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 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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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01 - 이수현 슬기엄마

    2014 갑오년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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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31 - 이수현 슬기엄마

    오늘 하루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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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30 - 이수현 슬기엄마

    대신 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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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쓴소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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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28 - 이수현 슬기엄마

    이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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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23 - 이수현 슬기엄마

    생강차, 할머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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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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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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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21 - 이수현 슬기엄마

    최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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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16 - 이수현 슬기엄마

    마음속 구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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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15 - 이수현 슬기엄마

    마음의 짐, 마음의 빚 2 - 호스피스 완화의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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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14 - 이수현 슬기엄마

    마음의 짐 마음의 빚 1 - K 선생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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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12 - 이수현 슬기엄마

    최선을 다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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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08 - 이수현 슬기엄마

    만보기를 손에 쥐어 주는 것 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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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07 - 이수현 슬기엄마

    빛이 나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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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05 - 이수현 슬기엄마

    내가 할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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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2.03 - 이수현 슬기엄마

    이제 곧 결혼하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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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1.30 - 이수현 슬기엄마

    다 알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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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1.29 - 이수현 슬기엄마

    늦은 시간 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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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1.29 - 이수현 슬기엄마

    칼슘과 비타민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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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1.24 - 이수현 슬기엄마

    이거 하니까 마음이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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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1.24 - 이수현 슬기엄마

    나를 돌쇠로 만드는 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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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1.21 - 이수현 슬기엄마

    독백이 아닌 대화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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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1.19 - 이수현 슬기엄마

    제가 외판원은 아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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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1.11 - 이수현 슬기엄마

    너무 안타까워서 미워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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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1.10 - 이수현 슬기엄마

    그녀에게 들리는 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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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1.09 - 이수현 슬기엄마

    내가 상상하는게 다 맞는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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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1.08 - 이수현 슬기엄마

    환자들이 종양내과 의사에게 듣고 싶은 말 BEST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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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1.07 - 이수현 슬기엄마

    나도 단풍이 되고, 낙엽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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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갑오년.


120년전 1894년은 갑오농민전쟁으로 시작하였다.


이어서 조선을 차지하겠다는 일본과 중국의 청일전쟁이 우리 땅에서 벌어졌다. 어이없는 전쟁.


왜 남의 나라 이권 다툼을 왜 우리땅에서 하도록 놔둔 것인가?


그리고 갑오개혁.


120년전 갑오년은 역사의 격변기. 그리고 비극의 근현대사의 발원지가 되었다. 


사람마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 대해 다른 코드로 읽고 해석한다. 그것이 오늘의 우리.


오늘 시작한 갑오년은 어떤 한해가 될까?

 

 

전봉준

 

황동규

 

1

손금 접어두고 눈 오는 남루


寒天 법도 없고 겁도 없는 논


땅 위에 깔리는 허연 눈가루


마음에 짓밟는 형제의 손.


 

2

눈떠라 눈떠라 참담한 시대가 온다.


동편도 서편도 치닫는 바람


먼저 떠난 자 혼자 죽는 바라


同列 흐느낄 때 만나는 사람.


 

눈떠라 눈떠라 참담한 시대가 온다


그의 눈에는 식민지 조선의 참담한 미래가 보였나보다.

 

120년전 갑오년은 어둠의 시대였으며


이때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던 사람들은 죽음으로써 삶을 마감하였다.


갑오농민전쟁,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순간이다.

 

 

서울로 가는 전봉준

 

                                                     안도현

 

눈 내리는 만경 들 건너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 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봉준이

풀잎들이 북향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


그 누가 알기나 하리

처음에는 우리 모두 이름 없는 들꽃이었더니

들꽃 중에서도 저 하늘 보기 두려워

그늘 깊은 땅속에서 젖은 발 내리고 싶어하던

잔뿌리였더니


그대 떠나기 전에 우리는

목쉰 그대의 칼집도 찾아주지 못하고

조선 호랑이처럼 모여 울어주지도 못하였네

그보다도 더운 국밥 한 그릇 말아주지 못하였네

못다 한 그 사랑 원망이라도 하듯

속절없이 눈발은 그치지 않고

한 자 세 치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려오나니


그 누가 알기나 하리

겨울이라 꽁꽁 숨어 우는 우리나라 풀뿌리들이

입춘 경칩 지나 수군거리며 봄바람 찾아오면

수천 개의 푸른 기상나팔을 불어제낄 것을

지금은 손발 묶인 저 얼음장 강줄기가

옥빛 대님을 홀연 풀어헤치고

서해로 출렁거리며 쳐들어갈 것을


우리 성상(聖上) 계옵신 곳 가까이 가서

녹두알 같은 눈물 흘리며 한 목숨 타오르겠네

봉준이 이사람아

그대 갈 때 누군가 찍은 한 장 사진 속에서

기억하라고 타는 눈빛으로 건네던 말

오늘 나는 알겠네


들꽃들아

그날이 오면 닭 울 때

흰 무명띠 머리에 두르고 동진강 어귀에 모여

척왜척화 척왜척화 물결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슬픈 시다.


서울로 압송되어 가는 전봉준을 보며 이름없는 들꽃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같이 억울하고 같이 싸워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풀뿌리들이


전봉준의 마지막 타는 눈빛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내가 외면해도


세상은 변하고 있다.


내가 그리도 무관심하려고 보려고 했던 거대 권력들은


개인 삶의 심층적인 곳까지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지금은 120년전보다 나은 갑오년일까?


이제


내가 최선을 다한다고


좋은 세상이 되는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아는 나이가 되었다.


 

오늘 하루는


를 넘어서


우리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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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06 11:12

    비밀댓글입니다

  • 2014.03.11 21:57 신고

    우리를 위한 시간 되시나요?
    진짜 어찌 지내시는지 궁금해요

  • 달콤한 우주 2014.04.01 14:58 신고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가끔씩 안부를 묻는 사이처럼
    소식이 없으면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리워 하기도 합니다.
    울 이쁜쌤은 어디 가셨나요?

    봄꽃도 사방에 피어 제 소식을 알리는데
    꽃보다 더 이쁜쌤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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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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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해 살지만

그리고 지금 내가 그렇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조건에 처해 있다는게 다행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허탈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외롭고 고독하다. 

나?

아니 우리 모두!


우리 마음 속에는

내가 절대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느끼기 보다는

남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더 느끼는 것 같다.

내가 지금 비록 상황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누구보다는 나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기 쉽상이다.

그래서 때론 남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을 해버리게 된다. 

무의식중에 내 뱉은 나의 한마디 말로 그 누군가는 엄청나게 상처를 받는다. 

난 그런 실수를 저지르고 산다. 



지금 나에게 입원해 있는 환자들 중 대부분이

호스피스 환자이다. 

의사로서 의학적인 도움을 주기 어려운 상태이다. 증상 조절만 하고 있다.

환자를 퇴원시키거나 전원하는 것이 너무 어렵고 힘들다. 



 

제일 가슴아픈 건 

착한 S.

나는 이제 환자 이름을 부른다. 

누구야, 오늘은 좀 어때? 잠 잘 잤어? 

처음에는 S 씨 혹은 S 환자 그렇게 불렀는데

이제 동생같이 그냥 이름을 부른다. 

환자의 이름을 부르고 반말을 하는 건 처음이다.


아무것도 못 먹는 S.

세달째 콧줄을 끼우고 있다. 

객관적으로 항암치료를 할 컨디션이 아닌데 목숨걸고 항암치료를 해보기로 했다. 

병 진단받고 항암치료를 한번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계속 나빠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죽기만을 기다리기엔 너무 억울했다. 

제 용량도 아닌 weekly cisplatin. 

3주 동안 세번 항암치료를 했다. 첫 항암치료를 하던 주에 S는 너무 힘들어 했다.

마음 속으로 엄청 후회하고 반성했다. 괜히 치료했구나. 내 욕심이다. 그렇게.

그런데 기적처럼 복부팽만감이 좋아졌다. 퉁퉁 부은 배와 다리의 붓기가 빠졌다. 부어서 팽팽하던 살이 이제 말랑말랑해졌다. 

그렇지만 거기까지. 

합병증이 생겨서 더 이상 항암치료를 스케줄 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열이 나고 뱃속이 엉망이라 항생제를 쓰고 있었는데 항생제 때문인지 혈소판 감소증이 생겼다. 

그래서 가능성있는 약을 다 끊고 바꾸고 그렇게 몇일을 버텼다. 

다행히 혈소판 수치가 회복되었다.

암성 열인지 염증성 열인지 확실하지 않은 열이 계속 난다.

세번의 항암치료를 하고 시간이 꽤 지났지만 점점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 아무래도 항암치료를 하고 나니 기운이 더 빠지는 것 같다. 못 먹은지 세달째. 뼈만 앙상한 S.


항암제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계속 진행하기에 부담이 된다. 

객관적으로 항암치료를 하면 안되는 상황인데 내가 욕심을 낸 것이지. 

엄마도 

나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엄마도 내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시지만 어떤 결정도 못 내리신다.


S랑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솔직하게 내 심정을, 내 판단을 얘기했다.

그리고 너의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다.

아무 말도 못한다.

내가 생각해도 환자가 대답하고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S야.

난 이제 항암치료 하고 싶지 않다.

아마 항암치료를 조금만 했는데도 반응이 꽤 좋았던 걸 보면

항암치료 하면 더 좋아질 거 같기는 해.

그런데 지금 뱃속의 병 상태가 많이 나빠서 

아주 많이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조금 좋아지려고 많이 힘든 치료는 하고 싶지 않구나.

더 이상 항암치료를 안하겠다는 나의 결정을 받아들이는게

너로서 굉장히 힘든 일일거 같다.

인생 포기하는 것 같고...

그래서 나도 말하기 어려웠다.


근데 S야. 

그래도 그만 하자. 

남은 내 인생의 시간이 항암치료하면서 점점 더 힘든 시간으로 채워지게 될 것 같다. 

어제 진통제를 많이 올렸더니 안 아프고 괜찮지?

지금은 그냥 기운만 좀 없지 그럭저럭 괜찮잖아?

그러니까 이대로 있자. 

항암치료 하면 이만한 컨디션도 유지하기 어려울지 몰라. 까딱 잘못해서 폐렴오고 요로감염오고 그러면 순식간에 컨디션이 나빠지고 어쩌면 죽을지도 몰라. 난 그게 더 무섭고 싫다. 


S는 내 결정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우울해 했다. 엄마 몰래 우는 것 같았다. 눈가가 촉촉히 젖어있다. 


잘 잤니?



더 아픈데 없어?



마음 않좋아?


...


엄마한테 얘기 들었어. 

항암치료 안하면 다른 병원 가야하냐고 그랬다며?

다른 병원 안 가도 되.

항암치료 안 해도 되니까 그냥 여기 있자.

그러니까 안심하고 편안하게 잘 지내라. 알았지?



매일

회진 돌면서

S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힘들게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아픈 환자도 있는데

나는 건강하니까 다행이지

어찌 그런 마음을 먹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도 S를 보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

삶의 불공평하다,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 나는 왜 고통스러운가, 그런 마음을 가질수가 없다.

S를 보면 난 그냥 잠자코 있어야 한다. 내 마음 속에서 널뛰는 온갖 종류의 아픈 감정들을 잠재워야 한다. 



오늘은 S 얼굴이 좀 편안해 보였다. 

그냥 있으라고 하니까 마음이 놓였나 보다. 


S야, 좀 괜찮아?

오늘은 좀 편안해 보이네.


선생님 괜찮아요.

안 아프고 좋아요. 


S와 엄마가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인생은

오늘 하루가

선물이다.


S에게는 이렇게 보내는 하루하루가 선물이다. 

선물같은 하루를 살 수 있도록 완화의료팀이 도와주고 있다. 


나도 하루를 선물로 받아들이고 살기로 한다. 

2013년은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삶과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더 노력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 오상필 2013.12.31 22:51 신고

    교수님 감성이 풍부하신 소녀같으신 분 같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분이시군요, 전 4년반동안 직장을 두번이나 그만두고 집사람 치료를 위하여 매달리고 있는중이며, 서울 강남 세브란스를 비롯하여 부산의 대학병원3군데를 다녀봤지요. 모든의료진들이 교수님같으면 좋겠습니다. 제 욕심일런지는 모르겠지만요....

  • 김현주 2014.01.01 02:25 신고

    교수님
    2014년 새 해는 원하시는 모든것이 이뤄지고
    기쁨으로 살아가는 날들 되시길 기도합니다

  • 워니아빠 2014.01.06 13:52 신고

    2013년 12월 10일
    제 아내가 떠난 날입니다.
    뇌전이되었을때, 고칼슘혈증 왔을때 제글에 답해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이젠 글남길 일이 없게 되었네요.
    아픈 사람들만큼 불쌍한 사람이 없어요. 많은 힘이 되시길 그리고 선생님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 2014.01.21 20:28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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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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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전이성 유방암으로 꽤 오래 치료를 받으셨다.

좋아지고 나빠지기를 반복하니

때론 우울해하고 슬퍼하고 의기소침해 지기도 했지만 

매번 꿋꿋히 힘을 내서 다시 치료 받는 분이다.

남편과 아들의 돌봄도 극진하여 내심 내가 참으로 존경하는 가족이기도 했다. 

의사입장에서

마음이 가는 환자였다. 



늘 남편 혹은 아들이 환자 진료에 함께 오셨는데

최근 언제부터인가 남편이 오지 않는다.


남편분은 요즘 바쁘신가봐요?

최근 들어 병원에 못 오시는거 같네요.


남편이

백혈병 진단을 받았어요.

지금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어요. 


그 다음은 환자가 말을 잇지 못한다. 

환자가 울먹이니 더 이상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남편 분 상태는 어떠세요? 

담당 선생님은 만나 보셨나요?


내가 물어놓고도 미안하다.

지금 내 환자가 그럴 형편은 못되기 때문이다. 

지금 환자도 여러 모로 치료가 잘 안되고 몸도 힘든 형편이라 

병원에서 남편 간호하며 곁에서 지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도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

회사를 자주 비우기가 어렵다.

아버지 주치의 회진 시간을 맞춰서 병원을 나오기가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병원 출입을 하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일하기에 자유로운 부서가 좋은데

요즘 부서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중이지만 

신참이라 눈치도 많이 보이고 

인수인계도 오래 걸리고 있다고 한다.

여러모로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아직은 병원에 드나들 정도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한다.



환자 남편의 차트를 보니

급성백혈병으로 첫번째 항암치료를 시작한지 2주가 막 지난 상태이다.



환자와 아들은 

백혈병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하는 거랑은 아주 다른 거라고 말씀드렸다.


유방암 치료는 외래에서 항암치료 하고 특별한 일 없으면 입원도 잘 하지 않는데

백혈병 항암치료는 일단 치료 초기 병원 재원일수가 길고 피검사도 많이 하고 골수검사도 자주 하고 퇴원도 쉽게 할 수 없는 병이라 지금 계속 입원해 계시는 거라고 설명드렸다. 


유방암 이해하기도 힘든데

이들은 또 백혈병에 대해, 그리고 백혈병 치료과정에 대해 이해해야만 했다. 



아직 환자의 치료과정과 예후에 대해 주치의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선생님을 자주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환자는 최근 약을 바꿔서 항암치료를 시작했는데

독성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여러 증상이 많다.

특히 우울감이 심하다.

이런 분이 아니었는데... 더 독한 항암제를 맞고도 늘 긍정적이고 잘 이겨내는 분이었는데...

이번 치료 과정에는 합병증과 독성이 많이 나타난다.

당연하다.


우울감이 심해서 정신과 진료를 권유했지만 

환자는 지금 다른 여러과를 다니기에 신체적, 심리적으로 부담이 된다며 협진을 보고 싶지 않다고 하신다. 병원에 한 번 오기가 힘들다고 한다. 혼자 거동하는 것이 힘들어 아들이 데려다 줘야 하는데 그러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어설프게 내가 약을 드리고 오늘 2주만에 오시게 했는데 효과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우울하고 힘든 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다만 오늘 외래에서 환자는 지난주처럼 우느라 대답을 못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약을 적절히 바꿔주는게 좋을 것 같은데, 환자가 지금 그럴 여력이 없다며 정신과에 안 가신다.  



환자는

내 병이 나빠지고

치료가 잘 안된다고 해도

이렇게 속상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남편의 병이 무엇인지

특정 염색체 이상이 발견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골수검사를 반복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남편은 퇴원하지 못하고 왜 계속 병원에 있는지 

왜 그렇게 항생제를 많이 쓰고 피검사를 많이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고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상태라는 점이 가장 힘들고 우울하다고 했다. 

나 때문에 평생 애쓴 남편을 위해 당신이 할 일이 없다는 것이 정말 미안하고 슬프다고 했다. 

내가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편 환자의 주치의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  

이 가족의 형편, 내 환자도 지금 치료가 잘 안되고 있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라서 부인과 아들이 아버지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을 전하고 부탁을 드리는 것 정도이다. 

담당 선생님께 메일을 보냈다. 




환자 중에

자신이 치료받다가

배우자가 암에 걸려 

함께 치료받는 부부들이 꽤 있다.

같이 식이조절도 하고 같이 운동도 하고 

치료 과정 중에 서로 챙겨주면서 병을 이겨나가기 위해 함께 애쓰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강력한 치료 동맹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디 우리 환자 남편분의 골수가 깨끗해지고 퇴원하실 수 있기를 기도한다. 

우리 환자의 이번 치료도 효과가 좋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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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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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사이

국시를 앞둔 몇몇 4학년 학생들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어쩐 일인지

나는 강의실 수업으로 종양학이나 유방암에 대해 수업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가끔 실습을 나온 학생들에게는 종양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암환자를 진료하는 것의 학문적인 측면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었지만

강의실에서 주로 수업을 듣는 1,2학년 학생들에게는

임상의학 입문으로 나쁜 소식 전하기, 의사와 환자의 관계, 선택수업으로 있는 호스피스 수업에서 말기암환자에게 항암치료를 하는 것의 의미, Women in Medicine 수업에서 여자의사로 일한다는 것 등의 (소위 마이너) 분야로 수업을 주로 했던 것 같다.

 

주제가 그래서 그런지,

슬라이드를 많이 만들어서 많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 보다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고 단답식이라도 답을 들어보고 롤 플레이도 해보고

환자의 실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그리고 솔직하게 수업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수업을 하면서 신이 난다.

자신하건대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학생들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슬라이드를 많이 만들지 않으니 쳐다볼 슬라이드가 없어서 졸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수업이 끝나면

자체적으로 피드백을 받아본다.

 

가장 놀라웠던 반응은

학생들이

실재 임상상황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환자 및 가족들과 면담을 하면서,

의사가 겪는 수많은 갈등과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는지 알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의대생들은 기본적으로 동기부여가 아주 잘 되어 있고, 습관적으로 성실하며, 아주 열심히 공부한다.

 

뭐든지 열심히 하지만

가끔은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은 순간이 많을 것이다.

학생들은 그 답을 찾지 못해도 열심히 공부한다.

그런 학생들이 '왜'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하였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는지를 느끼게 되었다는 의견이 많아서

내심 뿌듯했다.

 

수업을 하고 나면

내가 실재로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학생들은 나를 통해 환자를 열심히 보는 의사가 되어야 겠다고 결심하기도 하는 것 같았다. 

지금 당장 뭔가를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나도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결심하는 메일을 보내는 학생들이 있었다.

 

 

국시를 준비하는 4학년 학생이 오늘 나에게 보낸 메일은

그 무엇보다 나에게 값진 선물이다.

 

교수님의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은 저에게 그리고 제 주위의 많은 학생에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계속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때 교수님께서 하셨던 말씀들과 표정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런 가르침을 받을 수 있어서 우리 학교가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직접 찾아뵙고 감사 전해드렸어어 하는데.. 얼굴도 안보이는 인터넷 상으로나마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서글프게도 선뜻 마음 전하기 힘든 곳이 병원인것 같습니다.

병원을 떠난다는 소식에 '아이고 우리 환자들 어떡해...' 이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교수님은 그런 의사선생님 이십니다. 저의 꿈은 좋은 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 집중하다보면 꿈은 점점 작아만 집니다. 그때마다 다시 꿈꿀 수 있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끝까지 열심히 해서 부끄럽지 않은 의사가 되겠습니다. 교수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어디에서든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라는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리고 부끄럽다.

 

4학년이면

임상실습을 통해 병원의 분위기를 어렴풋이 알게 된 때.

당장 내년부터 인턴으로 일 할 생각에 설레임과 두려움의 양가감정이 있는 시기.

그들은 나의 수업을 듣고 나의 블로그를 통해 환자를 보는 진료현장에서 어떤 갈등이 초래되고 있는지, 왜 개인이 최선을 다해도 좋은 의사가 되기가 어려운지, 나의 의지와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법과 제도와 시스템의 존재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의기양양 의대생이 되었지만

한 해 두 해 시간이 가고

병원 실습을 통해 레지던트 펠로우 교수들의 삶을 보고

생각만큼 환자들로부터,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의사의 사회적 지위와 현실을 접하며

충격을 받고 실망한다.

그런 그들이

냉소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이기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겸허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려움이 많으니 더 노력해야 겠다고 결심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의사, 뛰어한 의학자로 성장할 수도 있다.

 

그래서

교육은 중요하다.

 

내 논문 하나를 publish 하는 것 보다

선생이라는 지위에서

학생들에게 올바른 가르침을 주고 더 많이 고민하게 하고 또 함께 고민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

그들은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이므로

그들에게는 나의 한계와 과오를 넘어서

더 능력있는 의사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선생'이 필요하다.

그게 우리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투자이다.

 

우리 학교는 내년 본과 1학년 학생부터 A,B,C,D 와 같이 등급을 매기지 않고

Pass or Fail 로 평가시스템을 바꾼다고 한다.

전체 120명의 학생을 30명의 단위로 묶어 각각 책임지도교수가 있고

그들을 보다 가깝고 밀접하게 지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 담당교수가 얼마나 교육에 전념하고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형편이 될지 모르겠다.

나는 학생 교육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담당 교수를 한번 해보고도 싶지만

임상으로서 지금까지 했던 일을 모두 다 하면서

학생들까지 담당하라고 한다면 제대로 못할 것 같다.

 

학생들은 새로운 평가 제도 하에서 적절한 능력을 함양하고 성적에 얽매이기 보다는 더 넓은 관점으로 의학과 의료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뭔가를 더 시도하고 도전해야 할 것이다. 책상 앞에서 족보만 파서 좋은 점수를 얻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좋은 평가를 위해 화려한 스펙을 쌓기 보다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전초전으로

많은 것을 경험하고 고민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병원에서는

그렇게 대학에서 배출된 학생들, 모든 과목을 pass 하고 온, 외관상 다 똑같은 학생들을 어떻게 평가하여 임상과 전공의로 선발하고 이후 연계된 교육을 할지에 대해 미리 고민해야 한다. 우리 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다른 학교의 학생이 대학 성적표를 가지고 올텐데 어떻게 객관적으로 우리 학교 학생들과 평가할 것인지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학생 때의 경험과 고민이 이어지고 전공의 수련 기간동안 그 노력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연계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의과대학 교육 커리큘럼의 개혁만으로는 좋은 의사 만들기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없다.

전공의 숫자를 줄이고 있고 병원 인건비를 축소하기 위해 펠로우 숫자도 줄이고 새로운 교원을 뽑는 것이 점점 어려워 지고 있는 마당에

그들의 교육을 누가 어떻게 담당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의과대학 교수이기도 하고 병원에서 임상진료를 담당하는 의사이기도 한 사람들은 그런 부분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학생들에게 좋은 멘토가 되기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어차피 일정 기준을 갖춘 학생들일테니 그놈이 그놈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유일하게 객관적으로 평가 가능한 국시성적에 초점을 맞추어 성적대로 사람을 뽑아버리는 무성의한 정책을 선택하면 안될 것이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는 총파업을 했었다.

그것으로 무엇을 얼만큼 얻었을까?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과정이 어떠하든...

 

14년만에 또 다시 의료계가 파업을 하겠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만큼 의료계가 절박하고 어려운 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또 다시 국민의 신뢰를 잃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파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그러나 개원가와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다르다. 대학병원도 빅5 이냐 아니냐에 따라 다르다.

의사들의 이해관계가 달라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큰 임팩트를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부는 파업을 해도 의사들만 욕먹고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별로 괘념치 않을 것이다.

 

 

그 누구도

지금 의대 교육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학생 교육은 핵심이 되지 못한다.

그들이 곧 우리의 후배가 되어 의사가 될텐데 말이다.

학생 교육에 있어서는 개원가보다는 대학병원의 책임이 크다.

지금 대학병원은

병원 생존을 위해

정부가 제시한 약간의 유리한 조건을 이용하여 

부가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장례식장을 어떻게 키우고 화장품 회사와 어떻게 조인할 것인지 고민할 것이다.

 

그런 미래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인지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나도 할 말이 없다.

대학병원에서 선생으로 일했던 사람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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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nior staff 2013.12.30 08:51 신고

    선생님... 댓글은 처음 남기지만 오래전 청년의사에 글 남기던 시점부터 선생님 글을 매우 좋아하는 후배의사입니다.(의대학번은 제가 높겠으나...) 의대교수의 덕목은 CARE(clinic, assignments, research, education)라고 생각하는데 병원에선 clinic, 학교에선 research, 선배의사들은 assignment(잡일 또는 보직)에 대한 과도한 압력을 받고있지만 학생과 전공의 교육만큼은 매일 조금씩 시간내서 확보하려고 노력중인 젊은 의사입니다.
    Big5가 아니다보니 저희 과의 staff은 모두 다섯인데, 정교수 2분, 부교수 2분, 조교수인 저 하나, 이렇게 임상조교수나 fellow없이 몇 년 버티다보니 학교에서 요구하는 논문실적까지 채우려면 fellow4년을 포함하여 몇년째 평일에는 밤12시 전에 집에 거의 들어가지 못하는 삶을 살고있고,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러더라도 선생님 글처럼 제 현실보단 의대교육의 문제가 더 심각하게 생각되는 의사 중 한 명입니다.
    이러한 글이 무언가 의사사회에 적게나마 파장을 일으킬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누구도 아닌 나역시 언젠가 그에대한 책임을 져야할 의대교수이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facebook 공유도 하였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30 13:21 신고

      파장은요... 그런거 기대 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저도 이제 더 이상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말할 수 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좀 비겁하죠. 있을 때 잘해야하는건데 ㅠㅠ
      제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대안도 없고 갑갑하고 나는 너무 지치고 그런 상황 아닐까요?
      특별한 일이 없어도 12시 전에 집에 들어간 적이 없는 생활...
      그래도 욕심이 있으면, 꿈이 있으면, 악착같이 하고 살 수 있는데
      과연 그럴만큼 꿈과 욕심이 뭘까 생각해 보면 인생이 참 아스라 해집니다.
      저도 그만두게 되었지만
      나가는 그 날까지는 이렇게 바쁜 생활을 할 것입니다. 이것저것 너무너무 일이 많으니까요.
      아무도 모르죠.
      도대체 왜 저렇게 사는지...
      그러니까
      순간순간 삶의 exit를 찾으시고
      꼭 행복하게 사세요.
      저도 행복하게 살라구요. 하고 싶은거 하면서 밤 새면서 행복한 일을 찾아...

