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112

방사선 폐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유방암 수술을 하고 나면 방사선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방 보존술을 하신 분은 무조건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유방을 다 절제하신 분들 중에서도 최초 유방의 종양크기가 컸다든지, 수술 후 제거한 림프절에서 종양세포가 침투한 림프절이 여러개 발견될 경우 방사선치료를 받는 것이 수술 후 국소적으로 남아있는 암세포를 제거하고 재발율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입증된 바 있습니다. 매일 매일 한달에서 한달반 정도. 그렇게 방사선치료가 끝난지 수개월 내 (대개 3-9개월 사이)에 방사선 폐렴이 올 수가 있습니다. 유방을 중심으로 방사선이 조사되지만 유방 뒤쪽의 폐에도 방사선의 영향이 일부 미치기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합병증입니다. 증상은 잔 기침, 가래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가래 색..

선생님 저 치료 잘되고 있나요?

수술하고 항암치료 받는 환자분들이 가끔 묻습니다. 선생님, 저 치료 잘 되고 있나요? 그런 질문을 받으면 대개 저는 그럼요 라고 대답합니다. 그렇지만 정확히 말씀드리면 잘되고 있는지는 사실 모른다는 것입니다. 수술을 해 버린 상태에서는 눈에 보이는 병을 다 제거한 상태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전이암을 타겟으로 재발하지 말라고 치료하는 셈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진행된 여러 3상 임상연구를 근거로 하여 도움이 된다고 입증된 치료법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비슷한 조건의 환자군에서 항암치료를 했을 때 재발율과 사망율을 낮춘 것이 명백히 입증되었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하는 셈입니다. 그러니까 일부는 굳이 항암치료를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는데 하는 수도 있고 일부는 좀더 강화된 요법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데 미흡한 치..

유방암 생존자로 살아가기, 그 어려움에 대하여

Cancer survivor 혹은 Survivorship 이란 말이 있습니다. 우리 말로 번역하면 암 생존자 혹은 생존자로 살아가기 정도가 될까요? 번역을 하니 어감이 별로 와닿지 않습니다. 좀 더 나은 한글 번역어가 필요한 개념입니다. 암이라는 첫 진단을 받고 정신없이 검사하고 치료를 받습니다. 완치 가능한 단계라고 판단되면 첫 치료로 항암치료를 하기도 하고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상황에 따라 방사선치료가, 표적치료가, 항호르몬 치료가 추가로 진행됩니다. 방사선 치료는 보통 한달-한달반, 표적치료는 1년, 항호르몬 치료는 5년간 진행됩니다. 환자마다 이 기간을 받아들이고 견디고 이겨내는 과정이 다른 것 같습니다. 1기인데도 이후 재발을 걱정하고 이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시는 분이 계시는가 하면 3기여도..

기분은 좀 어떠세요?

한국의 의료현실에서 대학병원으로 암환자가 몰립니다. 그래서 외래 진료시간에 환자 몸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 전략을 결정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해요. 그러니 마음은 어떠시냐고 물어볼 틈이 없습니다. 그런데 Journal of Clinical Oncology 라는 종양학 저널에서 2012년 4월호에 암환자를 위한 심리사회적 지원의 중요성에 대한 특집호가 발행되었는데 거기 실린 논문을 읽다보니 유방암에 대한 1차적인 치료를 다 마치고 정기검진을 위해 병원에 오는 환자들, 그들을 위한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하고 있네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몸과 마음 때문에 여러 모로 힘든 상태에서 주치의가 환자에게 요즘 기분은 어떠신지 그렇게 감정적인 상태를 묻는 관심을 보이는 것을 원한다는 통계도 인용되어 ..

일상으로 복귀할 때

힘들고 어려웠던 유방암 치료의 일차관문을 통과하고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가신 여러분께 수술 후 유방암 환자가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조사하여 유방암 환자를 위한 사회심리적인 지지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치료 중 겪었던 어려움, 지금도 남아있는 후유증, 마음의 갈등 등에 대해 여러분이 솔직한 의견을 주시면 이후 치료받게 될 유방암 환자들이 사회 및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돕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같은 배를 타고 가는 유방암 친구, 그들이 망망대해를 헤매지 않고 안전한 항로로 치료의 여정을 밝을 수 있도록 선배 환우님들의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와 같은 머릿말이 붙은 설문조사가 다음달 2주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주제가 정해진 연구는 아니고 암치료를 받고 사회로..

