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아침에 읽은 썰렁한 논문 한편

슬기엄마 2012. 10. 25. 22:18

 

NEJM 2012;367:1616-25.

Patients' expectations about effects of chemotherapy for advanced cancer

 

오늘자 E-pub 으로 뜬 NEJM 논문입니다. 하바드 그룹에서 연구한 결과입니다.

 

요지는

전이성 암을 진단받은 환자들 1193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이 연구는

대장암 환자의 81%, 폐암환자의 69%에서

항암치료를 통해 자신이 완치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갖는 사람들의 속성을 비교해 보니

백인에 비해 비백인이거나 히스패닉의 경우에,

의사와의 의사소통이 잘 되고 있는 경우에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완치의 믿음을 더 갖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인종별로 비교해보면, 아시아 사람들이 백인에 비해 완치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가질 가능성이 4.32배로 가장 높게 나왔네요.

교육 수준, 현재 신체 기능의 상태, 의사결정 과정에서 환자의 역할 등이 어떠했느냐의 변수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 논문에서 연구한 바에 의하면

환자들은

4기 암환자의 항암치료가 삶의 기간을 연장시키는 것에 주요한 역할이 있다는 것,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주된 목표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으로

이러한 문제를 나의 문제로 질문했을 때

완치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다소는 모순된 대답을 했다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이성 암은 거의 대부분 완치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항암치료의 목적은

완치를 기대하기 보다는 암으로 인한 증상을 완화시키고,

살아있는 동안 삶의 질이 유지되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논문에서 촛점을 맞춘 환자들의 완치될거라는 '잘못된 믿음'은

inaccurate belief     정확하지 않은 믿음

misunderstanding    오해

라고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 논문의 결론에서는

4기 암환자로 항암치료를 받는 상당수의 환자들이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고 이는 치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는데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의사는 환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단 이것은 환자의 만족도를 댓가로 치르게 될 것이라고도 말하고 있습니다.

 

논문을 읽고 보니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객관적으로 현재의 항암치료가 갖는 의미를 이해하면서도

나만큼은 완치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것.

그것이 당연한 마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자들의 삶에 대한 희망을 misunderstanding 이라고 말하는게 맞는 것일까? 오해한 것이므로, 정확한 수치에 입각해서 그걸 바로잡는 교육을 열심히 하는게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아무리 최고의 저널이라는 NEJM에 실린 연구논문이라 해서, 내가 그 내용을 다 수용해야 하는 걸까?

솔직히 동의가 잘 안됩니다.

 

다만 저자들이 말하듯이

환자들의 판단이 형성되는 과정에는 담당 의사의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주목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환자와 의사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것은, 환자가 자신의 치료의 이득을 따져보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항암치료에 대해서도 보다 긍정적인 견해를 갖게 되고, 그것이 환자로 하여금 의학적 사실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장애물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감내하고 있는 이 병이 curative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이게 해야 하는 걸까?

어떻게 그걸 잘 할 수 있는거죠?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좀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제안하는 논문이지만

내 마음은 썰렁하기 짝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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