  • 근영아빠 2013.12.31 02:13 신고

    답장도 남겨주셨네요.
    1. 뭐 몇몇 사람들 마음의 파장도 중요하니까요... 지금까지 잘 해오셨습니다. 선생님처럼도 못하는 의사들이 대부분이니까요... 학생수업에 일차의료에 정작 필요한 내용이 아닌 전문의 수준의 학회 강의록들 짜집기해서 만든 엄청난 양의 강의슬라이드를 모두 중요하다 강조하는 교수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학생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것들 하나하나 정성들여 만들어서 하는 강의가 진짜이지요.
    2. 저는 적어도 경제적인 욕심, 쉬고싶은 욕심 정도는 크지 않아서 학교에 남을 수 있었습니다. 학교를 떠나면 결코 할 수 없는 것들... 내 양심대로의 진료만 해도 논문실적이 모자라거나 학교명예를 실추하는 일만 없으면 짤리지는 않을, 공부하고싶을 때 공부하고 논문 쓸, 국내외학회에 정기적으로 참석할 수 있고, 좀 어려운 환자 고민하면서 이런저런 검사를 통해 final decision을 할 수 있고, 전공의/학생들과 늘 가까이서 가르치며 새로움을 공유하고픈 욕심 정도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디 시골 조그마한 도시라도 대학병원이라면 그러한 걸 유지할 수 있겠단 소박한 욕심이지요.
    3. 나름 주말엔 가족들과 ventilation을 하고 살고있고, 그리 악착같은 성격은 못됩니다만 조언 감사드리고, 선생님도 늘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 펠로우 2014.01.01 00:33 신고

    이제 취직을 준비하고 있는 펠로우 2년차입니다. 교수님의 글을 읽다보니 저처럼 변화가 생기실 해 인가봅니다. 저는 제분야에서 제일 잘 아는 사람중의 하나가 되어보고자 펠로우를 결심했었는데, 조금 일찍 포기하고 나오려고 합니다. 변화를 앞둔 시점에 불안감 착잡함 후련함 해방감이 뒤섞인 연말을 맞이하고 있는데 선생님 또한 그러실것 같아요. 힘내세요.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 2014.01.05 06:10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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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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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지 몇번째

결혼한지 몇년째

몇번째 생일

몇번째 기념일

시간이 가는 것,

횟수가 지나는 것에

별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내가

블로그 천번째글을 쓰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에 대해 꽤나 의식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누군가 말해 주었다.

하루를 한결같이 살아야 하는 것 처럼

천번째가 되는 그날도 그랬으면,

그래서 특별하지 않은 오늘의 이야기를 쓰는 기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어린 충고를 해 주었다.

그 말이 정답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솔직히 긴장이 되었다.

 

천번째 쓰는 글만큼은

 

나의, 그리고 그 누군가의 심금을 울릴만큼 멋진 글로 소감을 남기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쓰는 글은

내 머리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 생활, 그리고 나라는 존재가 뒹굴고 있는 이 현실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

그러므로 내가 천번째 글을 쓰는 그날의 존재적 조건이

그 글을 결정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환자를 보지 않으면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별로 없다.

그래서 학회를 가면 나는 글을 안 쓴다. 학회장에서 느끼는 점이나 새롭게 배우게 된 지식들을 정리해서 올려보기도 했지만 영 흥이 안나고 글도 잘 써지지 않는다. 그렇게 쓰는 글은 2시간씩 낑낑거려도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블로그에 1주일 이상 글을 올리지 않는다. 글을 써야겠다는 욕망 (desire) 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그러다가도 다시 환자를 보는 순간

머리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고

그런 생각들 중의 하나를 모티브로 삼아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수첩에 단어 하나로만 적어놓아도

나는 단숨에 한바닥 글을 쓸 수 있다.

'염색' 이라는 단어 하나만 적어놓아도 그날 나에게 항암치료 후 탈모가 되었다가 다시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한 환자가 염색해도 되냐는 질문을 하며 동시에 털어놓은 그녀 삶의 이야기가 모두 다 생각난다.

 


나는 그렇게 글을 써 왔다. 매일 일을 마무리하고 밤 1 2시가 넘어도 글을 썼다. 글을 쓰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에서 한시간 정도. 나는 기승전결을 생각하지 않고, 글의 구성을 생각하지 않고 일필휘지로 글을 써내려 간다. 왜냐하면 내가 쓰는 이야기는 그냥 현실 자체였기 때문에 특별히 메이크업 할 필요가 없었다. 환자를 보며 내가 느낀 것, 내가 들은 것, 내가 생각한 것을 그대로 쓰면 되었다.

 

 

누가 시켜서, 아니면 의무감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글을 쓰고 싶다는 나의 욕망이었다. 아마도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의사로서 느끼는 삶의 불만과 응어리들을 글로 해소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쓰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었나 보다.

 

 

그래서 블로그는 의사로 살아온 내 삶의 이력서와 같은 존재이다.

 

 

누구든 내 블로그를 보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내가 드러나는 공간이었다.

나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꾸밀만한 것도

내세울만한 것도

감출 것도 없는

보통 사람이라

블로그를 통해 내가 노출되는 면이 있다 해도 별로 특별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솔직한 생각을 담을 수 있었다.

위험한 발언은 스스로 삼가하였다.

누군가를 공격하는 발언도 하지 않았다.

불특정 다수를, 막연한 누군가를, 저 멀리 존재하는 거대한 제도를 욕하기는 쉬웠다. 그래서 나는 딱 그정도만 했다. 구체적인 문제 상황을 지적하고 문제의 핵심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 발언은 나를 위험하게 할 수 있으니까. 나는 아주 안전하게 글을 쓴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블로그는 나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도구가 되고 있었다.

나는 내가 쓴 글 때문에 욕을 먹거나 비방을 당하기도 했다. 나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은 꼭 나의 블로그를 인용하였다. 그들은 내가 도덕적 우월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어떤 내용에 대해 분석하고 비판을 하는 것이 '의사로서 나는 잘 하고 있는데 너는 문제가 있는거 아니냐'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나의 글쓰기를 부정적인 뉘앙스로 받아들이고 나를 재수없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혹은 의사들끼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퍼뜨림으로써 환자를 선동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평가받는 것 또한 내 삶의 이력이 되리라.

 

 

 

904901* 

9420550*

9520551*

9820580*

982215*

201071044*

Y024520*

S******

Y019224*

Y011119*

 

이것은 내 대학시절부터의 학번 그리고 의사로 일하면서 사용했던 병원 아이디들이다.

 

94, 95학번이 나란히 있는 것은, 1994년도에 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 시험을 보고 합격했다가 나중에 이대에서 졸업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서울대 입학이 취소된 적이 있었다. 나는 이렇게 대학원을 못가게 되는 것인가 내심 절망하여 여기 저기 입사시험도 보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다가 그 이듬해에 다시 대학원 시험을 보고 합격하여 대학원 석사 학번이 2개가 되었다.

98학번이 두개인 것은 하나는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학번이고 하나는 연대의대 학번인데, 의대는 2000년에 본과로 편입했지만 같이 다니는 동기들이 98학번들이라 나도 98학번을 부여받게 되어서 같은 년도 학번이 두개가 되었다.

1990년에 처음 대학에 들어가서 2004 2월에 대학을 졸업했으니 (중간에 비는 기간도 있기는 했지만) 여러 대학을 다니고 또 오래도 다녔다. 지금도 취직을 위해, 혹은 공적인 업무를 위해 서류를 준비하려면 성적 증명서, 경력증명서를 떼는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들고, 증빙서류도 남들보다 훨씬 많다

 

이런 것들이 내 삶의 이력이다.

애초에 시작한 길을 계속 가지 못하고 돌아돌아 오늘의 여기에 이른 것처럼

나는 지금도 이 길을 계속 가지 못하고 어디론가 돌아가게 될 모양이다.

그렇게 돌아가는 길이 가까운 내 미래의 삶의 이력가 되겠지.

이러한 나의 이력이 궁극적으로 나에게 득이 될지 해가 될지는 좀 더 살아봐야 알 것 같다.

 


내가 나의 미래를 컨트롤할 수는 없지만

미래를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는 컨트롤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것에 대해

의사가 된 것에 대해

종양내과 의사로 환자를 본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기로 한다.

 


나는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나의 길에서 많이 배웠다.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삶에 대해, 사람에 대해, 사회에 대해, 정의와 도덕에 대해 배웠다.

내가 그 누구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인생에서 나의 중심을 잡고 당당하게 설 수 있게 도와준 것이 사회학이었다.

연대에서 의학에 입문하여 좋은 선생님들, 그리고 선배님들께 많이 배웠다. 내가 그만한 선배, 선생이 되지 못해 부끄러울 뿐이다. 우리 학교, 우리 병원은 지금 여러 모로 한계와 위기에 봉착해 있고 어려움도 많다. 우리가 고작 이런 수준인가 한심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이만한 의사로 만들어 준 것, 이만큼 일할 수 있도록 키워 준 것은 우리 학교와 병원 그리고 나의 선생님들이었다.

또한

나는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배웠다.

나는 환자들의 이야기, 그들의 목소리에 귀 귀울여야 하는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부족하고 불완전한 의사의 한계를 메꿔주는 것은 환자들이었다. 그들은 고통받는 존재로서 나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나는 환자들을 통해 병을 이해하고 의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만약 의사가 되지 않고, 한국의 의료를, 환자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학원 시절 공부했던 의료사회학을 계속 공부했었다면 

결코 알 수 없는 사실, 그리고 진실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므로

다소는 평탄치 않았던 나의 지난 시간들, 복잡한 이력을 나쁘게만 보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 지난 3년간 세브란스에서 암환자를 진료하며 보냈던 시간을 접고

새로운 삶의 이력서를 쓰게 될 모양이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한해를 마감하게 되어

내심 불안함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 시간조차 나에게 어떤 가르침이 될거라고 믿는다.


 

나는

지난 3년간

의사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성실한 자세란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였다.

의대생 시절, 레지던트 시절의 최대 관심사는 유능한 의사가 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능력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성실은 손쉽고 하찮은 것이 아니었다. 의사로서 성실한 자세를 갖춘 사람으로서 살고자 노력하였다.

그리고 의사로서 올바른 실천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였다. 진료현장에서 환자를 위해 싸워야 할 때와 물러나야 할 때를 아는 것, 그것은 내가 의사로 일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영원한 숙제로 남을 것이다.

이제 새롭게 다시 생각하는 자세로 지금의 나를 바라보려고 한다

나의 결점,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좋은 의사가 되려고 노력했지만 일단 환자 곁에서 떠나게 되었다. 그 시간이 잠시가 될지 오래 걸릴지, 혹은 영원할지 아직은 모르겠다. 어떻게 되더라도 실패는 아니라고 믿고 싶다.  

 


내가 천번째 글을 이렇게 쓰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본래 이렇게 예기치 못한 일들이 생기고 가르침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만큼도 나의 몫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도 한마디 해주고 싶다.

수고 많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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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구상 1  (9) 2013.12.16
  • 이유진 2013.12.28 20:29 신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선생님.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다음 장을 시작하시더라도 또 거기서 고민하시고 힘들어 하기도 하고 또 보람도 찾으시겠지요
    언급하기 쑥스러우셨을지 모르지만... 블로그가 선생님께 불리함을 준 면도 있겠지만 또 이렇게 글 하나 남기지 못해도 마음으로 많이 지원하고 감사드리는 그런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걸 잊지 말아주세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30 13:17 신고

      격려 감사합니다.
      우린 누구나 인정받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존재인가 봅니다.
      이렇게 남겨주시는 글 때문에
      징징거리고 울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기운을 내 봅니다.
      감사합니다.

  • 2013.12.29 15:42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30 13:16 신고

      망하긴요...
      그렇지 않아요.
      다음 외래 때 얘기해요.

  • 2013.12.29 19:19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30 13:14 신고

      socmed@yuhs.ac 입니다.

  • 2013.12.30 09:50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30 13:16 신고

      지영씨, 지난번 파이 잘 받았어요. 그런 뇌물 제가 좋아하는거 어찌 아시고 ㅎㅎ. 저를 격려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진심으로요. 제가 오늘 이시간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다 환자들 때문이었습니다. 제 환자들과 헤어지는거, 끝까지 저를 힘들게 할거에요. 그래도, 그렇게 흘러가는게 인생인가 봅니다.

  • 2014.01.07 13:55

    비밀댓글입니다

  • 사브리나 2014.02.02 19:30 신고

    선생님 저는 선생님처럼 글재주도 없고... 공부를 많이 안해서 그런지 말주변도 많이 없지만 단한마디 제심정을 표현할수있는거.. 많이 아쉽고 서운하네요. 선생님 그리고 지난번에 제가 들고간 약봉지에 동그라미쳐서 이약은 빼고 먹으라고 표시까지 해주시고 너무 감사하고 감동받았어요. 다음진료가 마지막뵙는거라니 더 서운해요.

  • 주수경 2014.02.22 10:59 신고


    저 지난번에 허셉틴 4차 맞으러 가서 선생님께 마지막이라는 말을 들었던....
    주수경 이예요.
    다시는 못뵐 줄 알았는데...
    이런 공간이 있었네요....^^

    선생님은 이제껏 제가 만났던 의사 샘 중에 가장 짱!이십니다!!
    불안한 암환자들을 마음 편하게 해주시고,
    짧은 말 한마디에도 위로과 격려를 주셔서,
    그 우울한 항암기간을 제가 잘 이겨낼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는 시간들이었어요.

    선생님 같으신 분들이
    지금 날로 늘어나는 암환자들에게 너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여성암 환자들에게는 더욱....
    꼬옥~ 다시 돌아오셔서
    전처럼 화끈하게 호탕하게 때로는 부드럽고 따듯하게,
    불안에 떨고 있는... 확 울어버리고 싶은 환자들을 위로해주셔서,
    눈물을 삼키고, 그래도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진료실을 떠날 수 있게 해주세요 !
    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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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

정이 무섭다.

사랑은 한순간의 열정 이후 식어버리지만

정은 식지 않는다.

일단 정이 들면 미워도 버릴 수 없다.

욕하고 심하게 말싸움을 해도 등 돌릴 수가 없다.

그게 정이다.


나는 내 환자들에게 정이 들어버렸다.

예전에는 환자를 보다가 화가 나면 목에 힘을 꽉 주고 말했었다. 미워서.

나를 못살게 굴고

내 말 안듣고

그랬던 그들이

병이 나빠지고 기운이 떨어지면서 

생로병사의 외로운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동행하면서

나는 

그들에게 

정이 들어버렸다.


아마 내가 보는 환자들이 

암환자라서 그런 것 같다.

조기 유방암 환자들은 항암치료만 받고 훌쩍 떠나버리지만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죽을 때까지 내가 돌봐야 하는 사람들이다.

긴 병의 여정에는

벼라별 일들이 생긴다.

그 모든 것들이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라 속상하고 당황하고 실망하고 두렵다. 

난 그들에게 

내 엄마한테 하는 것만큼은 못해도

내 이모한테 하는 것만큼은 해주고 싶었다.

이모가 사뭇히게 보고싶거나 

이모에게 내가 항상 잘하는건 아니지만 

마음 속으로 이모를 생각하면

그래도 잘 해드려야지 그렇게 생각되는 사람 아니던가...


나는 우리 환자들을 내 이모로 생각하고 치료해 주고 싶었다.

아프고 힘들다고하면 재원일수 길어져도 그냥 계속 입원시켜 주고

갑자기 아프다고 연락하면 그날 외래가 없어도 따로 봐주고

수술이 필요하면 애써서 따로 수술 스케줄도 부탁하고

그랬었다. 

누구는 그런 나에게 

그놈의 오지랍 때문에 나는 망할거라고

그러다가 지쳐 나가 떨어질거라고 했지만

나는 최소한 그만큼은 해주고 싶었다.


왜?

내 환자들은 

결국 

다 

죽을 거니까...


난 그래서

그들 생명의 불꽃이 꺼지기 전까지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었다. 


지난 3년동안

전이성 암 환자로

나를 만났던 환자들이 있다.

좋아져서 한동안 병원에 오지 않다가도

다시 나빠지면 나를 찾아온다.

나를 만나면 

한참을 울고 

때론 나를 원망하기도 하고 

때론 더 이상 치료받고 싶지 않다고 억지를 부리다가도 

결국 다시 치료를 시작하고 다시 삶을 시작하였다.

그들과

깊은 정이 들었다. 


수요일 성탄절 때문에 

오늘로 외래가 연기된 사람들이 많았다.

예정된 시간보다 많이 지연되었고

병이 나빠져서 약을 바꿔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1시간 넘게 기다렸다 나를 만나야 하는 환자들이나

병이 나빠졌다는 나쁜 소식을 듣고 약을 바꿔야 하는 환자들이나

오늘은 다들 별 말씀이 없다.

그냥 묵묵히 내가 하라는 대로 하시겠다고 한다.

그렇게 순순히 내 말을 들어주니

그냥 더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그동안

서로

정이 많이 들었나보다.   

 


정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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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지 2013.12.28 06:02 신고

    엄마에게 세브란스에서 임종을 맞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엄마 통증은 끝까지 심했지만 편안한 얼굴로 가셨어 요 선생님께 커피 한 잔 사드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되
    는 줄 몰랐었을 거예요) 정말 많이 고마워 하셨어요 아
    빠도 그렇구요 선생님의 마음과 열정이 제3자에게는 오지랍으로 보여지는지 모르지만 환자개개인에게는 최선의 동행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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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3년전 언제부터인가  

당신 유방 모양이 찌글찌글 해지고

언제인가부터 움푹 파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지만

그런 당신 몸에 대해 자식들에게 일언반구 하지 않으셨다.

다 늙은 나이에

나 아픈거 말해서

먹고 살기 힘든 자식들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으로 병을 삭히며 시간을 보냈지만

통증에는 장사 없고

유방에서 진물이 나기 시작하자

할머니는 더 이상 당신 몸을 건사하기 힘들었다. 

처음 온 외래에서 할머니는 내 눈 한번 제대로 맞추지 않고 나를 외면하였다.

검사도 최소한만 하기를 원하셨다.


이제 80을 눈앞에 두신 할머니의 뜻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할머니에게 왜 이제서야 오셨냐고

그렇게 보내버린 3년 때문에

병은 유방에서 뼈로 간으로 폐로 림프절로 옮겨가게 되었고

몸도 말라가기 시작한거 아니냐고

차마 그런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다.


할머니, 제가 약 드리면 드세요.

치료 잘 될거에요.

가능하면 힘든 치료는 안할게요. 

저를 믿고 그냥 이 약 드세요.


그렇게 시작한 유방암 치료.

할머니 유방암 세포는 느릿느릿 나빠지는 세포였던 것 같다.

병이 심했지만 

연세도 있으시고

항암치료까지 해 가면서 살고 싶지 않다는 할머니 뜻도 있어서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다.


유방암 치료의 백미. 

호르몬 치료.

나는 이 호르몬 치료 때문에 유방암을 전공하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왜 이제서야 병원에 왔냐고 환자를 윽박지르지 않아도, 환자가 치료를 위해 큰 결심을 하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치료를 시작할 수 있고

치료 반응이 좋은 환자들이 꽤 많다.

4기 암환자라도 예후가 좋다.  

그렇게 결과가 좋은 이들은 

내가 천하에 명의라서 잘 치료하는 줄 알고 나에게 고마워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판단은 대부분 교과서적인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해진다. 

 

나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의사가 아니다.

다만 나는 눈치가 빨라 환자들 마음을 잘 알아채는 편이다. 

그래서 '타협'이라기보다는 '협상'의 자세로 환자들과 거래하여 내가 원하는 것을 따낸다.

마음이 얼어버렸던 환자가 치료를 받겠다고 마음을 바꾸는 것이 나의 재주라면 재주가 아닐까 싶다. 




할머니는 

이제 

치료를 시작한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사진으로 보는 객관적인 병은 그리 많이 호전된 것 같지는 않지만 주관적으로는 많이 좋아졌다.

할머니는 치료를 시작하고 한달만에 웰빙이 있었고 뼈 통증도 좋아졌으며 유방에서 진물도 나지 않게 되었다. 요즘에는 적당히 살이 올라 피부도 좋아보이고 표정도 밝아졌다. 종양의 크기를 재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치료 효과가 있다. 


요즘에는 밖에 나가도 

내가 환자인지 아무도 몰라.

노인정에 가봐도 내 혈색이 제일 좋은거 같애. 


제가 봐도

피부가 좋으세요.

뭣 좀 바르고 오셨나요? ㅎㅎ


그럼, 병원 올때는 분칠좀 하고 오지 ㅎㅎ


처음 외래 때는 

어디가 아프냐, 약 먹으니 어디가 좋아진거 같냐, 어떤 부작용이 생겼냐 

등등의 내용으로 면담을 했지만

요즘에는 서로 하는 이야기들이 아주 소프트하다. 다 병이 좋아지고 있기 떄문에 가능한 일들이다. 



오늘은 지난번에 찍고 오신 사진에 대해 설명해 드리는 날.

약간 좋아진 것도 같고 비슷한 것도 같고... 종양 수치는 많이 떨어져서 거의 정상범위 내로 들어왔다. 

할머니 컨디션은 여전히 좋고...

이만하면 됐다.


난 이제 설명도 대충한다.


좋아지신거 같아요. 

약 꼬박꼬박 잊지말고 잘 드세요.


사실 그런 말 할 필요가 없다. 할머니는 매일매일 하루도 빼먹지 않고 약을 잘 드시고 계신다.

이런 분이 왜 그렇게 늦게 병원에 오셨나 모르겠다. ㅎㅎ



할머니가 손수 다려오신 생강차와 고명들

 



할머니는 내 설명을 듣는둥 마는둥 당신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신다.


이건 내가 직접 만든 생강차야. 병 안 났으면 더 많이 해줬을텐데 올해는 별로 많이 못했어.

때 맞춰서 나온 생강을 사서 설탕에 잘 재우면 아주 맛이 좋아. 내가 원래 이거 잘하는데 올해는 별로 많이 못해서 이만큼 밖에 못 가지고 왔어. 생강차 마실 때 대추랑 잣도 꼭 같이 먹어. 고명으로 띄워서. 내가 직접 말려서 만든 대추랑 잣이야. 이런 걸 같이 먹어야 머리도 맑아지고 몸에도 기운이 돌아. 컵에다 생강 원액을 따르고 뜨거운 물을 부어가면서 양을 조절해봐. 자기 입맛에 따라 물 양을 조절하면 되.



지난 번 외래 왔을 때

할머니 유방을 만지며 진찰하던 내 손이 너무 차서 깜짝 놀랐다며

의사선생님 몸에 문제가 생긴거 같다고

집에 가셔서 할머니가 나를 걱정하셨다고 한다.

그럴 때 뜨거운 생강차를 마시는게 좋겠다며 준비해 오신 선물이다.


사진을 보면

여전히 여기저기 병이 많으시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할머니에게 보여드리지 않는다.

워낙 험악해서.

그렇게 병이 심한 분이 이렇게 정성껏 만든 생강차를 내가 감히 선물로 받아도 되는 걸까? 


외래가 끝나고 허기가 진 탓일까?

난 이렇게 찐하고 맛있는 생강차를 마셔본 적이 없다. 하루 종일 외래 보느라 컬컬해진 목도 뻥 뚤리는 느낌이다. 

나 원래 생강차 싫어하는데... 



사람은

객관적인 것보다

주관적인 그 무엇에 의해 더 강한 존재가 되는 것 같다. 

할머니 기가 생강차에 담겨 나에게 전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으로 깊이 환자의 정을 느낄 때

환자 보는 의사로 일하는 오늘 하루가 너무 소중하다. 


세상에 오만정이 떨어져도

진료실 안에서 환자를 보고 있을 때

내가 행복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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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 김현주 2013.12.24 00:43 신고

    교수님 요럴때 정말 기분좋으시겠어요
    그리구 보람두 크게 느끼시구요 ㅎ

  • 서은희 2013.12.24 05:57 신고

    선생님 기분좋으니 저도 기분 좋네요

  • 덕순씨 딸 2013.12.24 13:26 신고

    대추가 장미꽃송이를 말려 썰어놓은 듯 아름답습니다
    대추를 써는 할머니의 소녀같은 마음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28 14:09 신고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데
      정말 장미꽃 같답니다.
      슬쩍 보시고도 아시네요.
      저도 그 말린 생강을 보며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 김미성 2013.12.27 12:23 신고

    선생님 생강차 다 드시고 손 따뜻하게 진료 보세요^^
    아자앚 화이팅!
    선생님도 할머니도 건강하시길 ..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그나저나 그림문자 입력하기 넘 힘들어요 P,R,B를 골고루 눌러서 겨우 맞추네요.ㅋㅋ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28 14:02 신고

      그림문자 입력은
      언젠가 바이러스가 블로그에 들어오면서 생긴 거랍니다.
      저도 해보니 불편한거 같아요
      그래도 바이러스 때문에 당분간은 좀 유지할려구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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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랑 동갑. 

뇌로 전이된 지 2년이 되어 간다.

뇌 말고는 전이된 곳이 없다. 


뇌 수술을 했지만 위치가 너무 깊어서 수술을 완전히 깨끗하게 할 수 없었다. 

방사선 치료를 더 했지만 

여전히 뇌에는 병이 남아 있다.

그대로 놔두니 병이 커지는 것 같아서 젤로다 없이 타이커브만 먹고 있다.


전이된 병의 위치는 

우리 몸의 호르몬을 관장하는 Pituitary gland 근처, 그리고 hippocampus.

그래서 뇌 수술을 한 후 자기 스스로 필요한 호르몬 분비를 못하기 때문에 각종 호르몬제를 먹고 있다.

우리 몸의 호르몬 시스템은 

어디가 부족하면 다른 곳에서 이를 자극하는 호르몬이 나오고, 

어디가 많으면 다른 곳에서 이를 자극하는 호르몬을 줄여서 균형을 맞추는 조절 기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인위적으로 호르몬을 주게 되면 상호간의 상태에 따라 조절이 되는 기전이 작동되지 않아 여러가지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고 순식간에 환자 상태가 나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녀는 

갑자기 체온이 떨어지기도 하고 

갑자기 소변량이 늘어나 하루에 8000cc 까지 소변을 보기도 하고 

갑자기 혈압이 떨어져서 스테로이드를 보충하기도 하고 

암튼 갑작스러운 일이 많았다.

약 한알만 조절해도 몸 상태가 급격하게 변한다. 겁나서 약을 끊거나 줄이거나 더할 수가 없다. 


그리고 환자가 쉽게 잠이 든다. 

병변이 각성과 관련된 부분인데 아직 병이 남아있다보니 자꾸 자려고 한다. 조금만 한눈을 팔고 있으면 어느샌가 환자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낮에는 그녀를 깨워서 여기 저기 산보 다니는게 아주 중요한 일이다. 낮에 잠을 자버리면 밤에 잠을 잘 못자고 컨디션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는 와중에 환자가 애기처럼 된거 같다. 퇴행 (regression) 하는 느낌이다.  



그런 그녀 옆에는 

간병인 아주머니가 계신다.

자기 딸처럼 잘 봐주신다.


그래도 가족만은 못한 거겠지?

주말이면 남편이 와서 간병인 아주머니와 교대를 한다. 

남편은 이런 생활이 힘들 것이다. 

주중에는 직장일, 주말에는 부인 간호.   

부인은 예전의 그 부인이 아니다. 애기같은 존재가 되었다.

원래 착하고 좋은 남편이었지만 

아무리 좋은 남편이라도 지금 이 시간들이 그리 쉬운 시간이 아니다.

돈도 많이 들고 

간병에도 지치고

그래서 일요일 밤 간병인 아줌마가 돌아오시면 바로 집으로 가신다. 

하나뿐인 딸에게 엄마는 부재상태다.


나는 이 환자를 첫 진단부터 치료, 재발, 그리고 수술과 재활 그 전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다. 퇴원을 고려해도 될만큼 이제 겨우 안정적이지만 여전히 유리 그릇같이 깨지기 쉬운 상태이다.    



오늘 오랫만에 남편과 함께 있는 환자를 보았다.

나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환자가 간병인 아줌마와 있을 때와는 달리 

컨디션이 아주 좋다는 사실이었다.

 

요즘 더 졸려하고 말도 어눌하게 하는거 같고 멍한 상태로 지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남편과 같이 있으니 영 또랑또랑하다. 표정도 맑고 단정하다. 말도 똑부러지게 잘 하는것 같다. 이치에 맞지 않는 말도 잘 안한다. 뇌가 각성상태로 유지되는 것 같다. 


남편은 많이 지친 표정이지만 그래도 잘 견디고 있는것 같다. 

이미 예전같지 않은 아내를 

예전같이 한결같은 방식으로 사랑하라고 

그 누구도 남편에게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남편은 최선을 다하고 부인을 간호하고 있다.

