 할 일이 없다는 것이 정말 미안하고 슬프다고 했다. 

내가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편 환자의 주치의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  

이 가족의 형편, 내 환자도 지금 치료가 잘 안되고 있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라서 부인과 아들이 아버지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을 전하고 부탁을 드리는 것 정도이다. 

담당 선생님께 메일을 보냈다. 




환자 중에

자신이 치료받다가

배우자가 암에 걸려 

함께 치료받는 부부들이 꽤 있다.

같이 식이조절도 하고 같이 운동도 하고 

치료 과정 중에 서로 챙겨주면서 병을 이겨나가기 위해 함께 애쓰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강력한 치료 동맹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디 우리 환자 남편분의 골수가 깨끗해지고 퇴원하실 수 있기를 기도한다. 

우리 환자의 이번 치료도 효과가 좋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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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

정이 무섭다.

사랑은 한순간의 열정 이후 식어버리지만

정은 식지 않는다.

일단 정이 들면 미워도 버릴 수 없다.

욕하고 심하게 말싸움을 해도 등 돌릴 수가 없다.

그게 정이다.


나는 내 환자들에게 정이 들어버렸다.

예전에는 환자를 보다가 화가 나면 목에 힘을 꽉 주고 말했었다. 미워서.

나를 못살게 굴고

내 말 안듣고

그랬던 그들이

병이 나빠지고 기운이 떨어지면서 

생로병사의 외로운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동행하면서

나는 

그들에게 

정이 들어버렸다.


아마 내가 보는 환자들이 

암환자라서 그런 것 같다.

조기 유방암 환자들은 항암치료만 받고 훌쩍 떠나버리지만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죽을 때까지 내가 돌봐야 하는 사람들이다.

긴 병의 여정에는

벼라별 일들이 생긴다.

그 모든 것들이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라 속상하고 당황하고 실망하고 두렵다. 

난 그들에게 

내 엄마한테 하는 것만큼은 못해도

내 이모한테 하는 것만큼은 해주고 싶었다.

이모가 사뭇히게 보고싶거나 

이모에게 내가 항상 잘하는건 아니지만 

마음 속으로 이모를 생각하면

그래도 잘 해드려야지 그렇게 생각되는 사람 아니던가...


나는 우리 환자들을 내 이모로 생각하고 치료해 주고 싶었다.

아프고 힘들다고하면 재원일수 길어져도 그냥 계속 입원시켜 주고

갑자기 아프다고 연락하면 그날 외래가 없어도 따로 봐주고

수술이 필요하면 애써서 따로 수술 스케줄도 부탁하고

그랬었다. 

누구는 그런 나에게 

그놈의 오지랍 때문에 나는 망할거라고

그러다가 지쳐 나가 떨어질거라고 했지만

나는 최소한 그만큼은 해주고 싶었다.


왜?

내 환자들은 

결국 

다 

죽을 거니까...


난 그래서

그들 생명의 불꽃이 꺼지기 전까지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었다. 


지난 3년동안

전이성 암 환자로

나를 만났던 환자들이 있다.

좋아져서 한동안 병원에 오지 않다가도

다시 나빠지면 나를 찾아온다.

나를 만나면 

한참을 울고 

때론 나를 원망하기도 하고 

때론 더 이상 치료받고 싶지 않다고 억지를 부리다가도 

결국 다시 치료를 시작하고 다시 삶을 시작하였다.

그들과

깊은 정이 들었다. 


수요일 성탄절 때문에 

오늘로 외래가 연기된 사람들이 많았다.

예정된 시간보다 많이 지연되었고

병이 나빠져서 약을 바꿔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1시간 넘게 기다렸다 나를 만나야 하는 환자들이나

병이 나빠졌다는 나쁜 소식을 듣고 약을 바꿔야 하는 환자들이나

오늘은 다들 별 말씀이 없다.

그냥 묵묵히 내가 하라는 대로 하시겠다고 한다.

그렇게 순순히 내 말을 들어주니

그냥 더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그동안

서로

정이 많이 들었나보다.   

 


정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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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지 2013.12.28 06:02 신고

    엄마에게 세브란스에서 임종을 맞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엄마 통증은 끝까지 심했지만 편안한 얼굴로 가셨어 요 선생님께 커피 한 잔 사드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되
    는 줄 몰랐었을 거예요) 정말 많이 고마워 하셨어요 아
    빠도 그렇구요 선생님의 마음과 열정이 제3자에게는 오지랍으로 보여지는지 모르지만 환자개개인에게는 최선의 동행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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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3년전 언제부터인가  

당신 유방 모양이 찌글찌글 해지고

언제인가부터 움푹 파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지만

그런 당신 몸에 대해 자식들에게 일언반구 하지 않으셨다.

다 늙은 나이에

나 아픈거 말해서

먹고 살기 힘든 자식들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으로 병을 삭히며 시간을 보냈지만

통증에는 장사 없고

유방에서 진물이 나기 시작하자

할머니는 더 이상 당신 몸을 건사하기 힘들었다. 

처음 온 외래에서 할머니는 내 눈 한번 제대로 맞추지 않고 나를 외면하였다.

검사도 최소한만 하기를 원하셨다.


이제 80을 눈앞에 두신 할머니의 뜻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할머니에게 왜 이제서야 오셨냐고

그렇게 보내버린 3년 때문에

병은 유방에서 뼈로 간으로 폐로 림프절로 옮겨가게 되었고

몸도 말라가기 시작한거 아니냐고

차마 그런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다.


할머니, 제가 약 드리면 드세요.

치료 잘 될거에요.

가능하면 힘든 치료는 안할게요. 

저를 믿고 그냥 이 약 드세요.


그렇게 시작한 유방암 치료.

할머니 유방암 세포는 느릿느릿 나빠지는 세포였던 것 같다.

병이 심했지만 

연세도 있으시고

항암치료까지 해 가면서 살고 싶지 않다는 할머니 뜻도 있어서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다.


유방암 치료의 백미. 

호르몬 치료.

나는 이 호르몬 치료 때문에 유방암을 전공하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왜 이제서야 병원에 왔냐고 환자를 윽박지르지 않아도, 환자가 치료를 위해 큰 결심을 하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치료를 시작할 수 있고

치료 반응이 좋은 환자들이 꽤 많다.

4기 암환자라도 예후가 좋다.  

그렇게 결과가 좋은 이들은 

내가 천하에 명의라서 잘 치료하는 줄 알고 나에게 고마워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판단은 대부분 교과서적인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해진다. 

 

나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의사가 아니다.

다만 나는 눈치가 빨라 환자들 마음을 잘 알아채는 편이다. 

그래서 '타협'이라기보다는 '협상'의 자세로 환자들과 거래하여 내가 원하는 것을 따낸다.

마음이 얼어버렸던 환자가 치료를 받겠다고 마음을 바꾸는 것이 나의 재주라면 재주가 아닐까 싶다. 




할머니는 

이제 

치료를 시작한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사진으로 보는 객관적인 병은 그리 많이 호전된 것 같지는 않지만 주관적으로는 많이 좋아졌다.

할머니는 치료를 시작하고 한달만에 웰빙이 있었고 뼈 통증도 좋아졌으며 유방에서 진물도 나지 않게 되었다. 요즘에는 적당히 살이 올라 피부도 좋아보이고 표정도 밝아졌다. 종양의 크기를 재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치료 효과가 있다. 


요즘에는 밖에 나가도 

내가 환자인지 아무도 몰라.

노인정에 가봐도 내 혈색이 제일 좋은거 같애. 


제가 봐도

피부가 좋으세요.

뭣 좀 바르고 오셨나요? ㅎㅎ


그럼, 병원 올때는 분칠좀 하고 오지 ㅎㅎ


처음 외래 때는 

어디가 아프냐, 약 먹으니 어디가 좋아진거 같냐, 어떤 부작용이 생겼냐 

등등의 내용으로 면담을 했지만

요즘에는 서로 하는 이야기들이 아주 소프트하다. 다 병이 좋아지고 있기 떄문에 가능한 일들이다. 



오늘은 지난번에 찍고 오신 사진에 대해 설명해 드리는 날.

약간 좋아진 것도 같고 비슷한 것도 같고... 종양 수치는 많이 떨어져서 거의 정상범위 내로 들어왔다. 

할머니 컨디션은 여전히 좋고...

이만하면 됐다.


난 이제 설명도 대충한다.


좋아지신거 같아요. 

약 꼬박꼬박 잊지말고 잘 드세요.


사실 그런 말 할 필요가 없다. 할머니는 매일매일 하루도 빼먹지 않고 약을 잘 드시고 계신다.

이런 분이 왜 그렇게 늦게 병원에 오셨나 모르겠다. ㅎㅎ



할머니가 손수 다려오신 생강차와 고명들

 



할머니는 내 설명을 듣는둥 마는둥 당신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신다.


이건 내가 직접 만든 생강차야. 병 안 났으면 더 많이 해줬을텐데 올해는 별로 많이 못했어.

때 맞춰서 나온 생강을 사서 설탕에 잘 재우면 아주 맛이 좋아. 내가 원래 이거 잘하는데 올해는 별로 많이 못해서 이만큼 밖에 못 가지고 왔어. 생강차 마실 때 대추랑 잣도 꼭 같이 먹어. 고명으로 띄워서. 내가 직접 말려서 만든 대추랑 잣이야. 이런 걸 같이 먹어야 머리도 맑아지고 몸에도 기운이 돌아. 컵에다 생강 원액을 따르고 뜨거운 물을 부어가면서 양을 조절해봐. 자기 입맛에 따라 물 양을 조절하면 되.



지난 번 외래 왔을 때

할머니 유방을 만지며 진찰하던 내 손이 너무 차서 깜짝 놀랐다며

의사선생님 몸에 문제가 생긴거 같다고

집에 가셔서 할머니가 나를 걱정하셨다고 한다.

그럴 때 뜨거운 생강차를 마시는게 좋겠다며 준비해 오신 선물이다.


사진을 보면

여전히 여기저기 병이 많으시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할머니에게 보여드리지 않는다.

워낙 험악해서.

그렇게 병이 심한 분이 이렇게 정성껏 만든 생강차를 내가 감히 선물로 받아도 되는 걸까? 


외래가 끝나고 허기가 진 탓일까?

난 이렇게 찐하고 맛있는 생강차를 마셔본 적이 없다. 하루 종일 외래 보느라 컬컬해진 목도 뻥 뚤리는 느낌이다. 

나 원래 생강차 싫어하는데... 



사람은

객관적인 것보다

주관적인 그 무엇에 의해 더 강한 존재가 되는 것 같다. 

할머니 기가 생강차에 담겨 나에게 전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으로 깊이 환자의 정을 느낄 때

환자 보는 의사로 일하는 오늘 하루가 너무 소중하다. 


세상에 오만정이 떨어져도

진료실 안에서 환자를 보고 있을 때

내가 행복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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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2.23 23:28

    비밀댓글입니다

  • 김현주 2013.12.24 00:43 신고

    교수님 요럴때 정말 기분좋으시겠어요
    그리구 보람두 크게 느끼시구요 ㅎ

  • 서은희 2013.12.24 05:57 신고

    선생님 기분좋으니 저도 기분 좋네요

  • 덕순씨 딸 2013.12.24 13:26 신고

    대추가 장미꽃송이를 말려 썰어놓은 듯 아름답습니다
    대추를 써는 할머니의 소녀같은 마음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28 14:09 신고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데
      정말 장미꽃 같답니다.
      슬쩍 보시고도 아시네요.
      저도 그 말린 생강을 보며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 김미성 2013.12.27 12:23 신고

    선생님 생강차 다 드시고 손 따뜻하게 진료 보세요^^
    아자앚 화이팅!
    선생님도 할머니도 건강하시길 ..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그나저나 그림문자 입력하기 넘 힘들어요 P,R,B를 골고루 눌러서 겨우 맞추네요.ㅋㅋ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28 14:02 신고

      그림문자 입력은
      언젠가 바이러스가 블로그에 들어오면서 생긴 거랍니다.
      저도 해보니 불편한거 같아요
      그래도 바이러스 때문에 당분간은 좀 유지할려구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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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랑 동갑. 

뇌로 전이된 지 2년이 되어 간다.

뇌 말고는 전이된 곳이 없다. 


뇌 수술을 했지만 위치가 너무 깊어서 수술을 완전히 깨끗하게 할 수 없었다. 

방사선 치료를 더 했지만 

여전히 뇌에는 병이 남아 있다.

그대로 놔두니 병이 커지는 것 같아서 젤로다 없이 타이커브만 먹고 있다.


전이된 병의 위치는 

우리 몸의 호르몬을 관장하는 Pituitary gland 근처, 그리고 hippocampus.

그래서 뇌 수술을 한 후 자기 스스로 필요한 호르몬 분비를 못하기 때문에 각종 호르몬제를 먹고 있다.

우리 몸의 호르몬 시스템은 

어디가 부족하면 다른 곳에서 이를 자극하는 호르몬이 나오고, 

어디가 많으면 다른 곳에서 이를 자극하는 호르몬을 줄여서 균형을 맞추는 조절 기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인위적으로 호르몬을 주게 되면 상호간의 상태에 따라 조절이 되는 기전이 작동되지 않아 여러가지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고 순식간에 환자 상태가 나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녀는 

갑자기 체온이 떨어지기도 하고 

갑자기 소변량이 늘어나 하루에 8000cc 까지 소변을 보기도 하고 

갑자기 혈압이 떨어져서 스테로이드를 보충하기도 하고 

암튼 갑작스러운 일이 많았다.

약 한알만 조절해도 몸 상태가 급격하게 변한다. 겁나서 약을 끊거나 줄이거나 더할 수가 없다. 


그리고 환자가 쉽게 잠이 든다. 

병변이 각성과 관련된 부분인데 아직 병이 남아있다보니 자꾸 자려고 한다. 조금만 한눈을 팔고 있으면 어느샌가 환자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낮에는 그녀를 깨워서 여기 저기 산보 다니는게 아주 중요한 일이다. 낮에 잠을 자버리면 밤에 잠을 잘 못자고 컨디션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는 와중에 환자가 애기처럼 된거 같다. 퇴행 (regression) 하는 느낌이다.  



그런 그녀 옆에는 

간병인 아주머니가 계신다.

자기 딸처럼 잘 봐주신다.


그래도 가족만은 못한 거겠지?

주말이면 남편이 와서 간병인 아주머니와 교대를 한다. 

남편은 이런 생활이 힘들 것이다. 

주중에는 직장일, 주말에는 부인 간호.   

부인은 예전의 그 부인이 아니다. 애기같은 존재가 되었다.

원래 착하고 좋은 남편이었지만 

아무리 좋은 남편이라도 지금 이 시간들이 그리 쉬운 시간이 아니다.

돈도 많이 들고 

간병에도 지치고

그래서 일요일 밤 간병인 아줌마가 돌아오시면 바로 집으로 가신다. 

하나뿐인 딸에게 엄마는 부재상태다.


나는 이 환자를 첫 진단부터 치료, 재발, 그리고 수술과 재활 그 전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다. 퇴원을 고려해도 될만큼 이제 겨우 안정적이지만 여전히 유리 그릇같이 깨지기 쉬운 상태이다.    



오늘 오랫만에 남편과 함께 있는 환자를 보았다.

나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환자가 간병인 아줌마와 있을 때와는 달리 

컨디션이 아주 좋다는 사실이었다.

 

요즘 더 졸려하고 말도 어눌하게 하는거 같고 멍한 상태로 지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남편과 같이 있으니 영 또랑또랑하다. 표정도 맑고 단정하다. 말도 똑부러지게 잘 하는것 같다. 이치에 맞지 않는 말도 잘 안한다. 뇌가 각성상태로 유지되는 것 같다. 


남편은 많이 지친 표정이지만 그래도 잘 견디고 있는것 같다. 

이미 예전같지 않은 아내를 

예전같이 한결같은 방식으로 사랑하라고 

그 누구도 남편에게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남편은 최선을 다하고 부인을 간호하고 있다.

아내도 최선을 다해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니 외롭고, 명확한 의식세계에서 분리된 자신이 외롭더라도 말이다.   


그는 자꾸 잠들려고 하는 그녀를 이 세상과 이어주는 끈이다.


여러 이유로 뇌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들,

멍해 있다가도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순간 빛이 난다. 

순간 정신을 차리는 것 같다. 


그것이 

가족의 힘이고

사랑의 힘인것 같다.


그러니 사랑이란 얼마나 가혹하고 힘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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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콤한 우주 2013.12.23 11:10 신고

    통증 하나 잡아놓으면 황달수치가,
    황달수치 겨우 조절해 놓으면
    소변이 안나와 이뇨제를,
    가려움증은 약 때문인지, 황달 때문인지 내내 가려우니
    가족 모두 총 출동해 물수건으로 두드려 주고
    로션이나 오일을 바르고, 바르고...

    해서 의사 선생님 고민 고민해 약 들을 바꿔 주시니
    이젠 환각증상이...
    간성혼수라 하기엔 좀 다른 양상인건가 지켜보자고 하십니다

    오늘은 패치외에 약을 좀 끊어보신다고 하시는데...
    정말 깨질 것 같은 유리처럼 하루 하루가
    순간순간이 조심스러워요.

    복수와 부종이 심해져
    속옷 치수가 자꾸 높아져 가고,
    상대적으로 더 얇아지는 팔, 다리...
    갑자기 숨이 자꾸 차오르는 증상이 나타나
    CT를 찍어보니 심장까지 암이 전이되었다고 해요.
    그새...

    심폐소생술은 하지 않겠다는 형부의 말에
    가족들 힘겹게 동의하고 이 싸움 사이사이
    자녀들과 가족들의 집중 사랑에 조금이나마 위로삼았으면 좋겠어요.

    평생을 아픈이를 위해 나누기만 하더니
    이젠 우리에게 한꺼번에 받으시는거란 이야기에
    노란 눈을 힘겹게 치켜들며 고개를 끄떡이는 울 형부...
    넘 참지 말고 힘들지 않기를 기도해요.

    선생님도 기도해 주실래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23 19:01 신고

      최선을 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닥치고
      마음을 다 정리한 줄 알았지만
      삶과 사랑에 대한 마음으로 안타까움을 접을 길이 없습니다.
      그것이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의 마음입니다.
      지금 진료해주시는 선생님이 이래저래 마음 많이 써주시는 것 같으니
      다행인것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 것이
      환자의 운명인 것 같습니다.
      무슨 말씀을 더 드리겠어요...
      그저
      초라한 나의 기도 한마디
      하느님께서 높이 사 주시길 기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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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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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외래는

원래 내가 보는 환자들을 진료하는 날이 아니다.


항암치료 중에 기운이 없어 영양제를 맞고 싶은 사람

갖고 있는 약 이 떨어져서 약 타러 온 사람.

항암치료 하다가 부작용에 생겨서 증상 상의하러 온 사람.

백혈구 수치 떨어져서 촉진제 맞으러 오는 사람.

그런 환자들이다.


내가 담당 주치의가 아니므로

그들 치료 과정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도 없고 내릴 필요도 없기 때문에

어쩌면 부담없이 진료를 보면 된다.

당장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만 해결해 주면 된다. 


피검사 보고 백혈구 수치 낮으면 촉진제 주고

수혈이 필요하면 수혈 처방 해주고 

진통제 조절이 잘 안되서 아프다고 하면 진통제 조절해 주고

너무 아프다고 하면 입원장 주고 

약 필요하다고 하면 그 약 처방해 주고

그런 식이다. 


그래도

미리 예습을 한다.

어떤 환자인지는 알고 봐야 하니까.


내 환자가 아니라 병력 정리도 내 스타일이 아니라 이해가 잘 안된다.

(꼭 자기 방식으로 환자를 정리하려는 집착만 남아있는것 같다.) 

치료 과정 중 이땐 왜 이렇게 했지 궁금해서 당시 차트를 찾아 보거나 수술 결과, 조직검사 결과를 확인해 본다. 

어쨋든 내 방식으로 환자를 이해하고 외래를 들어가야 마음이 편하다. 


오늘은 토요일

바삭바삭 메말라 가는 가을 나무들에 애착이 간다. 

외래 끝나자 마자 산에 가볼 참이라 신발은 아예 등산화를 신고 출근했다.

산에 가는 복장으로 외래에 오실 분들을 리뷰해 본다. 



10년전에 28세 아가씨가 대장암을 진단받았다. 당시 가족성 대장 폴립증도 같이 진단받았다. 

그리고 이후 2번 재발되었다. 매번 수술과 항암치료를 하였다. 뱃속 수술을 하면서 난소에도 전이가 있어 두개 다 절제된 상태이다. 이제 30대 중반인데 심한 골다공증, 신부전 3기 상태. 수술의 합병증으로 요로 협착이 생겨 올 초에는 요관성헝술을 했다.

그리고 지난달 복강 내 대장암이 재발하였다. 다시 시작한 항암치료.

가족성 대장 폴립증이 잦은 재발의 위험 인자인것 같다. 그래서 첫 수술 때 전 장 절제술을 했는데도 복강내 림프절에서, 수술 문합부위에서 재발을 반복하고 있다. 


그녀는 거의 10년간에 걸쳐 우리 병원을 다니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다른 과 외래 기록을 보니 '어머니만 내원하심' 이라는 메모가 쓰여있다. 

환자가 검사만 해 놓고 엄마에게 결과를 듣고 약을 타오라고 하나보다.

차트에서 환자의 흔적을 느끼기가 어렵다.

항암치료 후 너무 기운이 없어 오늘 영양제를 맞고 싶다고 메모가 되어 있다.

나는 별 말없이 영양제를 처방하고 '잘 견디세요' 라는 말을 한마디하고 말겠지만

그녀에게 참으로 혹독한 시간일 것 같다.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녀를 만날 일이 두렵다. 




40대 후반의 여자.

이번이 세번째 암이다.

유방암.

갑상선암.

육종.

어떤 유전성 질환 혹은 가족성 질환이 아닐지 의심이 된다. 

그녀의 젊은 날에 띠엄 띠엄 암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 치료하고 있는 육종은 한번 수술하고 재발된 상태라 항암치료 용법도 복잡하고 약제의 독성도 심하다. 항암치료를 하기는 하지만, 효과가 그다지 좋지 않다. 아직 별다른 신약도 없다. 지방에 사는 그녀는 자주 서울로 올라오고 있다.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고 열도 많이 나는 치료다. 두달 전에도 내가 한번 본적이 있다. 


