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 993

칼슘과 비타민D

항암 치료 하면서 혹은 치료를 마치고 경과관찰 중인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말. 선생님, 뭐 먹으면 몸에 좋아요?뭐 먹으면 안돼요?뭐 먹으면 재발을 막는데 도움이 되나요? 제발 먹는 거보다 운동하는 거에 집중하라고 그렇게 간절하게 말씀드리건만 ㅠㅠ 그래도 무엇을 먹을 것이냐는 우리 환자들의 영원한 화두이다. 식탁에 차려서 온 가족이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드세요.같은 재료라도 액기스, 즙, 다린거 그렇게 먹지말고 원래 재료 그대로의 '음식'으로 드시는게 좋습니다. 남들 건강생활을 위해 애쓰는 만큼 같이 애쓰시면 되요. 난 암환자니까 특별히 어떻게 해야한다 그런 생각 마시구요. 인스턴트 음식이나 탄 음식 드시지 마시고, 신선한 야채, 과일 그런거 드시면 좋겠죠? 항암치료 끝났으니까 이제 고기..

이거 하니까 마음이 편해요

50대 후반의 그녀. 담낭암을 진단받고 수술과 방사선치료, 항암치료를 다 마치고 3개월만에 처음 찍은 CT에서 재발된 것을 확인하였다.아무런 증상이 없다.국소적으로 재발이 되었다.그래서 또 재수술을 하고 다시 항암치료를 하였다. 항암치료 세번 하고 찍은 CT에서 또 다른 부위에서 재발이 된 것을 확인하였다.역시 아무런 증상이 없다.약을 바꿔서 항암치료를 여섯 싸이클을 했다.그런데 병이 더 번져있었다.다시 약을 바꿔서 항암치료를 했다.이번에는 약물 부작용으로 설사하고 입안도 많이 헐고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아무 증상도 없는데 계속 항암치료를 했더니 몸만 상하는것 같다.그녀는 더 이상 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10kg 이상 살을 뺐다.그리고 명품 브랜드 옷도 꽤 샀다.부자는 아..

나를 돌쇠로 만드는 그녀들

병원마다 최초 암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가 끝나고 정기적인 검사를 하고 추적관찰을 하는 방식이 약간씩 다른데, 우리 병원 유방암 클리닉에서는 외과가 이를 담당하고 있다. 정기검진을 하고 검사결과를 확인하러 오는 재진 환자들이 누적되어 외과 선생님들 진료 예약이 꽉 차다보니 수술을 해야 하는 유방암 신환 외래예약이 지연된다. 그래서 요즘에는 형편에 따라 내과에서 이를 담당하기로 했다. 그래서 1-2년전에 나랑 항암치료를 했던 환자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마지막 항암치료 하는 날 ‘굿바이! 이제 나 볼일 없이 잘 사세요’ 하고 헤어졌었는데, 불현듯 다시 만나게 된 그들. 4번 혹은 8번의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그들은 평생 남들에게 자기 어려움 내색하지 않고 자존심 지키며 살아왔던 자신의 일상이 무너지..

독백이 아닌 대화의 어려움

친구끼리도가족끼리도멀리서 보면 다정하게 대화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가까이 가보면 그들의 이야기는 대화가 아니라 서로 자기 얘기만 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나대로 내 이야기를 쏟아 놓고상대방은 상대방 대로 자기 이야기를 쏟아 놓고 있다.사실 각자 독백을 하는 건데 같은 공간에 있을 뿐이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게 대화냐, 독백이냐? 그렇게 말하고 웃는다.그렇게 웃을 관계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진심을 다한 대화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이성적 준거에 의한 의사소통을 잘 하는 일 조차 생각보다 쉽지 않다.대화는 어쩌면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은 적이 있는 환자들은 우리 병원에 올 때그 병원에서 치료받은 의무기록과 검사결과들을 가지고 온다..

제가 외판원은 아니구요...

의사의 의료행위는급여가 되는 항목과비급여가 되는 항목이 정해져 있습니다.그렇게 정해져 있는 항목 이외의 어떤 처방이나 의료행위는 다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환자가 심평원에 민원을 제출할 경우 해당 진료비를 환자에게 모두 다 환급해 주어야 합니다. 사안에 따라 벌금을 내는 경우도 있는것 같습니다.그런 항목을 '임의비급여'라고 합니다. 그래서 절대 임의비급여로 치료하거나 약을 쓰거나 검사하면 안됩니다.그건 불법이 되는 셈이니까요. (대표적인 사건으로 소아 백혈병 치료 중 사용한 백혈구 생성 촉진제를 임의비급여로 과다하게 사용했다며 민원을 제기한 서울성모병원 사건입니다. 그 사건을 보며 비슷한 환자군을 진료하는 의사로서 매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절대 소신대로 진료하지 말고 법대로 진료해야 겠구나 그런 생..

너무 안타까워서 미워할 수 없는...

