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 993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와

작년에는 휴가를 못 썼는데 올해는 이번주 휴가를 썼습니다. 병원을 떠나 한주간 잘 쉬었습니다. 재충전이 무엇인지 나를 돌아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하고 돌아왔습니다. 손에서 한줌 모래가 세어나갈까봐 전전긍긍, 경직된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손을 움켜쥔다고 빠져나가는 모래를 주어담을 수는 없습니다. 다 털어버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어 왔습니다. 병원을 떠나있었지만 매일 전공의와 연구간호사들이 메일을 보내 환자들의 상황을 보고해 주었습니다. 내가 직접 진료하지 않고 보고를 받는 것은 한계가 많습니다. 그 사이에 상태가 안좋아진 분들이 있어서 마음이 가볍지많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던거라고 자위해봅니다. 이번 휴가 기간에 제가 얻었던 소득이 몇가지 있었는데 그중 Cancer: ..

2012 MASCC - 5

암이 조절되지 않고 나빠지면 환자의 근육량이 감소하고 몸무게가 감소합니다. 식욕감소 피로 운동량 부족 등이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합니다. 암종에 따라 살이 많이 빠지는 종류의 암이 있고 그렇지 않은 암이 있습니다. 제가 주로 진료하는 유방암은 살이 많이 빠지는 타입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일부 환자는 40kg을 넘지 못해서 무슨 약을 쓰기도 겁나고 환자를 보는게 너무 안쓰럽기도 합니다. 이번 세션에서는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근육량 감소의 병리학적 기전과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약제개발에 관한 연구를 소개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고 논의가 활발한 영역이 아니라 흥미로웠습니다. 암이 나빠지면서 생기는 일이라 궁극적으로 병이 조절되는게 중요하겠지만 그 동안 일시적으로라도 환자의 전신상태를 개선하는데..

2012 MASCC - 4

Depression, Delirium, Anxiety 우울감이나 섬망, 불안 등의 정신적인 측면에서 발생하는 증상에 대해 약물요법, 비약물요법 등의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며 이러한 증상이 암종에 따라, 현재 받고 있는 치료의 종류에 따라 발생하는 빈도가 다르며, 또한 이를 입증하는 객관적인 표지자 (marker) 를 찾으려는 연구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암 중에는 췌장암 환자가 가장 우울감이 심한데, 그것은 췌장암의 예후가 안좋기 때문에 환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다기 보다는 췌장에서 우울감을 유발하는 염증성 싸이토카인 cytokine 들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생물학적인 요인이 더 크다는 예시를 들고 있네요. 또 통증이 조절되지 않을 때 환자들이 가장 우울감을 느끼고, 나트륨이..

2012 MASCC - 2

먹는 항응고제의 개발 : Dabigatran, Rivaroxaban, Apixaban 암 치료 중만나는 무수한 복병 중에 드물지 않게 만나는 복병으로 혈전증이라는게 있습니다. 암세포는 혈액 점성을 올려서 자기들끼리 뭉쳐서 혈전을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 몸은 혈전이 생기면 그걸 녹이는 물질을 만들어서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우리 몸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거죠. 그런데 혈전이 갑자기 확 생기는 시기에는 우리 몸의 자정 능력이 발동되기까지 시간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미 생긴 혈전을 녹일 수는 없을지라도 혈전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막아주는 약을 써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항응고제입니다. 오전의 두번째 세션 중의 하나 새로 개발된 항응고제 중 먹는 약으로 개발된..

2012 MASCC - 1

Geriatric Oncology 소위 노인 암환자 치료 과정 중 필요한 supportive care 전략에 대해 논의하는 session에 들어와 있습니다. 노인 암환자를 치료할 때는 암 자체의 요인 뿐만 아니라 환작 가지고 있는 만성질환,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 등을 고려해서 암 치료의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노인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치료의 부작용과 위험을 예측하는 것이 치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노인이라는 이유로 해야할 치료를 간과해서도 안되고 젊은 사람이랑 똑같이 치료하다가 그것이 환자의 기저 건강을 헤쳐서 치료의 부작용을 고생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노인 환자의 치료를 결정하고 치료과정을 잘 지원하는 것은 중요하고도 학문적으로 아직 미성숙 단계라 어렵고도 아..