그때도 난 미리 그녀의 차트를 리뷰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진료를 준비했는데 

왠걸, 

그녀는 아주 발랄하고, 

외모는 아줌마 같지도 않고, 

결혼도 했고, 

아이도 다 컸고, 

아주 맹렬히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이었다. 

미리 걱정하고 혼자 우울해 했던 내가 무색했다. 

내가 상상하는 세상이 다 맞는 것은 아닌것 같다. 

차트를 리뷰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환자가 나를 만나고 진료실을 나가는데는 3분도 안 걸렸다. 

아주 마음이 가벼웠다. 




선입견을 가지고 환자를 만나면 안되겠다. 

객관적으로는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의 해법을 가지고 자신만의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다.

일상은 

그렇게 울면서, 찡그리면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우리 모두는 나름의 합리화 기전도 만들어 내고, 탈출구도 만들어서, 지금을 견디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 보는 나같은 의사에게 약한 모습 보이지 않고 씩씩하게 현실을 살아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치료받고, 

오랜 치료 기간에도 지치지 않고 자기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그들에게 한수 배우러 

외래로 고고씽!  

그리고 안산으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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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콤한 우주 2013.11.09 17:11 신고

    지난 정기검진 때,
    의사 선생님 옆에 앉아 무언가 해주실말을
    다소 긴장하면서 기다리고 있었지요

    모니터에 펼쳐진 내 차트와 사진들을 보시면서
    조용히 "어제밤에 제가 쭉 살펴보았는데..."

    어제밤에 미리 살펴보셨다는 말에
    마냥 고맙더라구요.
    명쾌한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상황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의사선생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든든하게 따뜻하게 다가와졌습니다.

    그런거겠죠~ㅎ

    1. 달콤한 우주 2013.11.09 17:14 신고

      ㅎ..듣고 싶은 말 베스트4의 덧글인데
      잠깐 나갔다 들어오면서
      잘못 달았지만
      그래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2.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1.10 10:00 신고

      기억하겠습니다.

  • 2013.11.10 14:13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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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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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진료 초반부에는

상태가 안정적인 환자들이 많다. 

앞쪽 진료를 할 때는 

수년간 호르몬제 하나로 전이성 유방암이 잘 잘 조절되고 있거나 

항암제 후 허셉틴 하나만 맞고 있거나

독성없이 항암제를 잘 맞고 있거나 하는 

컨디션 좋은 환자들을 

'스피디'하게 진료한다. 


병이 안정적인 그들은

특별한 증상도 없고 아프지도 않기 때문에

나에게 할말도 없다.

자기 먹고 사는 일이 바쁘니까 

자기 일 하는 것에 집중한다. 

나한테는 기대하는 것도 별로 없다. 

외래 일찍 보고 직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도 많고

아이들이 학교, 유치원 가는 틈을 이용해 치료를 받고 가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그들은 바쁘다. 


진료 앞 부분에서 한두명 지연되는 것이 

진료 후반부로 가면 한두시간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진료 앞 부분에는  이렇게 컨디션 좋은 환자들이 몰려 있기 마련이다. 




그녀가 유방암을 처음 진단받은 3년전, 수술을 할 수 없는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단되었고, 전이된 병의 분포도 매우 넓었다. 그녀는 허옇게 질린 얼굴로 항암치료를 시작하였다. 그녀는 슬픈 마음, 속상한 마음, 치료중에 힘들었던 일 그런 것들을 내가 준 항암치료 일지에 빼곡히 기록하였다. 1년 동안. 


수첩이 한장 한장 넘어가고 

그녀는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이제 항암치료일기를 그만 쓰라고 했다.

그녀는 이미 정상적인 생활인의 영역 안에서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휴직했던 직장으로 복귀했고

두 아이의 엄마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언제 직장으로 복귀하는게 좋을까요? 

제가 복귀해도 되는 상태인가요? 

학부모 모임이 있는데 가발을 쓰고 가도 될까요? 

제가 뭔가 더 열심히 아이들 학교일에 참여하려는 모습을 보이면 우리 애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장손이라 제사를 더 이상 다른 식구들에게 미룰 수 없을 것 같은데

제가 다시 제사 준비를 담당해도 될까요? 1년에 대여섯번 되는데...


그녀는 삶의 주기를 넘어가야 하는 매 시점에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충고도 하고

모른다고 발뺌도 하고

나는 그녀의 병이 좋아지는 것 자체가 경이로워서 

그녀가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을 다 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마음 속으로는 무조건 다 잘될거라고 얘기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두통이 찾아온 어느날 찍은 MRI 에서 뇌전이가 발견되었다.

감마나이프 치료를 하였다. 

마침 가능한 임상연구가 있어서 다음 항암치료는 임상연구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퍼제타가 들어간 치료군으로 배정받았다. 

뇌전이가 생기기는 했어도 아주 병변이 작았고 증상도 심하지 않았다. 

허셉틴에 퍼제타를 더해 쓰는 치료군이 되었으니 운도 좋았다. 

젤로다 때문에 입이 헐고 손발이 갈라지고 터져서 힘들어 하기는 했지만 용량을 조절하면서 약에 적응하려고 노력하였다.


나는

그녀가

힘든 일이 있어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여러가지 대안과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임상시험 스케줄에 따라 표적치료제를 유지하면서

젤로다를 10주기 넘게 계속 먹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보습제, 스테로이드 로션 바르며 열심히 손발 관리하고, 구내염 오지 말라고 가글 열심히 하고, 

얼굴 거칠어지지 말라고 밤마다 영양 크림으로 피부관리하면서 

일정을 관리하였다. 

힘들면 그만 먹어도 된다고 했지만

그녀는 아직 견딜만 하다고, 

표적치료제 단독보다는 항암제를 같이 쓰는게 더 치료적 효과가 높을 것 같다며

독성 견딜 수 있을 때까지 항암치료를 유지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뇌전이 후 그녀는 나와 별로 말하고 싶어하지 않아했다.

상심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무지하게 애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당신이 시키는대로 치료했는데 왜 나빠지는거냐'고 묻고 싶는 것 같았다. 그래도 겉으로는 내가 묻는 질문에 꼬박꼬박 대답 잘하고 약 잘 먹고 시키는 대로 일정을 잘 따라오고 있었다. 약간 서먹한 채로. 

 

오전 진료 세번째. 

원래 그녀는 그동안 별일 없었다고, 항암제 독성도 없었다고 간략하게 보고한 후 내 설명을 듣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오늘은 내 설명이 다 끝났는대도 뭉기적거리고 나가지 않는다. 자기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파일 하나를 열더니 내 앞에 놓는다. 나보고 보라는 얘기다.    


지난 3년간 

중학교에서 왕따로 힘들어했던 아들이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까지의 성장과정을 

음악과 사연과 자기의 사진을 합성하여 만든 UCC였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항암치료일기에 큰 아들에 대한 걱정이 간간히 등장했던 것이 생각난다.


엄마가 전이성 유방암을 진단받고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투쟁하는 동안

아들은 왕따가 되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엄마는 그런 아들에게 더 미안하고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저도 힘들고

아들도 힘들었던 시간이에요.

그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 결과물이에요. 

서울시에서 개최한 청소년 UCC 컨테스트 본선에 진출했어요. 



UCC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함께 수업듣고

좋아하는 노래를 정하고

UCC에 넣을 사진을 고르고

컴퓨터 그래픽을 배워 화면을 배치하고...

그 모든 과정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UCC 사진을 보니 

지난 3년간 아들이 많이 컸다.

애기같은 젖살이 남아있는 앳된 중학생이 

3년동안 키가 30cm 가 넘게 큰 거무죽죽한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엄마의 사랑으로

왕따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한번 왕따가 되면 그 굴레를 벗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아들은 그 시간을 견디고 극복했다. 이제 자신감을 되찾고 고등학교 생활도 잘 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 또한 대한민국의 엄마인지라, 

이제 아들이 그동안 공부 못해 떨어졌던 성적을 만회해서 좋은 대학을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웃는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걸 잘 아니까.  

  


1차 치료 후 병이 나빠졌을 때 

자기 몸이 걱정되서가 아니라

아이들 때문에, 가족들 때문에, 눈물이 났다고 한다. 

내가 죽으면, 내가 나빠지면, 누가 이들을 돌볼까 걱정이 됬다고 한다.

아이들도 잘 크고 있고 

엄마 병도 좋아지고 있다.

당분간 이런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셨으면 좋겠다. 


다음 외래 때에는 UCC 발표 소식을 들을 수 있겠지.

UCC 대박나세요!


아들을 위해 책이라도 한권 선물할까 보다.

제목은 '공부가 세상에서 제일 쉬웠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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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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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내과 의사이면서도

암 환자가 아니면

이제 왠만한 진료에 자신이 없어진 거 같습니다. 

똑같이 허리가 아프다고 해도

암환자의 요통에 접근하는 나의 자세와

암이 없는 환자의 요통에 접근하는 나의 자세는 다릅니다.


암환자를 대할 때는 

기본적으로 그에게는 '암'이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가짐을 다르게 합니다. 


저는 대부분 외래 전날 

다음 날 오는 환자들의 상태를 리뷰하기 때문에

사진을 미리 다 보고 들어갑니다. 

공식 판독이 나와있는 경우도 있고

당일날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판독과는 무관하게 제가 직접 사진을 보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 많기 때문입니다. 

환자 이름이나 얼굴만 봐서는 그가 누군지 모르겠는데

CT를 보면 

비로소 그가 누군지 알겠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사진을 미리 보고 뭔가 결정을 내려놓고 외래를 들어가지만

막상 외래 시간에 다시 사진을 보고, 혹은 환자를 문진하고 나서,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진 상 큰 변화는 없는데 뭔가를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

혹은 사진 상 뭔가 나빠지는 분위기였는데 막상 만나면 컨디션이 좋은 환자들.

판단이 바뀌게 됩니다. 


뭔가 새로운 증상이 나와서 재발이 아닐까 의심하여 사진을 찍었는데 

막상 사진에서 별 이상이 없게 나오면 정말 마음이 후련하고 기쁩니다.

물론 환자가 의사인 나보다 수백만배 마음을 졸이면서 결과를 기다리겠지만

치료를 하는 의사 입장에서도 사진을 띄울 때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게 아니라고 스스로 매일 다짐하지만 

막상 환자가 나빠지면 

혹시 그게 내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그래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환자들은 

병이 좋아지면 선생님 덕이라며 저에게 감사하다고 말하지만

나빠지면 그것도 선생님 탓이라며 나를 책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 표준치료를 한 것 뿐입니다. 

교과서에서 하란 대로 한 것 뿐이라고.

해당 환자가 들어갈 수 있는 임상연구가 있으면 임상연구를 권합니다. 

암 치료는 임상연구를 통해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표준치료를 했지만 나빠진 것라면 내가 마음쓰고 괴로워 할 이유는 없습니다.

표준대로 했건만 암세포가 약제에 반응하지 않은 것이고,

누구나, 언제나 치료제에 다 반응하는 건 아니니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러나 환자도 인간인 것처럼, 의사도 인간입니다. 

환자가 나빠졌는데 어찌 마음을 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런 검사를 반복하고 결과를 알게 되는 과정은 참으로 긴장적이고 어려운 시간입니다. 


환자와의 관계가 오래되면 서로 성격도 어느 정도 알게 됩니다. 

어떤 환자는 병이 좀 나빠졌다고 해도 별로 놀라지 않고 그냥 묵묵히 바꾼 약으로 치료를 받고 갑니다. 

어떤 환자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힘들어 합니다. 다 지나간 옛날 일을 가지고 이것저것 따지기 시작합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아무 말 없이 내 말을 따르고 조용히 치료를 받는 환자가 편하고 좋지만

결과를 부인하고, 나한테 꼬장부리고, 난리치는 환자들, 그렇지만 이런 반응이 당연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저도 가까운 사람이 암으로 진단받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순간 너무나 당황스럽고 

감정적으로 큰 충격을 받습니다. 

내일 외래 준비를 마저 할려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내일 오시게 될 백명이 넘는 환자 모두가 다 그런 충격을 거친 사람들, 

혹은 지금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참으로 징한 병입니다. 


사실

우리 쿨하기 힘듭니다. 

오히려 쿨한게 가식일지도 모릅니다. 

제 환자 중에도 몇년간 안정적이고 씩씩하게 잘 사시는 듯 했지만

다시 병이 나빠지는 일을 겪게 되면 

년간의 내공이 순식간에 무너지며

더 힘들어 하는 것을 봅니다. 

그들을 달래는게 더 힘듭니다. 


그런 마음을 이해함에도 불구하고

저는 냉정하게 말합니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없는 과정이요, 그 누구도 정답을 알 수 없는 문제이니 

빨리 정신 차리시라고,

나를 믿고 빨리 치료를 시작하자고

비록 재발이 된건 안타깝고 억울할 노릇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여기서 이렇게 주저앉을 수는 없는 거라고.

최선을 다해 해 보는 거라고.

비록 내가 1등으로 결승선에 도착하지는 못하겠지만

나의 페이스대로 이 길을 걷고 달려서 내 방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말거라고.


무섭게 다그쳐서 치료를 시작하지만


마음 속으로 저에게 묻습니다.


너도 그렇게 할 수 있겠어?


저도 자신없습니다.


저도 그런 수준인데

외래에서 환자들에게 호통을 칩니다.

일희일비 하지 말라고

우린 긴 싸움을 하는 거라고.

제가 그렇게 말해서 섭섭하셨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의사는 그렇게 말해야 하는 존재이니까요. 





  • 남경희 2013.09.30 09:08 신고

    9월 12일에 찍어야했는데 시티랑 본스캔을 안찍었어요, 그러는 바람에 25일 진료도 미뤄졌구요. 따라서 먹어야 할 젤로다를 못먹고 있습니다. 아직 시티날짜가 잡히지 않았어요. 전화를 해야하는데 안했거든요. ;; 시티잡히는데 일주일 결과나오는데 일주일 그럼 너무 오래 젤로다를 쉬게 되는데 어쩔까요 남은 젤로다를 일단 먹기시작할까요 저는 이번에 한주기 더 젤로다를 먹고 시티를 찍으면 어떨까생각하는데 ;;;일단 쌤진료보구.. 젤로다가 좀 남았더라구요. ㅋ 조금씩 안먹어서.ㅋ 일단 오늘부터먹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나요 콜미 017-237-8389 아 그게 진짜 시티찍는게 너무 일찍 잡아놨더니 아침에 도저히 못가겠어서 못갔는데 ㅠㅠ 시티찍기도 너무 지겹고요 그래가지구. ㅠ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01 11:26 신고

      저희 쪽에서 가능한 검사을 빨리 다시 잡고 외래 오시도록 연락드릴께요
      젤로다 남은 걸 다 가지고 오시고 오세요
      헷갈리니까 젤로다 먹지 않고 빨리 오시는 걸로 잡아드릴께요

    2.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01 11:26 신고

      이번에 잔소리 좀 듣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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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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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를 시작한 환자. 

아드리아마이신은 투약 후 2주가 지나면

머리카락이 숭숭 빠지기 시작한다.

뭉텅뭉텅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처음에는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지만

2-3일 지나면 너무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서 온 집안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니 그거 청소하기도 귀찮고 

머리카락이 빠지면서 두피가 아프기 때문에 두통도 생기고

이래저래 성가시다. 

그래서 환자들은 머리를 다 밀어버린다. 

그렇게 머리를 밀고 나면 환자들이 용감해진다. 

그리고 나면 환자들이 잘 울지 않는다. 

나는 이런 일을 겪으며 

환자가 본격적으로 자기 치료의 주체가 되고 씩씩하게 치료받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1주기 치료를 마치고 2주기 치료를 하러 올 때 

머리를 밀고 두건이나 가발을 쓰고 온 환자 옆에

같이 머리를 밀고 온 남편들이 앉아 있을 때가 있다. 

환자는 외출할 때 두건이나 가발을 쓰지만

집에서는 답답하기 때문에 대개 민둥머리로 지낸다.

그런 민둥머리 부인이 자신을 민망스러워 할까봐 남편이 같이 머리를 밀어주는 것이다.

백혈명으로 치료받는 친구를 위해 같은 반 친구들이 머리를 같이 밀어버린 감동 뉴스를 봤던 기억이 난다. 


씩씩하게 머리를 밀었지만, 마음 속 깊이 속상한 마음이 있는 부인을 위해, 

겉으론 쿨하게 치료 잘 받고 자기 생활도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쉽게 마음에 멍이 드는 부인을 위해,

남편이 같이 머리를 밀어준 것이다. 


나는 진료실에 함께 온 남편을 만나면 

힘들게 치료받는 부인을 위해 

항암치료 중에, 혹은 항암치료가 끝난 다음에라도 

계속 잘 대해주고

부인을 격려해주고

집안일도 도맡아서 좀 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환자들은 정작 항암치료가 끝나고 나면 더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치료가 끝나고 난 후 최소한 몇개월은 더 잘 해달라고 부탁한다.

환자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그런데

사실 남편도 힘들다. 

집안일 돌아가는게 예전같지 않고

부인 성격도 점점 예민해지는 것 같다. 

항암제든 호르몬제든 기본적으로 여성 호르몬을 억제하는 것이 치료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부인은 폐경기 증상으로 인해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힘들어한다. 

항암치료가 끝나면 모든 고생이 다 끝나고 일상이 제자리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엉망이 되는것 같다. 

부부관계도 갖지 못하고 수개월 수년이 지나기도 한다. 

부인의 정서적인 서포트도 없다.  

직장 생활도 점점 힘들어지고

나 자신도 나이를 먹어가니 직장 내에서 점점 경쟁력도 떨어지는것 같아 

나날이 스트레스가 늘어가는 판국에 나를 이해해주고 도와주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나와는 상관없이 훌쩍 커버린 자식들.

치료는 끝난 것 같은데 도통 정상 생활로 돌아오지 못하는 아내.

그래서 남편도 몸과 마음이 소진된다. 

불만도 많아진다. 



늘 환자 편을 드는 나에게

한 (남자)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남편 입장이 되어 보라고...

남자도 힘들다고...

그걸 이해해 줘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 중에는

지금 받고 있는 치료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그냥 지금이 안정적이라 다행이라는, 

그렇게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인데도 

그 와중에 남편이 부부관계를 너무 자주 요구하여 힘들다고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항암치료 기간 중에 부부관계를 해서는 안되는 기간은 언제인지 묻기도 한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데도 이렇게 계속 부부관계를 해도 되는지 묻는 환자도 있다. 

환자 병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고 있는 나로서는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지금 그녀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힘들텐데... 싶은 그런 환자들이 있다.


그들은 

언제까지 계속 남편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한다.

남편도 성적 욕구가 있는데

자기 때문에 그걸 참으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요인이 문제가 되어 남편이 바람을 피우거나 이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유방암은 전이되고 재발되어도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병이다. 그래서 이런 성 문제를 뒤로 미뤄둘 수 만은 없다. 전이성 유방암으로 치료를 시작할 때에는 부부 면담을 해야 할 판이다. 



어제는 한 환자가 울고 갔다.

추석 잘 지내시고 다음달에 보자는 나의 인사를 듣더니 

나가지 않고 자리에 털석 앉는다. 

전이가 되었는데

비교적 전이 정도가 심하지 않아

일상생활을 잘 하시는 분이다.

약제를 두번 정도 바꿨지만

나빠지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 그냥 저냥 잘 지내시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제는 

내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한끼도 안 빠뜨지고 남편 밥상 차려줘야 하고 

자기가 아니면 밥 못 챙겨 먹는 남편 때문에 어디 여행 한번 다녀올 수도 없고 

명절, 집안 제사 다 챙기고

김장도 다 하고 

죽을 때까지 그냥 이렇게 남편, 가족들 뒷수발만 들고 살아야 하는 거냐고 한바탕 울고 가셨다.   

명절을 앞두고 그런 생각이 더 든다고 한다. 

자기는 그렇게 최선을 다 한다고 했는데, 요즘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고 하였다. 

남편이 바람 피우는 것도 다 자기탓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디 자기 억울함을 호소할 곳도 없다고 한다. 

그녀에게 

지금 그녀의 상황을 이해해 줄 수 있는 건 나뿐이었나 보다. 


한국 유방암 환자의 평균 연령이 서양보다 15년 이상 낮기 때문에

이런 부부관계의 문제, 가족관계의 문제가 서양보다 훨씬 심각하게 대두되는 것 같다. 


흔히 어떤 병의 예후를 결정하는 요인들 가운데

환자에게 가족이나 배우자의 존재 여부, 그들이 얼마나 supportive 한가에 따라 예후가 달라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단순히 존재하기만 하는 가족, 배우자는 더 어렵고 

서로에게 마음의 짐이 될 수도 있다.


우리 환자가 씩씩하게 병을 잘 이겨내고 치료받으려면

가족과 배우자들도 함께 치료과정에 동참하여 

그 가족의 질서 내에서 

서로를 잘 이해해 주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실천, 확인하는 계기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울고 나가는 그녀에게 

'힘내세요'

그렇게 말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됬을 것 같다.  


 




  



   

 

  



 


  • 2013.09.08 15:05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9.08 18:09 신고

      누군가는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관계의 악화는 암이라는 병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원래 끌어안고 있던 문제의 본질 때문이었다는 거라고.
      어차리 내 인생의 숙제와 과업은 오롯이 내 몫이라는 것은 살떨리게 외로운 것이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나 자신과 잘 지내는 일이 핵심이겠죠. 뭐라 드릴 말씀은 없지만... 인생은 그래도 계속 가는 겁니다. Show must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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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하게 습하고 무더웠던 여름.

지칠 줄 모르고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물러가나보다.

영영 올것 같지 않았던 가을도 

오려나 보다.

바람이 시원해졌다. 


힘들고 지치는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될것 같아 절망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상황도 변하고

어느새 내 마음도 변한다.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이 절대적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겠다. 


 

장성한 자식들은 다들 성공해서 미국에서, 호주에서, 유럽에서 잘 살고 있는데

한국에 홀로 남은 부부.

