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엄마의 죽음. 양가감정

슬기엄마 2012. 6. 27. 00:50

 

 

내일이 생신인데

오늘 돌아가셨다.

그동안

몇번을 돌아가실 뻔 한지 모른다.

작년부터

중환자실 폐렴치료. 기관삽관

심장이상.

기관지 주변의 림프절 확장으로 응급 기관절개술 준비.

항암제 독성으로 인한 패혈증.

설명할 수 없는 의식변화

 

더 나빠지면 심폐소생술은 하지 맙시다.

그 말을 4번이나 했다.

그때마다 환자는 좋아져서 걸어 나갔다.

4주간 입원하면 4주를 바깥 생활 하시다가

어떤 이벤트가 생기면 나빠져서 입원하기를 수차례.

그때마다 걸어서 퇴원을 하는 환자를 보고 환자 가족 그리고 나 모두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생명력이 강한 환자가 내일 생신을 맞이하신다고 했다.

그깟 항암제 몇일 미룬다고 큰일나는 상황아니니 걱정말고 잔치하고 오시라고 했다.

그렇지만 항암제 부작용으로 입안이 많이 헐고 폐렴이 겹쳐서 또 응급실로 오셨다.

 

난 또 말했다.

심폐소생술은 하지 말자고.

오늘은 돌아가실 것 같으니 1인실로 옮겨서 임종 준비를 하자고.

딸은

매번 위기 때마다 꼭 엄마를 낫게 해달라고 나에게 부탁했다.

엄마랑 시간을 좀더 갖고 싶다고. 아직 아쉬움이 너무 많다고.

그렇지만 그런 투병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환자도, 남편도, 딸도, 아들 모두 많이 지쳤다.

너무 지쳤지만 엄마를 놓을 수는 없었다.

그것이 가족의 양가감정이다.

그렇게 양가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로 죄책감을 갖는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동안 더할 나위 없이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가족이 더 잘할 수는 없어요. 오늘 편안히 돌아가셔서 다행입니다.

돌아가실 때까지 항암치료 해서 죄송해요.

내가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