아내도 최선을 다해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니 외롭고, 명확한 의식세계에서 분리된 자신이 외롭더라도 말이다.   


그는 자꾸 잠들려고 하는 그녀를 이 세상과 이어주는 끈이다.


여러 이유로 뇌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들,

멍해 있다가도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순간 빛이 난다. 

순간 정신을 차리는 것 같다. 


그것이 

가족의 힘이고

사랑의 힘인것 같다.


그러니 사랑이란 얼마나 가혹하고 힘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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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콤한 우주 2013.12.23 11:10 신고

    통증 하나 잡아놓으면 황달수치가,
    황달수치 겨우 조절해 놓으면
    소변이 안나와 이뇨제를,
    가려움증은 약 때문인지, 황달 때문인지 내내 가려우니
    가족 모두 총 출동해 물수건으로 두드려 주고
    로션이나 오일을 바르고, 바르고...

    해서 의사 선생님 고민 고민해 약 들을 바꿔 주시니
    이젠 환각증상이...
    간성혼수라 하기엔 좀 다른 양상인건가 지켜보자고 하십니다

    오늘은 패치외에 약을 좀 끊어보신다고 하시는데...
    정말 깨질 것 같은 유리처럼 하루 하루가
    순간순간이 조심스러워요.

    복수와 부종이 심해져
    속옷 치수가 자꾸 높아져 가고,
    상대적으로 더 얇아지는 팔, 다리...
    갑자기 숨이 자꾸 차오르는 증상이 나타나
    CT를 찍어보니 심장까지 암이 전이되었다고 해요.
    그새...

    심폐소생술은 하지 않겠다는 형부의 말에
    가족들 힘겹게 동의하고 이 싸움 사이사이
    자녀들과 가족들의 집중 사랑에 조금이나마 위로삼았으면 좋겠어요.

    평생을 아픈이를 위해 나누기만 하더니
    이젠 우리에게 한꺼번에 받으시는거란 이야기에
    노란 눈을 힘겹게 치켜들며 고개를 끄떡이는 울 형부...
    넘 참지 말고 힘들지 않기를 기도해요.

    선생님도 기도해 주실래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23 19:01 신고

      최선을 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닥치고
      마음을 다 정리한 줄 알았지만
      삶과 사랑에 대한 마음으로 안타까움을 접을 길이 없습니다.
      그것이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의 마음입니다.
      지금 진료해주시는 선생님이 이래저래 마음 많이 써주시는 것 같으니
      다행인것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 것이
      환자의 운명인 것 같습니다.
      무슨 말씀을 더 드리겠어요...
      그저
      초라한 나의 기도 한마디
      하느님께서 높이 사 주시길 기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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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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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엄마

둘 다 아들.

한명은 유치원, 한명은 초등학교.

바람 잘 날 없다. 

그래서 엄마는 바쁘다.

아이들 학교 학원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는 것도 그렇고

학부모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그렇고 

아이들 과제 봐주는 것도 그렇고 

정신이 없다.



유방암 치료를 마친지 2년도 되지 않아 한쪽 폐에 물이 가득찼다. 

나는 전날 그녀의 사진을 리뷰해 보고 깜짝 놀랐다.

나보다 한참 젊은 그녀. 

내일 그녀를 어떻게 만나나.

얼마나 절망하고 힘들어 하고 있을까.

마음이 무겁다.


그런데 다음날 외래에서 처음 만난 그녀.

나는 그녀를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녀는 나한테 오랫만이라고 인사한다. 


저 선생님 알아요. 

예전에 항암치료 받다가 열나서 입원했을 때 선생님 본 적 있어요. 

저 그때는 선생님 환자는 아니었거든요.

제 옆에 입원한 환자 보러 오셨을 때 선생님이 환자한테 설명해 주는거 저도 열심히 옆에서 듣고 있었거든요. 그 환자랑 저랑 비슷한 형편이라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호호.


먼저 인사하고 아는 척 해주고 

환자가 참 명랑하다. 

 


숨 차지 않나요?


네.


빨리 걷거나 운동할 때도 괜찮아요?


제가 원래 게을러서 운동같은 거 잘 안해요. 그래서 숨찬지 잘 모르겠는데요...


환자가 자신의 게으름을 탓하며 나한테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임상연구로 치료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번 오는 스케줄. 바쁜 그녀는 정해진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자꾸 늦는다.

매번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한다. 

아이들을 봐주고 챙겨줄 사람이 없어서 자기가 다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얼마든지 맞춰드려야죠. 좋아지기나 하세요' 


나는 그렇게 마음 속으로 기원했지만...


병이 금방 나빠졌다.


항암제를 바꿔서 다시 치료를 시작했다.


그녀는 여전히 바쁘고 자꾸 늦는다.


약을 바꿨는데 좀 어떠신가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원래 컨디션이 좋아서 그런지

뭐 별로 달라진 걸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죠? 선생님 진료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제가 너무 둔한가 봐요.  



다행이다. 

흉막 전이가 진행되서 많이 숨차면 어쩌나 했는데 그녀는 여전히 씩씩하고 바쁘고 나한테 미안해하고 열심히 산다.    



이번주 엑스레이를 보니까 좀 좋아진 것 같은데

바꾼 항암제가 효과가 있는거 같아요. 


그래요?

역시!

제가 요즘 매일 풍선을 엄청 불고 있거든요. 

풍선불기 많이 하면 폐기능도 좋아지고 폐도 좋아진다고 해서요. 

내가 풍선 불어주면 애들도 좋아하고

일석이조에요. 



입구가 조금 열린 그녀의 가방을 슬쩍 보니

정말 풍선이 여러개 있다. 


그녀는 아플 틈이 없는것 같다. 

이제 막 개구장이가 된 두 아들 때문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하소연한다.

애들 때문에 미치겠다고, 정신이 없다고...



그런 와중에도 매주 병원에 오고, 

급여가 안되는 비싼 항구토제 먹고, 

틈 나는 대로 풍선도 불고

그렇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는 젊은 그녀에게 전이성 유방암의 예후와 치료과정에 대해서 다 설명해 줬다.

그러나 그녀는 끄떡 안한다.

그리고 외래에 오면 항상 웃는다.

매일 자기에게 생긴 부작용도 수첩에 잘 적어온다.

꽤 힘든 증상들이 있는데도

그녀는 늘 웃는다.


선생님, 너무 걱정마세요. 

열심히 하면 좋아질 거에요.


긍정의 힘.


이번 가발 예쁘네요.

항암치료하는데도 얼굴 안 상하고 예뻐요.

힘 내세요.


그녀는 나보다 훨씬 강하다.

두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엄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 하루하루를 잘 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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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엄마 대신 외래에 왔다.


멀리 시골서 사는 엄마.

서울 사는 딸네 집에 오셨다. 

요즘 들어 소화가 잘 안되는 거 같다는 엄마의 한마디.

딸은 시골 가시기 전에 내시경 검사라도 한번 받고 내려가시라며 엄마 등을 떠밀어 내시경 검사를 받게 하였다.

그렇게 진단받은 위암, 엉겁결에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하러 들어가보니 CT에서 보이는 것보다 복막 전이가 훨씬 심했다.


나이도 많고

몸도 약한 엄마.  

항암치료를 받으셔야 한다고 한다.

엄마는 '수술 했으니 당연히 항암치료를 받아야지' 하신다.

딸은 엄마한테 4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수술 다 받았으니 빨리 집으로 가야 한다, 집을 너무 오래 비웠다, 마음이 급하다며 

퇴원하자마자 당신 혼자 버스타고 시골 집으로 돌아가셨다. 

딸은 걱정이 되서 매일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바쁠텐데 매일 전화도 다하고 왠일이냐며 엄마는 핀잔을 주지만 

싫지 않으신 눈치다.

딸은 전화로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항암제 잘 드시고 계시냐고 묻는다. 

노란거 한알 흰거 한알 꼭꼭 잘 챙겨드시라고 당부한다. 


열심히 일지를 써 가며 약을 드시는 엄마.

어제 밤에 전화가 왔다.


얘야, 어찌된 일인지 흰거 한알이 없다. 

옮겨 담다가 어디다 흘렸는지 어쩐지...

모레까지 다 먹고 일주일 있다가 병원 가야 허는디

한 알이 부족해. 

의사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정확히 먹으라고 혔는디 어쩌냐?


딸은 이 추운 날 엄마의 S-1 한 알을 처방받으러 작은 애는 업고 큰 애는 걸려서 병원에 왔다.


최선을 다하고 싶은 환자와 가족의 마음.

마음이 울컥했다.

그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한 알이라도

하루라도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하면 좋아질거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치료하려고 하는 마음. 

나른한 내 마음이 한없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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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매일 

블로그에 일기처럼 글을 썼다.

블로그에 쓴 글은 

아주 솔직하게 

내 심정을 진솔하게 담아 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런 것은 아니다.


내부 검열.


이 글은 

일단 내 환자가 보고 있고 다른 병원 환자들도 보고 있고, 

동료 의사도 보고 있고, 내 윗사람도 보고 있다. 

나를 모르는 그 누구도 

내가 쓴 글을 통해 나를 읽어낼 수 있으므로 

나 스스로 내부 검열을 하고 내 보낸다.

적당히 나를 드러내는 것 같지만

나의 속마음을 다 털어놓을 수 없다.

상당히 정치적으로 판단하여 글을 쓰고 올리는 셈이다.

어차피 우리는 여러개의 가면을 바꿔쓰면서 사는 존재니 특별할 것도 없다.  


나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건/사안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었다.

내 이야기의 본질이 무엇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도 가느다란 실마리만 슬쩍 던지고 오픈하지 못한 이야기도 있다. 내가 쓴 글을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글을 쓰는 동안 사실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일상의 소소한 문제에 잽을 날리는 것은 

해결에 도움이 안되면서

오히려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 수 있고 

내가 속한 조직에 해를 가할 수도 있으며 

궁극적으로 내 신상에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잽은 삼가하는 편이다.

그러나 스트레이트를 날릴만한 힘이 내 안에 비축된 것일까? 

아직은 아니다. 

그러므로 난 그만큼 내부검열을 해서 글을 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별적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에

나의 

혹은 

나를 읽어내는 사람의 정치적인 계산이 들어가 있기 마련이라 

중립적으로 읽혀지지 않은 부분도 꽤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나는 혹평을 듣기도 했고 평판(이랄 것도 없지만)에도 흠이 갔다. 

그러나 나는 최소한 그만큼은 감안하였고 각오하였다. 

그래서 괜찮다. 



특별히 어떤 독자층을 염두에 두고 쓴 글들은 아니지만

대략

의사로서 환자에게 하고 싶은 말

혹은 

의사로서 의사를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 그리고 이 사회에 하고 싶은 말 

혹은 

의사로서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


그 정도가 내 마음 속 주된 독자층이 아니었을까 싶다. 



경기가 좋지 않고

출판 시장은 더 상황이 좋지 않으니

흥행에 성공할 것 같지 않은 나의 글을 어디서 책으로 내주겠다고 할지 모르지만

지난 3년간 이 블로그를 통해 썼던 글들을 모아

1권 혹은 2권의 책으로 내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종이책을 선호하지만 예산상 종이책이 어려우면 E-book 으로라도 낼 예정이다. 

내가 쓴 글은 독자층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마케팅의 입장에서 시장을 형성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출판사들이 내 책을 내는데 주저함이 있는 것 같다. E-book 이면 그런 부담은 없겠지?



그리하여

나는 책 제목과 구성을 어떻게 할지 결정했다.

내가 그동안 쓴 글을 

단지 주제별로 엮는 형식의 단순 편집을 통해 책을 내는 것이 아니라

주제를 정해서

기존의 글을 다시 쓰기로 했다.

그동안은 그걸 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해서 엄두를 못 냈지만

이제 시간이 있을 거니까 

한달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여 책을 다시 써보기로 마음 먹는다. 



책 제목을 미리 공개하면 재미없으려나?

어차피 흥행을 노리고 쓰는 책이 아니며

누군가가 내 아이디어를 도용해서 먼저 쓸 수 있는 책도 아니니

슬쩍 공개해 보고 싶다.


환자 유감 vs 의사 유감


같은 상황에 대해 환자의 견해 그리고 의사의 견해가 어떻게 대비되고 있는지 대조적으로 조명하는 방식을 취하려고 한다. 그래서 서로의 입장과 시선이 어떻게 교차되고 있는지 보여줄 생각이다. 그러면 의사와 환자간에 형성되어 있는 길고도 먼 인식의 간격을 좁히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스마트하게 한권으로 낼 수도 있고

쓰다가 분량이 많아지면 두권을 세트로 낼 수도 있겠다. 



알고 보면

내가 그동안 썼던 글들은 

의사와 환자 각자의 입장에서 이미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방을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내 글이 멀리 떨어진 이들 사이의 다리가 되기를 바랬다.


그리고

새로 다시 쓰는 글에는

내부 검열을 조금 줄이고

이제까지보다는 약간 더 솔직하게 써 볼 생각이다. 

이제 누구에게 해를 입힐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의 평판에 대해 신경쓸 일도 없으니까

그냥 자유롭게 써보기로 했다. 

그 생각을 하면

꽤나 흥미진진하다. 



이것이 2014년을 맞이하는 나의 첫번째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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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here 2013.12.16 02:44 신고

    블로깅에서 얼마만큼을 공유하며 쓸지는 대부분 블로거의 고민인 것 같더군요. 우리 나라 의료 정책이나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의료계의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단어'와, 국민들이 사용하고 이해하는 '단어' 사이에 격차가 존재하여, 무엇이 정말 문제인지, 우리 나라의 시스템은 무엇이 좋고, 무엇은 아직도 개선할 부분이 많은지 이해하기가 참 어려웠는데, 선생님의 책이 그런 격차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 덕순씨 딸 2013.12.16 11:24 신고

    선생님 시간 나신다는게 무슨 말씀이신지 불안해요
    먼저 글에서도 멈추고 돌아보는 느낌이 들어 불안했는데요 어쨌든 책이 나오는 건 반갑고 누군가 돈 많으신 분 혹은 적은 돈을 내는 여러 사람의 후원을 입어 종이책으로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영감이 넘쳐서 다시 쓰시는 작업 수월하시길 바래요 혹시 교정 봐드릴까요?^^

  • 사브리나 2013.12.16 20:46 신고

    선생님~ 전 단순해서 종이책이좋아요. 저도 구입해서 읽을래요~♡

  • BlogIcon 이수자 2013.12.17 09:56 신고

    출판하시면 제일 먼저 구매하겠습니다. 같은 처지에 있는 지인들에게도 선물하고요. 힘 내시고 지면으로 글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2013.12.17 10:57

    비밀댓글입니다

  • 어느해 36인턴 2013.12.17 17:02 신고

    교수님 응원합니다.. 36병동 인턴이었던 시절부터...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 2013.12.18 18:19

    비밀댓글입니다

  • 시몬 2013.12.20 13:10 신고

    국내메이저바이오 기업에서(팀원23명/의사6명) Clinical Research Physician (rheumatology, oncology), Global Safety Physician 을 모십니다. 관심있으신분은
    구체JD 보내 드리겠습니다. JNPartners 한석중/이사 simon@jnpartners.kr 010-3977-0050

  • 김순자 2013.12.21 00:34 신고

    환자유감&의사유감...
    기다려집니다
    올 한해 잘 지냈어요
    늘 맘속으로 선생님 후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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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도 중요하지만

핵심적인 결과로 증명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제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그동안 함께 일하면서 지켜본 바에 의하면 

우리 호스피스 팀은 세상 그 어느 일류 병원의 완화의료팀에 못지 않은 능력있는 일꾼들로 구성되어 있고

환자에 대한 헌신과 봉사, 사랑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팀이라고 자부합니다. 


환자 한명 한명을 내 가족보다 더 소중히 

그리고 환자의 가족들까지 그 모두를 포함하여

환자 임종의 순간 그리고 가족이 사별의 아픔을 이겨내고 견디는 그 순간까지

여러분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그 누구도 고귀한 삶을 살다 가는 별입니다.  

그 별들이 자기 빛과 향기를 잃지 않도록 여러분이 끝까지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언젠가 미래에 죽을 때 당신들의 손길을 기다리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는 것만으로 인정받고 만족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난 십수년간 우리 호스피스 팀은 최선을 다했죠. 

그러나 정작 병원 내에서는 별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정규 직원도, 전담하는 의사도, 예산도 책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1년에 두번하는 바자회 기금으로 최소한의 비용을 충당하고

암센터 특별 예산으로 몇번의 지원을 받는 것이 전부였죠. 

 

우리병원에 호스피스팀이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면에서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지 아는 사람도 별로 많지 않습니다. 내과 전공의들조차도 호스피스 팀의 존재를 잘 모릅니다. 협진을 내면서도 과연 호스피스팀이 환자들에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내 진료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도 모르는 형편입니다.  

씁쓸하게도

말기 암환자의 병원 재원일수가 길어지면, 담당 의사가 말하기 어려운 전원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부서 정도로 인식하는 의사가 제일 많을지도 모릅니다.

조직 내에서 인정받고 각광받지 못하는 단위는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지금 한국의 현실에서 

병원은 자선기관이 아닙니다.

눈물겨운 봉사와 사랑으로는 더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습니다.

임종을 앞둔 암환자에게 

영양 수액을 제거하고 피검사나 CT를 찍지 않고 약제 투여도 자제하는 것이 원칙이라면, 

그런 환자가 병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병원으로서는 수익상 마이너스입니다. 

즉 호스피스 환자를 진료할 수록 마이너스가 심해집니다. 저의 외래환자 수익율과 입원환자 수익율을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국가는 작년 한해 동안 호스피스 수가를 책정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해 보았고 2014년 다시 한번 확대된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제가 보기에 현재 예정하고 있는 그 진료 수가는 택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말기 암환자의 마지막 임종 순간에 주사 진통제를 잘 투여해주고 기도하면서 평온히 잘 돌아가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재 환자가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옆에서 지켜보는 저로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임종을 앞둔 말기 암환자는 일반 환자에 비해 4-5배 이상 간호의 손길이 더 필요합니다. 단지 먹는 약이나 주사제로 조절되지 않는 통증도 많습니다. 통증 조절을 위한 시술도 필요합니다. 시술이나 수술이 환자의 통증을 완화시켜 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진툥제도 단지 마약성 진통제 한가지로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만으로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가 하룻밤이라도 편안하게 주무시도록 하려면 많은 애를 써야 합니다. 

 

그러므로 단지 환자를 위한 혹은 자애로운 병원이라는 이미지를 제고/유지하기 위해 호스피스 완화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병원 생존을 위해 도움이 안 됩니다. 저라면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보다는 차라리 다른 것을 시도해서 혁신적인 이미지를 만드는게 낫다고 생각해요. 

 

지금 한국의 병원은 그런 이미지를 걱정할 때가 아니거든요. 

병원의 재정 적자가 매년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최소한 물가상승률만큼은 진료수가가 올라야 하지만, 

십수년째 진료수가는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합니다. 

환자를 볼수록, 진료를 할수록 손해를 보기도 하는 진료과도 있습니다. 

건강보험과 의료수가의 제도적 폐해가 심각하게 쌓이고 있습니다. 

속내를 모르는 일반 국민들은 종합병원의 특진비나 약품가격 관련된 리베이트를 병원과 의사의 윤리성 문제로 연결시켜 비난하지만, 이는 국가가 그동안 제도적으로 갖추어야 할 보건의료 제반비용을 지출하지 않으면서 우회적으로 개별 민간 자본의 틈새를 이용해 의료기관이나 의사들이 편법적으로 이를 이용하도록 유도하여 적자 재정을 해결한 측면이 강합니다. (물론 제가 병원이나 의사의 개별적 비윤리적 행위를 옹호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제도적으로 그런 측면이 있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하간 작금의 병원은 인건비, 재료비, 약제비, 운영비 등 그 모든 것을 긴축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인력을 줄이는 것이 가장 시급합니다. 병원 지출 중에 인건비가 가장 큰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국립서울대병원은 지난 9월부터 의사들 월급을 깎기 시작했습니다. 내년이 되면 더 많은 사립병원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입니다. 당장의 불을 끄기에는 인건비 절감이 가장 효과적이니까요. 그리고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일은 가뭄에 콩나듯 드문 일이 될거에요. 



여하간

임종 환자를 대상으로 교과서적인 진료 원칙을 구현하는 호스피스 프로그램은 

현재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습니다.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음만으로는 병원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임종환자에 대한 말기 호스피스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4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기 완화의료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한다면  

어떤 점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병원이라는 조직에 이득이 있고

환자 진료의 질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측정 가능하고 구체적인 지표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병원은 이러한 제안에 큰 관심을 갖지 않을 것입니다.


곧 문을 열게 된 새 암병원에서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프로그램을 중요한 signature program 의 하나로 인정하고 일차적으로 이슈화하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이 팀이 무엇을 이루어 낼 수 있을지를 결과 중심으로 제시하지 못한다면 궁극적으로 병원 내 의미있는 진료 단위로 자리잡지 못하고, 지난 십수년간 지내왔던 것처럼 자원봉사 차원의 노력을 하는 집단으로 지위가 축소되고 말 것입니다.  


 

의사들에게 어필하는 문제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환자에게 이만큼 잘 해주고 있다 

그런 노력만으로는 

의사들에게 호스피스와 완화의료의 필요성을 인정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완화의료팀의 노력이 의료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어설픈 아마추어리즘을 극복하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과 한 팀이 되어 함께 치열한 고민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이렇게 변방에서 한마디 하는 사람으로 남게 되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헌신적으로 노력했다는 것만으로는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호스피스 팀이 병원에서 인정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정확히 분석해야 합니다.

단지 사람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담당 의사가 없어서 라는 이유를 넘어서 말이죠. 

그 한계를 넘어설 때

진정 최고의 팀이 될 수 있습니다.  


환자를 의뢰해 본 임상의사로서 

우리 팀의 일하는 속도는 별로 빠르지 않았습니다.

언제 

무엇을 

어떻게 

환자에게 intervention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하루 단위 그리고 더 나아가 일주일 단위로 care plan 이 필요하고 

그러한 계획을 얼마나 제대로 달성했는지 지표화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합니다. 


그렇게 측정할 만한 성과지표가 있지 않으면 

호스피스팀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그냥  착한 사람들이 모여 환자를 위해 애쓰는 

그런 어리숙한 조직으로 남고 말 것입니다. 

  


제가 매번 회의에서

우리 팀에게 매서운 말을 했던 것이

모두 다 제 진심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팀이 더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환자의 처지가 안타깝다고 해서

우리가 한발이라도 더 먼저, 더 많이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제도적인 완화의료시스템이 정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는

멋진

진료 단위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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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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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선생님께 

 

저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제가 그 요청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제 마음의 짐이었습니다. 당신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요. 사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일종의 문화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고 병원을 새롭게 디자인해보겠다는 설명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어요. 시스템과 제도가 아닌 문화라아직 완성형이 아닌 상태로 당신이 제작한 비디오 클립을 보고 어렴풋이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는지 짐작할 수는 있기는 했지만 말이죠.

 

의사가 된지 몇 년이 되었고 그 후로도 몇 년째 일하고 있지만 암 분야가 아닌 쪽으로 환자 혹은 환자 가족이 되어 다른 병원에 가면 도대체 무슨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특히 큰 병원은 아주 막막하죠. 내가 어느 창구부터 들러야 하는지 언제 돈을 내야 하는지 무슨 검사부터 해야하는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물어보는게 일이니까요. 요즘엔 병원 곳곳에 자원봉사자나 도우미들이 있기는 하지만, 여하간 큰 병원에 가면 정신이 없고 피곤하죠

 

하물며 외래가 아닌 입원을 하게 된 환자들은 얼마나 더 마음이 불안할까요?

당신이 보여준 비디오 클립에서처럼 중심정맥관 삽입, 그 시술 행위 하나에도 매우 복잡한 일들이 얽혀 있고 그 과정더이 얼마나 험란한지, 환자를 배려하지 않고 있는지를 알게 되어 깜짝 놀랐습니다.

중심정맥관 삽입 그 자체를 위해서 입원하는 경우는 별로 많지 않죠. 그리 복잡한 프로세스가 아니기 때문에 외래에서도 할 수 있어요. 당신이 보여준 환자는 입원을 해서 다른 뭔가의 검사, 추가 시술, 치료 등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중심정맥관이 필요하니까 입원 후 제일 먼저 이 시술을 받기로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환자는 입원 후 앞으로도 갈 길이 멀겠죠. 이 시술이 시작이니까요. 환자가 의료진으로부터 중심정맥관 삽입이 왜 필요한지, 어떤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지, 시술은 언제 하게 되는지, 시술하는 동안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지, 시술을 위해 몇시간의 금식이 필요한지 등의 설명을 들었는지의 여부는 비디오에 포함하지 않고 있었지만 아마도 그 과정을 포함했다면 더 충격적이었을지 모르겠어요. 제가 우리 환자한테 하는 걸 생각해 보면 말이죠. (제대로 설명을 잘 안한다는 뜻이죠 ㅠㅠ)   

 

아침에 일어난 환자는 금식을 해야 하는지 하지 않아도 되는지 담당 의사와 간호사의 지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침 식사가 나오는 바람에 혼란스러워 했고, 정작 언제 시술을 하는지 정확한 시간도 모른채 대기해야만 했으며, 검사실로 가는 동안 이송직원은 계속 다른 전화를 받느라 휠체어를 멈추어 얇은 병원 가운만 입고 이동하는 동안 너무 추워서 감기에 걸리게 되었어요.  한 명의 환자가 의사의 처방 이후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 그 전 과정을 추적하고 병동에 돌아와서 마무리가 되기까지를 보여주고 있는 비디오 클립이었네요.

 

아마도 중심정맥관 삽입이 아니라 입원 후 각과 별로 진행되는 협진을 위해 환자가 언제, 어떻게 검사하고 이동하고 있는지를 살펴봤다면 더 충격적이었을 거에요. 어느 날 밤 한시에 제가 퇴근하고 있었는데 휠체어를 타고 캄캄한 복도에 남겨진 환자를 본 적이 있었어요. 여기서 왜 이러고 계시냐고 했더니 협진 때문에 검사를 한다고 해서 여기 왔는데, 검사를 하고 난 후 그쪽 파트 레지던트는 다른 일이 있다고 가 버리고, 자기를 데리러 병동에서 이송하는 직원을 보냈다는데 한시간이 넘었는데도 오지 않고 있다며 할머니 환자가 울먹거리고 계셔서 제가 병동까지 모셔다 드려야 했던 적도 있었거든요. 그런 일이 흔하지는 않지만 드물지도 않은게 우리 병원 현실입니다. 지금까지도 그렇지요.

 

환자의 경험에 주목하라는 컨셉은 미국 의료시스템에서 시작되게 아닌가 싶어요. 이들은 아찔한 속도로 발전하는 의료기술, 엄청난 자본의 투자, 하드웨어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만족도나 병원, 의료진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지 않는 이유, 질높은 의료서비스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를 분석하였죠. 궁극적으로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가 경험하는 의료 현실에 주목하게 되면서 서로의 신뢰가 어긋난 지점을 찾아 메워보려는 시도가 시작된 것 같아요. 세계 최고의 병원이라는 메이요 클리닉, 존스 홉킨스 병원, 엠디엔더슨 암병원, 클리브랜드 클리닉 등 유수의 병원이 의료개혁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 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도약하지 못하는가, 엄청난 투자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왜 병원을 신뢰하지 않는가, 이들 일류 병원에게 새로운 생존전략이 필요했고 해결의 실마리를 문화에서 찾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일환으로 환자 경험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병원에서 왜 문화에 주목하는가? 그러나 문화(culture)라는 개념은 참으로 포괄적이고 막연한 것 같지만 반대로 구체적인 실례를 찾기가 어렵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 병원도 그런 일환으로 환자의 시각에서 의료서비스를 관찰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들이 단지 환자들의 민원 제기가 아니라 환자 경험 이해하기로 생각하려고 하는 것 자체는 어느 정도 발상의 전환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런 노력이 왜 눈에 띄게 성공하지 못하고 있을까요?

