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검색 결과

112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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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31 - 이수현 슬기엄마

    오늘 하루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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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15 - 이수현 슬기엄마

    마음의 짐, 마음의 빚 2 - 호스피스 완화의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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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05 - 이수현 슬기엄마

    내가 할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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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1.30 - 이수현 슬기엄마

    다 알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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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1.24 - 이수현 슬기엄마

    이거 하니까 마음이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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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1.11 - 이수현 슬기엄마

    너무 안타까워서 미워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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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1.04 - 이수현 슬기엄마

    최선을 다했지만 후회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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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0.20 - 이수현 슬기엄마

    젊은 엄마의 임종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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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0.13 - 이수현 슬기엄마

    호스피스 완화의료팀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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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0.04 - 이수현 슬기엄마

    CPR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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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8.19 - 이수현 슬기엄마

    종양내과 코드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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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8.03 - 이수현 슬기엄마

    나만의 VIP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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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7.07 - 이수현 슬기엄마

    우울한 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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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6.18 - 이수현 슬기엄마

    원망어린 문자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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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6.12 - 이수현 슬기엄마

    전과한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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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6.10 - 이수현 슬기엄마

    제가 할 수 있는게 없는게 제일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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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5.31 - 이수현 슬기엄마

    회진 중 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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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5.29 - 이수현 슬기엄마

    환자가 미워질 때는 '리셋'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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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5.22 - 이수현 슬기엄마

    어떻게 말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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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5.15 - 이수현 슬기엄마

    희승이 치킨 먹다 배터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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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5.13 - 이수현 슬기엄마

    희승이 치킨 많이 먹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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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5.10 - 이수현 슬기엄마

    희승이 치킨값 좀 보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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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5.09 - 이수현 슬기엄마

    지금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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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5.08 - 이수현 슬기엄마

    호스피스 보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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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5.05 - 이수현 슬기엄마

    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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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4.21 - 이수현 슬기엄마

    딩동 문자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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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4.21 - 이수현 슬기엄마

    병원에 오니 살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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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4.13 - 이수현 슬기엄마

    편안한 죽음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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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3.29 - 이수현 슬기엄마

    힐링 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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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3.26 - 이수현 슬기엄마

    자식을 떠나보낸 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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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해 살지만

그리고 지금 내가 그렇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조건에 처해 있다는게 다행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허탈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외롭고 고독하다. 

나?

아니 우리 모두!


우리 마음 속에는

내가 절대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느끼기 보다는

남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더 느끼는 것 같다.

내가 지금 비록 상황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누구보다는 나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기 쉽상이다.

그래서 때론 남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을 해버리게 된다. 

무의식중에 내 뱉은 나의 한마디 말로 그 누군가는 엄청나게 상처를 받는다. 

난 그런 실수를 저지르고 산다. 



지금 나에게 입원해 있는 환자들 중 대부분이

호스피스 환자이다. 

의사로서 의학적인 도움을 주기 어려운 상태이다. 증상 조절만 하고 있다.

환자를 퇴원시키거나 전원하는 것이 너무 어렵고 힘들다. 



 

제일 가슴아픈 건 

착한 S.

나는 이제 환자 이름을 부른다. 

누구야, 오늘은 좀 어때? 잠 잘 잤어? 

처음에는 S 씨 혹은 S 환자 그렇게 불렀는데

이제 동생같이 그냥 이름을 부른다. 

환자의 이름을 부르고 반말을 하는 건 처음이다.


아무것도 못 먹는 S.

세달째 콧줄을 끼우고 있다. 

객관적으로 항암치료를 할 컨디션이 아닌데 목숨걸고 항암치료를 해보기로 했다. 

병 진단받고 항암치료를 한번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계속 나빠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죽기만을 기다리기엔 너무 억울했다. 

제 용량도 아닌 weekly cisplatin. 

3주 동안 세번 항암치료를 했다. 첫 항암치료를 하던 주에 S는 너무 힘들어 했다.

마음 속으로 엄청 후회하고 반성했다. 괜히 치료했구나. 내 욕심이다. 그렇게.

그런데 기적처럼 복부팽만감이 좋아졌다. 퉁퉁 부은 배와 다리의 붓기가 빠졌다. 부어서 팽팽하던 살이 이제 말랑말랑해졌다. 

그렇지만 거기까지. 

합병증이 생겨서 더 이상 항암치료를 스케줄 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열이 나고 뱃속이 엉망이라 항생제를 쓰고 있었는데 항생제 때문인지 혈소판 감소증이 생겼다. 

그래서 가능성있는 약을 다 끊고 바꾸고 그렇게 몇일을 버텼다. 

다행히 혈소판 수치가 회복되었다.

암성 열인지 염증성 열인지 확실하지 않은 열이 계속 난다.

세번의 항암치료를 하고 시간이 꽤 지났지만 점점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 아무래도 항암치료를 하고 나니 기운이 더 빠지는 것 같다. 못 먹은지 세달째. 뼈만 앙상한 S.


항암제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계속 진행하기에 부담이 된다. 

객관적으로 항암치료를 하면 안되는 상황인데 내가 욕심을 낸 것이지. 

엄마도 

나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엄마도 내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시지만 어떤 결정도 못 내리신다.


S랑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솔직하게 내 심정을, 내 판단을 얘기했다.

그리고 너의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다.

아무 말도 못한다.

내가 생각해도 환자가 대답하고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S야.

난 이제 항암치료 하고 싶지 않다.

아마 항암치료를 조금만 했는데도 반응이 꽤 좋았던 걸 보면

항암치료 하면 더 좋아질 거 같기는 해.

그런데 지금 뱃속의 병 상태가 많이 나빠서 

아주 많이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조금 좋아지려고 많이 힘든 치료는 하고 싶지 않구나.

더 이상 항암치료를 안하겠다는 나의 결정을 받아들이는게

너로서 굉장히 힘든 일일거 같다.

인생 포기하는 것 같고...

그래서 나도 말하기 어려웠다.


근데 S야. 

그래도 그만 하자. 

남은 내 인생의 시간이 항암치료하면서 점점 더 힘든 시간으로 채워지게 될 것 같다. 

어제 진통제를 많이 올렸더니 안 아프고 괜찮지?

지금은 그냥 기운만 좀 없지 그럭저럭 괜찮잖아?

그러니까 이대로 있자. 

항암치료 하면 이만한 컨디션도 유지하기 어려울지 몰라. 까딱 잘못해서 폐렴오고 요로감염오고 그러면 순식간에 컨디션이 나빠지고 어쩌면 죽을지도 몰라. 난 그게 더 무섭고 싫다. 


S는 내 결정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우울해 했다. 엄마 몰래 우는 것 같았다. 눈가가 촉촉히 젖어있다. 


잘 잤니?



더 아픈데 없어?



마음 않좋아?


...


엄마한테 얘기 들었어. 

항암치료 안하면 다른 병원 가야하냐고 그랬다며?

다른 병원 안 가도 되.

항암치료 안 해도 되니까 그냥 여기 있자.

그러니까 안심하고 편안하게 잘 지내라. 알았지?



매일

회진 돌면서

S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힘들게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아픈 환자도 있는데

나는 건강하니까 다행이지

어찌 그런 마음을 먹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도 S를 보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

삶의 불공평하다,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 나는 왜 고통스러운가, 그런 마음을 가질수가 없다.

S를 보면 난 그냥 잠자코 있어야 한다. 내 마음 속에서 널뛰는 온갖 종류의 아픈 감정들을 잠재워야 한다. 



오늘은 S 얼굴이 좀 편안해 보였다. 

그냥 있으라고 하니까 마음이 놓였나 보다. 


S야, 좀 괜찮아?

오늘은 좀 편안해 보이네.


선생님 괜찮아요.

안 아프고 좋아요. 


S와 엄마가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인생은

오늘 하루가

선물이다.


S에게는 이렇게 보내는 하루하루가 선물이다. 

선물같은 하루를 살 수 있도록 완화의료팀이 도와주고 있다. 


나도 하루를 선물로 받아들이고 살기로 한다. 

2013년은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삶과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더 노력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 오상필 2013.12.31 22:51 신고

    교수님 감성이 풍부하신 소녀같으신 분 같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분이시군요, 전 4년반동안 직장을 두번이나 그만두고 집사람 치료를 위하여 매달리고 있는중이며, 서울 강남 세브란스를 비롯하여 부산의 대학병원3군데를 다녀봤지요. 모든의료진들이 교수님같으면 좋겠습니다. 제 욕심일런지는 모르겠지만요....

  • 김현주 2014.01.01 02:25 신고

    교수님
    2014년 새 해는 원하시는 모든것이 이뤄지고
    기쁨으로 살아가는 날들 되시길 기도합니다

  • 워니아빠 2014.01.06 13:52 신고

    2013년 12월 10일
    제 아내가 떠난 날입니다.
    뇌전이되었을때, 고칼슘혈증 왔을때 제글에 답해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이젠 글남길 일이 없게 되었네요.
    아픈 사람들만큼 불쌍한 사람이 없어요. 많은 힘이 되시길 그리고 선생님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 2014.01.21 20:28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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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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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도 중요하지만

핵심적인 결과로 증명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제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그동안 함께 일하면서 지켜본 바에 의하면 

우리 호스피스 팀은 세상 그 어느 일류 병원의 완화의료팀에 못지 않은 능력있는 일꾼들로 구성되어 있고

환자에 대한 헌신과 봉사, 사랑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팀이라고 자부합니다. 


환자 한명 한명을 내 가족보다 더 소중히 

그리고 환자의 가족들까지 그 모두를 포함하여

환자 임종의 순간 그리고 가족이 사별의 아픔을 이겨내고 견디는 그 순간까지

여러분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그 누구도 고귀한 삶을 살다 가는 별입니다.  

그 별들이 자기 빛과 향기를 잃지 않도록 여러분이 끝까지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언젠가 미래에 죽을 때 당신들의 손길을 기다리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는 것만으로 인정받고 만족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난 십수년간 우리 호스피스 팀은 최선을 다했죠. 

그러나 정작 병원 내에서는 별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정규 직원도, 전담하는 의사도, 예산도 책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1년에 두번하는 바자회 기금으로 최소한의 비용을 충당하고

암센터 특별 예산으로 몇번의 지원을 받는 것이 전부였죠. 

 

우리병원에 호스피스팀이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면에서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지 아는 사람도 별로 많지 않습니다. 내과 전공의들조차도 호스피스 팀의 존재를 잘 모릅니다. 협진을 내면서도 과연 호스피스팀이 환자들에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내 진료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도 모르는 형편입니다.  

씁쓸하게도

말기 암환자의 병원 재원일수가 길어지면, 담당 의사가 말하기 어려운 전원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부서 정도로 인식하는 의사가 제일 많을지도 모릅니다.

조직 내에서 인정받고 각광받지 못하는 단위는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지금 한국의 현실에서 

병원은 자선기관이 아닙니다.

눈물겨운 봉사와 사랑으로는 더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습니다.

임종을 앞둔 암환자에게 

영양 수액을 제거하고 피검사나 CT를 찍지 않고 약제 투여도 자제하는 것이 원칙이라면, 

그런 환자가 병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병원으로서는 수익상 마이너스입니다. 

즉 호스피스 환자를 진료할 수록 마이너스가 심해집니다. 저의 외래환자 수익율과 입원환자 수익율을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국가는 작년 한해 동안 호스피스 수가를 책정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해 보았고 2014년 다시 한번 확대된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제가 보기에 현재 예정하고 있는 그 진료 수가는 택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말기 암환자의 마지막 임종 순간에 주사 진통제를 잘 투여해주고 기도하면서 평온히 잘 돌아가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재 환자가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옆에서 지켜보는 저로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임종을 앞둔 말기 암환자는 일반 환자에 비해 4-5배 이상 간호의 손길이 더 필요합니다. 단지 먹는 약이나 주사제로 조절되지 않는 통증도 많습니다. 통증 조절을 위한 시술도 필요합니다. 시술이나 수술이 환자의 통증을 완화시켜 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진툥제도 단지 마약성 진통제 한가지로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만으로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가 하룻밤이라도 편안하게 주무시도록 하려면 많은 애를 써야 합니다. 

 

그러므로 단지 환자를 위한 혹은 자애로운 병원이라는 이미지를 제고/유지하기 위해 호스피스 완화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병원 생존을 위해 도움이 안 됩니다. 저라면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보다는 차라리 다른 것을 시도해서 혁신적인 이미지를 만드는게 낫다고 생각해요. 

 

지금 한국의 병원은 그런 이미지를 걱정할 때가 아니거든요. 

병원의 재정 적자가 매년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최소한 물가상승률만큼은 진료수가가 올라야 하지만, 

십수년째 진료수가는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합니다. 

환자를 볼수록, 진료를 할수록 손해를 보기도 하는 진료과도 있습니다. 

건강보험과 의료수가의 제도적 폐해가 심각하게 쌓이고 있습니다. 

속내를 모르는 일반 국민들은 종합병원의 특진비나 약품가격 관련된 리베이트를 병원과 의사의 윤리성 문제로 연결시켜 비난하지만, 이는 국가가 그동안 제도적으로 갖추어야 할 보건의료 제반비용을 지출하지 않으면서 우회적으로 개별 민간 자본의 틈새를 이용해 의료기관이나 의사들이 편법적으로 이를 이용하도록 유도하여 적자 재정을 해결한 측면이 강합니다. (물론 제가 병원이나 의사의 개별적 비윤리적 행위를 옹호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제도적으로 그런 측면이 있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하간 작금의 병원은 인건비, 재료비, 약제비, 운영비 등 그 모든 것을 긴축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인력을 줄이는 것이 가장 시급합니다. 병원 지출 중에 인건비가 가장 큰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국립서울대병원은 지난 9월부터 의사들 월급을 깎기 시작했습니다. 내년이 되면 더 많은 사립병원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입니다. 당장의 불을 끄기에는 인건비 절감이 가장 효과적이니까요. 그리고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일은 가뭄에 콩나듯 드문 일이 될거에요. 



여하간

임종 환자를 대상으로 교과서적인 진료 원칙을 구현하는 호스피스 프로그램은 

현재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습니다.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음만으로는 병원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임종환자에 대한 말기 호스피스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4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기 완화의료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한다면  

어떤 점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병원이라는 조직에 이득이 있고

환자 진료의 질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측정 가능하고 구체적인 지표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병원은 이러한 제안에 큰 관심을 갖지 않을 것입니다.


곧 문을 열게 된 새 암병원에서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프로그램을 중요한 signature program 의 하나로 인정하고 일차적으로 이슈화하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이 팀이 무엇을 이루어 낼 수 있을지를 결과 중심으로 제시하지 못한다면 궁극적으로 병원 내 의미있는 진료 단위로 자리잡지 못하고, 지난 십수년간 지내왔던 것처럼 자원봉사 차원의 노력을 하는 집단으로 지위가 축소되고 말 것입니다.  


 

의사들에게 어필하는 문제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환자에게 이만큼 잘 해주고 있다 

그런 노력만으로는 

의사들에게 호스피스와 완화의료의 필요성을 인정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완화의료팀의 노력이 의료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어설픈 아마추어리즘을 극복하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과 한 팀이 되어 함께 치열한 고민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이렇게 변방에서 한마디 하는 사람으로 남게 되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헌신적으로 노력했다는 것만으로는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호스피스 팀이 병원에서 인정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정확히 분석해야 합니다.

단지 사람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담당 의사가 없어서 라는 이유를 넘어서 말이죠. 

그 한계를 넘어설 때

진정 최고의 팀이 될 수 있습니다.  


환자를 의뢰해 본 임상의사로서 

우리 팀의 일하는 속도는 별로 빠르지 않았습니다.

언제 

무엇을 

어떻게 

환자에게 intervention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하루 단위 그리고 더 나아가 일주일 단위로 care plan 이 필요하고 

그러한 계획을 얼마나 제대로 달성했는지 지표화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합니다. 


그렇게 측정할 만한 성과지표가 있지 않으면 

호스피스팀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그냥  착한 사람들이 모여 환자를 위해 애쓰는 

그런 어리숙한 조직으로 남고 말 것입니다. 

  


제가 매번 회의에서

우리 팀에게 매서운 말을 했던 것이

모두 다 제 진심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팀이 더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환자의 처지가 안타깝다고 해서

우리가 한발이라도 더 먼저, 더 많이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제도적인 완화의료시스템이 정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는

멋진

진료 단위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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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것

 

 

책상 위에 성모상을 그녀에게 갖다 주었다.

 

그 성모상은

예전에 내가 치료하지도 않은 환자의 보호자에게 받은 선물이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지만

그것만으로 다 되는 것은 아니니

신의 은총이 나에게 함께 하길 바란다는 기원을 적은 카드와 함께.

엄마가 점점 나빠지고 임종 준비를 해야 하는 어려운 시기,

그녀는 나에게 메일로 여러가지 문제를 상의했었다.

나는 본 적도 없는 환자에 대해 의학적인 부분을 코멘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적지근한 대답.

안타깝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다고

오늘이 가장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고

엄마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시라고.

그냥 좀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별로 도움이 안되는 그런 메마른 위로의 말을 건넬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그런 답을 할만한 사람인지, 적절한 위치인지, 좀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어떤 이 필요한 것 같았다.

자기가 흔들리지 않고 지금의 시기를 견디기 위해서는

자신을 붙잡아 줄 수 있는 이 필요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건조한 답이나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모상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그녀가 나에게 보낸 선물이었다.

 

 

 

나는 성당도 열심히 안 다니고 기도도 잘 하는 편이 아니지만

환자를 보다가

내 능력의 한계를 느낄 때,

나의 능력과 현대 의학의 지식만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

환자를 위해 기도를 한다.

 

 

우리 환자가 지금 이 고비를 잘 넘기게 도와주세요.

우리가 하는 만큼 최선을 다할 테니

우리 환자의 마음에 평화를 주세요.

 

 

지금의 나로서는 그녀를 위해 더 이상 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혜가 필요하다. 삶과 죽음에 관한.

그녀는 힘들게 결정을 하였다.

객관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은데, 항암 치료를 해보기로 했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자신의 미래를 위해 어떤 판단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 스스로 결정했다.

오늘 3주째 항암치료.

2주째 치료하던 날 너무 많이 힘들고 아파서 엉엉 울었던 그녀.

오늘 내일은 진통제 수면제를 많이 쓰고 계속 자라고 했다.

 

 

그녀에게 내 성모상을 주며

 

 

나를 지켜주시던 분이 이제 널 지켜줄거야. 힘내라.

힘들어도 잘 참고.

괜히 짜증내서 엄마 힘들게 하지 말아라. 알았지?

 

 

환자를 위로하고 격려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괜한 훈계를 하고 돌아온다.

더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생은 항상 해피엔딩이 아니다.

나에게만큼은 예외적으로 좋은 결과가 있기를,

실날같은 희망에 기대어

더 좋아지기를 기원하며 지금을 견디지만

결과는 내가 결정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는 다만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결정할 수 있을 뿐이다.

 

 

나는 그녀가 지금을 견딜 수 있는 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 성모상을 환자에게 주었다.

 

 

 

오늘은 외래가 없는 날이다. 그런 날 급하게 병원을 찾게 되는 환자는 종양내과 일반외래를 보게 되어 있다. 그렇지만 가끔은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 내마음이 놓이지 않으니 공식 진료가 아니더라도 내가 직접 보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환자 몇 명씩을 진료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 직업이 아무리 의사라 해도 환자를 보는 것 말고도 많은 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규칙적으로 정해진 날에만 진료하는게 나를 위해 필요하기도 하다. 진료방도 없는데 간호사에게도 미안할 노릇이다.

 

 

자주 그렇게 봐주게 되는 환자가 있다.

그만큼 상태가 안좋다는 뜻이다.

아직 아이가 어린 그녀. 난 나보다는 그녀의 형편과 일정에 맞춰서 진료를 봐준다.

더 이상 치료적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내가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게 별로 없는 상황이다. 증상 조절이 중요하다. 복수로 힘들어 하는 그녀. 물이 차면 외래에 와서 물을 빼고 간다. 가끔 관을 넣어 보기도 한다. 별로 효과가 없다. 그래서 수도 없이 복수천자를 해보고 관을 넣어보기를 반복, 이제 영상의학과 인터벤션실에서도 그녀를 알고 있다.

오후에 외래 간호사실에서 전화가 왔다.

환자를 바꿔준다.

 

 

그제 관을 넣고 갔는데 물이 새서 어제 왔었잖아요? 근데 어제 시술 받고 간 다음부터 배가 너무 아프고 물도 잘 안 나와요. 배가 너무 불러서 누울 수도 없어요. 어제 시술한 선생님이 잘 못한거 같아요.

 

그녀의 불평이 끝이 없다.

뒤로 갈수록 울먹이며 하는 말을 알아먹을 수가 없다.

 

 

많이 아프세요? 입원할까요?

 

 

제가 지금 입원하겠다는 말이 아니잖아요.

예전에 시술했던 그 선생님한테 시술받게 해주세요. 손이 자꾸 바뀌니까 잘 안되는거 같아요. 저 너무 힘들어요.

 

 

인터벤션실 스케줄이나 운영원칙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환자가 어떤 선생님을 말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시술할 때마다 담당 의사가 바뀌기 때문이다. 한참을 물어 어떤 선생님인지 알아냈다. 그녀는 전화 도중에 계속 운다. 단지 아파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런 형편에 처한 자신의 상황이 너무 힘들고 비참해서 그런 것 같다.

 

그 선생님 전화번호도 모르고, 오늘 시술을 하시는 날인지도 모르고, 내가 그녀를 위해 직접 해 줄 수 있는게 아니라, 모든 걸 알아보고 부탁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사실 이것은 그녀의 뱃속 병이 나빠지고 있어서 단지 복수의 문제가 아니라 뱃속 종양이 커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도 은근 슬쩍 짜증이 나려고 한다. 환자를 위해 종양내과의사로서 내가 해야 하는 일과 환자의 모든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것 사이에서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 같다. 그런 내 심정도 모르고 환자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한다. 못 참고 한마디 한다.

 

 

 

지금 단지 물 때문에 힘든게 아니에요. 병이 나빠져서 그런거라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진통제 용량도 늘이고 힘들어도 좀 견뎌야 하는 거에요. 우리 치료 안하고 지낸지 1년 넘었잖아요? 어찌어찌해서 이번에 물이 좀 나와도, 금방 막히거나 관이 기능을 못할 거에요. 앞으로는 점점 증상 조절하는게 힘들수 있어요. 제가 알아보는만큼 알아봐서 부탁드리겠지만, 늘 이렇게 할 수는 없는게 병원 형편이에요. 환자가 이해해 줘야 하는 부분도 있는 거라구요. 아시겠어요?

 

 

수화기 저쪽 편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잠시 침묵.

 

 

알겠어요.

 

 

지금 그녀가 기댈 곳은 나밖에 없으니 그랬을텐데

내가 또 못 참았다.

그녀가 원래 이런 사람 아닌거 다 아는데도

나는 또 못 참았다.

 

 

시간이 지나고 병이 나빠질수록 환자들의 마음은 아기처럼 퇴행한다.

자기를 더 잘 봐달라고 요구하는 걸 느낄 수 있다.

남편도 모르고 아이도 모른다. 자기가 얼마나 힘들고 벼랑끝에 서 있는 기분인지를.

그래서 상의하고 의지하고 기댈 사람이 의사인 나밖에 없을 때가 있다.

 

 

그런 걸 알면서도

나 왜 그랬을까?

 

 

그녀에게도 지금을 버텨줄 이 필요했을텐데 너무 냉정하게 말했다.

그 끈이 꼭 항암제가 아니더라도,

완치에 대한 희망이 아니더라도

그녀의 불안한 마음을 붙잡아 줄 을 주는게 필요했는데

 

 

 

말기 암환자에 대한 완화의료,

수익도 낼 수 없고 

제대로 실천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내 힘만으로 할 수 있는게 아니다.

너무나 많은 파트와 많은 인력이 환자 진료에 관여한다.

항암치료 하는게 훨씬 쉽다.

수익도 더 많이 낼 수 있다.

완화 의료는 객관적으로 그 정도와 질을 측정할 지표도 없고

환자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많아야 한다.

의사 마음도 많이 지친다.

 

 

그러나

마음을 쏟지 않고

어떻게 말기 암환자를 볼 수 있겠는가.

