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2 - Transition 2014-2015/일상을 살아가다 0.5 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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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5.24 - 이수현 슬기엄마

    슬기와의 저녁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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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5.08 - 이수현 슬기엄마

    아직 밤 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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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5.07 - 이수현 슬기엄마

    연휴의 마지막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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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소개해 준 곳으로

슬기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었다. 

가격은 꽤 비쌌지만 

자식한테 뭘 사줄 때는 그런 걸 안 따지게 된다. 

주문을 하고

하릴없이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 기분이다. 

잘 컸다. 흐뭇하다. 



슬기가 태어나던 해 나는 박사과정을 시작했고 

슬기 세살 때 의대에 편입을 했으니 

어렸을 적 재롱피우고 이쁜 짓 하는 걸 본 기억이 없다.

슬기는 엄마가 다 키워주셨다. 

애가 제대로 잘 크고 있는지 어쩐지 챙길 겨를도 없이 나 살기 바빴다.

시험기간이 언제인지 소풍은 갔다 왔는지 성적은 어떤지 

그런 건 신경도 안썼다. 

의대 동기들보다 한참 나이를 더 먹은 나는 

내 신상 하나 유지하는 것에 급급했다. 



의대를 다니던 때부터

1주일간 연속되는 분기시험기간이면 

밤세고 시험공부를 하느라 집에 안가기 일쑤.

인턴 레지던트 때는 병원에서 먹고 자고 하다가, 가끔 집에 가서 갈아입을 옷을 챙겨오는 정도.

펠로우 때도 낮에는 환자보다가 밤에는 논문 써야 한다며 비슷한 생활.

집에 안 들어가고 병원 귀신에 되어 살았던 그런 생활의 정점은 

임상조교수가 되어 환자 폭탄을 맞고 버티던 올 2월까지 계속 되었다. 



나 하나 건사하느라 

애가 어떻게 크고 있는지도 몰랐다.

고2가 된 슬기.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다가 내가 슬기에게 묻는다. 



나 : 너 성적은 괜찮니? 대학은 갈 수 있는거지? 

슬기 : 그럭저럭. 근데 이번 1학기 중간고사랑 모의고사랑 망쳐서 사실 상태가 안좋아. 

나 : 국영수는 잘 하니? 내신은 어때?

슬기 :수학이 좀 약해. 내신은 안좋아서 수능으로 대학가야되. 

나 : 원래 수능으로 대학가는거 아니야?

슬기 : 수시랑 정시랑 전략이 달라. 

나 : 뭐가 다른거야? 



나를 위한 슬기의 입시 특강은 밥 먹는 내내 계속 되었다. 

나는 슬기의 설명을 다 듣고 

할 수 있는 말이 한마디 밖에 없었다. 



나 : 그러니까 너가 잘 알아서 하고 있는거네. 

슬기 : 지금으로선 이렇게 하는게 최선이야. 

나 :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하면 되. 어떤 책이든 3번만 반복해서 읽으면 몽땅 다 알 수 있대. 

슬기 : 열심히 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인것같아. 

나 : 너 할수 있는만큼 해. 그리고 앞으로 평생 네가 좋아하는거 하고 살아. 내가 밀어줄께. 



돌아오는 길에 버스커 버스커를 크게 틀어놓고 들었다. 

멋진 연주 음악이 흐른다. 분위기 짱이다. 


나 : 이정도면 나도 피아노로 칠 수 있겠는데.

슬기 : 이건 피아노로만 치면 분위기가 전혀 없어. 현악기가 들어가야 분위기가 살지.

나 : 지금 나오는건 관악기 같은데 뭐지? 트럼펫인가? 

슬기 : 오보에 같아. 


앨범 내지를 찾아보더니 오보에가 맞다고 한다. 


나 : 와 너 대단하다. 그렇게 듣기만 해도 음색으로 악기를 구분할 줄 아네? 

슬기 : 오보에가 인간의 음색과 가장 유사한 관악기래. 

나 : 와 너 그런 것도 알아?

슬기 : 학교 음악시간에 배웠어. 고등학교 교육 중요하다. 고등학교 때 배운 것만 알아도 평생 사는데 지장없어. 수업 열심히 들어야 해. 



우리는 비싼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고 음식점 주위 산책로를 걷다가 집에 와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슬기는 11시에 홍진호 나오는 프로그램 봐야 한다면서 그때까지만 공부하겠다고 한다. 그러라고 했다. 



자식이 다 커서 

학교 열심히 다니는거 중요한 줄 알고 

건강하고

지 몸뚱이 하나 건사 잘 하고 

적절하게 현실과 타협하여 미래를 계획할 줄도 알고 

그렇게 무사히 성장한것을 보니 

마음이 좋았다. 



