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Early palliative care 세미나

슬기엄마 2012. 8. 9. 23:57

 

저희병원 호스피스 팀에서는

올 11월 10일 (토) 국제 완화의료 학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제는 Early ingegration of palliative care 입니다.

호스피스라는 단어, 완화의료라는 개념이

사실 어감이 잘 와닿지 않고 우리에게는 다소 저항감을 주는 면이 있습니다.

 

여하간

핵심은

암환자 치료에 있어서

의학적인 진단과 치료 이외에도

환자들에게는 보다 적극적인 증상조절과 지금보다 더 많은 사회심리적 지지, 가족을 포함한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원할한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하다는 것. 이런 전체적인 과정을 통해 암환자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 이번 국제학회의 주제입니다.

 

이러한 취지로

현실적으로 필요한 주제를 결정하고 연자를 섭외하며 일을 진행중입니다.

이런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 팀 자체적인 역량을 강화하고 세브란스 병원 호스피스 팀의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잡아보는 것을 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제가 주제 발표를 하였습니다.

 

주제 발표를 위해 최근에 나온 논문도 찾아읽고 책도 찾아보았습니다.

최근에 발표된 논문 중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은

전이성 폐암을 진단받은 15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 항암치료를 받는 그룹과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완화의료팀과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인 미팅을 병행하는 그룹 이렇게 두그룹으로 나누어 삶의 질, 우울감, 그리고 생존기간의 차이등을 연구한 하버드 그룹의 2010년 NEJM에 실린 연구 결과입니다.

완화의료팀과의 정기적인 미팅을 동반한 치료그룹에 속한 환자들은 

뭔가 환자를 불편하게하는 증상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비의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상의하여 해결책을 함께 찾는 과정을 병행하였습니다.

 

완화의료팀과의 정기적인 면담을 시행한 그룹에서

삶의 질도 좋고, 우울증을 경험하는 비율도 낮고, 임종 전 중환자실 입실 등 지나치게 공격적인 의료시술을 하지 않는 비율이 낮아 궁극적으로 의료비용도 감소하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표준 항암치료만 받은 그룹에 비해 평균 생존기간이 2.7개월 연장된 것으로 보고되었다는 점입니다.

어떤 신약으로도 평균 2.7개월의 생명연장을 증명하는 임상연구는 드문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완화의료를 병행한 것만으로 이렇게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었다는 사실은 종양학을 전공으로 하는 학계 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물론 이러한 연구결과를 모든 암종에, 모든 병원의 형편에 일반화하여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여하간 완화의료를 표준 치료과정에 보다 일찍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완화의료가 생애 말기, 죽음 직전에 제공되는 서비스가 아니라

완치되지 않는 질병이라는 것을 진단받는 순간부터 함께 제공되는 서비스가 될 때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표준치료도 더 잘 받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입니다.

 

이 논문 이외에도 최근 발표된 몇몇 핵심적인 연구들을 오늘 호스피스 세미나 시간에 정리하여 소개하였습니다.

당일치기로 마감시간에 급급하여 겨우 발표를 마쳤지만 저에게 많은 공부가 되었을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병원 호스피스 팀도 당연히 이러한 접근으로 환자를 진료하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호스피스팀이라는 명칭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고

아직까지 이런 분야는 병원의 수입을 창출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활동 지원이 없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의 힘, 바자회를 통한 예산 확보, 병원의 정규시스템과의 연계 부족등으로, 아직까지 호스피스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개별적인 헌신이 없다면 일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우리 호스피스 팀에서 환자를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와 노력은 대단합니다.

세계 어느 병원과 비추어 보아도 질적으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다 많은 환자들이 말기가 아니더라도 꼭 호스피스 팀을 치료과정 조기에 만나

의사로서 제가 발견하지 못하고 도와주지 못하는 부분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호스피스 팀을 한번 만나볼까요? 라고 제안했을 때, 내가 이제 말기구나, 내가 이제 치료가망성이 없다는 얘기구나 그렇게 받아들이지 마시고, 나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또다른 창구로 생각하셔서 면담에 주저하지 않으셨으면 하는게 제 바램입니다.

 

치료과정의 주체는 의사와 환자이지만,

이들 두 관계만으로 암치료의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고 수많은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좋은 지지자와 지지 프로그램이 있을 때, 이를 잘 활용하는 것도 현명한 치료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