 

 

나도

지친 것 같다.

방전되기 전에 밧데리 충전을 시작해야겠다.

 

 

 

 

 

  • r1예신 2013.12.31 23:52 신고

    힘내세요 선생님! 선생님글읽으며 제 남편될사람(레지던트1년차)이 얼마나 환자와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걱정하며, 또 의사가아닌 다른 역할들을 감당하며 살아가는지 많이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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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뱃속 암이 진행되면서

복강 내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을 누른것 같다.

큰 혈관이 눌리니 

혈류 흐름에 장애가 생기고

그러면서 와동된 혈류 흐름 때문에 혈전이 생긴 것 같다.

그렇게 생긴 동맥혈 혈전은 바로 뇌로 날아가 뇌경색을 일으켰다.

혈관을 누르고 있는 종양 때문에 혈전의 생성 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뇌경색이 발생하였다.

처음에는 말을 못하는 정도였는데

반복적인 뇌경색 이벤트가 있은 후에는

의식도 나빠졌다.

경기도 한다.



그녀 나이 이제 겨우 30대 중반이다.



그렇게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자꾸 경기를 하니까 진정제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잠자는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애기처럼 피부도 하얗고 

얼굴도 너무 예쁘다.

애기 엄마같지 않다. 



혈전이 계속 생기고 뇌로 날라가니

병을 콘트롤하기 위해서는 항암치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객관적으로 그녀는 항암치료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의식도 없고

밥도 못 먹고

눈도 맞추지 못하는 상태에서

항암치료가 왠 말인가.



그래도 항암치료를 시작하였다.

이득보다 해가 더 많을지도 모르는데, 안 할 수가 없었다. 

혈전을 잠재우지 않으면 뇌로 계속 날라가 회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항암제가 아주 효과적일거라는 기대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이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심정으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남편에게는

만약의 상황에서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심폐소생술은 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약속을 받고 말이다. 




그리고 2주째.


환자는 눈을 떴고 

더 이상 경기를 하지는 않지만

아직 눈도 맞추지 못하고 말도 못하고 자세도 경직된 상태인 채로 있다. 

손을 너무 움켜쥐어서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갈 지경이다. 아직 경직이 풀리지 않고 있다. 

아직 불수의적인 움직임도 많다.

항암치료를 시작한 때보다 더 나빠진 것은 아니지만

좋아졌다고 볼 수 있는 증상 개선도 없는 것 같다.

그냥 기도하는 마음으로 회진을 돈다.

간병인과 

남편과

환자의 어머니와

돌아가면서 매일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린다.


뇌경색이 풀리기를,

뱃속의 종양이 좀 작아져서 

더 이상 색전증이 생기지 않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더 이상은 할 일이 없다는 것을 나도, 환자의 가족들도 알고 있다. 



어제 회진을 돌면서 

예쁜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 보는데 

문득

환자가 지금 의식이 있다면 그녀 심정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지금 자기 병이 재발한 것도 모를 것이고

자기가 왜 지금 말을 못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을 것이고

왜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지도 모를 것이고 

지금, 여기가 어딘지도 알 수 없을 것이고

내가 다시 좋아질 수 있을지, 다시 말을 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을 것이고 

나의 어린 아들은 누가 돌보고 있는지도 걱정이 될 것이고

도대체 나는 왜 이러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두려울 것 같았다. 



맞아, 지금의 이 혼돈 속에서 두려운 마음이 가장 크겠구나

설명을 좀 해주는게 필요하겠다. 



그동안 나는 매일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 옆에서 그녀의 존재를 크게 개의치 않고 

가족이나 간병인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만약 그녀가 내 말을 듣고 있었다면 

자신이 들은 조각조각 이야기들을 꿰어 맞춰 

지금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해석하려고 애를 쓸 것 같았다. 

뇌경색 이후라 

생각을 명민하게 잘 할 수 없고 머리가 멍할 것 같다. 

뭐가 뭔지 제대로 생각이 엮이지 않는 혼란스러운 상황일 것 같았다. 



그런 마음이 들어서


그녀를 만난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가 경과관찰한 그녀의 상태를 이야기해주었다.



있잖아요.

병이 재발했어요.

재발하면서 혈전이 생겼나봐요. 혈전은 혈액성분들이 엉겨붙은 작은 피딱지라고 생각하면 되요.

원래 암환자들은 혈전이 잘 생겨요. 

그렇게 만들어진 혈전이 혈관을 타고 뇌로 날아가서 뇌경색을 일으킨 거에요.

그래서 지금 정신도 혼란스럽고 말도 안 나오고 몸도 제대로 못 가누고 있는거에요.


암 때문에 혈전이 생긴거라 지금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데도 

며칠 전 항암치료를 시작했어요.

그래서 몸이 많이 힘들었을 거에요.

아마 다음주 부터는 몸 상태가 많이 회복될 거라고 봐요. 

항암제가 들어간지 시간이 꽤 지났거든요.

뇌경색이 좋아져서 다시 말도 하고 의식이 맑아질지 어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젊으니까 좋아질 거라고 믿고 있어요.

우리 몸에서는 혈전을 녹이는 물질이 만들어지고 있거든요. 

그것들이 혈전을 녹이고 기절한 뇌가 서서히 자기기능을 되찾기를 바라고 있어요. 


요즘은 특별한 치료 없이 경과보면서 그냥 기다리는 기간이에요.

애기때문에 걱정되죠?

잘 지낸대요.

남편이 보여주는 동영상 봤어요?


지금 내가 한 말 다 이해가 되면 눈 한번 깜빡 해보세요.



그녀는 눈을 깜빡거리지 않는다.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그렁그렁 눈물이 맺치다가 툭툭 떨어진다. 

목이 막히는지 침도 입 밖으로 흐른다.

정서적으로 흥분되고 격앙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다 듣고 있었구나.

의식이 있었던 거구나.



나는

그동안 회진을 돌며

그녀를 없는 사람 취급하였다.

말이 안통하고

눈을 맞추지 못하니

사람간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못한것 같다. 



완화의료팀에 협진을 내서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내용이 연결되는

책읽기 자원봉사자를 연결하기로 했다.

그녀를 이 세상과 연결시켜 줄 이야기가 필요하다.



아직 의식이 맑지 않고 회로가 끊겨 있어 많은 정보들이 그녀를 더 혼란시킬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편안하고

쉽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어지러운 그녀의 마음을 풀어줘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잠은 잘 자는 편인데

어제 밤에는 잠을 거의 못잤다고 한다. 

아마 내가 한 이야기들 때문에 혼란스럽고 마음이 힘들었는 모양이다. 


한번은 넘어야 했을 산이라고 생각하자.


이번 치료의 목표는 그녀가 말을 하는 것.

그렇게 뇌기능이 돌아오는 순간까지 

최대한 몸을 잘 보존하고 조심히 항암치료해서 뱃속의 병을 좀 줄이는 것. 


경직되어 한쪽으로 꺾여 있는 그녀의 가는 목을 보고 있노라면 

아멘이라는 기도가 절로 나온다. 


하느님,

종양내과 의사인 저에게 주어진 일은 

정해진 용량의 탁솔 카보를 처방내는 일 뿐인 것 같지만 

저에게 인내와 끈기로 최선을 다해 그녀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주세요.

그녀가 자신의 생명력으로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BlogIcon 변선주 2013.11.30 19:21 신고

    근래에 본 글 중에서 가장 뭉클하네요..

  • 덕순씨 딸 2013.11.30 21:45 신고

    그녀를 대신해서 감사하고 싶네요
    그녀가 나으려고 노력하게 될 것 같아요

  • 엄마 2013.11.30 22:55 신고

    엄마가 경련이 오고 경직이 오고 눈동자를 맞추지 못한 며칠동안이 있었어요. 그때 왠지 마지막일 것 같아, 그리고 의식이 돌아오면 이야기 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 혼자 간병하던 날 엄마에게 속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아빠가 제가 중학교 때 돌아가셨는데 제가 늦둥이라 엄마가 저를 그때부터 혼자 키우셨거든요. 나 혼자 키우느라 너무 고생했다고, 애 많이썼다고, 미안하고 고맙고 막 울면서 엄마를 끌어안고 이야기 했었어요. 근데 그 이야기 할때 의식이 없는 엄마가 눈물을 흘리고 사래가 걸리고 손을 허공에다 막 흔들었어요. 아니라는 듯이요. 선생님 글을 보니 그때 엄마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나요. 보고싶네요. 엄마...

  • 앙젤 2013.11.30 23:20 신고

    최근 페북을 통해 알게되어 샘의 글을 꾸준히 읽고 있는데.... 참 많은 생각을 해요.. 밤에 자려고 누워 글을 읽는 경우가 많은데 매번 가슴이 너무 아파 울게 되네요... 사람의 존귀함을 깨닫게 된달까.... 아기 엄마가 회복되어 아이를 만나 이야기할수 있기를요.... 그리고 샘도 힘 잃지마시고 그 자리에서 지금처럼 빛이 되시기를요...

  • 아카시아 2013.12.01 10:08 신고

    선생님 사랑은 이 땅에서도 영원가운데서도 유효합니다. 힘내시고 선생님의 믿음과 소신을 따라 늘 최선을 다하시길 응원합니다

  • 한수명 2013.12.01 20:12 신고

    선생님의 리얼한 글들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사회학, 물리학 전공하신 경력이 괜히 하신 것이 아니신 것 같습니다.
    섬세하게 써 내려가시는 님의 모습에 경외감을 갖게 됩니다.
    감사드립니다.

  • 달콤한 우주 2013.12.02 01:21 신고

    열흘동안 3번의 뇌출혈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중환자실에 혼미, 혼수 상태로 누워 계신 엄마.
    엄마가 무지 사랑한 아빠가 말씀하시면
    가끔씩 눈물이나 약간의 미동이 있으셨지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궁금한게 생겨서 하나만 여쭤 볼께요.

    이전에 잠깐 언급했었는데...
    형부가 간암말기인데 위, 비장, 폐, 혈액에 전이가 되어있는 상태이고
    여러가지 새로운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 염려스럽지만 혈전 때문에 생길 갑작스런 응급상황을 준비하라(맘의 준비)는
    의사선생님의 이야기가 있었어요.
    형부의 경우, 심장에 문제가 생길까만 걱정했는데
    뇌경색도 생길 수 있는건가요?

  • 리포지셔닝 플래너 2013.12.02 03:06 신고

    저도 그 분과 선생님을 위해 기도드릴께요.

  • 남수우 2013.12.02 18:55 신고

    눈물나서 읽기 힘들었어요
    그분이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좀더 갖게 해달라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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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의 그녀. 

담낭암을 진단받고 

수술과 방사선치료, 항암치료를 다 마치고 3개월만에 처음 찍은 CT에서 재발된 것을 확인하였다.

아무런 증상이 없다.

국소적으로 재발이 되었다.

그래서 또 재수술을 하고 다시 항암치료를 하였다. 

항암치료 세번 하고 찍은 CT에서 또 다른 부위에서 재발이 된 것을 확인하였다.

역시 아무런 증상이 없다.

약을 바꿔서 항암치료를 여섯 싸이클을 했다.

그런데 병이 더 번져있었다.

다시 약을 바꿔서 항암치료를 했다.

이번에는 약물 부작용으로 설사하고 입안도 많이 헐고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

아무 증상도 없는데 계속 항암치료를 했더니 몸만 상하는것 같다.

그녀는 더 이상 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10kg 이상 살을 뺐다.

그리고 명품 브랜드 옷도 꽤 샀다.

부자는 아니지만 모아놓은 돈을 다 써서 좋은 옷과 핸드백, 악세사리등을 사 모았다.

그동안 입었던 옷은 다 버렸다.

누가 봐도 멋지고 세련된 아줌마로 변신했다.

자기가 가지고 있던 돈을 다 쓰고 죽기로 결심했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으니 여기 저기 여행도 많이 다닐 예정이다. 

구찌뽕, 약초다린 물, 흑마늘, 몸에 좋다는 것을 다 먹는 식이요법을 하고 있다.

병은 여전히 조금씩 진행중이다.

다른 병원에서 온열치료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저것 대체 약물 요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자기는 원래 별로 하고 싶지는 않은데 

동생이 원하니까 하는 거라고 한다.

그냥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시간이 나면 치유집회를 다니신다. 

그녀의 신앙은 다소 기복적인 측면이 있는것 같다.

하느님이 나를 낫게 하고 다시 쓰실 것으로 믿고 있다고 한다. 


CT 상으로 병이 조금씩 나빠지고는 있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고 아직까지 복강 안에 머물러 있다.

담도계 병은 치료가 어렵다.

뾰족한 약도 없다.

황달이 오면서 밥도 못 먹고 통증 조절도 어려운 병이지만

그녀의 임상양상은 좀 다르다.

좀 느리고

증상이 없다.

그래서 나도 항암치료를 더 이상 적극적으로 권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녀가 대체의료에 너무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것에 대해 여러번 설명하고 굳이 그러지 마시라고 우회적으로 말씀드렸지만, 증상이 별로 없고 어디 특별히 아픈 곳이 없는 그녀는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살겠다고 한다. 그냥 자기 마음 편한대로.



한편으로 

자기는 처음 진단받고 수술했을때, 수술만 하면 완치가 되는 줄 알고 철석같이 의사가 시키는대로 다 했는데 재발한 것에 대해 내심 원망이 있는 눈치다.


누구나 그렇듯이 사람 관계는 첫 인상, 첫 만남이 중요하다. 평소 건강했던 그녀는 병원이라고는 다녀본 적이 없다. 의사도 생전 처음 만나본다. 의사선생님이 시키는대로 했는데 병이 낫지 않으니 신뢰감이 떨어진것 같다. 드러내놓고 그런 내색을 하지는 않는다. 특별히 비협조적이고 말 안듣는 그런 환자는 아니었다. 

 


의사가 환자 마음을 얼마나 편하게 해줄 수 있는걸까.

지금 마음이 편하고 좋다하니

그냥 그녀가 하고 싶은대로 놔 두자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굳이 우리병원을 계속 다닐 필요가 없는데

완화의료팀 만나러 오신다.

자기 사는 얘기도 잘 하신다.


의사가 지시하는 대로 살지는 않지만

그렇게 나름으로 사는 환자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서

의사로서 알 수 없는 환자들의 삶과 가치관, 병을 다스리고 사는 방법을 접하게 된다. 


뭐든

내가 원하는 대로

누구든

내가 하자는 대로

인생이 다 그렇게 되는건 아니니까.


누구나 자신의 몫으로 주어진 인생을 

자기 방식으로 사는 것이고

인생에 정답은 없는 거니까. 


그녀가 나를 필요로 할 때

그 때 도움이 되는 의사가 되어야지.

나를 찾을 일이 한동안 없기를 기도해야지. 

그것이 내가 그녀를 위해 할수 있는 유일한 기도. 










 

  • 달콤한 우주 2013.11.25 01:22 신고

    아픈 이들을 위해
    30년이 넘는 세월을 쉼없이 달려온 형부...
    이젠 자신의 병과 마주하며
    병원 간판을 내리고
    주변을 조용히 정리해 나가고 있습니다.

    가족들에게 자신의 아픔을 내보이기 힘들어 하셔서
    한밤중, 새벽쯤에 더 심해지는 통증을 혼자 감당하려 하세요.
    점점 살은 빠지고, 복수는 차오르고
    호흡 곤란이 한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대학병원에서는 할 수 있는 치료가 더 이상 없다고 했고
    다른 대학병원에선 증상 완화나 지연을 위해
    고주파온열치료 주 3회와 방사선 치료 주 1회(워낙 힘들어 하셔서)를
    제안해서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두달이 고비란 이야기도 하시고...

    가족들이 힘을 모아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려 하지만
    음식에도, 약에도, 치료법에서도 많은 한계들이 있어
    또 무엇이 형부를 위해 가장 좋을지 알 수 없어
    그 무력함에 참 힘이 듭니다.

    삶의 탄성지수가 참 높다 생각했는데
    가슴 속에 번져가는 슬픔을 어찌할 수 없네요.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조금이나마 운동을 같이 하고
    좋은 식자재를 찾아 영양가가 높고 소화가 잘되는 요리를 하고
    일상을 같이 이야기하면서
    곁을 함께하는 일입니다.

    각자 자신의 맘 속의 슬픔이 보여
    형부가 더 힘들어질까봐,
    다른 가족들이 더 슬퍼질까봐,
    애써 감추고 아니 의연해지려 노력합니다.

    정말 어찌할지 몰라 답답한 맘이 들어
    선생님의 블로그에라도 넋두리처럼 말하게 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1.25 17:35 신고

      지금 하시는 것 이상으로 더 잘 하시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계십니다.
      호스피스팀은 만나 보셨나요?
      슬픔을 현명하게 나누어갖는 방법을 찾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호스피스 팀에서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삶을 포기하는게 아니라
      더 값지게 쓸 수 있도록요.
      그리고 원래 통증은 새벽에 심하니
      밤에 진통제를 드시고 주무시면 좋겠습니다.
      변비약 꼭 같이 드시구요.
      진통제를 잘 쓰는 것이 중요한 시기인것 같습니다.

  • 달콤한 우주 2013.11.25 20:19 신고

    감사합니다~
    호스피스팀을 만나 볼께요.
    바쁜 가운데 챙겨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가끔씩 맘이 너무 힘들면 들렀다 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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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병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 난소암 환자.

환자는 병원에서 2시간 거리에 산다.


환자는 올 2월 이후로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2월까지 썼던 항암제는 나름으로 효과가 있어서 종양표지자 수치도 정상으로 유지되고

- 난소암은 종양표지자가 질병의 활성도를 비교적 잘 반영하는 암이고 환자 병 상태와도 상관관계가 높은 편이라 좋은 마커가 된다 - 

복통 등의 증상도 없었다.


다만 항암제의 독성 자체가 환자를 너무 힘들게 했다.

환자는 더 이상 치료를 하지 못하겠다고 항복 선언을 했다.

환자는 아이가 어려서 최선을 다해 치료하려는 사람이었는데도 

더 견딜 재간이 없었나 보다. 


한달 간격으로 경과관찰 하기로 했다.


항암치료를 중단한지 3개월만에 복수가 차기 시작한다. 

복수가 힘들어서 외래에 와서 물을 빼고 간다.

그 간격이 점점 짧아진다.

나는 복강 내 관을 넣고 

집에서 조금씩 물을 빼면서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떻겠냐고 했지만 

그는 싫다고 했다.

그냥 자기가 힘들 때마다 외래에 오겠다고 했다.


늘 당일 접수로 오니

외래 끝 무렵에 진료를 보게 되고 기다리느라 힘들다. 

오후 늦게 복수천자를 하고 돌아가려니 힘도 많이 빠진다.

그래도 그녀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항암 치료를 안 하는 동안 

그녀의 어머니는 한달에 수백만이 넘는 효소를 사서 그녀에게 먹였다.

그거 먹고 복수가 덜 차는 거 같다고 좋아했다. 

본인이 평생 모아놓은 돈을 다 써서 효소를 사 딸에게 먹였다. 

반짝 좋은 것도 같았지만 효과는 오래 가지 않았다. 

환자는 돈이 없는 어머니에게 더 이상 부담을 줄 수 없다며 자신이 사서 먹겠다고 했다. 

지금 항암치료도 안하고/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내가 직접적으로 환자를 위해 해주는 것이 없는데

효소 먹지 말라고, 별로 도움 안되고 돈만 많이 들거 같다고 딱잘라 얘기하는게 미안했지만

그래도 난 만류했다. 

그녀는 나한테 미안한듯 웃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계속 먹었다고 했다.)

난 내 말을 안 듣는 그녀가 안타깝고도 미웠다. 



복수를 빼러 외래에 오는 횟수가 잦아지고

복강 내 복수도 여러 구획으로 나누어져 점점 천자가 어려워지고 있다.

복막도 두꺼워지고 있는거 같다.  

항암치료 안할거니까 CT도 안 찍겠다고 한다. 

이렇게 자꾸 외래 오는거 힘드니까 관 넣자고 해도 그녀는 싫다고 했다.

배불러고 못 먹고 천자만 하면 탈수되니까 입원해서 몇일 영양제라도 맞으며 컨디션 조절을 하라고 해도 절대 입원 안한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오늘은 정말 많이 힘들었는지 

저녁 무렵 응급실로 오셨다.


왜 관을 안 넣으려고 하세요?


예전에 한번 넣었을 때 아이가 그걸 보고 깜짝 놀라더라구요 

엄마한테 이런게 있으니까 너무 무섭대요. 


아이때문에 입원도 안 하실려고 하는거에요?


네.


제가 예전에 항암치료 받으면서 병원에 입원하던 시절에

병원에서 입원치료만 하고 오면 집에서 내가 힘들어하니까

애가 입원을 못하게 해서요.

내가 입원하면 애가 밥도 잘 안먹고 밤에 울고 그런대요.


아이는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이다.

복수를 빼러 병원에 오는 엄마를 따라 다닌다.

초콜렛도 주고 음료수도 주면서 

아픈 엄마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어린 딸의 마음을 달래본다. 

그냥 음료수라도 하나 얻어먹는 재미라도 있으면 병원이 덜 무서울까 해서...



복수천자를 위해서는

이제 보통 바늘보다 훨씬 긴 바늘을 써야 하고

매번 초음파를 봐야 하니까 돈도 많이 든다. 

초음파 보고 바늘을 넣어도 잘 안나온다. 

주사실 담당 레지던트 솜씨가 좋은 날은 많이 뽑고 가고 한참 있다 오고 

곰손을 만나면 1000cc 도 못 뺴고 가서 금방 다시 외래에 온다. 

잘 하는 레지던트가 하게 해달라고 나에게 간곡히 부탁하지만 나로서는 조절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아무리 바늘로 여러번 찔려도 

아이가 무서워할까봐 관을 넣지 않고

아무리 힘들어도 

혼자 있는 아이가 울까봐 입원하지 않고 늦게라도 집으로 돌아가던 그녀가

오늘 입원을 했다.



당신의 유일한 피붙이를 위해

자기가 모은 돈을 털어 효소를 사 먹이는 엄마에게 미안해서

주치의가 먹지 말라고 하는데도 효소를 먹었다.

지금 그녀로서 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없었으니까. 


한달에 수백만원하는 효소를 먹느니 아바스틴이라도 써보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바스틴은 임의비급여로 

불법이다. 


불법보다 

효소가 더 나은걸까?


그녀를 위한 치료적 대안을 내지 못하는 나.


지난 8개월.

그녀는 충분히 많이 힘들었다.

최선을 다해 삶을 견디고 있다. 



지난 5월, 

내 차트를 보니

환자에게 앞으로 기대여명이 6개월 정도가 될 것 같다고 이미 이야기를 한 상태다.

환자는 내가 말하는 것보다 더 오래 산다고도 얘기했던 거 같다.


어쩔 수 없이 입원을 한 그녀.

생명의 불꽃이 조금씩 사그라져 가는게 느껴진다. 


그녀를 위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 지적카리스마 2013.11.12 10:24 신고

    환자에 대한 따스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절로 머리가 숙여집니다. 오늘 하루도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다경준우아빠 2013.12.07 13:48 신고

    가슴이 저릿한 젊은 엄마의 사랑과
    따뜻한 선생님의 환자 사랑에 눈시울이 뜨거워 집니다.
    제 아내를 더 사랑해 주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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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목요일이 수능이다.


환자의 고3 큰아들이 이번에 수능을 본다.

엄마는 아들이 대학가는 걸 꼭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아이들에게 엄마가 많이 아프다는 걸 별로 알리고 싶지 않았다. 

큰 아들이 엄마걱정, 집안걱정 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수능 잘 보고 대학에 합격하는 걸 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다고 했다.


나는 

최선을 다한다는게 무조건 항암치료를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몇 번 얘기했지만

환자와 남편은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환자의 전신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기운이 없기는 했어도 그럭저럭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한달 사이 병이 나빠지면서 폐 병변도 나빠지고 있었다.

기침이 심해서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 여러 종류의 기침 억제제를 써도 효과가 없었다.

목 근처 림프절도 커지면서 통증이 심해졌다. 진통제도 별로 효과가 없었다.