환자는 세번째로 난소암이 재발했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70 넘은 남편이 치매를 진단받았다.

원래 항암제 독성이 심하게 나타나는 편이었다. 

이번에도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보니 남편 시중 들기가 힘들어졌다.

자식들에게 국제 전화를 걸어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환자는 남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걸까? 백혈구 수치가 오르지 않는다.

당신문제도 속상하고 절망스럽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는 남편이 무거운 돌이 되어 가라앉아 있다. 



전이성 유방암으로 3년째 잘 지내고 계셨다.

작년에 뇌전이가 생겼지만 방사선 치료를 받고 지난 1년동안 안정적으로 잘 유지되고 있었다.

환자가 혼자 외래를 다니며 치료받았다. 남편은 돌아가셨고 자식들은 바쁘다고 했다.

아직 자기 몸뚱이 하나쯤은 건사할 수 있으니 자식들 신세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빠지고 나는 처음으로 자식을 만났다. 

그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엄마의 병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는 곧 돌아가실 것 같은데 잡아놓은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고 있다. 

그는 나에게 결혼식을 취소해야 하는 건지 물어보았다. 

내가 그런 대답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결혼식 전에 해야 하는 수많은 의례와 절차들을 괴로운 마음으로 겪어내야 했고 

아침 저녁으로 병원에 와서 깊이 잠든 엄마를 지켜보았다. 

엄마는 자식 결혼식을 못 보고 돌아가셨다. 그리고 자식은 결혼을 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남편과 이혼하고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이혼한 남편은 어디론가 떠나버렸지만 환자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재산은 소 한마리. 늙은 시어머니가 소를 부려 농사일을 하신다. 환자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찾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5학년짜리 큰아들은 신부전으로 혈액 투석을 해야할 상황이다. 의사는 이식을 권유하지만 지금 형편으로는 가당치도 않다. 시골에 사는 그녀는 한달에 한번씩 아들과 함께 우리 병원에 다니는데, 4개월전 유방암이 폐, 간, 뼈로 재발하였다. 광범하게 전이되었다. 표적치료나 호르몬치료 처럼 비교적 어렵지 않게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삼중음성 유방암이라 항암치료를 할 수 밖에 없다. 빨리 걷거나 언덕을 오르면 숨이 찬다. 항암치료를 설명하는데 그녀는 도통 듣고 있는것 같지 않다. 항암제 부작용이 심했는지 2차 치료를 받으러 오지 않아 몇번 전화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들이 아팠다고 한다. 아들 병원 오는 날짜를 맞춰서 항암치료 날짜를 맞추어야 한다. 엄마가 항암제를 맞는 동안 아들은 먼 친척집에서 하루 엄마를 기다려야 한다. 

세번 항암치료를 하고 CT를 찍어보니 많이 좋아졌다. 나는 기쁜데 그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기색이다. 퉁명스럽게 '당연히 좋아져야 하는거 아니냐'고 말한다. 지금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나빠지면 되겠냐고 말한다.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 두 아들, 늙은 시어머니. 그녀는 자기 몸을 돌볼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녀는 웃지 않는다. 항상 긴장된 얼굴. 



우리는 살면서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다, 이제 끝이다, 될대로 되라 그런 마음으로 

지금 닥친 어려움을 견뎌보려고 굳세게 마음을 먹지만, 

살다보면 

더 나빠질 것도 없을 줄 알았던 현실에서 더 나쁜 일이 생기고, 

이 절망의 끝은 어디일까,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런 나쁜 일이 끊이지 않는 걸까

하늘을 원망하게 된다. 


낫지 않는 병으로 마음이 멍들고 

계속 되는 치료로 몸도 힘들다.

경제적인 어려움

가족관계

사회적인 고립감

여유 한줌 들어설 마음이 안 생긴다. 


그런 환자에게 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다. 


오늘도 항암치료 합시다.

다음번 올때 CT 찍고 오세요. 


내 마음도 늪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나도 

내 형편에 어려운 일 숨기고

환자를 만나야 하는 것처럼 

환자도

자기 형편에 어려운 일 숨기고

의사를 만난다. 


그렇게 

삶이

치료가

계속 된다. 


그렇게 

시간이 가면

상황도 변하고

내 마음도 변해있겠지.


이 더위가 지나고 

가을이 오는 것처럼...









  • 2013.09.03 11:56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9.03 20:06 신고

      제가 지금 논문을 하나 읽는데요 2011년 JAMA에 실린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들 1950명 (EU 9개 국가) 에 대해 한날 동시에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patient care에 적절하지 않은것 같다고 느낄 수록 자기가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대요 (다른 변수들 보다도)
      당연한 거겠죠
      논문으로 나왔으니 그런갑다 하지만 말입니다.
      내가 하는 일을 하기 싫다고 느낀다는 건 참으로 힘들고 불행한 일인거 같아요.
      그 일의 본질은 좋은 것이라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조건들에 제약이 많으면 그 일도 하기 싫어지는 법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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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말을 하면

그녀는 대개 그 내용과 별로 연관이 없는 질문로 응답하였다.


이번에 병이 나빠졌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고 등등의 심각한 얘기를 다 하고 나면

변비약 없으니까 약 주세요

뭐 그런 식이었다. 

할머니도 아니다. 나랑 나이도 비슷하다.

뭔가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느낌이었다.

내가 병이 나빠졌다고 해도 

남의 일처럼 

'그럼 어떻게 하실건가요?

그렇게 물었다. 


수술 전 항암치료 하고 수술했는데

수술 부위에서 금방 재발하였다.

순식간에 목 근처 림프절 부위로 병이 진행되어 

방사선 치료를 했지만 또 금방 재발하였다. 

주요 장기는 침범하지 않은채

수술한 쪽 유방 근처의 피부, 겨드랑이와 목 림프절, 어깨 부위의 피부 

이 정도로 전이가 진행되었다.

피부 병변이 조금씩 조금씩 진행되어 면적이 넓어져 간다.


마치 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하거나 방사선치료를 살짝 해주면 다 나을 것 같이

별거 아닌 병변인것처럼 생각되지만 피부재발은 예후가 좋지 않고 약제 반응이 좋지 않다.

주요장기는 다 멀쩡하고 피검사도 항상 정상이다. CT를 찍어도 피부가 약간 두꺼워져 보이는거 빼고는 슬쩍 보면 정상같아 보인다.


그런데 대개의 피부 재발은 예후가 좋지 않다.


HER2 양성이나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에서 수술 후 조기에 피부재발이 나타날 경우 치료가 잘 안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항암치료밖에 할 수 없는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은 별거 아닌거 같은 병변 때문에 여러 항암치료를 반복하게 되니 환자로서는 잘 납득이 안된다.

환자들은 그냥 다시 수술하면 안되나 그런 생각을 하지만, 

피부 재발은 혈관을 타고 진행되는 전이라서 

부분적인 제거를 하여 눈에 보이는 병변을 없애도 

바로 옆 자리에 또 금방 재발된다. 

그리고 재발되었지만 속도가 느리다. 그래서 낫지 않은 채 시간이 오래 간다.


이 환자도 그랬다. 

환자는 경제적인 형편이 여의치 않아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잘 낫지 않고 조금씩 나빠지는 병 때문에 항암치료를 계속 하는 형국이 되다보니 몸이 많이 지쳤다. 너무 피곤해서 하던 일도 그만두었다. 직장을 다닐 때는 항암치료 스케줄과 직장 스케줄, 월차 이런 걸 고려해서 치료 시간표를 짜야 했기 때문에 환자도 나도 외래 시간표를 맞추다 보면 좀 짜증이 났다. 직장 때문에 매주 오는 항암치료는 하기 힘들어했다.


그러나 결국 병이 낫지 않으니 직장을 그만두었다. 

매주 항암치료도 했다가, 

새로운 병변에 방사선치료를 추가해보기도 하다가, 

항암제도 이것저것으로 바꾸어 봤지만 같은 약제로 4번 이상 치료하기가 힘들었다. 그만큼 듣는 약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녀가 외래 오기 전날에는 미리 찍은 CT를 보고서 별로 나빠보이는 병변이 없어서 내심 안심하고 외래를 들어가는데, 막상 만나서 더듬더듬 가슴팍을 만지다 보면 지난번에는 안만져 지던 쪼그만 뾰드락지 같은게 새로 만져진다. CT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설마 하고 조직검사를 했었는데 늘 재발이었다.

 

내가 만져보고 별 이상 없는 것 같아 내심 휴우 안도의 숨을 내쉬면 그녀가 말한다. 


선생님 근데요 여기가 좀 이상해요.


그렇게 계속 피부 병변이 새롭게 발견되기를 몇달째.

급기야 기존 피부병변은 성이 나고 진물이 나고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상처전문간호사 선생님께 드레싱 요령을 배워서 더 상처가 나지 않게, 그리고 2차 감염이 오지 않게 교육을 받게 하였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암세포를 콘트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드레싱만으로는 큰 도움이 안되었다. 

자기가 자기 가슴을 드레싱 하려니 자세도 어렵고 팔도 힘들다. 


그녀는 나에게 대놓고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내 말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눈치가 역력했고 늘 실망하는 것 같은 내색을 보였다.

나는 CT를 보고 병이 나빠졌는지 여부를 판단하지만 

그녀는 CT를 찍지 않아도, 외래 오기 전부터 이번 항암제가 자기한테 잘 맞는지 아닌지 알고 있었다.

자기 피부를 들여다 보고 진물 나오는거 보고 만져보면 알 수 있는 거니까. 


CMF

Cyclophosphamide/Methotrexate/Fluoruacil

고전적인 항암제 병용요법이다. 항암제 개발 초기 약제들이다. 반응율도 별로 높지 않다.

삼중음성유방암에서는 다소 효과가 좋다는 후향적인 논문 몇편이 있지만

아직 전향적인 임상연구는 진행된 바 없다.

약이 너무 오래된 구식약이라 이 약으로 임상연구가 진행되지 않는 것 같다. 첨단 신약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는 판국에 말이다.  


그동안 쓸만한 약은 다 썼다. 임상연구도 세번이나 했다. 


나는 환자에게

이 약으로 치료해 보고도 좋아지지 않으면 항암치료를 그만하겠다고 말했다. 


그럼 절 포기하시겠다는 건가요?


환자의 직접적인 질문에 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고 당황했다. 어색하게 입막음을 하고 치료를 시작했다. 


그리고 좋아졌다.

마음이 다급하여 매주 병원에 오게 하여 피부병변을 관찰하였다.

1주일 간격으로 2번 하고 나니

벌겋던 피부도 좋아지고 진물도 안나고 딱쟁이도 생겼다.


선생님, 정말 고마워요.


환자가 나에게 처음으로 해 준 말이다.


왜냐하면 이번 약으로 처음 좋아졌기 때문이다. 


환자는 좋아져야 비로소 의사가 고맙다. 당연한 이치다.


그동안 그녀가 왜 뚱딴지같은 질문을 자꾸 던졌는지 알것 같다.



환자가 고맙다고 하는데 내가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치료를 잘 못하는 나를 포기하지 않고 

저에게 계속 치료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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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전이 이후 4년이 넘도록  

의사가 처방한 호르몬약을 먹지 않고 지냈다며 충격 고백 (2013.7.27 블로그에 올린 글) 을 했던 그녀가 일주일이 지나 다시 외래에 왔다.



그녀의 충격 고백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떤 치료를 할지 고민해야 했다.

보험으로 다시 페마라를  처방하는게 가능한지 알아보았다.

대답은 안된다는 것.

나도 내심 원리상으로 안될 거라고 생각했다. 

환자가 비보험으로 비용을 다 지불하고 약을 처방받겠다고 해도 

그것은 '임의 비급여'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했다. 

임의 비급여는 절대 처방하지 말라고 했다. 

이건 안타까운 일이다.

페마라 한달에 이십만원이 채 안되는데 

환자가 지불할 능력과 의향이 있으면 이 환자에서는 페마라를 쓰는게 좋은데... 

어쩔 수 없지. 뭐. 

나는 이렇게 어이없는 사태를 초래한 데에는 

그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의사로서 폐경 후 여성에서 첫번째로 쓸 수 있는 페마라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왔지만

별로 애가 타지는 않았다.

솔직히 마음 속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싶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찍은 사진을 보니 새로운 병이 생긴 것은 확실하다. 치료가 필요하다.


원래 폐경 후 여성의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로 페마라나 아리미덱스, 아로마신 등의 먹는 약이 보험이 된다. 한달에 한번 맞는 주사약 파슬로덱스도 약효가 좋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보험이 되지 않는다. 이 환자는 페마라와 아로마신이 처방으로 나간 상태이다. 아리미덱스는 기전상 페마라와 같은 약이다. 현재 이 환자에서 보험으로 가능한 약은 폐경 전 여성에서 사용하는 타목시펜 뿐이다. 항암치료를 하기에는 병이 심하지 않다. 아직 병은 뼈에만 국한되어 있다. 여기 저기 뼈로 전이된 곳이 많지만 병변이 아주 작고 뼈의 구조를 파괴하지도 않았고 증상도 별로 없어서 굳이 항암치료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난 내심 타목시펜을 다음 치료약으로 결정하고 있었다.


다만 

내가 다시 새롭게 다른 약을 처방한다 하더라도 

지난 4년동안 의사에게는 아무말도 안하고 자기 맘대로 약을 안 먹고 지냈던 그녀의 과거를 생각하면

또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나이 20이 넘으면 자기 습관이나 행태, 가치관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이 약도 흐지부지 않 먹고 그러면 어떻게 하나.

나한테는 치료를 제대로 받겠다고 각서라도 받아야 하나.

어떻게 협박을 해야 하나.

어떻게 충격을 줘야 의사가 시키는대로 말을 잘 들을까.

별 생각을 다 해보았지만 

뾰족한 답이 없다.

자기 운명대로 살게 되겠지.

이 환자에게 내 노력과 감정을 너무 많이 소모하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녀에게 이상의 상황을 다소는 썰렁하게 설명하였다.

페마라는 더 이상 처방할 수 없다고.

이러저러한 설명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그녀를 원망하는 말을 내비치고 말았다.


왜 그러셨어요...

좋은 약인데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포기하게 되었잖아요.

제가 오늘 드리는 약도 먹어보고나서 

힘들다고 안 먹고 그럴까봐 걱정이에요.

그러면 이제 우린 대안이 없어요. 

항암치료로 넘어가야 되요.

지금은 굳이 항암치료 할 단계는 아니에요. 

호르몬제가 힘들었다고는 하시지만 항암치료가 더 힘들다구요. 

그럼 그땐 어떻게 해야 하나... 

병원에 입원시켜서 사지를 결박하고 서라도 항암치료를 받게 해야 하나..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네요.


...


제가 오늘 처방한 타목시펜은 앞으로 잘 드실 건가요?



타목시펜도 예전 페마라랑 비슷한 부작용으로 환자를 괴롭힐지 몰라요. 그거 잘 참을 수 있겠어요? 환자 결심이 중요해요. 그렇게 흐지부지 할거면 난 환자 진료하고 싶지 않아요. 치료는 의사 힘만으로 잘 되는게 아니에요. 환자가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진료받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구요. 이 약 잘 드실거에요?



나의 끝없는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고분고분 계속 예스라고 대답한다.

정작 할 말을 다 하고 보니 내가 민망하다. 



지난 주에 선생님이 저 때문에 화내고 속상해하고 설명하시는 걸 보고

솔직히 감동을 받았어요.

이렇게 나한테 잘 해주실려고 하는데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겠다 그런 결심을 하고 오늘 온거에요.


갑자기 내가 당황스럽다.

의사에게 입과 귀를 닫고 수년을 지냈던 그가 

먼저 말문을 여니 뭔가 좋은 조짐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도대체 어떤 증상이 힘들어서 페마라를 안 드신 건가요?


이미 환자에게 물어본 질문인데 

톤을 바꿔서 질문을 다시 한번 해본다. 


사실은요

부부관계할 때 너무 아팠어요.

그러니까 남편을 피하게 되고

그러니까 남편이 나한테 불만을 갖는것 같고...

약을 안 먹으니 바로 괜찮아 지더라구요

다시 약을 먹어 봤는데

부부관계할 때 내 몸이 조각조각 다 찢겨져 나가는것 같았어요. 

도저히 부부관계를 할 수 없었어요.

남편은 자꾸 요구하는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누구랑 상의하기도 그렇고, 

물어볼 데도 없고...


당시 주치의는 남자 선생님이셨다. 

의사에게 상의해 볼 생각은 전혀 못했다고 한다.


지금 이 약을 다시 먹으면 

또 다시 비슷한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요즘은 부부관계 별로 안해요.

나이 먹어가니까 뜸해지는거 같아요.


페마라나 타목시펜 모두 유방암 치료에 사용하는 호르몬제는 

여성 호르몬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질이 건조해지고 위축되서 부부관계 하는게 힘들어요. 대부분 다 그래요. 

그러니까 윤활제나 질 점막에만 흡수되도록 만든 에스트로젠 젤 같은 걸 부부관계 하기 전에 바르고 나서 해야 되요. 안그러면 아파요.



진료실에서 이런 얘기 잘 안한다.

안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외국에는 종류별로 다양한 윤활제와 호르몬 젤, 크림 등이 있어서 

환자 상황에 맞게 처방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에서 가용한 제품이 몇가지 안된다. 

언제 한번 가서 왕창 사오고 싶다. 


그리고 

유방암 환자와 배우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나 상담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서적인 교감과 믿음이 있다면

환자가 훨씬 덜 힘들것 같다. 

우리나라는 젊은 유방암 환자가 많으니 이런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주 후에 그녀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왠지 꼬박꼬박 잘 먹고 오실 것 같다.

그 사이에 나이를 더 먹었으니 

이제 폐경증상이 별로 심하지 않을 것이다.


긴 치료의 여정,

나 아픈거 남에게 말하기 싫다. 

터놓고 상의하기 어려운 증상들도 많다.

환자들은 그런 증상이 자기에게만 있는 줄 안다.

걸 끙끙 싸짊어지고 혼자 괴로워 하느라 더 힘들다.  

참 힘든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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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유방암은 2003년 11월. 유방암 3기초. 

당시 수술을 하고 항암, 방사선치료를 마친 후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환자는 재발 방지를 위해 5년을 먹어야 하는 호르몬제를 자의로 중단하여 1년을 채 먹지 않았다.

기록을 보니

환자는 병원에 제때 오지 않고

불규칙적으로 검사를 하러 왔다가

호르몬제를 먹어야 한다는 주치의 설명에 처방을 받아놓고

약 자체를 구입하지 않거나

사가지고 가서도 약을 먹지 않았다고 되어 있다.

 


그러던 중 2009년에 갈비뼈 한개에 유방암이 재발되었다. 

비록 병이 재발된 것이기는 해도 

갈비뼈 한개이니 수술을 하거나 방사선치료를 할 수 있었다. 

그 정도면 다시 완치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때도 환자는 치료를 거부하고 약을 먹지 않다가 수개월이 지나 검사를 했더니 이번에는 뼈 여기저기에 전이가 되었다. 당시 척추에 병이 심하고 통증이 있어 방사선 치료를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은 여전히 뼈에만 국한되어 호르몬치료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다가 병이 나빠졌다. 그러나 여전히 뼈전이에 국한되어 있고 이번에는 증상이 없었나보다. 

주치의는 호르몬제를 다른 종류의 호르몬제로 바꾸었다.

뼈로 전이된 병은 조금 나빠졌다가 말다가 그만그만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다.



나를 처음 만난 건 지난주 목요일.

외과에서는 뼈전이가 악화되어 내과로 전과하였다.

나는 기록을 검토해 보고 

이제 항암치료를 해야할 때가 되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다.

뼈전이가 시작된지 4년이 넘었으니 항암치료를 할 때가 되었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투약 상황과 사진을 리뷰하고 기록을 정리하여 

환자를 면담하였다. 

이제 더이상 호르몬제로는 병이 조절되지 않으니

항암치료를 해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환자는 그제서야 충격고백을 털어놓는다. 

지난 4년반 동안 자신은 의사가 처방한 호르몬제를 거의 먹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 4-5일 먹으니 온 몸이 너무 아프고 관절 마디마디가 쑤시는 등 몸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서 약을 먹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전이가 되었는데 

이렇게 아프면서까지 아둥바둥 치료받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병원 외래도 제때 안오고

의사가 처방한 약도 먹지 않았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이 환자는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고 병이 나빠지는 원래의 속도대로 나빠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주 천천히 병이 진행되는 유형이다.

유방암의 일부 환자에서는 이런 환자들이 있다 


어찌 보면 다행이다.

의학적으로는 지금에라도 호르몬제를 쓰면 병을 조절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든다. 


그러나 보험적으로는 이미 여러 종류의 호르몬제가 다 처방이 된 상태라

객관적인 검사에서 병이 나빠진 것이 보고되었는데 그 약을 다시 처방하면 보험처리가 안될 것이다.


보험 적용이 되는 유방암 치료 호르몬제는 약값의 5%만을 본인이 부담하기 때문에 한달에 만원이 안된다. 

보험이 안되어도 한달에 20만원이 안된다. 


보험심사과에 이런 경우 약제 처방을 보험으로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문의를 한 상태이는 하지만, 이 환자 사진을 보고 처방기록과 의무기록을 검토하고 있자니, 솔직히 환자에게 화가 난다. 이렇게 좋은 약을 이렇게 싼값에 공급하여 병이 나빠지지 않도록 진행을 억제할 수 있었는데 자기 맘대로 4년이 넘게 약을 먹지 않은 채 의사에게 그 사실을 제대로 말하지 않고 지냈다니...


나는 의사이므로

여전히 그녀에게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보험으로 호르몬제를 처방할 수 있는지 심평원에 문의를 해 보아야 할 것이며

이제는 약 복용을 충실히 하겠노라는 다짐도 받아야 할 것이며

규칙적으로 외래에 오시라고 다짐도 받아야 할 것이며

이 병이 치료를 안해도 이렇게 천천히 나빠지는 병이니 치료를 해서 진행을 막는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병태생리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화가 난다.