 

저는 이제야 비로소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고 근거가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첫째 의사들은 환자의 경험이나 병원의 문화라는 개념에 별로 관심이 없고 병원에서 하는 각종 개혁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다. (혹은 참여할 시간이 없다)   

둘째 병원의 수익성 창출과 이런 시도들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다. 안그래도 현재 병원 경영은 적자이며 경제적으로 위기 상황인데 지금 지엽적인 문제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셋째 병원 내 수많은 직종들, 부서들별로 이해관계가 달라 특정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힘들다.

넷째 문제를 공유하여도 진심을 다하여 일을 해결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우리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합니다.

.

그리고 저는 이 중에 네번째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우리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진심으로 대화하며 문제를 풀어본 경험이 별로 없어요. 윗사람들은 늘 말하죠. 서슴없이 비판하라고, 어떤 의견이든 받아들이겠다고, 자유롭게 제안하라고. 그러나 아랫사람들은 이미 너무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렇게 자유롭게 얘기했다가 그 후과가 나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나를 해칠 것이라는 것을 말이죠.

 

저만해도 그래요. 예전에 레지던트 1년차 때 회식에 가서 저녁을 먹는데 그때 여러 선배 의사들이 있었어요. 누군가가 나에게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냐고, 어떤 분야를 전공으로 하고 싶냐고 물어봤었죠. 그때 전 잘 모르면서도 막연히 내가 가진 꿈 중의 하나로 완화의료(palliative medicine or supportive medicine)’를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러나 회식을 끝내고 병원으로 돌아온 다음 날 나는 1년차 레지던트로써 또 뭔가 가벼운 사고를 쳤고 빵꾸를 냈던 것 같아요. 그랬더니 대뜸 이런 말을 듣게 되더군요. ‘그게 네가 하려고 했던 supportive care? Supportive care 하는 사람은 일을 그딴 식으로 하는거냐? 남들 하는대로 지금 보는 네 환자나 잘 봐라.’ 저는 그 말이 매우 충격적이었고 다시는 사람들 앞에서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었어요.

 

그러나 그 이후에도 가끔은 어떤 순간에 나를 드러내고 나의 의견을 내 놓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내가 했던 말이 나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와 나를 상처입히는 일이 몇차례 더 있었어요. 다시는 의견을 내지 않겠다, 말 많은 사람은 일만 더 많이 한다, 그냥 일 진행되는 형국을 보면서 적당히 중간만 가자, 괜히 비판했다가 나만 비난받을거야, 회의 때는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게 최고야, 그런 소극적인 인간이 되고 말았죠.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과정으로 위축되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의사들은 솔직하게 의견개진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의사로 일하는 순간이면 언제라도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가 책임질말만 하는게 낫다, 윗사람이 시키면 그 진위를 따져 의견을 내는 것 보다는 일단 시키는대로 하는게 낫다, 그것이 학문적인 것이든 일상적인 것이든 말이죠. 그저 예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확인해보겠습니다이런 대답이 윗사람의 심중을 건드리지 않는 좋은 대답인 거에요.

 

그래서 라는 질문을 잃어버리게 되었죠.

그리고 마음이 통하는 몇몇 동기들과 뒷담화를 하는 것으로 내 의견을 분출하는 것으로 끝내고 말죠.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들도 마찬가지더라구요.

간호사들은 간호사들 내부에서의 업무도 있지만 대부분은 의사들과 일하고 환자 상황에 대해 의사들에게 보고하고 여러 가지 일들을 노티하면서 환자 업무를 실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환자 진료와 관련된 의견을 개진해도 의사들이 이를 고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간호사를 대놓고 무시하는 일도 자주 있고 어디 간호사가 이런 일까지 나서느냐는 무안을 당하는 등 수없는 경험을 통해 의사들에 대한 불신이 매우 커져 있습니다. 이는 어느 한 병원의 상황이라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우리 주변의 문화가 그런 경향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롭지 않은 의사소통구조는

아무리 제도적으로 혁신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되어도

인력이 지원되고

돈이 투자되어도

결론적으로 일을 성공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될 것입니다.

의사소통은 단지 말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K 당신이 하는 일에 도움을 못 드려 죄송하다는 변명을 하는 와중에 너무 멀리 돌아왔습니다. 내가 왜 당신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을까 생각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다 변명이지만, 그 이유와 과정을 고민하는 것이 저에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하는 일이 성공하려면

당신이 우리 조직 내부의 사람이었다면,

나 또한 우리 병원 조직의 중심적인 위치에서 일하는 명망있는 사람이었다면,

너무 많은 외래와 환자에 치여 늘 시간을 허덕이며 써야 하는 주니어 스탶이 아니었다면,

나와 함께 일하는 펠로우라도 한명 있었다면,

제가 이렇게까지 무관심하게 굴지는 않았을텐데 라고 변명해 봅니다

 

그러니 좀더 명망있고 시간을 낼 수 있는 높은 선생님을 설득해서 다시 시작해 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분명히 호의적으로 참여해주실 선생님들이 계실 겁니다. 세상에 어떤 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철학이 중요하겠지만 사람과 자원을 잘 배분하고 운영하는 정치적 역량도 매우 중요한 성공의 열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마음에 회의적으로 남아있는 주제입니다.

우리가 환자의 눈 높이에서 환자 경험을 중심으로 병원의 문화를 재구성할 수 있을까요?

 

당신의 파이팅을 빌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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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ngrehab 2013.12.14 22:33 신고

    교수님 글에 환자만 위로받는 것이 아니라 저희들도 위로를 받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교수님...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16 02:54 신고

      저희가 누구일까요 ㅎㅎ
      여하간 위로가 되신다니 다행이에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하죠.
      때론 나도 누군가의 위로가 될 수있고...
      때론 누군가가 나의 위로가 될 수 있고...

  • 달콤한 우주 2014.01.12 16:09 신고

    안녕하세요~ (^^)* 선생님
    병원휴게소에 앉아 잠시 정신 충전(?)하고 있다가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왔어요.

    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프로젝트 수업이나 디베이트 수업을 진행하면서
    에세이나 저널이나 다양한 장르에 대한 경험이
    개인적 실력을 높이는데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팀이나 그룹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은
    소통과 분배에 대한 힘조절이 꼭 필요한 요소임을
    아이들이 깨닫게 되길 바라게 됩니다.
    하나의 배움을 통해 다양한 것에 유능해질 수 있기를...

    선생님의 글을 읽다가 생각나는 에피소드 하나....
    층간소음으로 윗층 아래층 이웃이 오랜기간 미워하고 신고하고 다투기를 여러번,
    중재를 나서면서
    층간 소음을 없애는건 불가능한거고 관계와 이해를 통한 대화와 소통을 시도했더니
    여전히 층간소음은 있지만 이젠 그 소리가 거슬리지 않는다는 결론..ㅎ

    저 또한 말이 두서없지만
    공감하며 이제 정신이 충전 되가는 기분이네요.

    참... 제가 있는 이 병원에선 '네비게이션'이란 표현을 쓰는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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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했지만...

 

2000년 의과대학에 편입했을 때

나는 나의 존재 조건 자체로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동기들보다 7-8년 나이가 많은 것, 이미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는 아줌마 의대생이라는 것, 사회학을 공부하고 의대에 편입했다는 것 자체가, 대부분 동질적인 속성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의대생 사회에서 매우 이질적인 조건이었다. 강의실에서 수업만 들으면 되었던 의대생 시절보다는 인턴, 레지던트로 일하던 전공의 시절에 나를 규정하는 좀 더 강력한 딱지가 되었다. 나는 그 딱지를 떼어버리기 위해 아주 많이 노력해야 했다. 의대 입학 당시, 나는 대학원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온 상태라 내 주위의 일상적인 것, 많은 것들을 분석적으로 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 사회과학에서는 그러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대학원생인 나에게 생명력과 같은 자격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을 견지하는 것은 의대생이 된 후 일상을 유지하기에 참으로 불편한 것이기도 하고 의대 공부에도 도움이 안되었다.


의학/의료는 사회과학적 지식체계와는 언어도 다르고 시스템도 달랐다. 무엇보다 경각을 다투는 환자의 목숨을 다루는 순간에 나는 나의 지식과 실력으로 사람을 살릴 수 있어야 했다. 환자를 살리지 못한다면 최소한 해를 주면 안되었다. 나는 최소한 평균적인 의사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평균적인 의사가 되기도 힘들었다. 또한 내가 의사 사회의 질서에 잘 적응하고 동료들과 팀원이 되어 일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튀지 않기 위해, 의사사회의 평균을 따라가기 위해, 의사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멤버가 되기 위해 애를 썼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좋은 의사가 될 수 없었다. 동료들과 협력하고 조화롭게 일하는 것이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였다. 


그런 시간이 흘러 나는 이제 더 이상 사회학을 공부한 사회과학자가 아니라 평균적인 의사가 되었다. 그만큼의 몫을 해내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는 도전과 혁신보다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나을 때가 더 많았다. 나는 그러한 전체적인 틀을 수용하였고 이에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의사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내가 일하는 의료 현장에서 뭔가 불편함을 느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을 개선하기 위해 시스템의 힘을 이용하거나 사람들과 토론하면서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그렇게 목소리를 내는 순간, 나는 튀지 않기 위해 지난 십수년간 노력했던 나의 실천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요구되는 미덕은 정해져 있었다. 환자도 많이, 잘 보고, 학생이나 인턴, 레지던트 교육도 잘 하고, 논문도 잘 쓰는 것이 대학병원의사로 생존하기 위한 최소 자격 조건이었다. 이런 요구사항들을 잘 이행했는지 눈으로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지표들도 있었지만 진료건수, 진료수익률, 유명 저널에 게재한 논문수 등- 직접적으로 그 성과들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었다 환자들에게 잘 했는지, 학생이나 전공의들을 잘 교육했는지-. 


나는 그런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업이었다. 시스템이나 제도개선 등의 문제는 나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제기하여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무관하게 나만의 해법으로 시작한 일이 블로그였다. 

내 환자들을 위해 블로그를 만들고 오로지 그들에게 최대한 적절한 정보를 주고 언제든 당신 주치의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짧은 진료시간에 못다한 질문과 이야기들이 소통되는 공간을 준비하는 것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었지만 나는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매일 글을 올리고 환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 새로운 힘과 의욕을 얻었다.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나는 블로그에 접속했고 환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오늘 하루 내가 환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점검하는 시간이 되었다. 의사로서 사는 매 순간은 환자로부터 뭔가를 배우는 순간이기도 했다.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쓰며 그런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개인적인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블로그도 다른 의사들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는 계기가 되었다. 의사들끼리나 해야할 법한 병원 내부의 이야기가 밖으로 나가는 계기가 된다고, 나 혼자 치기어린 영웅적 무용담을 늘어놓는 공간에 불과하다고 그런 글을 쓸 시간이 있으면 논문 하나라도 더 쓰라고그런 평가를 들으면서도 그런 지적이 내 의도와 실체는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블로그에 글쓰기를 계속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행위는 나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상 뭔가 새로운 목소리를 내는 것에 더 이상 나의 에너지를 분산시킬 수 없었다. 정규직 교원으로 발령받기 위해서는 2년 단위로 이루어지는 계약기간 내에 나에게 요구되는 사항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 외의 것들에는 시선을 돌릴 여지가 없었다. 일단 가시적으로 눈으로 보이는 지표들부터 완성시켜야 했다. 최소한은 만족시킬 수 있었지만 최고가 될 수는 없었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을 다 균형적으로 잘 하지는 못한 것 같다.  

 

내 이름으로 외래를 개설하고 입원환자를 진료했던 지난 3년간 나는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만큼만 최선을 다했다.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고 나 개인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사회의 의료시스템과 우리 병원 조직의 문화, 우리가 가진 한계점 등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이를 조화롭게 풀어나가지 못한 것 같다. 그것은 내 능력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고, 시스템과 잘 연결되지 못한 개인이 갖는 한계이기도 하다.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그것이 내 환자를 위한 최선의 방편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환자를 위해서는 성의있는 한 명의 의사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효율적이고 안전한 병원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환자를 위해 했던 최선은 사실 최고가 아니었고 최고가 될 수도 없었다. 여전히 의사는 지식과 실력의 면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늘 노력해야 하는 존재지만 그것만으로 환자에게 최고의 의료 질 높은 의료 그리고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학회 기간 동안 읽기 시작한 책, ‘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는 나의 지난 3년 시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나는 밤잠을 줄여가며 환자 진료를 준비했고 나의 환자를 같이 진료해 주시는 협진 파트 선생님들께 부지런히 메일로 환자의 상황에 대해 논의하였고, 외래 전날밤 의무기록을 다 작성하였고 처방도 미리 내 놓았다. 부족한 진료시간의 한계를 메우려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야 겨우 환자와 눈 한번 맞출 수 있었다. 그런 준비가 소홀했던 날은 환자 얼굴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진료했다. 수십줄에 달하는 항암제 처방을 내느라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손발이 다 벗겨지고 진물러서 항암제를 못 먹겠다는 환자의 양말을 벗겨볼 시간을 내기도 어려웠다. 항문이 찢어진 것 같다는 환자의 엉덩이를 제대로 관찰할 시간도 없었다. 하루 종일 외래보고 밤이면 그날 외래에서 작성했던 의무기록을 보완하고 그리고 나면 다음날 외래를 준비하고, 그렇게 다람쥐가 제자리에서 챗바퀴를 돌리듯 3년을 살았다. 주말이면 열심히 공부했고, 열심히 논문을 썼고, 열심히 전공의 교육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나의 한계가 있음을 깨닫는다.

 

의사로서 내 문제의식 자체가 둔해진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여전히 의사인 나와 환자들 둘러싼 현실에 대해 민감한 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내가 문제라고 생각한 것들에 대해 직접적인 매스를 들이밀지 않았고 (혹은 들이밀지 못했고), 조직으로부터 그만큼의 일을 할만한 사람이라는 신뢰를 얻지 못했다. 세계 최고의 병원이라는 존스 홉킨즈조차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만큼의 다양한 결함과 실수가 반복되는 조직이었다. 마취과 전문의이자 중환자실 담당 의사인 저자 피터 프로노보스트가 어떻게 이러한 문제와 한계를 극복해 가는가를 지켜보는 것은 나에게 시사점이 많다.

 

나는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최고가 될 수는 없었다. 나는 최고 운운하기 전에 크고 작은 결함과 실책이 훨씬 많은 사람이다. 나의 환자들은 아마도 그런 나의 한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은 나의 잘못된 처방 때문에 약국에서 다시 나에게 전화를 해야만 했고 수첩에 자기가 먹는 약의 종류와 남은 양을 적어와서 보여주면서 처방을 확인했다. 그래도 그들은 나를 비난하기 보다는 이해해 줄려고 노력했다.

래서 나는 환자들의 말을 경청한다. 내가 친절한 의사라거나 환자를 존중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의사인 내가 미쳐 인지하지 못한 위험과 한계를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간호사가 메워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환자들은 그런 나를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의 몸에, 자신의 마음에 생기는 새로운 변화와 느낌을 잘 말해주기도 한다. 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CT에서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변화를 유추할 수 있었고, 내가 저지를뻔 했던 실수를 미리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론 실수를 했다. 나는 환자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법을 배웠다. 그 모든 것들은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배운 것들이다.

 


당분간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지난 3년간은 항상 내 눈 앞에 환자가 있었다.

나는 환자를 보는 것만으로 지치고 힘들었던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그런 생활이 내 존재의 의미가 아니었나 싶다. 


잠시 눈을 감고

의사로서 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그려본다.

눈을 감아도 습관처럼 환자가 눈에 밟히겠지만 

애써 잊어본다.

내가 아직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그동안 내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최소한 이만큼의 고민을 해야 

비로소 내가 성숙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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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ㅅㅇ 2013.12.12 09:55 신고

    전에 의대생이였던 시절의 고민들이 글에 고스란히 담겨있네요. 감동있어요.
    응원합니다!

  • Smith Y 2013.12.12 10:11 신고

    선생님과 같은 고민을 많이 하는 의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공감이 됩니다.

  • 처음처럼 2013.12.12 15:24 신고

    힘내세요 선생님처럼 묵묵히 최선을 다하시는분이 계시기에 희망이 있습니다 블로그통해 원격힐링 받는 1인이 처음으로 응원댓글남깁니다^^

  • 환자가족 2013.12.12 18:06 신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나는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가끔 선생님의 블로그를 드나들며 읽으며
    선생님이 내 아내의 주치의라는 것에 누구에게인지 모르게 감사한적이 많습니다.
    2년 반 동안 늘 걱정만 하며 살았지만, 이제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계속 환자들 곁에 있어 주십시오.
    건강하십시오 ...

  • 김수현 2013.12.13 02:00 신고

    4년전, 선생님께서 S의료원에 계실때 환자로 만났었지요.
    그때 선생님이 보여준 환자들에 대한 깊은 마음들을 지금도 잊지못합니다.
    그 감사함이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하여 선생님의 블로그를 찾게도 했습니다.
    선생님의 환자들중 많은 분들이 '선생님을 만난것이 얼마나 복된 일인지'느끼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와 또 그 당시에 선생님의 환자였던 이들이 그렇듯이요...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 마음에 묻어두고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늘 응원하는 마음으로 선생님을 위해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건승하시고 평안하세요.

  • 곁을 지나다 2013.12.13 14:30 신고

    폐북을 타고 들어와 몇 개의 글을 보고 막연하게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합니다. 나의 후배들 중 몇몇이 의사인데 선생님과 같은 길을 걷기 바라는 마음 가득합니다. 언제나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 김현주 2013.12.13 18:32 신고

    선생님께 치료받지는 않았지만
    글로써 치유받는 느낌이었어요
    글 읽으면서두
    염려를 내려놓게되구
    걱정을 멀리하게되는 희망적인 시간들이예요
    늘 기도하는 맘으루 응원합니다
    보람있는 날들이 많기를 원합니다

  • 2013.12.14 03:59

    비밀댓글입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14 10:16 신고

      저도 걱정이 많이 됩니다.
      내성이 생긴거 맞아요.
      일단 치료의 작용기전이 다른 방사선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봅시다.
      방사선은 그 자체 효과는 좋지만
      방사선이 미치지 않는 부위는 치료가 안되는 셈이니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더 나빠질 수도 있어요.
      일단 치료를 시작하시구요
      방사선 치료받다가 몸이 많이 힘들면 연락하세요
      제가 월수금 외래니까 화목 사이에 따로 봅시다 댓글 남기면 제가 연락드릴께요

  • 덕순씨 딸 2013.12.14 14:24 신고

    엄마 호스피스 있는 인천성모 알아보고 왔어요
    그곳 선생님께서 이수현선생님 이름을 반가워하며 좋
    은 샘이라 하셨어요 다 선생님의 발자국이





    아름답다웠기에 듣는 말이겠죠 엄마도 선생님이 식구같다고 하셨어요 의료현실 제반에 대한 고민도 풀어질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어차피 선생님 혼자 하실 일이 아니니 너무 무거워하지 마시고 오늘을 사세요 선생님 화ㄴ자들에게 하시는 말씀이잖아요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라고 하셨잖아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15 02:35 신고

      다행히 뇌전이는 아니라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간기능이 많이 떨어지셨나 봅니다.
      같은 진통제라도 양이 많게 느껴지셨나 봐요.
      인천성모병원 좋습니다. 거기 호스피스 선생님들 좋으세요.
      긴 병 마지막 길에 편안하신 분 별로 많지 않지만 어머님도 많이 힘드셨습니다. 제가 편히 해드리지 못해 죄송할 뿐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곳에 방문하셔서 늘 저를 격려해주시는 말씀을 해주시니 감사드릴뿐입니다. 제가 환자들에게 드리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랑을 받고 살았음을 깨닫습니다.

  • 준비생 2014.05.07 02:25 신고

    현재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으로,
    청년의사 사이트에 게시하신 글을 접하고 이 블로그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마음을 울리는 글을 접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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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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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cal Activity

우리 말로 번역하면 '신체 활동' 정도.

그래도

일반적으로는 '운동'이라고 지칭하는게 이해가 쉽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 

암으로 치료를 받았다면 다시는 재발되지 않게, 

혹은 재발된 암이라도 고통없이 삶의 질을 유지한 채 일상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입증된 치료법이 있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운동이다. 



항암제 하나를 개발하여 

그 약의 치료적 효과를 입증하고 표준 치료로 도입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은 상상 이상이다.

설령 효능을 입증했다 하더라도 기존 치료법의 효과를 미미하게 증가시키는 정도라, 

과연 이정도 시간과 돈을 들여 이정도의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연구인가 싶은 경우도 많다. 


물론 과학의 발전이란 것이 그런 순간 순간의 노력이 집약되고 응축되어 어느 순간 질적인 전환을 맞이할 수도 있는 것이니 매번의 노력과 연구를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하간 항암제 개발은 아직까지 고비용 저효율이다.


그러나 누구나 예상하듯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운동을 하는데 돈이 많이 들거나 탁월한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매일 꾸준히 노력하여 운동하겠다는 자세, 또 적절한 순간에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 프로그램이 병행되면 놀라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의 '상식'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입증되고 있다.



예를 들면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은

삶의 질이나 피로, 우울감, 불안, 몸무게,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 등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놀라운 것은 

암의 발생율, 재발율, 생존율에서도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이는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수차례 반복적으로 입증되어 있다. 


예를 들면 유방암 혹은 대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일주일에 3시간 이상 걷기를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다른 요인들을 다 조정한 후) 재발율과 전체 사망율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다.

   

최근에는 

운동을 하면 

체내 대사와 생리학적 변화가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물질이 증가하여 

암의 진행을 억제하게 되는지 그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연구 결과가 지금 우리의 행동을 당장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진료를 하는 의사, 그리고 치료받는 환자들이 운동의 중요성을 각인하고 지속적으로 운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이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신체적 활동을 증가시키는 것이 건강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의사라고 자부한다. 



아마도 나 스스로 physical activity가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또래보다 늦은 나이에 의대를 갔으니 체력으로 밀리면 안된다는 생각을 해서 본과 학생 때 매일 헬스클럽에 다녔고 - 아쉬운 것은 가서 근육운동을 열심히 한게 아니라는 거. 자전거 타면서 스포츠 신문 보기, steper 하면서 만화책 보기, TV 보면서 러싱머신 달기기 하기가 전부였다는거) 본과 3학년 때는 마라톤을 세번 완주하기도 하였다. 그것도 겨울철에. 많이 게을러 졌지만 지금도 시간만 되면 연대 안 안산으로 등산을 간다. 그래서 지금 비록 근육은 하나도 없지만 '단련된 지방의 힘'으로 잘 견디고 있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심하게 강조한다. 


힘들어서 외래를 다니지 못하고 입원해 누워있는 환자들에게도 하루 3번 이상 침대에서 일어나 휠체어라도 타라고 지시한다. 병동 간호사, 자원봉사자들의 힘을 동원해서라도 환자의 휠체어 운동을 당부한다. 환자들에게 짐짓 무섭게 말한다.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걸어 일어나 돌아다니는 사람을 살고, 침대에 누워있기만 하는 사람은 살수 없다, 몸이 힘들고 괴로워도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자.' 내 마음 속으로는 '에휴 환자들도 오죽하면 저렇게 힘을 못 쓰고 누워있겠냐' 싶어도 말이다.  



짧은 외래 진료시간에도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엄청 강조한다. 


특히 유방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고 나면 1년 사이에 지방간도 생기고 혈중 콜레스테롤 레벨도 올라가고 당뇨 전단계로 혈중 인슐린 농도가 증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은 지금 당장 환자에게 특별히 문제가 되거나 일상생활을 초래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대개 신체 대사과정이 개선되면서 다시 1년 정도가 지나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기간에 운동량을 늘이면 훨씬 효과적이다. 


특히 전체 유방암 환자의 65%가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라 호르몬제를 먹고 있는데, 호르몬제를 먹으면 복부비만이 생기고 평균 3-4kg 정도 체중이 는다. 폐경증상으로 잠도 잘 못자고 정서적으로도 불안감이 심해진다. 아무튼 치료 과정에서 혹은 치료이후에도 남아있는 후유증을 잘 다스리는데에는 운동만한게 없다. 폐경기 증상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엄청 많은데 어떤 약보다도 운동이 좋은 결과를 보인다. 폐경기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는 약물을 중심으로 한 연구가 있는데, 성적이 그리 좋지 않은 것에 비해 운동은 매우 탁월하게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물론 이들 연구에서 제시하는 운동의 강도와 기간이 만만치 않다. 나도 우리 환자들에게도 입이 닳도록 운동을 강조하지만, 정작 나 또한 어떤 운동을, 어떻게, 무엇을 목표로 할 것인가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환자를 제대로 교육하기 어렵고 (시간도 허락되지 않고) 설령 교육을 한다해도 모니터링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도 작심삼일으로 흐지부지되기 쉽다. 혹은 환자 나름으로 열심히 운동하는 것 같기는 한데 정작 자기의 신체 조건에 딱 맞지 않고 부적절한 경우도 있다.

    


우리 병원의 대장암 팀과 연세대학교 스포츠 레저학과의 전용관 선생님 연구팀이 한 연구가 아주 인상적이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마치고 정기적인 추적관찰을 하며 검사만 하며 지내는 3기 대장암 환자들에게 우편으로 메일을 보내 12주짜리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23명이 운동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희망하였다. 


반은 콘트롤군으로 운동 교육, 운동 DVD 배포하여 실천하게 하고  

반은 실험군으로 운동 교육, 운동 DVD 배포 뿐만 아니라, 전화로 모니터링하고, 실재 운동량을 체크하여 프로그램 시작시 18 MET 였던 운동량을 27 MET로 올리고, 운동 자세도 교정해주고 암튼 다양한 방법으로 집중적인 운동프로그램을 장려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만보기를 나눠주고 운동 일지를 적어보도록 권유하였다.



놀라운 것은

짐중 프로그램이 아닌 콘트롤군 환자들도 너무나 열심히 운동했고

여러 요인을 분석한 결과 

만보기와 운동일지를 적게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되고 운동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이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 자체는 

비슷한 조건이 되는 전체 대상 환자 370여명의 후보자 가운데 우편 메일에 응답하여 자발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할 정도이니 

기본적으로 자기 건강에 대한 관심과 의욕, 동기부여가 충분히 되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운동 프로그램이 좋다 해도

모든 환자에게 피트니스 강사를 붙여줄 수도 없는 것이고

병원 내 운동을 교육하고 반복적으로 프로그램을 수행할 만한 공간과 인력, 비용이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어렵다. 

'연구의 주제'로 삼기에는 썩 괜찮은 연구인것도 같지만 

사실 운동 프로그램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은 항암제로 하는 임상연구보다 훨씬 까다롭고 복잡하고 손도 많이 가고 지원 인력도 많이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낙담하던 차에  

단지 만보기와 운동 일지를 제공하는 것 만으로도 환자의 행동 양식을 변화시키는데 충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처럼 '말'로만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이런 '보조적인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 같다. 


정말 얼마나 운동량을 늘일 것인지, 얼마나 지속할지는 모르겠지만, 과도한 intervention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수치화된 그 양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도처에 운동이 중요하다는 매채, 책자, 방송 등이 널려있지만

나를 담당하는 '의사'가 

운동의 중요성을 의사 스스로 '인식'하고 

환자에게 강조하여 '교육'하는 것

그리고 효과적인 '도구들을 병행'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환자들은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동기부여가 된다면

올바른 운동법을 교육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재활의학과와도 충분히 함께 연구할만한 주제이다.

그러나 지금 수준에서는  

환자를 위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practice changing 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연구를 위한 연구가 되기 쉽다. 


또한 이런 프로그램에는 수가가 책정되지 않는다. 지금은 환자를 위한 물리치료조차 수가가 너무 낮다.  대학병원이 아닌 개원가에서는 이런 수가로는 치료를 유지할 수 없다. 그냥 검사하고 약 주는게 수지타산에 맞을 것이다.

  


그런 현실에서

만보기와 운동일지.