방사선 종양학과 선생님은 전신적으로 병이 나빠지고 있는데 지금 굳이 목 쪽 림프절에만 방사선치료를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런 논의를 환자와 했던 한달 전만 해도 

환자 상태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 

그랬으니 

내가 항암치료를 대안으로 선택했겠지...



무슨 약을 써도 기침 증상이 좋아지지 않으니

환자와 남편은 항암치료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2년 동안 환자는 항암제를 쓰면 늘 좋아졌다. 그래서 항암제를 선택하는 나에게 큰 믿음을 주었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면 일단 좋아지기는 하니까. 


그렇지만 오래지 않아 병이 나빠졌다. 

최근 치료는 모두 그런 식이었다. 

어떤 약도 2번을 넘기지 못했다. 

금방 금방 병이 나빠지고 있었다. 

그런데 나빠지는 속도가 아주 빠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폐 병변이 많이 나빠져서 호흡기 증상을 유발하고 환자가 힘들어 하였다. 


나도 결국 

환자를 힘들지 않기 위해 항암치료를 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년 넘게 항암치료를 하면서

열 난 적도 없고

힘들어서 입원한 적도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는 백혈구가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열이 나기 시작한다.

설사도 한다.

폐렴도 생겼다. 

초조하게 백혈구가 오르기를 기다리며 항생제로 버텼다. 

그제부터 호중구가 1000개가 넘기 시작했으니

몇일만 잘 견디면 

수능 때 아들이 시험치고 오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했다. 


그런데

백혈구가 오르면서 폐렴이 더 심해졌다. 

그리고 오늘 저녁 돌아가셨다.

폐가 나빠져서 호흡이 힘들어 졌지만 인공삽관을 하고 중환자실을 가면서까지 시간을 연장하지는 말자고 우리는 미리 얘기했었다. 

그래서 진통제를 많이 쓰고 주무시듯 돌아가셨다.


환자의 마지막이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남편은 그 몇일을 견디지 못하고 가버린 부인을 망연자실하게 쳐다본다. 

나는 남편과 환자의 코스에 대해, 예후에 대해 몇번을 얘기했건만

남편은 이럴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렇게 허망하게 가버릴 줄은 몰랐다고 했다. 

부인이 너무 많이 고통스럽지 않게 갔으면 한다고 말해왔지만

막상 아내가 그렇게 주무시듯 가버리니 그는 휑휑하기만 한가보다.


뭘 더 했으면 시간을 끌 수 있었을까?


내가 속상해 하니 


우리 레지던트가


항생제를 좀 더 일찍 바꿨어야 했을까요?

무슨 약을 좀 더 써봤으면 좋았을까요?

제가 무슨 검사를 너무 늦게 한게 아닐까요?


자책을 한다. 


나는 대답했다. 


항암치료를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최선을 다했지만

후회가 크다.



내 환자만큼은 좋아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은 

어리석은 주치의의 판단이었던 것 같다. 

단 몇일이 소중한 사람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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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


대기실 풍경은 생각보다 다이나믹하다. 


아직 내가 암환자라는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받아들이기 싫어서, 아직 세상을 똑바로 응시할 자신이 없어서, 아무하고도 말 안하고 조용히 대기하다가 나만 만나서 진료받고 돌아가는 환자도 있고 


몇년 치료받으면서 겪을거 다겪고 

마음고생도 다 하고 

그래서 힘들어 하는 후배 환자들을 만나면 이것저것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환자도 있고 


치료 주기가 맞아서 자주 만나다보니 

비슷한 형편과 비슷한 치료를 받는 환자들끼리 친해져서

병원이 아닌 곳에서도 만나고 

서로 연락도 하며 지내는 환자 그룹도 있다. 


그렇게 친해진 환자들은

누가 열나서 입원하면 문병도 가고

좋다는 거 있으면 나눠 먹고

누가 우울해 하면 같이 만나서 수다도 떨어주며 

동맹관계를 유지한다. 

의사의 한마디보다 동료 환자들의 지지가 그들에게 더 힘이 되기도 한다. 


그 중 

한 그룹의 환자들은

나이도 비슷하고

그래서 아이들 연배도 비슷하고

사는 형편도 비슷하고 

친해질 수 있을만큼 성격도 비슷하다. 


의사인 나는 

젊은 그들의 재발 위험도도 비슷하게 높다는 것을 내심 우려하고 있었다. 


그들은 고위험군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재발하기 시작했다. 

한명이 재발하면 나머지 환자들이 크게 동요했다. 나는 어떻게 될까...

걱정 마시라고, 괜찮을 거라고, 섣불리 위로하기에 

그들의 임상적 위험성은 통계적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확률적으로 재발 위험성이 높다해도 

실재 재발을 하는 것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그러니까 걱정하는 것으로 인생을 낭비하지 말자고 

 내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예민한 그들의 걱정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세명 모두가 재발하였다. 

그러기도 힘든데..


한명은 최근에 돌아가셨다.

나머지 두 환자도 항암치료를 계속 하고 있지만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얼마전 한명이 입원했고

엊그제 또 한명의 환자가 입원했다.

그들은 입원해서 만났다. 


이번에 입원하기 전까지

그들은 병은 나빠지고 있었지만 전신상태는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니, 그들은 여전히 아이들 학교 뒷바라지를 하고 있고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약간 숨이 차고

약간 통증이 있지만

약 먹으면서 증상을 조절하고 집에서 지낼 수 있었는데

병이 나빠지면서 

컨디션이 나빠지기 시작한다. 

그들은 나를 좋아했던 만큼 나에게 실망도 하고 

나에게 매달려서 치료받았던 만큼 나를 원망하기도 했다.  




지난 달 외래에서 

항암치료를 그만 하는게 좋겠다고 했을 때

그녀는 그럴 순 없다고 말했다.

보험이 안되는 약이라도 자기는 치료를 더 받겠다고 했다.

이미 몸무게는 40kg 까지 줄었고, 최근 항암치료는 다 한두번만에 실패하고 있었다.

정말 쓸 약이 없었는데 

그녀는 죽더라도 항암치료를 하겠다고 우겼다. 

나는 세 번의 외래를 매번 한시간 이상씩 그녀와 실갱이를 벌였다.

남편도 회사 휴가를 내고 외래에 찾아 와서 제발 아내의 뜻을 따라달라고 나에게 부탁했다.

항암치료라는게 환자가 원한다고 하는게 아니라고, 지금은 치료적 효과를 기대하고 쓸만한 약이 마땅치 않다고, 괜히 항암치료 하다고 고생만 하게 될거라고, 몇번을 얘기했지만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울며겨자먹기로 항암치료를 하고 말았다. 


최근 1년동안 나빠지기만 했던 피부병변이 호전되는 듯 보이니 환자는 내심 병이 호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한 모양이다. 그러나 3주가 지나고 다시 외래방문이 예정되어 있을 무렵 그녀는 심한 변비로 입원을 하게 됬다. 항암치료가 힘들어서 음식을 거의 못 먹었나 보다. 애들 때문에 죽어도 입원은 안하겠다고 하는 그녀가 오죽했으면 변비때문에 입원을 하겠다고 했을까. 


입원하던 날 찍은 흉부 엑스레이를 보니 폐에 물이 차기 시작한다. 

 

결국 지난번 항암제는 일부 암세포에 대해서는 효과가 있었지만, 그동안 수차례의 항암제를 견뎌내고 살아남은 저항성 높은 암세포들은 죽지 않고 살아남아 다른 장기로 전이되기에 이르른 것이다. 


'아, 역시 치료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괜히 항암치료를 했다' 싶었다.  


치료의 이득을 기대하기보다는 해가 더 크다고 판단할 때는 항암치료를 하면 안되는데...




'이 병으로 내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가 직면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 같아요.'


환자는 손으로 자기 귀를 막는다. 


'그런 얘기는 나중에 했으면 좋겠어요.'


환자는 여전히 치료를 해야한다고, 피부가 좋아졌으니 다시 항암제를 쓰면 더 좋아질거라고 우긴다. 그러나 등쪽으로 새로운 피부 병변이 생기고 있었다. 


호스피스팀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남아있는 시간을 고려해서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지만

환자는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기독교 신자인데도 목사님 방문과 기도마저 거절하였다. 


늦게 퇴근한 남편과 한시간이 넘게 면담하였다.

남편은 내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부인의 고집과 뜻을 꺾기는 어렵다고, 10년이상 같이 살았지만 자기는 부인의 고집을 꺾은 적이 없다고, 원래 성격이 그런 사람이라고 나에게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환자는

집에 있는 두 딸도

친정 아버지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완화의료팀도 방문을 갔다가 몇번을 거절당했다. 



내 생각에 그녀는 이번에 퇴원하기 어려울 것 같다.

폐와 늑막에 병이 심해져서

흉수가 가득 고여있는데 그 물을 빼다가 기흉이 생겼다. 

기흉이 좋아지지 않는다.

아마 이 상태에서 조금씩 조금씩 나빠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열이 나고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 시간이 오기 전에 나는 환자가 마음을 좀 정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비록 젊은 나이에 좋지 않은 병에 걸려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 통증도 잘 조절되고 있고

의식도 명료하니

이 시간을 잘 쓸 수 있기를 바란다. 


다행스러운 것은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데도 남편은 예민한 부인을 위해 2인실 비용을 감당하고 있고 

매일 저녁 퇴근 후 병원에 와서 쪽잠을 자고 간다. 

환자가 마음을 여는 유일한 창구가 남편이라는 점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인것 같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은데...

남편과 여러 차례 면담을 하면서 

남편도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고 이미 많이 지쳤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와중에

곧 죽을 것 같은 아내를 위해, 아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환자는 여전히 나의 어떠한 제안도 거부하고 있다. 

음압이 걸려 있는 흉관을 가지고 하루 종일 누워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치료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지인들로부터 결려오는 수십통의 전화도 받지 않고

음식도 제대로 못 먹고

그렇게 서서히 시간이 흐르고 있는데

괴로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젊은 엄마의 임종준비가 너무 어렵다. 

그녀 마음의 문을 열기가 너무 어렵다. 


매일 아침 회진을 돌면서

나는 환자별로 목표를 정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뭘 할 건지 환자에게 설명하고

저녁에 다시 평가하여 환자의 상태를 점검한다.

그렇게 반복하면서 좋아지면 퇴원하고 다음 치료를 계획한다. 

이 환자에 대한 나의 목표는 임종이라는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직면하고 남은 시간을 잘 쓸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정했다.

그러나 그 목표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환자는 나랑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한다. 



의사인 나의 판단으로

더 이상의 항암치료가 무의미하다고 생각될 때 

앞으로 상태가 좋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 

나는 환자에게 솔직하게 얘기한다. 

죽음에 대해.


다들 

너무너무 힘들어하지만

결국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의사인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 요청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는 그녀를 위해 아무 도움도 못주고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날씨가 좋으니 바깥 바람을 한번 쐬보시라고 말한게

전부이다. 






 






  • 윤경아 2013.10.21 09:25 신고

    저는 이런 글이 오히려 필요하다고 봐요.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 참 고마워요. 저도 30대 애엄마지만... 헛된 희망만 품고 사는 것보다는... 쓰면서도 눈물은 나지만... 사실 힘든 사람은 저보다, 제 가족들이겠죠. 엇그제 친정엄마 생신모임이 있었는데... 참 슬펐어요. 막내딸인 제가... 5년 뒤 함께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 없다면... 얼마나 남은 사람들이 괴로울까... 죽음은 한 번이지만... 가족들은 모일 때마다 내 생각하며 괴로워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쨌든... 마지막 순간까지... 제 모습이 의연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나저나... 저도... 생명인지라... 가늘더라도 오래 살고 싶어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21 19:21 신고

      저는
      윤경아씨가
      굵고 길게 살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엄마생신때 슬퍼하지 마시고
      엄마에게 좋은 음식도 대접하고 마음따뜻한 선물도 하시고
      그러세요
      삶은 그런 순간의 기쁨이 모여서 보석이 되는게 아닐까 합니다.
      (물론 저도 이런 말 할 자격이 별로 없습니다만 ㅠㅠ )

  • 이유진 2013.10.21 10:08 신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항암 치료를 하던 때, 차트와 피 검사를 보신 한방계 선생님은 항암 치료가 아니라 공기 좋은 곳에서 가족들과 시간 보내실 때 인거 같다고 오히려 지금 하는 항암치료가 더 해가 될거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같은 병원에 계신 양방 선생님은 그대로 약 투여 하셨고... 결국 한달쯤 후에 돌아가셨는데
    생각 해 보니 그래도 음식이라도 드실 수 있을 때 드실 수 있는거 맛있게 드시고
    좋은 공기도 쐬고 했으면 했는데...
    저는 그래서 항암을 할 것인지 안 할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병원에서는 하지 않는 줄로만 알았네요.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행여 운이 허락해서 조금 더 살 수 있다 하더라도 정리 하고 생각하고 소중한 사람 손 한번 더 잡아줄 수 있는 그런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아요.. 혼수상태로 모두 고생하고 힘들어 하는 것 보다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21 19:24 신고

      항암치료를 하는 것 보다
      항암치료를 하지 말자고 말하는 것이 훨씬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가족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기대여명이 6개월이 안될거라고 생각하면
      항암치료를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괜히 고생만 하고 치료의 득은 얻기 어려우니까요.
      다만 주치의는
      자기 환자의 예후가 좋을거라고,
      이번 치료를 하고나면 더 좋아질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 치료를 하려는 마음을 먹게 되죠.
      저도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언제 항암치료를 그만두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기는하지만
      그런 일반적인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무리하게 치료하여
      그나마 남아있는 활력과 에너지, 건강을 해치는 치료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려고 합니다.

  • 최지희 2013.10.23 08:19 신고

    쌤~~ 어떤 환자였기에 고위험군 이었어요? 삼중음성?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25 14:06 신고

      임상적으로 어떤 사람들이 위험군이라는 대략의 범주 구분이 있지만
      그것이 상호작용을 하거나 다른 요인때문에 위험요인들이 상쇄되거나 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제가 그걸 너무 명확히 언급하면
      그 조건에 해당하는 분들이 너무 우울해 하시기 때문에
      명확하게 말하고 싶지 않네요
      통계적 확률의 분포와
      내 존재의 무게는
      다르다고 생각하기도 하구요.

  • 달콤한 우주 2013.10.26 01:48 신고

    올 한해는 참 다양한 과와 다양한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처음엔 저의 유방암 치료, 다음엔 아빠의 방광결석 수술, 다음엔 엄마의 뇌출혈로...
    병원에서 거의 10개월을 보내면서 좋은 의사와 나쁜 의사를 가늠하게 되는 못된 버릇이 생기게 되었어요.
    상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바라보는 어리석은 시선이지만...
    병의 호전 여부보다는 병을 치유하려는 의사 선생님의 진심을 마주하게 되는 그 순간이지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항상 제 맘을 움직이는 것은 환자를 향한 관심과 치료에 대한 고민과 진정성, 그리고 제일 맘에 드는 치료 목표라는 부분입니다.
    여기엔 눈을 마주한 소통이 있잖아요.
    저와 아빠는 다행히 좋은 의사 선생님 (상당히 주관적...)을 만나 (계속해야될 오랜 치료 부분들은 있지만 )
    치료를 위한 협력이 잘 되고 있어요.
    하지만 엄마의 경우, 추석을 앞둔 주간부터 연휴가 끝난 뒤인 열흘간 중환자실에서 한번도 담당의인 의사선생님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오로지 R2인 주치의만 동동거릴뿐...정작 다른과와의 협진도 주치의는 담당과장 눈치보느라 연락도 못하고... 결국 기다리다 못해 같은 병원의사인 언니와 동료의사들의 자진적인 협진으로 사투의 열흘을 보내고 난 후 엄마를 보내드려야 했어요.
    갑작스런 뇌출혈로 건강하신 엄마를 보내면서 내내 화가 났던건 치료의 결과보단 시종일관 무관심했던 담당의의 무심함과 회피 아니 그가 보인 번거로움이였지요.
    해서 나쁜 의사라 생각해요.
    글의 의도는 이게 아니였는데...
    깊은 속상함이 자리하고 있다가 툭 튀어 나왔네요...ㅠ

    선생님을 생각하면 환자를 향한 관심과 일에 대한 성실함이 진심이라 여겨져
    한번도 뵙진 못했지만 가깝게 느껴져요.
    좋은 블로그에 좋은 정보,
    기쁨과 슬픔,
    말할 수 있는 것과 힘들지만 꼭 해줘야 되는 말들...
    기운 잃지 마시고 힘내 좋은 의료 환경와 좋은 의사 선생님으로
    늘 곁에 있어 주세요~(^^)*
    아마 선생님은 이 환자분 끝까지 놓치 않을거고,
    그 환자분과 그 가족들도 그 맘 때문에
    많은 위로가 될거라 생각해요.

  • 김원애 2013.11.02 13:24 신고

    누구나 자기는 암에 걸린다고 생각하지 않듯이 막상 병에 걸리면 자기만은재발이나 전이가 안됐음하고 생각하는게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정말 안좋은 상황이 왔을 때 의미없는 치료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것보다 자신의 삶을 조금이라도 가치있게 쓰고간다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나 본인에게나 얼마나 큰 힘이 될까하고 늘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글을 보면서 두려워지기도 하고 무서워지는 맘도 당연한 맘이지만 여러 사람들이 공유하는 공간이니까 자기의 잣대로 비판하는 건 좀 예의가 아닌 것 같네요

    1. 달콤한 우주 2013.11.03 17:35 신고

      동감~(^^)*

  • Ann Yi 2013.11.09 19:27 신고

    주님 강하고 따뜻한 손으로 환자 분들. 그리고 보시는 선생님 손을
    꼭 잡아주시고 힘을 주세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1.10 10:00 신고

      제가 받고 싶은 기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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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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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 10, 보건복지부는 말기암환자 전문 의료서비스 정착을 위한 호스피스완화의료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완화의료팀 (Palliative Care Team, PCT) 제도를 도입한다.

의료기관이 일정 요건의 완화의료팀을 등록,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다.


(완화의료팀이란 호스피스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을 운영하지 않는 병원-우리병원처럼-에서 말기암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 서비스를 하기 위해 해당 과가 협진을 내면 완화의료팀이 환자를 면담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입원이나 외래 모두 가능하고 협진의 형태이기 때문에 주치의는 바뀌지 않는다.


2.     가정호스피스 완화의료제도를 도입한다. 

완화의료 전문기간과 연계한 가정호스피스 완화의료 운영을 법제화한다.


(말기암 상태가 되면 예상치 못한 신체적 증상이 발생하거나 기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응급실 방문을 하는 것보다는 가정호스피스팀과 연계하여 집에서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조치들을 교육하고 가정호스피스 팀이 방문하여 불필요한 병원 내원이나 응급실 이용을 줄이고, 가족과 함께 가족의 돌봄으로 말기암환자가 임종 전 기간을 보내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일본에서는 집에서의 죽음 (Home death program)을 장려하고 현실화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작년에 가정호스피스를 통해 현실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하였다.)

 

3.     2020년까지 완화의료 이용율을 높이고 전문기관의 병상을 확대하며 (현재 이용율 11.9% 20%, 병상 880개를 1400여개로 확대) 의료기관 평가항목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 병동운영 평가지표 신설 및 가산점을 부여한다. 또한 기존 완화의료 전문기관의 지정 및 취소기준을 강화한다.

 

10월 둘째주는 세계 호스피스 완화의료 주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도 이에 맞추어 위와 같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활성화대책을 발표하였다.

 

보건복지부는 이상의 정책안 마련을 위해 작년에 여러 의료기관을 포함한 시범사업을 진행하였고, 우리 병원도 완화의료팀 (PCT) 파트에 소속되어 시범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굳이 정부의 시범사업이 아니더라도, 우리 병원은 완화의료 병상이 따로 배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말기암환자를 지원하는 서비스가 어떤 형태로 제공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내부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던 터라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도 뭔가 새로운 사업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였다.


나는 완화의료팀의 의사로 참여하여 종양내과 뿐만 아니라 다른 과의 말기암 환자들도 진료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환자별로 겪고 있는 병이 다르기 때문에 접근해야 하는 방식이나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적 지원의 내용이 달랐고, 환자에 따라 병에 대한 태도,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 환자와 주 부양자와의 관계, 말기암 환자에 대한 가족의 갈등과 입장, 경제적 형편 등이 달라 때문에 완화의료팀은 매 환자가 의뢰될 때마다 새로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로서는 시범사업을 기회로 많은 논의를 하였고 우리 나름의 PCT 모델을 조금씩 만들 수 있었다.

 

환자들은 자신을 그동안 치료해 주던 주치의가 아닌 다른 의사와 의료진을 만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큰 것 같았고,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 이 팀에 의뢰되는 순간, 자신에게 더 이상 삶의 희망은 없는 것이라는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완화의료팀의 의사인 나는, 환자의 현재 주치의와 환자 케이스를 놓고 의견을 교환할 기회를 만들기 어려웠다. 완화의료팀의 진료는 협진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방을 하는 것에도 미묘한 껄끄러움이 있었다. 예를 들어 환자를 면담하러 갔을 때 말기암 진행으로 인한 여러 증상을 속히 조절해 줄 필요가 있는데 새로 처방을 내거나 기존 처방을 바꾸기 보다는 어떠어떠한 치료가 약제를 쓰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고 의견을 제시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완화의료팀의 입장이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혹은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였다. 의뢰된 말기암환자 이외에도 다른 일반 암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는 등 해당 파트에서는 말기암환자 진료에 집중적인 관심을 쏟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협진이 의뢰된 환자를 중심으로 의료진간 합의가 원할하지 않아 생겼던 문제인 것 같다.


환자를 의뢰한 의사도 해당 환자의 병원 재원일수가 길어지기 때문에 2차 기관이나 호스피스 기관으로의 전원을 설명, 설득하는 것을 부탁하기 위해 협진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팀은 전원을 설명하고 환자의 퇴원을 준비하는 사이에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신뢰감이나 라뽀가 형성되지 않는 경우 힘은 힘대로 들고 보람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꽤 있었다.

 

현재 나에게도 입원해 있는 말기암환자들이 있는데, 나는 더 이상 치료적 접근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과도한 검사나 치료 등을 지양하고, 환자의 통증과 증상 조절을 중심으로, 환자 삶의 질을 중심으로 진료를 한다. 완화의료팀에도 지원을 요청하고, 사회복지사나 목사님, 수녀님 등 영적 도움을 청한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임종에 대해 환자와 논의하고 가족들의 입장을 듣는 것에 치중한다. 그러다보니 소위 수익율은 매우 낮고 심지어 마이너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병원이 그런 나에게 직접적으로 당장의 수익에 대한 압력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말기암환자 진료를 하며 심리적으로 압박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개별 병의원의 경영 입장에서는 말기암환자에 대한 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


정부는 이번 정책안을 통해 완화의료팀의 진료나 가정간호서비스를 연계하는 호스피스 진료에 대해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는 것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재 그 논의에 참여해 본 나로서는 그 수가가 현실적인 타당성없이 낮게 책정될 경우, 오히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고 괜히 병의원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가능성도 높다는 예상을 해본다. 실재로 건강상태가 양호한 암환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말기암 환자에게 훨씬 더 많은 간호인력과 보조적인 서비스,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말기암환자가 되면 모르핀 주사로 통증이 조절이 안되는 경우도 많고, 따뜻한 말 한마디 보다는 효과적으로 약을 쓰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증상을 조절하는게 중요하다. 말기암환자를 배정받은 간호사는 다른 환자에 비해 훨씬 더 큰 관심과 노력을 해야 한다. 더 자주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한번이라도 더 찾아가봐야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실재 할 일도 많고 심리적으로도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여러 모로 힘든 환자와 가족은 심리적으로도 취약해져 의료진의 사소한 한마디에도 분노하고 실망하기 마련이다. 정서적인 지지를 위해 의료진 이외의 많은 사람들이 지지 서비스를 담당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병원 완화의료팀은 이 모든 과정을 진행하면서 단 한푼의 돈도 받지 않는다.

수가가 책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규직 간호사 한명 그리고 자원봉사자를 관리하는 선생님이 한명 배정되어 있다. 

하고 있는 일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자원봉사에 준하는 월급으로 일하는 두명의 간호사 선생님이 더 계신다.

아직 병원예산도 책정되어 있지 않은 조직이다.

