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112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다

뇌종양에 걸린 프랑스 정신과 의사가 20년만에 재발한 뇌종양과 투병하며 쓴 책입니다. 31세에 뇌종양을 진단받고 완치된 후 그는 인지신경학을 전공하는 정신과 의사로 살았습니다. 누가 이런 말을 했느냐에 따라 울림이 다르네요. 그는 의사 생활을 하는 동안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를 많이 만났는데 그때의 경험, 그리고 투병 중인 지금 자신의 경험을 담담하게 잘 정리한 글입니다. (좀 놀랍습니다) 그의 서문에서 환자들과 교류하며 나는 죽음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적절한 순간은 없다는 걸 배웠다. 환자에게 충격을 주지 않는 조건에서 언제든지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말을 꺼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끝이라는 느낌을 주어서도 안 되고, 얼버무려서도 안 된다. 죽음은 예측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회복에 대한 가능성..

무엇을 남길까요

삼십대 중반의 엄마 그녀에겐 여섯살난 아들이 있다. 그녀는 매년 건강검진을 했었고 매번 아무 이상도 없다고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4기 위암을 진단받았다. 경황없이 항암치료를 시작했지만 약제 반응이 신통치 않다. 갑자기 복통이 찾아오고 물도 넘기지 못하고 다 토한다. 뱃속에 스텐트라는 것을 넣고 나서야 겨우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불과 몇개월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녀는 아직 분노 단계에 있다. 보통 첫 항암치료의 효과는 최소한 몇개월은 간다고 들었는데 세달도 안되어서 약효가 없어진 것 같다. 바꿔서 다시 쓴 항암제도 효과가 없는지 장폐색이 왔다. 그녀는 나의 미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우선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뭔가 나의 죽음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는 막연..

Early palliative care 세미나

저희병원 호스피스 팀에서는 올 11월 10일 (토) 국제 완화의료 학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제는 Early ingegration of palliative care 입니다. 호스피스라는 단어, 완화의료라는 개념이 사실 어감이 잘 와닿지 않고 우리에게는 다소 저항감을 주는 면이 있습니다. 여하간 핵심은 암환자 치료에 있어서 의학적인 진단과 치료 이외에도 환자들에게는 보다 적극적인 증상조절과 지금보다 더 많은 사회심리적 지지, 가족을 포함한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원할한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하다는 것. 이런 전체적인 과정을 통해 암환자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 이번 국제학회의 주제입니다. 이러한 취지로 현실적으로 필요한 주..

엄마의 죽음. 양가감정

내일이 생신인데 오늘 돌아가셨다. 그동안 몇번을 돌아가실 뻔 한지 모른다. 작년부터 중환자실 폐렴치료. 기관삽관 심장이상. 기관지 주변의 림프절 확장으로 응급 기관절개술 준비. 항암제 독성으로 인한 패혈증. 설명할 수 없는 의식변화 더 나빠지면 심폐소생술은 하지 맙시다. 그 말을 4번이나 했다. 그때마다 환자는 좋아져서 걸어 나갔다. 4주간 입원하면 4주를 바깥 생활 하시다가 어떤 이벤트가 생기면 나빠져서 입원하기를 수차례. 그때마다 걸어서 퇴원을 하는 환자를 보고 환자 가족 그리고 나 모두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생명력이 강한 환자가 내일 생신을 맞이하신다고 했다. 그깟 항암제 몇일 미룬다고 큰일나는 상황아니니 걱정말고 잔치하고 오시라고 했다. 그렇지만 항암제 부작용으로 입안이 많이 헐고 폐렴이 겹쳐서..

박카스 같은 한마디

60세 여자 환자. Vulvar cancer. 드문 암이다. 폐전이가 되었지만 이제 쓸 만한 항암제도 없다. 복수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다. 다음 치료로 어떤 치료를 했으면 한다고 선뜻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외래에서 경과관찰만 하고 있다. 매번 외래에 환자가 오면 환자는 그럭저럭 지낼만 하다고 하시고, 환자가 나가고 나면 남편과 아들이 남아서 몇가지 더 질문을 하신다. 매번 우리의 대화는 비슷하다. 좀 어때요? 조금 더 나빠지신 것 같아요. 좋은 치료법 없을까요? 글쎄요. 1세대 항암제로 시도해볼 수는 있겠지만 반응율이 10% 미만이라 그걸 노리고 치료에 도전하다가 그나마 지금의 컨디션도 유지되지 못하고 나빠질 것 같아요. 항암치료 하면서 많이 힘들어 하셨잖아요.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까요? 이미 ..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아들을 만나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아들을 만나 환자는 항상 혼자 병원에 다녔다. 씩씩한 환자. CT를 찍고 병이 나빠졌다고 하면 선생님, 방법이 있겠지요? 잘 해주세요. 선생님만 믿어요. 그렇게 말할 뿐 자기 마음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 조금 좋아지다가 나빠지면 약을 바꾸고 또 조금 좋아지다가 나빠지면 약을 바꾸고 그렇게 몇 번 치료약제를 바꾸는 와중에 간 전이가 심화되면서 간경변 환자처럼 간 모양이 찌글찌글해지기 시작했다. 보통 이 정도의 간 상태를 보이면 가족에게 환자의 상태와 앞으로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음을 설명해야 한다. 효과적인 항암제가 있다 하더라도 지금의 간 기능을 고려했을 때 환자가 항암제를 견디기 어려울 것 같고 적극적인 치료가 역으로 환자를 더 빨리 나빠지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를 해야 한다..

