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 993

부부가 함께 항암치료를!

부부가 함께 항암치료를 유방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으시는 분. 2차 치료까지는 거뜬 하셨다. 3차 치료를 하러 오셨는데 백혈구 수치도 낮고 환자 컨디션도 매우 안좋아보인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남편이 위암을 진단받고 수술하는 바람에 그 병간호 하느라 제대로 못 쉬었어요. 저 유방암 진단받고 치료받는거 따라다니다가 자기도 속이 좀 불편하다고 내시경 한번 해보겠다며 검사를 했는데 위암이 나왔어요. 나는 2긴데, 남편은 3기래요. 이런… 항암치료 받고 수술받은 남편 때문에 보호자 침대에서 쪼그리고 자는 생활 몇일 했더니 몸이 아주 망가졌나봐요. 너무 힘드네요. 한주 쉬고 다음주에 항암치료 할까요? 언제 집에 내려갔다가 또 와요? 수치 괜찮으면 그냥 오늘 치료 받을래요. 집이 지방이라 한주 공치고 갔다 오는..

이제 항암치료 하지 않아도 초조하지 않아요

선생님, 너무 컨디션이 좋아졌어요 복막에 전이가 되면 CT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자잘한 암세포들이 복막에 들러붙어 장이 제대로 운동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어떤 암이든 복막으로 전이가 된 환자들은 잘 못 먹고 토하고 자꾸 배가 아픈게 비슷하다. 치료는 금식하고 장을 쉬어주는 것. 장을 쉬게 해준 다음 다시 먹어보고 배가 다시 아픈지 어쩐지 보는 것이다. 배가 너무 부르고 장운동이 안되면 콧줄을 꼽아야 한다. 콧줄이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은 매우 불편하고 답답하고 아프다. 그렇게 불편한 채로 물도 못 마시고 몇일을 기다려보는 것이다. 장이 풀릴지 어쩔지 기약없이. 그녀는 난소암 복막 전이로 항암치료 했다가 좀 쉬다가 또 나빠지면 했다가 좀 쉬다가 그렇게 지내기를 5년이 지났다. 항암치료를 하면 반응이 좋다..

슬기의 일기 3 - 위기상황 아닐 때도 열심히

‘위기상황’ 아닐 때도 열심히 시간 빠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중3이라는 게 실감나지 않았는데 요즘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고등학교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보니, 내년이면 내가 고등학생이 되는구나 싶다. 등·하교길, 학원 다니는 길에서 꽃구경 한 게 전부인데 시험이 끝나고 보니 벚꽃은 이미 진 지 오래다. 벌써 푸른 잎들이 나와 그늘을 만들고 있다. 드디어 올해 첫 번째 중간고사가 끝났다 나는 꾸준히, 평소에 열심히 공부하는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대부분의 아이들처럼 벼락치기로 공부하는 스타일인데, 그래도 이번 시험에는 공을 좀 들였다. 평소보다 일찍 시험공부를 시작해서 내 기준으로보면 그나마 공부 좀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만만하게 첫 날 시험을 보고 채점을 할 때까지만 해도 내 실력이 나..

오늘 항암치료 해도 되요?

우리나라 유방암의 평균 발생 나이가 40대 후반이다 보니 환자의 부모님들이 살아계시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을 모실 자식이 자기밖에 없다며 환자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 항암치료 받으면서 어떻게 부모 수발을 제대로 들 수 있겠냐고. 그냥 치료를 안받겠다고 한다. 항호르몬 치료를 하기에는 여기저기 병이 많은데 울며 겨자먹기로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였다. 파킨슨병에 걸린 노모를 모시는 딸은 기도한다. 제발 제가 엄마보다 일찍 죽지 않게 해주세요. 엄마가 먼저 돌아가시게 해주세요. 젤로다 2주기를 먹고 많이 좋아졌는데 수족증후군이 심해 손이 많이 거칠어져서 먹지 않겠다고 한다. 그 손으로는 부모님 목욕을 시켜드릴 수가 없어서 도저히 못 먹겠다고. 효과가 좋아 아까워도 그냥 다른 약으로 바꿔달라고 한다. ..

내 마음 속의 으뜸 영화 - 1

GATTACA 1997년 작품. 감독 앤드류 니콜 언제 보아도 명작. 항상 다시 보고 싶은 영화. DVD로 사서 언제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영화제목인 가타카는 DNA 염기서열의 조합이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이 태어나는 것이 당연한 시대의 이야기. 그 시대에 조작되지 않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 – 부모의 make love로 아기가 태어나는 것이 범죄시되는 시대 - 열성인자를 가지고 태어난 주인공 빈센트는 만 40세가 되면 심장병에 걸릴 확률 몇%, 고도근시가 될 가능성 몇%, 알코올중독자가 될 가능성 몇%가 설정되어 있는 인간으로 태어났다. 탄생과 동시에 그에게 주어진 열성인자들의 조합은 그로 하여금 미래로의 어떤 꿈도 꿀 수 없게 만드는 신분 족쇄가 된다.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그는 어떤 t..