1년에 두번 자선바자회를 통해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죽기 전에 병원 이불이 아니라 꽃이불을 덮어봤으면 좋겠다는 환자의 요청이 있으면 꽃이불을 사서 선물하기도 하고, 흰머리로 영정사진을 찍지 않고 싶다고 하면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중에 미용사를 찾아 병원에서 염색을 해드리기도 한다. 힘이 없어 병동 산책이 어려운 환자들이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멍하게 시간을 보내지 않게 기부받은 작은 노트북으로 영화도 보여드린다. 임종을 앞둔 환자가 마음 속으로 수년간 앙금으로 쌓여있는 가족갈등 때문에 힘들어 하면, 우리팀이 가족들에게 직접 연락하고 면담하여 환자의 마음을 전하고, 임종을 앞둔 환자와 마음을 풀고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컸던 환자는 아버지 이름 석자가 들어간 삼행시를 지으며 마음 속 깊은 앙금을 녹이고 아버지를 만나 화해의 시간을 만들고, 썰렁한 환자 침대 머리맡에 손자들 사진을 번갈아 붙여드리며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가 외롭지 않게 위로한다. 멀리 있어 병원에 오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영상메세지를 보내달라고 요청하여 투병중인 환자가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 드리고, 직업이 선생님이었던 환자 제자들에게 요청해서 사랑의 메시지 메모를 받아 사과나무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한다. 우리병원은 소아호스피스 서비스를 진행하는 몇 개 안되는 병원인데, 어린 자식의 마지막을 지키는 부모, 형제의 죽음을 눈앞에 둔 다른 자녀를 상담하고, 어린 환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남은 여명을 행복한 시간으로 보낼 수 있게 각종 이벤트를 마련한다. 마술사를 좋아하는 어린이에게는 이은별 마술사의 면담을 주선하고, 사진을 찍기 어려울 정도로 컨디션이 않좋은 어린이에게는 화가가 찾아가서 그림도 그려준다. 사별 이후 가족의 상실감을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렇듯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의 활동은 모든 죽음의 존엄함을 위해 다양하게 진행된다.

 

이들에게는 일반 환자보다 훨씬 더 큰 정성과 손길이 필요하다.

그만큼의 수가가 적절하게 책정되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임종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 죽음을 준비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내 병이 궁극적으로 완치되지 않는 병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 자신의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지 함께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어떤 환자도 해 본적이 없는 고민이고, 함께 고민을 나눌 사람도 마땅치 않기 마련이다. 가능한 전신상태가 양호할 때 완화의료팀과 면담하여 암 치료도 받고 의료적인 면 이외의 자기 삶에서의 어려움도 같이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돕는 것이 완화의료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환자의 전인적인 문제와 어려움은 짧은 외래시간동안 주치의가 다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진료하는 유방암 환자 중에는 나이가 젊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 많다. 젊어서 그런지, 그들은 병이 조금씩 나빠지기는 해도 전신상태는 잘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상생활을 그럭저럭 다 하고 지낸다. 그래서 더 최선을 다하고 싶어한다. 뼈전이 간전이 뇌전이가 있어도, 김장을 하고 때 되면 제사상을 차리고 매일 회사를 다닌다. 그들은 나를 믿고 내가 어떻게든 병을 낫게 해줄거라고, 많이 좋아지게 해줄거라고 믿고 병원도 열심히 다닌다.  

항암제를 이것 저것 바꾸어 써도 병이 호전되지 않을 때, 나는 의사로서 최선을 다해 대안을 마련하고 다음 치료를 준비한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나는 환자에게 지금의 상황, 즉 앞으로는 항암치료를 해도 효과가 예전만 못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암이 진행됨에 따라 내가 죽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고지한다. 젊은 그들은 나의 설명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계속 검사하고 항암치료하고 어떻게든 해달라고 한다. 물론 나는 최선을 다해 치료적 대안을 찾는다. 그러나 환자도 어느 정도 마음을 단속해야 한다. 외래 진료 시간에 그런 얘기를 차분하게 하기 어렵다. 혼자 병원을 다니는 환자에게는 다음 외래 때 가족과 함께 오라고 해서 진료 맨 마지막 시간을 길게 할애하여 면담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들은 자신의 병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내가 의학적인 면에 대한 의사로서의 결정과 의견을 얘기하고, 다음으로 완화의료팀 면담을 하시라고 하면 대부분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주치의가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완화의료팀을 만난다. 나는 나대로 암치료하고, 완화의료팀 담당 간호사가 환자 면담을 동시에 진행한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그들 대부분은 나에게 너무 고맙다고 한다.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나도 환자를 대하기가 훨씬 수월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가 편하다. 의사-환자 관계도 훨씬 좋아지는 것 같다. 나중에 완화의료팀과 미팅을 하면서 우리 환자들의 정서적, 심리적인 갈등, 가족과의 관계, 현재 겪는 어려움 등을 듣노라면, 그동안 내가 바라본 환자가아니다. 그는 훨씬 깊은 우주 속에서 살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호스피스 완화의료팀은 그런 역할을 제공하는 단위이다.

 

그러므로

내가 완화의료팀 면담을 제안했을 때

환자들이 그런 나의 제안을 기분나쁘게, 혹은 절망적으로 느끼지 않고

환자를 위해 더 많은 도움을 주려고 하는 나의 노력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우리 환자에게 필요한 모든 관심과 사랑과 지원을 해줄 수 없는 것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책안이 현실화되기까지 여전히 많은 논의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좋은 결실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 이영란 2013.10.14 00:01 신고

    안녕하세요 지난번 선생님 의견으로 호스피스로 옮기길 아버님께 의견을 여쭙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미음도 드시고 화장실도 가시고 정신도 또렸하게 돌아왔읍니다 주치의께선 종잡을수 없는 환자라고 하십니다 우려와 달리 나날이 호전되는듯합니다 컨디션도 좋진않지만 그다지 나쁘지 않으시구요 하지만 기력이 없어 항암은 당분간 늦추겠다고 하십니다 다시한번 힘을 내보려구요 호스피스로 옮기면 다시 글 올리겠읍니다 선생님도 늘 힘내세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0.20 14:29 신고

      다행입니다.
      앞날은 아무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그리고 다음날 맞이하는 하루를 또 행복하게
      그렇게 보내도록 노력하는거죠.
      그리고 언제 가시더라도 후회없이 사랑하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그런 마음으로 지내면
      더 오래사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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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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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JCO Video decision support tool for CPR decision making in


오늘은 3개월에 한번씩 있는 임상암학회 분기집담회가 있는 날이었다.


오늘 논의된 세가지 주제 중 한가지가 암환자의 사전의료지시서 (Advanced Directives) 를 논의, 결정하는 것을 다루고 있었다.


교과서/이론적으로는

4기 암(전이성/재발성)을 진단받는 순간, 의사는 환자와 '사전의료지시서'에 대해 논의하라고 되어 있다. 즉 의사는 암의 진행으로 인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고 그런 상황에서 심폐소생술, 중환자실 입실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어떠한지, 만약 갑작스럽게 발생한 이벤트로 인해 자신이 의학적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누가 내 뜻을 대신하여 결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 미리 환자의 의견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나의 현실에서는 이를 실천하기 어렵다.

환자에게 완곡하게 표현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이슈를 

정식으로, 직접적으로 제기하고, 환자와 직면한 상황에서 답을 내는, 

그런 대화는 하지 않는다. 

사실 못하겠다.

치료를 해서 예후가 좋을 수도 있고, 환자가 치료를 잘 견디며 평균적인 예후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처음부터 '죽음'을 언급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이제 막 병을 진단받고 충격을 받은 환자와 이런 대화를 하기에 외래 시간은 너무 부족하다. 

일단 치료약제 정하고, 독성 설명하고, 치료 잘 받으시라고 격려한 다음 환자를 약물요법실로 내 보낸다. 종양내과 코디네이터가 치료 관련한 현실적인 이슈들- 항암치료 중 발생하는 독성, 영양, 정신건강 등의 이슈-을 설명한다. 환자는 두렵지만 얼떨결에 항암치료를 받고 돌아간다. 

그렇게 항암 치료의 싸이클이 시작된다.

그 와중에 '사전의사지시서'를 논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난 설명안한다. 


 

4기 암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환자들은 완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는 하나 극히 낮다.  

대부분의 4기 암은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는 있어도 결국에는 암의 진행이나 치료의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  


암의 종류에 따라 

4기암 진단시점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은 매우 다양하다.  


뼈로 전이된 호르몬 수용체 양성의 유방암 환자처럼 전이된 병을 가지고 10년 이상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머리에 국한된 병변에 대해 수술하고 방사선치료하고 항암제 먹고 완치 목적의 치료를 다 해도 최초 진단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이 평균 14-16개월밖에 안되는 다형성교모세포종 (Glioblastoma multiforme) 처럼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도 있고 


아무 증상도 없이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위암 4기 환자가 의사의 지시대로 항암치료를 다 했지만 평균 1년의 생존기간을 넘기기가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모든 평균에는 예외가 있기 때문에 

다들 교과서에서 규정된 삶의 시간만큼을 살지 않는다.

그래서 더 오래, 행복하게 잘 사는 환자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불현듯,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환자도 있다. 

그 누구에게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알수 없다.

환자는 누구나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미래를 계획하고 좋은 쪽만 생각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난 

환자와 가족들이 이런 힘든 시간을 겪는 와중에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되,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았노라고, 내 삶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간직하고 돌아가실 수 있게 도와주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돌아가시기 전 임종 돌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명의 환자에게는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다.

시간만 투자하면 된다.

환자의 치료계획 및 예후에 대해

환자의 의견도 들어보고 

가족과도 상의해 보고

원내 호스피스팀과도 여러 모로 협력하면서

환자와 가족들이 큰 상처받지 않고 임종을 맞이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삶의 마지막 단계를 큰 충격없이 고통없이 자아를 찾는 과정으로 전환시킬 것이냐는

나의 성의와 시간을 투자하면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한 환자에게만 시간과 정성과 노력을 투자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 환자에게 이런 식으로 최선을 다하면

그 다음 환자를 진료할 에너지가 바닥이 난다.

그런 환자는 한달에 서너명이 아니다.

하루에도 서너명이 된다.


환자와 가족을 동시에 불러 

환자의 현재 상태가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지, 예후는 어떤지, 더 이상의 치료적 항암치료는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든지,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증상 조절을 하며 편안하게 지내는 것이 좋겠다는 말만 해도 가족들은 난리가 난다. 

어떻게 그렇게 않좋은 얘기를 환자 앞에서 직접 할 수가 있냐고. 


가족 따로

환자 따로

면담을 하면

나는 시간이 두배가 든다.

또 다른 보호자들이 나타나서 설명을 요구하면 또 설명을 해야 한다.

환자 예후와 치료 관련 가족면담을 할테니 모두 모이시라고 해도 나중에 누군가가 또 나타난다. 

그래서 같은 얘기를 서너번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 흔하다. 

면담 시간은 내 시간표대로 결정되지 않는다. 가족의 일정과 입장이 있다.

주말에도 면담을 한다.


한 환자에게는 얼마든지 최선을 다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모든 환자를 진료할 수 없기 때문에 시스템이 필요하다.

'환자를 위하고, 환자 중심으로 사고하며, sincere한 태도로 

임종이 예상되는 환자를 대하라'는 메시지는 

일선 진료현장의 의사에게 도움이 안된다. 



그래서 첨부한 논문과 같은 시도가 

매우  참신하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한다.


2010년 NEJM에 4기 폐암을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일반적인 항암치료만 받은 그룹과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완화의료팀을 만나 미팅을 하면서 보조적인 지원을 받은 그룹간의 평균 생존기간이 2.7개월 차이가 난다는 결과, 즉 특별한 신약을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신약을 도입한 임상연구에서도 입증하기 어려운 2.7개월의 평균 생존기간의 연장을 증명한 완화의료팀의 접근을 소개한 하버드 대학 연구팀에서 

올해 초 JCO에 낸 논문이다.


이 연구에서는 4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치료과정 중 생명이 위험한 상황 (life-threatening status)이 발생했을 때

심폐소생술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CPR)을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을 하였다.

총 150명의 4기 암환자를 1:1로 나누어

한 그룹(80명)에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듯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과 이후 예상되는 과정, CPR의 시행, CPR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구도로 설명하고

다른 한 그룹(70명)에 대해서는 이상의 CPR 상황을 3분짜리 비디오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표준 환자를 대상으로 CPR을 하고 이후 인공호흡기를 연결한 장면까지.

연구의 일차 목표는 

구두 설명 후 혹은 비디오 시청 직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CPR을 하겠냐고 묻는다.


구두로 설명을 들은 그룹의 환자 중 48%가 CPR을 하겠다고 답변한 반면

비디오를 시청한 그룹에서는 20%만이 CPR을 하겠다고 답변하였다. (unadjusted odds ratio, 3.5;95% CI, 1.7 to 7.2, P<0.001).

연구의 이차 목표 중 하나였던 CPR에 대한 지식을 체크하는 점수에서는 비디오를 시청한 그룹에서의 점수가 구두로 설명을 들은 그룹보다 높게 나왔다. 

비디오를 본 그룹의 93%가 비디오를 보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comfortable watching the video)



아직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

자신의 죽음에 대해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비디오 시청은 그런 계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말기 암환자의 진료에 지나치게 과한 항암치료나 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환자 스스로, 그리고 가족의 인식과 우리 사회의 문화가 변할 필요가 있다. 

문화와 관행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캠페인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런 비디오를 한번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우리 일상의 의료행위, 일상의 Practice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연구라고 생각된다.

하버드 대학의 완화의료팀은 세계 최고라고 한다. 이미 잘 갖추어진 시스템과 제도, 완화의료팀의 멤버쉽, 경험들이 이런 결과를 내는데 일조하였을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어느 병원에서나 다 같은 결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의미있는 연구이며 우리도 도입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마음씨 착한 의사가

많은 시간을 써서

성의있게 환자와 가족을 만났을 때

진심을 다해 진료했을 때 

비로소

Well dying, Good End of Life care 가 이루어지는 세팅은 바람직하지 않다. 


완화의료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작은 모델의 변화로부터 시작하여 

시스템으로 표준화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 변화를 시도하지 않고서는

의사는 

환자나 가족의 고통에 무심하고

환자에게 시간을 별로 할애하지 않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비난받을 것이다. 

지금처럼 힘들고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서 의사인 내가 bunrout 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말은 환자와 가족에게는 별로 통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에서 의사는 너무나 쉽게 비난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늘 논의가 그런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진행되지 못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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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한 환자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병원 전체적으로 코드 블루 (Code Blue)가 방송된다.


"** 병동 종양내과 코드블루"


아까까지 내 환자 중에 **병동에 입원한 환자는 없었으니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이구,

종양내과 환자한테

코드블루 상황이 생기면 안되는데... 쯧쯧.


4기 암환자는 

병이 치료되지 않으면

조금씩 컨디션이 나빠지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무리 병이 위중하다고 의사가 말해도 

환자나 가족은 내심 지금이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마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갑자기' 나빠졌다고 생각한다. 


4기 암환자라 해도

병의 정도가 별로 심하지 않거나 전이된 장기가 여러개가 아니고 

항암제에 반응을 잘 해서 치료경과가 좋으면

코드 블루 상황에서 모든 조치를 다 하는 것이 원칙이다. 

중환자실도 가고 인공호흡기도 하고 필요하면 심폐소생술도 한다. 

이번 위기 상황을 넘기면 환자가 다시 회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면 최선을 다한 치료를 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좋아질 가능성이 높은데 

4기 암환자라는 이유로 치료를 소홀히 하면 안된다. 



그런데 때론 환자가 나빠져서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최선을 다하면 안되는 때가 있다.

인공호흡기하고 심폐소생술을 해도 좋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되면

무리한 치료는 환자를 더 힘들게 하고 의미없는 생명연장 기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도 

인공호흡기를 유지한채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 소생이 아니라 - 각종 약과 기술을 이용해서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그래서 이 환자가 인공삽관 상태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의식도 없이 진정제를 투여한 채 가족들과 얘기도 못하고 남은 여생을 보내다가 돌아가시게 될 거라는 판단이 들면,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는게 낫다.


그런데 그런 얘기는 지금 당장 내 눈 앞에서 환자가 나빠져서 힘들어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야할 이야기는 아니다. 상태가 나빠지는 코스로 가고 있다고 판단될 때 미리미리 해야 한다. 환자와도 지금의 상황을 솔직하게 얘기해서 위기상황시 환자의 뜻과 의지가 어떤지 미리 확인하는게 중요하다.


어떤 종양내과 환자에게 코드블루가 발생하면 이후 과도한 치료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미리 그런 상황을 예상하고 준비했어야 한다. 그래서 나도 방송을 듣고 혀를 끌끌 찬 것이다. 

그 방송이 내 환자로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치프레지던트에게 전화가 왔다. 내 환자라고.


얼마전 전과받은 환자이다.

이미 표준 항암치료를 다 받은 상태였다. 

나는 항암치료를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좀 기다렸다.

나를 만나고 한달이 넘었을 때 배에 복수가 차고 빵빵해지기 시작한다. 

반응율이 좋은 약이 아니라 내심 이거 해봤자 별로 도움도 못 받고 괜히 항암제 때문에 환자가 고생만 하는 거 아닐까 우려가 되었지만, 컨디션이 더 나빠지면 항암치료를 못하게 될거 같아 그나마 지금이라도 항암치료를 해보는게 마지막 시도가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2주기 항암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임상적으로 별로 차도가 보이지 않는다. 

남편과 먼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보는 남편은, 그동안의 경과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고 싶지 않다는 내 말을 수용하지 못했다. 두달전까지 등산도 다니고 밥도 잘 먹고 집안일도 잘 했는데, 왜 그런 말을 하냐고 하였다. 행여라도 환자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환자도 뭔가 많이 불편해 보이는데, 잘 참는다. 그리고 말끝마다 열심히 치료하겠다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내가 너무 최선을 다하지 말자고 하는 것에 대해 매우 실망한 눈치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 주기를 맞춰서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노력하였다. 힘든 몸을 운동도 하고 고기도 열심히 먹으려고 애썼다.

얼마 안되는 기간 내에 몇번 입원을 반복하였다.

쉽게 컨디션이 떨어졌다. 


그러던 중 몇일 전 3주기 치료를 시작했다. 

전신쇠약감이 너무 심해서 오늘 일반외래를 통해 입원하신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아직 보고를 못 받은모양이다.

입원 당시 피검사를 보니 백혈구, 혈소판 수치가 매우 낮다. 호중구 감소상태에서 열도 있었던 거 같고 감염증이 동반된 것 같다. 


그렇지만 정작 응급상황이 발생한 것은 소변 보면서 힘주다가 미주신경성실신 (Vasovagal syncope)을 한 탓인 것 같다. 순간 의식을 잃고 혈압도 떨어지고 그랬나보다.

기관삽관을 막 하려는 찰나에 우리 똑똑한 치프가 가서 기관삽관을 하지 않고 경과관찰을 하게 되었다.

환자가 실신 후 의식이 깨었고 좀 좋아졌다. 

기관삽관을 안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기관삽관을 했으면 영락없이 중환자실 행이다. 


처음 나간 동맥혈 검사에서 pH가 7.1 이다. 

여하간 큰일날 뻔 했다. 

앞으로 몇일은 마음 못 놓겠다. 


남편은 오늘 상황을 보고서 

그동안 내가 했던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는 모양이다. 

항암치료를 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10 인데 예상되는 손해가 10 이상으로 더 크다면 

굳이 열심히 항암치료 하고 싶지 않다고 한 나의 말.

그 손해가 이렇게 심각하게 나타나는 걸 보니 

최선을 다해 끝까지 항암치료를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을 이제야 이해하시는 것 같다. 


환자 나이가 별로 많지 않으니

가족된 마음으로 얼마나 안타깝겠는가.

그런 사람을 앞에 두고 내가 더 치료를 안하고 싶다고 했으니

만난지 얼마안된 주치의가 원망스럽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나에게 이들 가족은 뚱한 반응을 보였었다.


이번 고비를 잘 넘기고 

환자가 회복되면 

당분간 항암치료하지 않고 좀 쉬자고 했다.

고비를 잘 넘겨서 이 가족에게 의미있는 시간이 주어지기를 기도한다. 






  • 2013.08.21 10:58

    비밀댓글입니다

  • 모자란 인턴 2013.08.21 21:23 신고

    pH7.1의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가르쳐주세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8.24 18:00 신고

      Septic shock 이었습니다. 가장 흔한 원인이죠 ㅎ

  • 2013.08.22 21:07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8.24 18:01 신고

      K 7.7 이 관건이었겠네요 ㅠㅠ

  • 2013.08.25 17:01

    비밀댓글입니다

  • 준서아빠 2013.08.27 19:04 신고

    어제부터 수축기 압이 70이 채안됩니다. 전에 biopsy한 자리도 오마야 만큼 부풀었고요.
    심박수를 올려 혈압을 끌어 올려보지만
    좀처럼 측정조차 힘듭니다.
    이젠 보낼때가 됐나봅니다. 미안하고 애들에겐 엄마를 지켜주지못해 또 미안합니다.

    샘블로그와 이별할 준비를 해야되나봅니다.

    애들엄마는 이기적이네요. 난 아직 보내고 싶지않은데 말이죠. 밉습니다.

    1. 2013.08.27 23:30 신고

      준서아빠님 글 많이 보면서.. 오늘 글엔 댯글을 달고 싶어지네요. 주제 넘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저는 작년에 엄마를 보냈어요. 혈압이 자꾸 낮아지던 그 날이 생각납니다. 귀에 대고 많이 고마웠다고, 사랑했다고 계속 말씀해주세요. 저는 막내인데 그냥 직감적으로 엄마의 그날 상태를 보고 엉엉 울면서 귀에다 키워줘서 정말 고맙다고, 사랑했다고, 미안하다고 했었어요. 근데 언니와 오빠는 저보다 표현에도 서툴고 엄마가 그걸 듣고 마지막 끈을 놓아버릴까봐 아무말도 못하고 보내드렸거든요. 아직도 둘은 많이 아쉬워해요. 저역시 아쉽고 그립지만 저라도 엄마에게 그런 표현했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해요.
      어린 아이들이 눈에 밟히시겠어요. 준서 아빠님 잘 견디시고 잘 보내시고, 또 잘 추스리시길 바래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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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보다 보면

왠지 그냥 정이 가고

안쓰럽고 

어떻게든 챙겨주고 싶은 나만의 VIP 환자가 생긴다.


그렇지만 

내가 그렇게 챙겼던 

VIP 환자들은 결국 다 돌아가셨다...


아무리 내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병은 뜻대로 되지 않았고

환자 임종의 순간을 맞이하면 속상하고 허탈한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내 VIP 환자의 가족들은 환자의 죽음을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들은 가족으로서 최선을 다했고

환자의 예후에 대해 담당의사와 충분히 커뮤니케이션했고

사람의 힘으로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준비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가신 분들은 다들 연세가 꽤 있으셔서 환자 본인도 당신 죽음에 대해서도 예상하고 계셨고 

가족들의 헌신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으셨던 분들이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진료한 나의 VIP 는 30대 중반의 여자 환자이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재발되는 난소암으로 수술과 항암치료를 반복하고 있다.

이제 난소암 치료로 보험이 되는 약이 없다.   

산부인과에서 6년간 치료를 해 왔다.

환자 상태에 따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때마다 환자는 좋아졌다.

그러나 얼마전 세번째 수술 후 나에게 환자를 의뢰하셨다.

담당 선생님이 전과하시면서 신신당부를 하신다.

어떻게든 꼭 좀 치료해 달라고. 

젊은 환자고 컨디션 좋으니까 신약으로 하는 임상연구 같은걸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부탁하셨다. 

ㅠ ㅠ 


그러나 나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수술을 했지만 수술 후 찍은 CT에서는 

그새 다른 곳에서 병이 재발되고 있다.

종양 수치도 1000에 육박한다.

환자 기록을 정리하면서 

난감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나보다 열배 컨디션이 좋아보이는 그녀

나보다 백배 예쁘고 고운 피부

지금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본인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한다. 

내가 정리한 무시무시한 의무기록과 달리 생활인으로 열심히 인생을 살고 있는 그녀.

어떻게 이런 몸으로 치료받는 환자가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 


그녀가 

난소암 치료도 받고

본인의 일상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야 했다.

