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가족, 뭔가 위로의 말을 해주고 싶을 때

슬기엄마 2012. 7. 25. 16:34

 

너무 위로의 말을 할려고 하지 마세요.

그냥 견디는게 더 나을지도 몰라요.

환자 마음의 안정은

어쩌면

환자와 주치의가 대면해서 나누는 대화, 정작 치료를 시작하면서 하는 굳건한 결심 등을 통해 해결되는 일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주치의로서

암을 진단받은 환자를 곁에 둔 가족을 위해 정보를 드립니다.

 

암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1> 일단 의심이 되는 종양 중 일부에서 바늘로 조직검사를 한 후 병리학적으로 암세포를 봐야 암이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상검사로 확정진단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부 암에서는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도 CT만으로 진단할 수 있기도 하지만요)

2> 암이 확정되면 수술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그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영상학적 검사를 하는데요, 그때 대략의 병기가 나옵니다. 영상학적으로 의심이 된다는 소견만으로는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3> 최종적인 병기는 수술을 해서 종양의 크기가 몇 cm 인지, 겨드랑이 림프절을 제거하고 전체 제거한 림프절 중에 몇개의 림프절에서 악성세포가 관찰되었는지에 따라 최종적인 병기가 결정됩니다. 즉 병기는 수술을 해야 나오는 것입니다.

 

수술 전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2기 혹은 3기로 예상되는 경우는 아주 흔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유방암이 진단되는 상황은

우연히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아주 작은 크기의 1기 유방암 환자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뭔가 의심이 되서 검사를 하고 나서 2기 아니면 3기가 의심되는 병기 수준으로 발견되는 경우 입니다.

이때 병원의 진료지침에 따라서

수술을 먼저하고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할 수도 있고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하고 수술 한 다음 이후 방사선치료를 추가로 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둘 다 가능한 표준치료의 옵션입니다.

 

 

환자들은 예후를 궁금해 하는데요

2기 초부터 2기 말, 3기 초, 3기 중반, 3기 후반

이렇게 세분화된 병기별로 5년 후 재발율, 생존율이 다릅니다. 3기 후반으로 진단이 되면 5년내 재발할 확률이 50% 이고, 2기 초로 진단되면 5년내 재발율이 8-10% 정도 됩니다. 물론 생존율은 이것보다 높지만요.

 

수술전 병기가 다소 높은 것 같아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하게 되면 수술 시 병기가 낮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 이사람의 예후는 수술 전 임상적 병기가 결정하는지, 수술 후 병기가 결정하는지 아직 논란이 많습니다. 수술 전 임상병기가 높았어도 항암치료 반응이 좋아서 병리학적 완전관해가 오면 재발율이 현격히 낮아지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첫 치료를 어떻게 시작하느냐도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죠.

 

다른 암은 예후를 결정하는 요인 중 병기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유방암은 병기 이외에도 암세포의 생물학적 속성 (예를 들면 호르몬 수용체의 존재여부, HER2 수용체의 존재여부 등) 이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예후를 2가지 측면에서 설명합니다.

또한 병기와 생물학적 속성 이외에도 각종 임상적 지표 (예를 들면 진단시 나이, 가족력, 초경시기, 임신여부 등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에서도 예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있습니다.

 

재발을 해도 예후가 좋아서 다시 완치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재발을 하면 순식간에 안좋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결국 환자의 재발 및 예후를 결정하는 요인은 한가지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생존율 및 재발율 등에 관한 수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어떤 특정 수치 예를 들면 재발율이나 생존율이라는 수치는 평균적인 값을 말하지만, 나에게 위험요인이 없더라도 재발이 되면 결국 100%, 위험요인이 많아도 발생하지 않으면 0% 인 셈입니다.

즉 지금으로서는 그런 수치에 얽매이기 보다는 일단 열심히, 긍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치료하면서 오지않을 미래를 걱정하며 살지 말자고 말합니다.

 

이런 설명을 주치의가 아닌 다른 과 의사나 주위 지인이 하기는 어려운 문제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어렵고도 복잡해요.

환자는 누군가가 괜찮을거야 잘될거야 이렇게 말하는 것도 듣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들의 말이 괜한 말 같고 빈말 같다고 느낀대요.

그렇다고 심각하게 말하는 걸 듣고 싶을까요? 그렇지는 않을거에요.

 

그러니까 결국 주치의와 상의하는게 가장 좋습니다.

가족과 지인들은

그저 묵묵히 지원하고 사랑을 표현해주고 기도해주고 그런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넷 정보요?

저는 별로 도움이 안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심하게 인터넷을 다 뒤집니다. 논문도 찾아 읽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정보를 찾을 수록 혼란스럽고 실망스럽고 분노하게 됩니다.

전 그래서 그냥 저에게 다 얘기하라고 합니다.

한 서너번 주치의와 면담을 하고 나면 대개의 환자들은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 같습니다.

아주 씩씩해져요.

그래서 제가 많이 배웁니다. 그렇게 용감하게 변신하는 환자들을 보면서요.

 

요즘은

진료시간에 환자를 만나는 시간만큼

짜증이 안나는 시간도 없습니다.

가끔, 아주 가끔

짜증나는 보호자를 만나는 경우도 있긴 있어요.

그렇지만 환자는 아무리 심통을 부리고 이상한 말을 해도

환자 때문에 화가 나거나 짜증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환자니까요.

그러니까 언제든지 궁금함이 있거나 불안함이 있거나 마음이 적적하면 저에게 얘기하세요. 아시겠죠?

 

제가 바로 당신의 주치의니까요.

 

 

 

'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 > 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머니 마음  (0) 2012.08.01
남편, 더 오래 도와줘야 해요  (4) 2012.07.27
자신감 자괴감  (0) 2012.07.23
시행착오  (0) 2012.06.26
삶의 철학을 전환한다는 것은  (0) 2012.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