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체험학습

슬기엄마 2012. 10. 13. 11:17

 

 

전이성 유방암으로 치료 중인 나의 환자. 내가 보기엔 아슬아슬한데 환자는 씩씩하다.

호르몬 치료가 잘 되어서 안정적이었던 기간,

항암제를 썼는데 약이 잘 듣지 않았던 기간,

지금은 젤로다 먹는 약으로 10 cycle을 넘기고 안정적으로 치료 받는 기간.

종양 표지자도 많이 감소하고 환자도 불편한 증상이 거의 없어졌다. 비록 아직 병은 남아있지만...

그리고 그녀는 얼마전 직장으로 복귀하였다.

그래서 오늘 토요일 진료를 보러 왔다.

 

그녀에겐 고3 아들과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있다.

엄마가 아프니 아이들도 일찍 철이 들었는지,

아들은 오늘 예식장에 아르바이트 하러 갔고

딸은 교회를 열심히 다니며 엄마를 위해 기도한다고 한다.

진료 끝나고 나가보니

남편도 함께 오셔서 부인의 진료비를 계산하고 계신다.

눈물나게 알콩달콩한 집안이다.

 

딸 학교 숙제로 부모님 직장에 가서 체험학습을 해야 하는데

엄마가 미쳐 못 챙겼는지

세브란스 병원에서 나를 인터뷰 하는 걸로 대신 했으면 한다 하신다.

토요일 진료가 환자가 많지 않아 시간이 넉넉하다.

사진도 찍고

딸이 체험학습지 기록하는 것도 지켜보았다.

 

선생님 의사는 뭐하는 직업이에요?

 

아프다고 하면 어디가 아픈지 찾아주고

아픈 사람 낫게 해주고

힘내라고 격려도 해주면서

그렇게 도와주는 사람이야.

 

그런데 딸은 간호사가 되겠다고 하네 ㅎㅎ

 

내 스마트폰으로도 사진을 찍고

환자 스마트폰으로도 사진을 찍고

서로 찍은 걸 문자메시지로 보내주고

뭐 그런 걸 하는데

엄마가 딸한테 다 시킨다.

이렇게 좀 해봐.

이거 할 수 있어?

딸은 뭐든 척척이다.

엄마는 말만 하면 된다.

 

엄마는 그런 딸을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내가 보기에도 딸이 너무 귀엽고 예의도 바르고 붙임성이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아주 잘 다룬다. ^^

 

내가 해 놓은 대답에 책임을 질 자신이 없어서 였을까?

비겁하게 한마디 덧붙인다.

 

응...

의사라고 해서

다 낫게 해 줄 수 있는 건 아니구....

 

아이구 이 주변머리. 도둑이 제발 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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