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내 마음 속의 으뜸 영화 - 1

슬기엄마 2012. 5. 8. 21:38

GATTACA

1997년 작품. 감독 앤드류 니콜

언제 보아도 명작.

항상 다시 보고 싶은 영화. DVD로 사서 언제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영화제목인 가타카는 DNA 염기서열의 조합이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이 태어나는 것이 당연한 시대의 이야기.

그 시대에 조작되지 않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

– 부모의 make love로 아기가 태어나는 것이 범죄시되는 시대 -

열성인자를 가지고 태어난 주인공 빈센트는

40세가 되면 심장병에 걸릴 확률 몇%, 고도근시가 될 가능성 몇%, 알코올중독자가 될 가능성 몇%가 설정되어 있는 인간으로 태어났다.

탄생과 동시에 그에게 주어진 열성인자들의 조합은

그로 하여금 미래로의 어떤 꿈도 꿀 수 없게 만드는 신분 족쇄가 된다.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그는 어떤 test도 통과할 수 없다.

그의 위험인자는 이미 유전학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주비행사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우주비행사 학교의 청소부로 일한다. 우월한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는 제롬을 만나

그의 얼굴과 비슷하게 성형수술을 하고 망막 색깔도 바꾸고 그의 blood, urine, skin, hair 등을 시험시 샘플로 제출한다.

제롬은 우수한 유전자로 조작되어 태어났으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을 땄다는 이유로 자살을 시도하다가

하반신 불구가 되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별볼일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상태.

제롬과 빈센트는 같은 집에 살며 서로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공생관계를 유지한다.

 

심장기능과 시력이 약하기 때문에 그의 우주비행훈련 과정에는 수많은 위기가 지나간다.

빈센트는 매번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다.

자기의 존재가 드러날까봐 – 비행학교는 불시에 피검사 소변검사를 하여 상태를 확인하고

매일 밤 책상 근처에 떨어진 머리카락 등 신체 노폐물을 찾아 검사를 반복한다.-

자기 노폐물이 부지불식간에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밤마다 꼼꼼히 목욕하고 면도하고 눈썹도 밀고 머리카락도 밀어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그 목욕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매일 밤 그렇게 자기몸을 씻고 각질을 제거하는 그 순간 빈센트는 무슨 생각을 할까?

그는 수업을 마치고 나올 때 제롬이 준 제롬의 머리카락을 자기 책상 컴퓨터 주변에 뿌려두고 나온다.

밤에 은밀히 진행되는 검사를 대비하기 위해.

우주비행사 선발을 앞두고 회전 훈련을 하는데 부정맥 때문에 호흡곤란이 와서 죽을 것 같지만

겉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장면이 있다.

그는 자기 존재를 철저히 감추고 제롬의 DNA로 살아간다.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는 시험대에서

제롬의 소변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빈센트가 시험대를 통과할 수 있게 검시관이 눈을 감아준 것.

그 검시관은 빈센트가 조작된 유전자 인간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회인 것 같지만 인간은 인간의 힘으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고

그를 지원하는 것도 인간의 선택과 결정이라는 것에 영화의 힘이 실려있는 것 같다.

검시관에게도 조작되지 않은 유전자로 태어난 아이가 있었다.

 

이 영화에는 명대사가 여러 번 나오는데

기억에 남는 대사 하나.

자신과는 달리 조작된 우월한 유전자로 태어난 동생과

캄캄한 밤에 누가 수영을 해서 바다 멀리까지 나갈 수 있는지를 내기한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겨울바다.

빈센트는 부정맥으로 터질 것 같은 심장을 견디고 바다 멀리 나가

동생을 이기고 심지어 파도에 휩쓸린 동생을 구해낸다.

동생은 허약체질인 형이 자신을 이겼다는 사실에 이해가 안된다. 형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돌아갈 힘을 비축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이길 수 있는거야. (ㅋ 죽인다)

이 수영시합에서 동생을 이긴 빈센트는 비로소 자기 미래를 다시 꿈꾸기 시작한다. 나도 내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겠다.

 

또 하나의 명대사.

영화 마지막에 빈센트는 결국 토성으로 여행하는 우주비행사가 되었다. 제롬은 떠나는 그에게 말한다.

나도 여행을 갈거야. 너를 위해 인생을 두번 살아도 남을만큼 혈액과 소변을 준비해 두었어.

(남자들의 우정이 이리 멋있을 수 있단 말이냐…ㅋ)

 

그리고 Ending 자막.

Consider Gods handiwork: who can straighten what he hath made crooked?

Ecclesiastens 7:13

 

 

내면의 슬픔과 존재의 허약함을 숨기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견뎌야 할 때

그럴 때 보면 눈물나는 영화 가타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