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암 생존자 클럽을 위해

슬기엄마 2012. 5. 3. 00:28

 

주위 의사 중에

암을 진단받고 묵묵히 치료받고

지금은 완치되어

환자를 진료하며 살고있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아직 완치되지 않았지만 투지를 잃지 않고 치료 중이며

꾸준히 재활치료하면서 삶으로 복귀하기 위해 투쟁중인 의사들도 있습니다.

 

한쪽 가슴으로 사랑하기의 주인공 경희는

지금 우리 내과 4년차로 알레르기내과 치프 레지던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학회 초록 준비, 논문 준비로 괴로워하며 바쁘게 지냅니다.

작년에는 결혼도 해서 남편과 닭살돋는 커플로 지내고 있습니다.

 

제 동기 중에

의대생 시절 암을 진단받고 1년동안 항암치료를 받은 친구가 있습니다.

진단받은 그에게 우리는 어떤 위로도 할 줄 모르던 시절,

그는 항암치료 하기 전에 정자나 모아놓아야 겠다고 먼저 너스레를 떨었는데

어느새 전문의가 되어 예쁜 아이를 둘이나 낳고 돈도 잘 벌고 실력도 좋은 의사가 되어 잘 살고 있습니다.

 

제 동기 중에

전문의 자격증까지 다 따고 군대에 가서 암을 진단받은 친구가 있습니다. 수술하고 방사선치료 하고 항암치료하고 치료 합병증으로 몇차례 입원하였습니다. 치료 후 몸이 완전히 호전되지 않아 제대로 걸음을 걷지도 못하던 그가 굳세게 재활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재기하기 위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것도 어려워 하던 그가 지금은 페이스 북에서 글도 잘 올리고 동기들에게 먼저 안부인사도 건넵니다.

 

저희 선생님 중에

위암을 진단받고 수술을 받으신 후 식사량이 늘지 않아 많이 쇠약해지셨지만

꿋꿋하게 식이요법을 하면서 1년이 지난 후 과 회식에도 참석하실 정도로 자기관리를 잘 하신 선생님도 계십니다.

 

무겁기로 소문한 저희 선생님 중에

얼마전 4기 폐암을 진단받으신 분이 계십니다. 4기라는 말에 눈 한번 꿈쩍 안하고 진단과 치료를 담담히 받아들이시고 쿨하게 항암치료를 시작하셨습니다. 당신 마음은 그렇지 않을텐데 저희가 보기에는 예전 모습 그대로 이십니다.

 

저희 선생님 중에

조기 위암인데 자꾸 재발하는 암을 끄떡없이 물리치고 지금도 환자 진료에 여념이 없으신 선생님도 계십니다.

 

저희 선생님 중에

간으로, 뼈로 전이된 암을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로 반복하기를 수차례, 지금은 휠체어를 타고 다니시지만 본인도 치료 중이면서도 여전히 암환자를 수술하고 회진 돌고 외래 보고 학회 발표하고 그런 업무를 다 하시는 선생님도 계십니다.

 

오늘도

제 동료 의사는

암 치료 중인 부모님의 CT를 보고 눈물짓습니다. 예후가 좋지 않을거라고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나빠지실 줄은 몰랐다며 망연자실해 합니다.

 

주위에 암환자가 참 많습니다.

암을 진단받는 사람도

암을 치료중인 사람도

완치되어 잘 사는 사람도

자꾸 재발되어 계속 치료 중인 사람도

그 모두가 암 생존자(cancer survivor) 입니다.

완치되지 않았어도 암 생존자입니다.

암을 가졌었던 사람.

암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이들 생존자들이 헤쳐가야 하는 삶의 고난과 무게가 무겁습니다.

암 환자를 진료하는 제가

좋은 항암제를 선택하고 암의 크기를 줄이고 박멸하는 치료법에 고민하는 것 말고도

환자를 위해

생존자를 위해 해야할 서비스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저 혼자 할 수는 없기에

함께 실천하는 동료들을 모으고 싶습니다.

 

환자에게는

의사도 필요하지만

때론 친구가 더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의 삶을 함께 걸어갈 동맹자가 되어 주는, 친구 같은 의사가 되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