환자는 저 멀리 지방에 산다.

가족은 만나본 적이 없다.

늘 혼자 병원에 다닌다.

지난 6년간 그렇게 치료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토요일 진료를 하기로 했다.

내 진료 시간표와 상관없이 그녀의 일정에 맞추어 주기로 했다.

보험이 안되는 항암제 치료를 감당할만한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

사회사업팀에 도움을 요청했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얼마전 결재가 완료되었다. 

오늘 두번째 항암치료를 하는 날.

이번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독성이 있었지만 나름 잘 견딘 것 같다. 

다음 번 오실 때 CT를 찍고 종양표지자를 검사해 보기로 했다. 


옷차림도 깔끔하게

화장도 예쁘게

당당해 보이는 그녀

그런데 난 그녀의 외로움과 고뇌를 읽을 수 있다.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 그런 말로 위로하기에

그녀는 너무 젊고 삶의 짐이 무겁다. 


그냥 기도할 뿐이다.

계속 나빠지는 병의 속도를 멈출수만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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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처음 만난건 약 4년전.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이다.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병이 진행되어서

당장 수술하지 않고 

수술 전 항암치료를 먼저 했었다. 

그때 우리병원에서 진행중인 임상연구가 있었는데 

당시 펠로우였던 나는 그 임상연구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환자 면담을 했던 기억이 난다. 


유방암을 처음 진단받으면 

환자 당사자나 가족들의 충격과 불안은 이루말 할 수 없지만

의사인 나는 솔직히 큰 부담은 아니다.

조기 유방암에 대한 설명

예후와 성적에 대한 데이터가 있고

설명해야 할 부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성의껏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면 된다. 


그때는 내가 주치의가 아니었으니

임상연구 설명을 하고 첫 치료를 받고 퇴원한 이후 뵌 적이 없다. 




그를 다시 만난 건 올 1월.

허리 통증이 심해져서 다른 병원에 갔다가 유방암 재발이 의심된다는 말을 듣고 응급실로 왔다.

통증이 심할 법 했다.

간 전이가 심해서 그것 때문에도 등이 아플 수 있고

척추 전이가 심해서 그것 때문에도 등이 아플 수 있는 상황이었다.

뼈전이가 심해서 갈비뼈에도 병이 보였다. 

머리뼈에도 전이가 되었다. 

이 정도면 머리뼈 아래의 뇌막을 자극하여 두통이나 구토감이 생길 수도 있겠다. 


폐경 후 여성에서 

호르몬수용체 양성인데 

유방암 치료가 끝난지 2년이 막 지난 시점에 이렇게까지 광범위하게 전이되는 경우는 흔지 않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재발되면 예후는 좋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다.

평균 기대여명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응급실에서 만난 남편.

그는 부인의 재발에 크게 분노하고 있었다. 

사진을 보여드리며 설명할 때 그는 화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리고 뒤돌아 울었다. 

정작 환자는 통증 때문에 자기 감정과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도 못할 정도였다.


항암치료를 시작하였다. 

서너시간이면 끝나는 항암치료를 하고서도 환자를 퇴원시킬 수가 없었다. 통증 때문이기도 했고, 간 전이 상태가 심각한 상태에서는 항암제 반응이 좋아도 간에 있는 암세포들이 깨지면서 몸에는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일을 경과관찰하였다. 

환자는 몇일 사이에 통증이 많이 좋아졌다. 

위험한 일도 생기지 않았다. 

컨디션이 점점 좋아지면서 10일만에 퇴원하였다.


그들은 재발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많이 분노했지만

다행히 치료반응이 좋아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 갔다.


건축일을 했던 남편은 서울 집을 놔두고 

가까운 강화에 땅을 사서 손수 집을 지었다. 

남편은 성격이 매우 괄괄하고 급한 편이다. 

내 앞에서는 별 내색을 안하셨지만, 외래에서도 무슨 검사 스케줄이 어긋나거나 예정대로 일이 진행이 안되면 큰소리내시는 분이라 간호사들이 힘들어했다. 난 그래도 매번 CT를 찍을 때마다 환자의 병이 조금씩 조금씩 계속 좋아지는 중이라 나는 바깥일에 대해 모른척 눈감고 있었다. 부인을 위한 마음이 사랑이 극진해서 그런거니까 이해해주고 싶었다. 


환자도 치료 중 발생한 여러 크고 작은 합병증을 잘 견뎌냈다.


항암치료가 거듭되는 동안

강화도 집이 예쁘게 완성이 되었다. 

집에 수영장도 만들었다고 자랑하셨다.

서해바다가 바로 눈 앞에 펼쳐지는 집

매일 해지는 광경을 집 마당에서 그림처럼 감상할 수 있는 집이라고 하셨다. 

다 큰 자식들은 서울에서 일하고 

두 부부가 강아지 두마리 데리고 새 집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그들은 내 덕분에 많이 좋아졌다며 늘 감사하다고 했다.


그렇게 나름으로 최선을 다하는 그들에게 

나는 좋지 않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말하고 싶지 않았다.

많이 좋아졌냐고 물어보면 좋아졌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척추 뼈전이로 인한 흉추 미세골절이 악화되면 언제라도 통증이 다시 찾아올 것이고

머리뼈 전이범위도 넓어서 증상이 생기면 방사선치료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뼈도 심각한 상태지만

간이 더 심각했다.

재발된 간의 면적이 넓어서 항암치료를 할수록 간경변 환자처럼 간이 쪼글쪼글 해지고 있었다. 

간수치는 정상이지만 CT에서 보이는 간의 모양은 사실 그리 좋지 않았다. 

아직 암세포들은 남아있는데 간경변 환자처럼 간이 쪼그라지고 있다. 

항암제 반응이 좋으니 치료를 계속하는게 원칙이지만,  

환자의 간기능이 얼마나 버텨줄지 조마조마했다.

7번째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두가지 약제 중에 한가지만으로 치료를 유지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고민하여 7번째 항암치료를 한지 몇일 되지 않아

환자가 예정에 없이 외래에 왔다.

자꾸 토하고 배도 아프고 컨디션이 너무 나쁘다는 것이다.

머리뼈 전이가 악화되었나?

뇌로 전이가 되었나?

병이 다시 나빠지기 시작하는 건가?

입원해서 다시 검사를 하였다.

영상으로 보이는 뼈나 간이나 뇌는 큰 변화가 없다. 고만고만. 종양수치는 약간 상승하였지만 큰 변화는 아닌것 같다. 객관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어보이는데 환자 컨디션이 영 좋지 않다. 느낌이 좋지 않다.  사진에서 뚜렷하게 나빠지지 않았어도 환자 컨디션이 나쁘면 한두달 지나고 보면 CT가 나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뭔가 암세포들의 activity가 활성화되기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입원하여

매일 피검사를 하였다. 

간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입원할 때 2.4 였던 빌리루빈이 오늘은 13.5 다.

지난주 소화기내과 선생님과 상의를 하였다. 그때만 해도 빌리루빈이 7이었다. 

선생님은 사진과 피검사 결과를 비교해 보시면서

회생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딱잘라 말씀하셨다.

해줄게 없네요. 

검사도, 약도 없다.

그냥 기다리는 수 밖에.

 의사인 나도 수용하기 어려운데

그런 말을 환자와 가족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일요일 오후로 면담 시간을 잡았다.

평일에는 남편과 면담 시간을 잡기가 어려웠다.

남편과 1시간이 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이야기를 내가 많이 듣기도 했다.

그에게 최소한 한번은 

주치의인 나한테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게 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한달전 PET-CT 를 찍을 때만 해도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 않았는가. 

왜 한달만에 말을 바꾸는가. 

이렇게 빨리 간이 나빠질 수도 있는가.

간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도움이 되는 약이 없단 말인가. 


그는 얼굴이 벌게져서 나에게 맹렬하게 질문을 한다.

그리고 한참을 운다.  

부인과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고 

지금의 자기가 있기까지 

부인이 자신을 얼마나 꼼꼼히 내조하고 도와주었는지 말한다.

부인이 없으면 자기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빌리루빈 3을 넘으면 항암치료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항암제의 이득보다 해가 많기 때문이다.

빌리루빈 10이 넘으면 갑작스럽게 돌아가실 수 있음을 고지하고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는게 좋겠다고 말한다. 만약 심폐기능이 갑자기 나빠지면 기계호흡이나 중환자실 입실 같은 건 하지 말자고 설명한다.

언제든 의식이 흐려지고 돌아가실 수 있으니 임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제부터 우리 환자는 빌리루빈 10을 넘었다. 


환자 의식 더 흐려지기 전에

같이 외출해서

은행업무 보시라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 환자 명의로 된 재산은 환자가 죽고나면 정리하는 것이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 - 

차마 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남편은

환자가 어제 관장을 하고 나니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고

아직 그런 말은 환자에게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어제도 폰뱅킹으로 18자리 숫자를 다 외워 은행업무를 다 보더라고

아직 그렇게 상황이 나쁜 것 같지는 않다고

그러니까 지금 그런 말을 환자에게 하면 너무 충격을 받을 거라고 

조금만 더 경과를 보고 판단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남편과 긴 대화를 마치고

환자를 보러 가니

컨디션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빌리루빈 13.5 인 환자 그 자체다.

그런 모습도 남편은 좋아진거라고 믿고 싶은 거다. 

환자는 내가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수를 다시 하고 로션도 바르고

널부러져 있는 모습 보여주기 싫다며 휠체어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온 몸이 퉁퉁 부어있다.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환자를 위로하고 나왔다.

간기능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힘든 것이니 잘 견디시라고.


마음 속으로 앞으로 2주 넘기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언제 다시 말해야 하나...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해야 하나...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환자가 조만간 돌아가실 거라는 사실을 우격다짐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 

면담을 하고 나니

아무런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내일 호스피스 팀과 상의해 봐야겠다. 

 


 







 




  • 아녜스 2013.07.08 01:38 신고

    빌리루빈수치를 매일매일 체크하고
    노트에 적을때 마다 가슴치던 제모습이
    생각나요.. 언젠가부턴 간호사선생님들이
    수치를 낮춰서 알려준다는걸 알고
    마음으로 참 많이 울었습니다.
    고맙기도하고 슬프기도한 아픈심정이었어요.
    남편분과 환자분을 위해 기도하고 자야겠습니다..

  • dnjsldkQk 2013.07.08 13:43 신고

    어려운 시간 보내셨군요. 힘내십시요. 선생님.

  • 고정은 2013.07.12 22:05 신고

    교수님 , 은행업무 보라는 말은 그 어떤 환자가족에게도 하지않으시는게 좋을거같아요
    그건 알아서들 할 문제니까요 ㅜ

    1. 건곤일척 2013.10.22 11:38 신고

      저는 고정은님과 좀 다르게 생각하는게... 은행업무 보시는게 좋을 것 같다는 말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번도 그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환자와 보호자들이 대부분일텐데, 당연히 업무를 미리 볼지 안볼지는 개인이 알아서 할일이지만 절차가 복잡해진다는것 정도의 사실은 말해드리는게 좋은거같아요. 그 말 = 죽음을 준비해야한다, 로 들려서 서운하거나 언짢으실지는 모르지만.... 준비해야하는건 사실이니까요.

  • BlogIcon 하현경 2013.07.28 16:48 신고

    세상에 무수히 많은 직업군이 있고, 그 어떤 일도 쉬운 일은 없다지만...
    의사로서의 삶을 살려면, 직업 그 이상의 무언가를 넘어서야만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으로 귀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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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가까운 나이도 나이지만  

워낙 위험요인이 많았다.

20년전 흉선암 수술 후 생긴 심장부정맥, 

그리고 수술 이후 늘어진 심방에 오랫동안 매달려 있는 혈전,

심장기능이 좋지 않으니 수액 공급을 조금만 잘못해도 신장 수치가 나빠지기를 수차례.


온 폐가 허옇게 되어 응급실로 오셨다. 

폐전이가 맞기는 한데 원발병소를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원발병소를 정확히 찾기위해서는 조직검사와 여러 검사들이 필요했는데

환자는 전신마취를 할 수도 없었고

제대로 누울 수도 없어서

검사를 제대로 하기도 어려웠다. 

 

정황상 난소암 폐전이로 진단명을 붙이고 항암치료를 시작했지만

원발 병소도 백프로 정확하지 않았다.

그래도 난소암으로 진단명을 붙여야 항암제를 쓸 수 있는 폭이 넓었고 

의학적인 범위 내에서 난소암으로 진단할만한 근거들이 있었으니 

난 여러모로 유용하게, 과학적으로 손색없이 진단명을 붙이고

항암 치료를 시작하였다. 


전 폐야에 전이가 진행된 상태라 환자가 제대로 누워서 주무시도 못한 채 기침하고 숨차하면서

항암치료가 시작되었다. 

항암치료 밖에 증상을 호전시킬 방법이 없어서 죽음을 각오하고 치료를 시작하였다.

항암치료는 6시간이면 되지만 

1주일 이상 입원을 해야 했다. 

6번의 항암치료를 통해 기적처럼 폐전이는 많이 좋아졌고 환자도 편안해 졌다.

그러나 그 6번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흡입성 폐렴, 뇌경색, 급성신부전 

그런 합병증의 이벤트가 지나갔고

매번 피검사도 아슬아슬, 

환자 상태도 아슬아슬.

그러나 그 고비를 넘겼다.

그렇게 1년 4개월이 지났다.

항암치료는 처음 6번만 하고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돌아가실 가능성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주 돌아가셨다.

내가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사셨다고 생각했다.

가족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히 임종하시지 못하고

한밤중에 갑자기 호흡부전으로 돌아가셨다. 

그 점이 죄송했다. 

환자가 너무 숨차해서 진통제를 투여하기 시작한 것과 관련이 부분적으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통제를 드리지 않았으면 더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종양내과 의사로서 

환자의 임종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코스였다고 생각하고

마지막에 진통제를 드린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공식적인 서류로 DNR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수차례 위급한 상황이 왔을 때마다 

난 더 나빠지면 심폐소생술은 하지 말자고 여러 차례 얘기해 왔었다. 

가족도 동의하였다.

그리고 좋아져서 퇴원하실 때 슈퍼맨 할머니라고 칭찬해드렸다.

또 좋아지셨네요. 

난 정말 기적처럼 좋아지는 할머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폐전이는 조금씩 나빠지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환자는 누워잘 수 없게 되었다.

심장 문제가 아니라 폐전이 때문이라는 것을 확정하였다. 


돌아가시던 밤

공식 DNR 을 받았다는 기록이 없으니

당직 레지던트가 환자 상태를 보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해 버렸다.

나에게 바로 연락이 되서 

나는 중단하라고, 그냥 돌아가시게 하라고 지시했다.

2-3분의 심장압박이 있은 후 

심폐소생술은 중단되었고 

그 후로 환자는 주무시듯 돌아가셨다. 


아마도 그렇게 험악한 상황이

또 자식들이 임종을 다 함께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

자식들을 속상하게 했나보다.


삼오제를 지내고 오신 따님이 오늘 문자를 나에게 보낸다.

어머니가 죽는 순간을 그렇게 몰랐었냐고...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고 삼오제를 지내고 보니

여러가지로 아쉬움과 후회가 많으신가보다.

 

그 자식들이 얼마나 효자 효녀였는지

얼마나 최선을 다해 어머니를 모셔왔는지 나는 잘 안다.

병원을 왔다갔다 할 형편이 안되서 2달 넘게 장기입원을 해 가면서까지 

여러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드렸고

급한 일이 있을 때는 연락하시라고 내 전화번호도 알려드렸다.

아마 그들도 내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자식으로서 어머니 가시는 그 마지막 길이 

잘 준비되지 못한 채

황망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나보다. 

연속되는 문자 메시지를 받으니

한편으로는 나도 면목이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도 속이 상한다. 


나는 지금이 좋은 때라고

언제든 돌아가셔도 더 이상 할말은 없는 때라고

마음으로 준비하셔야 한다고 여러차례 이야기해왔다.

늘 환자가 함께 계시기 때문에 안좋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자주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따로 몇번이나 이야기를 하였다.

그들도 그런 나의 설명에 동의하였다.

그러나 마음으로는 동의가 되지 않나보다. 


임종의 순간을 가족과 함께 평화롭게 보내실 수 있게  해드리지 못해 죄송하지만

암환자는 그렇게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는 경우가 더 많다.

결국 암으로 돌아가실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는게 대부분 가족들의 반응이다.

얼마나 더 자주 확실하게 못을 박아야 하는걸까?


그냥 원망을 듣고 마련다. 


  


  • 준서아빠 2013.06.19 17:12 신고

    언젠가 말씀하셨던 그 할머니가 임종하셨군요.

    보호자분들의 이런저런 얘기가 때때로는 힘이 되지만 때로는 depress 한 이유가 되기도 하네요.

    하지만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기운차게 욱하는 샘 모습을 기대합니다.

    더워지는 날씨에 기운내세요. 산행도 빨리 진행하셔서 기운찬 모습뵙길 희망합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6.19 22:23 신고

      제 환자들을 많이 아시는군요.
      확실한게 있나요?
      그냥 흔들리면서 흔들린 채로 살아가는게 인생인거 같습니다.
      속상해도
      매일 매일 외래를 보면서
      그냥 잊고
      살아야죠
      위로 감사합니다.

  • 2013.06.19 18:17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6.19 23:04 신고

      네 속상해요
      상처받고 딱쟁이가 생기고 다시 상처받고 또 다시 딱쟁이가 생기고
      그러면서 마음이 굳어가겠죠...
      좋게 말하면 내공
      나쁘게 말하면 구태의연

  • 학생 2013.06.21 20:25 신고

    힘내세요!!!!!!!

  • 2013.06.22 03:10

    비밀댓글입니다

  • 2013.06.22 03:11

    비밀댓글입니다

  • 궁금 2013.06.22 03:12 신고

    이렇게.. 항암제는..부작용을 초래하는데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항암을 하면안된다. 차라리 자연치유요법을 해라. 아니면 한의원에서 면역치료를해라 이러한 많은 정보들을 결국 믿어야하는게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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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 여자 

4살 5살 먹은 두 아들의 엄마

자궁경부암 폐전이.

폐전이 후 항암치료를 두번 했는데 효과는 없고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수치만 왕창 떨어져서 고생했다.

다음 치료를 생각하지 못하고 쉬고 있던 중 

갑자기 기침이 나고 열이 나서 병원에 입원하였다.

응급실 오기 전전날부터 컨디션이 않좋았는데 

병원에 오고 싶지 않았다.

어린 두 아들을 맡길 곳이 없었다.

그러나 숨쉬는게 힘들어 결국 병원에 오고 말았다.


오른쪽 폐기관지 근처의 종양이 커지면서 기관지를 눌러

폐가 쭈그러들었다. 무기폐. 엑스레이가 허옇다.


그런 상태에서 나에게 협진이 의뢰되었다. 

일단 열이 계속 나니까

기관지 내시경을 해 보거나 기관지에 스텐트를 넣어보는게 좋을 것 같다.

미리 처방을 내 놓고 검사 스케줄도 가능한지 알아보았다.

그리고 환자를 만나러 갔다.

산소를 하고 누워있는 환자.

애기 엄마인줄 몰랐다.

오늘 종양내과로 전과될거다. 기관지 내시경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런 얘기를 하는데

환자가 강력하게 기관지 내시경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나는 젊은 아가씨가 투정부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말해도 검사를 거절했다.

가족 내 보호자와 상의하고 싶다고 했더니 저녁에 아버지가 오신다고 했다.


저녁에 병동 간호사실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일용직으로 건설현장에서 일하면서 

그날 그날 일당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환자는 두 아이의 엄마이며 남편과는 4년전에 이혼한 상태에서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아이들은 지금 동네 아줌마가 봐주고 있다고.


아버지에게 환자 사진을 보여주면서 상태를 설명하고 자궁경부암에 효과적인 약이 별로 없어서 앞으로 예후를 긍정적으로 예측하기 힘들다고. 스텐트를 넣든 방사선 치료든 뭔가로 환자의 폐를 펴고 항암치료를 잘 해서 효과를 봐야 하는데  만약 그렇지 못하면 아마 앞으로 1년도 어려울 것이라고.


아버지는 산부인과에서 대략 이야기는 들었다고, 눈물을 글썽이면서, 하는데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부탁한다. 내가 들으면 뭐 알겠냐고 그냥 선생님만 믿고 치료하겠다고... 처음 만난 나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가 움켜 잡을 수 있는 마지막 지푸라기였다. 

그러나 나는 처음 만난 환자의 보호자에게 험악하고 무서운 말을 먼저 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환자가 내 뒤에 와서 내 설명을 듣고 있었다.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한다.

아이들 때문에 빨리 집에 보내달라고 한다.

방사선 기계가 한대 고장나서 치료 일정이 미뤄지는 것 같으니

일단 항암치료하고 퇴원하겠다고 한다.

매일이라도 올테니 퇴원시켜달라고 한다. 


Topotecan + cisplatin

과연 그 약을 맞고 집에서 어린 아들 두명을 돌볼 기력이 있을까?

이미 복부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상태라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면 출혈이 올 가능성도 높다. 이전 항암치료 받을 때도 보니 간간히 출혈성 이벤트가 있었던 것 같다. 


집에 가서 견딜 수 있겠어요?

이 항암치료 힘들어요. 예전에 받은 것 보다.


힘든거 알아요.

그래도 애들을 보고 있으면 기운이 나던걸요.

병원에 이렇게 맥없이 누워있는 것 보다 나아요. 


어떻게든 방사선 치료 일정을 앞당겨 보려고 했지만 어려웠다.

허연 폐를 그냥 두고 오늘 항암치료를 시작하였다.

너무 아슬아슬하다. 


사회사업팀에 지원을 요청해 본다. 

그곳에서부터 뭔가 도움의 손길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단돈 얼마라도 이 가족에게 필요할 것 같다. 

내일 퇴원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환자를 퇴원시키는게 맞는 걸까?


명함을 줘야겠다. 

컨디션 안좋으면 바로 연락하라고 해야겠다.

그리고 

기도해야겠다.

오늘 어떤 환자로부터

나에게 치유의 기적을 보인 마리아상이 매달린 묵주를 선물로 받았다.

다른 환자가 나에게 준 사랑으로

다른 환자를 위해 기도해야겠다.


나는 신심이 약한데

정말 기도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 Rosa 2013.06.30 01:15 신고

    필요할 때만 찾는 마음 때문에 기도를 안하실 필요는 없어요.
    필요할 때만 찾아도 반겨주시는 분이 하느님이시래요. 엄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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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출산휴가에 들어간 선생님을 대신하여

진료를 보게 되어 외래 환자수가 급증하였다.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아직 라뽀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데 

갑자기 그런 환자들을 무더기로 만나 상의를 하고 치료를 해야 한다는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주말 내내 마음이 불안불안.

그들도 처음 만나는 내가 낯설고 불안하다. 

나도 주말동안 예습을 한다고 했지만 

내가 계속 진료해 오던 환자만큼 익숙치 않아 외래 시간이 지연되었다.

사실 지연시키지 않기 위해 무지하게 애를 썼는데 

세명 정도의 환자랑 면담이 길어지는 순간, 한시간이  넘게 훌쩍 지연되어 버렸다.

늘 그런 식이다. 

두세명과 예정에 없이 대화가 길어지면 외래는 늘 그렇게 지연되어 버린다. 


그렇게 길게 늘어진 외래의 마지막 환자.


굳세게,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어도 꿋꿋하게

가족과 멀리 떨어져 지내면서도  

일정에 맞추어 최선을 다해 치료를 받아 오셨는데

최근 몇개월 치료가 지지부진하였다.

병이 조금 나빠진 탓도 있었지만

부수적인 합병증을 해결하느라 

항암치료 일정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에 병이 나빠졌다.

이제 난소암에 쓸 수 있는 효과적인 약제는 다 쓴 상태.

항암치료를 해도 줄어들지 않는 몇군데 병변에 대해 방사선 치료를 해 보기로 했다.

방사선 치료가 정답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선 효과가 좋은 항암제를 정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환자는 긴 외래를 기다려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외래진료를 신청했다고 한다. 


그녀는 

그동안 치료 받으면서

건강보조식품이나 사람들이 권유하는 민간 요법 등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저 의사인 내가 하라는 대로

내가 먹지 말라는 거 안 먹고 

하지 말라는거 안 하고 

노력하라는거 노력하면서 열심히 치료받았다.