약값이 비쌌다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텐데 그런 생각도 들고

환자가 별일 없다고, 잘 먹고 있다고 말하면, 밝혀낼 도리가 없었겠지만, 그녀가 약을 먹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왜 좀더 진작 밝혀내고 그런 습관을 교정하지 못했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 약은 호르몬제로 

원래 먹는 약으로 나온 것이지만

최근에는 항암제도 먹는 약으로 많이 개발되고 있다. 

그런 약들의 약제 순응도 역시 비슷하게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철분결핍성빈혈약은 관련 피검사를 해보면 환자가 약을 제대로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런 모니터링 장치가 없는 먹는 약들은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알 길이 없다.


너무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보기 때문에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것일까?

우리의 환자-의사 관계가 워낙 부실하기 때문일까?


환자의 믿음체계, 건강행위 등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왠지 모르게 배신감이 들고 

의사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말이다. 


 





  • 지적카리스마 2013.07.29 18:13 신고

    교수님의 글을 보고 있노라면, 환자를 통해 정말 배워야할 것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러한 경지에 오른 교수님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구요. 속된 말로 정말 짱~! 이세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7.29 21:57 신고

      저는
      전혀 경지에 오르지 못한 상태입니다.
      다만 환자를 보다 보면
      늘 배울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 것은 알게 됩니다.
      그게 경험을 통한 배움인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환자를 통해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것!
      제 수준은 그정도 인것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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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적으로

매일 하루 15분 이상

피부를 노출한 상태로 햇빛을 받는 것만으로도

하루 필요한 비타민 D 요구량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매일 그럴 여유가 없기 쉽상이고

매일같이 해가 쨍쨍 날씨가 좋은 것도 아니고

또 얼마나 피부를 노출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썬크림도 안바르고 햇빛을 쬐면 얼굴에 기미가 생길까봐 걱정이 되고

이래저래

실천이 어렵다.

핑계댈 일이 너무 많다.

그래서 우리는 몸을 움직이거나 생활습관을 조절하면서 건강행위를 실천하는 것보다는

뭔가를 먹음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한다.

하루 한알 먹는 신비의 보조제가 이런 자질구래한 문제들을 다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비타민 D는 장에서 칼슘을 흡수하는 대사과정에 작용하는 등 칼슘 대사에 관여한다. 뼈나 치아 등의 구성성분이 되는 칼슘은 주로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부분적으로는 비타민 D 대사의 영향을 받아 농도가 유지된다. 그래서 체내 칼슘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비타민 D와 칼슘을 결합한 복합 체재가 처방되곤 한다. 폐경기가 시작되는 여성은 체내 에스트로젠 농도가 떨어지면서 순식간에 골다공증이 올 수 있다. 그래서 뼈를 튼튼하기 위해 이러한 제재들을 복용할 것을 권장한다. 특히 비타민 D 성분 자체가 장기적으로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역학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어 종양학 최신 연구 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암환자 진료를 하는 중에

몸의 곳곳에서 돌이 생기는 경향이 있는 결석 환자를 제외하고는

가능하면 칼슘과 비타민 D 복합제재를 처방하는 편이다.

이런 문제를 주로 연구하고 환자를 진료하는 내분비내과에서는 좀더 면밀한 검사와 관찰을 통해 약제를 섬세히 잘 처방해 주지만, 종합병원 진료경력이 화려한 장기 환자들은 협진을 의뢰하여 또 다른 과에 가서 진료를 봐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낀다. 그래서 종양내과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검사를 한 후 이들 약제를 내가 처방하는 편이다. 하루 한알, 100원도 안하는 값싼 약이라 처방에 부담이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가의 영양조사에서도 (분류 기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성인 여성의 70% 이상이 비타민 D 부족 상태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섭취를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비타민D와 칼슘의 복합제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들 제재를 복용하면 칼슘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따라올 수도 있다.

칼슘 때문에 위장장애가 올 수도 있고 변비가 올 수 있기 때문에 - 내가 바로 그렇기 때문에 - 나는 이런 약제를 처방할 때 잊지 않고 부작용 설명을 하고 첫 처방시에는 그 부작용으로 인해 약을 복용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처음부터 몇개월치를 다량으로 처방하지 않는다. 2주치 정도 처방해서 먹어보고 괜찮으면 3-6개월치를 한꺼번에 처방해 드린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분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칼슘과 비타민 D 가 대화의 주제가 되었다.

이런 보조제들이 실재 우리 몸에 필요하기도 하고 암도 예방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말에 급 호감을 보이셨다.

나는 내 환자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지인이라 오히려 무심해진건지,

별로 열심히 약 설명을 안하고 칼슘 비타민 D 제재를 처방하였다.

 

그는 칼슘 제재를 먹은지 4일만에 아랫배가 너무 아프고 가스가 부글부글차기 시작하면서 장이 꼬이는 듯한 증상을 경험하였다. 칼슘 부작용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 그는 왜 이렇게 배가 아픈지 원인을 알 지 못한 채 큰 병이 생긴 줄 알고 놀랐다. 응급실이라도 가 볼 참이었다. 몇 시간을 식은 땀을 흘리며 힘들어 했다.

최근 생활 습관이 좀 바뀌면서 긴장한 탓에 변비가 생긴건가 싶어서 변비약을 사 먹었더니 배가 더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다. (일부 변비약은 복용 후 설사를 하기 전에 장내 가스를 형성하는 것들도 있다) 그는 변비약을 먹고 나서 복통이 더 심해지고 급기야 배를 붙잡고 데굴데굴 구르며 하룻밤 내내 고생을 했다고 했다.

 

응급실이라도 가야하나 싶던 차에

나를 만나 본인 증상을 호소한다.

 

아차 싶었다.

 

칼슘 때문에 그런거 같아요.

따뜻하게 배에 팩 대고 계세요.

칼슘 안 먹으면 다시 좋아질 거에요.

특별히 병원에 가실 필요는 없어요.

 

미안했다.

 

 

 

나는 오늘도 외래를 보면서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따라 기계적으로 약을 처방한다.

 

선생님, 변비가 생긴거 같아요. -----> (물 많이 드시고 식이 섬유 많이 드시고 햄버거 같은 정크 푸드 드시지 말고 육식 즐겨하지 마시고 운동 많이 하시고 규칙적으로 식사하시도록 노력하세요 이런 설명을 하지 않고) 네 마그네슘 드릴께요. 별로 부작용없는 변 완화제에요.

 

그런데 선생님 그러다가 설사가 나기도 해요 -----> (항암치료를 하다보면 장 점막에 문제가 생겨서 흡수/배설 장애가 생기기 마련이에요. 규칙적인 식습관이 중요할 거 같아요. 어떤 음식을 먹으면 주로 설사를 하게 되는지 잘 살펴보세요. 이런 설명을 하기보다는) 정장제를 드셔보시고 그래도 멈추지 않으면 지사제를 드셔보세요.

 

그리고 선생님, 자꾸 마른 기침을 하는데 지난번 주신 약은 별로 효과가 없었어요 -----> 그래요? 그럼 이번에는 코데인을 한번 드셔보세요.

 

선생님, 그런데 코데인 먹으면 변비 생기는거 같아요 -----> 그럼 마그네슘 드세요.

 

(돌고 도는 대화)

 

그런데 환자가 뭐가 정장제고 뭐가 지사제고 뭐가 변비약인지 잘 모르면

처방한 약들을 한꺼번에 다 먹어버리기도 한다.

배가 어떻게 되겠는가?     

!@#$%^&* 상태가 되어버릴 것이다.

무슨 코메디 같다.

약 모양과 효능, 그리고 부작용 설명이 안되면 환자가 헷갈려서 약을 잘못 먹기도 한다. 예를 들면 와파린이랑 마그네슘을 헷갈려서 잘 못 먹는 바람에 대량 출혈의 위험 직전에서 발견된 경우도 있었다.   

 

암환자는

치료 때문에, 치료 부작용 때문에, 병 때문에 복용하는 약이 너무 많다.

그 약 각각 마다 제대로 설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약끼리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칼슘약 3-4일 먹은 것 만으로도 배가 끊어지게 아플 수 있으니 말이다.

 

진료실 안에서 내 힘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다.  

암환자를 위한 갖가지 종류의 약물 처방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종양임상약리 전문가와 시스템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대 박래웅 선생님처럼 안전한 투약시스템을 만드시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리고 환자 교육도 잘 해야 한다.

 

지금 당장 준비된 것이 없는 실정이다.

그때까지는 각종 약제들의 투약설명서 (환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내가 처방하는 약들의 모형을 구비해 놓고, 속사포같은 속도라도 한번쯤은 환자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실정이다.

 

원내 처방 뿐만 아니라 원외 처방을 하는 약국에서 약사들이 하는 설명은

내 심정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아직은 힘들어도 그냥 내가 하는게 나은거 같다.  

 

 

 

 

 

 

 

 

 

  • 이유현 2013.07.22 21:43 신고

    열심히 진료하시고 환자들생각하시는선생님 모습에 자아비판해가며 열심히 진료보려고노력하는 가정의학과의사입니다
    비타민 제제 약도있지만 환자들이부담없이 먹기에 편한 물약으로 써니디드롭스가있다고 말씀드리려고 댓글을쓰네요 한병에 삼만원정도이고 하루두방울씩이면한달정도 먹을수있습니다 비타민디 결핍일경우엔 하루 5방울 3달먹으면 대개 결핍이회복됩니다 칼슘제제 부작용있는 환자들에게 저도열심히 처방하고있구요 일반의약품이라 인터넷이나 약국에서 살수있습니다 칼슘복합제보다비싸긴하지만 부작용이심해 못먹겠다하는분들에겐 좋을것으로생각되네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7.23 18:41 신고

      선생님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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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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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항암 치료를 할 경우 2주기 (6주) 혹은 3주기 (9주) 에 한번씩

호르몬 치료를 할 경우는 3개월 (12주) 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영상검사를 하면서 치료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사진을 찍어서 

안정병변(stable disease)이냐 질병진행(disease progression) 이냐를 판단한 후

이전 치료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약제를 바꿀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안정병변이냐 질병진행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국제적인 판정기준에 따른다.

확실하게 나빠졌다는 기준에 부합하기 어려우면 

일단 안정병변에 준해 치료를 유지하도록 되어 있다.

조금 나빠졌다고 약제를 빨리 바꾸는 것이 궁극적으로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약제를 자꾸 바꾸면 나중에 쓸 약이 없어지게 된다.

약효가 조금 늦게 나타날 수도 있고

나중에 보면 병변의 크기가 대동소이한 변화를 보일 수도 있으니

너무 서둘러 약을 바꾸지 않는게 좋다.


CT나 bone scan, 때론 MRI, PET 등을 영상검사로 시행하게 되는데

검사마다 잘 보이는 병변, 특징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병변의 종류가 달라

때론 같은 병변에 대해 반복적인 검사를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bone scan을 찍었는데 애매하면 뼈상태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영상검사인 MRI를 다시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조금 애매하다고 검사를 반복하게 되면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처럼 오래 치료받으면서 반복적인 검사를 하는 환자들은 

검사를 너무 많이 하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

조영제를 많이 사용하게 되거나

방사선 피폭량이 많아 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최소한의 검사로 최대한의 정보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하고

의사의 임상적인 판단과 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외래에서는 촉을 놓치면 안된다. 


환자는 아무런 증상 변화도 없는데 영상 검사가 나빠져서 병의 진행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반면

영상검사에서는 별로 변화를 보이지 않는데 환자 몸이 먼저 뭔가 변화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검사에 백프로 의존할 수 없고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열심히 청취해야 한다.

환자의 증상은

지금 치료하는 약 때문에 생긴 것일수도 있고

원래 가지고 있는 병 때문일 수도 있고

그냥 병이나 치료와 상관없이 다른 병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증상을 청취하면서 판단을 잘 하는게 필요하다.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최소한의 검사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야 한다는 것.

이런 노하우는 경험에서 배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환자가 증상을 호소할 때 빠른 시간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경과관찰 할 것인가, 검사를 할 것인가.


전이성 암환자를 치료를 오래 하다보면 

환자의 증상을 판단하는 것이 애매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명 한명 촉을 세우고 봐야 한다.

내가 피곤하고 정신이 맑지 않으면 그 촉이 무뎌진다. 

요즘 내 촉이 별루다.



그녀는 

6년만에 유방암에 재발했으나

그 병변이 명확하게 종괴를 형성하지 않고

겨드랑이 림프절 근처의 근육과 섞여서 애매하게 존재하였다. 

그래서 CT를 보여주어도 환자 입장에서는 어디가 병인지 명확히 알기 어려웠다.

방사선 치료 이후에는 치료 이후 발생한 섬유화 증상으로 당기는 증상이 생겼는데

통증이 있을 때 그게 병이 나빠져서 그런 건지 치료 후유증 때문에 그런 것인지 늘 애매하다.

진통제를 먹어보기도 하고

다시 사진을 찍어보기도 하면서

애매한 시간이 1년 이상 유지되었다.

지금 보면 질병 진행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그래서 나는 내심 호르몬제를 바꾸지 않고 계속 유지했던 나의 판단에 만족하였다.



그러나 환자는 생각이 달랐던 모양이다. 

호르몬제의 부작용으로 폐경기 증상때문에 고생을 하는 그녀는 

늘 몸이 찌뿌둥하고 어깨도 아팠다 말았다 도대체 치료가 잘 되고 있는지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애매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외래에서도 그녀는 나를 퉁명스럽게 대했다. 내가 이것저것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하지도 않고 왜 맨날 비슷한 질문을 하면서도 속시원히 증상을 해결해 주지도 못하냐고 나를 비난하는 것 같았다.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난 늘 그녀의 불만스러운 시선을 느낄 수 밖에 었었다. 

그렇게 어색한 관계로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몇일 전 

환자는 목 림프절이 만져진다며 예정에 없던 외래를 예약하고 진료를 보러 왔다.

만져보니 동글동글하게 만져지는 림프절이 몇개 있다. 


젠장, 병이 나빠졌나보다. 


환자는 어깨를 비롯해서 목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고 몇일 증상이 지속되니 머리도 너무 아프다고 호소한다. 가지고 있는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다고 한다. 목 림프절에 병이 있던 환자가 병이 나빠질 때 뇌로 전이되는 경우도 흔하다. 


당일 접수를 하여 외래 순번이 제일 뒤로 잡혀 있었다. 시간이 늦어 초음파 검사를 할 수가 없었다. 통증이 심하니 입원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이미 병실 자리도 없는 상태다. 환자는 통증때문에 외래에서 울고 있었다. 응급실로는 가지 않겠다고 한다. 아파서 CT도 못 찍겠다고 했다. 입원하면 검사해보자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일단 주사 진통제를 맞고 가라며 등을 떠밀어 그녀를 집으로 보냈다. 다음날로 입원장을 주었다. 그러나 그 다음날도 방이 없었다. 환자는 또 외래로 왔다. 주사 진통제를 맞고 좀 나아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불편감을 여전하다고 했다. 참을만하면 일단 검사를 먼저 하시라고 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서 오늘 초음파를 보고 조직검사를 한 후 외래에 다시 오셨다. 


다시 목 림프절을 만져보니 크기가 작아진 것 같다.

조직검사를 이미 하기는 했지만 

초음파 상 모양도 그리 나빠보이지 않는다. 

감기에 걸려 경부 림프절들이 커졌다가 점점 좋아지는거 아닌가 싶었다.

엊그제 찍은 CT에서도 눈에 띄게 나빠진 병변이 없다. 

뇌 MRI는 정상이다. 


감기 걸렸었나봐요.

암이 나빠진게 아닌거 같아요.

최근에 무리해서 무슨 일을 많이 하셨나요?


첫날에는 이런 대화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환자가 너무 통증이 심하다고 호소하며 우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일단 검사 결과가 나쁘지 않다고 말하니 안심이 되었는지

환자도 비로소 대답을 한다. 


집에 일이 좀 생겨서

피곤하게 일을 좀 많이 헀어요. 

신경쓰이는 일이 좀 있었거든요. 


조직검사 결과는 3-4일 후에 나오니 그때 제가 확인해서 알려드릴께요.

일단 지금 가지고 있는 호르몬제 계속 드세요.

통증은 좀 어떠세요?


지금은 하나도 안 아파요.

결과를 듣고 나니 안 아프네요.

검사하면 좋아지나 봐요. 


그녀도 어색한지 웃는다.

나에게는 잘 안 보여주는 웃음이다.



이번에는 검사의 승리다.

아파 죽겠다고 하다가도 검사하고 나면 좋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환자들이 검사를 원한다고 무조건 검사를 하는 건 의사가 아니다.  

최소한의 검사를 주장하는 나도 환자들과 그 자존심 싸움으로 실갱이를 벌이는 적이 종종 있다.

이번에는 병이 나빠진 줄 알았던 내 감이 틀렸다.

그래도 괜찮다.

환자가 괜찮으니까. 



 





  • 해피 2013.07.10 03:09 신고

    가슴 졸이며 읽었네요
    다행입니다

    다른글에서 재발과 전이에 대하여 환자에게 설명해주신다고ᆢ
    저도 그거 듣고 싶습니다
    외래신청이라두 해보고 싶어용^____^

  • 슬기아빠 2013.07.10 13:53 신고

    저희 아버지가 올해 88세이신데, 며칠전에 몸이 많이 편찮아 항상 다니시든 병원에 가서 약을 타 드셨는데도 차도가 없어 다른 병원에 가 검사를 해 보니 아무런 이상이 없단다. 그 검사 결과가 나오자 아버지 얼굴이 많이 편해 보이신다. 검사 전후로 달라진 것은 없는데,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고 하니 심리적으로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연세가 많으셔서 그런지 이번 일을 겪고 나서 더 많이 늙어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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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JCO BR adj Taxane ALC.pdf

 

아세틸 카르니틴 (Acetyl-L-Carnitine) 이라는 약이

유방암 수술 후 투여하는 탁솔/탁소텔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병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3상 임상연구 결과가 이번달 JCO에 발표되었다. (첨부파일 참조)

 

탁솔/탁소텔은 신경병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항암 약물이다.

약을 중단하면 증상은 대부분 호전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투여 후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신경손상에 의한 증상이 남아 있는 경우가 흔하다.

암은 완치가 되었는데 정작 삶의 질은 나쁘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술 전후 4-6회 정도 제한되게 약을 투여하는 경우에도 이런 부작용이 심각한데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는 독성을 견디는 한에서 가능한 오래 쓰는 것이 약물 투여의 원칙이다 보니

환자들의 불편감과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환자를 보는 의사의 마음도 안타깝고 고통스럽다.

 

 

이제까지 알려진 신경병증의 치료법은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외 뉴론틴이나 리리카, 에트라빌이나 아편계 진통제의 병용요법 등이 증상완화를 위해 사용되고 있지만 막상 그 효과는 별로 좋지 않다.

아직까지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도움이 된다고 입증된 3상 임상연구 결과가 없다.

몇몇 약물로 대규모 임상연구를 시도해 보았지만 아직까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상태이다.

 

씨스플라틴이라는 항암제는 약물을 중단하여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손발저림이나 통증의 정도를 확인하면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탁솔/탁소텔을 투여하면서 암 치료는 잘 되고 있는데 

이런 독성이 심해지면

어쩔 수 없이 약물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이 약을 투여받는 환자들이 가장 심각하게 호소하는 독성이 신경병증이기 때문에

종양내과 의사로서 아주 심각하고도 골치아픈 부작용으로 손꼽을만 하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아세틸 카르니틴이라는 약물은 체내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전구물질로 작용하여 아세틸 콜린의 생성을 촉진함으로써 신경전달을 원할하게 하고 신경세포기능을 개선시키는 신경보호물질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신경세포에 대한 일종의 영양제처럼 인식되어 치매 등의 퇴행성 질환에서 사용되고 있고 장기간 복용하여도 이 약의 심각한 독성은 별로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번 JCO에 실린 연구결과는 주목할만하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동시에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약물을 같이 복용하게 함으로써 탁솔/탁소텔 투여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신경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면, 더 장기간 약물을 투여하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유방암 수술 후 탁솔/탁소텔을 투여받아야 하는 환자 409명을 대상으로 1:1로 나누어 항암 치료가 진행되는 24주간 동안, 한 그룹에서는 아세틸 카르니틴을 하루 3000mg 복용하고, 다른 한 그룹에서는 위약을 복용하게 하였다.  환자가 보고하는 형식의 질문지를 이용하여 투여 12주쨰, 그리고 24주째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신경병증의 증상을 체크하였다.

 

연구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투여 12주째 두 집단 간에 통증 점수는 아세틸 카르니틴 투여군이 위약군에 비해 0.9점 점수가 낮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P=0.17) 놀랍게도 24주째는 실험약 투약군이 위약군에 비해 통증점수가 1.8점 높았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P=0.01)

 

실험약을 투여한 그룹에서 5점 이상 큰 폭으로 통증 점수가 감소한 환자의 비율이 보다 높기는 했으나 Grade 3-4 의 심각한 독성을 호소한 환자가 위약군에 비해 실험약 투여 그룹에서 높게 나타났다.

 

즉 아세틸 카르니틴을 투여한 그룹에서 12주째 측정한 신경병증의 차이는 위약군과 비교해 차이가 없는데 비해 24주째에는 오히려 독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이번 임상연구는 기대한 것처럼 신경병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데 실패하였다.

신경세포에 영양을 보충하는 것이 항암제로 인한 신경병증을 더 증가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된 셈이다. 저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영양제들을 사용하는 것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환기시키고 있다.

 

 

매일 외래에서 환자와 나누는 주된 대화 중의 하나는

무엇을 먹으면 좋으냐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항암제 투여기간 동안 영양공급을 충분히, 골고루 하지 못하니

종합비타민이나 비타민 C 약제를 복용하는 것에 대해서 장려하는 편이었다.

 

셀레니움, 오메가3, 프로폴리스, 비타민 B1(thiamine 티아민) 등의 영양제들을 가지고 암예방, 혹은 암재발억제에 도움이 되는지를 입증하고자 했던 수많은 3상 임상연구는 아직까지 일관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3상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연구는 도움이 된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연구는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기도 하고, 어떤 연구는 심지어 해가 된다고 보고하기도 한다. 몇년에 걸쳐 한번씩 나오는 연구결과가 일관되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물으면 특정 물질/영양제가 도움이 된다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 

 

환자들의 반복되는 질문에 나는 어느 정도 지친 것 같기도 하다.  