그리고 이렇게 내 곁에서 무사히 잘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그 누군가에게는 미안하였다.  


엄마를 생각하면

재미있고

열심히 살고 

마음도 따듯한 사람이라는 기억을 주고 싶다. 

엄마는 언제나 내편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를 믿게 해주고 싶다.

그럴려면 성적얘기는 하면 안된다. ㅎㅎ 



슬기 때문에

마음이 평화롭고 행복한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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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힘들 때 

쏘주 마시면서 견디고 일했던 것 같다.

아빠랑 싸우고 화가 나면 쏘주를 마시면서 집안 대청소, 철 지난 옷 정리를 하셨고

몸이 힘든데 겨울 김장을 잔뜩 해야할 때도 쏘주를 마시면서 하룻밤을 훌쩍 넘겨 혼자 힘으로 김장을 다 하시곤 했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픈데 

아파서 죽겠다고 하면서도 

몸에는 힘이 남아 있어

그 아픈걸 다 견디고 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는 사람이 '힘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어떤 연구 결과에서도 나왔듯이

허벅지는 근육 뿐만 아니라 지방도 힘이 된다고 하니

아마도 내 힘의 근원은 허벅지가 아닌가 싶다.

뱃심도 나날이 두둑해지고 있다.  

난 아직 힘이 좋다. 

그래서

연휴 내내 베짱이처럼 놀다가 연휴 마지막 밤을 꼴딱 세고 밀린 일을 했다.

'꼼꼼히' 했으면 몇일 걸려도 부족할 일을

'대충' 해서 하룻밤만에 많이 진행했다.  

그제 밤을 세고 어제 낮동안 무사했다. 어제 밤은 평소만큼 잤다. 그래도 괜찮다.

그대신 많이 먹었다. 힘이 들긴 들었나 보다. 



'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비록 완벽하게 갖추어진 존재는 아니라 하더지만 

기를 잃지 않고, 

기죽지 않고, 

세상을 튕길 줄 아는 뱃심으로 사는 것이

이기는 삶이 될 것이다.

내 기로, 내 힘으로, 내 안의 비겁한 것들, 부족한 것들을 이기는 삶. 



아직 밤을 세도 견딜 정도는 되는 내 체력. 

기를 잘 모아야지.

누가 날 한두번 찔러도 흔들리지 않고 내 길을 갈 수 있도록 기를 모아야지.



그렇지만 

다음 연휴 때는

이렇게 퍼져서 놀지 말아야지. 

베짱이처럼 놀고 난 후의 후유증은 꽤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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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사브리나 2014.05.08 17:27 신고

    선생님 그래도 밤은새지 마세요~ 몸 힘드니까요~ 밥이 보약이듯이 잠도 보약인거같아요~ 선생님 책 쓰실꺼예요? 선생님팬인데 선생님 얼굴볼수 있는 방법을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선생님이 책쓰셔서 팬싸인회 하면 제가 일드으로 가서 뵙는법~ ㅋ 오늘도 병원에 왔는데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1 02:12 신고

      감사합니다.
      책에 대해서는 신중히 고민 중입니다.
      책을 내게 되면 알려드릴께요.
      잠이 보약인것은 맞습니다 ㅎㅎ

  • 2014.05.08 18:58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1 02:13 신고

      검사 결과는 좋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새롭게 단장한 암병원이 나날이 좋아지기를 희망합니다.
      그 안에 우리 환자들의 건강과 행복이 있을 거니까요.
      제가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 2014.05.10 19:05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1 02:14 신고

      주현씨, 잘 지내죠?
      주현씨가 저에게 너무나 큰 사랑을 주었는데
      이렇게 훌쩍 떠나버린 사람이 되다니 저도 믿어지지 않네요.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제가 기도 많이 할께요. 저도 보고 싶어요.

  • BlogIcon 남수우 2014.05.12 12:09 신고

    선생님 안녕하세요~~
    다시 선생님의 글을볼수있어서 정말 반가워요^^
    블로그를 들락날락해도 소식도 알수없고 병원에
    물어봐도 알려주지도 않고요ㅋ
    남편이랑 선생님 그리워하며... 가끔 이수현선생
    님은 잘계실까? 뭐하고계실까? 생각하곤했는데
    이렇게 다시 소식듣게되니 너무 감사해요♡
    열심히 살다보면 언젠가 선생님 만날 날이 있겠죠? 늘 건강하시고 항상 응원하고 있을게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1 02:15 신고

      우리 애기 잘 크고 있나요?
      우리 애기는 참 특별한 아이가 될거에요.
      그리고 남수우씨는 항암치료 결과가 아주 좋았으니
      걱정은 하지말고
      재미나게 잘 사세요.
      이렇게 들러서 소식남겨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남편분께도 안부를!