이제 항암치료 하지 않아도 초조하지 않아요

선생님, 너무 컨디션이 좋아졌어요 복막에 전이가 되면 CT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자잘한 암세포들이 복막에 들러붙어 장이 제대로 운동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어떤 암이든 복막으로 전이가 된 환자들은 잘 못 먹고 토하고 자꾸 배가 아픈게 비슷하다. 치료는 금식하고 장을 쉬어주는 것. 장을 쉬게 해준 다음 다시 먹어보고 배가 다시 아픈지 어쩐지 보는 것이다. 배가 너무 부르고 장운동이 안되면 콧줄을 꼽아야 한다. 콧줄이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은 매우 불편하고 답답하고 아프다. 그렇게 불편한 채로 물도 못 마시고 몇일을 기다려보는 것이다. 장이 풀릴지 어쩔지 기약없이. 그녀는 난소암 복막 전이로 항암치료 했다가 좀 쉬다가 또 나빠지면 했다가 좀 쉬다가 그렇게 지내기를 5년이 지났다. 항암치료를 하면 반응이 좋다..

잘 돌아가셔서 다행이에요

하루 동안 세명의 환자가 돌아가셨다. 병이 나빠지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그 누구도 그게 오늘일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그 날이 바로 오늘 내일일 수 있다고 환자 의식이 있을 때 지인들과 만나고 작별 인사를 하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렸다. 형편이 어려우시더라도 마지막 시간이니 1인실로 옮겨서 편안한 환경에서 돌아가실 수 있게 하자고 하였다. 가족들은 내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지만 주치의가 그렇게 하라고 하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 듯 내 말을 따랐다. 그런 말씀을 드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두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48시간 전에는 진통제를 제외한 수액을 모두 중단하였다. 마지막까지 수액을 많이 주면 돌아가시고 난 후 몸에서 분비물이 많아진다. 의미없는 약은 중단하는게 맞다. 밤 사이 당..

우울한 상념은 함께 먹는 것으로 해결!

빵을 나누며 우리 병원 빵집은 가격이 매우 비싸다. 빵 한두개 먹으면 웬만한 밥값보다 돈이 더 나온다. 크기도 작아서 2개를 먹어도 배가 하나도 안 부르다. 비싼 빵인데 밥값도 못하고 간식거리로 전락해 버린다. 그렇지만 맛은 아주 럭셔리하다. 어느 빵집에나 있는 흔하디 흔한 단팥빵, 소보로 맛도 럭셔리하고 카스타드 크림빵, 크라상 맛도 그만이다. 늘 군침을 흘리지만 비싸서 잘 안 사먹는다. 밥을 또 먹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빵을 어느 환자가 한봉지 가득 사다주고 가셨다. 가끔 환자분들이 마실거리, 먹을거리 주고 가시면 외래 간호사들과 나누어 먹지만, 이 빵만은 욕심이 나서 간호사들 주지 않고 내가 몽땅 가지고 왔다. 내심 군침을 흘리며. (내가 빵순이라는 걸 밝힌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아..

아이패드 노트북 기증 프로젝트 2탄 - 영화 추천하기

심금을 울리고 웃음을 남기고 행복을 주었던 영화를 추천해주세요 아이패트, 중고노트북 기증 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하여 기증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기증해주신 분들의 손때 묻은 노트북을 보고 있으니 마음 속에 생각이 많아집니다. 전자제품 가격이 아무리 많이 싸졌다고 해도 노트북 하나 살 때 우리가 얼마나 고민 많이 하고 제품 비교하고 상품평을 검색하면서 모델을 고릅니까? 거금을 들여 노트북을 사면 지문 묻을까봐 손씻고 컴퓨터를 작동하고, 함부로 프로그램도 안깔고 폴더도 생성하지 않고, 남도 안 빌려주고 애지중지 아낍니까? 그렇게 분신처럼 아끼던 노트북을 기증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그런 평범한 말로는 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네요. 호스피스 팀원들과 DVD를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병원에서 진행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