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만나는 환자들이 있죠. 치료 스케줄 때문에. 그런 분들은 사실 저에게 아주 가까운 분들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렇게 자주 만나는 사람은 없거든요. 거의 매일 밤에 늦게 들어가는데, 가보면 가족들은 모두 잠들어 있고 아침에는 눈 뜨면 허둥지둥 병원으로 뛰어오니까 가족과 별 대화를 못해요. 그거에 비하면 정기적으로 지속적으로 그런 만남을 갖고 지내는 환자분들과 훨씬 관계가 밀접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환자도 서로가 편한 관계가 됩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서로가 별 말 없이 괜찮으시죠? 네. 저 오늘 수치 괜찮죠? 항암제 맞고 갈께요 그렇게 썰렁한 문답으로 진료를 마칠 때가 있을 정도에요. 그렇게 썰렁하게 말하고 나면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습니다. 그 웃음의 의미조차 서로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