병원에서 맞는 어버이날

회진을 도는데 병동 침상 머리맡에 카네이션 꽃바구니가 눈에 뜨입니다. 오래된 난소암 환자인데 폐색전증으로 어제 응급실로 입원하신 분 오래된 유방암으로 기운이 없고 자꾸 토해서 찍어본 뇌 MRI에서 뇌전이가 발견되어 방사선치료를 앞두고 계신 분 위암이 눈으로 전이되어 방사선치료를 했는데도 눈이 너무 아파서 안구적출술을 설명듣고 입원하신 분 지치고 힘들고 아파서 고통받는 부모님들 옆에 놓인 카네이션을 보니 가슴이 아프네요. 늦은 저녁 시간에 간호대 강의가 있어서 강의를 하고 병원을 가로질러 연구실로 돌아오는데 저기 먼발치 벤치에 우리 어머니뻘 되는 환자가 옆에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옆에 둔 채 뭔가 읽고 계십니다. ‘입원하고 있는 엄마를 위해 자식들이 카네이션이랑 편지를 선물하고 갔나보다’ 싶어서 환자 옆으로..

항암치료 중 고지혈증 관리

항암치료 중 고지혈증 관리 고지혈증은 체내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혈중에 많이 돌아다니는 상태를 말합니다. 대개 살이 찌거나 대사증후군에 걸리면 고지혈증이 발견됩니다 (드물게는 아주 마른 사람이나 오래 굶은 사람에서도 보상성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고지혈증은 영어로 hyperlipidemia 입니다. 즉 혈중에 지질 성분이 많다는 것이죠. 혈중 지질 성분 중 우리가 가장 흔하게 체크하는 성분은 콜레스테롤입니다. 가끔 금식 상태에서 혈액 검사를 하여 중성지방, 그리고 LDL (Low density lipoprotein), HDL (High density lipoprotein) 이런 성분을 체크하는 정밀 검사를 해보기도 합니다. 고지혈증은 대사증후군과 밀접하게..

항암치료 중 혈압 관리

항암치료 중 혈압 관리 사실 항암치료를 받는 것과 혈압을 관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혈압은 혈압조절의 원칙대로 잘 관리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항암치료 때문에 부수적인 약이 많아지니까 혈압약 드시는 걸 부담스러워 하실지 모르겠어요. 우리 나라 사람들은 양악을 계속 먹으면 않좋다는 인식을 갖고 계셔서 혈압이 정상화되면 혈압약을 자체적으로 중단하고 안 드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혈압약 몇 일 안먹었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현상이 없습니다. 몸도 불편하지 않구요. 혈압이 좀 올라가 있다 하더라도 몸으로 느껴지는게 없거든요. 그래서 환자 스스로 결정하여 자체적으로 복용을 중단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것 같습니다. 물론 일부 환자에서는 혈압약을 중단해도 혈압이 낮게 잘 유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대다..

항암치료 중 혈당 관리

항암치료 중 혈당 관리 항암치료 중에는 사실 혈당 관리가 잘 안됩니다. 항구토제로 많이 쓰는 스테로이드가 혈당을 올립니다. 그럴 때는 먹는 당뇨약으로 조절이 잘 안되서 인슐린을 쓰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당뇨전 단계에 있었던 환자들은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서 당뇨를 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는 원래 당뇨가 없었는데 항암치료 때문에 당뇨가 생겼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아마도 당뇨 전단계 상태에 있다가 당뇨로 진행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래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당이 일시적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그래서 부부싸움하고 나면 혈당이 300 이상에서 더 이상 안 떨어지는 경우도 있죠) 암을 진단받는다는 것, 항암치료를 한다는 것, 또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견뎌야 하는 것..

먼저 보내지 않게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나보다 오래 살게 해주면 되지? 선생님께서 그런 말씀 하시는 걸 들으면 옆에서 마음이 조마조마 했습니다. 근거가 없는 말씀 아니신가? 지키지도 못할 말을 저렇게 당당하게 하시고 나중에 환자와 가족들이 상처받으면 어쩔려고 저러실까? 선생님께서 술을 많이 드셨는데, 환자보다 당신이 먼저 가서 환자와 약속을 지킬려고 그러시는건가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환자와 가족은 주치의가 신념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 걸 듣고 싶으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그런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단 1%의 확률이 있어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남편의 말씀에 가슴에 못을 박는 말씀을 드립니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확률이 높지 않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