나쁘지 않을 것 같으니 드시라는 대답을 하기도 하지만

사실 모르는 일이다.

 

환자와 가족들은

주위 아는 사람들이 몸에 좋다며 선물해 주었다며

수많은 영양보조제에 대해 질문하시지만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알고보면

의사들은 의례히 부정적인 대답을 하며 못 먹게 할 거라는 생각에, 나에게 묻지 않고 약을 드시는 분들이 훨씬 많다.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환자들은 어찌보면 순진하기도 하고 의사말을 잘 듣고 싶어하는 착한 환자이기도 하다. 혹은 의사로부터 긍정적인 대답을 받아내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싶은 소박한 마음이 있기도 할 것이다. 그 심정을 왜 모르겠는가.

 

임상영양학(clincial nutrition) 이라는 분야는

매우 중요한 학문인데

정작 의사들은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

 

내가 예전에 블로그에 쓴 글 중에

가끔 반칙도 하고, 몸에 안 좋은 거라도 그냥 먹고 싶으면 좀 먹으며 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어떤 의사선생님은 의사로서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하신 적이 있었다.

나의 요지는

너무 타이트하게 음식을 조절하며 건강한 식생활을 추구하려는 노력은 평생에 걸쳐 중요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으니

가능하면 좋은 식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하되

그것 자체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먹고 싶은게 있으면 조금씩 먹고 살되

꾸준히 조절하며 사는게 더 좋다는 취지였지만  

의사의 한마디는 환자에게 결정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발언에 주의를 해야 한다는 취지셨던것 같다.

백만번 동의.

 

나도 이 분야에 대해서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잘 모르면서 무조건 먹지 말라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1년에 한두명은

항암치료를 하는 기간 동안

몸에 좋다는 뭔가를 먹고 마시다가

갑자기 몸 상태가 나빠져 응급실에 실려와

급성 간부전, 급성 신부전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있다.

아마도 어떤 물질을 해독하는 유전자 기능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이리라.

그런 사람들이 병은 다 좋아졌는데 꼭 필요하지도 않은 뭔가를 영양에, 면역력에 도움이 되라고 복용하다가 몸 상태가 나빠지고 심지어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기 때문에 의사들은 입증되지 않은 뭔가를 고용량으로, 장기간 복용하는 것을 만류한다.

 

환자들이 질문하는 여러 민간요법, 약제와 약초들의 이름을 수첩에 적어 둔다.

여전히 나는 애매한 대답을 한다.

외래에서는 먹거리에 대한 나의 입장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블로그에 글을 올려 본다.

 

병동에서 fulminant hepatitis 로 매일 빌리루빈이 오르며 고생하는 환자의 간이

좋아지길 기원하며...

지치고 힘든 간에는

휴식만이 약이다.

황달 때문에 환자가 아무리 힘들어 해도

그냥 기다리는 것만이 정답이다. 뭘 더 해줄 수가 없다.

이 위기의 시간을 환자가 견디지 못하면 위험한 고비가 올 수도 있다.

 

이렇게 애가 타니

외래에서는 홧김에 말해 버린다.

 

그런거 드시지 마세요!

제 심정을 좀 이해해주세요!

 

 

 

 

 

 

 

  • Rosa 2013.07.05 01:09 신고

    주제가 식품인 김에 질문 하나 드려요.
    직화구이는 먹어도 괜찮나요? 열탄 불고기나 숯불에 구운 소고기 등이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7.05 09:53 신고

      ㅎㅎ
      죄송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음식으로 먹는게 좋고
      탄건 좋지 않습니다만..
      죄송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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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만나러 가고 싶지 않았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그동안 그녀에게 모진 말, 못할 말 많이 했는데

이제 더 이상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협진이 났는데도 가서 만나지 않고 EMR로 답신만 썼다.

난 도저히 그녀를 다시 만날 용기가 없었다.

나의 비겁함...



그녀는 유방암을 시작으로 지난 2년 동안 세번의 암을 진단받았다.

유방암 진단 1년후 갑상선암 

그리고 1년 후 백혈병


첨에 유방암은 2기초인 줄 알았다.겨드랑이 림프절도 없었다.

그래서 PET 등과 같은 영상검사도 하지 않고 바로 수술을 하였다.

(원래 임상적으로 겨드랑이 림프절이 의심되지 않는 조기유방암은 초음파검사, mammo 만 검사하고 수술하는게 원칙이다.)


당시 임상연구가 있었다.


일종의 골다공증 치료의 목적으로 개발된 Denosumab 이라는 약이 뼈 속에 숨어있는 종양세포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재발율을 낮출 수 있다는 가설하에 항암치료와 병용요법으로 진행되는 임상연구였다. 위약군과 실험군이 있지만 위약군에 배정되어도 환자에게 손해볼 것 없고 실험군이 되면 실재 항암치료 후 골다공증이 많이 생기니까 그걸 예방할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녀는 나의 설명을 듣고 임상연구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나랑 동갑내기인 그녀는 나보다 덩치도 좋고 성격도 밝고 시원시원한 충청도 아줌마였다.

 

이 임상연구에서는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흉부 및 복부 CT를 찍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찍은 흉부 CT에서 폐 전이가 발견되었다.

너무너무 미세한 입자들이 있었다.

조직검사까지 하였다.

폐전이가 맞았다.

겨드랑이 림프절도 없는데 폐전이가 동반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환자는 갑자기 4기 유방암 환자가 되었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나도 이해가 잘 안가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항암치료를 시작하였고 

다행히 폐병변은 별 변화없이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년이 지나 PET-CT를 찍었다.  

증상도 없고 만져지는 경부 림프절도 없는데

이번에는 갑상선암이 진단되었다.

경부 림프절까지 진행되었으니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하였다. 

그녀는 갑상선 전절제술 후 갑상선 호르몬제도 같이 먹는 사람이 되었다.

그녀는 갑상선 수술을 하고 내 외래에 와서 펑펑 울었다.


나는 속으로 갑상선암은 치료하면 완치되는 것이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유방암 폐전이가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또한 상처가 되는 말이니 그냥 그녀가 우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괜히 PET-CT를 찍었나 싶었다. 갑상선 암이 나빠지는 속도보다 폐전이가 나빠지는 속도가 더 빠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1년이 지났다. 

올 초, 갑상선 암의 추가 치료를 위해 요오드 치료를 받았다.

그때부터 기운이 없고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병원에서 피검사를 했는데 원래 다니던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며 예약을 앞당겨 외래에 오셨다. 

결과지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백혈구가 십만개가 넘고 혈소판은 만개 밖에 안되었다.

이건 백혈병이다.

당장 입원시키고 그날 밤 혈액내과로 전과하였다.

급성 백혈병 중 일부 세부아형은 한시를 앞다투어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유방암 항암치료와는 상대도 안되는 고용량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거의 한달간 기껏 치료를 받았는데 골수검사에서 완전관해를 이루지 못해

약을 바꾸어 다시 유도요법으로 치료를 하였다.

그리고 다행히 완전관해가 되었다. 

보통은 

그 다음에 이식을 해야 한다.

언니가 있어 골수이식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있다. 

그러나 유방암 폐전이가 있는 상태에서 골수이식을 하는 것이 그녀의 상황에서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지금 폐전이 상태는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화없이 안정적인 상태이지만

일반 항암치료와는 달리, 골수이식은 치료 합병증이 심각해서

어쩌면 생명을 걸고 새생명을 얻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위험하고도 힘든 과정이다. 

기껏 힘들게 이식을 해도

폐전이가 나빠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석달 가까이 힘든 병원 생활을 하고 퇴원한 그녀가 

유방암 클리닉 외래에 왔다. 

입원했을 때 협진이 났지만 가보지도 않았는데...



고생많았어요.


유방암 치료는 암것도 아니드만요.


맞아요. 

그래도 안색도 괜찮고 살도 별로 안 빠졌네요.


내가 이 살집으로 견딘거에요. ㅎㅎ


2번에 걸친 백혈병 항암치료로 까맣게 타들어 간 그녀의 얼굴, 

난 모른 척 하였다.


나 이제 유방암 치료는 어떻게 해유?


일단 다행인 것은 

폐전이 상태가 안정적이고 원래 전이 상태도 심각하지 않았으니

유방암보다는 백혈병 치료에 주력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유방암 치료로 먹었던 호르몬제는 끊었던 거에요. 


네...


그리고 나서 우리는 말문이 막혔다.


언니 골수랑 맞는지 알아볼려구요.


네.

저도 고민 중이에요.

이식을 하는 것에 대해서...


왜요?


힘들게 이식하고 유방암 나빠지면 어떻게 해요.

보람이 없잖아요. 


아.... 네....


순간 그녀에게 뭐라도 의지할 것을 주어야 할 것 같았다.

그녀가 삶을 놓치지 않고, 흔들리지 않도록, 움켜 잡을만한 뭔가를 줘야 할 것 같았다.

둘러본 진료실에는 그녀에게 줄 게 없다.


내가 가운에 달고 다니는 유방암 뱃지를 그녀의 스웨터에 달아주었다.


이걸 달고 다니면

유방암을 다 물리칠 수 있을지 몰라요. 


맞아요.

백혈병 치료해주는 선생님도 그랬어요.

이번에 백혈병 치료하면서 유방암도 다 같이 치료해 버리자고 하셨어요.   

저 7월 둘째주에 입원해요.


그래요.

그때는 가볼게요.

지난번에 못 가봐서 미안해요.


괜찮아요.

다른 환자들 열심히 봐주세요.

저는 열심히 치료받고 있을게요. 


그냥

눈물이 났다. 





 




 

  • Rosa 2013.06.30 00:50 신고

    꼭꼭 기적같이 나아서 건강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7.02 22:56 신고

      저도 그러길 바랍니다.

  • 유선미 2013.07.02 10:46 신고

    저도 눈물이 납니다. 유방암 배지를 통해 여러 사람의 포스가 전달되어 기적같이 낫기를 바랍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7.02 22:57 신고

      기회가 되면 유방암 뱃지를 많이 살까봐요 희망의 뱃지로!

  • BlogIcon 암죽인총각 2013.07.12 11:21 신고

    불이 꺼지고 어둠푸레 복도의 끝에서 잠못 이루며 희망잃은 눈으로 창밖을 내다 보는 환자들을 볼때면 마음 한구석이 저미는 걸 느낄수 있었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당신은 희망입니다. 아니 희망의 전도사가 되어 주셔야 합니다.

  • 사브리나 2013.09.28 02:35 신고

    선생님 너무하세요. 선생님 글 읽다가 울다가 가잖아요. 대학병원의사선생님은 다 똑같다는 편견을 없애주셨네요. 너무 감동적이고 고마우신분이네요. 선생님한테 진료받게 된게 천운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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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교과서적인 지식으로 인정되어 표준요법으로 시행되고 있는 항암치료도

당시 개발된 신약을 가지고

수년간, 수차례 혹은 수십차례에 걸쳐 임상연구를 시행하여

당대의 표준 약제보다 우월한 성적을 입증했기 때문에 

더 좋은 치료로 인정되고 합의된 결과이다.

종양학은 그렇게 임상연구의 역사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며

그러한 임상연구의 결과를 통해 현실의 진료패턴이 변하고 있다. 


임상연구에서는 

환자를 등록할 때 정해놓은 기준이 있는데

그런 기준에 정확히 맞는 환자를 등록하는 것이 그 임상연구의 질과 수준을 결정한다. 

그래야 전체 환자군을 대상으로 일반화하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정확성을 추구한다는 임상연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포함되는 비율은 많지 않다.

예를 들면 미국 FDA 에서 인정하고 항암치료 가운데

7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집단의 31%인 것에 비해 

임상연구에 포함되는 비율은 9%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암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은 임상연구의 결과를 해석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내가 일상적으로 치료하는 노인과 임상연구에 포함된 노인은 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2-3가지 이상의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겉으로 보기엔 괜찮은 것 같았는데

조금만 컨디션이 나빠져도 회복되는 속도가 느리다.

또 치료기간 동안 주위에서 그를 신체적으로 간호하고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그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젊은 사람처럼 알아서 스스로 치료받고 이겨내기 어렵다. 

 

모든 임상연구는 까다로운 등록 요건을 제시하고 있고 이를 만족시켜야 임상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B형 간염보균자는 등록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임상연구도 있고, 최근 6개월 이내에 심장질환을 진단받은 사람도 등록이 안되고, 약에 따라 혈당이 높으면 등록이 안되는 연구도 있고... 연구마다 각각 다르지만, 일단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은 등록하지 않는다. 그것이 연구윤리에도 합당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므로 임상 연구에 포함되어 치료받는 노인들은 같은 연령 그룹 내에서도 신체 상태 및 기타 조건이 양호한 사람만이 임상연구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임상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노인은 컨디션이 매우 좋다. 그러므로 그들은 전체 노인 암환자의 평균 속성을 대변하지 못한다. 


그래서 교과적인 용법에 맞게 표준치료를 해도 노인 암환자에서는 독성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노인 암환자가 갖는 취약함(vulnerability)이다. 그러므로 노인 암환자를 진료할 때는 어떤 점이 그에게 취약한 면으로 작용하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노인 암환자는 항암치료를 하기 전에 현재 상태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 Comprehensive Geriatric Assessment (CGA) 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성과가 좋기를 기대하고 치료하는 건 

의사나 환자나 가족의 입장 모두 마찬가지다.

기존에 제시된 근거만을 가지고 치료법을 정하기에는 노인 암환자 치료에는 한계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노인 암환자의 취약한 속성까지 고려하여 진행되는 임상연구는 별로 많지 않다. 아마도 실재 임상연구를 진행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모든 항암제는 그 자체로 취약한 노인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 


형편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2011년 이러한 문제 의식에 기반하여 Cancer and Aging Research Group (CARG), National Insitute of Aging, National Cancer Institute가 연합하여  제 1회 U13 conference 를 개최하였고 연구기금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노인 종양학 연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City of Hope 의 Arti Hurria 는 올해 아스코에서 연구자 상을 받기도 했는데 그녀가 쓴 2012년 JNCI 논문을 통해 U13 conference 에서 도출된 핵심 명제들이 무었인지 알 수 있다. 


1. 75세 이상의 노인을 위한 암치료법


임상연구에 포함된 노인수가 적기 때문에 표준적으로 제시되는 항암제의 용량, 예상되는 부작용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 생리적인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노인은 항암치료의 독성이 더 많이, 더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는 취약한 그룹이다. 75세이상의 노인을 위한 임상연구가 필요하며 전체 인구 집단에 비해 이들 연령 대상을 위한 특별한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나이와 상관없이 취약한 노인들을 위한 암 치료법

일반적으로 일상생활 수행능력(performance status)이 좋지 않은 노인은 임상연구에서 제외되고 있다. 또한 동반 질환이 많은 환자도 임상연구에 등록되지 못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지금의 일상생활 수행능력, 동반질환을 고려하여 환자의 삶의 질이 유지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이 그 자체보다는 개별 노인 암환자가 가지고 있는 취약한 요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어떤 요인들이 항암치료 후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게 될지 예측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일종의 알고리듬이 제시되어 표준 치료 방침을 따를 수 없는 이들을 위한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3. 총체적인 노인평가도구의 개발

노화 과정은 사람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생물학적인 나이 자체가 그 사람의 기능적인 나이를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요인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일상생활의 수행능력, 암 이외의 다른 만성 질환, 심리적인 상태, 인지 상태, 영양 상태, 사회적 지지상태 등이 노인의 예후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되며 이러한 요인들은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여 치료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 요인을 가려내고

그런 위험요인을 적절히 중재하여 독성 발생의 위험을 줄이고, 신체적 기능과 삶의 질이 유지될 수 있는 임상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4. 노인의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최종적인 결과물은 무엇인가

대개의 3상 임상연구의 목적(end point)은 질병진행비율(progression free survival) 이나 전체적인 생존기간(overall survival)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노인 암환자에게도 재발을 막고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치료의 중요한 목적이라는 점은 여전히 중요한 목적이지만, 그 외에도 좀 더 세부적인 사항, 예를 들면 신체 기능과 인지 기능의 저하,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이 유지되는 것 등도  고려해야 한다. 

(시키는대로 치료를 다 받고 병은 좋아졌는데 컨디션이 완전히 저하되서 아무것도 제대로 못하고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노인의 기능평가는 노인 환자와 가족이 겪는 스트레스를 설명하는데 중요한 예측인자가 된다. 환자가 기능적으로 독립적인 능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가족과 친구 등 주위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정서적인 노력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된다. 


5. 노화와 암의 생물학적 특징의 관계에 대한 규명 

암은 노화의 과정에서 발생율이 증가하는 병이다. 그만큼 노화와 암에는 연관관계가 높다고 생각되지만 생물학적으로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잘 밝혀져 있지 않다. 같은 병이라도 노인에게서 발생하는 암 은 젊은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것과 행물학적으로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유방암의 경우 노인 유방암 환자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경우가 훨씬 많다. 노인에서 발생하는 급성백혈병은 젊은 사람에 비해 훨씬 더 공격적인 형태로 나타나며 치료 반응율이 낮다. 암의 생물학적 특성이 나이에 따라 어떤 스펙트럼으로 나타나는지 그 원리를 연구하는 것은 이후 치료적 대안이나 암 발생 예방을 위한 노력에 필요한 영역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기로 접어드는 한국.

젊은 사람을 치료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에는 많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속도는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이다.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 14% 로 증가하는 것을 노령화 속도라고 하는데, 일본이 28년으로 세계 1위로 기록되었지만 우리나라는 22년이 안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00년, 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였으며 2022년에 14%를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어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14%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너무나 정정한 86세 유방암 할머니.

신체적인 기능이나 인지 기능, 활동 능력을 보건데 60대 초반으로 봐도 될 것 같다.

할머니한테 임상연구를 설명했다. 호르몬 + 표적치료제.

우리나라에서 보험으로 쓸 수 없는 호르몬제를 제공해 준다.

항암제 만큼은 아니어도 표적치료제 독성이 만만치는 않을 것 같다.

보통 사람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 연구에 대해 소상히 설명드렸다. 40분 동안. 


할머니는 생각해보신다고 했다. 

이미 호르몬제로 치료할만큼 다 했다. 

병은 조금 나빠졌다. 

만약 여기서 호르몬 치료를 못한다면 항암치료를 해야 할 판이다.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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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서울 근교에서 부터 시작할까 한다.

항암치료 중에도

혹은 항암치료를 마치고

다소 쇠약한 몸으로도

피톤치드를 마시며 산림욕할 수 있는 1-2시간 코스의 산책길.

그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른바 치유의 숲길 프로젝트.

 

나는 산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산악회 회원이 될 생각은 전혀 없으며

누구나 좋다는 명산에 별로 다녀본 적도 없다.

그냥 연대 안에 있는 안산을 다니는 정도.

한시간 남짓 오르내리며 

똑같은 길이지만 산길은 조금씩 달리보인다는 것에 만족하는 정도.

내키면 주말에 이북오도청에서 시작하는 북한산 사모바위까지 왕복 서너 시간이면 족하다.

백운대 쪽으로 북한산을 오른지는 꽤 오래된 것 같다. 길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외국이든 국내든

학회를 가면 주변의 낮은 산이라도 둘러본다.

그래서 학회는 항상 등산복장으로.

등산이라고 하기엔 별로 오래 걷지도 않지만

편안한 옷차림, 두꺼운 양말-난 등산용 두꺼운 양말을 좋아한다-, 하이킹화를 신고 2-3시간이라도

산길을 걷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굳이 산이 유명할 필요는 없다.

그냥 산책로 정도의 길이 있으면 족한다.

가능하면 포장되지 않은 흙길로.

유명하지 않은 산에 가서 인적이 드문 길을 혼자 묵묵히 걷다 보면

새소리

나무냄새가

나에게 배어든다.

나는 그 나무 냄새가 너무 좋다.

나무 냄새를 맡고 있다보면

무거운 몸이 어느새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고

마음에 앙금으로 남아있던 묵은 짐들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문제의 해법이 찾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나의 스트레스와 마음 무거운 일들이 휘발되어 날아가버리는 느낌이다.

그냥 날아가 버려서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산길을 걷고 내려오면

잡념이 많이 사라진다.

사람에 대한 원망과 분노도 사라진다.

 

그래서 여러명이 같이 가는 산길보다는

혼자 걷는 길이 좋다.

둘이 가더라도 별 말 없이 각자 걷는 것으로.

우리에겐 그렇게 말을 아끼고 영혼이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항암치료를 받는 사람은

누구도 몸과 마음이 편치 않다.

꼭 항암제가 힘들어서라기보다는

그렇게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자기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부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부지게 마음 먹은 줄 알았는데도,

어느새 생각이 자기 존재로 향한다.

 

 

나는

그가

그 시간동안

눈물짓지 않기를 바란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나무냄새를 맡으며 걷는다는 것은

그렇게 분심들린 마음과 영혼에 휴식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치료를 시작한 나의 친구를 위해

나는 치유의 숲길 탐방로를 개척하기로 했다.

마치 그를 위해서 하는 것 같지만

사실 나를 위한 것이다.

솔직히 나에게도 쉼이 필요했다.

 

어떤 길을

어떻게 걷는 것이 좋은지

그런 과학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치유의 숲길 프로젝트도 있다고 한다.

나는

일단

그냥 걸어보려고 한다.

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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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6.13 21:53 신고

    걷기 좋은 코스 있으면 소개를 부탁드려요

    1. 김지영 2013.06.20 11:35 신고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79&aid=0002474414

      전에 스크랩해뒀던건데 도움이 되실것 같아 올려봅니다 ^^ 임산부도 걸을 수 있는 서울 내 숲산책로 네군데예요~

    2.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6.21 19:16 신고

      좋은 정보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달콤한 우주 2013.06.14 00:11 신고

    1월에 시작.. 다음주면 공식적인 치료는 끝이 납니다.
    30회가 넘는 방사선 치료를 하면서
    병원으로 가는 그 길이 늘 힘들었습니다.
    끝나면 혼자서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살면서 이렇게 내 몸을 두고 생각을 많이 해보기도 처음입니다.