선생님

제가 지금 저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이제 좀 초조해 지기 시작하네요.

아이랑 떨어져 지낸지도 너무 오래되었고

미래를 낙관적으로 생각하기가 힘드네요.

내가 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게 뭔지 모르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게 있기는 한가요?

림프부종이 악화되니까 많이 걷지도 못하겠고

자꾸 부으니까 컨디션도 나빠지고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지만 소화도 잘 안되고

제가 뭘 할 수 있는걸까요?


조용히 말하지만

절규에 다름아니다. 


뱃 속의 병이 심하지도 않은데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 요관을 끼웠고

부종 때문에 퉁퉁해진 다리를 꽉 조이는 스타킹을 신었다.

좋아질 수도 있지만

나빠질 가능성이 더 많다.

이미 써볼만한 약은 다 써봤으니까.

그녀에게 좋아지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지난 외래 때 이야기한 바가 있었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에,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기에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충분히 다 말하지도 못했다. 


오늘은 유달리 병이 나빠진 환자가 많았다.

환자 나빠진 것이 내 탓은 아니라고 아무리 굳게 마음을 다잡지만

마지막에 이르니 나도 마음이 흔들린다.

어찌해야 하나...


맞아요

지금 환자가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네요.

제가 방사선 치료 일정이라도 좀 앞당겨 달라고 부탁드려 볼께요.

그래도 지금 특별히 아주 아픈 증상이 없으니 다행이에요.


이걸 위로라고 하는 걸까?


환자는 환자 나름으로 최선을 다해 보려고 하지만

그것이 크게 도움이 안되거나 부질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그 마음을 알면서도 

나 조차 어찌 도울 방법이 없으니

환자들은 현대의학의 한계를 느끼고 다른 곳에서 대안을 찾으려고 할지 모른다.

그게 돈이 얼마나 들든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그저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으니까

그렇게라도 자기가 좋아질 수 있다면

그 가능성이 0.001%라도 해 보고 싶어한다.

이름을 바꿔 보기도 한다.

뭔가 운명의 흐름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까?


지금이 제일 좋은 순간일지도 몰라요.

6개월 후, 혹은 1년 후에 내가 죽는다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될까?

내가 꼭 해야 하는 말은 무엇일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지금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그런 상황을 생각해 보세요.


그런 말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 얘기를 외래의 타이트한 시간의 압력속에서 

시계를 쳐다 보며 3분, 5분을 새겨가며 진료하는 내가 

얼마나 여유롭게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가며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환자는 그런 조급한 내 마음을 다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설령 내 심정을 이해한다 해도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런 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미적지근한 대화를 마치고

답답한 마음을 해결하지 못하고

외래문을 닫고 나온다.

그렇게 가슴에 피멍이 든 환자들의 병원 등록번호를 수첩에 적어

지금부터 고민을 다시 시작해 본다.


그를 위해 지금 나는 무엇을 하는게 좋을까

침묵의 시간을 견디며 

좋은 해답이 나오기를 바란다. 

 







  • 슬기아빠 2013.06.11 09:39 신고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치료가 끝나니 선생님 얼굴 뵐 일도 없고 블로그 글 읽기도 뜸해집니다. 치료 이후 우리는 다른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전보다 크고 넓고, 무엇보다 여름에 덥지 않고 겨울에 춥지 않은 곳으로. 아내가 무척이나 좋아합니다.(전 고소공포증이 있어 창문 가까이 가지도 못하지만). 또 얼마전에는 아내와 같이 초등학교 총동창회에도 다녀왔습니다.(우리는 초등학교 동기). 그날 우리기수가 주관을 해서 여러가지 궂은 일을 도맡아 했는데도 아내는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너무나 기뻤다고 합니다. 그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지만. 방사선 치료 끝나는 날 꽃바구니와 케잌을 사서 주었더니 너무나 좋아하더군요. 앞으로 아내의 얼굴에 웃음이 많이 붙어다니도록 조그만 이벤트를 자주 해야겠습니다. 선생님 글을 보니 일이 더 많아지신것 같은데, 그래도 건강 챙기시면서 일하십시요. 선생님도 가족이 있고, 또 그래야 더 많은 환자들을 돌보실 수 있잖아요. 감사합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6.11 22:03 신고

      방사선치료를 마치고 선물하신건 정말 잘한 거같아요. 두분의 잔잔한 생활의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아내 사랑의 마음도 와 닿아요. 앞으로도 그렇게 계속 선물하시고 마음을 표현해주세요. 오늘 하루도 삶의 멋진 순간이 되시길. 저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할게요. 격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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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회진을 가니

수축기 혈압이 80mmHg 이다.

몇일전 입원하신 후로 밤에는 수면제를 드리고 있다. 6-8시간 정도 주무시게 한다.

토하느라고 잘 못 드시니 무조건 자는 것이 환자에게 필요했다.  

Terminal sedation.


숨쉬는 것이 어제와 다르다. 

cheyne-stroke pattern.


맥박을 짚어보고 심장소리를 들어본다. 소리가 아주 약하다. EMR 상에서는 아침 맥박이 120회 정도였는데 지금 내가 손목을 잡아보니 60회도 안되는 것 같다. 

다시 혈압을 재 본다. 70mmHg.


내 눈앞에서 환자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게 느껴진다.

내 또래 환자의 딸과 함께 임종을 기다린다. 

사실 기다렸다기 보다는 순식간에 다가와 버렸다. 

청진하고 동공도 비춰보고 맥박도 짚어보고 꼬집어서 통증반응도 확인하고

뭐 그렇게 몇가지를 확인하는 동안

내 눈앞에서 

맥박이 느려지고

혈압이 안 잡히고

환자의 호흡횟수가 줄어간다.


모니터를 붙였다.

EKG flat 을 찍고 사망선언을 해야 하니까. 


가족들은 이미 다 준비가 되 있었지만 그 날이 오늘일 줄은 몰랐다.

내일 집 근처 요양병원으로 전원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잠에서 깨어나신 후 얼마 안되었는데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 엄마 나이의 난소암 환자. 

복막증이 진행되면서 위에 전이가 되었다. 위장 운동이 잘 안되니 음식을 못 드시고 토하기를 몇달째. 원래 풍채가 좋은 분이셨는데 지금은 아주 몸집이 작아졌다. 아기처럼 아주 작아졌다.


직계 가족을 암으로 보낸 적이 있던 환자는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 알고 있었다. 

더 이상 쓸만한 항암제가 없다는 말을 듣고도 알겠다고 하셨다. 

외래에 오시면 무슨 증상 말하고 무슨 약이 나에게 잘 맞는거 같더라 그렇게 몇달을 외래로 다니셨다. 

암이 진행하면서 생기는 증상이라 일반적인 약을 먹어도 증상은 해소되지 않았다. 위에 전이가 되어 위장운동이 안되니 암만 소화제를 먹는다고 소화력이 좋아지겠는가. 가능하면 환자 마음에 상처 안 주는 범위 내에서 설명을 하려고 했었다. 약을 먹어도 왜 좋아지지 않는지에 대해. 


그래도 환자는 똑같은 증상을 계속 호소하였다. 나중에는 결국 소화제가 아니라 진통제를 바꾸고, 먹는 진통제가 아니라 붙이는 진통제로 바꾸는 것이 필요했다. 뭘 해봐도 별로 였다. 환자는 속이 거북하다, 음식을 먹고 싶은데 항상 뱃속이 더부룩하다, 가스만 차는 것 같다, 생목이 올라오는 것 같다 그런 똑같은 말을 반복하시니 난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진통제 용량을 올리면 구토가 너무 심해서 증량할 수가 없었다. 항구토제를 주사로 드리면서 조금씩 용량을 올려보지만 토하는게 너무 심해 환자가 진통제를 거부한다. 자기는 아픈데 없다고, 그냥 소화가 안되는 것 뿐이라며 진통제를 안 쓰셨다.  


입원횟수가 점점 잦아진다. 

요양병원으로 가보기도 했지만, 증상 조절이 잘 안되서 결국 다시 오신다. 점점 작아지는 몸집, 이제 말도 잘 못한다. 기력이 없어서. 

 

그런 환자가 어제 밤 주무시기 전 딸에게 그러셨다고 한다. 


선생님 입장 생각해서 여기 계속 입원해 있으면 안된다고. 

토요일날 동네 요양병원으로 가자고. 

꼭 가야 한다고. 


왜 그러셨을까? 왜 어제 밤에 따님께 그런 말씀을 하시고 주무셨을까? 

내가 환자를 너무 쫒아낼려고 했을까? 

우리 병원에서 더 이상 할 검사나 치료는 없었다. 지금 쓰는 수면제와 영양제만 드리면 되는 상태이니 우리 의견대로 치료를 지속해 줄 수 있는 요양병원으로 전원했으면 한다는 내 이야기를 들으신 모양이다. 환자 마지막 가시는 길에 내가 그렇게 불편한 존재가 된 것 같다. 


바쁜 아침 회진 중에 

환자 임종 선언을 하게 되었다.

아침 8시 15분.

따님과 나 둘이서 임종을 지켰다. 

아주 편안하게, 주무시듯 돌아가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에 무슨 위로가 필요하겠는가. 같이 그 순간을 지켜드리면 되는 것이지.


환자의 임종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외래에서 그분이 나에게 했던 주된 호소,

콧줄을 끼우고 편하다며 고맙다고 했던 날

복막증인데 배가 많이 안 아파서 다행이라고 했던 말 

약을 조금만 바꾸면 설사하고 많이 힘들어 하셔서 미안해 하는 나를 보면 

'내가 보기와는 달리 원래 예민한 사람이야' 그렇게 농담을 하며 오히려 내 마음을 위로해 주시던 분.

검사를 하고 나면 사진을 보고 결과를 듣고 싶어하셨다. 

자꾸 나빠지니까 보여주기 싫다고 했더니 그래도 봐야지, 나도 살 날을 알아야지 하셨다. 

그렇게 나와 대면해서 했던 말과 이야기, 그 장면들이 순식간에 스쳐지나간다.

마지막에 품위를 잃지 않고 고요하게 임종을 하신 것 같아 다행이다.


내 앞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심장박동이 멈추는 그 순간을 함께 한 환자.  

그는 나에게 무슨 메시지를 주고 싶으셨던 걸까?

말기 암환자 전원시키지 말라고? 

치료받던 우리병원에서 임종하게 해달라고?

어제 밤 딸에게 했던 마지막 이야기가 

꼭 요양병원으로 전원가야 한다는 말씀이셨다고 하니

내 마음이 찔린다. 

마지막 가시는 길 지켜드린 걸로 죄송한 마음을 대신할 뿐이다. 




 










  • 2013.06.01 00:26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6.01 12:28 신고

      DNR 받는거 참 그래요
      특히 문서로 받을 때
      우리병원 DNR 서식문구도 별로 맘에 안들고...
      허대석 선생님 블로그로 스크랩되었다니 완전 영광이군요.

  • 2013.06.09 03:20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6.09 12:46 신고

      정확히는 유방암의 전이가 위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수술을 하지 않은 것 같고, 병이 진행되어 복수가 찬것 같습니다. 복수가 많아지고 조절되지 않으면 부종이 악화되지요. 지금 혈압을 괜찮으신것 같은데 말씀하시는 코스는 사실 전형적인 과정인 것 같습니다.
      제가 주치의가 아니기 때문에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몇개월 남았다 하는 것이 정확하지는 않아도 제가 보기에는 임종이 곧 다가올 것 같습니다. 돌아가시 전에 가족간에 서로 하고 싶은 말, 어머니가 원하는 것들을 해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힘들지만, 힘들어만 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 2013.06.09 21:03

    비밀댓글입니다

  • 2013.11.09 12:05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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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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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환자들이 알면 깜짝 놀라겠지만

(어쩌면 이미 다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난 가끔 환자를 미워한다.

아주 미울 때가 있다.

회진가기도 싫고 얘기하기도 싫다.

마음속으로 그렇다.


그렇지만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한다. 

하지만 내 마음이 그렇다는게 티가 날지도 모른다.

내가 워낙 성격이 욱 하니까. 

난 감정을 잘 숨기지를 못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 날 위선자라고 하지는 않겠지? '

인간이면 어느 정도 그런 면이 있지 않을까 합리화한다. 


그러나 내 직업이 의사인 이상,

마음 속으로 환자가 미울지언정 - 마음 속으로도 모두를 사랑할 수 있으려면 종교적인 힘이 필요- 

겉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고 

최소한 그렇게 환자를 미원하는 자신을 반성할 줄은 알아야 한다.

그것은 본성이 아니고 훈련과 교육에 의해서 습득되어야 하는 직업 윤리이다.


그래서 나는 늘 노력하지만

그래도 미운 환자가 있기는 있다.  

아주 속을 끓이는 환자. 아침마다 그를 만날 생각을 하면 심장 박동수가 빨라진다. 긴장하는 모양이다. 

회진 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공허한 대화를 하지 않으려면 말을 잘 해야 한다. 

암튼 환자를 만나는 내가 편치 않다. 


그러나 나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마음을 편치 않게 하는 환자를 만나면

그건 그가 나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가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것은 뭔가 그의 몸과 마음에 균형이 맞지 않는 뭔가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걸 빨리 찾아야 한다. 

그런 느낌이 들 때는 

나를 성가시게 하고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그의 불평에 다시 한번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심기일전하고 다시 들을 수 있도록 마음을 '리셋'해야 한다. 

그걸 놓치면 문제가 생긴다. 


그는 

원래 산을 좋아했다.

암벽등반도 하고

산악 자전거도 타는 사람이었다.

아직 미혼인 그는 자유롭게 여행하고 산에 다니며 바람처럼 가볍게 사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성격이 지나치게 논리적이라는 것이 나를 부담스럽게 했지만

그는 의사말을 잘 따르려고 노력하고, 애쓰는 환자였다.  


이번 입원 후 컨디션 조절이 잘 안된다.

미루어 둔 항암치료는 아마 못할 것 같다.

나는 항암치료를 못할 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앞으로 치료는 어렵고 치료를 하지 못한다면 복수도 잘 조절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내 말을 일관적으로 '부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내 말이 잘 안통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환자가 미워졌다. 


오늘 그가 왜 그렇게 내 설명을 부인했는지, 내 말을 안 들을려고 했는지 알게 되었다.

죽기 전에 좋은 산악 자전거로 강원도 자전거 여행을 해보고 싶었단다.

그래서 남은 돈을 다 모아 하이킹 장비, 산악 자전거 등등의 장비를 주문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그는 새 자전거를 타고 강원도 산맥을 넘어 동해 바다를 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내 말을 듣고 싶지 않았나 보다. 

좀 좋아지는 것 같다고, 오늘 내일 좀 먹어보면서 노력하면 좋아질 것 같다고 말한다. 

내가 보기에 배는 점점 불러오고 자꾸 토하고 안색은 창백하고 다리는 자전거 패달을 밟을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너무 가늘어졌고 한끼에 밥 몇 숟가락 먹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는 조금만 노력해 보면 좋아질 것 같다고 말한다. 

내 말을 인정하는 순간, 그는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니까. 


그런 환자를 미워한 내가 미안하다.

환자의 마음에는 

그렇게 이루고 싶은 내일이 있었는데

나는 그저 내 말이 먹히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그에게는 한달의 시간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는게 좋을지 정답은 없다. 내가 그걸 책임질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애써서 노력하고 있는 그의 마음이 안쓰러우면서도 답답하다. 어떻게 도움을 드려야 할까?


난 

이렇게 애쓰며 좋아질 수 있을 거라며 빋고 가까스로 몇일/몇주를 버티다가 

갑자기 나빠져서 돌아가시는 분들을 많이 봤다.

그래서 그나마 주어진 시간 동안

유언도 못하고 

생활 정리도 못하고

가족들에게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냥 떠나간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는데...  

그래도 그것까지 내가 다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자기 운명대로 살다 가는 것이겠거니 해야지...



 




  • 준서아빠 2013.05.30 13:41 신고

    글 중에 환자만나러 가는 의사의 심박수의 변화가 느껴져서 살짝 웃어보기도 하다가.

    못내 슬픈 결론에는 나도 침울해지네요.

    호스피스 병동, 터미널 환자... 끝내 갈 확률이 더 많습니다. 객관적으로.
    그래도 나아 질거라 믿는 환자는 그리하라고 격려해주세요.

    그떄가 와서 미쳐 준비를 못했더라도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삽니다.

    오히려 준비란 의식이 이 모든걸 놓게되는 계기가 될지도..
    저는 준비란 말이 이런 이유로 싫습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환자의 작은 믿음이 믿을수 없는 변화를 만들지..

    우리는 아무도 그 믿음을 꺽을 자격이 없다고 하네요,


    참 오늘 이종환 아저씨가 가셨네요. 한번 식당에서 마주쳤는데 그때 안식이 좋으셨는데..
    담배 끊어야겠죠??

  • 지적카리스마 2013.08.05 19:06 신고

    정말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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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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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의 대안이 없어서

아무 치료 안하고 지낸지 6개월

환자는 복수로 배가 불러 2-3주에 한번씩 복수를 빼러 혹은 진통제를 타러 오신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어떻게든 치료를 해보려고 애쓰셨지만

항암제 반응이 좋지 않은 난소암이다.

앞으로 예후는 좋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렸다.

얼마나 살거 같아요 물으셔서 솔직하게 1년 어려우실 거 같아요 그랬다.

그랬더니 기대여명이 1년 미만이라고 진단서를 써달라고 하신다.

그렇게 진단서를 써주면 보험금이 나온다는 것이다.

오랜 투병기간, 살림살이 어려워진건 안봐도 뻔하다.

그런 말을 당신 입으로 직접 말한다는 건 참 자존심도 상하고 속상할 노릇이다. 사실 속상하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목숨을 앞에 두고 속상한게 문제이겠는가. 가능하면 환자 편에서 진단서를 써 드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의학적으로 좀 말이 안되도 말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환자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나보니

환자는 내가 항암치료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던 그 무렵부터

무슨 효소같은 걸 드시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가격이 한달에 2백만원 가까이 된다고 하신다.

진단서를 제출하여 보험금을 타서 그 약값을 내고 싶어 하신다.

돈도 못 버는 엄마가 평생 모아두신 돈으로 자기를 위해 효소를 사주고 계시는데, 이제 더 이상 엄마도 돈이 없으신거 같아서 자기 돈으로 사먹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의사가 더 이상 치료적 대안이 어렵다고 말하면 

젊은 환자들 중에 그 말을 그대로 믿고 가만히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나한테 말씀을 하시는 분도 있지만 

전혀 말씀 안하시고 뭔가를 시도하고 계시는 분들이 더 많다.


태반주사

비타민주사

버섯다린 물

효소

부처님손

미슬토주사

뭔지 도무지 알수 없는 수많은 약초들

자기장 치료

온열 치료

별거별거 다 하신다 

딱부러지게 하지 마시라고 말씀을 드려보기도 하지만 별로 소용도 없고 더 속상해 하시는 것 같다. 나한테 오만정 다 떼고 결국 다시 뭔가를 시도하신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고 말씀하신다. 내가 그 지푸라기를 잡지도 못하게 할 권리가 있는가.


문제는 입증이 안된 그런 건강보조식품 혹은 소위 치료적 접근을 시도하면서 엄청난 돈을 쓴다는 점이다. 그렇게 돈을 쓰는 것에는 너그럽다.


암환자 치료 말기에

병원에서 과다한 검사를 하거나 중환자실에 입실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과도한 의료비용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이런 시장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환자들은 그렇게 돈을 많이 지출하면서도 정작 치료 효과가 없을 때 항의하거나 환불을 요구하거나 소비자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다. 뭔가 인식의 구조가 이중화되어 있는 것 같다. 


주치의가 이런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하고 시도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 반대의사를 확실히 밝히는 것은 환자의 행위양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어설픈 태도로 이런 선택을 허용할 경우 환자들은 의사의 허락을 받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심리적 부담을 덜고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한다. 나도 좀더 세게 말해야 하는 걸까?


이것은 결국 환자 교육의 문제이고

인생 말기에 임박해서 협박하듯 이런 것들을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완치되지 않는 병을 진단받는 순간부터

환자 및 가족 인식의 지평을 제고하고 

자기에게 남은 인생의 시간들을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지 

철학적 관점을 정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진정한 간호와 부양이란 무엇인지, 가족으로서 어떤 지원을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동시에 교육이 되어야 한다. 두렵고 무섭고 슬픈 일이지만 죽음에 대해서도 직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는 것과 그 삶에 집착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설명, 교육을 환자와 가족의 상황에 맞게 개별화하여 제공해드려야 겠지만

주치의 한명의 빈약한  설명으로는 

환자와 가족의 행동양식을 콘트롤할 수 없다.

사람의 인식체계는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므로.


진단서, 써 드려야 하나?





  • dnjsldkQk 2013.05.22 10:01 신고

    하루라도 빨리 암이 정복되도록 많은 연구의 성과가 나와야 할것같아요.
    페니실린이 수많은 생명을 구했듯 그런 치료법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요.
    완치 없는 질병과 수많은 시간 싸우면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산다는 게 환자는 쉽지 않죠.
    작은 희망이라도 있어야 견디니까 이거저거 해보는 거겠죠.
    돈이 아무리 들어도 나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 그렇게 라도 살고 싶은 거죠. 집착이라야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자식을 보며 사랑하는 배우자를 보며 삶에 집착하지 않을 수가 없죠.
    After cancer, 환자 가족으로 수년 지내왔는데 젤 중요한 건 희망을 갖느냐 인것 같아요. 긍정적인 생각이 면역을 올려준다고 믿고 지내고 있습니다.
    늘 느끼지만 참 어려운 병입니다. 암이라는 게...
    하나님이 계시다면 암은 정말 이 세상에서 없애 주셨으면 좋겠어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5.23 20:36 신고

      환자를 이해는 하지만
      또 그대로 지켜보기만 할 수도 없는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현대 의학의 한계를 알기에
      대안을 제시하기는 쉽지는 않은데 말이죠.
      그렇다고 뭔가 획기적인 연구를 하고 좋은 대안을 낼 만한 능력도 없는 사람이라 괴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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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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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화 사이에 더 후원해 주신 분들의 현황입니다. 

총 1,275,000 원입니다.

우리 환자들 이름

학교/병원 선배님들 이름이 보입니다.




주치의인 소아과 한정우 선생님은 희승이 방사선 치료를 위해 서창옥 선생님과 논의하고 계십니다. 척수로 전이가 진행되고 있는데 뇌를 포함할지 말지 그런 걸 결정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잘은 몰라도 아주 어려운 상황인것 같습니다. 의사도 자기 분야 아니면 잘 모릅니다. 그냥 보호자같은 마음으로 물어봅니다. '그래서 치료가 된다는 거에요 안된다는 거에요?'


희승이는 지금 항암치료 중인데, 

경과가 하도 험해 보여 걱정이 되었어요. 

한정우 선생님께 '괜찮겠어요?' 

그렇게 물었더니 

"왜요? 가능성 없다고 보세요? 전 있다고 보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며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보십니다.

주치의가 치료에 확고한 신념이 있으니 보는 저의 마음이 든든하더군요.


아이들은 어른과 다른거 같아요. 

무한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치유와 희망의 포텐셜.

대지의 푸르름이 우리 환자들에게, 희승이에게 함께 하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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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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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팀에서 아침에 메일을 보내 왔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블로그에 올린 제 글을 보고 

금토일 사이에 후원금을 보내주신 분들의 현황입니다. 




총 890,000 원 입니다.

슬기가 5천원 준거 보태면 895,000 원이네요. 

저한테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 이름도 눈에 띕니다.

다들 이제 병원이라면 등돌리고 잘 살고 계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들러서 정 주고 가시네요. 

나랑은 안면도 없이 블로그로만 알고 지내는 분도 계십니다.  


토요일 사랑의 리퀘스트에도 많은 분들이 사랑의 전화 한통 넣어 주셨을 거라고 믿습니다.

(마침 저는 TV를 늦게 트는 바람에 못 봤어요. 앞부분에서 방송을 하고 지나간건지...)


암튼 

모두들 정말, 감사합니다. 제 마음이 울컥 합니다.


우린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아도 되갚지 못하고 삽니다.

