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남편, 더 오래 도와줘야 해요

슬기엄마 2012. 7. 27. 16:47

 

처음 수술 받고

항암치료 받을 때까지는

매번 같이 병원에 와주는 듯 싶더니

매일 병원에 다녀야 하는 방사선 치료부터는

부인의 독립심을 믿는 건지, 병원 같이 다니는 빈도가 떨어진다.

부인도 이제 미안하다.

회사일, 남편 일도 있는데

자기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쓰고 있는건 아닌가 싶은 자신감없는 마음에

그저 남편에게 고마와 할 뿐이다.

 

그렇지만 사실 환자는 

항암제의 부작용 - 손저림, 탈모, 수면장애, 무기력감

수술의 부작용 - 림프부종, 수술 자리 통증

방사선치료의 부작용 - 방사선 치료 받는 부위의 피부 발진 및 통증, 전신 무력감, 식도염

이런 부작용들이 많이 남아있다.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아주 힘들지는 않아서

굳이 입밖으로 낼 정도는 아니다.

그동안도 아프고 힘들다는 말 너무 많이 해서

이제 왠만큼 아파도 말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다.

가족도 한두번이지 매번 아프다고 징징대는 환자를 반기지 않는다.

그래서 점점 말하지 않고 꿋꿋하게 참는 걸로 결심해 본다.

 

 

주치의로 제가 환자들을 보기에는요

막상 치료가 진행 중인 기간에는 환자가 정신도 없고 그래서 그냥 잘 견디는거 같아요

의사가 시키는대로 하고

또 너무 힘드니까 그걸 극복하는데 집중하니까 특별히 갈등할 것도 없어요.

환자가 힘든게 눈에 보이니까 남편이나 가족도 잘 도와줘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요

정작 환자는 공식적인 치료를 다 마친 후

정상적인 생활 주기로 돌아가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아직 몸이 안 따라주는 육체적 부담감에

더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 육체적 기능도 완전치 않아 도와줄 일도 많구요

자존심 상하니까 아프다는 말 하기 전에 먼저 도와주세요.

 

너무 예민해서 그렇다구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이런 치료기간을 거치고 나면 환자들은 누구나 대부분 난소기능이 떨어지고 에스트로젠 생성이 억제됩니다. 여성 호르몬이 감소되니까 수술 후 합병증에 더하여, 뭐라 명확히 말할 수 없는 폐경 증상으로 고생합니다. 그러니까 치료를 마치고도 한 2-3년은 계속 잘 지지해줘야 해요. 그리고나면 비로소 환자들이 변화된 자신의 몸과 호르몬 상태에 적응을 합니다.

일반 여성도 폐경을 경험하면 한 2년 정도 힘듭니다.

그런데 그걸 약으로 유도해서 폐경을 겪는게 훨씬 힘듭니다. 폐경의 증상은 딱 부러지게 어떤 증상으로 나타나는게 아니라 애매하게 몸이 힘든걸로 나타나요. 일반 폐경보다 훨씬 힘들게 말이죠.

또 여성 호르몬이 감소하니까 성욕도 감소하고 질 위축증도 발생해서 부부관계가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환자는 남편들에게 죄책감을 갖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아내의 마음을 이해해주세요.

치료 후 우울증도 많이 오니까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러 다니고 선물도 많이 사주고 그렇게 좀 해주세요. 제가 무슨 약을 처방하는 거보다 남편과 가족의 지지와 사랑을 확인하면 환자는 증상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더 많이

더 오래

도와주는게 필요합니다.

남편들, 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