나름으로 괜찮은 실천전략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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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브리나 2013.12.08 12:00 신고

    지금 수술하고 병원에 입원중이긴하지만 퇴원하는 즉시 만보기 구입해서 실시할래요~~.수영하고 싸우나를 사랑했어서 수술하고 운동은 뭐뢔야하나 암담했었는데 걷기가 있었네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08 15:04 신고

      인터넷 검색창에서 '연세운동의학센터'를 치면 유방암환자를 위한 상체운동, 하체운동 video clip을 볼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 강승택 2013.12.08 19:05 신고

    안녕하세요 교수님. 올해 인제대 의대 합격한 송파동 가락고등학교 3학년 학생 강승택입니다. 제가 12월 12일 목요일에 연세대 원주캠퍼스 의대에서 추가 합격자 발표가 나오는데 제가 붙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지금 인제대 의대나 연세대 원주 캠퍼스 의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저는 6년 공부를 마치고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친 후 대학병원에 스텝으로 남고 싶습니다. 하지만 주변분들 말씀으로는 스텝으로 남는 게 매우 어려운 듯 해서 개원을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개원을 하게 되면 저는 서울에서 개원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조사한 바로는 인제대는 부속 병원인 백병원이 많아서 졸업 후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칠 때 원하는 과를 비교적 쉽게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제대는 부산에 있어서 학부 시절에도 집과 멀어서 고생을 할 것 같고 나중에 개원을 할 때도 부산에서 개원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연세대 마크 덕분에 서울에서 개원하기가 비교적 수월한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졸업생 중 60%가 신촌세브란스 또는 영동세브란스에서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연세대 원주캠은 부속 병원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하나이기 때문에 인기과는 들어가기 어렵다고 합니다.

    저도 많은 고민을 해보고 조사도 해 보았지만 아직 어떤 대학교가 제 미래에 더 도움이 될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정말 바쁘실 테지만 교수님께서 의견을 내주신다면 정말 감사 드리겠습니다.

  • 채지연 2013.12.09 09:22 신고

    저도 김승일선생님 권유로 운동 프로그램 참여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3-4번 한시간 반씩 파워워킹하는데 근육운동 하기가 참 힘드네요. ^^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12 02:21 신고

      잘 하셨어요
      좋은 결과가 있을 거에요
      그리고 이 기간만 운동하는게 아니라 앞으로 평생!
      화이팅 빌어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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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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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나는 피곤에 찌든 얼굴을 하고 사나보다.

외래를 보러 온 환자들이 진료가 끝나면 

병원 내 커피집에 가서 커피를 사서 외래방에 넣어주고 간다.

커피를 선물한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도 않고 가시는 경우도 많다.  

아마도 내 몰골이 너무 피곤해 보이니 

이거 마시고 정신 차리라는 뜻 혹은 졸지 말라고. 


나이 사십이 넘으면 그 사람 인생이 얼굴에 반영된다고 했다.

그래서 사십이 넘으면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 말이 있다.

진실된 마음이 중요하지 외모가, 얼굴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들 하지만

첫인상, 관상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그 사람이 평소에 어떤 방식으로 사는지, 어떤 철학으로 삶을 꾸려가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일상의 습속(habitus)들이 얼굴에, 외모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비록 멋드러진 화장술 (내지는 변장술)을 뽐내지는 못할지언정  

최소한 

비비크림을 발라 다크 써클을 숨기고

립그로스를 발라 창백한 입술을 숨기는게 필요하다.

그것이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예의일 것이다.


그러나 

파렴치한 나는

365일 (곱지 않은) 쌩얼로

후줄그레한 외모로 

바쁜 일과를 핑게대며 창백한 유령처럼 병원을 떠돈다.

환자가 보기에도

그런 의사,

별로일 것 같다.


아무리 진심으로 정성껏 환자를 진료하고

엄청난 실력이 있다 해도

가운을 입은 상태에서 의사로 일하는 순간에는 

어느 정도 갖추어진 옷맵시와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학생실습 때부터 수많은 규제와 규율, 잔소리들이 따라다니는 것 같다. 




환자도 마찬가지다.

단정한 옷 매무새. 연한 화장으로 메이크업 하고 외래에 오시는 분. 

힘들고 고단한 항암치료 기간이지만 자기 자신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치료기간 중 진짜 낯빛이 어떤지 보는 것이 필요하니 화장하지 말고 외래에 오라는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난 그렇게 자신을 꾸미고 단장하고 오는 환자들이 좋다.

마음의 강인함이 느껴진다. 


어머, 오늘 어쩜 이리 고우세요?


좀 찍어 발랐어요. 호호


조금만 치장해도 분위기가 완전 달라지는군요.

역시 여자는 좀 꾸며야 하나봐요. 호호


제가 병원 올 때 얼마나 신경쓰는데요?

선생님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요.


호호. 제가 남자도 아닌데 뭐 그리 신경을? 


남자보다 선생님이 더 좋아요. 



환자들과 닭살 멘트가 오간다. 

짧은 순간이지만

살갑다.





나보다 젊은 그녀.

일반외래에서 만났다.

폐암을 진단받고 첫 항암치료 후 내원하셨다. 

처음부터 뇌전이가 동반되어 감마나이프 시술도 받으셨다. 

내일 모레 신경외과 진료가 있는데, 감마나이프 시술을 하고 먹었던 항전간제가 떨어졌다며 약을 타러 토요일 외래에 오셨다. 이틀 후면 신경외과에서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데 굳이 이틀치 약을...

뇌 MRI 에서 보니 병변도 아주 작아 감마나이프 합병증은 없을 것 같고, 이틀 정도 항전간제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별일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의사인 나는 그렇게 판단하지만, 이제 막 치료를 시작한 그녀의 입장에서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녀의 긴장이 느껴진다. 



토요일 외래라 외래 시간 운영에 여유가 있어 보였는지

처음 본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도 되겠냐고 묻는다. 


제가 4기인가요?



뇌전이가 있어서 4기 인가요? 

4기면 심각한거 아닌가요?  


네. 

뇌 말고도 뼈에도 병이 있어요.

원래 암이 생긴 장기 이외의 다른 장기에서 병이 발견되며 전이가 된 것이고 그래서 4기가 되는 것이죠. 


그럼 제가 말기 암환자란 뜻인가요?


4기가 말기라는 뜻은 아니에요.

말기는 더 이상 치료적인 접근이 힘들 때, 

예를 들면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등으로 병을 좋아지게 하기 위한 대안이 더 이상 없을 때 통상적으로 말기라고 합니다. 환자분은 비록 4기로 진단받으셨지만 아직 컨디션이 좋고 이제 막 치료를 시작한 상태이니 말기라고 볼 수는 없는거 같아요. 


믿을 수가 없군요. 

저는 아무 증상도 없은데 4기 암환자라니. 

좋아질 수는 있는건가요?

항암제가 효과는 있나요?

제가 좋아질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


...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제 막 시작한 항암치료가 환자분께 어떤 효과를 낼지 아직은 판단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일단 항암제 독성이 별로 심하게 나타나지 않은게 다행인거 같습니다. 

비록 4기라 하더라도 일상생활을 잘 하실 수 있는 만큼 컨디션이 좋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거 같아요.

우리 환자분은 잘 견디고 이겨내실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 



얼굴에서 빛이 나는거 같아요.

원래 피부가 좋으신가요? 

어쩜 항암치료를 했는데도 이리 피부가 좋고 얼굴에 생기가 있나요? 


오늘 쌩얼이에요.


비로소 그녀가 씩 웃는다. 


빛이 나는 얼굴이니

그만큼 결과가 좋을거 같아요.

사람은 통계로 사는게 아니라 자기 생명력으로 사는 거랍니다. 


울먹거리는 그녀. 


선생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치료할께요.



화장술로 감출 수 없는 혹은 화장한 얼굴보다 훨씬 아름다운,

빛이 나는 얼굴이 되도록 

나도 노력하자. 

빛이 나는 얼굴은

마음 내면으로부터

삶의 철학에서부터 우러러 나올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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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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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것

 

 

책상 위에 성모상을 그녀에게 갖다 주었다.

 

그 성모상은

예전에 내가 치료하지도 않은 환자의 보호자에게 받은 선물이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지만

그것만으로 다 되는 것은 아니니

신의 은총이 나에게 함께 하길 바란다는 기원을 적은 카드와 함께.

엄마가 점점 나빠지고 임종 준비를 해야 하는 어려운 시기,

그녀는 나에게 메일로 여러가지 문제를 상의했었다.

나는 본 적도 없는 환자에 대해 의학적인 부분을 코멘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적지근한 대답.

안타깝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다고

오늘이 가장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고

엄마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시라고.

그냥 좀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별로 도움이 안되는 그런 메마른 위로의 말을 건넬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그런 답을 할만한 사람인지, 적절한 위치인지, 좀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어떤 이 필요한 것 같았다.

자기가 흔들리지 않고 지금의 시기를 견디기 위해서는

자신을 붙잡아 줄 수 있는 이 필요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건조한 답이나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모상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그녀가 나에게 보낸 선물이었다.

 

 

 

나는 성당도 열심히 안 다니고 기도도 잘 하는 편이 아니지만

환자를 보다가

내 능력의 한계를 느낄 때,

나의 능력과 현대 의학의 지식만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

환자를 위해 기도를 한다.

 

 

우리 환자가 지금 이 고비를 잘 넘기게 도와주세요.

우리가 하는 만큼 최선을 다할 테니

우리 환자의 마음에 평화를 주세요.

 

 

지금의 나로서는 그녀를 위해 더 이상 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혜가 필요하다. 삶과 죽음에 관한.

그녀는 힘들게 결정을 하였다.

객관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은데, 항암 치료를 해보기로 했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자신의 미래를 위해 어떤 판단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 스스로 결정했다.

오늘 3주째 항암치료.

2주째 치료하던 날 너무 많이 힘들고 아파서 엉엉 울었던 그녀.

오늘 내일은 진통제 수면제를 많이 쓰고 계속 자라고 했다.

 

 

그녀에게 내 성모상을 주며

 

 

나를 지켜주시던 분이 이제 널 지켜줄거야. 힘내라.

힘들어도 잘 참고.

괜히 짜증내서 엄마 힘들게 하지 말아라. 알았지?

 

 

환자를 위로하고 격려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괜한 훈계를 하고 돌아온다.

더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생은 항상 해피엔딩이 아니다.

나에게만큼은 예외적으로 좋은 결과가 있기를,

실날같은 희망에 기대어

더 좋아지기를 기원하며 지금을 견디지만

결과는 내가 결정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는 다만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결정할 수 있을 뿐이다.

 

 

나는 그녀가 지금을 견딜 수 있는 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 성모상을 환자에게 주었다.

 

 

 

오늘은 외래가 없는 날이다. 그런 날 급하게 병원을 찾게 되는 환자는 종양내과 일반외래를 보게 되어 있다. 그렇지만 가끔은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 내마음이 놓이지 않으니 공식 진료가 아니더라도 내가 직접 보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환자 몇 명씩을 진료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 직업이 아무리 의사라 해도 환자를 보는 것 말고도 많은 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규칙적으로 정해진 날에만 진료하는게 나를 위해 필요하기도 하다. 진료방도 없는데 간호사에게도 미안할 노릇이다.

 

 

자주 그렇게 봐주게 되는 환자가 있다.

그만큼 상태가 안좋다는 뜻이다.

아직 아이가 어린 그녀. 난 나보다는 그녀의 형편과 일정에 맞춰서 진료를 봐준다.

더 이상 치료적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내가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게 별로 없는 상황이다. 증상 조절이 중요하다. 복수로 힘들어 하는 그녀. 물이 차면 외래에 와서 물을 빼고 간다. 가끔 관을 넣어 보기도 한다. 별로 효과가 없다. 그래서 수도 없이 복수천자를 해보고 관을 넣어보기를 반복, 이제 영상의학과 인터벤션실에서도 그녀를 알고 있다.

오후에 외래 간호사실에서 전화가 왔다.

환자를 바꿔준다.

 

 

그제 관을 넣고 갔는데 물이 새서 어제 왔었잖아요? 근데 어제 시술 받고 간 다음부터 배가 너무 아프고 물도 잘 안 나와요. 배가 너무 불러서 누울 수도 없어요. 어제 시술한 선생님이 잘 못한거 같아요.

 

그녀의 불평이 끝이 없다.

뒤로 갈수록 울먹이며 하는 말을 알아먹을 수가 없다.

 

 

많이 아프세요? 입원할까요?

 

 

제가 지금 입원하겠다는 말이 아니잖아요.

예전에 시술했던 그 선생님한테 시술받게 해주세요. 손이 자꾸 바뀌니까 잘 안되는거 같아요. 저 너무 힘들어요.

 

 

인터벤션실 스케줄이나 운영원칙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환자가 어떤 선생님을 말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시술할 때마다 담당 의사가 바뀌기 때문이다. 한참을 물어 어떤 선생님인지 알아냈다. 그녀는 전화 도중에 계속 운다. 단지 아파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런 형편에 처한 자신의 상황이 너무 힘들고 비참해서 그런 것 같다.

 

그 선생님 전화번호도 모르고, 오늘 시술을 하시는 날인지도 모르고, 내가 그녀를 위해 직접 해 줄 수 있는게 아니라, 모든 걸 알아보고 부탁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사실 이것은 그녀의 뱃속 병이 나빠지고 있어서 단지 복수의 문제가 아니라 뱃속 종양이 커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도 은근 슬쩍 짜증이 나려고 한다. 환자를 위해 종양내과의사로서 내가 해야 하는 일과 환자의 모든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것 사이에서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 같다. 그런 내 심정도 모르고 환자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한다. 못 참고 한마디 한다.

 

 

 

지금 단지 물 때문에 힘든게 아니에요. 병이 나빠져서 그런거라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진통제 용량도 늘이고 힘들어도 좀 견뎌야 하는 거에요. 우리 치료 안하고 지낸지 1년 넘었잖아요? 어찌어찌해서 이번에 물이 좀 나와도, 금방 막히거나 관이 기능을 못할 거에요. 앞으로는 점점 증상 조절하는게 힘들수 있어요. 제가 알아보는만큼 알아봐서 부탁드리겠지만, 늘 이렇게 할 수는 없는게 병원 형편이에요. 환자가 이해해 줘야 하는 부분도 있는 거라구요. 아시겠어요?

 

 

수화기 저쪽 편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잠시 침묵.

 

 

알겠어요.

 

 

지금 그녀가 기댈 곳은 나밖에 없으니 그랬을텐데

내가 또 못 참았다.

그녀가 원래 이런 사람 아닌거 다 아는데도

나는 또 못 참았다.

 

 

시간이 지나고 병이 나빠질수록 환자들의 마음은 아기처럼 퇴행한다.

자기를 더 잘 봐달라고 요구하는 걸 느낄 수 있다.

남편도 모르고 아이도 모른다. 자기가 얼마나 힘들고 벼랑끝에 서 있는 기분인지를.

그래서 상의하고 의지하고 기댈 사람이 의사인 나밖에 없을 때가 있다.

 

 

그런 걸 알면서도

나 왜 그랬을까?

 

 

그녀에게도 지금을 버텨줄 이 필요했을텐데 너무 냉정하게 말했다.

그 끈이 꼭 항암제가 아니더라도,

완치에 대한 희망이 아니더라도

그녀의 불안한 마음을 붙잡아 줄 을 주는게 필요했는데

 

 

 

말기 암환자에 대한 완화의료,

수익도 낼 수 없고 

제대로 실천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내 힘만으로 할 수 있는게 아니다.

너무나 많은 파트와 많은 인력이 환자 진료에 관여한다.

항암치료 하는게 훨씬 쉽다.

수익도 더 많이 낼 수 있다.

완화 의료는 객관적으로 그 정도와 질을 측정할 지표도 없고

환자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많아야 한다.

의사 마음도 많이 지친다.

 

 

그러나

마음을 쏟지 않고

어떻게 말기 암환자를 볼 수 있겠는가.

 

 

나도

지친 것 같다.

방전되기 전에 밧데리 충전을 시작해야겠다.

 

 

 

 

 

  • r1예신 2013.12.31 23:52 신고

    힘내세요 선생님! 선생님글읽으며 제 남편될사람(레지던트1년차)이 얼마나 환자와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걱정하며, 또 의사가아닌 다른 역할들을 감당하며 살아가는지 많이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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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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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징징거리며 항암치료를 받다가

날 떠난 그들.

'이제 잘 사세요. 다시는 날 만나는 일 없게요'

그렇게 빠이빠이 하면서 그들과 헤어졌었는데

요즘 유방암 클리닉의 운영체계를 일시적으로 조절하고 있는 중이라

2-3년전 그렇게 헤어졌던 환자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유방암을 진단받고 치료를 마친 그들에게 지난 2-3년의 시간은 어떤 의미로 채워져 있을까?

불현듯 그들을 만나고 나면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감동과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계속 만났으면 그런 생각이 안 들었을텐데 2년이라는 시간적 공백을 두고 만나니 새롭다.

치료 후 2년이라는 시간은

그들을 재발했느냐 아니냐를 두고 한번은 판가름 할 법한 시간이고,

재발하지 않았으면 정상 생활로 돌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제 더 이상 환자라고 부를 수없이 건강해지고 예뻐지고 당당한 모습이다.

나에게는 그 모습이 '변신'이라고 느껴지지만, 정작 그들에게는 지지부진한 일상을 투쟁해서 얻어낸 산물이리라.

 

 

 

2년 전에 마지막으로 보고 그 후로 본 적이 없으니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차트를 보니

그녀는 항암치료하는 동안 별로 힘들어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시 그녀는 20대 중반.

나이도 젊고 삼중음성 유방암이라 내가 야심차게도 항암치료를 6번 했었다.

보통 기준에 의하면 AC 4번 하면 되는 것을 FAC으로 하여 6번이나 하였다.

 

(원래 위험요인이 높은 유방암 환자에서는 FAC보다 TAC으로 하는게 좋은데, 우리나라에서는 TAC을 거의 잘 안한다. 겨드랑이 림프절이 음성이면 T가 보험이 안되고, 또한 TAC를 하면 호중구 감소성 열이 너무 많이 나기 때문에 백혈구 촉진제를 예방적으로 써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예방적으로 사용하는 백혈구 촉진제는 보험이 안되기 때문에 한번에 20만원이 넘고 10일 정도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그 보조 주사제 가격이 200만원이 넘는다. 또한 외국에는 10일동안 매일 맞는게 아니라 한번 맞으면 10일 동안 약효가 지속되는 주사제가 있기 때문에 이 용법을 선호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 제품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래저래 환자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TAC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FAC을 한다.)

 

암튼

기록에 의하면

그녀는 아주 씩씩하게

한번도 울지 않고

치료를 잘 받았다.

머리가 빠지기도 전에 미리 밀고 가발을 샀던 것 같다.

치료 중 합병증도 별로 없었고, 불평도 별로 없었고, 말도 별로 없었다.

 

왜?

 

그녀에게는 대변인이 있었기 때문.

결혼하기로 한 남자친구가 그 역할을 다 해주었다.

모든 질문은 남자친구가 다 했다.

항암치료 중 부작용을 수첩에 기록해 오는 것, 무슨 피부병변이 생기면 사진 찍어 오는 것, 약이 바뀌면 그 약에 대해 공부하고 질문하는 것, 모두 그의 몫이었다. 그는 그녀의 대변인이었다. 그녀는 여왕처럼 그가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가끔 쫑크를 몇마디 주는 것이 전부였다.

 

내가 애써 그녀에게 직접 대답해 보라며 몇가지 질문을 하면 그녀는 '괜찮아요. 다 견딜만해요. 항암이 다 그렇죠 뭐. 저사람이 나보다 훨씬 예민한것 같네요' 그정도 대답을 하며 귀여운 작은 눈으로 눈웃음을 쳤던 게 기억난다.

 

 

항암치료 기간에는 그렇게 분신처럼 나를 챙겨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다.

남자친구면 더 좋겠지.

그런데 이렇게 치료받는 동안 남자친구 마음이 변하지는 않을까?

 

항암치료로 힘들어 하면서

여자는 자기 성격 추한 모습 다 드러내 보이고

히스테리 부리고

자괴감에 빠져서 상대방 괴롭히고...

충분히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남자는 걱정도 된다.

이렇게 항암치료를 하고 나면 아이는 낳을 수 있을까?

결혼했는데 재발하면 어떻게 하지?

부부관계에는 이상이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녀의 남자친구는

그런 미래 따위, 자기에게 닥쳐올 걱정거리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그녀에게 최선을 다했다.

남자친구나 오빠라기 보다는

꼭 엄마처럼 그녀를 보살피는 것 같았다.

 

 

 

낼 모레 외래에 오나보다.

역시 이번에도 남자친구가 블로그에 알람 메시지를 남겼다.

이번주에 외래 갈거니까 잘 봐달라고!

역쉬!

 

 

예의 꼼꼼한 남자친구의 메시지에는

곧 결혼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치료가 끝나고 2년이 지났는데 아직 결혼을 안했다 보다.

 

 

순간 가슴이 울렁한다.

 

 

너무 고마운 사람이다.

아무 관계도 없는 내가 고마울 지경이다.

 

 

사랑이란 뭘까?

 

난 사랑이란 죽음에 직면했을 때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우리 인간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 욕망, 소유욕 이런 모든 감정들을 다 섞어 버린 채

그 중 어떤 것을 나의 사랑으로 선택하여 취하기 쉽다.

죽음에 직면하여

나에게 그는 어떤 의미였는가

나는 그를 사랑하였는가

그는 나를 사랑하였는가

그때야 비로소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것만도 아닌가보다.

 

그들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뭐라도 선물을 하고 싶다.

그들 사랑은

보통 사랑은 아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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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호 2013.12.05 15:14 신고

    와... 여자분도 남자분도 정말 멋지시네요. 한번도 뵌적 없는 분들이지만 결혼하셔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

  • 선희예비남편 2013.12.28 10:10 신고

    ㅎㅎ선생님 저희 이야기네요. 제가 저희예신에게 약속했던 부분중 블러그를 보지 않기로했는데...
    괜시리서로 예전에 힘든부분이 생각날것 같은생각도들고^^
    저희는5년정도 사귀다 그런아품을 앉고 사랑보다는 책임감으로 병간호를 했는데 병간호 하면서 많은걸 깨달았어요. 사랑이란것을 알게되었고 처음에는 책임감이었지만 지금은 그누구보다 더아끼고 사랑할수있는 원동력을 제공 해준사람입니다. 저희는 복이 많아서 선생님덕에 좋은결과를 얻게되었는지 모르겠네요.지금은 그어느때보다 행복하네요.선생님 감사합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2.28 14:01 신고

      행복하게 잘 사세요.
      저에게
      삶이란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셨습니다.
      지지고 볶고 살다보면 미워하고 원망스러운 순간이 오겠죠?
      그 또한 인생임을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니까
      잘 사실거에요.
      부디
      행복하게 잘 사셔요. 기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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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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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뱃속 암이 진행되면서

복강 내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을 누른것 같다.

큰 혈관이 눌리니 

혈류 흐름에 장애가 생기고

그러면서 와동된 혈류 흐름 때문에 혈전이 생긴 것 같다.

그렇게 생긴 동맥혈 혈전은 바로 뇌로 날아가 뇌경색을 일으켰다.

혈관을 누르고 있는 종양 때문에 혈전의 생성 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뇌경색이 발생하였다.

처음에는 말을 못하는 정도였는데

반복적인 뇌경색 이벤트가 있은 후에는

의식도 나빠졌다.

경기도 한다.



그녀 나이 이제 겨우 30대 중반이다.



그렇게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자꾸 경기를 하니까 진정제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잠자는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애기처럼 피부도 하얗고 

얼굴도 너무 예쁘다.

애기 엄마같지 않다. 



혈전이 계속 생기고 뇌로 날라가니

병을 콘트롤하기 위해서는 항암치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객관적으로 그녀는 항암치료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의식도 없고

밥도 못 먹고

눈도 맞추지 못하는 상태에서

항암치료가 왠 말인가.



그래도 항암치료를 시작하였다.

이득보다 해가 더 많을지도 모르는데, 안 할 수가 없었다. 

혈전을 잠재우지 않으면 뇌로 계속 날라가 회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항암제가 아주 효과적일거라는 기대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이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심정으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남편에게는

만약의 상황에서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심폐소생술은 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약속을 받고 말이다. 




그리고 2주째.


환자는 눈을 떴고 

더 이상 경기를 하지는 않지만

아직 눈도 맞추지 못하고 말도 못하고 자세도 경직된 상태인 채로 있다. 

손을 너무 움켜쥐어서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갈 지경이다. 아직 경직이 풀리지 않고 있다. 

아직 불수의적인 움직임도 많다.

항암치료를 시작한 때보다 더 나빠진 것은 아니지만

좋아졌다고 볼 수 있는 증상 개선도 없는 것 같다.

그냥 기도하는 마음으로 회진을 돈다.

간병인과 

남편과

환자의 어머니와

돌아가면서 매일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린다.


뇌경색이 풀리기를,

뱃속의 종양이 좀 작아져서 

더 이상 색전증이 생기지 않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더 이상은 할 일이 없다는 것을 나도, 환자의 가족들도 알고 있다. 



어제 회진을 돌면서 

예쁜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 보는데 

문득

환자가 지금 의식이 있다면 그녀 심정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지금 자기 병이 재발한 것도 모를 것이고

자기가 왜 지금 말을 못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을 것이고

왜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지도 모를 것이고 

지금, 여기가 어딘지도 알 수 없을 것이고

내가 다시 좋아질 수 있을지, 다시 말을 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을 것이고 

나의 어린 아들은 누가 돌보고 있는지도 걱정이 될 것이고

도대체 나는 왜 이러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두려울 것 같았다. 



맞아, 지금의 이 혼돈 속에서 두려운 마음이 가장 크겠구나

설명을 좀 해주는게 필요하겠다. 



그동안 나는 매일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 옆에서 그녀의 존재를 크게 개의치 않고 

가족이나 간병인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만약 그녀가 내 말을 듣고 있었다면 

자신이 들은 조각조각 이야기들을 꿰어 맞춰 

지금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해석하려고 애를 쓸 것 같았다. 

뇌경색 이후라 

생각을 명민하게 잘 할 수 없고 머리가 멍할 것 같다. 

뭐가 뭔지 제대로 생각이 엮이지 않는 혼란스러운 상황일 것 같았다. 



그런 마음이 들어서


그녀를 만난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가 경과관찰한 그녀의 상태를 이야기해주었다.



있잖아요.

병이 재발했어요.

재발하면서 혈전이 생겼나봐요. 혈전은 혈액성분들이 엉겨붙은 작은 피딱지라고 생각하면 되요.

원래 암환자들은 혈전이 잘 생겨요. 

그렇게 만들어진 혈전이 혈관을 타고 뇌로 날아가서 뇌경색을 일으킨 거에요.

그래서 지금 정신도 혼란스럽고 말도 안 나오고 몸도 제대로 못 가누고 있는거에요.


암 때문에 혈전이 생긴거라 지금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데도 

며칠 전 항암치료를 시작했어요.

그래서 몸이 많이 힘들었을 거에요.

아마 다음주 부터는 몸 상태가 많이 회복될 거라고 봐요. 

항암제가 들어간지 시간이 꽤 지났거든요.

뇌경색이 좋아져서 다시 말도 하고 의식이 맑아질지 어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젊으니까 좋아질 거라고 믿고 있어요.

우리 몸에서는 혈전을 녹이는 물질이 만들어지고 있거든요. 

그것들이 혈전을 녹이고 기절한 뇌가 서서히 자기기능을 되찾기를 바라고 있어요. 


요즘은 특별한 치료 없이 경과보면서 그냥 기다리는 기간이에요.

애기때문에 걱정되죠?

잘 지낸대요.

남편이 보여주는 동영상 봤어요?


지금 내가 한 말 다 이해가 되면 눈 한번 깜빡 해보세요.



그녀는 눈을 깜빡거리지 않는다.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그렁그렁 눈물이 맺치다가 툭툭 떨어진다. 

