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수능, 항암보다 중요하다

슬기엄마 2012. 10. 24. 12:44

 

11월 8일 올해 수능시험 날이다.

 

엄마 유방암 환자들이 항암치료 일정을 다 변경한다.

수능 전에는 치료를 안 하시겠다고 하는 분이 많다.

아이 시험 전에 자기가 항암제를 맞고 힘들어 하면 아이한테 않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게 이유.

 

지금쯤이면 모든건 다 결정되어 있는걸지 몰라요.

애들은 엄마랑 상관없이 할 놈은 하고 안 할 놈은 안해요.

지금 뭣 좀 더 한다고 대세에 지장없어요.

그러니까 일정 맞춰서 치료합시다.

 

나도 왠만하면 환자의 형편을 맞춰가면서 치료일정을 변경해 주는 편인데

일정을 꼭 맞추는게 필요한 환자가 있다.

그녀는 골수까지 전이되어 백혈구, 혈소판 등의 혈액 수치가 아주 낮은 상태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항암치료를 시작하였고

항암치료 2 주기가 지나자 수치가 조금씩 오르기 시작한다. 치료약제에 반응이 있다는 얘기다. 반응이 있을 때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고 치료 간격을 유지하는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녀는 수능 끝나고 항암치료를 하시겠다고 한다.

 

대개 건강한 골수기능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항암치료를 하면 백혈구 등의 혈액 세포들 숫자가 감소하지만

골수 자체에 암이 침범한 환자들은

항암치료를 해야 혈액 세포들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골수가 건강해 진다.

이제 막 치료 효과를 보려는 찰나이니 가능하면 치료 일정을 맞추면 좋겠는데 엄마는 완강히 거부한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할거에요.

치료 일정 좀 늦어져서 병이 나빠진다 해도 후회없어요.

어차피 완치는 어렵다면서요?

그러면 내가 해줄게 있을때 해줄거에요.

하다못해 김밥 한줄이라도 내가 도시락 싸서 시험장에 보낼거라구요.

 

그 마음을 어떻게 막겠는가.

그녀의 골수에 있는 암세포들이 수능전까지 잠잠하기를 바랄 뿐이다.

엄마의 마음, 자식들은 모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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