엄마의 죽음. 양가감정

내일이 생신인데 오늘 돌아가셨다. 그동안 몇번을 돌아가실 뻔 한지 모른다. 작년부터 중환자실 폐렴치료. 기관삽관 심장이상. 기관지 주변의 림프절 확장으로 응급 기관절개술 준비. 항암제 독성으로 인한 패혈증. 설명할 수 없는 의식변화 더 나빠지면 심폐소생술은 하지 맙시다. 그 말을 4번이나 했다. 그때마다 환자는 좋아져서 걸어 나갔다. 4주간 입원하면 4주를 바깥 생활 하시다가 어떤 이벤트가 생기면 나빠져서 입원하기를 수차례. 그때마다 걸어서 퇴원을 하는 환자를 보고 환자 가족 그리고 나 모두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생명력이 강한 환자가 내일 생신을 맞이하신다고 했다. 그깟 항암제 몇일 미룬다고 큰일나는 상황아니니 걱정말고 잔치하고 오시라고 했다. 그렇지만 항암제 부작용으로 입안이 많이 헐고 폐렴이 겹쳐서..

시행착오

나이가 많으신 70 어르신. 씩씩하게 젊은 사람이랑 똑같이 항암치료 8번 받고 방사선치료 다 받고 허셉틴 치료도 한번만 더 맞으면 끝난다. 항상 따님이 함께 하신다. 항암치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어떻게 지내셨어요? 하면 티비 드라마 보면서 지냈지. 티비만 봐. 그러셨다. 그리고 우리는 드라마 얘기를 하면서 웃었다. 자꾸 눈꺼풀이 내려앉아서 눈이 침침해진다며 피부과 가서 보톡스 맞아도 되냐고 하셨다. 그러시라고 했다. 보톡스를 맞았는데 기대했던 치료 효과보다 예상못했던 부작용이 나왔다. 눈이 잘 안감아지는 것. 그래서 표정이 이상해졌다. 항상 눈을 게슴츠레 뜨고 다니게 된다며 외래 오실 때 커다란 썬글래스를 끼고 오신다. 귀부인 같으셔요. 멋진대요. 눈 가릴려고 그래. 이 나이에 내가 미쳤지. 다시는..

도시락

토요일 진료를 마칠 무렵 예정에 없던 그녀의 방문이 있었습니다. 나를 위해 손수 만든 도시락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녀는 내가 힘들어 보이고 내가 박사논문 쓰느라 고생했고 그런 나를 위로하고 축하해 주고 싶었나 봅니다. 이제 기분 업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담은 카드와 함께. 그녀도 힘든데 각종 약 부작용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밝은 표정으로 씩씩하게 치료받으려고 애쓰고 있는 거 내가 아는데 그런 그녀가 나를 위로해 줍니다. 나눔은 자신에게 뭔가가 많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에너지를 나에게 나누어주고 갔습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그렇게 나에게 가르침과 에너지을 주는 환자들을 종종 만납니다. 환자지만, 또 다른 생활이 있기 때문에 온전히 환자로 살..

학생수업, 그 신선한 바람

오늘은 본과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나쁜 소식 전하기' 수업을 하였습니다. 작년에 role play를 처음 도입해서 진행해 보았고 그때 학생들의 feedback 을 기반으로 하여 올해는 조금 변형된 방식으로 운영해 보았습니다. 한 환자의 스토리를 세번의 장면으로 나누어 첫 진단, 재발, 병이 나빠져서 더이상 치료가 어려울 때 이렇게 세 국면에서 환자, 보호자, 의사의 역할을 하는 세명의 배우가 연기를 하였습니다. 아직 학생이라 환자로서 병에 대한 견해, 의사에 대한 기대 등이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지난주에 오리엔테이션 해준 것을 기반으로 하여 학생들 나름으로 진료 상황에서 환자와 어떤 대화를 할 것인지, 환자들이 어떤 점을 궁금해 할 것인지, 의사로서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할 것인지..

하루의 실천

내 존재가 초라해지려고 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자존심으로 지키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알게 모르게 누군가로부터 직접적으로, 책이나 배움, 매스컴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사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나의 실체는 ‘원래부터 굳건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끊임없이 ‘구성되고 있는 과정 중의 그것’일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나에게 타고난 재능으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는 노력, 정의로움을 추구하려는 노력, 행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상의 노력을 통해 그 무엇인가를 얻어가며 나를 채워가는 과정으로 노력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이 순간. 그 순간을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싶습니다.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