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112

가글 레시피

항암치료 중에는 입안 점막이 헤지면서 구내염이 잘 온다. 구내염이 오면 입맛도 떨어지고 먹는 양이 줄면서 몸과 마음이 고달파지기 시작한다. 심한 경우 입안에 궤양이 생겨 푹 파이기도 한다. 매우 아프다. 백혈구 수치가 떨어져있다면 구내염 때문에도 열이 날 수가 있다. 입안에는 기본적으로 수많은 잡균들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점막 말고도 잇몸질환, 충치 등의 문제가 겹쳐서 통증이 심하게 오는 수도 있다. 그런 염증이 막상 오고나서보다는 구내염이 오기 전에, 멀쩡할 때, 가글을 하는 것이 좋다. 즉 항암치료를 시작하자 마자 가글을 열심히 하고 하루 4회 이상, 식후 3번과 잠자기전. 그리고 가글을 하고 나면 물로 헹구지 마시도록.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는 항암치료 후 10일을 전후해서는 하루 6-8회 정도의 ..

설사 레시피

변비 레시피에 비해 설사 레시피는 간단하고 다소 초라하다. 의학적으로는 설사 레시피가 더 중요하다. 설사를 많이 하면 탈수가 오고 금방 몸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항암제로 인한 설사는 변이 묽게 여러번 나오는 수준이 아니라 수도꼭지를 틀면 쫙 하고 물이 펌프질하듯이 쫙쫙 나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하루에 10번 이상이다. 환자가 말하기를, 처음에 물설사가 쫙쫙 나오다가 나중에는 물만 나온다고 말한다. 일부 항암제는 개발 이후 효과는 좋은데 설사가 심해서 그 임상연구에 참여했던 환자 중 65세 이상의 노인이 4명 탈수로 사망하여 약 승인이 취소된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또 최근에 개발되어 나오는 여러 먹는 항암제 겸 표적치료제들이 설사가 심하다. 의사가 말하는 심한 설사라 함은 하루 6회 초과 하는 ..

변비 레시피

항암치료 중에는 장 운동이 비정상적이라 같은 약을 써도 누구는 변비, 누구는 설사가 생길 수 있다. 만성변비로 인해 그 고통을 아는 나로서는 환자들의 변비 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변비방지의 중요성에 대해 과도하게 설명하는 편이다) 사소하게는 배에 똥이 많이 차있으면 속이 더부룩해서 식욕도 안생기고 조금만 수틀려도 구역감이 느껴지기 쉽기 때문에 변을 빨랑빨랑 빼주는게좋다. 심하게는 통증이 동반되고 통증에 동반되기 마련인 탈수때문에 똥이 토끼똥으로 변해 잘 배출되지도 않는다. 힘 주고 애 써봐도 헛발질. 그것이 몇번 반복되면 탈진으로 이어진다. 아주 이상한 느낌이 온다. 곧 나올 것 같은데 나오지 않으면서 몸의 톤이 이상하게 변한다. 그건 경험해본 사람만이 안다. --> 대처 및 예방법 물을 많이 ..

모범환자 1호

오늘 처음 뵙는 환자분. 68세니까 그리 젊지 않다. 그리 늙었다고 보기도 뭐하다. 그렇지만 이제 할머니가 막 되어가는 것이 느껴지는 외모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 3기 그래서 항암치료 하고 수술하셨다. 지금은 방사선치료를 마치고 허셉틴만 맞고 계신다. 연수가시는 손주혁 선생님께 치료받다가 이제 내가 진료하게 되었다. "허셉틴 맞는건 힘들지 않으시죠?" "그럼요 괜찮지. 이제 살거 같아." "뭐 다른 거 어려운 점은 없으세요?" "(림프부종 때문에 재활의학과에서 운동교육을 받으셨나보다) 꼭 이거 30번만 해야 하나? 내가 좀 더해보니까 좋던데. 해보니까 연습할수록 팔이 점점 더 많이 펴지고 잘 올라가." "더 하셔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어차피 다 스트레칭이고 운동되는거 아닐까요? 더 하셔요" "난..

제가 칼슘과 비타민D를 드리는 이유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자의 47%, 여자의 65%가 비타민D 부족상태라고 합니다. 비타민D는 뼈 대사에 중요한 원 재료 역할을 합니다. 항암치료를 하는 유방암 환자들은 여자라는 것, 뼈의 질을 떨어뜨리는 항암치료 및 항호르몬제를 복용한다는 것 혹은 뼈 전이가 있는 환자의 경우 뼈 형성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 때문에 비타민D 를 적극적으로 섭취해야 합니다. 저는 혈중 비타민 D 레벨을 체크하지 않고 (그런데 혈중 레벨을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여 저도 고려중입니다) 골밀도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골다공증은 아니고 그 전단계로 체크되시는 분들께 비타민D과 칼슘제가 혼합되어 있는 제재로 약을 드립니다. 이런 약을 드시는 일부 환자에서는 약을 먹고 속이 쓰리거나 변비가 생기는..