  • 2014.05.19 15:05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4.05.21 02:16 신고

      골밀도는 다시 좋아질 가능성이 있어요. 아직 젊으니까.
      그대신 햇빛을 많이 쬐이고 (여름에는 나시티를 입고 노출을 많이 하세요) 칼슘성분이 많은 든 음식을 잘 드세요. 그리고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됩니다. 당장 골다공증약을 드시기 보다는 이렇게 해보세요. 그리고 내년에 다시 검사를 해서 회복되지 않았으면 내분비내과 진료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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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가 쉼없이 골골댄다.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코가 꽉 막혀 코로 숨을 못 쉬고 입으로 숨을 쉰다. 그래서 입술이 갈라지고 부르텄다.

편도도 엄청 부어서 라이트를 비추지 않고도 편도에 궤양까지 다 보인다. (슬기 편도는 내가 본 편도 중에 가장 심하게 붓는다.)

누런 코가 나오는 걸 보니 만성 축농증이 또 악화된 것 같다. 

연휴라 항생제도 못 먹고 그냥 식염수로 세척만 하고 있다.  

자꾸 코를 푸니까 머리도 울리고 무겁다고 한다. 

기냥 누워서 TV 본다. 

좋아하는 사이다도 입맛이 써서 못 먹겠다고 하니 할말 없다. 

뭣 좀 먹어볼래? 물어도 손사래를 친다.

애가 안 먹으니 기분이 영 환장하겠다. 



엄마는 한달만에 7-8kg 정도 몸무게가 빠져버렸다. 

갑자기 몸무게가 빠지니 기운이 쑥 빠지나 보다.

입맛이 없어서 먹지를 않으니 몸무게가 빠진것 같다고 하시는데

우리 집안 내력상 입맛이 없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상할 노릇이다. 

기운이 없으니 원래 아픈 무릎도 견딜 힘이 없어 더 아프다고 하신다. X-ray를 보니 관절염은 아니다. 나이에 비해 관절은 좋으시네. 몇년 사이에 척추측만증이 약간 생겼는데 이것이 퇴행적인 변화인지 고관절 수술 후 다리 길이가 안맞으면서 생긴건지는 잘 모르겠다. 디스크도 같이 있는데,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척추의 자세 변형이 오고 2차적으로 무릎 근처의 인대들이 다 잡아다니는 모양이다.

그리고 기분 변화도 심한 것 같다. 

내일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제발 갑상선 기능이상이기를 바란다.

만약 갑상선 기능이 정상이라면 사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암검사를 해야 한다. 체중이라는게 그리 쉽게 변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다음으로 의심할 만한 것은 암일 것 같다. 그러나 증상이 너무나 명확하지 않다. 체중감소, 전신쇠약감, 우울한 기분. 다음으로 할 검사는? 



엄마와 딸이 골골대니

사이에 낀 내가 바쁘다. 

차로 이곳 저곳 모시고 가고 

집에서도 이것 저것 소소한 일을 하고 

정작 내가 할 일들은 이를 핑게삼아 다 미루고 

그렇게 연휴를 쭉 보내고 나니

내일을 맞이하는 것이 두렵다.




연휴를 지내며 내가 깨달은 것.



1. 일상이란 매우 소소해 보이지만 

   매우 정성어린 손길이 있어야 겨우/근근히 유지된다는 것. 


2. 엄마가 괜찮다고 할 때 그말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는 것. 

   부모는 자식이 알아서 해주기를 바란다는 것.


3. 시부모님을 포함, 부모님들이 많이 늙으셨고 서서히 그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

    누군가의 보살핌을 요구할 날이 금방 올 거라는 것. 그 보살핌의 주체가 나일수 있다는 것. 


4. 환자 핑게 대고 병원에 나갈 정도는 되야 비로소 자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연휴에 집에 있으면 왠만큼 독한 마음 먹지 않고는 그냥 퍼지게 된다는 것.

   

5. 시간을 너무 보람차게 보낼려고 몸에 잔뜩 힘주고 있어봤자 소용없다는 것.

    인생은 내가 계획한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니, 순간 순간을 잘 보내도록 노력하는게 중요하다는 것. 

    당장 눈앞에 얻는게 없는 것 같다고 초조해하면 안된다는 것. 


6.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휴기간 동안 놀아버린 것을 보상하고자 마지막 날 밤에 안자고 뭔가를 해본다 한들, 

    이미 늦었다는 것.  



좋게 자자. 

괜히 밤세지 말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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