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 993

우울증 자가진단

어떤 상황에서 이런 증상이 초래될까요? 거의 모든 활동에서 흥미 저하 체중감소 또는 증가 불편 또는 수면과다 정신운동성 초조 또는 지체 피로 또는 에너지 상실 사고 능력 또는 집중력의 저하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 자살시도, 계획 바로 우울증이래요. 오늘 저녁에 집담회가 있어서 넋놓코 무심결에 강의를 듣는데 음, 이거 내 얘기 하는거 아닌가?. 마지막 항목 빼고는 다 해당되네! 하면서 듣고 있었어요. 이런 증상은 우울증에 해당하는 증상이래요. ㅜㅜ 우울한 기분과 우울증은 다른 건데 살다보면 기분이 나쁘고 슬픈 상태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감정인데 우울한 기분은 다시 회복되어 정상 범위 안의 무드로 돌아올 수 있는 것에 비해 우울증은 저절로 정상범위 내로 회복되지 않고 일상 생활에서 자신의 원래 기..

우울한 상념은 함께 먹는 것으로 해결!

빵을 나누며 우리 병원 빵집은 가격이 매우 비싸다. 빵 한두개 먹으면 웬만한 밥값보다 돈이 더 나온다. 크기도 작아서 2개를 먹어도 배가 하나도 안 부르다. 비싼 빵인데 밥값도 못하고 간식거리로 전락해 버린다. 그렇지만 맛은 아주 럭셔리하다. 어느 빵집에나 있는 흔하디 흔한 단팥빵, 소보로 맛도 럭셔리하고 카스타드 크림빵, 크라상 맛도 그만이다. 늘 군침을 흘리지만 비싸서 잘 안 사먹는다. 밥을 또 먹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빵을 어느 환자가 한봉지 가득 사다주고 가셨다. 가끔 환자분들이 마실거리, 먹을거리 주고 가시면 외래 간호사들과 나누어 먹지만, 이 빵만은 욕심이 나서 간호사들 주지 않고 내가 몽땅 가지고 왔다. 내심 군침을 흘리며. (내가 빵순이라는 걸 밝힌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아..

우울한 상념

두가지 제재로 항암치료를 하다가 환자가 힘들어하면 이것이 병이 나빠져서 생기는 증상인지 항암제 독성에 의한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병이 나빠져서 생기는 증상인데 기존의 항암제를 유지하는 것은 쓸데없이 환자를 해롭게 하게 된다. 항암제 독성에 의한 것이라면 그 독성이 어떤 항암제에 의한 것인지를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그 독성을 잘못 판단하면 환자에게 꼭 들어가야 하는 약이 빠질 수가 있고, 쓸데없는 약으로 효과도 없이 환자만 괴롭히게 된다. 용량을 과도하게 줄여서 꼭 필요한 항암제 용량(dose intensity)을 만족하지 못하면 하나마나한 치료를 하는 수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환자가 힘들어 해도 최대한 다른 보조적인 조치를 지원함으로써 최대한 항암제 용량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

웹툰

난 취미생활에 관한 정보를 슬기에게 얻는 편이다. 중학생이라고 무시할 일이 아니다. 슬기는 꽤 괜찮은 정보를 제공하는 나의 공급책이다. 나 : 너무 기운없어. 아무것도 못하겠다. 뭘 해도 의욕이 없어. 슬기 : 그럴 땐 좀 쉬어. 웹툰같은거 보면서. 나 : 괜찮은 거 좀 소개시켜 줄래? 슬기 : 이런 류를 엄마가 좋아할지 모르겠네. 네이버에 가서 러브판타지페이퍼를 쳐봐. 오호,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괜찮았다. 연구실에서 혼자 웹툰을 보며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무기력하고 기분나쁜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낼 수 있었다. 나 : 러브판타지페이퍼, 괜찮았어. 완전 감동이나 완전 호감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괜찮더라. 내 취향에 맞는 걸로 몇 개 더 추천해주라. 슬기 : 그럼 다음에 가서 강풀의 미스터리심리..

뼈전이 임상연구

표준 치료 지침에 따라 약제를 정하고 치료했건만 첫 항암제 탁솔은 환자에게 독성이 너무 심하게 나타나 치료를 4번 이상 유지할 수 없었고 두번째 항호르몬제는 약효가 없어서 병이 나빠졌다. 세번째 약제를 시작하기 전 찍은 뼈사진에서 새롭게 골반뼈 전이가 생겼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환자는 걸을 때마다 통증이 심했다. 전이 정도가 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해부학적으로 통증을 유발할만한 장소에 병이 생긴 것이다. 환자는 이제 40대 후반. 뼈조심을 당부하며 활동성을 줄이라고 말하기에 다른 일반 컨디션은 괜찮은 젊은 나이다. 진통제를 처방했더니 바로 토한다. 일단 세번째 항암제로 젤로다를 선택했다. 젤로다를 먹고 3주만에 만난 환자. 간전이로 불편했던 복부팽만감이 호전되어 식사하는데 무리가 없으시다고 한다. 온 몸..