환자가 나빠지는 길목을 잘 막아야

대학병원 응급실이 욕 먹는 경우는 여러 모로 많다. 응급실은 그야말로 응급실. 환자가 응급실 문을 들어서자마자 모든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하며 환자가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하루에도 몇번씩 있다. 그렇게 한 환자에 붙잡혀 최선의 진료(!)를 하는 동안 다른 환자에 대한 결정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 기다리는 환자는 다들 힘들고, 이런 조치에 섭섭하겠지만, 또한 다소 비효율적이라고 느끼며 불편할 수는 있지만, 응급의학과 선생님들은 언제나 가장 중환부터 치료를 진행해야 할 사명이 있다. 사람이 살고 죽고와 불편한 건 천양지차니까. 그렇지만 기다리느라 힘 빼고 때론 응급실에 입실도 못하고 밖에서 기다리고 응급실 이용료는 비싸고 입실해도 조치가 신통치 않고... 의료진에게는 별거 아닌것 ..

춤도 배우고 네일 아트도 다니고 쇼핑도 많이 하세요

항암치료 기간을 견디지 말고 즐겨봅시다. 내 생애 한번도 해보지 못할 것 같은 일을 해보세요. 바빠서 미뤄뒀던 일 내 형편에 엄두도 못냈던 일 꿈에도 생각조차 못해봤던 일 그런 게 뭘까 생각해보시구요 이 치료기간에 시작해보세요. 이 치료가 언제 끝나나, 남은 기간 어떻게 견디나, 그런 생각을 하면 많이 지칩니다. 저라면... 춤을 배워보겠어요. 제가 지금은 비록 '몸치'지만 배우고 연습하면 어느 레벨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6개월 항암치료가 끝났을 때 혹은 1년 후 모든 치료가 종결되고 검사결과가 좋게 나올 때 한바탕 멋지게 춤추는거죠. 6개월에 한번씩 종합검사를 하는데 그때마다 축하공연을 나이트 클럽에서 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어요? 저 춤 잘 추는 사람 너무 멋지고 부럽거든요. 춤 추는거 관절염에도 도..

외래에서 환자들과 정이 들다

항암치료 주기가 대개 3주라 3주에 한번은 환자들을 만난다. 매주 치료도 있어서 매주 보는 환자도 있다. 그들을 만나면 오늘은 월요일이구나, 벌써 3주가 지났구나 그런 시간의 흐름을 깨닫게 된다. 일상은 바쁘고 정신이 없어 오늘이 몇일인지, 무슨 요일인지 잊고 살기가 쉬운데 외래에서 만나는 얼굴 익숙한 환자들이 나의 날짜 감각을 살려준다. 오늘 외래에서 죽어도 항암치료는 안하겠다는 환자는 결국 안하기로 하고 갔다. 그래도 3개월에 한번씩 검사하기로 했다. 재발한 환자를 수술한 거니까... 이제 그는 3개월 후에...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할 때마다 이거 꼭 해야하냐고 틱틱거리던 환자는 수술을 마쳤다. 이제 그는 6개월 후에... 시간이 이렇게 흘러간다. 어디 보험회사인지 모르겠는데 매번 외래에 올 때마다 ..

환자들의 예전 치료기록을 보면서...

내일 암학회 발표가 있어서 준비를 하느라 뒤늦게 차트를 뒤지며 자료를 보완중이다. 우리병원 단일기관에서 진행중인 수술전 항암요법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했던 환자들의 자료들을 다시 보고 있다. 재작년부터 시작한 연구라 내가 대부분 임상연구를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았던 환자들 그리고 외래에서 울고 웃고 힘든 시간을 함께 했던 환자들 그 환자들 중에 누가 빈혈이 생겼고 누구는 패혈성 쇼크로 고생하고 누구는 간염이 재발해서 임상연구에서 탈락하고 누구는 수술결과가 좋고 누구는 중간에 재발하고 그들의 표정, 그 시간들이 떠오른다. 임상연구간호사가 치료 중 발생하는 온갖 이벤트에 대해 잘 정리해 두었다. 항암치료 중에는 독성평가가 매우 중요한데 특정 항암제의 독성을 잘 알고 있어야 다른 약과의 병용요법을 고려할 때도, 다..

동글동글한 것이 만져지기만 해도...

우연히 만져진 어깨쭉지의 작은 덩어리. 당장 병원에 달려와 초음파를 하고 초음파상 양성 혹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해도 불안한 환자의 마음은 결국 조직 검사를 하게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자꾸 머리가 아프다고. 자기 HER2 양성인데 MRI 검사 해봐야 하는거 아니냐고 환자가 불안해한다. 증상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음, 공부를 너무 많이 하셨어.) MRI 찍은지 3개월밖에 안됬는데.. 또 찍는다. 수술하고 나서 3개월이 지났는데 수술한 유방쪽으로 뭐가 자꾸 잡히는 것 같단다. 수술 후 상처가 자리잡는 과정에서 그럴 수 있다고 말했지만 결국 또 초음파 하고 조직검사도 하였다. 뭔가 만져지기만 하면 한번 생긴 증상이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환자들은 불안하고 조급해서 발을 동동 구르고 당장 외래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