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병원에서 맞는 어버이날

슬기엄마 2012. 5. 8. 21:29

 

회진을 도는데 병동 침상 머리맡에 카네이션 꽃바구니가 눈에 뜨입니다.

 

오래된 난소암 환자인데 폐색전증으로 어제 응급실로 입원하신 분

오래된 유방암으로 기운이 없고 자꾸 토해서 찍어본 뇌 MRI에서 뇌전이가 발견되어 방사선치료를 앞두고 계신 분

위암이 눈으로 전이되어 방사선치료를 했는데도 눈이 너무 아파서 안구적출술을 설명듣고 입원하신 분

지치고 힘들고 아파서 고통받는 부모님들 옆에 놓인 카네이션을 보니 가슴이 아프네요.

 

늦은 저녁 시간에 간호대 강의가 있어서 강의를 하고

병원을 가로질러 연구실로 돌아오는데

저기 먼발치 벤치에 우리 어머니뻘 되는 환자가 옆에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옆에 둔 채 뭔가 읽고 계십니다. ‘입원하고 있는 엄마를 위해 자식들이 카네이션이랑 편지를 선물하고 갔나보다싶어서 환자 옆으로 쓱 다가가 봅니다.

환자가 A4 용지 종이를 가로등 불빛에 비춰 열심히 읽고 계십니다.

모른 척 하고 흘낏 보는데

편지가 아니고 병원비 중간 계산서 네요. ㅜㅜ

 

암센터를 지나는데

휴게실 한쪽에 TV가 켜져있고 그 앞에 한가족이 도란도란 모여 앉아있는 것 같습니다.

항암제 주사가 연결되어 있는 환자는

호흡이 곤란한지 기관지 확장제 네불라이저를 하고 계십니다.

지친 자식들이 옆에서 멍하니 TV 드라마를 보고 계시네요. ㅜㅜ

투병중인 부모님도 힘들고

간병하는 자녀들도 힘든 날인가 봅니다.

 

이런 날이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