아이패드 노트북 기증 프로젝트 2탄 - 영화 추천하기

심금을 울리고 웃음을 남기고 행복을 주었던 영화를 추천해주세요 아이패트, 중고노트북 기증 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하여 기증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기증해주신 분들의 손때 묻은 노트북을 보고 있으니 마음 속에 생각이 많아집니다. 전자제품 가격이 아무리 많이 싸졌다고 해도 노트북 하나 살 때 우리가 얼마나 고민 많이 하고 제품 비교하고 상품평을 검색하면서 모델을 고릅니까? 거금을 들여 노트북을 사면 지문 묻을까봐 손씻고 컴퓨터를 작동하고, 함부로 프로그램도 안깔고 폴더도 생성하지 않고, 남도 안 빌려주고 애지중지 아낍니까? 그렇게 분신처럼 아끼던 노트북을 기증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그런 평범한 말로는 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네요. 호스피스 팀원들과 DVD를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병원에서 진행되는 ..

흰수염고래

이제 사춘기도 지난 슬기, 음악을 좋아한다. (안타깝게도 적성검사에서는 전혀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 유행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취향이 있다. 왜 좋으냐고 물으면 제법 분석적으로 대답한다. 가수, 작곡가, 노래가 태어나게 된 배경, 그 음악과 관련된 에피소드 그런 주변 지식을 동원하여 설명한다. 그 진위 여부가 중요한게 아니니까 나는 슬기의 성장이 신통하고 귀여울 따름이다. 차를 타고 어딜 가는데 슬기가 윤도현의 흰수염고래를 반복듣기로 틀어놓는다. 나 : 나도 이 노래 좋아. 슬기 : (창밖을 보며) 응, 영혼이 상처받았다고 생각할 때 무한반복듣기를 하게 되지 슬기도 그럴 때가 있나보구나 마술에 걸린듯 그날 이후 나도 이 노래를 무한반복해서 듣는다. 가사를 베껴 써 놓고 보니 매우 단순하다. 그런데 들을 때..

잠 못 이루는 당신을 위해

수면이 어려우시다구요? 그런데 약은 드시기 싫다구요? 항암치료 중, 그리고 치료가 끝나도 한동안은 항암치료의 후유증이 남아있습니다. 환자마다 다양한 형태로 후유증이 남습니다. 손발이 저린 사람, 피부가 거칠고 벗겨진 사람, 손발톱이 쭈글쭈글해진 사람, 기운이 없는 사람. 기분이 우울한 사람, 그리고 정상 수면 구조가 깨져서 잠을 푹 못 자는 사람. 후유증은 다양한 형태로 남아서,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여성분들은 항암치료로 난소 기능이 억제되면 여성 호르몬 분비가 억제되면서 어려움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저희 병원 정신과에서 수면 장애가 있는 분들 중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아서 수면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할 정도는 아닌 경우, 혹은 수면제 복용시 부작용이 심해서 약을 먹는 것이 어려우신 분들을 대..

성 (sexuality)에 대해 말하기 - 아직은 어려운

성은 인간 삶의 중요한 동력 중의 하나일텐데 암환자가 되고 나면 이 문제를 입밖에 내기 어려워진다.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은 암이라는 중차대 하고도 심각한 병을 진단받고 살고 죽는게 걸려있는 판국인데 성에 대해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여겨지는 것 같다. 의사도 환자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입밖에 내지 않는다. 나도 진료시간에 환자들에게 성 생활은 어떠신지 묻지 않는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묻지 않는게 아니라, 물어볼 시간이 없다. 그런데 만약 시간이 있다면 어떻게 환자들에게 질문하고 상담을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별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만약 내가 그런 걸 물어보면 환자들 대부분은 당황하거나 아니면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것 같다. 왜 그런걸 나에게 물어보냐고. 지금 내게 그게 문제냐고. 혹은..

뼈 건강을 체크해야 하는 이유

나는 시간이 나는 주말이면 연대 안 안산에 등산을 다닌다. 등산이라고 하기엔 산책보다 약간 힘든 정도의 가벼운 운동이지만, 그래도 안산은 봉수대라는 이름의 근사한 봉우리를 가지고 있다. 예전에 봉화대로 사용되던 곳이라는 지형적 특징 때문인지, 봉수대에 오르면 서울 시내가 제법 한눈에 잘 들어온다. 일년에 서너번 정도, 비온 후 맑은 서울의 하늘은 절로 감탄사를 터뜨리게 한다. 햇빛을 받고 오르는 길, 땀 흘리며 내 힘으로 땅을 박차고 한걸음씩 산을 오른다. 햇빛, 땀나는 운동, 중력을 이기는 운동은 뼈를 튼튼하게 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얼굴이 좀 검게 타더라도 나는 썬블럭 크림을 바르지 않고 얼굴을 햇빛에 노출시킨다. 여름에는 가능한 짧게 반팔을 입고 허연 내 팔뚝이 햇살을 받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