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가슴으로 사랑하기 1020

머리도 훈련하면 좋아질까요?

케모 브레인(chemo brai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항암치료를 하고 나면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인해 뇌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뇌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대표적인 증상은 단기/장기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 그리고 무슨 생각이나 말을 할려고 하는데 술술 잘 안 풀리는 느낌이 나는 것 혹은 느려지는 것 그런 반응입니다. 이번 Breast Cancer and Research Treatment 10월호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유방암 치료 후 뇌기능 활성화를 돕는 연구가 소개 되었습니다. Advanced cognitive training for breast cancer survivors :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Diane Von Ah et al Br..

동영상으로 엄마를 찍는 아들

아주 아주 착한 아들이 있다. 원래 그는 취업 준비 중이었다. 1년전 엄마가 전이성 대장암을 진단받은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빠짐없이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다닌다. 증상에 따라 진통제 용량이 바뀌니까 진통제 복용일지도 잘 적어 온다. 엄마가 불편한 곳이 많아 약도 엄청 다양하고 많은데, 그걸 종류별로 잘 챙긴다. 어떤 증상 때문에 약을 더 드셨으니까 그 약은 몇일치가 부족하고 어떤 증상은 요즘 호전되서 약을 안 먹고 있으니 처방 안해줘도 되고 때에 따라 약 처방 일수가 넘치기도 하고 부족하기도 한데 그런걸 아주 꼼꼼히 아주 잘 챙긴다. 흉수 복수 관이 있을 땐 그 소독도 자기가 챙긴다. 엄마가 이것저것 투정을 많이 부리는데 마치 오빠처럼 그 투정을 다 받아주며 엄마 수발을 들어주었다. 그러던 엄마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백신 접종과 관련하여 문의사항이 많아 공지합니다! 원칙 1. 1. 인플루엔자 백신은 매년 10월 - 11월에 1회 접종합니다. 이건 매년하는 겁니다. 2. 폐렴구균백신 23개 폐렴사슬알균 백신을 접종하고, 전이성유방암 환자의 경우 5년 후 재접종 합니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는 올해 한번만 하시면 됩니다. 수술 후 1년 허셉틴 맞는 분들 중 작년에 폐렴구균백신을 접종한 환자는 올해 안해도 되고, 작년에 안한 분들은 올해 하세요. 3. 비장절제술을 받은 경우 B형 헤모필루스 백신을 같이 접종하세요. 원칙 2. 첫 항암치료 시작 2주 전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항암치료 전에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경우, 항암치료 종결 3개월 후에 접종하시면 됩니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중에 인플루엔자 백..

약한 고리

병은 우리 삶의 약한 고리를 노출시킨다. 꾹꾹 묻어놓고 잘 덮어두고 살았는데 암을 진단받고 보니 그렇게 묻어두고 덮어두었던 문제들이 다 폭발하는 것 같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그들 부부는 방문객이 별로 없다. 남편 수발은 오로지 부인이 다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재혼한 부부다. 그래서 각자 당신들의 장성한 자녀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은 병원에 안온다. 뭔가 가족 내 앙금이 있는 것 같다. 이제 막 암 진단을 받았지만 환자는 항암치료를 시작하기에도 어려움이 많다. 어쩌면 아무런 치료도 시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50대 초반의 부인, 그녀의 몸에도 여러 신호가 온다. 부정맥도 생긴 것 같고 가끔 숨도 차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고 몸도 자꾸 붓고 그녀도 건강검진 한번 받아봐야 겠다 그러던..

체험학습

전이성 유방암으로 치료 중인 나의 환자. 내가 보기엔 아슬아슬한데 환자는 씩씩하다. 호르몬 치료가 잘 되어서 안정적이었던 기간, 항암제를 썼는데 약이 잘 듣지 않았던 기간, 지금은 젤로다 먹는 약으로 10 cycle을 넘기고 안정적으로 치료 받는 기간. 종양 표지자도 많이 감소하고 환자도 불편한 증상이 거의 없어졌다. 비록 아직 병은 남아있지만... 그리고 그녀는 얼마전 직장으로 복귀하였다. 그래서 오늘 토요일 진료를 보러 왔다. 그녀에겐 고3 아들과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있다. 엄마가 아프니 아이들도 일찍 철이 들었는지, 아들은 오늘 예식장에 아르바이트 하러 갔고 딸은 교회를 열심히 다니며 엄마를 위해 기도한다고 한다. 진료 끝나고 나가보니 남편도 함께 오셔서 부인의 진료비를 계산하고 계신다. 눈물나게..