아마 그만큼의 사랑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주고 사는게 우리 인생이려니 생각하고 싶습니다.


저 사실 살면서요

마음 가득 기쁜 일 별로 없었습니다.

나쁜 일 없는게 다행이려니 그렇게 무덤덤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정말 기쁩니다. 눈물나게요.

너무 감사합니다. 




  • 따뜻한 어느 오후 2013.05.13 12:52 신고

    조기 위에 울 아들 이름 보이네요.^^
    둘째인 아이가 중3 때 제가 발병된 걸 알았고, 그 아이가 올해 대학생이 되었어요.
    어찌 받아들일지 걱정하면서 발병 사실을 알렸었는데,
    오히려 너무 쿨~하게 받아들여 저를 좀 서운하게 했답니다.
    팀발표 준비한다는 명분하에 외박하고 어버이날도 빈손으로 들어와서 저를 서운케
    하네요. 천천히 생각해서 의미 있는 선물 준다길래 대신 희승이 후원금 보내랬더니,
    그래도 두말 않고 보냈으니 용서해 줘야겠어요.^^
    선생님 블로그의 오랜 팬입니다. 선생님께 수술받진 않았지만
    많은 정보와 위로를 받고 있으면서도 고맙단 인사 못 드렸는데,
    이 기회에 인사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환자에 대한 애정과 열정, 지치지 않고 유지하시길 바란다면 욕심일까요?
    언제나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5.13 22:14 신고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착한 아들을 두셨네요.
      복 많이 받을 거에요.
      용서해주세요. ^^
      그리고 해드린 것도 없는데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니 황송합니다.
      삶에 대한 애정, 열정, 지치지 않고 유지하시길 바란다면 욕심일까요?
      언제나 건강하세요!
      (좋은 문장이라 따라해봤어요)

  • 이름 2013.06.20 00:12 신고

    희승이의 성금중에 유난히 낯이익는 이름이 있네요 박선영 효민이아닐지도모르지만 병원갔다가 생각나서 맛있는것이라도 사먹으라고 준것같은느낌이드네요

  • 2013.11.06 18:13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1.07 13:20 신고

      이런 답글을 남기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
      희승이는 얼마전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많이 고통스러워 하지 않고
      잘 갔습니다.
      엄마도 잘 견디고 계십니다.
      우리병원 호스피스 팀의 황애란 선생님이 가끔 연락하면서 사별가족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관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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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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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승이는 Ewing's sarcoma 로 항암치료 중인 고2 남학생입니다.


작년 8월에 병을 진단받고 다른 병원에서 항암치료랑 방사선치료를 받았습니다. 

이 병은 항암치료과정이 특이합니다. 

엄청 오래 치료하고 스케줄도 복잡하고 약도 엄청 독합니다. 

한번 치료를 시작하면 1년 이상은 계속 치료를 하는거 같아요. 

저는 이 병을 치료해 본 경험이 없어서 치료 과정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뭏튼 엄청 힘든 병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희승이는 치료가 잘 안되고 있는것 같습니다. 

척추로 척추로 병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요.

이전에 치료받았던 병원에서는 약제 반응이 좋지 않고 자꾸 전이가 되니까

앞으로 예후가 안 좋고 더 이상 항암치료를 하는게 큰 의미가 없다고 했었나 봐요.

어찌어찌 해서 지금은 우리병원 소아청소년과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오늘 호스피스 팀 미팅을 하는데, 소아청소년 담당이신 황애란 선생님이 희승이가 의뢰된 사연과 상황을 발표해 주셨어요. 


저는 솔직히 

늘 진료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암환자고, 

치료가 안되면 막판에 힘들어 하는거 당연한 거고, 

제 환자 중에 그런 환자들이 많아서 환자들 사연을 들어도 별로 특별하다는 생각은 잘 안합니다.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내가 해드릴 수 있는 만큼 잘 해드려야지 그냥 그런 마음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모든 환자들 때문에 가슴아프고 속상해하면 제가 소진되서 일을 할 수도 없어요. 

적당히 거리를 두고, 그냥 좀 무덤덤해 하고 그렇게 살고 있죠. (종양내과 의사 않 좋아요)


그런데 오늘 희승이 사연을 들으니

비록 내가 희승이를 본 적은 없지만

희승이를 위해 최소한 치킨 한마리는 사줘야겠다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처음 희승이를 찾아간 황애란 선생님은 

희승이가 지금 가장 원하는게 치킨을 먹는거라고 해서, 당신 돈으로 치킨을 사다주셨대요. 

치킨을 먹으며 희승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걸 보니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며 

황애란 선생님도 눈물을 글썽거리십니다.

희승이네 집이 지금 너무 어려워서 그런 주전부리를 사줄 여유가 없나 봅니다. 


희승이 아버지는 사업이 안되 돈도 못 벌고 자주 술을 드십니다. 평소에는 가족들에게 잘 하시는 편이지만 술만 드시면 폭력적으로 변하신대요. 희승이 어머니는 본인도 암 수술하고 투병기간이 길었습니다. 또 그 와중에 결핵 때문에 돌아가실 뻔 하시기도 했대요. 그러는 와중에 우울증이 생겨 그것도 치료하고 계십니다. 하나뿐인 아들이 암에 걸려 우리나라에서 유명하다는 병원을 찾아다니며 치료를 받았지만 낫지 않고 나빠지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치료 가능성이 없다, 병원이 해줄 게 없다, 그런 말을 듣고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셨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희승이 엄마는 나보다도 나이가 젊군요.  


우리는 '인생에서 돈이 문제가 아니다, 돈을 많이 버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그렇게 말하지만, 돈이 없는 건 너무 큰 문제입니다. 희승이 어머니는 돈이 없어서 핸드폰 요금도 못내서 지금 정지당한 상태입니다. 

희승이는 병원 생활을 하면서도 친구들이 오는게 제일 좋다는 해맑은 아이입니다. 희승이 어머니는 항암치료 중이면서도 치킨을 너무 먹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치킨 한마리 사줄 돈이 없어서 속상해 하십니다. 


그런 사연을 들으니 내가 최소한 희승이한테 치킨 한마리는 사줘야겠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성인암환자를 진료하기 때문에 소아, 청소년 암환자들의 상황을 잘은 모릅니다. 그래도 어린 아이들이 암을 치료받는 과정은 아이가 육체적인 것도 힘든 문제지만 정서적인 측면도 다스리는게 힘들고, 그 가족도 너무너무 힘이 들어가는 것 정도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병 치료 자체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 형제들과의 문제, 젊은 부모의 문제, 장기간 치료로 인한 경제적인 문제 등등 훨씬 상황이 복잡합니다. 


늦은 나이에 베트남 부인을 얻어 첫 아이를 얻었지만 그렇게 태어난 아이에게 기형이 있어 생후 8개월이라는 기간을 병원에서 내내 보내야 했던 아버지, 아이도 죽이고, 나도 죽겠다던 그 아버지가 우리 병원 호스피스 팀을 통해 여러 심적, 물적 도움을 받고, 삶의 희망을 찾아 얼마전 아이와 함께 퇴원하였습니다. 부인과 사이도 좋아지고 둘째도 임신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좋아지려면 아직 갈길이 멀지만, 가족의 응집력이 높아지고 사랑하는 관계로 재정립되는 것을 보면서 기적은 우리가 만들 수도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우리병원 황애란 선생님이 기적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요.


내일 저녁 사랑의 리퀘스트 (저녁 6시, KBS)에 희승이 사연이 나간다고 하니, 방송 보시고, 모금 전화 한통 걸어주세요. 


그리고 

우리은행 001-020662-61-002 

예금주 : 연세의료원 

앞으로 후원금도 보내주세요. 

보내실 때 보내는 사람 이름 뒤에 (희승) 이라고 표시해서요. 


희승이는 완치되기 어렵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잘 살 수 있게 한정우 선생님이 진료해 주실 겁니다.


저는 그 어려운 여정에 치킨 한마리 값만 보태려고 합니다. 많은 돈, 기부금 사절하구요, 치킨 한마리 값만 보태주세요. 희승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음식이니까요. 그에게는 한 순간의 기쁨, 하루의 평화가 중요할지 모르겠습니다. 




  • 2013.05.10 14:52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5.10 15:03 신고

      한번 찾아가 뵐려고 했는데 미처 못 가봐서 죄송합니다.
      근데 사실 다 좋으시기 때문에 이제 별 마음의 부담이 없을 정도입니다.
      의사가 별로 신경 안 써도 되는 환자가 된거라고 좋아해주세요.
      다음 외래 때 뵐께요
      그리고 치킨 후원금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호스피스팀에 얘기해 둘께요.

  • 대구이성자 2013.05.11 10:02 신고

    울아들 생각나 가슴이 뜨거워지네요 .... 주루륵...... 가끔 들어와 봐야 겠어요... 신랑한마리...저한마리 .... 요즘 전 "모든일엔 예외없이 나, 내가족 일수 있다는 생각으로 삽니다." 그러니 많이 겸손해 지더라구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5.11 13:37 신고

      고맙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받은 사랑을
      또 다른 누군에게 줄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매 순간 어떻게 그러겠어요?
      마음이 동할 때라도....
      감사합니다.

  • 2013.05.11 10:14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5.11 13:39 신고

      그래요
      나만의 꿈
      근데 사실 우린 그게 뭔지 모르고 살죠.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걸 찾는게 인생일지도 모르고.
      그 누구와 관계없이 나를 위한 시간, 꿈 그런 것을 생각해보는 시간도 좋겠네요.
      오늘 날씨가 좋으니
      햇빛쐬시고
      좋은 시간 보내세요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 이지혜 2013.07.13 03:25 신고

    안녕하세요, 희승이 보러 가보고싶네요..
    전 여대생이에요. 사랑의 리퀘스트를 봤구요..
    병문안 가볼수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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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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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천주교 신자지만

믿음이 강한 편이 아니다.

사실은 거의 나이롱 신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순간,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을 만나면

묵주반지에 의지해서 주의 기도를 열번 한다. 그것이 그를 위해 하는 나의 최대한의 노력이다.

나를 믿고 치료받았던 환자가

이제 퇴원도 할 수 없는 나쁜 컨디션이 되어 끙끙 거리며 밤을 뜬 눈으로 보낼 때

나는 그냥 기도를 할 뿐이다.

나의 기도로 뭔가가 좋아질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난 왠만하면 입원을 잘 안 시키는 편이라, 입원해 있는 환자들은 여기 저기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은 환자들이다. 그리고 항암치료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항암치료는 걸어 다니는 사람이 외래에서 받는 경우가 많다. 입원을 하는 것 자체가 뭔가 컨디션이 안좋다는 것을 반영한다.

 

그렇게 입원하는 환자들이 늘어나니

레지던트가 힘들어하고 있다.

아침에 먹을 걸 잔뜩 사줬다. 일하면서 계속 먹으라고.

마지막으로 갈 수록 환자들이 불편해 지는게 많아서 이것저것 요구하는게 많다.

앉혀달라고 했다가

눕혀달라고 했다가

덥다고 했다가

춥다고 했다가

환자의 요구를 종잡을 수 없다.

아주 얌전하고 수줍음 많은 그녀가

며칠 전부터 이상해졌다.

말이 많아지고 이것저것 해달라는게 많아졌다. 좋고 싫음이 분명해졌다.

 

임종싸인...

그런게 있다...

뭐라고 카테고리를 나누기 어렵지만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특징이 있다.

그리고 돌아가시기 직전에 한번 반짝 좋아진다.

그 시간을 맞이하고 있는 나의 환자.

그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서 가족들이 당황하고 있다.

기도라는 것, 하느님의 뜻이라는 것, 그 자체의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

인생이라는 것, 내 삶의 운명이라는 것이 비슷한 analogy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와중에

오상선 신부님이 쓰신 글 중에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있다.

종교적인 의미라기 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루어지냐 아니냐가 아니라

꿈은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가지고 꾸준히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문장에 마음이 간다.

꿈이 있는지 점검해 볼지어다.

 

 

 

우리는 기도를 하다가도
어떤 때 괜히 심술이 난다.
이렇게 열심히 기도하는데도 하느님께서는 꿈쩍도 하지 않으신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기도는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듯이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외면하실 주님이 아니시다.
다만 그 시간과 때를 우리는 우리에게 맞추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양 보일 뿐이다.

때론 그것이 금방 이루어질 수도 있고
10년이 걸릴 수도 있고
5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우리가 원하는 때가 아니라
주님께서 원하시는 때
그 기도를 이루어주시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생전에는 그 성취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노예언자 시메온이 일생을 기도하였지만
생애 만년에 가서야 구세주를 만나뵈 올 수 있었듯이
우리의 기도, 우리의 꿈은 생애 만년에, 혹은 우리가 죽은 후에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성취되느냐 안되느냐를 따져서
기도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꿈은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갖고
꾸준히 지속적으로 기도하는 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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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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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호스피스 행위에 수가가 붙어서 

돈을 받을 수 있는 의료행위가 될 것 같다.

수가가 잘 책정되서

많은 병원이 적극적으로 호스피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아직까지 호스피스는 그 자체로는 수가가 매겨져 있지 않다. 환자를 위한 자원봉사 수준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는 전문적인 호스피스 프로그램이나 임종 관련 간호 등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형편이다. 전문가도 많지 않다.


우리 병원의 경우

호스피스 병동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각 과에서 호스피트 팀으로 협진을 의뢰하면 호스피스 전담 간호사가 환자를 방문하여 상황을 파악한다. (이 대목에서 호스피스 전담 의사가 있으면 좋지만 아직은 아쉬운 실정이다. 나도 아주 부분적으로만 활동하고 있는 형편이다.)

간호사는 여러 차례 면담을 통해

환자와 가족에게 어떤 부분에서 지원과 도움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눈다. 

의료진의 치료 계획이나 앞으로의 예후에 대한 입장에 따라 어떤 지원이 가능할지 상의한다. 

그렇게 만난 환자와 가족은

나빠진 병 때문에, 많이 지쳐서, 상심해서 

면담하는 간호사도 여러모로 어렵다.

또한 너무 나쁜 상황에서 호스피스가 의뢰되면 다소 고역스럽다.

죽음이라는게 그렇게 한 순간에 받아들여지고 준비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 환자의 컨디션이 아주 나쁘지 않은 경우라면, 우리 병원에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 계시면서 임종을 맞이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적절한 협력병원을 소개하는 일도 하게 된다. 그래서 일부 호스피스를 잘 모르는 의사들은 협력병원으로 가는 걸 설득하기 위해 호스피스에 협진을 내기도 한다. ㅠㅠ   


이렇게 쓰고 보면 호스피스팀 하는 일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과정 과정에서 우리 병원 호스피스 팀이 하는 노력과 

환자 및 가족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은 엄청나다. 


(나는 이런 말 쓰는거 정말 어색한데) 

이들의 심성은 정말 천사같고 환자에게 헌신적이고 어떻게든 도움을 주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이해가 안될 정도이다. 자기 가족에게도 그렇게 하기 힘들다. 돌아가시는 순간을 함께 하는 것은 물론이요, 그 순간에 가족과 함께 기도하고 장례식장도 방문하고, 사별 후 가족까지 면담하여, 그 슬픔을 극복하고 다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돌아가신 분을 가슴속에 잘 새기며 평화롭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오랜 기간 병원 다니며 의료진에게서 받은 상처, 분노, 갈등 등을 이들이 다 풀어준다. 경우에 따라 의료진이 잘못한 것일수도, 환자와 가족이 오해한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이 사실이냐를 밝히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완충시키고 지금의 자신 상태를 평온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준다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호스피스 담당자들을 만나보면 한결같이 숨통터지게 착하다. 심지어 가정방문을 다니는 간호사들은 자기 돈으로 환자 약을 사가지고 가서 돈 받기가 뭐해 그냥 드리고 오기도 한다. 


나는 호스피스가 자원봉사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마음이 없다면 호스피스를 할 수 없겠지만, 그런 인간적인 마음만으로는 좋은 호스피스 프로그램이 발전, 확대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서비스가 얼마나 현실적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버는 조직에서 돈이 안되는 일을 얼마나 성의있게, 지속적으로, 잘 할 수 있을까?  

마음만으로, 성의만으로 이런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병원 입장에서도 

호스피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최소한 손해는 안 보게 해 주어야 하고,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는 편안한 임종을 준비할 수 있게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돈도 안되는 호스피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말기 임종 환자들이 돌아가실 때까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 병상 회전율이 떨어지고 검사 처방이 감소하며 신환을 받을 수가 없어서 수익율이 떨어진다. 그러니까 임종 예상 환자는 빨리 집으로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현실적인 요구 때문에 호스피스에 수가를 책정하여 활성화하려고 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병동형

협진형

가정형

지역과 병원 규모, 환자들의 분포 등에 따라 호스피스 서비스가 제공되는 맥락애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 형편과 차이에 따라 수가와 제공되어야 하는 표준 서비스 등이 달라질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 본다.

사실 나이 많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임종이 가까와 오면, 사실 의사가 말을 안해도 본인에게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짐작하신다. 그래서 집에 가고 싶어 하신다. 자기 물건, 자기가 살던 집, 동네 등을 보고 싶기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고, 어디 아픈데만 없으면 삭막하고 정신없는 병원보다는 집에서 지내다가 임종하고 싶어하신다. 


그러나 가족들 입장은 다르다. 환자가 갑자기 호소하는 증상에 대처할 수 없어서 힘들게 응급실에 가야 하는 건 아닌지,  환자가 아파하면 어떻게 해야할지, 사람이 죽는다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집이 좁아서, 간호를 잘 할 자신이 없어서, 집에 환자 곁에서 전담하여 간호를 담당할 사람이 없어서, 등등의 이유로 가족들은 집에서 환자를 모시는 것이 두렵다. 


그런 장애요인들을 다 극복할 수는 없겠지만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시간과 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예상되는 죽음인 것에 너무 집착하고 연연해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마음을 먹으려면 혼자 기도하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생의 의미란 무엇인가, 나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수많은 철학적 주제들, 거대한 주제들에 부딛힐 수 밖에 없다. 결국 잘 죽는 법에 대해, 임종을 앞둔 가족을 잘 보내는 법에 대해 우리는 배우고 교육받고 고민해서 깨닫는 하나의 숙제인 셈이다. 


환자와 가족들은 걱정한다.

지금의 내 병 상태, 내 스타일, 내 검사결과 등을 제일 잘 알고 있는게 지금 주치의 선생님인데 이 병원을 떠나가면 다른 선생님이 그걸 다 알 수도 없고, 혹은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 무관심하게 진료하는 거 아니냐 그런 진료의 연속선상에 대해. 


지역별 거점병원이 있고 연계병원들이 있어 이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한 후 정기적으로 텔레컨퍼런스를 하여 환자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면 가능하겠지. 연계 병원으로 가서 잘 지내시다가, 필요한 시술이 있거나 응급상황이 생기면 원래 다녔던 큰 병원, 거점병원으로 가셔서 필요한 조치를 받으시고, 또 다시 연계 병원으로 오시고, 그렇게 환자도 왔다갔다 하고, 의료정보도 따라서 왔다갔다 할 수 있으면 환자나 가족들의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의사들이 의견 교환하는 것에 대해서도 수가를 책정하면 좋겠다.

검사하는 거에만 수가를 책정하지 말고, 의사들이 환자를 위해 고민하고 논의하는 그런 프로세스에도 수가를 책정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환자도 양질의 medical care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안다면 호스피스 일반 수가 이외에도 임종간호수가를 따로 책정해 주어야 한다. 응급으로 환자를 방문하게 될 경우에는 응급에 해당하는 기준으로 만들어서 그만큼의 수가가 주어져야 서비스의 질이 좋아진다. 


아마 행위별 수가제가 아니라 포괄수가제로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 

착한 사람들이 많으니 돈이 안되도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질의 저하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수가만 메기고 실재로 환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양과 질은 형편없이 낮게 제공될 수도 있다. 호스피스 같은 프로그램은 그렇게 되기 쉽다. 그건 모랄 해저드라고? 이미 모랄해저드는 의사와 환자, 양 집단에서 공히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 일들이다. 어떻게 이런 일을 개인의 선악에 근거하여 결과가 나오게 하는가. 그것은 시스템이 아니다. 


거점 병원과 연계 병원 사이에 환자를 의뢰할 경우, 이 환자에 대한 토론과 원격 협진 등을 위한 의료진들의 지식노동에 대해 수가를 매겨달라고 건의하였다.

그게 이루어지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일거라고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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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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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병원에 계속 입원해 계시는 것이 별로 의미없을 것 같아요.

집으로 가시거나

집 근처 요양병원을 알아봐서 글로 퇴원하세요.

 

내가 이렇게 말하면

순순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환자는 단 한명도 없다.

다니던 병원 놔두고 왜 다른 병원으로 가란 말인가.

게다가 이제 컨디션도 별로 안 좋은데.

내 검사 기록, 의사의 소견, 여러 과 협진 결과 등 

나의 병력과 관련된 모든 정보들이 다 여기 있는데 어디로 가란 말인가.

 

 

그러나 나는 환자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상태가 더 나빠져도 우리 병원에 오시지 말고 거기서 임종하시라고 미리 말씀드려야 한다.

3차 의료기관은 임종하러 오는 곳이 아니니까.

나는 그렇게까지는 말을 잘 못한다.

 

계셔 보시다가 힘들면 오세요.

 

우유부단하게 그렇게 말하고 환자를 억지로 퇴원시킨다.

 

 

진행성 암을 치료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제 더 이상 검사하고, 치료적 대안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단계가 온다.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그런거 안하고, 통증을 비롯하여 각종 불편한 증상만 조절하면서 경과를 보는게 더 나을 때가 오는 것이다. 하지만 병이 여기저기 있고 잘 조절되지 않는데 컨디션이 좋은 사람은 거의 없다. 치료를 안하는 상태에서 암세포가 많아지면, 단지 증상을 조절하는 몇몇 약제로는 금방 한계가 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진통제를 많이 쓰고 수면제나 진정제 등을 같이 써서 환자를 오래 자게 하는게 낫다. 잠을 많이 자면 실재 통증도 덜 예민하게 느끼게 되고 주관적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다가 돌아가시는 것이 가장 편하다.

Terminal sedation 을 잘 하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단 이렇게 계속 주무시다가 돌아가실 수 있다는 사실을 환자와 가족이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원칙적으로 terminal sedation이 죽음을 앞당기는 것은 아니라고 되어있지만, 말기 환자들에서 통증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다가 진정제를 쓰면, 호흡근육이 열심히 일을 안하게 되면서 호흡량이 감소하여, 이산화탄소가 쌓임에 따라 뇌기능이 떨어져 갑자기 의식이 흐려지는 경우가 있다. terminal sedation을 너무 늦게 시작하면 그렇다)

 

이렇게 말기에 사용되는 약들 중에 특별히 고가이거나 대학병원에만 있는 특수한 약들은 없다. 의사라면 누구나 아는 약이고 귀한 약이 아니다. (다만 약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는 처방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

그러니까 그런 조치를 굳이 3차 의료기관에 입원해서 할 필요가 없다.

 

우리 병원에서 나랑 열심히 치료했던 환자를 몰아내는 것 같아 나도 마음이 안 좋다. 오지말라는 말을 못하니, 환자들이 돌아가실 때가 되면 우리 병원에 다시 온다. 그래서 여기서 임종하신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받아들이자, 슬픈 일 아닌가 하기에 말기 암환자의 임종에는 여러 다이나믹이 작용한다.

 

임종이 예상되면 일단 검사를 하지 않는게 좋다. 그러나 병원 입장에서는 진료 수가가 너무 싸기 때문에 검사를 많이 해서라도 먹고 살아야 한다. 우리 건강 보험 실정에서는 검사를 안하면 백퍼센트 병원이 망한다. 심지어 과도한 검사라도 해야 먹고 살 판에, 검사를 하지 않는 환자는 수익율 감소-사실상 적자-의 주범이다. (이것은 과도한 엄살이 아님을 밝히는 바이다.)

 

영양제나 항생제도 너무 적극적으로 줄 필요가 없다. 역시 이 부분에서 병원 수입이 감소한다.