    누군가는 쉼없던 시간에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고 휴식의 시간이라 생각하라지만
    오히려 생각하기가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차 창문을 내리고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에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한길을 한껏 밟으며
    동하는 질주본능에 맘껏 달려볼 생각입니다.

    산이여도 바다여도
    그냥 길이여도
    혼자서 며칠을 달려보려 합니다.
    .
    .
    .
    "걷기 좋은 추천 코스"
    서울에서 좀 멀긴 하지만 '모항과 내변산'이 있습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6.14 08:23 신고

      방사선치료 후에도 컨디션이 금방 좋아지는건 아니니 일단 첫 여행을 너무 길게는 가지 마세요. 금방 피곤해질지 몰라요. 고생하셨어요. CD를 여러 장 사시는게 좋겠죠?

  • 준서아빠 2013.06.14 10:02 신고

    지금은 멀리 이사를 와서 가지 못하지만 세브란스와 그리 멀지 않고 앞서 말씀하신 북한산 둘레길과도 가깝지만 둘레길보다 숲을 지나는 여러 산책길이 있는 서오릉 산책로도 좋을것 같네요.
    완만한 경사길에 한시간 반정도의 산책길입니다.
    여러종류 나무숲이 있고 중간중간 벤치와 조선시대 능들이 여럿 있어 볼거리도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처음 집사람 수술하고 나름 행복하던 시절에 매주 준서도 데리고 아침에 가던 산책로네요. 글을 적다보니 그때가 다시 그립네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6.14 23:44 신고

      감사합니다.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살기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우리 마음의 내공이...

  • 김순자 2013.06.14 14:25 신고

    산에 가기 위해 어딜갈까 고민해본적 그 언젠가싶어요
    불광동 살때는 걸어 10분거리에 북한산 있어 자주 갔었구요
    홍천 이사 오고 집에서 15분 거리에
    산이 있어 거의 매일 산책합니다
    산은 어디나 다 좋은거같아요
    산에서 한시간쯤 걷고 맨손체조하고 멍때리고 있고...
    그런것들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최고죠...
    어디든 집근처에 산 가는거 권합니다 일단 가보면 안다니까요 ㅎㅎ
    특히 눈 쌓인 겨울산 짱이죠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6.14 23:45 신고

      맞아요
      요즘처럼 나무가 울창한 계절에는
      숲속으로 들어가 마음껏 나무냄새를 맡고 싶습니다.
      지금 힘든거 나무들이 치유해줄거라 믿습니다.
      잘 지내세요
      한여름에 뵙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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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환자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고

환자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가족은 언제나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 

사소한 일들로 미움이 쌓여 

다른 사람한테는 하지도 못하는 험악한 말을 해버리고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때로 

가족은 사랑이 너무 과해, 환자의 뜻을 앞서 결정을 해버린다.

혹은 가족이 불안해서 결정을 하고 싶어 한다.

가족이라고 늘 의사소통이 잘 되고 서로 사랑하고 스위트 홈을 이루며 사는 것은 아니다. 안 스위트한 홈이 더 많다. 


큰 병은 가족을 위기에 처하게 한다.

그동안 묻어둔 갈등도 터져나오고 투병과정에서 위기가 심화되기도 한다.

돈이 큰 문제가 되지만 그것을 넘어선 더 많은 문제들이 노출된다. 그리고 상처받는다.

쿨하게 화해하고 용서하지 못한다. 

그리고 일상이 이러한 문제로 짓눌려 마음이 늘상 무겁다. 


문제는 문제가 있는 곳에서 풀라고 했다. 그러므로 노력해야 한다.

징하고 징해도 결국 매듭을 풀어야 한다. 

그래야 함께 웃을 수 있다. 

누구나 동의하지만 누구도 쉽게 실천할 수 없다. 


내 앞에 올 때 예쁘게 화장하고 오는 환자들이 많다.

당당하고 싶고 시들한 모습 보이고 싶지 않고 씩씩한 환자로 보이고 싶다.

함께 온 가족은 많이 지쳐보인다. 

다급한 외래 시간 동안, 함께 온 보호자의 얼굴 한번 제대로 보기 힘들고 말을 붙이는 건 생각할 수도 없다. 


유방암 환자는 환자도 힘들지만 그 남편도 힘들다.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부인의 투병기간이 길어질수록 남편의 마음도 황폐해져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내시라는 말을 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가족이 회복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가족만이 줄 수 있는 사랑이 환자에게 중요하다. 

'그러므로' 힘내시라.


한 남편의 서글픈 웃음이 뇌리에 남아있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

한마디 말도 건네지 못해 미안하다.


브라보 유어 라이프!





 

 


  • 준서아빠 2013.06.04 14:36 신고

    1킬로짜리 똥 글 이후에 새로운 글을 않써주셔서 내심 기다리던 참에 생각할 시간을 주셨네요.

    서글픈 웃음이란 말씀의미가 무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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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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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성 유방암으로 3년째 치료 중인 그녀.

처음 재발을 진단받았을 때 항암치료를 여섯번하고 지금은 호르몬제를 먹고 있다. 


그녀는 좀 무뚝뚝한 편이다.

진료할 때 별 말을 안한다. 

호르몬 치료를 하면서 폐경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났다. 자기 말 잘 안하는 사람이 폐경기 증상 참는거 힘들어 보였다. 


처음보다는 많이 적응이 된 것 같지만 

자고 일어나면 손발이 뻣뻣하고 온 몸이 굳어지는 느낌 때문에 아침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 

이약 저약 시도해 보았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 


얼마전 뼈 병변이 나빠져서 호르몬제를 바꾸었다. 

환자는 안정적인 상태로 2년 이상 같은 약을 쓰다가 약을 바꾼다고 하니 내심 충격을 받은 것 같다. 그래도 나에게는 별 말을 안한다.



바꾼 호르몬제는 좀 어떠세요?

관절아픈게 더 심하지는 않나요?


비슷해요. 

예전에 먹던 약이랑 큰 차이는 없는 거 같아요.


골다공증이 조금 더 진행된 거 같으니까 칼슘약 꼭 챙겨드시고, 요즘같이 햇볕이 좋을 때는 하루에 15분 이상씩 햇빛을 꼭 쐬도록 하세요. 폐경기 증상에도 도움이 되고 밤에 잠도 잘 오고 비타민D도 많이 만들 수 있어요. 



근데....

마음은 좀 괜찮으세요?

계속 속상해요?


말이 없다.


나랑은 그렇게 대면대면 지냈다.  


그러던 그녀가 나한테는 별 말 없이 

유방암  클리닉 안내판에 붙은 명상 프로그램을 보고 신청을 했나보다. 

지난 주 외래에 와서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말을 꺼낸다.


명상 해보니까 좋더라구요.


명상 참여하셨어요? 


네. 병원이랑 집도 가까워서 매주 오는거 별로 부담안되고, 한번 배우면 나 혼자 힘으로도 계속 해볼 수 있을거 같아서 한번 신청해 봤어요.


해보시니까 어때요? 도움이 좀 되나요?

저는 2번 해봤는데 좀 힘들어서 못 따라 하겠더라구요. 


저는 도움을 좀 받는거 같아요.


그래요? 뭐가 도움이 되던가요? 


일단 명상 CD를 틀어놓고 생각에 잠기면요 금방 잠이 와요. 수면제 안 먹고 잘 자요. 

명상 안하고 잠들어버린다고 말하는게 쑥스러운지 웃는다. 그녀가 웃는 걸 오랫만에 보는 것 같다.


아픈게 덜하지는 않는데, 명상을 하면서 이완을 하니까 통증이 더 쉽게 조절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몸이 많이 가벼워 졌어요. 그리고 나만 이런 증상으로 고생하는 줄 알았는데, 가봤더니 나랑 비슷하게 아픈 사람들이 아주 많더라구요. 호르몬제 먹으면 몸이 이렇다면서요?


제가 몇번 말했잖아요? 지금 아픈게 병이 나빠져서 아픈게 아니라, 호르몬제 먹으면 생기는 통증이라고 말씀드렸어요. 약을 좀 먹으면서 결국 에스트로젠 수치가 좀 떨어져야 적응이 되서 덜 아프게 되는 거라구요. 


선생님이 언제 그런 말 했었어요? 왜 기억이 안나지? 호르몬제 먹는 다른 환자들 보니까 다 나랑 비슷하게  온몸이 쑤시고 잠도 잘 안오고 그렇다는 거 첨 알았어요.


내가 통증의 원인에 대해 몇번을 설명해 줬지만 내 말은 그녀의 귀를 통과하지 못한거 같다. 그녀는 자기가 뼈전이가 있어서 아픈거라고 생각했다 한다. 아플 때마다 우울하고 죽고 싶고 절망했었다고 한다.  


또 다른거 뭐가 도움이 되나요?


저랑 비슷한 또래, 비슷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만나니까 위로가 되고 공감도 되고 그러는 거 같아요. 집에서 남편이나 애들때문에 겪는 갈등도 비슷하고 유유상종이라고 죽이 잘 맞는거 같아요. 명상 시간에 누가 좋은 이야기를 해 주면 금방 그 느낌이 전파되는 것 같기도 해요. 


나보다 훨씬 병도 심하고 증상 조절도 잘 안되고 주사 항암제만 계속 맞고 지내시는 분인데

긍정적으로 생활하시고

자기 일도 열심히 하시고

그런 환자들 보니까 내가 부끄러웠어요.

나는 그나마 다행이구나 그런 생각도 들구요.

 

이 환자가 나에게 다복다복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나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느낌이 든다. 


처음으로 나에게 예후를 묻는다.


선생님, 저 잘 살 수 있는 거죠?


차마 오래 살 수 있는거냐고 묻지는 못하는 거 같다.


나는 그녀의 뼈 병변이 어디어디인지 안다.  지난번에 거기에 방사선치료를 했다. 방사선 치료 후 PET에서는 activity가 별로 없었다. 좀 자신있게 얘기해도 될 것 같다. 


그럼요, 잘 살 수 있어요. 아들 대학 졸업시키고 장가도 보내야죠.

목소리 톤을 좀 높여서 대답한다.


3년 이상 알고 지내던 관계인데, 이제 겨우 소통이 되는 느낌이다.


의사가 아무리 말해도

환자는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걸지도 모르겠다.

설명 아무리 많이 해도

공감되지 않으면 별로 소용없는 것 같다.

내 설명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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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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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동이 동생은 유방암 치료 중이다.

몇년 전에 수술을 했는데 

2년 만에 재발했다.


재발 후 첫 치료로 항암치료를 하다가 탁솔 독성으로 손발저림이 심하고 몸이 많이 부어서 치료를 중단했다. 이후 호르몬 치료를 했는데 별로 효과가 없었다. 늑막이 다시 두꺼워 지는 양상이다. 

그래서 지금은 먹는 항암제로 치료하고 있다. 늑막 전이 양상에는 큰 변화가 없다.

지금 항암제는 다행히 큰 부작용이 없지만 손발이 자꾸 트고 갈라진다. 좀 피곤하기도 하다. 

그래도 그녀는 탁솔 맞을 때 다 빠진 머리가 이제 많이 자랐다며 뿌듯해 한다. 요즘은 내 머리 길이랑 비슷하다.


젊다 못해 어린 그녀. 

여러 불편한 점들이 많을텐데 이 정도면 괜찮다고 늘 쿨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나는 오히려 그녀가 마음 속으로 절대 흔들리지 않으리라 굳은 마음을 먹고 있는건 아닌가 그렇게 짐작만 한다. 


젊은 환자들은 자존심이 세기 때문에 자기 얘기를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

마음 속으로 오만 생각을 다 하면서도 말을 잘 안한다. 

그나마 주치의 말을 잘 들으면 다행인데, 욱하는 젊은 기운에 순간 말을 안듣고 튕겨 나가는 환자도 있다. 

우리 환자는 내 말을 아주 잘 들었다.

사실 내가 마음 속으로 아주 아끼는 환자였다.


나이가 너무 어리니까 그냥 마음이 많이 쓰였던것 같다. 

우리 환자가 삼청동에 커피집을 오픈했을 때도 일부러 삼청동을 찾아가 회식을 하고 레지던트들과 그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개업했으니까 좀 팔아주는게 예의.   


항암제 때문에 손이 거칠고 자꾸 갈라지니까 내가 보습제 열심히 바르고 꼭 장갑끼고 물 일 하라고 단속하였다. 외래 때 큰 언니가 그녀를 보는 시선은 깨질것 같은 조마조마한 마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도 차마 가게를 오픈하겠다는 그녀의 결심을 말리지는 않은 것 같다. 카페를 개업하기 전에도 항암제 맞는 주기를 피해 틈틈히 아르바이트도 하고 열심히 운동도 하고 씩씩하게 치료받았다.


가게 잘 되요?


그냥 그래요.


부자되세요.


삼청동에 카페가 많아 걱정이다. 잘 되야 할텐데...


이번 외래 때 헤어스타일이 아주 멋지게 변해서 왔다. 깜짝 놀랐다. 


너무 예뻐졌네요.


지난 번에 선생님이 미용실 소개시켜 줬잖아요. 거기 갔었어요. 


맞다, 내가 다니는 미용실을 소개시켜 줬었지. 계획을 세워서 미용실을 다니지 못하는 나는 어느날 지나가다가, 문득 시간이 나면 가는 미용실이 있다. 내 머리는 관리가 잘 안되고, 나도 관리를 잘 안하기 때문에 커트를 잘 해야 그나마 볼만한데, 이 원장님은 알아서 잘 해주신다. 미용실에 가서 어떻게 해주세요 그렇게 말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자리에 앉으면 알아서 해 주신다. 그래도 늘 만족이다. 특히 머리결이 상하지 않게 잘 다듬어 주신다. 지난 번에 내가 그 미용실을 소개해 줬었나 보다. 맨날 외래를 지연시키기는 주제에 왠 오지랍. 


쌍동이 언니랑 같이 미용실에 갔다 보다.

쌍동이 언니는 생머리로 머리가 아주 길었다. 파마를 하고 머리를 예쁘게 하는게 민둥머리로 항암치료 하는 쌍동이 동생에게 미안해서 미용실을 안 다닌 것 같다. 


원장님은 내 이름을 대고 찾아간 환자를 만나 내심 어리둥절했었나 보다.

그러나 금방 상황을 파악하셨는지, 쌍동이 언니 머리도 단발머리로 예쁘게 손질해주시고, 컬도 넣어주셨다. 그렇게 언니가 머리를 하는 동안 동생에게는 잔뜩 영양제를 넣어 머리를 손질해 주신 모양이다. 머리결도 머리결이지만 스타일도 아주 멋지게 변신하였다. 쌍동이 자매의 헤어스타일이 훌륭하게 변신에 성공하였다. 미용실을 다녀온 그녀도 대만족이었다. 


선생님, 좋은 미용실 소개시켜 주셔서 감사해요. 

 

동생을 생각해서 일부러 머리 단속을 안하는 언니.

암환자라는 걸 눈치채고 더 영양처리를 많이 해준 원장님. 


그들의 마음이 너무 고맙다. 

우리 환자가 더욱 굳센 마음으로 장사에 전념하고 항암치료도 꿋꿋하게 잘 받았으면 좋겠다. 

주위에서 그녀를 아껴주고 배려해주고 사랑하는 마음이 환자를 그렇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작고 소중한 마음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 2013.05.30 11:42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5.30 12:25 신고

      글을 올린다는 것이 파일 업로드를 말씀하신건가요? 그 기능은 이 블로그에서 시행되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텍스트로 쓰셔야 합니다.

      2010년 Lancet oncology 12(10):21-29 에서 Cuzick 등이 발표한 영국/오스트레일리아의 13년간 follow up 한 데이터를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방사선치료만 받고 타목시펜을 먹지 않았을 때
      새로운 breast event 를 줄일 수 있는 확률을 29% 낮추었고 같은 쪽 유방에 DCIS가 재발할 확률을 30% 낮췄으며 반대쪽 유방에 breast tumor (not cancer)가 생길 확률을 56% 감소시키는 것이 보고되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쪽에 침윤성 유방암이 생길 확률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다른 연구의 결과도 대동소이한 것 같지만 그 연구의 end point를 무엇으로 잡았느냐에 따라 연구결과는 해석을 달리 할 수 있습니다.

      저 같으면 일단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 잠재적 임신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보시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일단 임신시도를 해 보고 나중에 약을 먹고 싶다는 생각은 현실성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타목시펜을 그렇게 수술 이후 나중에 먹는게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IVF 관련 질문은 산부인과 선생님께 답변을 듣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지금 환자를 책임질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진 주치의 선생님과 하시는게 좋습니다. 의사들 사이에는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제가 치료를 담당하지 않는 환자에 대해 의학적인 판단이 필요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떻게 하시라 마라 하는 것은 대개 제가 그 환자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코멘트입니다. 그점을 양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 달콤한 우주 2013.06.14 00:39 신고

    딸 다섯에 막내인 나.
    바쁜 일상에 바쁨을 보태기 일쑤.
    먹는 것, 자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고
    항상 일에 몰두해서
    가족들의 염려와 걱정거리.

    딸들 중 제일 어린 내가 진단을 받고
    수술과 치료를 받기 시작...

    "사랑은 눈을 깜빡일 때 마다 별이 쏟아지는 것"이라던데
    "내리 사랑인지 네가 눈에 밟힌다"며
    눈물을 쏟아내는 언니의 눈엔
    그렁그렁 사랑이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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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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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통합진료과 박원서 선생님과 함께 시작한 핑크 브로셔 프로젝트.

전이가 되어도 생존기간이 긴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다.

우리 유방암 환자들이 치과를 갈 때는 우리가 만든 핑크 브로셔에 환자 정보와 의뢰 사유를 기록하여 환자가 치과에 들고가서 접수처에 제시한다. 그 종이를 가지고 온 환자는 critical pathway로 관리되고 검사, 진료를 받게 된다. (한 마디로 이 종이를 가지고 가면 VIP가 되는 것이다!)  

 

이런 Critical pathway를 개발하게 된 이유는 

 

1.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 과정 중에 치아/치주 문제가 발생하는 비율이 생각보다 높아 정작 유방암 치료과정을 방해하고 치료가 제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구강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예후가 나쁜 암은 사실 지금 치과문제가 중요하지 않다. 암을 치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전이성 유방암은 예후가 좋다. 전이 후에도 생존기간이 길다. 생존기간이 길어지는 동안 삶의 질이 잘 유지되는 것이 보다 중요한 집단이다.

 

2. 전이성 유방암의 코스를 보면 궁극적으로 전체 환자의 70% 이상 뼈전이가 발생하게 된다.  이 때 반드시 bisphosphonate 제재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 약을 쓰던 중에 발치를 하게 되면 잇몸뼈가 아물지 않는 턱뼈괴사 Osteonecrosis of Jaw (ONJ) 라는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한다. 발생빈도는 전체 사용자 중의 1-2% 정도라고 보고 되어 있지만, 임상연구기간 보다 훨씬 오랜 기간 이 약제를 쓰고 있는 유방암 환자에서는 발생 빈도가 좀 더 높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뼈가 노출된 채 상처가 아물지 않으니 입안의 음식물과 뼈가 바로 접촉하게 되고 찾은 감염과 통증의 원인이 된다. 또한 노출된 뼈가 비강 구조와 연결이 될 경우 뇌와 위치가 가깝기 때문에 뇌 감염이 우려된다. 암튼 턱뼈괴사가 발생하면 더 이상 항암치료는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꼭 써야 하는 약인데, 발생율이 높지는 않아도 생기면 대박이다. 그래서 Bisphosphonate 제재를 사용하기 전에 가장 빠르고 간편하게 치과진료를 보고 발치가 예상되는 치아에 대해 미리 조치를 한 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다

 

3. 항암 치료 자체도 구강 내 위생과 감염, 구강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발치 이외에도 점막염도 흔하고 사랑니 충치, 신경치료, 치주염 등등 각종 치과적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다. 나도 그렇지만 환자들이 치과는 참을만큼 참다가 가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를 많이 키워서 병원에 간다. 그래서 조기에 치료하면 간단한 것을 방치하여 공사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구강 건강상태가 별로 나쁘지 않았다 하더라도 항암치료를 함으로써 쉽게 상태가 악화되고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상황이 된다. 그래서 뼈전이로 Bisphosphonate 제재를 쓰는게 아니더라도 항암치료를 예상하는 환자라면 본격적인 항암치료 전에 치과진료를 보는게 필요하다.

  

치과도 전문분야가 잘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환자를 의뢰하면 치과 내 전문 분과 별로 환자를 진료하게 된다. 좋게 보면 다면적 전문적 진료가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지만, 나쁘게 보면 환자가 정작 자기에게 중요한 암치료 이외 추가적인 검사, 치료를 과도하게 받게 되는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 치과와 종양내과 관계가 그다지 유기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정작 주치의도 환자에게 어떤 프로세스로 치과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전이성 암환자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치과 진료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이 모든 문제의식을 통합진료과 박원서 선생님이 공유해주셨고, 선생님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여, 우리는 critical pathway를 만들어 보기로 결정하였다. 통합진료과 오송연 선생님도 결합하게 되었다. 아직은 시스템적으로 아주 공고화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 4월초부터 유방암 환자가 치과를 갈 떄 핑크 브로셔를 가지고 가서 검사, 진료를 받기 시작하였고 진료 결과에 대해 우리는 2주에 한번씩 만나 환자 케이스별로 논의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일을 시작한지 이제 2달이 되었다.  치과 선생님이 항암치료의 원리, 과정, 표적치료제, 호르몬치료, 예후, 유방암의 subtype 이런 사항들을 잘 모르고 환자의 치과 진료를 해 오시던 것처럼, 종양내과인 나도 환자의 입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앞으로 어떤 문제가 추가적으로 생길 가능성이 높은지, 그것이 치료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모른채 환자를 치과에 의뢰하기만 하고 나몰라라 했었다.

 

2주에 한번씩 통합진료과 선생님들과 환자 케이스 토론을 시작하였는데, 모임을 거듭할수록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환자들의 구강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는 것에 대하여. 그리고 조만간 어떤 문제가 생길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치과 정보를 이해하고 환자를 진료하니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된다. 환자들도 아주 좋아한다. 잘 발전시키고 싶은 프로젝트이다.

