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내 인생의 타율

슬기엄마 2012. 10. 17. 09:09

 

 

전 야구를 아주 좋아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프로야구가 출범을 했는데 그때 전 주말마다 야구장 다니는게 취미였어요.

저는 해태 타이거스 팬이었어죠. 외인구단 해태. 원년 멤버들 정말 끝내줬어요.

그때 야구단 회원이라고 나눠준 소책자에

선수들 프로필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그걸 다 외우고 다녔죠.

누가 언제 결혼하고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백넘버는 몇 번인지, 이상형은 어떤지 그런 걸 다 외웠다니깐요.

 

혼자 테니스공을 잡고 투수 폼을 흉내내며 공던지는 연습도 하고

동생 야구글러브로 벽에 공던지고 받는 연습도 하고 그랬어요. 전 이상윤 투구폼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실재 남자애들하고 야구시합을 해 본 적은 없었죠.

왜냐면 타격연습을 할 기회가 없어서 타자로 나설 자신이 없었거든요.

도무지 이 방망이로 저렇게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작은 공을 칠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려웠어요.

타격연습은 혼자 훈련하기가 어려웠죠.

 

그래서 야구는 저에게

하는 야구가 아니라 보는 야구, 즐기는 야구가 되었습니다.

 

3할 타자면 우수한 타자입니다.

그런데 사실 알고보면

열번 타석에 들어서면 삼진아웃, 땅볼, 플라이, 병살 등등으로 7번 죽고

3번만 안타를 치면 되는거에요.

어렵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죠?

7번 헛발질 해도 3번만 맞으면 성공이라니!

가끔 홈런이 나올 수도 있지만

팀 플레이에 기여하는 것은 적지 적소에서 터져주는 잔잔한 안타입니다.

3할 타자란 이런 것들을 조화롭게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입니다.

3할 타자는 때론 내가 아웃되더라도 희생 플라이를 날릴 수 있고.

기회가 왔을 때는 득점타를 칠 수도 있는 잠재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우리 누구에게나 홈런왕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죠.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살다보면 자기 타율을 알게 됩니다. 

내가 홈런을 칠만한 파워가 있는지,

팀 플레이에 기여하며 적재적소에서 활약하는 3할 타자가 될 수 있을지,

도루로 승부할 것인지

자기 타율과 스타일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자기가 할 수 있는 길을 알고, 그 길을 찾아가면 되는거 아닐까요?

멋진 팀이 될려면 다양한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모여서 만드는 하모니가 필요한 거니까요.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다 이루지 못했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자구요.

3할이면 훌륭한 거에요. 7번이나 실패해도 3번만 성공하면 훌륭한 거라구요.

그러니까

이번 타석에서 삼진아웃되었다고 너무 슬픈 표정을 지으며 덕아웃으로 들어오지 말자구요.

벤치에 앉아

상대팀 선수들의 타격을 연구하고 투구폼을 분석하면서

다음 타석을 기다릴 줄 알아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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