 

의사는 임종 직전의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별로 할 게 없는데, 간호사는 할 일이 엄청 많다. 누가 해야 하는 일인지 모르는 애매한 일들은 대개 다 간호사가 하게 된다. 가족들은 환자를 입원시켜 놓고 손 하나 까딱 안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병원이 아니라 여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ㄴ다. 검사도 안하고 비싼 약도 안쓰는데 수가도 안 매겨지는 간호사 노동력만 잔뜩 들어간다. 돌아가시기 전에 섭섭하게 안 해드리려고 간호사들이 열심히 매달려 간호하지만, 사실 환자는 별로 좋아지지 않는다. 애를 많이 써도 원망을 받는 일이 더 흔하다. 그 환자에게 매달리느라 다른 환자에게 신경을 못 써서 오히려 민원이 증가한다.

 

사람이 죽는 건 예상할 수 없는 일. 임종을 앞두고 입원을 해서 입원기간이 오래 되면 가족도 지치고 의사도 지치고 간호사도 지치고 그렇다. 그렇게 시간이 하루하루 갈수록 병원 수입은 감소한다. 내가 수익을 챙겨야 하는 병원장이라면 임종을 앞둔 환자는 절대 입원시키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환자들을 보내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는 것은

그동안 고생도 많이 했는데, 돌아가실 때라도 편안히 해드리고 싶다는 인간적인 마음 조금과

돌아가실 때 돌아가시더라도 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는 어느 정도 받으셔야 편안하게 돌아가실텐데, 소위 요양병원이라는 곳에 가서 의료적인 도움을 전혀 못 받고 상태가 급격히 더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말이 요양'병원'이지 의사가 회진도 안 돌고 처방만 반복하는 곳도 있다. 그러니 진통제 용량 조절, 이런 것은 아무도 안해주는 것이다. 욕창이 생겨서 엉덩이가 문드러지도록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환자 뒤집기도 안해주는 것이다.

 

모든 요양병원이 다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환자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평가를 듣는다. 잘 보살펴 줬다, 우리 병원보다 신경 더 많이 써줬다, 돌아가실 때까지 기도 많이 해줘서 영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집이 가까와서 가족들이 편했다, 비용도 많이 들지 않아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그런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그러나 솔직히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다.

이제 40대 초반인 그녀, 이제 치료를 그만했으면 한다는 나의 말에 힘들게 동의하고 전원을 위해 요양병원을 알아보고 있다. 그런데 치매 노인이 주를 이루는 병원이 대부분이고, 암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은 너무 말기 환자들이 많아, 매일 한 방에서 한명씩 임종을 한다고 하니, 아직 그런 상태는 아닌 우리 환자는 그 분위기가 너무 공포스러웠는지 1인실 병실이 나면 퇴원하겠다고 하여, 그 병원 1인실이 날 때까지 우리 병원에서 퇴원하지 않고 있다. 그녀는 암성 통증 때문에 의사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호스피스팀이 있고 과별 의료진도 잘 갖추어져 있으며 최근에 서울시가 새로 지어 건물도 깨끗하고 호스피스 병동을 따로 운영하고 있는 북부병원을 소개해 드렸더니, 거기는 지금 가족들이 사는 곳에 너무 멀고 교통편이 좋지 않아 못 가겠다고 하신다.

 

그녀가 이기적인 건 아니다. 이 환자는 나와 오랜 기간 함께 치료하였고 서로의 형편을 잘 이해하는 관계이다. 그런 그녀도 내 입장을 이해해서 퇴원을 하려고 하지만, 자신을 위해 갈 만한 병원을 찾지 못해 이렇게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

 

비용

거리

의료서비스

임종서비스

환자 및 가족의 삶의 질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는 걸까?

우리 건강보험에는 너무나 많은 재정적 한계와 질높은 의료행위를 가로막는 요인들이 산적해 있는 것에 비해 환자들의 요구도는 세계 최고이다. 그런 요구를 다 만족시키지 못하면 금방 얻어맞는다. 민원 폭증에 악플 습격을 받게 된다.

 

나는 암 환자를 위한 좋은 요양병원이 있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며

한 때 내가 그런 병원을 하나 세워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병원은 금방 망할게 뻔하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기로 했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수가로 해서,

돈 많이 받아서 럭셔리하게 질 높은 서비스를 해주는 병원으로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 봤지만

그러나 환자들은 그런 병원을 부담스러워 한다.

나는 이제 사실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돈 좀 더 쓰더라도 편안히 계시라고 말씀드리지만

오랜 병에 경제적 부담이 컸던 터라 왠만한 경제력이 아니면 쉽게 그런 결정을 하지 못하나 보다.

(못하기도 하지만 안하는 경우도 많다.)

 

럭셔리하게 비급여 병원을 세워도 환자들이 부담스러워서 잘 가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결국 병원비를 좀 낮추고, 검사를 해서 검사비용으로 수익을 충당하게 될 것이다. 어지럽다고 하면 뇌 MRI, 배 아프다고 하면 복부 CT, 의식이 흐리다고 하면 뇌파검사, 기운이 없다고 하면 피검사 등등 그런 검사를 해야 할 것이다. 실재 호스피스를 표방하는 여러 병원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 무슨 약도 많이 쓰는 것 같다. 무슨 약인지 잘 모르겠는...

 

그런 병원들의 형편과 행위를 비난할 수 만은 없는게 우리 현실이다. 왜냐하면 호스피스의 원칙을 지키는 진료를 할 경우, 망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원칙을 지키면서 병원을 운영하려면 기부금이나 후원금을 따로 받아야 한다.

 

내가 직접 돈을 만지며 병원을 운영하거나 사람을 부려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주 구체적인 사례는 모를지 몰라도, 아마 알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절망할 지도 모른다.

 

연계 병원의 의료진과 환자의 의료 정보를 공유하고 

요즘같은 시대에 환자 진료에 문제가 생기면 텔레 컨퍼런스로 상의도 하고

적절한 시점에 전원하고

응급 상황에서는 다시 우리 병원으로 다시 오고

과도한 검사나 처치를 하지 않아도

병원 운영에는 지장이 없고

3차 의료기관이 응급 상황만 진단, 처치해서 보내면

그 이후 처치와 보살핌은 더 잘 해주는

그런 요양병원은 아직 요원하다.

국가가 한 지역에서 시범사업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말기암환자가 병원에서 사망하지 않고, 집에서, 고통스럽지 않게 돌아가실 수 있는 Home death program 같은 것도 시범사업으로 해 봤으면 좋겠다.

 

그런 노력이 없다면

난 당분간 계속 환자를 몰아내야 할 것이다. 어딘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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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유방암 환자들은 전이가 되어도 자기 생활을 잘 꾸려가시는 분들이 많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집에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왠만하면 입원을 잘 안하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같은 4기여도

난소암이나 자궁암 등 여성암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컨디션이 나쁘다. 

그래서 입원이 잦다.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다. 


나는 가능하면 자기 생활력을 높이고, 병원 생활보다는 집에서 생활하면서 지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환자에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입원을 별로 권유하지 않는 편이다. 병원 생활을 오래 하는 것은 환자에게 별로 좋지 않다. 입원을 하더라도 급한 문제만 해결하고 퇴원하시도록 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환자가 입원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컨디션이 안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딩동 문자메시지가 왔다.

퇴원한지 한달이 안된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주치의에게 문자메시지가 온다.

EMR을 열어보지 않아도 환자 이름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다.

왜 응급실에 오셨는지도 대략 짐작이 된다.

입원하는 횟수가 잦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환자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소방수가 되어 급한 불을 꺼야 한다.

급한 불을 끄는 노하우가 많이 쌓인 것 같지만 불씨를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한다.

그것이 한계다.

나의 한계이기도 하고 병의 한계이기도 하다.


오늘처럼 날씨좋은 봄날. 왜 응급실로 오셨을까?

얼마나 견디다가 응급실에 오셨을까?

이제 준비할 때가 된 걸까?

수액만 맞고도 한결 낫다는 환자의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

인간의 정신력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몸이 병들고 자꾸 아프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존재인가.


못참고 EMR을 열어 본다. 

복강 내 암종증으로 장 운동이 원할치 않은 환자다.

못 드시고

배가 아파서 오셨나 보다.

통증 조절을 해드려야 겠구나.

남편도 언니도 암으로 떠나보낸 환자. 

그래서 그는 암환자의 마지막이 얼마나 힘든지를 잘 알고 있다.

힘들지 않게 해드려야겠다.

더 아프기 전에 호스피스도 같이 병행해야겠다.

몸과 마음이 다 평안하실 수 있도록. 












  • 김정선 2013.04.22 09:53 신고

    정말 화창한 봄날이네요... 선생님 4/23일이 정기 검진날인데 ....제가 다리에 혈전때문에 1년에 한번CT찍어 보라고 하셨는데... 언제가 일년인지 제가 기억이 잘 안나서요...알려주심 감사....바쁘실텐데...죄송.....한주도 기분좋게 화이팅 해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4.22 11:17 신고

      제가 ID를 모르니 확인하기 어렵네요
      내일 유방암 클리닉 들려서 이후 CT 검사 잡힌거 있냐고 물어보시면 되요. 아니면 내일 오전에 제가 진료가 있으니 들르시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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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흔하지 않은 암

Malignant Mixed Mullerian Tumor (MMMT), 다른 말로 Uterine carcinosarcoma 라고도 한다. 

여성생식기, 주로는 자궁에서 기원하는 암으로 

세포의 초기 미분화단계에서 암이 발생하여 carcinoma 와 sarcoma 의 두가지 성분을 다 가지고 있는 암이다.


진단명도 어렵고 병도 어려워서 환자에게 설명하기도 어렵다.

수술적 제거 이외에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는 그 효과가 입증되어 있지도 않고 표준치료도 없다.

내가 만나는 환자들은 수술 후 재발한 환자들이니

매번 고민스럽다.

표준치료가 없으니

적절한 임상연구를 하는게 필요한데

환자 수가 너무 적으니 임상연구를 계획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늘 애타는 마음으로 비교적 많이 쓰이는 약제를 조합하여 항암치료를 한다.

매번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치료를 한다.


한번 약이 듣지 않으면, 어떤 약으로도 좋아지지 않는다.

대개는 재발을 하면 아주 공격적인 성격을 보이고 순식간에 나빠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아주 일부 환자에서는 아주 천천히 자란다.

그런 환자에게는

환자가 납득하도록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치료하지 말고 경과를 관찰하자고 한다.


이런 환자들이야 말로 유전자 연구를 하는게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유전자 연구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고 현실적 함의를 찾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해봤지만

개인 연구자가 유전자 연구를 하기에는 돈이 무지무지무지하게 많이 들기 때문에 학문적 유용성을 차치하고, 현실적으로 시도해 보기 어렵다.



재발해서 수술을 다시 하고 항암치료까지 한 할머니. (할머니라고 하기엔 젊은 60대 중반)

저 멀리 경상도 시골에서 사신다.

항상 명랑하고 밝은 표정이시다.

유머감각으로 날 늘 웃기신다. 


항암치료의 부작용이 심해 응급으로 수혈도 많이 하시고 인근 큰 병원의 응급실 신세도 많이 지셨다. 패혈성 쇼크로 중환자실도 다녀오셨다. 나는 마음으로 환자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래도 환자는 매번 부작용을 이겨내고 진료를 보러 서울에 오셨다. 6번의 항암치료를 마쳤는데 복강 내 림프절이 조금씩 커진다. 더 커지기를 기다렸다가 방사선치료를 하였다. 방사선 종양학과 선생님도 고개를 갸우뚱 하시며 효과가 있을까요? 하셨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또 치료를 하였다. 림프절이 자라면서 복강 내 통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직도 여전히 복강 내에 병이 여기저기 있다. 조금씩 자란다. 

다행히 최근까지 증상이 없었다. 

그동안 치료의 후유증으로 신장수치가 2-3을 왔다갔다 한다. 나는 마음 속으로 더 이상 치료적 목적으로 항암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였다 신장 수치가 나빠지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되기 쉽다. 그리고 마땅히 쓸만한 약도 없다. 


한달 혹은 두달에 한번 외래 진료를 보셨다. 다행히 본인이 느끼는 불편한 증상은 없으셨다. 진통제를 드시지 않고도 그럭 저럭 지내셨다. 소소한 문제들이 있었지만 잘 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지내던 환자가 다시 입원하였다.


배가 살살 아프기를 한달째. 약을 먹어도 좋아지지 않고, 자꾸 설사도 하고, 쿡쿡 찌르고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마음이 무거웠지만 아프다는 환자를 그냥 보낼 수가 없었다. 신장 수치가 좋지 않은데 진통제 처방을 하고 집으로 보낼 수가 없었다. 집에 가셔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 약제 반응과 안정성을 좀 보고 집에 보내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여 입원하시도록 했다.


입원하여 찍은 CT는 조영제를 쓰지 않아서 그런지 정확히 병변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전체적으로는 조금 더 나빠진 것 같다. 그런 CT를 보고나서 회진을 돌려면 마음이 다시 또 무거워진다. 


선생님, 난 병원에만 오면 좋아지는 거 같아요. 입원하길 잘했어요.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


아픈게 덜하신가봐요? 


네, 배가 개운해요.


입원해서 몰핀 한방에 좋아지셨다.


먹는 약으로 조절해 볼께요. 다행이네요.


선생님이 잘 해주시니까 금방 낫는거 같아요. 고마워요. 저 나을 수 있는거죠?


어젯밤 입원해서 전공의가 진통제 준게 전부인데... 난 한게 없는데...


그동안 병에 대해 몇번 설명해 드렸지만, 본인의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우신가보다. 언제 완치되냐고 자꾸 물으신다. 듣고 싶은 것만 들으신다. 그래도 밉지 않다. 그냥 마음이 안타깝다. 


잘 나으실 수 있도록 노력해볼께요. 


얼마나 먼 미래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미래란 얼마나 불확실한가. 우리 모두에게. 

그냥 오늘 몸과 마음이 편하면 다행인 것을.

그가 희망을 가지고 오늘 하루를 잘 살 수 있으면 다행인 것을.


삶이란

생명력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순간까지 

의미로 충만할 수 있다.


증상 조절.

암환자에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병원에 와서 증상이 좋아질 수 있게 도와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직은 그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한다. 

















  • 2013.04.21 10:51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4.21 13:09 신고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pubmed 아니고 네이버에서는
      아닌 걸로도 나오네요 ㅎㅎ
      매번 헷갈립니다

  • BlogIcon 변선주 2013.04.21 10:55 신고

    부인과 질환은 좋아하지 않기는 하지만..

    이 질환을 연구나 치료의 목적으로 접근을 해야한다면
    Carcinoma 부분과 Sarcoma 부분을 나누어서 생각을 해봐야하는게
    어떤가라고 생각만 해보고 있습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04.21 13:21 신고

      저도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각각을 target 으로 케모도 정해보구요. portion이 높은 걸 중심으로 치료해야 하나 그런 생각도 해보고. retrospective 하게 데이터도 다 모아서 분석해보고... 근데 아무것도 건진게 없고....
      어려운 병인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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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젊은 그녀.

본성이 참 착한 사람이다.


유방암이 재발된 후 

항암제를 종류별로 다 써봤지만 

2번 쓰고 나빠지고, 세번쓰고 나빠지고, 그러기를 거듭했다. 

증상도 조금씩 나빠졌다.

왼쪽 폐에 물이 조금씩 고인다. 관을 넣어 빼보기도 했지만 별로 신통지 않았다. 

치료 효과가 신통치 않으니 다른 의사에게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고 해서 소견서를 써주고 사진을 다 복사해 주었다.

그러나 이내 다시 왔다. 나한테 미안해서 그렇게 못하겠다고.

다른 의사에게 의견을 들어보는 것은 환자의 권리이니 나에게 미안할 필요없다고 했다.

나는 내가 치료를 잘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정말 미안했다...


쓸만한 약을 거의 다 써봤지만 효과를 본 약이 없다. 치료를 하다보면 그런 유형이 있다. 그녀가 그랬다. 


선생님, 그냥 치료 안하면 안되요?

저 치료하는게 더 힘들어요.  

결국 나빠지겠지만 그동안이라도 편하게 지내고 싶어요.  


그럼 한달에 한번은 병원에 오세요.

병원이랑 등 돌리지는 말구요.


환자는 그 한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새로운 증상이 생겨서 병원에 왔다.

갑자기 다리가 안 움직인다고 해서 사진찍어보면 척추에 전이된 종양이 신경을 누르고 있었다.

방사선치료를 하고 다시 걷게 되었다.


한달이 되지 않아 숨이 차서 도저히 누울 수 없게 되어 병원에 왔다.

물이 많이 찼다.

늑막에 관을 넣고 물을 빼면 환자는 편안해 했다.

관을 가지고 퇴원했다.


선생님, 제가 언제 죽게 될까요? 제가 너무 살려고 아둥바둥하는 것 같아요. 

마음 정리 다 하고, 절대 병원 안올거라고 다짐하는데, 

힘들어서 못견디겠으니 결국 병원에 오게 되는것 같아요.


병이 그런거에요.

힘든 건 해결해야죠. 


이번에도 시력에 약간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냥 참고 지내다가 오른쪽으로 몸이 자꾸 기우는 것 같은 증상이 생겨서 화장실도 갈 수가 없어 병원에 왔다. 뇌전이였다. 종양의 크기는 작은데 부종이 심하다. 부종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스테로이드와 만니톨을 썼더니 금방 좋아졌다. 아침에 회진을 가니 환자가 과일을 먹고 있다.


병이 뇌로 전이가 되었는데도 이런게 먹고 싶네요.


뭔가를 먹고 싶다는 건 좋은 징조에요.


그래요? 전 제가 너무 살려고 아둥바둥하는것 같아서 좀 부끄러워요.


무슨 말씀이에요. 힘들지만 병원에서 와서 조치를 하고 증상이 호전되면 훨씬 낫잖아요. 

그렇게 할 수 있는데까지 하는거에요. 그게 하느님의 뜻이에요.


환자의 남편은 목사님이시다.

내 진료 중에 한번도 질문이 없으시다.

반복되는 증상의 악화와 그만큼 반복되는 검사에도 별 말씀이 없으시다.

그냥 묵묵히 부인을 병원에 데리고 오고 치료하는 과정에 협조해 주신다. 

환자의 상태는 매우 나쁘지만 

병을 관리하고 삶과 죽음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이들 부부의 모습은 눈물겹지만 평화롭다.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

그것은 병을 낫게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눈뜨고 살아있는 동안은

단 하루라도 편하게, 잘 먹고, 잘 자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니까.


첨단 의학이 아니더라도 환자를 위해 해 줄 수 있는게 있다.

그것이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때가 있다.

관심을 가지고 그런 방법을 잘 찾고 실재로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 주는 것이 종양내과 의사의 몫이다. 

첨단 의학이 아니라 

좀 초라해 보이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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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올 때가 있다.

아주 가끔.

나에게 그런 재능이 있다.

바로 이름을 짓는 기술이다. 


지난 2년간 유방암 분과의 임상연구 이름을 짓고 있다.

들어가는 약제의 앞글자나, 임상연구의 핵심개념어 앞 글자를 따서 그럴싸한 이름을 짓는다. 여러 병원 선생님들이 당신의 프로토콜에 내가 이름을 붙여드리면 아주 기뻐하셨다. 그러면 다기관 임상연구를 하는 동안 누구나 그 연구를 지칭할 때 내가 지은 그 이름으로 스터디를 부르게 된다. 그런 연구들이 다 내 연구같은 애착을 갖게 된다. 


예를 들면

삼성서울병원이 주관하는 FLAG 스더티

국립암센터가 주관하는 PROCEED 스터디

고대안암병원이 주관하는 BEAT-ZO 스터디가 다 내가 지은 이름으로 임상연구를 시작하였고 현재 잘 진행되고 있다. 환자가 잘 등록되면 내가 지은 이름이 좋아서 그런 것 같아 흐뭇하고, 환자 등록이 안되면 내 연구가 안되는 것처럼 마음이 초조하고 그렇다. 내가 이름을 지어준 스터디는 꼭 내 자식같아서 아주 애착이 간다.


우리병원에서 시작했던 HOPE 스터디는 이름과 달리 스터디 초반에 문제가 생겨서 임상연구를 중도에 그만두어야 했다. 우리병원 HOPE 스터디가 문을 닫게 되었을 때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우리병원 호스피스 팀이 재작년부터 도입하여 시작한 프로그램 중에 발맛사지 프로그램이 있다.

발맛사지라고 하면 좀 느낌이 그렇다. 그러나 이 발맛사지를 하시는 분들은 교육도 제대로 받으시고 경험도 많으신 베테랑 자원봉사자들이다. 전문 자원봉사자 그룹이자 일종의 능력기부이시다. 우리 병원 호스피스에는 현재 6명의 전문 발맛사지 담당자가 활동하고 있다. 


암환자들은 영양부족이나 혈액순환의 문제로 팔, 다리가 붓는 경우가 많다. 의학적으로 왜 그런지 설명할 수는 있지만 해결할 수는 없는 어려운 증상 중의 하나이다. 특히 다리가 붓는 경우 걷기도 힘들고 통증도 심하다. 그런 환자에게 발맛사지는 최고의 치료이다. 어떤 의사의 처방이나 약, 물리치료로도 이만큼의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호스피스에 의뢰되었을 때

호스피스라는 이름만으로도 속상해 하고 자신의 미래를 암울하게 생각했던 환자들이 발맛사지를 받고 나면 기분도 너무 좋고 몸 컨디션도 부쩍 좋아지는 걸 경험하면서 가장 기다려지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손꼽고 있다. 또한 자원봉사자들이 힘과 에너지와 마음을 다해 맛사지를 해 주는 것을 경험하고 나면 호스피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호스피스란 내 인생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남은 시간을 보다 잘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시간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받아들이신다. 굳이 삶과 죽음이라는 단어를 입밖으로 말하지 않아도 환자들이 맛사지를 받으며 그런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발맛사지팀을 '힐링터치팀'으로 명칭을 변경할 것을 제안하였고

자원봉사자들도 이에 찬성하여 개명하기에 이르렀다.

환자들의 반응도 좋다.

훨씬 괜찮은 프로그램같은 느낌을 받는다. 


올해는 손맛사지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발맛사지를 잘 하기위해서는 다소의 전문성과 훈련기간이 필요한 것에 비해 손맛사지는 모든 자원봉사자들이 배워서 자신의 담당 환자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간단하고도 효과적인 프로그램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이들도 힐링터치팀의 일원이 될 것이다. 


마음의 기운과 사랑을 불어넣는 힐링터치!

우리 자원봉사자들의 사랑으로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 효과가 있을 것이다. 

사랑은 

나의 힘과 기운과 에너지를 나누는 행위이다.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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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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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돌아가신 후

몇일 시간이 지나

문자메시지나

메일을 보내시는 분들이 있다.


환자 상태가 안 좋으면 내 핸드폰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안 좋은 상태로 고생하다 돌아가시는 환자의 가족들은 

내 전화번호를 알고 계신다. 


아마도 

환자 물건 정리를 하다가

짐정리를 하다가 

내 생각이 나는가 보다.


40대 의사 아들을 먼저 보낸 어떤 어머니는 그러셨다.

투병기간이 길었던 그,

아들의 건강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눈 사람이 나였다고.

생의 마지막, 위험한 순간에 찾은 사람도 나였다고.

아들을 생각하면

꼭 내 생각이 같이 난다고 하셨다.

한번 만나고 싶다고 하셨지만

나는 만나지 말자고 하였다.



오늘은 

몇일전 딸을 떠나 보낸 어떤 어머니가

그리고 어제 딸을 떠나 보낸 다른 어떤 아버지가 문자를 주셨다.

두 환자 다 내 또래였다.

그들의 부모는 내 부모 연배셨다. 

그들 부모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의사로서 정말 하기 싫은 말, 

'죄송합니다' 라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통증을 잘 조절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마지막 가는 길, 편안히 돌봐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무기력하게 죽음을 기다리 수 밖에 없게 되어 죄송합니다.

살아있는 동안 더 좋은 시간 가질 수 있게 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은 

나의 잘못을 인정할 때 하는 말이라

의사로서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말이다.

환자 형편이 안되기는 했어도 

그게 내 잘못 때문이 아니라 병이 그런 것을, 

그 시술이 그런 것을 

내가 사과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의사의 자존심을 걸고 '잘못'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니까.


그러나

그들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답신을 보냈다. 

이렇게 밖에 못 해드려서 죄송하다고.

너무 고생많이 하신거 죄송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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