목이 막히는지 침도 입 밖으로 흐른다.

정서적으로 흥분되고 격앙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다 듣고 있었구나.

의식이 있었던 거구나.



나는

그동안 회진을 돌며

그녀를 없는 사람 취급하였다.

말이 안통하고

눈을 맞추지 못하니

사람간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못한것 같다. 



완화의료팀에 협진을 내서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내용이 연결되는

책읽기 자원봉사자를 연결하기로 했다.

그녀를 이 세상과 연결시켜 줄 이야기가 필요하다.



아직 의식이 맑지 않고 회로가 끊겨 있어 많은 정보들이 그녀를 더 혼란시킬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편안하고

쉽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어지러운 그녀의 마음을 풀어줘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잠은 잘 자는 편인데

어제 밤에는 잠을 거의 못잤다고 한다. 

아마 내가 한 이야기들 때문에 혼란스럽고 마음이 힘들었는 모양이다. 


한번은 넘어야 했을 산이라고 생각하자.


이번 치료의 목표는 그녀가 말을 하는 것.

그렇게 뇌기능이 돌아오는 순간까지 

최대한 몸을 잘 보존하고 조심히 항암치료해서 뱃속의 병을 좀 줄이는 것. 


경직되어 한쪽으로 꺾여 있는 그녀의 가는 목을 보고 있노라면 

아멘이라는 기도가 절로 나온다. 


하느님,

종양내과 의사인 저에게 주어진 일은 

정해진 용량의 탁솔 카보를 처방내는 일 뿐인 것 같지만 

저에게 인내와 끈기로 최선을 다해 그녀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주세요.

그녀가 자신의 생명력으로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BlogIcon 변선주 2013.11.30 19:21 신고

    근래에 본 글 중에서 가장 뭉클하네요..

  • 덕순씨 딸 2013.11.30 21:45 신고

    그녀를 대신해서 감사하고 싶네요
    그녀가 나으려고 노력하게 될 것 같아요

  • 엄마 2013.11.30 22:55 신고

    엄마가 경련이 오고 경직이 오고 눈동자를 맞추지 못한 며칠동안이 있었어요. 그때 왠지 마지막일 것 같아, 그리고 의식이 돌아오면 이야기 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 혼자 간병하던 날 엄마에게 속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아빠가 제가 중학교 때 돌아가셨는데 제가 늦둥이라 엄마가 저를 그때부터 혼자 키우셨거든요. 나 혼자 키우느라 너무 고생했다고, 애 많이썼다고, 미안하고 고맙고 막 울면서 엄마를 끌어안고 이야기 했었어요. 근데 그 이야기 할때 의식이 없는 엄마가 눈물을 흘리고 사래가 걸리고 손을 허공에다 막 흔들었어요. 아니라는 듯이요. 선생님 글을 보니 그때 엄마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나요. 보고싶네요. 엄마...

  • 앙젤 2013.11.30 23:20 신고

    최근 페북을 통해 알게되어 샘의 글을 꾸준히 읽고 있는데.... 참 많은 생각을 해요.. 밤에 자려고 누워 글을 읽는 경우가 많은데 매번 가슴이 너무 아파 울게 되네요... 사람의 존귀함을 깨닫게 된달까.... 아기 엄마가 회복되어 아이를 만나 이야기할수 있기를요.... 그리고 샘도 힘 잃지마시고 그 자리에서 지금처럼 빛이 되시기를요...

  • 아카시아 2013.12.01 10:08 신고

    선생님 사랑은 이 땅에서도 영원가운데서도 유효합니다. 힘내시고 선생님의 믿음과 소신을 따라 늘 최선을 다하시길 응원합니다

  • 한수명 2013.12.01 20:12 신고

    선생님의 리얼한 글들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사회학, 물리학 전공하신 경력이 괜히 하신 것이 아니신 것 같습니다.
    섬세하게 써 내려가시는 님의 모습에 경외감을 갖게 됩니다.
    감사드립니다.

  • 달콤한 우주 2013.12.02 01:21 신고

    열흘동안 3번의 뇌출혈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중환자실에 혼미, 혼수 상태로 누워 계신 엄마.
    엄마가 무지 사랑한 아빠가 말씀하시면
    가끔씩 눈물이나 약간의 미동이 있으셨지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궁금한게 생겨서 하나만 여쭤 볼께요.

    이전에 잠깐 언급했었는데...
    형부가 간암말기인데 위, 비장, 폐, 혈액에 전이가 되어있는 상태이고
    여러가지 새로운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 염려스럽지만 혈전 때문에 생길 갑작스런 응급상황을 준비하라(맘의 준비)는
    의사선생님의 이야기가 있었어요.
    형부의 경우, 심장에 문제가 생길까만 걱정했는데
    뇌경색도 생길 수 있는건가요?

  • 리포지셔닝 플래너 2013.12.02 03:06 신고

    저도 그 분과 선생님을 위해 기도드릴께요.

  • 남수우 2013.12.02 18:55 신고

    눈물나서 읽기 힘들었어요
    그분이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좀더 갖게 해달라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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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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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입원환자 회진은 오전 일찍 끝내야 한다.
회진을 돌고 치료 방침을 결정해야  
전공의가 내 지시대로 처방도 내고
검사 결과도 확인하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푸쉬도 하고 - 회진 정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무수히 고민하고 제도개선을 요구했던 시절도 있었다. 많이 좋아진 부분도 있고, 여전히 구래를 답습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여하간 전공의는 회진 정리를 하고 오전에 바쁘게 뛰어다니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시스템에서라도. - 
여기 저기 병동에서 날라오는 병동 콜도 해결하고
예상치 못하게 상태가 나빠진 환자에게 달려가 봐야 하고
그 와중에 밥도 좀 먹고
당직서느라 못잔 잠을 의자에 앉은 채라도 선잠으로 보충을 해야 한다.
그렇게 전공의가 일을 하려면
내가 일찍 회진을 돌고 정리를 해줘야 한다.


한창 에너지가 넘칠 때는 잽싸게 회진을 돌고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었다.
회진을 빨리 돌아야 나도 내 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 
 

요즘은 그렇게 못한다.
그렇게 애를 쓰려면 힘이 딸린다.
솔직히 그럴 의욕도 없어지는거 같다.
많이 무기력해졌다.


아침에 간단한 회의가 있었다.
예전 같으면 회의 전에 회진을 일부 돌고 회의에 갔다가 또 나머지 회진을 돌고
눈썹 휘날리게 달리며 오전 회진을 돈 다음
외래 진료를 시작한다.


그런데 오늘은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몸이 너무 힘들었다. 
회의 시간을 맞춰서 가기에 빠듯했다.
회의에 가서 겨우 얼굴만 내밀고 비실비실, 외래로 가서 좀 쉬다가 
오전 외래 진료를 시작했다.
입원 환자 회진을 못 돌고 하루를 시작한다.


외래를 보고 있는데
전공의가 계속 문자를 보낸다.
회진을 같이 돌지 않아서 결정이 안된 사항에 대해 묻는다.
미안했다.


외래보고, 회의하고, 미팅하고, 임상연구 audit도 받고, 보호자 면담도 하고...
내 자리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여기 저기 계속 바쁘게 돌아다닌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도저히 가운만 입고 못 다니겠다.
가운 안에 두꺼운 털조끼를 껴입고 목도리도 두르고 병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오래된 병원이라 조각조각 건물이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바깥 바람을 자꾸 쏘이게 된다. 
날이 추우니 몸이 계속 긴장상태이다. 에너지 소모율이 높은 것 같다.
그렇게 저녁 7시가 넘으니 너무 피곤하고 의욕도 없고 힘들다.


꾸역꾸역 혼자 밥을 먹고 저녁 회진을 간다. 밥이라도 먹고 가야할 것 같다. 너무 의욕이 없으니 밥심으로라도 회진을 돌아야 한다. 그 시간에 전공의를 부를 수는 없다. 그냥 혼자 돌기로 했다.



가장 상태가 나쁜 환자한테 제일 먼저 간다.
상태가 좋지 않은 어머니를 만나러 미국에서 딸이 왔다. 나와는 메일, 전화로 몇번 통화만 하던 중 나는 이제 시간이 얼마 없는거 같다고, 하루라도 빨리 와서 엄마를 보라고 독촉했다. 원래는 미국에서 사는 딸에게 가서 치료를 받기로 했지만, 그럴만한 컨디션이 되지 못하고 결국 우리 병원 응급실로 다시 돌아왔다. 그 딸에게 그동안 찍은 엄마의 사진을 보여주고 상태를 설명한다.
딸은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그냥 고통없이 주무실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소리내어 울지 못하고 꺽꺽 거린다.
그녀는 아픈 엄마에게 멀리 떨어져 있어 미안한 마음 뿐이다.



죽을 각오를 하고 항암치료를 시작한 K.
나이도 어린데, 그동안 아주 꿋꿋하게 잘 견디고 있었다. 그런데 병 상태는 아주 좋지 않다. 
2주 전, 나는  K에게 직접 말했다. 지금 못 먹고 아프고 힘들지만 지금 항암치료를 시도해 보지 않으면 좋아질 기회는 영영 없을 것 같다고, 치료 한번 제대로 못 해보고 무너질 수는 없지 않겠냐고, 그런데 항암치료를 하면 지금보다 더 아프고 힘들고, 사실 죽을 수도 있다고, 그래도 해보겠냐고 직접적으로 K에게 물었다. 엄마는 차마 그 얘기를 직접 할 수 없으니 내가 직접 딸에게 얘기해 달라고 했다. 

K는 항암 치료를 하겠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엊그제 2번째 항암제를 맞았다.
항암치료를 시작한 이후로 통증도 심하고 잠도 잘 못자고 너무 힘들어 한다. 
내가 아무리 애를 써 봐도 통증 조절이 안된다. 

 
그런데 오늘 저녁에 가보니 그렇게 퉁퉁 부어있던 양 다리와 배의 붓기가 많이 빠졌다. 항암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거 같다. 나는 너무 기뻤다. 종아리가 말랑말랑 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K는 날 보자마자 울기 시작한다.
선생님 너무 보고 싶었다고, 왜 지금 왔냐고, 큰 소리로 엉엉 운다.
그동안 힘든 걸 참느라 너무 지쳤나 보다. 내 손을 잡고 놓지 않는다. 너무 미안했다.
같이 기도도 하고, 항암제 쓰고 좋아진거 같다고 격려도 해 주었다. 
통증 조절이 안되서 오늘은 수면제 맞고 자기로 했다. 
입원한지 50일이 넘었다. 그동안 그녀는 물 한모금을 못 넘기고 있었다. 
그래도 그동안 한번도 울지 않았는데 오늘 눈물을 터뜨린다. 많이 힘든거 같다. 자기를 위해 기도해 달라며 큰 소리로 엉엉 운다. 아침 저녁으로 꼭 회진을 가기로 약속했다. 디자이너가 꿈이었던 그녀에게 꼭 나아서 내 손톱에 네일 아트 해달라고 했다. 천주교 신자인 그녀를 위해 내 책상에 놓인 성모상을 가져다 줘야겠다. 

 
중환 몇명을 먼저 만나고 시름에 잠긴 보호자들에게 지금의 환자 상태를 설명한다. 
오늘 저녁 회진은 
이번에 퇴원 못하고 환자가 돌아가실 수도 있다고, 
그런 나쁜 말들을 주로 하는 날인거 같다.  




아침에 부지런히 회진을 못 돌고
저녁밥 먹고 뒤늦게 회진을 도는 오늘의 나.
사실 빵점이다.


그런데도 환자들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자기를 보러 와줬다는 사실에 연신 고맙다고 말한다.
왜 아침에 안 오고 이제 왔냐고 속으로 욕을 할지언정 겉으로는 고맙다고 한다. 
참으로 민망스러운 인사이다. 



그런데 
밤에 회진을 돌아보면 
분위기도 덜 어수선하고
환자나 보호자와 나누는 이야기도 더 진솔해 지는거 같다.  
이런 시간을 한번 갖고 나면 
의사와 환자 관계의 밀도도 높아지고 서로에게 깊은 믿음이 생기는 것 같다.


나는 컨디션이 왠만하면 입원장을 잘 안주는 편이라 
내 환자가 입원을 한다는 것 자체가 
환자의 현재 상태가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더 많은 관심과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회진을 아침 저녁으로 돌면
내가 소진된다.
가능하면 나의 에너지를 아끼고 오래 버틸 수 있도록 나를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다.
환자에게 나의 에너지를 다 써버리면
나에게 요구되는 또 다른 병원 내에서의 역할을 다 수행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힘을 안배하고 에너지를 잘 분산시켜서 일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환자는
정성스러운 말 한마디를 할 줄 아는, 손 한번 잡고 위로해 줄 있는, 진심을 담은 눈길 한번을 더 주는,
그런 착한 의사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오랫만에 착한 의사 코스프레를 한번 해 봤다.
가끔은 이런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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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치료 하면서 

혹은 

치료를 마치고 경과관찰 중인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말.


선생님, 뭐 먹으면 몸에 좋아요?

뭐 먹으면 안돼요?

뭐 먹으면 재발을 막는데 도움이 되나요? 


제발 먹는 거보다 운동하는 거에 집중하라고 그렇게 간절하게 말씀드리건만 ㅠㅠ 

그래도 

무엇을 먹을 것이냐는 

우리 환자들의 영원한 화두이다. 



<원칙> 


식탁에 차려서 온 가족이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드세요.

같은 재료라도 액기스, 즙, 다린거 그렇게 먹지말고 원래 재료 그대로의 '음식'으로 드시는게 좋습니다. 

남들 건강생활을 위해 애쓰는 만큼 같이 애쓰시면 되요. 난 암환자니까 특별히 어떻게 해야한다 그런 생각 마시구요. 

인스턴트 음식이나 탄 음식 드시지 마시고, 신선한 야채, 과일 그런거 드시면 좋겠죠? 

항암치료 끝났으니까 이제 고기 열심히 안 드셔도 되요.

특별히 뭘 먹으면 좋다는, 그런 건 없어요.

유기농 야채나 과일을 먹는게 암의 발생과 재발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미국 암학회에서 제시한 바에 따르면 유기농을 먹는 것과 암 발생과의 연관성은 아직까지 입증된 스터디가 없다고 하네요.  



그래도 환자들은 궁금해 한다. 

종합비타민, 오메가3, 살레니움, 고용량 비타민 C, 미슬토, 프로폴리스 등등 

먹고, 맞고, 뭔가를 하는 것들이 도움이 되냐고 물으신다. 



2012년 12월호 미국 의사협회 저널 (JAMA, Journal of American Medicine Association) 에서는 스터디 시작 당시 50세 이상의 미국 내 남자의사 14,641명을 코호트로 모집하였고 이때 당시 1312명이 이미 암을 진단받은 상태였다. 연구는 1997년부터 2011년까지 수행되었고 평균 11.2년을 추적관찰하였다. 당시 이 코호트 스터디에 등록이 되면 멀티비타민 복용군과 위약군으로 배정이 되었다.

추적관찰 기간동안 2669명의 참여자가 암을 진단받았는데, 

전립선암이 1373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210명의 대장암 환자가 발생하였다. 

위약군에 비해 매일 멀티비타민을 복용한 그룹에서 전체 암 발생율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추었지만 (17.0 event (복용군) and 18.3 events (위약군) per 1000 person-years, HR 0.92;95% CI, 0.87-0.998, P=0.04)  

세부 그룹별로 나누어 보면 

전립선암 그룹에서는 9.1 vs 9.2 event (복용군 대 위약군) 로 차이가 없었고 

대장암에서도 1.2 event 대 1.4 event 로 역시 차이가 없었다. 

또한 암으로 인한 사망율을 낮추는 것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1312명의 기존 암 기왕력을 가진 그룹에서 매일 멀티비타민을 복용하는 것이 2차암 발생율을 억제하는 경향을 보이기는 하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의 일차목표인 암 예방에 미치는 멀티비타민의 역할이 긍정적일 수 있음을 보이기는 했지만, 수치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통계적 유의미성을 겨우 갖춘 것 같다. 그리고 특정 그룹에서만 도움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이런 연구의 결과와는 달리 특정 비타민이나 전해질, 미네랄 등을 규칙적, 고정적으로, 장기간 복용하는 것이 암 발생율 혹은 암 재발율을 낮추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도 많다. 심지어 해롭다는 연구도 있다. 예를 들면 폐암을 진단받은 그룹에서 셀레니움을 정기적으로 복용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 추적관찰을 했는데, 셀레니움을 정기적으로 복용한 그룹에서 폐암의 재발율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된 적도 있다. 


이렇듯 뭔가를 먹는 것이 암의 발생, 예방, 재발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연구는 참여 인원도 많고 추적관찰도 길기 때문에, 개인 연구자가 진행하기 어렵다. 또 기본적으로 식생활을 다 똑같이 통제한 상태에서 이러한 실험적인 약제들만을 차이가 있게 만드는 방식으로 연구 설계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이 많고 해석이 어렵다. 


또한 장기적으로 오래 먹는 것이 다 안전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런 류의 연구에서는 상반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 일쑤이다.  


그래서 당혹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나는 

뼈전이가 된 암환자에게 조메타 뿐만 아니라 칼슘과 비타민D를 적극적으로 주는 편인데 

최근까지도 비타민 D의 암억제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계속 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 D는 햇볓을 쬐면 가장 많이 합성될 수 있는 영양소인만큼 마음으로 크게 부담이 없는 영양제였다.

미국은 의사의 처방전없이 비타민 D를 살 수 있는 부담이 없는 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타민 D만 따로 제조되어 나오는 상품이 1가지 있는 걸로 알고 있고

나머지는 다 칼슘과 섞여있는 복합제재이다. 


얼마전 칼슘을 과하게 먹으면 심장의 관상동맥에 칼슘이 침착되어 혈관이 딱딱해지고 협심증 등의 관상동맥질환이나 뇌경색 등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걸 보고 마음이 영 불편했다.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였는데 말이다. 


연구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가 저렇게 나왔다가 

도대체 어떤 장단에 맞춰서 연구 결과를 현실적으로 적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일단 공부할 여유와 시간이 없으니 전문가 선생님의 도움을 청해본다.


우리병원 유방암 환자들의 뼈 건강을 관리해 주시는 내분비내과 이유미 선생님께 이것저것 여쭤보기로 했다. 


미국와 우리나라의 식단과 식습관에는 큰 차이가 있어서

음식을 통한 필수 칼슘의 섭취량이 기본적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한다. 

를 들면 미국인들은 하루동안 필수 칼슘 섭취량이 1000mg이 넘는 것에 비해 

한국인들은 450-500mg 정도의 칼슘을 음식으로 섭취하는 편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기본 섭취량을 넘어서 

추가적으로 약제 형태의 칼슘을 더 먹는 것이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른다. 

쓸데없이 칼슘을 너무 많이 섭취하게 되면 심장을 먹여살리는 관상동맥에 잉여 칼슘이 침착되어 심장병을 유발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합성 약제의 형태가 아니라 음식으로 이를 추가할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것 자체가 큰 연구 토픽 중의 하나이다. 


  

씹어먹는지 그냥 삼켜먹는지, 약마다 함유하고 있는 비타민 D의 용량, 칼슘의 용량에서 차이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섬세하게 조절하면서 약 복용을 교육해야 할지가 관건이다. 때에 따라서는 약을 끊어주는게 필요할텐데, 약을 주기 시작하는 것은 쉬워도 언제 끊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어렵게 느껴진다. 


환자 중에 타과 진료를 보러가기 싫어하는 경우에는 - 지방에서 그 진료 때문에 별개로 서울에 또 와야 하고 나는 더이상 새로운 의사를 만나고 싶지 않다 -   내가 칼슘과 비타민 D를 조절해 주는데 영 자신이 없다. 관련 검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매번 낯설다. 내가 늘 고민하던 주제가 아니라서 그런가 보다. 


처방은 다소 보수적으로 하는게 나은거 같다.

내가 호감을 갖는 약제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 1-2개 나온 것으로 의사로서 나의 믿음을 주는 것이 때로는 위험할 수도 있다.

여러 개의 3상 연구에서 

동일한 효과와 유의미성을 입증해야 한다. 

나의 처방 패턴이 이런 유행에 부화뇌동 하지는 않은지 잘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하물며 이런 지경인데

임상연구로 입증되지 않은 채 

비싸기만 한, 심지어 해로울 수도 있는 수많은 건강보조식품이나 한방혼합약제 등을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환자들이 무엇을 먹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다. 



일단 공부 좀 해야겠다.

Do not harm.

환자에게 특별히 도움이 되게 잘 하지는 못할지언정 환자를 나쁘게 하지는 말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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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의 그녀. 

담낭암을 진단받고 

수술과 방사선치료, 항암치료를 다 마치고 3개월만에 처음 찍은 CT에서 재발된 것을 확인하였다.

아무런 증상이 없다.

국소적으로 재발이 되었다.

그래서 또 재수술을 하고 다시 항암치료를 하였다. 

항암치료 세번 하고 찍은 CT에서 또 다른 부위에서 재발이 된 것을 확인하였다.

역시 아무런 증상이 없다.

약을 바꿔서 항암치료를 여섯 싸이클을 했다.

그런데 병이 더 번져있었다.

다시 약을 바꿔서 항암치료를 했다.

이번에는 약물 부작용으로 설사하고 입안도 많이 헐고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

아무 증상도 없는데 계속 항암치료를 했더니 몸만 상하는것 같다.

그녀는 더 이상 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10kg 이상 살을 뺐다.

그리고 명품 브랜드 옷도 꽤 샀다.

부자는 아니지만 모아놓은 돈을 다 써서 좋은 옷과 핸드백, 악세사리등을 사 모았다.

그동안 입었던 옷은 다 버렸다.

누가 봐도 멋지고 세련된 아줌마로 변신했다.

자기가 가지고 있던 돈을 다 쓰고 죽기로 결심했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으니 여기 저기 여행도 많이 다닐 예정이다. 

구찌뽕, 약초다린 물, 흑마늘, 몸에 좋다는 것을 다 먹는 식이요법을 하고 있다.

병은 여전히 조금씩 진행중이다.

다른 병원에서 온열치료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저것 대체 약물 요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자기는 원래 별로 하고 싶지는 않은데 

동생이 원하니까 하는 거라고 한다.

그냥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시간이 나면 치유집회를 다니신다. 

그녀의 신앙은 다소 기복적인 측면이 있는것 같다.

하느님이 나를 낫게 하고 다시 쓰실 것으로 믿고 있다고 한다. 


CT 상으로 병이 조금씩 나빠지고는 있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고 아직까지 복강 안에 머물러 있다.

담도계 병은 치료가 어렵다.

뾰족한 약도 없다.

황달이 오면서 밥도 못 먹고 통증 조절도 어려운 병이지만

그녀의 임상양상은 좀 다르다.

좀 느리고

증상이 없다.

그래서 나도 항암치료를 더 이상 적극적으로 권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녀가 대체의료에 너무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것에 대해 여러번 설명하고 굳이 그러지 마시라고 우회적으로 말씀드렸지만, 증상이 별로 없고 어디 특별히 아픈 곳이 없는 그녀는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살겠다고 한다. 그냥 자기 마음 편한대로.



한편으로 

자기는 처음 진단받고 수술했을때, 수술만 하면 완치가 되는 줄 알고 철석같이 의사가 시키는대로 다 했는데 재발한 것에 대해 내심 원망이 있는 눈치다.


누구나 그렇듯이 사람 관계는 첫 인상, 첫 만남이 중요하다. 평소 건강했던 그녀는 병원이라고는 다녀본 적이 없다. 의사도 생전 처음 만나본다. 의사선생님이 시키는대로 했는데 병이 낫지 않으니 신뢰감이 떨어진것 같다. 드러내놓고 그런 내색을 하지는 않는다. 특별히 비협조적이고 말 안듣는 그런 환자는 아니었다. 

 


의사가 환자 마음을 얼마나 편하게 해줄 수 있는걸까.

지금 마음이 편하고 좋다하니

그냥 그녀가 하고 싶은대로 놔 두자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굳이 우리병원을 계속 다닐 필요가 없는데

완화의료팀 만나러 오신다.

자기 사는 얘기도 잘 하신다.


의사가 지시하는 대로 살지는 않지만

그렇게 나름으로 사는 환자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서

의사로서 알 수 없는 환자들의 삶과 가치관, 병을 다스리고 사는 방법을 접하게 된다. 


뭐든

내가 원하는 대로

누구든

내가 하자는 대로

인생이 다 그렇게 되는건 아니니까.


누구나 자신의 몫으로 주어진 인생을 

자기 방식으로 사는 것이고

인생에 정답은 없는 거니까. 


그녀가 나를 필요로 할 때

그 때 도움이 되는 의사가 되어야지.

나를 찾을 일이 한동안 없기를 기도해야지. 

그것이 내가 그녀를 위해 할수 있는 유일한 기도. 










 

  • 달콤한 우주 2013.11.25 01:22 신고

    아픈 이들을 위해
    30년이 넘는 세월을 쉼없이 달려온 형부...
    이젠 자신의 병과 마주하며
    병원 간판을 내리고
    주변을 조용히 정리해 나가고 있습니다.

    가족들에게 자신의 아픔을 내보이기 힘들어 하셔서
    한밤중, 새벽쯤에 더 심해지는 통증을 혼자 감당하려 하세요.
    점점 살은 빠지고, 복수는 차오르고
    호흡 곤란이 한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대학병원에서는 할 수 있는 치료가 더 이상 없다고 했고
    다른 대학병원에선 증상 완화나 지연을 위해
    고주파온열치료 주 3회와 방사선 치료 주 1회(워낙 힘들어 하셔서)를
    제안해서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두달이 고비란 이야기도 하시고...

    가족들이 힘을 모아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려 하지만
    음식에도, 약에도, 치료법에서도 많은 한계들이 있어
    또 무엇이 형부를 위해 가장 좋을지 알 수 없어
    그 무력함에 참 힘이 듭니다.

    삶의 탄성지수가 참 높다 생각했는데
    가슴 속에 번져가는 슬픔을 어찌할 수 없네요.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조금이나마 운동을 같이 하고
    좋은 식자재를 찾아 영양가가 높고 소화가 잘되는 요리를 하고
    일상을 같이 이야기하면서
    곁을 함께하는 일입니다.

    각자 자신의 맘 속의 슬픔이 보여
    형부가 더 힘들어질까봐,
    다른 가족들이 더 슬퍼질까봐,
    애써 감추고 아니 의연해지려 노력합니다.

    정말 어찌할지 몰라 답답한 맘이 들어
    선생님의 블로그에라도 넋두리처럼 말하게 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1.25 17:35 신고

      지금 하시는 것 이상으로 더 잘 하시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계십니다.
      호스피스팀은 만나 보셨나요?
      슬픔을 현명하게 나누어갖는 방법을 찾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호스피스 팀에서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삶을 포기하는게 아니라
      더 값지게 쓸 수 있도록요.
      그리고 원래 통증은 새벽에 심하니
      밤에 진통제를 드시고 주무시면 좋겠습니다.
      변비약 꼭 같이 드시구요.
      진통제를 잘 쓰는 것이 중요한 시기인것 같습니다.

  • 달콤한 우주 2013.11.25 20:19 신고

    감사합니다~
    호스피스팀을 만나 볼께요.
    바쁜 가운데 챙겨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가끔씩 맘이 너무 힘들면 들렀다 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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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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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마다 최초 암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가 끝나고 정기적인 검사를 하고 추적관찰을 하는 방식이 약간씩 다른데, 우리 병원 유방암 클리닉에서는 외과가 이를 담당하고 있다. 정기검진을 하고 검사결과를 확인하러 오는 재진 환자들이 누적되어 외과 선생님들 진료 예약이 꽉 차다보니 수술을 해야 하는 유방암 신환 외래예약이 지연된다. 그래서 요즘에는 형편에 따라 내과에서 이를 담당하기로 했다

그래서 1-2년전에 나랑 항암치료를 했던 환자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마지막 항암치료 하는 날 굿바이! 이제 나 볼일 없이 잘 사세요하고 헤어졌었는데, 불현듯 다시 만나게 된 그들.