유방암 수술 한달후, 팔운동에 장애가 없도록

유방암 수술을 하는 누구도 겨드랑이 림프절을 일부 혹은 전부를 절제하게 됩니다. 검사용으로든 치료용으로든 겨드랑이 림프절을 건드리게 되어 있어요. 일반적으로 혈관이 손상되어 출혈이 생겨도 잘 눌러 지혈하면 저절로 피가 멈추듯이 림프절/림프관이라는 것도 일종의 혈관이라서, 수술할 때 림프절을 제거하면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새로운 림프절, 림프조직들이 생겨나며 정상화 됩니다. 그런데 이들이 제대로 된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혈액순환이 정상적으로 잘 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 시간은 사람마다 달라서 온전한 구조를 형성하기 전까지는 수술한 겨드랑이 근처에서 림프액이 셀 수 있습니다. 조직에 림프액이 고이는거죠. 그래서 너무 많이 세서 조직이 땡땡해지고 아프면 주사기로 림프액을 빼면서 증상을 조절할 수 있습니..

할머니 마음

아흔을 바라보시는 할머니 유방암을 진단받고도 한참 있다 오셨다. 초기니까 수술하면 된다고 들으셨는데도 안하신다고 했다. 그리고 또 자식들 성화에 몇달 뒤 다시 검사하셨다. 다행히 여전히 수술가능한 상태. 그래도 할머니는 수술 안하신다고 했다. 그러다가 오늘 나를 만났다. 묵주반지를 끼고 있지만 사실 날나리 신자인 내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는데 눈물이 글썽글썽. 할머니 무릎 관절염 말고 다른데 불편하신거 없으세요? 혈압 말고는 없어. 아이고, 건강하시네요. 얼른 수술해요. 검사 몇가지 하구요. ... 괜히 자식들한테 오래살고 싶은 할망구 소리 들을까봐, 삶에 연연해한다는 소리 들을까봐 수술 안하실라고 했죠? 응. 나이도 이렇게 많은데 무슨 수술이야. 그냥 죽는게 낫지. 그렇게 생각했어. 근데 오늘 저한테는..

남편, 더 오래 도와줘야 해요

처음 수술 받고 항암치료 받을 때까지는 매번 같이 병원에 와주는 듯 싶더니 매일 병원에 다녀야 하는 방사선 치료부터는 부인의 독립심을 믿는 건지, 병원 같이 다니는 빈도가 떨어진다. 부인도 이제 미안하다. 회사일, 남편 일도 있는데 자기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쓰고 있는건 아닌가 싶은 자신감없는 마음에 그저 남편에게 고마와 할 뿐이다. 그렇지만 사실 환자는 항암제의 부작용 - 손저림, 탈모, 수면장애, 무기력감 수술의 부작용 - 림프부종, 수술 자리 통증 방사선치료의 부작용 - 방사선 치료 받는 부위의 피부 발진 및 통증, 전신 무력감, 식도염 이런 부작용들이 많이 남아있다.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아주 힘들지는 않아서 굳이 입밖으로 낼 정도는 아니다. 그동안도 아프고 힘들다는 말 너무 많이 해서..

가족, 뭔가 위로의 말을 해주고 싶을 때

너무 위로의 말을 할려고 하지 마세요. 그냥 견디는게 더 나을지도 몰라요. 환자 마음의 안정은 어쩌면 환자와 주치의가 대면해서 나누는 대화, 정작 치료를 시작하면서 하는 굳건한 결심 등을 통해 해결되는 일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주치의로서 암을 진단받은 환자를 곁에 둔 가족을 위해 정보를 드립니다. 암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1> 일단 의심이 되는 종양 중 일부에서 바늘로 조직검사를 한 후 병리학적으로 암세포를 봐야 암이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상검사로 확정진단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부 암에서는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도 CT만으로 진단할 수 있기도 하지만요) 2> 암이 확정되면 수술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그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영상학적 검사를 하는데요, 그때 대략의 병기가 나옵니다..

자신감 자괴감

치료 중엔 귀가 얇아져요. 누구나. 뭐가 몸에 좋다, 면역성을 증강시킨다, 기운이 난다, 그런 좋다는 말에 혹해서 누가 선물로 준 혹은 내가 돈 주고 산 건강보조식품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래도 우리 환자분들은 저에게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교육이 잘 된거 같습니다) 심지어 내가 기운이 없어보인다면 나에게도 건강보조식품을 선물로 주신 분도 있어요. 기운이 없어서 먹었는데 그걸 먹었더니 기운이 났어요. 내심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었나 했지요. 아마 당귀에 비슷한 구조성분이 들어서 그런거 같아요. 여하간 전 먹었어요. 전 항암치료 안하니까 ㅎㅎ 항암치료 중에는 다른 건강보조식품이나 약제를 함께 복용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간에 무리가 됩니다. 그러니까 버섯을 요리해서 음식으로 드시는 건 괜찮지만 다려 마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