 

 

놀라운 것은

치과 엑스레이를 보고 있으면

환자들의 삶이 모두 입안에 다 녹아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이 환자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암치료 이외 다른 문제들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환자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고

속전속결로 진료하는 내가

감히 그 몇분의 시간 동안

환자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는,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그에게 아무 도움도 안되면서 상처만 건드리게 될 수도 있는

그런 질문을 던질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그저 마음으로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런데

그들의 구강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

문외한인 내가 봐도

치아 문제가 심각하고 잇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는 환자들이 많다. 

그들에게는 음식을 씹고 먹는 행위가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녀에게 아무리 식욕촉진제를 주어도 몸무게가 늘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치과 선생님은

치아마다 붙어있는 번호를 들먹이며 엑스레이를 가리킨다.

몇 번 치아는 뭐가 문제고 앞으로 어떻게 될것 같고 지금 꼭 치료해야 하는 치아는 몇 번이고

이 환자는 스켈링만 하면 될 것 같고

이 환자는 차마 손을 댈 수가 없으니 그냥 정기적으로 점검만 하고

그렇게 한명 한명 치과적 문제와 대안을 토론하면서

치과선생님은 모르고 있는 내 환자들의 삶과 병이 오버랩된다.

어떤 본질이 존재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가보다.

환자의 치아를 통해 삶의 과정을 유추해 보게 된다.

 

프랑스 사회학자 미셀 푸코는 1990년대 중반에 치아와 권력이라는 책을 썼었다. 그 책의 포커스는 치의학이라는 학문의 발전이 사회권력 혹은 미시권력의 작동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의 입안에는 미세권력 (micropolitics)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 확실한 것 같다. 치아는 참으로 계급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아련히 잊어버렸던 단어, 치과 엑스레이를 보면서 그 '계급'이라는 단어가 문득 떠오른다.  

 

치아/잇몸 상태가 너무너무 나쁜 그녀. 한번도 치과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제 이가 몇 개 남지도 않은 그녀의 엑스레이는 노곤한 그녀의 삶을 유추하게 해준다. 

 

환자들은 의사가 묻지 않으면 말하지 않는

무수한 불편함을 감수한 채 치료받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 핑크 브로셔 팀이 

적절한 치과적 intervention 을 통해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고  이들에 걸맞는 프로그램을 잘 개발하여, 좋은 모델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너무 힘들고 아프기 전에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이차 예방적 성격을 가진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것 같다.

박원서 선생님, 오송연 선생님, 같이 화이팅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BlogIcon 양광모 2013.05.23 14:19 신고

    선생님 화이팅!!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5.23 20:33 신고

      감사합니다. 제 메시지 받으셨죠?

  • 2013.07.10 16:07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7.11 01:13 신고

      환자의 임상적 정보를 모르는 상태에서
      무슨 말씀 드리는 것에 한계가 많답니다.
      그리고 동생분의 주치의 선생님과 제가 의견이 다를 수도 있구요.
      특히 치료에 대해서는 주치의가 아닌 제가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양측성 유방암은 사실 위험군에 속합니다.
      양측성 유방암 자체가 BRCA 유전자 검사의 보험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search 칸에 BRCA를 치시면 제가 쓴 글이 나옵니다. 한번 보세요. 그 검사는 한계가 많지만, 환자 나이가 젊으면 저는 검사를 해볼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 자체도 의사마다 좀 다릅니다.
      이해는 되시겠지만 답답하실 수 있을거 같아요.
      가능한 선에서 답변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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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터 유방암 4기.

HER2 양성.

폐전이.

당시 최초 HER2 표적치료제인 허셉틴이 우리나라 전이성 유방암에서 보험허가를 받은지 얼마 안된 때. 

그녀는 운이 좋게 표적치료제를 포함한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1년 반 정도 약효가 유지되다가 폐전이가 다시 악화되었다.

알려진 평균 기간보다 약간 오래 

약효가 유지된 것 같다.


당시에는 (2009년) 2차 치료로 capecitabine 과 lapatinib 이 우리나라에서 보험으로 인정되지 않은 때였다. 마침 HER2를 타겟으로 한 신약 임상연구가 우리병원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지금은 'Emilia (에밀리아)'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연구는 T-DM-1 이라는 신약이 기존 표준요법으로 인정된 capecitabine과 lapatinib 이라는 약에 비해 어느 정도 약효가 좋은지를 입증하는 3상 연구였다. 

이 연구는 작년에 최종 연구결과가 보고되었고 T-DM-1의 약효가 더 좋은 것으로 나와 표준치료보다 우월함을 입증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녀는 그때 T-DM-1 군이 아니라 당시 표준 치료인 capecitabine 과 lapatinib 군으로 배정되었다.


그리고 3년 반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녀는 아마 이 임상연구 생존 곡선의 마지막까지 생존하며 그래프가 꺾이지 않도록 지키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4년 가까이 그 약을 임상연구에서 제공받아 복용하고 있다. 그 사이에 이 약들은 우리나라에서 보험으로 인정되었다. 

이 임상연구에서 T-DM-1 이라는 약이 더 우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이 연구를 주도한 회사에서는 당시 표준치료군으로 배정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현재 T-DM-1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병원에서도 예전에 표준치료군으로 배정되어 치료받다가 병이 나빠져서 다른 치료를 받던 중, 연이 닿아 T-DM-1을 제공받고 재치료를 하는 환자가 세명 있다. 그 전에 돌아가신 분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녀는 만약 이 약을 쓰다가 병이 나빠지면, T-DM-1 이라는 약을 또다시 무료로 제공받게 된다. 그러면 또 몇 년이라는 시간을 벌 게 될 것이다. 그러는 사이 다른 임상연구가 진행되거나 새로 나오는 약들이 보험으로 인정되면 그녀는 또 다시 시간을 벌게 될 것이다. 


그녀를 보면 

인생은 역시 타이밍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하간 그녀는 표준 치료약으로 4년 가까이 병이 나빠지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다. 흔히 나타나는 수족증후근도 별로 심하지 않다. 용량 감량도 딱 한번 했었는데 그 뒤로 계속 같은 용량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capecitabine 때문에 얼굴이 시커멓다. 하루 종일 햇빛 아래서 일한 사람 같다. 언젠가 그녀에게 시커먼 얼굴색 얘기를 했더니 자기 원래 얼굴 까만 편이었다며 별로 신경 안쓴다고 했다. 쏘 쿨.


약효는 계속 유지되고

독성은 없고

환자는 3주에 한번씩 와서 약을 타간다.

때 되면 CT 찍고 간다. 

외래 진료실에 들어와도 서로간에 할 말이 별로 없다.


피검사도 괜찮고 CT도 괜찮고 다 괜찮네요.


저 가도 되요?


그게 우리 대화의 전부다. 미안하기까지 하다. 


제가 별달리 드릴 말씀이 없어서 죄송하네요.


괜찮아요. 저도 바빠요. 아플 시간도 없이 열심히 살고 있어요. 

의사가 별로 해 줄말 없는 환자가 좋은 거래면서요. 


그녀는 진료실에 들어와서 의자에 앉지도 않고 나갈 준비를 한다. 


그녀에게는 꽤 오랜 시간이 주어질 것 같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지금 고등학생이 되었다.

대학도 보내고 군대도 보내고 장가도 보내야 한다고 했다.

그녀의 건강한 웃음, 씩씩한 웃음을 보고 있노라면 

어디가 아픈 사람인지 모르겠다. 

나보다 그녀의 안색이 훨씬 건강해 보인다. 

그녀의 폐에는 여전히 동글동글 전이된 병변이 관찰되지만 그녀가 숨쉬고 뛰어다니고 일하는 어떤 순간에도 그런 것들이 방해가 되지 않는다.


타이밍은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하늘이 준 것만도 아닌

그 무엇이다. 

그녀의 치료 타이밍은 기가 막힌 것 같다. 

그건 어쩌면 그녀의 낙천적인 성격과 웃음 때문 아닐까 짐작해 볼 뿐이다.   


병원오느라 일터에서 허겁지겁 뛰어왔는지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혔다.

나를 만나고는 이내 다시 달려서 일터로 돌아간다. 


인생 최고의 타이밍이 당신과 함께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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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에 남긴 환자 어머니의 편지입니다. 

그리고 환자였던 따님이 마지막에 남긴 편지를 같이 남겨주셨습니다. 


존경하는 이수현 선생님:

제 딸 영민이는 전적으로 선생님의 전문가적 권위의 겉에 코팅된 측은지심에 자석처럼 끌리어 질병을 견디면서 승리하며 지냈음을 고백합니다. 

그렇지요...!!! 
환자가 어떻게 지내는가를 결정짓는것이 전적으로 주치의와 팀으로 움직이는 간호사들의
헌신적인 돌봄때문이었으며 그 어려운 길에 언제나 천사로서 임하셨기 때문입니다. 

일생동안 많은 순간 천사의 손길을 기다렸지만 종양내과에서 치료받으며 무수히 
많은 천사들을 만나곤 했습니다. 

딸 영민이는 전적으로 산생님을 신뢰하므로 충성으로 순응 했습니다. 
진통제를 3단계로 처방받았으나 전혀 예상밖으로 가장 초기단계의 약으로 조절했지요!

처음부터 치료를 안받고 천국에 가기로 작정했던 딸 영민이를 선생님 만이 갖고계신 놀라운 설득력으로 비밀의 통로로 인도해 주심에 대하여 말할수 없는 감동과 감사를 드립니다. 

이 모든 과정은 이 수현 선생님꼐서 환자를 위해 시간과 몸과 맘과 정성을 다해서 보시는
결과였습니다, 


처음부터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기도합니다. '
선생님처럼 몸과 맘과 정성을 다해 환자를 치료하시면서도 
또 다른 연구등도 많이 많이 내시도록 수많은 천사들의 도움이 있기를 
매일 기도합니다. 


동봉된 환자가 남긴 글을 읽으며 

내가 어느 대목에서 도움이 되었는지를 찾아봅니다.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제가 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녀의 고통을 덜기 위해 했던 나의 노력들 중에 무엇이 도움이 되었는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환자는

다른 환자를 통해 하느님의 은혜를 느끼고

항암제를 통해 암세포의 무게를 덜어냄으로써 

육체적 고통을 감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남은 생을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환자의 노력이지 

저의 노력이 아닙니다. 


제가 선택한 아드리아마이신이라는 약제는 유방암 치료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효과가 좋은 약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 내는 결정적인 약이 되었습니다. 환자는 한번만 좋아져도 주치의를 믿습니다. 자기의 불편한 증상 한 가지만 해결되어도 주치의를 믿게 됩니다. 유방암 환자들이 다른 암환자에 비해 자기 주치의에 대해 의존도가 높은 것은 사실 이 약의 효과 때문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주치의 요인보다는 항암제 요인이 더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탁센 계열의 약물을 먼저 써 보고, 그 다음에 아드리아마이신을 쓰는 것은 그저 루핀이요, 표준적인 처방 행태입니다. 저는 그 원칙을 따랐을 뿐입니다. 다만 환자 상태가 위험천만이었기 때문에 좀더 주의를 기울였을 뿐입니다. 제가 주의를 기울여서 좋아진게 아니라, 잘 개발된 항구토제, 환자 스스로의 노력, 엄마의 긍정적이고 정성어린 간호 등이 독한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환자를 잘 견디게 도와준 요인입니다. 


물론 저도 마음을 많이 쓰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전이가 심해 치료를 하지 않고 통증을 조절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하였지만, 그 치료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치료를 권유하면서도 나는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가 갖고 있는 걱정과 우려, 삶에 대한 갈등과 긴장을 오롯이 다 느끼고 있었습니다. 


사회학을 공부했던 저는 질병의 속성을 구성하는 사회적 요인들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있지만, 정작 환자 개인의 안녕과 편안함, 치료의 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은 그런 외부적인 요인, 사회적인 요인이라기 보다는, 환자의 의지와 생명력, 그리고 암의 생물학적 속성을 잘 겨냥한 항암제가 더 중요한 요인능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약 의사가 되지 않고 의료사회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환자와 의사, 의료체계, 제도를 바라보았다면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겉도는 분석을 하기 쉬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환자는 자기의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 생명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가족의 사랑과 지지, 후원입니다. 

기도가 중요한 것은 단지 종교적인 영역을 넘어, 그를 기억하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응집되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의 에너지가 그에게 전달되는 것입니다.


의사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환자가 자기 의지와 자기 생명력을 잘 유지할 수 있게, 의학적으로 방어막을 쳐 주는 정도의 존재입니다. 더 나빠지지 않게 모니터링 해줍니다.


이제는 육신의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으로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보고 있을 그녀를 위해 마지막으로 기도드립니다. 부족한 제가 지금 제가 처한 어려움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여 환자를 돕는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도록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는 기도입니다. 

 



  • 준서아빠 2013.05.07 13:40 신고

    지금은 하늘에 있을 그분도 몇년을 자기 자식의 고통을 보아온 어머님도 이제 더이상의 고통은 없으시길 기도드립니다.
    그동안 이분들을 돌봐온 샘도요.

    전이성 유방암 컬럼과 호스피스 란은 항상 슬프네요... 전이성 이란게 통상적으로
    좋은 글 기쁜글은 없나봅니다. 그죠...

    하지만 홈런 많이 치세요. 자신있으시죠??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5.08 15:18 신고


      솔직히 좋은 일 기쁜 일이 많지는 않아요
      그래도 늘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봅니다.
      우리에게 희망이 될 그 누군가를, 그 누군가의 이야기를...
      환자가 좋아져야 의사도 힘이 나는 법이니까요

  • 미국에서 2013.05.10 13:45 신고

    글을 올려도 좋을까 고민했었는데, 선생님의 답글을 읽고보니 안도의 마음과 감사의 마음이 듭니다. 장문의 자세한 답글을 읽고 궁금함과 두려움이 많이 해소되었어요.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다 이렇게 아프고보니, 한국에서 선생님과 같은 다정하신 분께 진료받고싶다는 소망이 생기네요. 아무래도 외국인 의사와 환자 사이는 언어뿐 아니라 정서적인 거리감도 조금은 느껴져서요..
    주신 글을 읽고 her2에 대해 바른 이해를 하게 되었어요.
    저는 her2 + 라는 얘기에, 제가 양성이라는 소리인줄 알았는데, + 가 몇개냐에따라 양성, 음성이 다르네요? 저는 + 가 하나였으니 음성이고, 허셉틴을 쓰지 않나봐요. 이제 이해가 되어요.

    선생님과 지면으로라도 이렇게 대화를 하고나니, 재발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을 좀 벗어버리고, 치료를 잘 받으면 완치될수있다는 생각에 좀 더 의욕이 생깁니다.
    저처럼 어디에 여쭤볼곳도 없어 필요이상으로 불안해하던 상황에 자세한 설명과 조언을 듣게되어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5.10 13:54 신고

      지금은 그런걸 걱정하실 때가 아니에요 ㅎㅎ
      항암치료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나머지 두 싸이클을 무사히 잘 받는게 젤로 중요합니다. 항암치료 끝나두요 한 6개월에서 1년은 몸이 말이 아니에요. 그래서 치료가 끝나고 몸이 더 힘들다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결정적으로 항암치료 끝나면 아무도 안 알아줘요. 아주 섭섭합니다. 그런 거 다 털어버리고, 나 스스로 씩씩하게 잘 살아야 합니다. 안 힘들어하는 사람 한명도 없었어요. 그런데 대부분 잘 이겨내고 자기나름의 노하우 찾아내서 극복하십니다. 그렇게 되실거에요. 화이팅

  • 2013.11.08 07:21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5.10 13:12 신고

      그 주치의 선생님 말이 맞아요 주치의 선생님이 치료 아주 잘 해주시고 계신거 같습니다. 저도 너무 알려고 하는거에 반대해요. 지금은 그냥 의사가 시키는대로 하면 되는 단계입니다. 빈말 아니구요.
      1. 제가 보기에 폐병변은 경과관찰하면 될거 같아요. 암과 관계가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환자에게서 흔히 보이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 몸에는 여기 저기 여러 원인에 의해 혹이 생기고 없어지고 그런 양성 혹들이 많아요 그런 것 중의 일환인거 같아요. 환자 입장에서는 설명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말이죠. 폐전이 의심하지 마세요.
      2. 본인이 HER2 양성인가요? 그러면 허셉틴을 쓰고 있을 거에요 HER2 는 간단한 면역염색을 해서 0,1+ 가 나오면 음성이라고 치고, 3+가 나오면 양성이라고 치고, 2+가 나오면 비싼 돈을 들여서 유전자검사를 해야 합니다. 항암치료만 하고 허셉틴을 따로 안맞고 있으신거 같은데요 아마 아닌가 봅니다. HER2가 양성인데 허셉틴을 안쓰는 의사는 없거든요. 허셉틴을 쓸 때는 의사가 반드시 설명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아마 설명들으신게 없으면 안쓰고 있는거구요, HER2가 양성이 아닐거에요.
      3. 재발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아요 2기초니까요. 근데재발할수도 있죠 재발하면 나에게는 100%인 거에요. 평균적인 위험도가 높다고 해도 재발안하면 나에게는 0% 입니다. 평생 fear of recurrence에 사로잡혀 살 수도 있어요. 결국 마음을 잘 먹어야 합니다. 그 두려움은 아무도 해결해 줄 수 없어요. 가족도 남편도 하느님도. 그러니까 나의 자아를 믿고 내가 반드시 해결해낼 것이다 그렇게 결심하세요. 지금 객관적인 상황으로는 재발가능성보다 완치 가능성이 훨훨훨씬 높으니까 마음 잘 다잡으세요. 지금 지푸라기를 잡을 필요가 없습니다. 당당하게 사실 수 있을거에요. 아무도 도와주는거 같지 않지만, 씩씩하게 극복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한국 아줌마들 진짜 강해요. 힘내시고, 극복기 좀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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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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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강철여인이 있다.


그녀는 최초 유방암을 진단받고 치료했다가 7년만에 폐로 재발했는데 

재발되어 치료한 지 6년째다. 

그동안에는 폐에만 병이 있었는데 작년 말에 뇌로도 전이가 되었다. 


자꾸 몸이 떨리는 증상이 있었는데 그게 뇌 병변에 의한 경기로 나타난 증상이었다는 사실을 MRI를 찍어보고서야 알았다. 한달 이상 증상이 있었는데 내가 그 증상이 경기인 줄 알아채지 못해서 검사를 좀 늦게 하게 되었다. 내가 사실 뇌신경학적 검사에 좀 약한 편이다.


(한때 망치로 환자들 무릎, 팔꿈치 열심히 두들기고, 발바닥도 열심히 긁어보고, papiledema 를 본답시고 opthalmospope 도 살까 생각도 했었다. 어느새 그런 신체검사는 열심히 잘 안하는 사람이 되어 간다. 청진하고 장음 들어보고 좀 만져보고 그 정도나 겨우 할까? 암튼 내가 젤 못하는게 신경학적 검사이다보니, 이제 아예 신경학적 검사를 좀 해달라고 신경과에 도움을 요청하는 형편이 되었다.)


물론 이 환자에서 뇌전이를 한두주 먼저 알아내고 치료를 시작했다 해서 지금과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가 최소한 답답한 시간은 없었겠지... 마음 속으로 미안했다. 


이 강철여인은 항암제 반응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어도, 독성도 별로 없었다. 환자가 잘 견디는 편이었다. 병이 나빠지는 속도를 지연시키는 효과는 확실히 있는 것 같았다. 한가지 약제를 선택하면 대개 10개월 이상 같은 약을 유지할 수 있었다. 환자 의지도 강했지만, 몸도 강한 것 같았다.


그러나 뇌전이 이후 생기기 시작한 경기가 완전히 컨트롤 되지 않고 쓸만한 항암제도 거의 다 쓴 상태라 항암치료를 서두르지 않고 뇌 증상이 안정화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지난번, 지지난번 외래 때 그녀는 처음으로 나에게 눈물을 보이고, 자기 힘든 마음을 나에게 노출하였다. 그녀는 병든 몸이라도 이끌고 살아야 하는 이유가 확실했다. 아파도 아프지 않은 척 살아야 하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 초등학교 5학년 밖에 안되는 막내 아들이 대학에 갈 때까지 그녀는 꼭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 이유 하나로 그녀는 버텼다. 절대로 힘들다는 말을 안했다.

 

그런 그녀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나보다 백만배 강한 그녀를 내가 어떻게 위로하겠는가. 나는 그냥 좀 쉬자고 했다. 


쉬면 좀 기운이 날거에요. 

기운이 나면 그때 다시 치료에 대해 상의합시다. 


그렇게 헤어졌는데

지난 주 신경외과로 입원하였다. 경기가 조절이 안되서 몸이 많이 떨렸나보다. 경기 때문에 응급실로 와서 신경외과로 입원하였다. 감마나이프 후유증으로 뇌부종이 심해진 것 같다. 지난 금요일에 협진이 났는데 주말 내내 그녀에게 가볼까 말까 고민하였다. 그녀를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그녀가 힘들어하면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주말이라는 핑게로 그녀에게 가지 않았다가 오늘 '어쩔 수 없이' 협진을 보러 갔다. 


몸놀림이 가벼워 보인다.

뇌부종을 조절하는 스테로이드와 만니톨 덕에 그녀의 어둔했던 몸놀림이 많이 좋아졌다. 


최근 뵌 모습 중에 젤 나아 보여요.

괜찮으세요?


네! 좋아요!


인제 안 울어요? 


에이, 선생님. 그때만 잠깐 그런 거에요. 

저도 가끔은 그럴 때가 있지만, 이제 괜찮아요. 

쑥쓰럽게 왜 그러세요. 


그녀가 가벼운 몸짓, 밝은 표정으로 나에게 반격한다. 


월요일 아침에 만난 첫 환자가 그렇게 밝은 표정으로 날 맞아주니, 

주말 내내 내 어깨를 짓누르고 앉아있던 귀신들이 다 도망간 것 같다. 


역시 강철여인, 나에게 힘을 준다.


의사를 힘 나게 하는 건

역시 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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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샘

치료를 시작한지도 일년이 되었어요.

