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2 - Transition 2014-2015/일상을 살아가다 0.5 3

슬기와의 저녁 식사

엄마가 소개해 준 곳으로슬기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었다. 가격은 꽤 비쌌지만 자식한테 뭘 사줄 때는 그런 걸 안 따지게 된다. 주문을 하고하릴없이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 기분이다. 잘 컸다. 흐뭇하다. 슬기가 태어나던 해 나는 박사과정을 시작했고 슬기 세살 때 의대에 편입을 했으니 어렸을 적 재롱피우고 이쁜 짓 하는 걸 본 기억이 없다.슬기는 엄마가 다 키워주셨다. 애가 제대로 잘 크고 있는지 어쩐지 챙길 겨를도 없이 나 살기 바빴다.시험기간이 언제인지 소풍은 갔다 왔는지 성적은 어떤지 그런 건 신경도 안썼다. 의대 동기들보다 한참 나이를 더 먹은 나는 내 신상 하나 유지하는 것에 급급했다. 의대를 다니던 때부터1주일간 연속되는 분..

아직 밤 샐 수 있다

엄마는힘들 때 쏘주 마시면서 견디고 일했던 것 같다.아빠랑 싸우고 화가 나면 쏘주를 마시면서 집안 대청소, 철 지난 옷 정리를 하셨고몸이 힘든데 겨울 김장을 잔뜩 해야할 때도 쏘주를 마시면서 하룻밤을 훌쩍 넘겨 혼자 힘으로 김장을 다 하시곤 했다.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픈데 아파서 죽겠다고 하면서도 몸에는 힘이 남아 있어그 아픈걸 다 견디고 일할 수 있다고 했다.그래서 엄마는 사람이 '힘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어떤 연구 결과에서도 나왔듯이허벅지는 근육 뿐만 아니라 지방도 힘이 된다고 하니아마도 내 힘의 근원은 허벅지가 아닌가 싶다.뱃심도 나날이 두둑해지고 있다. 난 아직 힘이 좋다. 그래서연휴 내내 베짱이처럼 놀다가 연휴 마지막 밤을 꼴딱 세고 밀린 일을 했다.'꼼꼼히' 했으면 몇일 걸려도 부족할 ..

연휴의 마지막 밤

슬기가 쉼없이 골골댄다.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코가 꽉 막혀 코로 숨을 못 쉬고 입으로 숨을 쉰다. 그래서 입술이 갈라지고 부르텄다.편도도 엄청 부어서 라이트를 비추지 않고도 편도에 궤양까지 다 보인다. (슬기 편도는 내가 본 편도 중에 가장 심하게 붓는다.)누런 코가 나오는 걸 보니 만성 축농증이 또 악화된 것 같다. 연휴라 항생제도 못 먹고 그냥 식염수로 세척만 하고 있다. 자꾸 코를 푸니까 머리도 울리고 무겁다고 한다. 기냥 누워서 TV 본다. 좋아하는 사이다도 입맛이 써서 못 먹겠다고 하니 할말 없다. 뭣 좀 먹어볼래? 물어도 손사래를 친다.애가 안 먹으니 기분이 영 환장하겠다. 엄마는 한달만에 7-8kg 정도 몸무게가 빠져버렸다. 갑자기 몸무게가 빠지니 기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