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동반자가 있었으면 해요

슬기엄마 2012. 10. 9. 20:13

 

 

우리 환자는

늘 별 말씀이 없으시다.

단아하고 미인이다.

성격도 수선스럽지 않고 얌전하시다.

통증이 심해도, '그냥 좀 아파요' 하시고

많이 힘들어도 '그러려니 해요' 그 정도 내색하신다.

병이 좀 나빠진 것 같아요 내가 그렇게 말씀드리면 큰 눈을 꿈뻑거리며 '그래요?' 그정도 반응하신다.

 

남편이 훨씬 예민하다.

꼬치꼬치 캐묻고

의사인 내 대답을 확실하게 들으려고 하시고

사진 찍으면 어디가 얼마만큼 좋아졌는지 확인해 달라고 하신다.

 

성격이 대조적인 부부다.

환자가 여자고 나도 여자니, 나에게 이런 저런 속내를 털어놓을 줄 알았는데 1년 가까이 우리가 함께 한 치료 여정동안 환자는 나에게 별 말씀이 없으셨다.

 

그러던 그녀가 오늘 나에게 한가지 요청이 있다고 한다.

 

선생님, 제 동반자를 찾아주세요.

제 곁에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 지금 ** 에서 사는데요, 너무 적적하고 외로워요.

 

** 라면  서울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좋은 곳이잖아요? 지금 ** 에서 살고 계세요?

 

네, 새로 흙집을 좋게 지었어요. 집은 아주 좋아요. 동네도 좋구요.

 

남편은요?

 

남편은 서울로 직장 다녀야 하니까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들어와요. 일이 많거나 날씨라도 궂으면 집에 오지 못할 때도 많아요. 그런 날이면 몇 날 몇 일을 말 한마디 못하고 입 닫고 지내야 되요.

 

그리고

같이 유방암 치료 받는 환자 중에

서로 위로하고 다독여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한테 치료받는 환자 중에 그런 분 없나요?

 

나에게 이렇게 길게 말한 적이 없는 그녀다.

많이 외롭구나.

그녀의 눈동자에 외로움이 잔뜩 묻어있다.

 

네.

제가 잘 찾아보고 연락드릴께요.

 

 

그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환자 만의 내면 세계가 있다.

아마 남편도 그걸 함께 하기는 어려운 부분인가 보다.

그녀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나 또한 그녀의 그 누군가는 되기 어렵다.

그녀의 동반자가 되려면 그녀의 아픔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의 일이 아닌 자기 일처럼 여기는.

 

 

마침 오늘 누군가를 소개 시켜드릴 수가 있었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같이 한다는 건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래도 그녀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뭔가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그건 의사의 힘으로 되는 건 아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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