그동안 힘들고 지치고 그랬지만

쌤 덕분에 마음만은 편하게 의지하면서 지낼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일년만에 다시 항암하지만 그래도 기운내어 다시 도전하려구요. 헤헷.

요사이는 하루하루 그렇게 한달, 또 일년씩 소중하고 평범하게 지내는 것의 고마움이랄까... 느끼고 있답니다.

문득문득 올라오는 요사이 쌤 글에 너무 많이 지친 모습에 저도 속상해요.

울 쌤을 괴롭히는 악의 무리들 멀리 쫒아내야 힐텐데 말예욧!

달달구리 드시고 쌉싸름한 일상에 하이킥을 날려버리시길 바라며,

지난 일년동안 처럼 올 한해도, 또 다음 한해도, 우리 굴하지 말고 도전 도전해요!

곁에서 저도 늘 힘 보탤게요.



내가 그녀를 돌보는 건지

그녀가 나를 돌보는 건지

관계가 역전된 것 같다.

그녀는 나보다 열살이나 어리다. 


행복한 자랑질, 외래에는 이렇게 나를 챙겨주는 환자들이 많다.

외래 진료실에 들어서면서 

내가 인사하기 전에 나의 안부를 먼저 묻는다.


어제밤에 또 뭣 좀 하셨는갑네. 안색이 안 좋아. 잠 좀 제대로 주무셔. 


요즘 좀 얼굴이 낫네. 좋은 일 있으신가.


난 선생님한테 진료받는게 좋으니까, 나 진료 잘 해줄려면 선생님이 나보다는 건강해야지.



내가 외래를 보는 동안

그는 나에게 선물과 카드를 주고 갔다. 

우렁각시처럼. 

그의 의향을 묻지도 않고 이렇게 그의 편지를 인용했는데

그가 화나면 어떻게 하지?

아마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이 되지만... 



의사와 환자의 관계도 한결같지 않다.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서로 서운할 때도 있고 마음 깊이 고마울 때도 있다.


약을 바꾸자고 했을 때

그녀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마음 속으로 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도 나를 위해 이렇게 달달구리 수제 초콜렛을 전해 주고 갔다.

바쁘니까 안 만나도 된다면서...

날 챙겨주는 그녀.


난 의사이지만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치료가 잘 되길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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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화번호를 주는 환자들이 가끔 있다.

(환자들끼리 전화번호를 공유하기 때문에 내가 전화번호를 알려준 사람보다 더 많은 환자들이 내 번호를 아는 것 같다. 카카오톡에 환자들 이름이 많이 떠있는걸 보면...)


신장, 심장기능이 않좋으면 번호를 알려드린다.

빨리 조치해야 할 위기상황을 맞이하기 쉽기 때문이다.

임종이 가까왔는데 환자와 가족이 준비가 안된 것 같으면 번호를 알려드린다.

불필요한 의학적 처치를 받지 않도록 준비하는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전화번호를 알고 있어도 실재 전화는 별로 안하는 편이다.

궁금한 것은 블로그에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고, 문자를 보내시는 분들도 있다. 직접 전화를 하는 분들은 별로 없다. 그냥 내가 주치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에 안도감을 느끼시는 것 같다. 

(가끔 전화를 할 위기 상황이 전혀 아닌데, 빨리 입원하게 해달라고 전화하는 눈치없는 환자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면 냉정하게 말씀드린다. 그런 이유로 전화하시라고 번호 알려드린거 아니라고.)


최근 몇일 사이 모르는 전화번호에서 나에게 전화가 여러번 왔다. 안받을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외래, 회의 등등의 사정이 있어 전화를 못 받았다. 오늘도 오전에 세미나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두세번 왔다. 끝나고 점심을 먹는데 전화가 또 와서 이번에는 받았다. 누군지 기억나는 환자다. 


선생님, 저 열치료 받아도 되요?

거기서 주치의랑 상의하라고 그러더라구요.


예전같으면 불같이 욱 했을 것 같다.

지난 2월에 검사하고 외래를 봤어야 했는데, 그동안 오지도 않았으면서, 불쑥 열치료를 받기 위해 주치의랑 전화로 상담을 하다니!

그리고 입증도 안된 열치료를 받는 것을 물어보시다니.


그런 것들이 대개 보험이 안되고 비싸다. 환자들은 병원에 와서 검사할 때는 보험이 되냐 안되냐, 이것저것 따지고 약값도 따지고 치료 성적도 따지면서, 이렇게 입증이 안된 치료나 약제,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하는데 몇백만원을 쓰면서도그 효과를 따지지 않고 책임을 묻지도 않으니 너그럽다. 참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내가 지친건지, 마음이 너그러워진건지, 환자를 더 잘 이해하게 된건지 화를 내지 않기로 했다.


검사할 기간을 많이 넘겨 버려서 지금 병 상태가 어떤지 모르겠네요. 


허리 아프신건 어때요?

(뼈로 전이된 삼중음성유방암이다.)


요즘엔 별로 안 아파요.


다행이네요.

기분은요?

(탁솔 케모하면서 우울증이 왔다. 매번 입원해서 항암치료하고 많이 울고 그랬었다)


요즘엔 안 울고 기분도 많이 좋아졌어요.

씩씩하게 잘 살고 있어요.


다행이네요. 

근데 왜 집에 안 있고 요양병원에 계세요?


...



뼈로 전이된 후 항암치료 6번 하는 동안 너무 힘들어 하셨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의 원칙은 처음 시작한 항암치료로 병이 악화된 때까지 계속 치료하는 것이다. 병이 나빠지면 다른 항암제로 바꾼다. 또 병이 나빠질 때까지 이 약을 계속 쓴다. 

이러한 원칙에 의하면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죽을 때까지 항암치료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일부 환자들은 항암제 독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3-4년동안 같은 항암치료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매우 드물다. 대개는 병이 좋아지면서도 약제 독성이 쌓여 치료를 무한정 하지 못하고 쉬게 된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환자들은 그런 기간 동안 호르몬제를 쓰면서 전신 전이의 가능성을 최대한 막을 수 있고 HER2 양성 환자들은 항암제를 빼고 표적치료제만 맞으면서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항암제가 아니면 다른 치료 대안이 없기 때문에 독성으로 항암치료를 중단하게 되면, 몸에 병이 남아있어도 일단 치료하지 않고 지켜보면서, 병이 나빠지는 걸 확인한 다음 그때 다시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 


이 환자도 첫 치료 6번 항암치료가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항암치료를 유지할 수 없었다.

3개월 간격으로 검사하면서 경과관찰하다가 병이 더 나빠지면 항암치료를 해야할 판이다.


그런데 그녀는 외래에 오지도 않고 멀리 요양병원에 가서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병이 나빠진게 아니라면 나도 지금 당장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할게 아니니 일단 환자에게 검사를 하러 오시라고 했다.


5월에 가족들하고 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6월에 갈게요. 여행가기 전에 검사했다가 만약 나빠졌으면 여행도 취소해야 하는 거잖아요. 지금 컨디션 좋으니까 여행다녀와서 검사할께요. 


그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세요. 그러면 꼭 6월에 검사하러 오세요.


근데, 열치료 해도 되요?


그냥 하시라고 했다.

너무 비싸면 조금만 해보고 굳이 열심히 계속 하지는 마시라고 했다. 

의사가 말하는 지침이 뭐 이런가? 

너무 애매하고 

하라는건지 말라는 건지,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모르겠는 대답이다. 


의사가 말하는 대로 꼬박꼬박 원칙을 실천하는 환자들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일부이고

대개는 당신 마음대로 하신다. 

하고 싶은거 다 하고 먹고 싶은거 다 먹고 나서  나에게 묻는다. 

자기 행동의 정당화, 합리화하는게 필요하니까. 


예전에는 그런 질문을 하시면 

의학적으로 타당한 검사나 식품이나 치료가 아니면 절대 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래도 환자들은 다 하고 있었다. 나의 설명이 부질없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원칙적으로 대답하고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확고하게 설명하는 경우 환자들이 대체의료나 건강보조식품을 섭취하는 비율이 낮다는 연구가 있었던 것 같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냥 하시라고 했다.

병이 나빠졌을 때 나의 선택은 항암제 뿐이다. 언제 시작하든 항암치료를 다시 하면 환자는 많이 힘들어할 것이다. 설령 병이 좀 나빠졌다 하더라도 지금 좋은 기분으로 여행다녀오고, 매일 아프지 않고 우울하지 않게 지내실 수 있으면 그게 더 좋은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열치료도 하시고, 여행도 다녀오신 다음에 사진 찍으시라고 했다.


열치료는 정말 환자에게 해가 없을까? Heat energy 가 종양세포에 stress로 작용하여 세포들이 생존하기 위해 활성화될 수도 있다. 종양세포의 활성화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활성산소에 의한 스트레스(Reactive oxidative stress)가 정상세포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암세포를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 물론 연구해서 입증하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다. 온열치료랑 뭐가 다른 걸까? 온열치료는 어떤 경우에라도 다 좋은 걸까?


아는 것보다 모르는게 많다.


그런 복잡한 내 마음을 알리기에 힘과 의욕이 없다. 그래서 그냥 하시라고 한 걸까?


현대 의학에서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듣는 환자들은

대체요법을 찾고 나름의 대안을 찾아 헤맨다.

그들의 행동을 무조건 비난할수는 없을 것 같다. 이해는 된다. 


그래서 환자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런 정보에 대해 자기 나름의 안목을 갖고

자기 자신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비록 슬프고 억울하지만 나에게 남은 시간도 계산해봐야 한다.

그 시간을 후회없이 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내용들도 방송에서 보도해주고 다큐멘타리도 만들어서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신약, 신기술이 시장성을 획득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만큼까지는 안된다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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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전이된 유방암

뼈와 골수로 전이가 되어

아주 위험한 상태에서 치료가 시작되었다.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

다행히 그녀는 다시 걷고 일상 생활을 할 수있게 되었다.

그리고 입원하지 않고 외래에서 항암치료를 받으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매번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녀의 몸짓이 점점 가벼워지는 것을 보고 항암제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두가지 항암제를 병용해서 썼기 때문에 한가지 약제를 썼을 때보다 독성도 많고 환자도 힘들법한데 약이 잘 들었는지, 환자는 항암제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것보다는 암세포의 무게를 덜어내는 치료의 이득이 더 컸다. 잘 견디며 치료 받았다.


꽤 오래 같은 약제로 치료하였지만

결국 내성이 생겼고

뼈 전이가 악화되었다.

약을 바꾸어 치료하였고

또 몇 개월 컨디션이 괜찮았다.


최근 한 두달 몸이 좀 불편해보였다. 골수기능이 다시 떨어지는 것 같아, 내심 두번째 약도 슬슬 저항성이 생기는가보다 짐작하고 있었다. 약을 바꾸는게 나을 것 같은데 결정적이고 객관적인 악화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처럼 먹는 항암제가 편하다며 조금 더 이 약을 유지했으면 바랬다. 손발이 부르터도 당신이 직접 집안일하고 아이들 학교보내고 그렇게 살 수 있기를 바랬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난 달 약을 처방하였다.


그가 응급실로 왔다.

토하고 못 먹고 배가 아파서 오셨단다.

간전이가 있던 분인데, 간이 나빠지면서 그럴 수도 있고, 뇌로 전이가 되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미처 환자를 보지 못하고 오전 외래를 시작했다. 외래가 끝나면 응급실로 내려가 볼 참이었다.

그런데 외래가 끝날 무렵, 환자의 어머니가 진료방으로 오셨다. 

한번도 뵌 적이 없는 분이다.


우리 딸 상태가 어떤가요?


친정어머니이니 자세히 설명해 드려야 할 것 같았다. 


여차 저차 경과를 설명하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내 말을 막는다.


저 그렇게 어려운 말 잘 못 알아먹어요. 

그냥 얘기해 주세요. 얼마나 남은 건가요?


...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갑자기 말문이 막힌다.

객관적으로는지금보다 훨씬 매우 나쁜 상태에서 재발된 유방암 치료를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잘 견뎠고 또 약제 반응도 좋아서 한가지 약을 오래 쓴 편이었다. 지금 비록 뇌전이가 진단된다 하더라도 치료를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그녀는 아직 나이가 많지 않고, 쓸 약도 많고, 그동안의 약제 반응성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나의 희망이자, 야심찬 계획이기도 하다.


CT를 보면 누구나 깜짝 놀랄 수 밖에 없는 상태다. 어디 한군데 성한 곳이 없다는 느낌이다. 뼈사진애에서는 온 뼈가 다 까맣다. 간도 암세포 침윤으로 잔뜩 부풀어 커져 있다. 뼈전이와 골수전이가 같이 있기 때문에 일반 혈액 검사 소견도 남들보다 훨씬 나쁘다. 백혈구는 3천개가 안되고 헤모글로빈도 8-9를 왔다갔다, 혈소판도 10만개를 넘지 못한다. 그래도 처음 전이를 진단받았을 때보다 지금이 낫다. 그렇지만  병이 무시무시한 상태인 것도 사실이다. 


검사와 치료를 좀 더 해보고 예후를 말씀드리는게 좋을거 같아요.

지금으로서는 확실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치료반응이 좋으면 지금의 고비를 넘길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해요.


이제 돈도 없어요.

딸 애도 많이 힘들어 합니다. 

낫지도 않는 병에 돈 쓰고 병원 다니는거 힘들어 했어요.

치료 그만 하고 집에 가면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나요?


지금 집으로 가시면 환자가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일단 급한 불이라도 꺼야 해요.

어머니 말고 다른 직계 가족분들 생각도 그런가요? 다 같이 한번 상의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남편분은요?


어머니가 갑자기 우신다.


그 놈은 이제 나타나지도 않아요. 

재발한 거 알고는 집에 오지도 않는대요.

생활비도 안주고 집에 나타나지도 않고, 그래서 딸애가 몇달전부터 애들 데리고 우리집에 와 있어요. 우리 집에 와서 두달만 있겠다고 했는데, 두달 넘어서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거 보면 그놈이랑은 이미 끝난 거 같아요. 

다 내 죄에요.


환자가 가능하면 검사를 미루고 싶어했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보다.

많이 아파도 입원하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보다.


괜찮은 척, 밝은 모습으로 치료를 받았던 그녀의 마음 속에 무거운 돌덩이가 들어앉아 있었나보다.

치료가 잘 되고 있는것 같다며 내가 좋아라 해도 

힘없이 웃기만 했던 게 그녀의 마음은 한없이 무거웠기 때문에 그랬나 보다. 


암도 암이지만 

사는 것이 더 힘들었던 그녀

 아이들 밥 먹여서 학교 보내는 거, 그것만큼은 그녀가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생애 마지막 과업이었다. 


재발하고

전이되고

병이 나빠지면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가 꽤 있다.

이혼을 할만큼 경제력이 안되기 때문에 그냥 별거하는 환자도 많다. 

배우자가 아프고 병들고 힘들 때도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사랑의 서약은 한순간의 거품처럼 날아가버리기 쉽다. 그건 경험해 보지 않고는 맹세하면 안되는 조항같다. 


병은 우리 삶의 많은 약한 고리를 노출시킨다.

몸 뿐만 아니라 마음도 서서히 좀먹는다.








  • 2013.04.28 20:36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4.29 01:52 신고

      간호사를 괴롭히는 보호자들 때문에 고생이 많으신가 봐요. 그런 괴로움 조차 다 이해하고 가야하는게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애 많이 쓰셔요

  • 준서아빠 2013.04.29 12:48 신고

    전이성 유방암 과 호스피스 컬럼은 슬픕니다. 꽤 오랜만에 샘 글을 읽습니다.
    항상 이 컬럼들은 우울해집니다. 그래도 감래해야겠죠.

    글중에 몇년을 항암치료하면서 같이 외래다니는 두 부부얘기가 부러워요.

    바깥일에 오늘은 준서 유치원 학부모 미팅까지 다녀야 하지만 이렇게 같은 하늘에라도 있는 지금이 행복한거맞죠?
    병상에 누워있어도 내 손으로 뺨을 만질수 있으니깐요.
    항아리안에 있는 준서엄마는 생각하기도 싫어요. 예전도 그랳고 지금도 준비는 생각도 않하니 자꾸 얘기하진 마셔요.

    그리고 샘은 종양내과에 쭉 계세요.. 힘든 결론이 대반사라 스트레스가 많으시겠지만 때론 무섭게 때론 꼼꼼히 챙겨주시는 샘이 있어주셔야 합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4.29 17:48 신고

      저도 좀 지쳤나 봐요 제 마음이 가볍고 밝아야 그런 면들을 볼 수 있을텐데 그렇지 않으니 자꾸 어두운 면을 보게 되는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 환자들도 읽고 싶지 않다고 해요. 글은 나를 위해 쓰는게 우선이니까 그냥 일기쓰듯 쓰지만, 기분 업 좀 해야겠어요. 준서아빠도 화이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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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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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클리닉 환자 중에

한달에 한번 혹은 두번씩 저 멀리 오지 마을을 방문하여

안과검사를 하고

백내장 수술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찾아

수술지원을 연결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시는 분이 있다.

한국실명예방재단에서 하는 활동인데

우리 환자는 여기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계신다.

 

그녀는

수술한지 1년만에 폐전이를 진단받고

심각한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고생했지만

지금은 병이 잘 조절되고

2년을 넘겼다.

컨디션도 많이 좋아지셨다.

환자는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하였다.

1박 2일로 봉사활동을 하고 오면

감기, 몸살, 요로감염이나 구내염 등이 재발하는 것 같다.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고 해도, 아직 면역체계는 정상은 아닌가 보다.

그래도 그녀는 굳세게, 한번도 빠지지 않고 의료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입가가 부르터 오면 연고를 바르고

요로감염이 오면 나에게 미리 처방받은 항생제를 먹고

피곤하면 비타민 C를 많이 먹으며 이겨내고 있다고 한다.

간호사였던 그녀는 자신에게 맞는 약과 용량, 용법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평소에 약을 지어주면 증상에 맞게 잘 알아서 드신다.

 

지난 주에는 횡성에 다녀오셨다.

 

힘들지 않으세요?

 

고기 많이 먹어서 괜찮아요. 횡성 유명하잖아요. 한우로. 호호호

 

이번에는 몇명이나 진료하셨어요?

 

하루에 210명 봤어요. 200명 넘어가니까 같이 간 안과선생님이 더 이상은 못 보겠다고 손사래를 치시는 바람에 그만 봤죠.

 

그렇게 진료하면 백내장 수술해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요?

 

40명 넘어요.

 

진짜요? 기준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는거 아니에요?

 

전혀 아니에요. 꼭 수술해야 하는 사람만 진단해서 수술할 수 있게 연결하는데 그 정도나 되는거에요.

선생님 몰라서 하는 말씀이지, 시골 사시는 노인네들 병원 안다니고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도 몰라요. 시력검사 한번도 안해본 사람들이 태반이에요. 나이먹어서 눈 나빠졌나보다 그렇게 살죠.

세상에 그렇게 안보이게 살아도 돋보기 갖고 있는 사람도 없어요.

재단에서 돋보기 돗수별로 많이 제작해서, 무료로 안경 나눠줘요.

돋보기 써보고 좋아하는 노인들 엄청 많아요.

 

그래요?

심각하네요...

 

그럼요. 나랑 나이도 비슷한 사람들이 그렇게 세상을 제대로 못 보고 어두컴컴하고 불편하게 지내면서 힘들게 사는거 보면 너무 안됬어요. 그런 사람들 무료로 백내장 수술할 수 있게 연결해 주면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몰라요. 그 맛에 제가 피곤하고 힘들어도 자원봉사 활동하러 다니는 거 같아요.

 

나랑 같은 인간인데 시골살고 돈없다고 그렇게 힘들게 사는 거 보면, 정말 안됬고, 나라도 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훌륭한 일을 하시네요.

한국실명예방재단, 좋은 일 하는 곳이군요.

 

그녀를 보면

가진 것이 많아서

건강해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배운다.

 

그녀도

봉사라는 생각보다는

자기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닫고

다녀오면 마음이 뿌듯해서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했다.

 

아무리 진료시간이 지연되어도

난 그녀가 의료봉사활동을 다녀온 다음이면

거기서 있었던 일을 묻는다.

 

그것이 내가 또한 세상을 배우는 통로가 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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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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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남녀, 암종별 구분없이

전이성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시행해 본 경험에 의하면

비슷한 그룹의 환자들이 함께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남자보다는 여자에서

그리고 유방암 환자들에게 특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

처음 운영해보는 프로그램이라

당시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지만

참여한 환자들은 거의 대부분 프로그램에 도움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특히 참여하신 분들의 설문지를 분석해보면

불안과 우울감을 극복하는 것에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두 세션 정도를 따라 해 봤는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본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고 상당한 정신 집중력을 요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들이 성공적으로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살려 좀더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단한 항암치료의 길.

그렇게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데 명상이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갖게 해주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시도해 봅니다.

 

이번 5월과 6월에 걸쳐

전이성 유방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다시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명상 선생님과 함께

좋은 음악을 들으며 호흡하고

명상하는 훈련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흔들리는 마음을 내 힘으로 조절하여

지금 삶의 시간을 편안하게 다스리며 살아가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명상 프로그램은

종양내과 코디네이터인 이충은 선생님이 도와주시기로 했습니다.

 

명상 프로그램은 일주일에 한번, 한번에 2시간씩 총 8회에 걸쳐 진행됩니다.

참가비용은 없지만

명상 프로그램 전후로 설문지와 간단한 검사 몇가지(심박변이도, 비만도, 혈액검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명상 프로그램의 효용성을 객관적, 주관적 증거로 입증하여 보다 확고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기 위함입니다.

 

원내 IRB 에서 승인절차를 밟고 있으며 승인 후 정식으로 설명의 시간을 갖고 동의서를 써 주시면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참여의향이 있으신 분은 이충은 간호사 010-2781-0432 로 문자를 보내서

자신의 이름, 우리병원 등록번호를 남겨주시면

구체적인 일정과 프로그램을 설명드릴 예정입니다.

 

여름에는 요가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입니다.

정확한 프로그램과 일정이 잡히면 다시 한번 공지드리겠습니다.

 

우리병원에서 치료받지 않는 분이라도

전이성 유방암 환자라면 누구든지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치료는

나를 다스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많이 참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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