지금 병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 난소암 환자.환자는 병원에서 2시간 거리에 산다. 환자는 올 2월 이후로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2월까지 썼던 항암제는 나름으로 효과가 있어서 종양표지자 수치도 정상으로 유지되고- 난소암은 종양표지자가 질병의 활성도를 비교적 잘 반영하는 암이고 환자 병 상태와도 상관관계가 높은 편이라 좋은 마커가 된다 - 복통 등의 증상도 없었다. 다만 항암제의 독성 자체가 환자를 너무 힘들게 했다.환자는 더 이상 치료를 하지 못하겠다고 항복 선언을 했다.환자는 아이가 어려서 최선을 다해 치료하려는 사람이었는데도 더 견딜 재간이 없었나 보다. 한달 간격으로 경과관찰 하기로 했다. 항암치료를 중단한지 3개월만에 복수가 차기 시작한다. 복수가 힘들어서 외래에 와서 물을 빼고 간다.그 간격..

그녀에게 들리는 소리들

나보다 두살 젊은 자궁경부암 환자.폐전이가 있다.그런데 아주 조금 있다.그래서 아무 증상이 없다.폐전이가 발견된 후 항암치료를 했는데 효과가 없고 오히려 약간 크기가 더 커졌다. 많이 커진건 아니고 3mm 가 5 mm 가 된 그 정도다. 그런 점들이 몇개 안된다. 그 상태에서 내 외래를 처음 방문하였다. 이미 표준 항암제는 다 사용한 다음이다. 지금 특별히 불편한 증상이 있으신가요?혹시 빨리 걸으면 숨차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 같은게 있나요? 없다고 한다. 그럼 한달만 더 쉬다가 다음 치료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사실 지금 써볼만한 좋은 약이 없어요.특별히 몸이 힘들게 하는 증상이 없으니 일단 좀 쉽시다. 지금 어디 아픈 데도 없는데 암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계속 항암치료만 하면서 살 수는 없어요.몸도 좀..

내가 상상하는게 다 맞는건 아니니까

토요일 외래는원래 내가 보는 환자들을 진료하는 날이 아니다. 항암치료 중에 기운이 없어 영양제를 맞고 싶은 사람갖고 있는 약 이 떨어져서 약 타러 온 사람.항암치료 하다가 부작용에 생겨서 증상 상의하러 온 사람.백혈구 수치 떨어져서 촉진제 맞으러 오는 사람.그런 환자들이다. 내가 담당 주치의가 아니므로그들 치료 과정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도 없고 내릴 필요도 없기 때문에어쩌면 부담없이 진료를 보면 된다.당장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만 해결해 주면 된다. 피검사 보고 백혈구 수치 낮으면 촉진제 주고수혈이 필요하면 수혈 처방 해주고 진통제 조절이 잘 안되서 아프다고 하면 진통제 조절해 주고너무 아프다고 하면 입원장 주고 약 필요하다고 하면 그 약 처방해 주고그런 식이다. 그래도미리 예습을 한다.어떤 ..

환자들이 종양내과 의사에게 듣고 싶은 말 BEST 4

+++++++++++++++++++++++++++++++++++++++++++++++++++++++++++++++++++++++++한국 임상암학회는 1년에 4회 소식지를 내고 있는데'의사로서의 블로깅'에 대해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써 본 글입니다. 진부한 소개글은 쓰고 싶지 않아조금 형식에 변화를 주어 다음과 같이 써 보았습니다.Copyright 는 저에게 있으니 Embargo 같은 것에 걸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ㅋㅋ+++++++++++++++++++++++++++++++++++++++++++++++++++++++++++++++++++++++++ 환자들이 종양내과 의사들에게 듣고 싶은 말 Best 4 : 블로그에 올라온 환자의 댓글 분석 암 치료 중인 환자들은 담당 의사에게 어떤 말..

나도 단풍이 되고, 낙엽이 되고...

마음은 히말라야 트랙킹으로, 산티아고 800km 길로 향하고 있지만 몸은 늘 병원 뒤 안산에 머물러 있다.그래도 사시사철 이런 산을 곁에 두고 오를 수 있으니 이게 어디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이번 가을은 특히 그렇다. 몇일 전 찍은 사진,같은 산등성이에 모여있는 같은 종류의 나무들인데도왼쪽 나무는 아직 푸르게 오른쪽 나무들은 빨갛게 물들어 간다. 머리꼭대기는 아직 초록빛이 남아있지만...누구는 좀 빨리누구는 좀 느리게그래도 지금 자기가 내뿜고 있는 색깔 그 자체로 아름답다. 오늘 오후 1시간쯤 짬이 났다. 간단하게 빵으로 배를 채우고 안산에 다녀왔다. 한 나무인데도아래쪽과 윗쪽의 색이 다르면서도 형형 색색 조화롭다. 그런 나무들이 지붕을 이루는 가을길. 따뜻한 가을 햇살이 비춰질 때 더 온화한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