 

4번 혹은 8번의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그들은 평생 남들에게 자기 어려움 내색하지 않고 자존심 지키며 살아왔던 자신의 일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였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그리고 치료는 그 기간만으로 끝나지 않고 지지부진 후유증이 남아서 몸 컨디션이 회복되기까지는 그만큼의 시간이 더 걸렸다.    

 

그들은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다른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어려움을 나에게 토로하며 울기도 하고, 힘들다고 징징거리기도 하고, 더 이상 치료받고 싶지 않다고 떼를 쓰기도 했었다. 나 또한 그들 마음의 이면에는 진짜 치료를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나 지금 많이 힘드니까 위로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별로 잘 하지 못했다. 진료시간을 핑계로, 나도 힘들다는 것을 핑계로, 때론 쌀쌀맞게, 때론 혼을 내기도 하며, 환자를 위한 섬세한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건네지 못했다. 마지막 항암치료를 하는 날, 서로가 속 시원했겠지. 서로가 더 이상 볼일이 없게 되었으니까.

 

전날 외래 리뷰를 하면서 이름만 봐서는 누군지 잘 기억나지 않았는데, 외래에 들어오는 순간 그들과 함께 지지고 볶으며 치료했던 시간들이 순식간에 다 떠오른다.

 

어머, 많이 예뻐지셨어요. 피부도 훨씬 좋아지셨네요.

 

그래요? 운동 많이 했어요.

 

근데 콜레스테롤도 좀 높고 지방간도 생긴거 같아요.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할거 같네요.

 

매일 한시간 이상씩 걷고 등산도 자주 다니고 그랬는데

 

호호, , 원래 항암치료 받고 나면 지방질 대사가 원할하지 않은거 같아요. 대부분 콜레스테롤 수치도 올라가고 지방간도 생기고 담당에 콜레스테롤 폴립도 많이 생기는거 같아요. 그리고 2-3kg씩 살도 찌구요. 지금 호르몬제 드시잖아요? 그거랑도 관련이 있어요. 암튼 남들보다 2-3배 열심히 운동해도 살이 잘 안 빠져요. 그러니까 다음번 6개월 후에 검사하기 전까지 살을 2-3kg만 빼보세요. 다 좋아질 거에요.

 

그래요? 호르몬제가 관련이 있군요. 그거 꼭 먹어야 하나요? 제가 음식을 많이 먹거나 그런 편도 아닌데 자꾸 살이 찌는거 같아요.

 

그럼요. 호르몬제는 꼭 드셔야 해요. 호르몬제를 규칙적으로 먹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은 재발율이 30% 이상 차이가 납니다. 살이 찌는 것 같고 몸이 찌뿌뚱하고 컨디션이 안 좋은거 같아도 호르몬제는 무조건 드셔야 해요.

 

, 그럴께요.

근데 선생님은 별일 없으시죠? 얼굴살도 빠지고 좀 피곤해 보이시네요.

 

, 늘 그렇죠. 살이 다 배로 가는거 같아요. ET 아줌마의 특징이죠.

 

비록 암치료는 끝났지만, 그들에게는 치료 후 건강관리를 위한 지침이 필요하고,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재발의 두려움을 몰아내 줄 심리적 지지가 필요하다. 항암치료를 하던 때와는 달리 이들은 많이 건강해져 있고 마음도 많이 차분해졌다. 뭔가 이들을 위한 교육 및 지지프로그램을 제공해 주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와는 또다른 형태로 접근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예쁘게 화장하고 멋지게 차려입고 이제 더 이상 환자가 아닌 채로 나타난 그들을 만나니 생명 에너지가 느껴진다. 유방암 1기든 3기든 병기의 심각성과는 상관없이 그들 모두는 자기 삶의 다시 없는 위기를 이겨내고 새 삶을 꾸려가고 있는 작은 영웅들이니까. 수술한 유방이 조금만 찌릿해도, 폐경 증상으로 몸이 쑤실 때마다 이게 혹시 재발은 아닌지, 6개월에 한번씩 검사를 하고 나면 그 결과를 확인하는 날까지 잠 한숨을 제대로 못자며 마음을 졸이는 반복되는 일상을 꿋꿋하게 잘 견디고 있는 작은 영웅들이니까.

 

그들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빵이랑 커피를 좋아한다는 걸.

그래서 꼭 진료를 보고 나가서 간호사를 통해 빵과 커피를 사서 넣어준다.

짧은 쪽지와 함께.

 

선생님, 오늘 반가왔어요. 제가 치료받는 동안 선생님이 큰 힘이 되었어요. 다른 환자들에게도 그렇게 잘 해주세요. 

    

환자에게서 받는 에너지.

환자가 나에게 주는 마음.

아마 그것이 나를 진료실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런 쪽지를 받고 나면

나의 모든 어려움이 상쇄된다.

 

, 다시 돌쇠의 정신으로, 한주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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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물찾기 2013.11.26 20:53 신고

    저두~ 환자들이 쪽지 주면 기분이 좋더라구요~ ^^ 별거아닌데두요~ 힘내세요 교수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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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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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가족끼리도

멀리서 보면 다정하게 대화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보면 그들의 이야기는 대화가 아니라 서로 자기 얘기만 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나대로 내 이야기를 쏟아 놓고

상대방은 상대방 대로 자기 이야기를 쏟아 놓고 있다.

사실 각자 독백을 하는 건데 같은 공간에 있을 뿐이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게 대화냐, 독백이냐?


그렇게 말하고 웃는다.

그렇게 웃을 관계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진심을 다한 대화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이성적 준거에 의한 의사소통을 잘 하는 일 조차 생각보다 쉽지 않다.

대화는 어쩌면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은 적이 있는 환자들은 우리 병원에 올 때

그 병원에서 치료받은 의무기록과 검사결과들을 가지고 온다.

모든 기록을 다 떼어 와도

그 당시 의사는 내심 어떤 판단 기준에 의해 그런 치료적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쉽게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기회가 닿으면 그 선생님에게 연락을 하여 당시 정황을 묻고 지금의 상황에 대한 해석을 들어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아, 그저 짐작을 하게 된다. 아마도 이러이러한 근거하에 이러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 같다 그렇게 말이다.


또는 그 병원에서 제시하는 치료를 받지 않고 우리병원에 오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치료를 받지 않고 한참 있다가 오는 바람에 지금의 나로서는 적절한 대안을 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 



유방암 수술 후 3기말로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도 하고 방사선치료도 하고 호르몬치료도 받아야 했던 환자다.

그런데 아무것도 받지 않고 2년 가까이 지내다가 

갑자기 목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고 목이 잘 움직이지 않는 증상으로 우리병원에 왔다. 

환자는 목에 임시 기브스를 한 채 외래로 걸어왔지만

나는 한 눈에 이것은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서둘러 당일 신경외과 외래를 접수하여 환자를 글로 보냈다. 

그리고 환자는 신경외과에서 당장 입원하여 수술을 받았다. 

큰 일 날뻔 했다. 


수술 후 환자를 다시 만났다.

통증도 없고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움직일 수도 있게 되었다. 

급한대로 호르몬치료부터 시작했는데, 약 먹은지 2주도 안되었는데 호르몬치료에 의한 폐경증상으로 환자가 밤에 잠을 잘 못자고 훅 달아오르는 느낌때문에 불편해 하기 시작한다. 약에 매우 민감한 스타일이구나...


근데요

왜 그때 수술받고 나서 항암치료도 안 받고 아무것도 안 하셨나요?


선생님이 치료 과정에 대해 너무 무섭게 말씀하셔서요.


원래 의사들이 그래요.

긍정적인 면만 말할 수는 없잖아요.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합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좋은 얘기만 할 수는 없답니다.


그래도 저는 그 설명을 듣고는 도저히 치료를 받겠다고 말할 수가 없었어요.


치료 안하겠다고 하니까 그 선생님이 뭐라고 하던가요?


호르몬 치료라도 하라고 했어요.


근데 왜 안하셨어요?


그냥 다 무서워서요. 

호르몬 치료도 나름 부작용이 있다고 하셨는데

저는 원래 모든 약에 민감한 편이고 부작용도 많이 나타나는 편이라 왠만하면 약을 안 먹고 견디는 편이거든요. 


그렇지만

그때 뭐가 되었든 치료를 했으면 이번처럼 심각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지도 몰라요. 


그러게요. 

그때 선생님하고 좀 더 얘기를 해 볼걸 그랬나봐요.



환자가 특별히 고집스럽거나 자기 주장이 강한 스타일은 아닌것 같다. 

겁이 좀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성격이 좀 예민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다지 특별한 캐릭터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도 담당 선생님이랑 충분히 얘기가 잘 안되었나 보다. 3기 말이면 상당히 재발의 위험율이 높은 그룹이기 때문에 왠만한 의사라면 환자가 원하는대로 놔 두지는 않을텐데...



환자들은 

심리적으로 한번 위축되면

자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원하지 않는 정보는 잊어버리는 것 같다. 

의사로서 해야 하는 모든 설명을 다 해 주어도

나중에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이기도 하다.

우리처럼 대화 시간이 부족하고 진료의 많은 시간이 의사의 일방적인 독백 구조로 채워지는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내 환자 중에도 수많은 환자들이

나의 윽박지르는 듯한, 강요하는 듯한 설명에 질려서

다른 전문가의 의견과 설명을 듣고자 나를 떠나고 있을 것이다.

지정된 외래에 환자가 오지 않으면 외래 간호사 선생님을 통해 몇번 연락을 해 보게 하지만

일정 시간이 흐르면 차츰 잊혀진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환자를 만났을 때는

치료를 받지 않고 나름으로 건강추구행위를 하다가 많이 나빠지고 아파서 오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그때 왜 안 오셨어요?


너무 무서워서요.


저한테 그런 심정을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선생님 너무 바빠 보여서 더 설명을 요구하기가 어려웠어요.

열심히 설명하신거 같은데 제가 더 말하면 무례한것 같기도 하고 

선생님이 내 입장을 고려해 줄 것 같지도 않고 그랬어요. 


...


일차적으로는 시간이 문제다.


생전 처음 항암치료라는 것을 받아야 한다는데

내 병이

내 운명이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

도대체 항암제라는 걸 맞으면 어떻게 되는건지

항암치료를 받으면 완치가 되는건지

항암치료를 받으면 일상 생활은 할 수 있는 건지

우리 가족은 누가 돌봐줄 수 있을지

돈은 얼마나 들지

당장 내일 아침 밥상은 나 대신 누가 차려줄지 


나를 처음 만난 환자들은 항암치료를 앞두고 불안감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치료 자체, 그리고 더불어 나의 미래. 


그런데 내가 그들에게 할애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그들에게 내 설명은 너무나 축약적이고 어렵고 공감하기 어렵다. 



그런데 만약 시간이 더 많이 주어지면

잘 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 재진 암환자를 진료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5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던대로 15분 진료를 하는 그룹과 진료 시작 앞뒤로 20초씩 환자의 마음에 공감을 보이는 표현을 하도록 진료하는 그룹을 비교하여 환자의 만족도와 치료 순응도를 조사했더니 후자 그룹에서 월등히 만족도도 놓고 의사의 처방과 진료에 대한 순응도도 높게 보고 되었다고 한다. 

환자의 마음을 움직이는데는 40초의 시간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내 외래는 3분 진료라고 비아냥 대지만

사실 3분 혹은 5분만으로 진료가 끝나는 환자들은 별로 없다. 현재 병이 잘 조절되고 있고 증상이 없어서 자기 일상생활을 잘 하고 있는 일부의 환자들이 그렇게 짧은 시간으로 진료가 가능하다. (그리고 그들과 그렇게 짧은 진료만으로도 문제가 안되는 것은 이미 그 전에 오랜 시간동안 같이 고생한 과거의 경험, 그리고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미 지지고 볶고 다 해서 서로 알 걸 다 알기 때문이다.) 


그런 안정적인 환자들 일부를 제외하고는 환자의 생활사 전반까지, 마음까지 다 묻는 외국 진료현실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사실 5분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10분에 3명이 예약되어 있는 내 외래는 늘 지연되기 마련이다. 아예 예약을 10분에 2명이상 되지 않도록 강제지정하면 오전 진료는 2시가 넘어서, 오후 진료는 6시가 넘어서 끝날 것이다. (나는 오전 진료는 아무리 늦어도 9시에, 오후 진료는 1시에 시작한다.) 

 

최대한 노력한다.


제 설명이 이해되시나요?

더 궁금한 것은 없으신가요?

마음에 꺼림찍한게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많이 힘드시죠?


그렇게 질문을 던지고 환자가 답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단 40초만이라도.



그래서

진료실 말잔치가 

공허한 나의 독백이 아니라

힘든 시간을 함께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우리의 대화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 김현주 2013.11.21 21:53 신고

    자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거 정말 이해되요
    정말 맞아요 ㅎ
    무섭구 두려울땐 더욱 ~~

    독백이 아닌 우리의 대화를 고려해주시는 교수님이 감사하네요 ㅎ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1.22 06:43 신고

      그건
      인간의 본질적인 속성인거 같아요.
      환자라서 더 취약한 측면이 있는 거구요.
      저도 의사로서 그런 환자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는 처지라
      늘 반성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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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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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의료행위는

급여가 되는 항목과

비급여가 되는 항목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게 정해져 있는 항목 이외의 어떤 처방이나 의료행위는 다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환자가 심평원에 민원을 제출할 경우 해당 진료비를 환자에게 모두 다 환급해 주어야 합니다. 

사안에 따라 벌금을 내는 경우도 있는것 같습니다.

그런 항목을 '임의비급여'라고 합니다. 

그래서 절대 임의비급여로 치료하거나 약을 쓰거나 검사하면 안됩니다.

그건 불법이 되는 셈이니까요. 

(대표적인 사건으로 소아 백혈병 치료 중 사용한 백혈구 생성 촉진제를 임의비급여로 과다하게 사용했다며 민원을 제기한 서울성모병원 사건입니다. 그 사건을 보며 비슷한 환자군을 진료하는 의사로서 매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절대 소신대로 진료하지 말고 법대로 진료해야 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그런데도 전 가끔 불법을 합니다.

환자들이 민원을 제기하거나 소송하면 100% 다 제 책임입니다. 

그래서 덜덜 떨면서 불법행위를 합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약을 썼는데 성적이 좋지 않아 환자가 나를 고소하면 어떻게 하지 그런 공포심을 느끼면서도 

가끔 불법을 합니다.

제가 불법 행위를 하면 불법 처방이 병원에 보고가 됩니다.

이제 절대 안하려구요. 


다행히 의료행위가 아닌 것은 괜찮습니다.


전 가끔 비의료행위에 관해 환자들에게 소개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소심하게도 저에게는 단돈 10원 한장 들어오는게 없다는 걸 먼저 밝히면서요


예를 들면


항암치료 중에 손발톱이 찌글찌글 해지는 경우가 흔한데요

그런 증상을 예방하거나 완화시키는 매니큐어나 보호제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특정 회사에서 개발된 거라 공공연하게 밝히기는 그렇네요)  

예방용으로는 한달에 한병, 치료용으로는 한달에 2병정도 쓰게 되는 이 매니큐어는 

본인도 의사이면서 항암치료 중인 제 친구가 자기가 발라보니 영 손톱이 멀쩡하다며 환자들에게 알려주면 좋을거 같다고 소개해 준 것입니다. 

의약품이 아닌 것으로 분류가 되어 있어 병원 처방이 안되고 우리병원 의료기 상사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격도 매우 비쌉니다. 한병에 56000원 정도 하는거 같습니다. 보험이 안되니까 비쌉니다. 비싼 걸 소개하려니 영 그렇습니다.

 

학교가는 아이들 옷 매무새도 봐줘야 하고, 딸애 머리도 빗겨줘야 하는데

손톱이 거칠어서 애기들 볼에 상처날까봐 노심초사하는 엄마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저는 젊은 엄마들에게 이 매니큐어를 소개합니다.

샾 같은 곳에 가서 한번 네일케어 받는데도 3-4만원 하니까 

한번 이거 발라보라고 말이죠. 


또 같이 쓰는 손 보호제도 일반 보습제나 제가 의약품으로 처방하는 스테로이드 크림보다 효과가 더 좋은거 같더군요. 비싼것만 빼면 훨씬 좋아보입니다.


그 회사에서는 이렇게 항암치료 중인 환자의 피부- 헤어, 두피, 손발톱 등을 포함 - 부작용을 예방 치료할 수 있는 제품을 많이 개발했더군요.


소심하게 다시 한번 밝히지만 그 회사와 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오늘은

우리 학교 후배이며 본인도 의사로 일하고 있고 

지금 항암치료 중인 엄마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분께 메일을 받았습니다.


탈모로 스트레스를 받는 엄마를 위해

피부과 친구를 통해 도움이 될만한 약을 알아봤다며 

저에게 추천해 주더군요. 

역시 처방전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제품들입니다.

그래서 역시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마 전 세계적으로 한국만큼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이 질이 좋으면서도 싼 나라도 없을 것입니다.)


이 약들이 어떤 약인지 제가 먼저 알아보고 공부를 해야겠지만

괜찮다고 판단되면 

저는 환자들에게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그런데요

환자들에게 이런 설명을 할 때 

기분이 좀 묘합니다.

제가 마치 외판원 같기도 하고 특정 제품을 취급하는 회사와 뒷거래가 있는 약장사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혹시나 나를 그런 사람으로 볼까봐 우려도 됩니다.


그런 눈치를 보면서 진료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꾸 경고 먹으니까 그런거 같습니다.

전 아직 관련 소송을 당한 적은 없는데요

한번 그런 일을 당한 선생들 얘기를 들으면 

환자를 위한다는 소신 진료가 뭔지 원칙도 모르겠고 환자를 진료하는 것도 덧없게 느껴진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런 날을 맞이하면

새가슴이 되겠죠.

어떻게 하는게 잘 하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 일들이 점점 많아지는데

분노하지 않고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는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자꾸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암튼 전

특정 회사와 전혀 관련이 없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ㅠㅠ 

 


 


 




  







 



 



  • BlogIcon 이수자 2013.11.20 09:14 신고

    선생님의 글들을 읽으며, 내 병에 대한 정보도 얻고 용기도 얻고 있습니다.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표적항암치료 과정을 거치고 재발이 없기를 기원하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관리도 나름대로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여 컴퓨터를 켜면 선생님의 블로그를 제일 먼저 확인합니다. 주시는 여러 가지 정보가 저희들한테는 어떤 보약보다도 달디다니 용기를 가지시고 계속 좋은 진료하시기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삼성에서 치료를 받은 사람입니다. 이수현선생님 화이팅하시고 건강관리 잘하세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1.20 18:25 신고

      에이
      이제 이런 블로그 들어오지 마세요.
      그냥 지금처럼 열심히 잘 사시면 됩니다.
      제가 진료한 환자분도 아닌데, 저에게 이렇게 격려의 글을 남겨주시니 왠지 쑥쓰럽습니다. 그래도 진심으로 저에게 더 잘하라는 응원을 보내 주시는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ehfvkfl 2013.11.20 21:30 신고

    슬기 엄마의 글들을 읽어보면 의사로서 정말 공감하곤 하는데요,
    가끔 슬기 엄마의 독특한 이력을 보면서 만약에 슬기 엄마가 사회학에서 멈춰서 사회학에 정진하는 의사가 아닌 사람이 되었더라면 어떤 글을 쓸까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아마도 지금 의사들을 백안시하는 환우회 간부들이나 일반 국민들과 같은 글을 쓰시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죠, 그래도 슬기 아빠가 의사시니깐 그래도 그정도 글들을 쓰시진 않을거야 라는 기대도 해보긴 합니다.

    의사에 대한 적의는 전 국민이 의사가 되어야 없어질래나요? ㅠㅠ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1.21 09:27 신고

      글을 주신 분이 어떤 선생님이신지는 모르겠는데요
      아주 정곡을 찌르신거 같습니다.
      제가 만약 의사가 아니었다면, 의사로 일해보지 않았다면
      이런 정서는 갖지 않았을거 같습니다.
      저 또한 병원을 자주 다니며 불편함 불신 불쾌한 경험이 많아
      시작한게 의료사회학 공부였으니까요.
      제한된 경험으로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역시 지금까지의 제한된 나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늘 혼란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게 인생인거 같습니다.

  • 윤경아 2013.11.21 08:53 신고

    전 제 주변 사람들에게 선생님 자랑하고 다녀요. 환자들의 소소한(?) 질병과 고민거리까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주시려 하는 종합병원 종양내과 샘이 바로 내 주치의 샘이다~!!!
    하트 발쏴해드릴게요 오늘도 힘 불끈불끈 내세요~~~
    ♥♥♥♥♥♥♥♥♥♥♥♥♥♥♥♥♥♥♥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1.21 09:27 신고

      감사합니다!

  • BlogIcon S.J.Pae 2013.11.21 15:16 신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은 저보다 더 인간적이신 것 같습니다.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1.22 06:39 신고

      감사합니다.
      제가 좀 인간적이기는 한데
      그래서 헛점도 너무 많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ㅠㅠ
      두가지가 배치되는 미덕은 아닌데...

  • 일본에서 2013.11.21 15:45 신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제품은 한국제인가요? 제품명 그냥 가르쳐주시면 안될까요?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1.22 06:41 신고

      아닙니다.
      앞의 제품들은 프랑스 회사인 EvoLife 라는 회사에서 나오는 제품들이에요.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뒷쪽의 탈모제품은
      판토가(pantogar) + 엘-크라넬(Ell-Cranell alpha solution) 라는 조합인데 아주 확고한 data가 있는 약제 조합은 아닙니다.
      pantogar는 일종의 두피 영양제이고 e-bay 와 같은 외국 표핑몰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약이며 엘 크라넬은 의사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약입니다.
      약간 망설이다가 그냥 알려드립니다. ^^
      도움이 되시길.

    2. 윤경어 2013.11.22 09:57 신고

      판토가는 복제약이 나와 있어요. 두 곳인데 그 중 하나가 마이녹실 S캡슐인가 그래요.샘 말씀처럼 약은 아니고 영양제예요. 효모? 일 겁니다. 복용하던 거라 쫌 알아요. ㅎㅎ 판토가보다는 좀 저렴한 걸로 알아요.

  • 사꾸니 2013.11.27 13:04 신고

    마이녹실을 영양제?라 표현하면 아니것 같다는 생각이들어 말씀드립니다. 마이녹실의 주성분은 미녹시딜이며 고혈합치료로 개발되다가 부작용으로 머리가 나는현상이 생겨 탈모치료제로 여자는 3%, 남자는 5%의 함유량이 들어있으며, FDA(미국식약청)에 승인되어있는 제품입니다. 쉽게 말하면 혈관 확장제로 혈관속의 혈류량을 높여 머리가 잘 자랄수 있는 조건으로 만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6개월에서 1년정도의 장기적으로 발라야 효과를 보이며, 중단할경우 다시 기존의 모발이 빠지는 현상이 있고 일부 혈압이 떨어지는현상도 있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두피영양제는 아닙니다.

    1. 윤경아 2013.11.28 10:04 신고

      마이녹실 바르는 건 사꾸니 님께서 말씀하심 게 맞구요. 마이녹실 S캡슐이라고 판토가 복제약으로 나온 게 있어요. 같은 현대약품이라 그렇게 이름지은 것 같아요. ^^ 그나저나 항암 수술 끝나고 머리 다시 날 때 바르고 복용해도 될지 모르겠어요. 이젠 뭐 하나 하려면 겁나네요...

    2. 윤경어 2013.11.28 10:07 신고

      아..글고 효모가 주성분인 걸로 알아요. 독일 맥주 공장 직원들 손발톱이랑 머리카락이 유난히 건강해서 추적관찰하다가 나오게 된 약이 판토가라고 하네요. 제가 알기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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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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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병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 난소암 환자.

환자는 병원에서 2시간 거리에 산다.


환자는 올 2월 이후로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2월까지 썼던 항암제는 나름으로 효과가 있어서 종양표지자 수치도 정상으로 유지되고

- 난소암은 종양표지자가 질병의 활성도를 비교적 잘 반영하는 암이고 환자 병 상태와도 상관관계가 높은 편이라 좋은 마커가 된다 - 

복통 등의 증상도 없었다.


다만 항암제의 독성 자체가 환자를 너무 힘들게 했다.

환자는 더 이상 치료를 하지 못하겠다고 항복 선언을 했다.

환자는 아이가 어려서 최선을 다해 치료하려는 사람이었는데도 

더 견딜 재간이 없었나 보다. 


한달 간격으로 경과관찰 하기로 했다.


항암치료를 중단한지 3개월만에 복수가 차기 시작한다. 

복수가 힘들어서 외래에 와서 물을 빼고 간다.

그 간격이 점점 짧아진다.

나는 복강 내 관을 넣고 

집에서 조금씩 물을 빼면서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떻겠냐고 했지만 

그는 싫다고 했다.

그냥 자기가 힘들 때마다 외래에 오겠다고 했다.


늘 당일 접수로 오니

외래 끝 무렵에 진료를 보게 되고 기다리느라 힘들다. 

오후 늦게 복수천자를 하고 돌아가려니 힘도 많이 빠진다.

그래도 그녀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항암 치료를 안 하는 동안 

그녀의 어머니는 한달에 수백만이 넘는 효소를 사서 그녀에게 먹였다.

그거 먹고 복수가 덜 차는 거 같다고 좋아했다. 

본인이 평생 모아놓은 돈을 다 써서 효소를 사 딸에게 먹였다. 

반짝 좋은 것도 같았지만 효과는 오래 가지 않았다. 

환자는 돈이 없는 어머니에게 더 이상 부담을 줄 수 없다며 자신이 사서 먹겠다고 했다. 

지금 항암치료도 안하고/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내가 직접적으로 환자를 위해 해주는 것이 없는데

효소 먹지 말라고, 별로 도움 안되고 돈만 많이 들거 같다고 딱잘라 얘기하는게 미안했지만

그래도 난 만류했다. 

그녀는 나한테 미안한듯 웃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계속 먹었다고 했다.)

난 내 말을 안 듣는 그녀가 안타깝고도 미웠다. 



복수를 빼러 외래에 오는 횟수가 잦아지고

복강 내 복수도 여러 구획으로 나누어져 점점 천자가 어려워지고 있다.

복막도 두꺼워지고 있는거 같다.  

항암치료 안할거니까 CT도 안 찍겠다고 한다. 

이렇게 자꾸 외래 오는거 힘드니까 관 넣자고 해도 그녀는 싫다고 했다.

배불러고 못 먹고 천자만 하면 탈수되니까 입원해서 몇일 영양제라도 맞으며 컨디션 조절을 하라고 해도 절대 입원 안한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오늘은 정말 많이 힘들었는지 

저녁 무렵 응급실로 오셨다.


왜 관을 안 넣으려고 하세요?


예전에 한번 넣었을 때 아이가 그걸 보고 깜짝 놀라더라구요 

엄마한테 이런게 있으니까 너무 무섭대요. 


아이때문에 입원도 안 하실려고 하는거에요?


네.


제가 예전에 항암치료 받으면서 병원에 입원하던 시절에

병원에서 입원치료만 하고 오면 집에서 내가 힘들어하니까

애가 입원을 못하게 해서요.

내가 입원하면 애가 밥도 잘 안먹고 밤에 울고 그런대요.


아이는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이다.

복수를 빼러 병원에 오는 엄마를 따라 다닌다.

초콜렛도 주고 음료수도 주면서 

아픈 엄마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어린 딸의 마음을 달래본다. 

그냥 음료수라도 하나 얻어먹는 재미라도 있으면 병원이 덜 무서울까 해서...



복수천자를 위해서는

이제 보통 바늘보다 훨씬 긴 바늘을 써야 하고

매번 초음파를 봐야 하니까 돈도 많이 든다. 

초음파 보고 바늘을 넣어도 잘 안나온다. 

주사실 담당 레지던트 솜씨가 좋은 날은 많이 뽑고 가고 한참 있다 오고 

곰손을 만나면 1000cc 도 못 뺴고 가서 금방 다시 외래에 온다. 

