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339

ICU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의 가족과 대화하는 전략 및 브로셔

'중환자실에서의 완화의료 (Palliative care in ICU)' 라는 주제로 강의 준비를 하고 있다. 중환자실에 입실하는 여러 유형의 환자들예를 들면 수술 후, 사고, 급성질환, 만성질환이 악화된 경우, 소아환자, 그리고 암환자 중에내가 강의를 준비하는 부분은 암환자.그 중에서도 완치 목적으로 수술을 하기 전 후의 조기 암환자들이 아니라 4기 암환자들의 중환자실 치료에 관한 내용이다. 중환자실은 unlimited treatment 가 제공되는 공간이다.환자가 중환자실에 입실했다는 것은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기관삽관,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갖가지 피검사와 수혈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관삽관을 하고도 폐기능이 좋지 않으면 환자를 뒤집었다 뉘었다가를 반복하기도, ..

한시간 혹은 십분

내가 좋아하는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다.그와 뜻을 함께 하는 절친한 친구가얼마전 위암을 진단받았다며암환자를 보는 나에게 의견을 묻는다.그의 목소리에 눈물이 묻어난다. 나랑 동갑인데...검사를 하고 보니 수술할 수 없는 단계라고 했나봐.수술을 못하고 항암치료를 담당하는 종양내과 의사를 만났다는데의사를 만나고 온 친구가 항암치료보다는 자연요법으로 자기 몸을 다스리며 치료하겠다고 하는데어떻게 하는게 좋으냐... 정신과인 그에게 일일히 설명하는 것 보다환자랑 직접 통화를 하는게 낫겠다 싶어서내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직접 전화하시라고 했다. 저녁 무렵그분이 전화를 하셨다. 40대 후반인 그는자기 병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신다.이미 많은 정보를 찾아보셨고 알아보신 상태다. 많은 것을 알고 계신다.아주 객관적이고 차분한..

나의 진료실 태도 점수는?

나의 진료실 태도 점수는 몇 점이나 될까? 일부 병원 서비스 평가 기관에서는 진료하는 의사의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로 찍어서의사의 진료시 태도를 평가를 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외부적인 평가나 점수 때문이 아니라의사 스스로 자기의 진료시 매너나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객관적으로 관찰 수 있게 해주려는 취지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 같다.어떤 객관적인 평가도 제대로 된 정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환자의 입장에서진료하는 의사의 태도, 말투, 제스처 등을 관찰하게 함으로써자신의 진료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그 기준이 꼭 다 맞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 평가에는 몇가지 기준이 있는데예를 들면환자가 말하고 있는데 중간에 의사가 환자의 말을 끊지는 않는지적절한 추임새를 하며 환자..

회진 중에도 스마트폰

내 환자 중 입원을 하고 있는 환자들은대개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난 웬만하면 입원을 잘 안 시킨다.잘 먹고 잘 이겨내 보시라고,최선을 다하는데도 잘 안되면 그 때 입원하시라고 한다.우리 환자들은 컨디션이 왠만하면 외래에서 항암치료를 다 하기 때문에입원을 했다는 것 자체가 특별히 뭔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래서 입원한 환자의 경우 심각한 가족 면담을 자주 하게 된다. 뇌, 안구, 폐, 뼈, 림프절로 15년만에 재발된 40대 초반의 여자 환자.두통이 있다가 눈이 아파서 안과를 갔다가 재발이 의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최초로 찍은 흉부 엑스레이가 허옇다.공기가 통하면 까매야 하는 부분이 온통 허옇게 나왔다. 까만 부분이 거의 없다.나는 그녀의 사진을 리뷰하다가 깜짝 놀랐다. 아니, 어떻게 이런 폐..

휴가의 필요성

지난주 휴가였다.휴가기간을 이용해서 일주일간 학회를 다녀왔다.학회를 핑게삼아 공부도 하고 쉬기도 하고산에 가서 걷기도 하고 잘 놀다 왔다. 물론 그 휴가를 가기전 1주일과 다녀온 1주일은 난리였다.휴가 전주와 다음주로 환자 외래를 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덕분에 오전 외래든 오후 외래든 종일 외래든외래가 있는 월화수목 4일간매일 100명을 전후하여 환자를 봐야 했다.그 많은 환자들이 모두 외래에서 항암치료를 받는 사람들이다.무수한 항암제 처방, 설명, 교육...제 시간에 진료를 마치기 위해서는전날 의무기록도 다 써 놓고 왠만한 오더도 내 놓고 사진 리뷰도 다 해놔야 한다.그래도예상치 않은 환자들이 있기 마련.당일 접수도 몇 명씩 끼어 있기 마련.매일 신환이 7-10명 정도 있으니아무리 준비해도 외래시간은 ..

