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그녀들의 눈물

슬기엄마 2012. 10. 25. 21:05

 

정신과 진료도 거부하고

모든 검사와 나의 처방을 거부한 그녀.

난 다 거부해도 좋으니까 1주일 후에 외래에 오라고 했다.

벼랑 끝에 몰린 듯한 그녀가 너무 아슬아슬 해보였다.

아무것도 안해도 좋으니까 그냥 오라고 했다.

오늘 외래 마지막 환자로 만났다.

 

나는 그녀의 아픈 마음, 어려운 상황과 형편을 해결해 줄 수 없다. 그녀의 상황은 크게 변한게 없다.

지난주 보다는 마음이 조금 차분해진것 같다.

 

힘들어도 치료는 해야 하는 겁니다. 약 드세요.

 

약을 처방했다. 검사는 당분간 좀 쉬기로 했다.

 

기분 않좋을 때는 초콜렛이 좋대요. 이거 드셔보세요.

 

누군가가 나에게 선물한 제주도 감귤 초콜렛을 그녀에게 집어 주었다.

그녀는 나에게 눈물을 보이고 떠났다.

 

 

 

병이 좀 나빠졌다. 아주 나빠진 것은 아니지만 나빠진 건 맞다.

임상연구로 치료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까다로운 규정이 많다. 오늘한 소변검사와 일반 화학검사 결과가 좋지 않아서 오늘 치료를 시작하지 못했다.

속상한 그녀.

가방에서 파이를 두 상자 꺼내놓고 간다.

 

아니, 지금 그 정신에 이런 걸 선물할 생각이 나요?

나 못 받겠네.

 

그러게요.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속상한 마음을 꾹 참고 있는게 보인다.

빨리 치료를 시작하고 싶었는데, 통증도 간간히 오고 있는데,

치료가 지연되니 그 속상한 마음이 다 눈에 드러난다.

나도 안타까와 죽겠다.

그녀의 눈물이 뚝 떨어지지 않기를 기원할 뿐이다. 그녀가 좀 더 잘 참고 견뎌주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 배 간호사. 그녀도 요즘 속상한 일이 많다.

자기 마음이 속상하니까 환자들이 않좋아지면 덩달아 더 많이 속상해 한다.

환자가 외래진료를 보고 나가면, 나는 환자 앞에서 다 못한 처방을 하면서 컴퓨터 작업을 하는데, 그 때 배 간호사에게 이런 저런 지시를 한다. 내 오더가 많아지면, 배 간호사는 짐작한다. 아, 환자 상태가 많이 않좋아졌구나.

우리 환자들은 그렇게 안 좋아지면서도 나에게 꼬박꼬박 먹을 걸 가져다 주신다.

그러면 난 그걸 배 간호사랑 나눠 먹는데, 내가 주면 그녀는 환자가 준 음식을 먹지도 못한다. 자기 가족이 아픈 것처럼 마음을 쓴다.

그렇게 착한 그녀가

오늘 눈물을 보인다.

 

울지마세요.

 

문자를 보냈다.

 

수혈을 하는 부인을 기다리느라 주사실 앞 의자에서 졸고 있는 남편을 보니 눈물이 난거라고 거짓말한다. 난 그녀가 왜 속상해 하는지 안다.

 

눈물을 보여도

왜 그런지 알아도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을 때가 더 많다.

그 마음을 알아도.

 

나도 그냥 아파할 수 밖에 없을 때가 많다.

세상에는 해결할 수 있는 일보다

해결하지 못하고 견뎌야 하는 일이 더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