잘 하는 레지던트가 하게 해달라고 나에게 간곡히 부탁하지만 나로서는 조절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아무리 바늘로 여러번 찔려도 

아이가 무서워할까봐 관을 넣지 않고

아무리 힘들어도 

혼자 있는 아이가 울까봐 입원하지 않고 늦게라도 집으로 돌아가던 그녀가

오늘 입원을 했다.



당신의 유일한 피붙이를 위해

자기가 모은 돈을 털어 효소를 사 먹이는 엄마에게 미안해서

주치의가 먹지 말라고 하는데도 효소를 먹었다.

지금 그녀로서 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없었으니까. 


한달에 수백만원하는 효소를 먹느니 아바스틴이라도 써보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바스틴은 임의비급여로 

불법이다. 


불법보다 

효소가 더 나은걸까?


그녀를 위한 치료적 대안을 내지 못하는 나.


지난 8개월.

그녀는 충분히 많이 힘들었다.

최선을 다해 삶을 견디고 있다. 



지난 5월, 

내 차트를 보니

환자에게 앞으로 기대여명이 6개월 정도가 될 것 같다고 이미 이야기를 한 상태다.

환자는 내가 말하는 것보다 더 오래 산다고도 얘기했던 거 같다.


어쩔 수 없이 입원을 한 그녀.

생명의 불꽃이 조금씩 사그라져 가는게 느껴진다. 


그녀를 위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 지적카리스마 2013.11.12 10:24 신고

    환자에 대한 따스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절로 머리가 숙여집니다. 오늘 하루도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다경준우아빠 2013.12.07 13:48 신고

    가슴이 저릿한 젊은 엄마의 사랑과
    따뜻한 선생님의 환자 사랑에 눈시울이 뜨거워 집니다.
    제 아내를 더 사랑해 주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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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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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두살 젊은 자궁경부암 환자.

폐전이가 있다.

그런데 아주 조금 있다.

그래서 아무 증상이 없다.

폐전이가 발견된 후 항암치료를 했는데 효과가 없고 오히려 약간 크기가 더 커졌다. 많이 커진건 아니고 3mm 가 5 mm 가 된 그 정도다. 그런 점들이 몇개 안된다. 


그 상태에서 내 외래를 처음 방문하였다. 

이미 표준 항암제는 다 사용한 다음이다.



지금 특별히 불편한 증상이 있으신가요?

혹시 빨리 걸으면 숨차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 같은게 있나요?



없다고 한다. 



그럼 한달만 더 쉬다가 다음 치료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사실 지금 써볼만한 좋은 약이 없어요.

특별히 몸이 힘들게 하는 증상이 없으니 일단 좀 쉽시다. 

지금 어디 아픈 데도 없는데 

암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계속 항암치료만 하면서 살 수는 없어요.

몸도 좀 쉬어야 합니다.



그러는 동안 암이 더 나빠지는거 아닌가요?



아마 조금은 나빠질거에요. 

그렇게 좀 나빠지더라도 항암치료를 하면서 쌓인 독성도 좀 빠지게 기다리고

몸의 정상적인 기능들이 돌아온 다음에 치료를 시작하는게

그 다음 치료를 잘 견딜 수 있게 도와줄거에요.

지금 속도를 보아하니 빠르게 나빠지는 단계는 아니신거 같아요.



알겠어요.



처음 만난 의사가 치료 안하고 쉬자고 하니까 마음이 불안하고 그런가요?



좀 불안하기는 해요. 

근데 저도 사실 좀 쉬고 싶었어요. 



바로 치료를 시작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내가 내심 못 미덥겠으나

그녀 또한 계속 되는 치료에 지친것 같다.

그녀는 아주 똑똑하게 생겼다. 옛날에 공부 잘 했을거 같은 인상이다. 

환자가 똑똑해보이면 내가 좀 위축이 되는데(!) 

이 환자에도 마음의 부담이 약간 있었다.  

그래도 처음 만나 면담을 하는거 치고는 비교적 내 말에 우호적으로 대답을 해 주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내 말 중간을 끊고 자기 말을 하는 경향이 좀 있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감정적으로 약간의 흥분 상태가 느껴지기는 했지만

지금 이렇게 병이 않좋아지는 상황에서 정서가 안정되고 편안한 것도 어찌보면 정상이 아니니,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한달 뒤에 보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3주만에 왔다.



너무 가슴이 답답해서 왔다고 한다. 예약된 외래가 아니라 당일 접수로 해서 진료 마지막 시간에 그녀를 만났다. 

힘들었는지 맥박도 빠르고 얼굴도 붉게 상기되어 있다. 

가슴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큰 변화가 없다.

병이 조금씩 나빠질 수도 있다고 한 내 말 때문에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은 걸까? 

괜히 그렇게 얘기했나? 싶었다. 



엑스레이 상으로는 큰 변화가 없어보입니다.

청진상으로도 나쁜 소리는 안 들리는 거 같아요. 

가슴 답답한거 말고 무슨 다른 증상이 있나요?



기침도 하고 가래도 있고 산에 가면 숨도 차고 그래요.



산에 다니시나요?



산에서 살아요.



어디 사시는데요?



봉화에 살아요.

원래는 서울에서 살았는데 암 걸리고 나서 부모님이랑 봉화로 이사가서 산속에서 살고 있어요.



환자 이야기를 치료 기록과 맞춰보니

처음 방사선항암병용요법 시작할 무렵 봉화로 이사가신 것 같다.

봉화에는 인적이 뜸하고 깊은 산골짜기가 많다. 



거기서 병원 다니는거 너무 힘들지 않아요?

오늘 병원 오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가요?



대중교통으로 오니까 5시간 정도 걸려요. 집에서 한참 걸어내려와야 동네버스를 탈 수 있고, 거기서 봉화역까지 온 다음에 무궁화호 타고 서울 와요. 무궁화호가 자주 있는게 아니라 시간이 더 걸리는거 같아요. 



그녀는 내가 질문을 하면 아주 논리적으로 대답을 한다. 

원래 직업이 고등학교 수학 교사였다고 한다.



치료를 받으러 계속 병원을 다녀야 하는데 너무 외진 곳에서 살면 

병원 다니기가 너무 힘들어서 지칠거 같아요. 

오늘처럼 힘들면 병원에 빨리 와야 하는데, 병원에 오느라 힘 다 빠지겠네요.



그래도 괜찮아요. 이 정도는 다 견딜 수 있어요. 

정신만 좀 차리고 살면 좋겠어요. 



정신이 없나요?

항암치료를 받으면 신경계도 영향을 받아서 환자가 좀 그렇게 느낄 수도 있어요.



그게 아니구요, 저 정신분열병이 있어요. 

증상은 환청이구요. 

그래서 늘 정신이 없어요.

너무 여러가지 소리가 들려서 그러는거 같아요. 



환자가 딱부러지게 말한다. 

보통 환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딱부러지게 얘기하지 않는편인데 그녀는 툭 던지듯,  대놓고 얘기한다. 



무슨 소리가 들리나요? 



너 그렇게 해 봤자 낫지 않는다. 결국은 죽을 거다. 치료받아도 소용없다. 

저를 쫒아다니면서 그런 얘기를 계속해요.



지금도 들리나요?



네. 제가 선생님 얼굴 안 쳐다보고 다른 벽 같은델 보면 계속 얘기하는게 들려요. 

병원 다녀봤자 소용없다고. 넌 결국 죽을꺼라고 말해요.

부모님은 제가 산속 공기 좋은 곳에 가 있으면 좋아질거라고 봉화로 이사를 하셨지만

조용한 산속에 들어가 있으면 더 크게 들리고 절 괴롭혀요.

가파른 곳에 가면 뛰어내리라고 명령하고 그래요. 



그런 얘기 들은지 얼마나 되었나요?



4-5년 된 것 같아요. 그때 이혼했어요. 처음에는 이런 얘기가 들린 건 아니었는데, 암 진단받고서부터는 나를 괴롭히는 소리가 더 심해진거 같아요. 요즘에는 매일 환청이 들려요. 



환청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나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런 소리 계속 들으면 너무 힘들지 않나요? 



힘들어요...



정신과에 가서 진찰을 받고 약을 먹어봤냐고 물었더니

한달 먹어봤는데 효과가 별로 없는거 같았다고, 부모님은 정신과 다닐 필요 없을 것 같다고, 공기좋은데 가서 마음 다스리면 될거 같다고, 더 이상 병원에 보내시지 않는거 같다. 

우리 병원 정신과 협진도 한번 보기는 했다.

차트에 환청 얘기는 없다. 주요우울증이라고 판단했던 거 같다. 환청 얘기를 안한 걸까?



오늘 정신과 진료를 같이 봤으면 좋겠는데 

이미 정규 진료시간이 끝나서 협진을 낼 수가 없다.

내가 입원하자고 했더니 집에 가서 돈을 가지고 와야 한다고 한다. 오늘 가지고 온 돈이 얼마 안된다며.  부모님이 돈 관리를 잘 못하시기 때문에 자기가 해야 한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일단 오늘 흉부 CT를 찍고 가시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 외래에 오면 우리 병원 정신과 진료를 같이 좀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녀는 지금 너무 정신이 없어서 다음에 와서 얘기하자고 한다. 

기침약이랑 가래약만 타가지고 갔다. 

그녀를 진료한 시간이 오후 5시가 넘었으니 집에 돌아가면 캄캄한 밤중이겠다. 산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환청이 그녀를 또 괴롭힐텐데...



정신분열병 증상은 약을 먹으면 훨씬 좋아질 수 있는데...

이렇게 힘들지 않게 지내도 되는데...

가족의 사랑과 지지를 받아도 시원치 않을 판에

환청까지 그녀를 괴롭히고 있으니

그녀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당하는 고통이 너무 클 것 같다. 



다음주 외래에서 보자는 내 말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입을 꽉 다물고 고개만 끄덕이고 나간다. 



그녀에게 사방이 적이구나...   





 


 



  • 워니아빠 2013.11.11 11:18 신고

    산에 들어가기...
    아내에게 해주지 못한것이네요. 제겐 평생 한이 될수도 있는 말입니다.
    못들어가는 이유의 첫째는 돈이구요. 산에 땅사서 집지을 돈이 없고, 대출금, 생활비 등 돈 벌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어린 딸. 딸아이랑 떨어져 지내는 것도 아이에게 않좋고, 산에 데리고 들어가도 형제도 없어서 외로워 할것 같고...
    산에 들어가는 게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지만 대게 산에 계신 분들은 경과가 좋은 것 같더라구요.
    이젠 병원에서 해줄것은 없고 증상 관리만 한다네요.
    아내에게 넘 미안해요.
    그냥 죽어가게 내버려 두는 것 같아서...

    1.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1.11 23:30 신고

      아예 산에 가서 사는거 보다
      컨디션 괜찮을 때 1박 2일이라도 여행 다녀오시면 어떨까요?
      더 추워지기 전에...
      휴양림 같은 곳으로...
      항암 쉬면 컨디션은 오히려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요.
      증상 조절 잘하고
      몸 컨디션 되는대로 한번 시도해 보시면 어떨까요?
      전 가족 여행을 권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산보다
      아이와 함께 지내는게
      더 중요할 거 같아요. 제 생각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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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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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외래는

원래 내가 보는 환자들을 진료하는 날이 아니다.


항암치료 중에 기운이 없어 영양제를 맞고 싶은 사람

갖고 있는 약 이 떨어져서 약 타러 온 사람.

항암치료 하다가 부작용에 생겨서 증상 상의하러 온 사람.

백혈구 수치 떨어져서 촉진제 맞으러 오는 사람.

그런 환자들이다.


내가 담당 주치의가 아니므로

그들 치료 과정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도 없고 내릴 필요도 없기 때문에

어쩌면 부담없이 진료를 보면 된다.

당장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만 해결해 주면 된다. 


피검사 보고 백혈구 수치 낮으면 촉진제 주고

수혈이 필요하면 수혈 처방 해주고 

진통제 조절이 잘 안되서 아프다고 하면 진통제 조절해 주고

너무 아프다고 하면 입원장 주고 

약 필요하다고 하면 그 약 처방해 주고

그런 식이다. 


그래도

미리 예습을 한다.

어떤 환자인지는 알고 봐야 하니까.


내 환자가 아니라 병력 정리도 내 스타일이 아니라 이해가 잘 안된다.

(꼭 자기 방식으로 환자를 정리하려는 집착만 남아있는것 같다.) 

치료 과정 중 이땐 왜 이렇게 했지 궁금해서 당시 차트를 찾아 보거나 수술 결과, 조직검사 결과를 확인해 본다. 

어쨋든 내 방식으로 환자를 이해하고 외래를 들어가야 마음이 편하다. 


오늘은 토요일

바삭바삭 메말라 가는 가을 나무들에 애착이 간다. 

외래 끝나자 마자 산에 가볼 참이라 신발은 아예 등산화를 신고 출근했다.

산에 가는 복장으로 외래에 오실 분들을 리뷰해 본다. 



10년전에 28세 아가씨가 대장암을 진단받았다. 당시 가족성 대장 폴립증도 같이 진단받았다. 

그리고 이후 2번 재발되었다. 매번 수술과 항암치료를 하였다. 뱃속 수술을 하면서 난소에도 전이가 있어 두개 다 절제된 상태이다. 이제 30대 중반인데 심한 골다공증, 신부전 3기 상태. 수술의 합병증으로 요로 협착이 생겨 올 초에는 요관성헝술을 했다.

그리고 지난달 복강 내 대장암이 재발하였다. 다시 시작한 항암치료.

가족성 대장 폴립증이 잦은 재발의 위험 인자인것 같다. 그래서 첫 수술 때 전 장 절제술을 했는데도 복강내 림프절에서, 수술 문합부위에서 재발을 반복하고 있다. 


그녀는 거의 10년간에 걸쳐 우리 병원을 다니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다른 과 외래 기록을 보니 '어머니만 내원하심' 이라는 메모가 쓰여있다. 

환자가 검사만 해 놓고 엄마에게 결과를 듣고 약을 타오라고 하나보다.

차트에서 환자의 흔적을 느끼기가 어렵다.

항암치료 후 너무 기운이 없어 오늘 영양제를 맞고 싶다고 메모가 되어 있다.

나는 별 말없이 영양제를 처방하고 '잘 견디세요' 라는 말을 한마디하고 말겠지만

그녀에게 참으로 혹독한 시간일 것 같다.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녀를 만날 일이 두렵다. 




40대 후반의 여자.

이번이 세번째 암이다.

유방암.

갑상선암.

육종.

어떤 유전성 질환 혹은 가족성 질환이 아닐지 의심이 된다. 

그녀의 젊은 날에 띠엄 띠엄 암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 치료하고 있는 육종은 한번 수술하고 재발된 상태라 항암치료 용법도 복잡하고 약제의 독성도 심하다. 항암치료를 하기는 하지만, 효과가 그다지 좋지 않다. 아직 별다른 신약도 없다. 지방에 사는 그녀는 자주 서울로 올라오고 있다.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고 열도 많이 나는 치료다. 두달 전에도 내가 한번 본적이 있다. 


그때도 난 미리 그녀의 차트를 리뷰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진료를 준비했는데 

왠걸, 

그녀는 아주 발랄하고, 

외모는 아줌마 같지도 않고, 

결혼도 했고, 

아이도 다 컸고, 

아주 맹렬히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이었다. 

미리 걱정하고 혼자 우울해 했던 내가 무색했다. 

내가 상상하는 세상이 다 맞는 것은 아닌것 같다. 

차트를 리뷰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환자가 나를 만나고 진료실을 나가는데는 3분도 안 걸렸다. 

아주 마음이 가벼웠다. 




선입견을 가지고 환자를 만나면 안되겠다. 

객관적으로는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의 해법을 가지고 자신만의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다.

일상은 

그렇게 울면서, 찡그리면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우리 모두는 나름의 합리화 기전도 만들어 내고, 탈출구도 만들어서, 지금을 견디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 보는 나같은 의사에게 약한 모습 보이지 않고 씩씩하게 현실을 살아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치료받고, 

오랜 치료 기간에도 지치지 않고 자기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그들에게 한수 배우러 

외래로 고고씽!  

그리고 안산으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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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콤한 우주 2013.11.09 17:11 신고

    지난 정기검진 때,
    의사 선생님 옆에 앉아 무언가 해주실말을
    다소 긴장하면서 기다리고 있었지요

    모니터에 펼쳐진 내 차트와 사진들을 보시면서
    조용히 "어제밤에 제가 쭉 살펴보았는데..."

    어제밤에 미리 살펴보셨다는 말에
    마냥 고맙더라구요.
    명쾌한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상황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의사선생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든든하게 따뜻하게 다가와졌습니다.

    그런거겠죠~ㅎ

    1. 달콤한 우주 2013.11.09 17:14 신고

      ㅎ..듣고 싶은 말 베스트4의 덧글인데
      잠깐 나갔다 들어오면서
      잘못 달았지만
      그래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2. BlogIcon 이수현 슬기엄마 2013.11.10 10:00 신고

      기억하겠습니다.

  • 2013.11.10 14:13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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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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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임상암학회는 1년에 4회 소식지를 내고 있는데

'의사로서의 블로깅'에 대해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써 본 글입니다. 

진부한 소개글은 쓰고 싶지 않아

조금 형식에 변화를 주어 다음과 같이 써 보았습니다.

Copyright 는 저에게 있으니 Embargo 같은 것에 걸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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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이 종양내과 의사들에게 듣고 싶은 말 Best 4

: 블로그에 올라온 환자의 댓글 분석


 

암 치료 중인 환자들은 담당 의사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어할까요?


2011 3월부터 2013 11월 현재까지 한쪽가슴으로 사랑하기‘ (http://bravomybreast.com) 블로그에 올라온 환자들의 댓글을 분석함으로써, 의사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힘이 났다는 반응을 보인 표현을 모아봅니다. 이러한 분석은 객관적 빈도나 강도와 무관하며, 통계적인 의미는 부여할 수 없고, 순전히 저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선정된 것임을 밝힙니다.


 

저희도 아버님이 참 걱정입니다.


 

요관암 3기를 진단받고 수술 및 항암치료를 마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편도암 4기를 진단받은 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진료실에 들어가면 담당 의사는 곁눈질로 아버지와 저를 한번 쓱 훑어 보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제 다 나으셨네요" 이런 얘기를 해주지는 못할지언정 말입니다. 겉보기에는 이렇게 멀쩡하신데, 왜 치료를 할 수 없는지, 혼자 분노도 하고 마음도 많이 상했습니다. 외과 의사, 방사선종양학과 의사, 종양내과 의사를 번갈아가며 만나는데, 그 누구도 속시원한 말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진료 중에 아버지의 담당 종양내과 의사가 저희도 아버님이 참 걱정입니다라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늘 찬바람이 씽씽 부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가 이렇게 말해주니 고마웠습니다. 그도 자식된 마음으로 우리 아버지를 돌봐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블로그에 들어와 선생님의 일기 같은 글을 보며, 종양내과 의사가 환자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심정으로 진료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종양내과 의사들의 어려움도 공감할 수 있었고, 진료차례가 되었는데도 왜 환자를 부르지 않고 있는지, 굳게 닫긴 진료실 문이 왜 한참이나 지나서 열렸는지, 짧은 시간 내에 가능하면 많은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 그들의 감정에 대해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진료실 문을 닫아놓고 환자의 검사 결과를 확인하며 다행의 한숨을 쉬기도 하고, 앞서 나간 환자의 차트를 정리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종양내과 의사의 인간적인 모습을 알게 되니, 썰렁한 우리 아버지 주치의 선생님께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음번 진료때는 쥬스라도 하나 사서 들고 가야겠습니다.

 


è  섣불리 위로의 말을 전할 수도 없고, 치료 결과가 좋을 수도 있지만 좋지 않을 확률이 더 많다는 것을 아는 의사의 입장에서 환자가 지금 주어진 삶을 잘 유지하도록 격려하고 용기를 주기란 쉽지 않습니다. 살얼음판을 걷는 종양내과 의사의 심정을 더할것도 덜할것도 없이 잘 나타내주는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비록 제 환자도 아니고, 우리 병원 환자는 아니었지만, 보호자인 아들은 제가 쓴 블로그의 글을 통해 암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이 어떤 심정으로 환자를 보는지 알게 되었고, 자기 아버지 주치의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댓글을 남기셨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매우 의미있는 댓글이라 첫번째로 꼽아봅니다.  

 



유방암 치료 잘 하고

다시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기도 낳고 잘 살아 봅시다.


 

저도 쇄골임파선에 가슴뼈쪽 임파선까지 전이가 된 3기말로 진단을 받았습니다. 저는 호르몬 양성 허투는 음성이에요. 저는 아직 미혼인데, 박경희 선생님 같은 분이 저랑 비슷한 병기로 유방암을 진단받고 완치가 되어 의사로 일하고 있다는 거,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이번에 아들을 낳아 잘 산다는 얘기를 들으니, 저도 지금 치료 잘 받으면 그렇게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생기네요. 그런 분이 계시다는게 저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고 희망을 주는지 모르실거에요.


 

è  환자들에게는 좋은 롤 모델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다들 비슷한 조건에서 치료받으며 암담해 하는데,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잘 살아가는 건강한 롤 모델이 있다면 의사의 한두마디보다 거기서 더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우리 병원 임상강사로 일하고 있는 경희가 레지던트 때부터 지금까지 남자친구가 생겼을 때, 결혼을 하게 되었을 때, 임신을 했을 때, 그리고 예쁜 아기를 낳고 엄마가 되었을 때, 저는 블로그를 통해 짬짬히 경희의 소식을 전했고 수많은 젊은 유방암 환자들, 우리 병원 환자가 아닌 이들도 다들 내일처럼 기뻐하고 좋아했습니다. 또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환자가 잘 견디고 치료를 받아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이야기를 소개하면 환자들의 댓글도 많고 다들 남의 일 같지 않게 좋아합니다. 지금 자신의 상태가 어떠하든 환자들은 희망을 갖고 싶어하는데 사실 의사들이 그런 면에서 좀 인색하죠. 저도 그렇구요. 그렇게 희망을 가지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좋은 모델을 소개하는 것도 환자의 치료의지를 북돋을 수 있는 중요한 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항암제 독성을 잘 견디고 계시군요. 대단하십니다


 

사실 좀 힘들긴 했지만, 선생님 앞에 가면 왠지 씩씩하고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잘 치료받는 환자로 행세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깁니다. 그래서 웬만큼 불편한거, 힘든거는 참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그래서 병원에 갈 때는 옷도 좋은 걸로 골라입고, 정성껏 화장도 하고 그래요. 그런데 오늘 선생님께서 제가 치료 독성을 잘 견디고 있다고, 오늘 온 환자 중에 제일 씩씩하다고 말씀해 주시니, 정말 제가 하나도 안 아픈 것 같이 느껴졌어요.


난 과연 언제까지 치료를 받아야 하는걸까, 그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게 늘 저를 숨막히게 합니다. 과연 좋아질 수는 있는걸까그렇지만 그렇게도 하기 싫은 항암치료를 하러 병원에 가는 날 제가 가장 생기가 있는거 같아요. 아마 선생님이 저를 자꾸 칭찬해주시니까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저도 아마 춤추는 고래가 되고 싶은가 봅니다.


 

è  4기 암환자들의 치료는 앞날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고, 사실 정확한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습니다. 외래 시간에는 그런 근본적인 이슈로 환자와 차분히 얘기하기가 어렵습니다. 한 두차례의 설명과 면담으로 환자가 자신의 상황을 다 받아들이게 되는 것도 아니구요.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는 치료 과정, 또 치료가 거듭될수록 환자는 몸과 마음이 힘들고 여러모로 위축되기 쉽습니다. 상을 받을 일도, 칭찬을 받을 일도 없는 일상, 떨리는 검사를 받고 결과를 보러 올 때, 항암제를 바꾸고 처음으로 독성을 평가하거나 효과를 판정할 때, 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환자를 격려하고 칭찬하는 말을 해주면 구겨진 자존감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의사는 때론,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보다 더 환자의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환자의 내면에 숨겨진 강점과 장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코멘트 해주면 큰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힘내세요


 

치료를 시작하고 난 후 약제 부작용이 하나둘씩 내 몸에 나타날 때, 아프고 놀라고 힘들었어요. 제가 겪는 부작용 하나하나에 대해 댓글을 달아주시고 설명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왜 그런지 아니까 두려움없이 견딜 수 있게 되는거 같아요. 외래에서 제거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는 바람에 다음 환자 외래가 지연된거 같아 죄송해요. 항암치료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에서 선생님이 제 질문에 대해 답글을 남기신 것을 읽었어요. 제 진료가 끝나서도 저를 위해 애써주셔서 감사드리고, 댓글 마지막에 항상 힘내세요라는 그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라요. 아마 그 말을 듣고 싶어서 자꾸 질문을 올리게 되나봐요. 선생님이 제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챙겨주시는 것 같이 느껴져요. 감사해요.

 


è  젊은 여성일수록 항암제에 의한 독성과 부가적으로 난소기능이 억제되면서 나타나는 폐경기 증상이 복합되어, 신경도 예민해지고 항암제 독성도 더 민감하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젊은 환자들은 자기 병과 치료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기를 원하고, 병의 기전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환자들이 자꾸 에 대해 질문하면, 사실 저도 잘 모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 부분은 아직 잘 밝혀져 있지 않다, 확실한 정답이나 기전은 아직 잘 모른다, 그렇게 솔직하게 답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환자는 정말 끈질기게도 너무나 많은 것들을 질문하였습니다. 전이성 유방암의 약제나 왠만한 임상연구 결과는 다 알고 있었고, 자기가 하는 검사의 결과도 꼬박꼬박 챙기는 환자였습니다. 처음엔 사실 저도 좀 피곤했지만, 그렇게 몸살을 몇번 겪고 나니, 오히려 서로간에 이해의 폭이 더 넓어지고, 환자에게 설명하기도 더 쉬워졌습니다. 치료기간이 길어지면서 환자의 스타일에도 맞춰야 하는 부분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presicion medicine의 일환이 아닐까요? 그렇지만 환자가 아무리 똑똑해도, 결국은 의사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기 마련입니다. 그녀는 나에게 의학적 지식에 대해 설명을 듣기를 원했다기 보다는, 힘내라, 내가 널 응원하고 있다, 그런 격려의 메시지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 블로그는 암환자를 진료하며 살아가는 제 일기이자 진료 기록입니다.

시간 많이 듭니다.

그만큼 논문 못 씁니다.

그래도 전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립니다.

오늘의 나를 만들어 준 건, 매일 만나는 나의 환자들입니다. 그들로부터 가장 큰 가르침을 얻습니다. 그래서 매일 밤 진료를 마치고 정리하는 블로그의 글쓰기가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블로그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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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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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히말라야 트랙킹으로, 산티아고 800km 길로 향하고 있지만 

몸은 늘 병원 뒤 안산에 머물러 있다.

그래도 사시사철 이런 산을 곁에 두고 오를 수 있으니 이게 어디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번 가을은 특히 그렇다. 


 

몇일 전 찍은 사진,

같은 산등성이에 모여있는 같은 종류의 나무들인데도

왼쪽 나무는 아직 푸르게 

오른쪽 나무들은 빨갛게 물들어 간다. 머리꼭대기는 아직 초록빛이 남아있지만...

누구는 좀 빨리

누구는 좀 느리게

그래도 지금 자기가 내뿜고 있는 색깔 그 자체로 아름답다. 


  


오늘 오후 1시간쯤 짬이 났다. 

간단하게 빵으로 배를 채우고 안산에 다녀왔다. 

한 나무인데도

아래쪽과 윗쪽의 색이 다르면서도 

형형 색색 조화롭다. 

그런 나무들이 지붕을 이루는 가을길. 

따뜻한 가을 햇살이 비춰질 때 더 온화한 느낌을 준다. 


  


화려하지 않고 은은하게 아름다운 나무와 길.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직접 나무 앞에 서서, 그 길에 서서 느끼는 그 감동을 담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