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로만 전이되면 예후가 좋다면서요
유방암이 재발하면
몇 년만에 재발했는지
호르몬, HER2 수용체 상태가 어떤지
재발한 장기가 어디인지
재발과 관련된 증상이 있는지
그런 것들이
이 환자의 예후를 가늠하게 하는 임상적 요인들이다.
예를 들면
유방암 수술을 하고 7년만에 재발하였고 (2년이 미쳐 못 되어 재발하면 예후가 나쁘다)
뼈로만 전이되었으며 (뇌나 간, 폐 등의 장기보다는 뼈나 림프절 전이만 있는 경우 예후가 좋다)
호르몬 수용체가 강양성이고
전이가 되었지만 증상이 없으면
항암치료보다는 호르몬 치료를 권고한다.
강력한 항암제를 무조건 많이 쓴다고 해서 환자에게 이득이 되는게 아니라는 점이 이미 잘 입증이 되었기 때문에 항호르몬제로 치료한다.
그래서 우리 병원 유방암 클리닉을 다니시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 중에도
뼈로 전이된 지 4-5년이 지났는데
호르몬제로만 치료하면서
지내시는 분들이 꽤 많다.
그냥 겉으로 보면
이 사람이 과연 환자인지, 왜 병원에 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멀쩡하고
예쁘고
밝고 명랑하시다.
이미 마음 고생을 다 하고 울거 다 울고, 마음을 다잡은 것도 있겠지만
실재 몸도 그리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그렇게 4-5년이 흐르는 동안
뼈 상태는 조금씩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뼈로만 전이되는 암세포는 성장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병이 서서히 나빠지는 것일 수도 있고
뼈에 암세포가 침투해 있으니 뼈의 질 자체가 약화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느날 우연히 골절이 생기기도 한다. 암때문이기도, 골다공증때문이기도.
골절의 위치가 척추로 오면
환자는 어느날 갑자기 감각이상을 느끼거나 운동기능이 떨어짐을 느낀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없어지면서 걷기 힘들어져서 휠체어를 타고 병원에 온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위기의 상황을 맞이하는 환자들은
그동안의 평온한 기간에 익숙해져서 일까?
진작 쎄게 항암치료를 했으면 이런 일이 오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느냐
몇 년동안 병원에 다녔는데 이런 일 하나 예방할 수없었느냐
예방적으로 방사선치료를 할 수는 없었느냐
그렇게 하소연을 하신다.
그동안의 진료에 대해서도 믿음을 거둔다.
진료기록을 몽땅 복사해서 다른 병원으로 가시기도 한다. 최근 몇분 계셨다.
나는 섭섭하기는 하지만 그런 환자들의 마음이 이해된다.
현재 뼈전이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표준 검사는 뼈스캔이다. 그러나 뼈스캔은 새로운 병이 생겼는지 아닌지를 말해줄 뿐, 치료를 해서 암이 좋아졌는지 상태가 어떤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즉 나빠진게 없는지만 확인하는 것이다.
좀더 뼈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는데 좋은 것은 MRI 이다.
그러나
MRI는 현재
뼈 상태를 보기 위한 표준화된 검사 지침에 해당되지 않고
비용도 비싸며
검사 시간도 1시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환자가 찍기 힘들다.
표준검사도 아닌데, 내가 궁금하니까 MRI를 찍어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하기에는 환자가 치뤄야 할 비용이 많다. 검사와 약물 등의 처방은 반드시 근거가 있어야 하고 확고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환자에게 뭔가 도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병원 유방암 클리닉이 전문화되어 문을 연지 7년째.
외과의 수술 건수가 늘고 역사가 길어지니 그만큼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도 많아진다.
다행스럽게 뼈전이 림프절 전이만 있어서 항호르몬 치료만 받고 있는 분들도 많다.
그런데 그렇게 오랫동안 잘 지내시던 분들이 갑작스러운 하지 마비, 경추 골절 등을 진단받고 나면 그 충격이 매우 크다. 나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충격이다. 엊그제까지 멀쩡하게 진료하던 환자가 갑자기 살이 쑥 빠지면서 휠체어가 아니면 움직이지를 못할 정도로 기능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걸 보면 어찌 충격을 받지 않겠는가.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보다 섬세한 검사나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과 공식을 만드는게 필요하다.
다른 암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행복한(!) 고민이다. 다른 암은 뼈로 전이가 되면 생존기간이 1년을 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어떤 검사를 할지 그런 고민은 사치스럽기 까지 하다. 유방암이기 때문에 하게 되는 고민인것 같다. 그점에 감사하면서도 그렇게 긴 기간 삶의 질이 고귀하게 잘 유지되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치료법과 검사일정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런 모니터링 전략을 잘 갖추어
암 치료 중 환자가 갑작스럽게 위기적 상황을 겪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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