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설사 레시피

슬기엄마 2011. 7. 21. 21:41

변비 레시피에 비해
설사 레시피는 간단하고 다소 초라하다.
의학적으로는 설사 레시피가 더 중요하다.
설사를 많이 하면 탈수가 오고 금방 몸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항암제로 인한 설사는
변이 묽게 여러번 나오는 수준이 아니라
수도꼭지를 틀면 쫙 하고 물이 펌프질하듯이
쫙쫙 나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하루에 10번 이상이다.
환자가 말하기를, 처음에 물설사가 쫙쫙 나오다가 나중에는 물만 나온다고 말한다.

일부 항암제는 개발 이후 효과는 좋은데 설사가 심해서 그 임상연구에 참여했던 환자 중 65세 이상의 노인이 4명 탈수로 사망하여 약 승인이 취소된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또 최근에 개발되어 나오는 여러 먹는 항암제 겸 표적치료제들이 설사가 심하다.

의사가 말하는 심한 설사라 함은
하루 6회 초과 하는 설사이다. 4-6회면 grade 1, 6회 이상이면 grade 2, 6회 이상이면서 바이탈 싸인에 영향을 줄 정도의 위험한 설사가 grade 3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하루 2-3회 했다 하면 설사로 안친다. 환자는 1-2번만 해도 설사가 심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환자가 설사때문에 힘들었다고 하면
하루에 몇회, 그러한 증상이 몇일 지속되었는지를 숫자로 물어보는게 좋다.

일단 설사가 시작되면 48시간 이내에 그 증상을 완전히 컨트롤해야 한다.
48시간 이내에 컨트롤이 안되면 병원에 와서 주사로 설사를 멈추고 수액을 맞아야 한다.

일단 로페라마이드나 아리스텔 과 같은 지사제를 넉넉히 보유하고 있다가
설사가 시작되면 일단 2알을 한꺼번에 먹고 4시간 간격으로 먹는다. 24시간 이내에 4시간 간격으로 먹다가 증상이 좋아지면 설사가 멈춘 후에도 2-3회 더 먹고 지사제 복용을 멈춘다.

24시간이 지나도 6회 이상의 설사 빈도가 감소하지 않으면 2시간 간격으로 먹는다. 역시 2시간 간격으로 먹다가 설사를 멈추면 멈춘 후에도 2-3회 더 먹는다 (교과서에는 설사가 멈춘 후 12시간까지 약을 같은 방식으로 먹으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현실성이 좀 없고, 과다하게 먹으면 삽시간에 변비로 변할 수가 있어 난 2-3회만 더 먹으라고 한다)

대개의 항암제로 인한 설사는 이렇게 자가 약 복용을 통해
48시간 이내로 증상을 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만 잘 되면 환자들이 알아서 잘 먹는다.
때론 내가 말씀드린 것과 다른 방법으로 드시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 몸 상태를 잘 살펴서 잘 맞춰드시는것 같다.

48시간이 지나도 설사가 조절되지 않으면 험란하더라도 응급실에 오셔서 수액공금을 시작해야 한다. 물론 외래가 열려있으면 외래에서도 조치할 수 있다. 피검사를 해서 전해질 이상등이 오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게 좋겠다.

난 변비가 심한 것에 비해 설사라는 걸 안해봐서
환자의 아픔에 동참하기에 공감력이 좀 떨어진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변비보다 설사가 더 무서운 것이다.
설사를 하다가 혈압이 떨어지기도 하고 손발이 오그라들며 저리기도 하다.
의사를 꼭 만나보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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