내가 먼저 울컥하여

그녀를 처음 만난 건VRE 병동. 자궁경부암 3기로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마친지 몇개월 되지 않았는데척추염인지 척추전이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환자는 양 다리를 못 쓰고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방사선 치료의 후유증으로 인한 장염이 심한 건지, 복강 내 재발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소대변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으니 장루 만드는 수술을 하여 그리로 대변이 나오게 하고소변이 나오지 않아 한쪽 바깥으로 요관을 거취하고, 안쪽으로는 스텐트를 삽입한 상태다.그것도 다 한번에 잘 되지 않아 몇번을 고생하면서 수술방을 왔다갔다 하면서 겨우 성공했다.그 사이 신장 수치가 올라 콩팥기능이 정지하여 소변이 잘 안나오면서 신부전으로 갈 뻔 했다.뱃속이 좋지 않으니 복강 내 감염이 동반되어 항생제 뿐만 ..

러브 레터 아니어도 반가운 편지

병원에 정을 못 붙이고쓸쓸한 마음으로 병동을 헤매던 전공의 1년차 말.감염내과를 돌던 나를 '사랑'으로 거두어주신 선생님이 계셨다.겨울의 길목에 접어들던 당시일요일 회진 때면 따뜻하고도 고급스러운 카페라떼 커피를 사가지고 병동으로 오셨다.일요일까지 긴장하며 회진준비 하지 말라고교수님들 안계시니 우리끼리 마음 편히 돌자고,자기 오기 전에 미리 프리회진 안 돌아도 된다고 하셨다.선생님이랑 같이 EMR 보면서 여유있게 환자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하고항생제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문제해결을 못해 낑낑거릴 때 윗사람이라고 너무 어려워하지 않고그냥 전화할 수 있었다.선생님은 늘 친절히 가르쳐주셨고, 또 내가 환자 파악이 안되서 보고를 잘 못하면환자를 보러 병동에 와 주시기도 했다.밤 늦은 시간에..

사회생활 중 맺는 인간관계에 대해

가족은 일차집단직장은 이차집단가족은 웬수같아도 궁극적으로 내편이 되어주고직장에서 만나는 사람은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많은 일을 같이 하는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 내 편이 되기 어렵다. 무관심하면 다행, 헤꼬지 안하면 다행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알고 지내는 사람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역 피라미드처럼)정작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혹은 진심으로 마음을 주고 싶은 사람은 점점 드물어진다 (피라미드 꼭대기처럼)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 저녁에는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 분과 모임이라는게 있다.각 병원에서 유방암 진료를 담당하시는 선생님들이 모이는 자리이며, 병원간, 병원별로 진행되는 공동의 임상연구에 대해, 유방암 진료와 관련한 현안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이다. 일종의 정규적인 '회의'인 셈이..

MRI 를 찍고

생전 처음으로 MRI를 찍어 보았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1차 치료약제인 탁솔과 탁솔의 구조와 성질은 유사하지만 부작용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된 새로운 NK105 라는 약의 효과를 비교하는 3상 임상연구가 있는데그 연구에 등록이 되면 뇌 MRI를 의무적으로 찍어야 한다.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비록 4기라 하더라도 오래 사는 환자가 많다.생존 기간이 길다보니 다른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뇌전이가 되는 환자들 비율이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그래서 이 연구는 아예 처음부터 뇌 MRI를 찍어 뇌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를 시작하게 되어 있는 프로토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연구를 진행하는 일본 본사에 우리 병원에서 찍은 뇌 MRI 를 보내서 퀄리티를 평가받아야 하는 단계가 있는데예전에 한번 했었다가최..

그땐 그랬지

전공의 4년차가 되고 인턴, 일년차들의 시간표를 배치하는게 중립적이거나 임의적으로 이루어지는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시간표를 짜는 동기들을 보며이 녀석들이 사심을 품고 시간표를 짠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예를 들면 어떤 선생님 밑에는 어떤 레지던트를 배치할 때 윗사람의 성향을 고려한 원칙이 있는 것 같았다. 사회생활의 일환이니 이해해 본다. 이쁜 여자 레지던트> (나이가 좀 많아도) 일 잘하고 똘똘한 레지던트> 말 잘 듣는 현역 레지던트 뭐 이런 순서로 레지던트 선호도가 갈리는 것 같았다.그걸 보며 난 깨달았다.난 레지던트를 배치하는 매번, 그 모든 순서에서 제일 후순위였다는 걸.날 아랫년차로 받아준 윗년차 선생님들이 성격이 좋고 늙은 아줌마 레지던트인 나를 감당할만한 너그러운 사람이었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