카레밥

오늘은 우리 내과부 멘토 멘티 모임이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1차 모임을 갖고 병원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하면서 2차 모임을 가졌습니다. 적당히 분위기가 무르익었는데 한 녀석이 소주잔을 들고 저에게 옵니다. 저에게 소주 한잔을 따라주며 자기 옛날 이야기를 하네요. 올해 4년차 레지던트인 그. 전문의가 되기까지 얼마남지 않은 어엿하고도 멋진 감염내과 의사입니다. 그가 인턴일 때 제가 4년차 레지던트였다고 하네요. 그는 그날 아침, 점심, 저녁을 다 굶고 일하고 있었대요. 인턴 생활이 그래요. 그날 제가 밤 10시 가까이 되는 시간에 편의점에 가서 카레밥을 사 가지고 와서 전자렌지에 밥을 뎁혀서 갔다 주며 먹으라고 했대요. 그에게는 그것이 그날 첫 식사였다고 합니다. 그 날, 그 밥을 잊을 수 없다고 나에게 소..

다시 만날 그녀

더 이상의 적극적인 치료는 어려운 것으로 결정을 했다. 환자를 돌봐 줄 사람이 있는 친정 집으로 가는게 나을 것 같았다. 남편은 일을 나가야 하니까 그녀를 돌볼 수가 없다. 혹시 병원 갈 일이 있으면 어떤 병원으로 가시라고 소견서도 준비해 드렸다. 우리 병원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선생님이 계신 병원이라 그 선생님께 전화로 부탁도 드렸다. 그렇게 2달 정도 지났다. 그녀 상태가 많이 않좋아졌나 보다. 남편이 나에게 전화를 했다. 환자가 그동안 치료받은 적이 없는 지방으로 가게 되니 무슨 문제가 생기면 연락하라고 내가 연락처를 줬었나보다. 임종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최근 몇일 환자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많이 힘들어 하니 가족은 또 당황하고 있나 보다. 진통 조절도 잘 안되고. 더 이상 집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최선을

제가 암환자 진료를 하면서 느낀 것은 환자를 위한 최고의 진료란 의사의 노력이나 능력만으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의사의 처방과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기본적으로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것도 쉽지 않아 저 개인적으로는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그런데 총체적인 의료행위 혹은 의료서비스의 질은 의사의 진료 행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지원하는 시스템과 지원 인력의 노력에 의해 완성된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특정 질환보다 암환자가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상상할 수도 없는 다양한 문제가 치료 중에, 치료 후에, 발생하게 되거든요. 예를 들면 외래에서 항암치료 중인 유방암 환자, 치료 중 잦은 방광염 증상이 반복되었는데, 이번 치료기간 중에는 방광염이 악화되어 급성 신..

드디어 스웨터 득템!

벌써 3주가 지났군요. 3주 전 외래에서 손수 손뜨게질하여 저를 위해 스웨터를 만들어 주시기로 약속한게 말이죠. 사실 약속한게 아니라 환자가 입고 온 스웨터가 예쁘다며 내가 너무 군침을 흘렸더니 환자가 (마지못해) 제 걸 하나 만들어주시기로 한 걸지도 몰라요. 그렇게 해서라도 난 얻어 입고 싶었어요. 내 몸 사이즈를 잰 것도 아닌데 아주 잘 맞네요. 아침 외래에서 환자에게 이 선물 받고 너무 신나서 막 크게 소리 지르면서 자랑하고 싶은 걸 참느라 혼났어요. 그리고 지금도 이 스웨터를 입고 좋아서 혼자 실실 웃고 있어요. 자, 어떤가요? (김양순 간호사, 사진 잘 찍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환자가 한 벌도 아닌 두 벌을 떠 오셨어요. 길이와 색깔을 달리 해서 센스있게! 지난 번 외래에서 어떤 색으로 스웨터..

손톱 관리

HER2 양성으로 허셉틴을 맞는 분들 혹은 새로 나온 퍼투주맙을 맞는 분들 그리고 먹는 약 타이커브를 드시는 분들에게 손톱 문제가 잘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암세포의 표면에 HER2 라는 물질이 발현되는데 표적치료제는 그 경로를 막음으로써 암세포만을 죽이는 효과를 갖게 되어 표적치료라는 이름을 붙이게 됩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피부 세포 중 일부에서도 HER2가 발현되기도 합니다. 손톱같은 정상 세포에서도 말이죠. 그래서 이런 약을 투약하는 환자 중에는 손톱이 약해지고 쥐뜯어먹은 것처럼 갈라지고 약해지는 분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 목욕도 시키고 옷도 갈아입혀야 하고 등교하는 딸아이 머리도 빗겨줘야 하는데 내 손톱으로 아이들 얼굴에 흉터를 낼까봐 조마조마 합니다. 음식하랴 설겆이 하랴 집안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