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339

명절동안 열이 나면

명절 때 열 나고 아프면외래가 열리지 않으니 응급실로 오셔야 합니다. 명절 때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시구요명절 음식 주의해서 드세요.기름기 많은 전 같은 걸 많이 드시면소화도 잘 안되고설사할 수도 있습니다.송편도 꼭꼭 씹어서 잘 드셔야지, 안 그러면 체할 수 있어요. 조심하셔요. 항암치료를 한 후 10-14일 사이가 걸려있는 분들은백혈구 수치가 낮아서 열이 나기 쉬우니 감기걸리지 않게, 설사하지 않게 조심하세요. 만약 열이 나면 일단 타이레놀같은 약을 한번 정도 드시고 열이 떨어지는지 관찰해 보시고다시 열이 나지 않으면 다행이지만열이 반복적으로 나게 되면 병원에 와서 피검사를 하고 항생제를 처방받아 드시거나증상이 심하면 입원해서 항생제 주사를 맞으시는게 필요합니다.수목금은 외래가 열리지 않으니 응급실..

가능한 직장 생활을 해 봅시다

암으로 진단받고설령 재발, 전이성 암으로 진단받았다 하더라도나는 환자가 원래 자기가 했던 일을 계속 하시기를 바란다.그래서 토요일 나만의 VIP 진료, 사실은 직장인을 위한 항암치료 외래를 열곤 한다. 위암으로 수술 받고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았다.TS-1과 cisplatin 으로 항암치료를 시작했는데, cisplatin 급성독성으로 이명이 생겨 cisplatin 은 중단하고 TS-1만 1년 유지하였다.그리고 3년이 지났는데...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한 정기 검진 CT에서 부신에 재발이 의심되는 병변이 발견되었다.다른 곳에는 병이 없이 부신에만 병이 있어 재발을 확인할 겸 제거 수술을 하였다. 재발이 확인되었다. 다행히 다른 곳은 아직 의심할 만한 곳이 없다. 눈에 보이는 병이 없어도 항암치료를 해..

약 순응도 점검

토요일 진료는 여유가 있다.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생님 환자들도 진료하는 일반 외래이기 때문에특별히 치료적 결정을 하는게 아니라 피검사 결과 확인이나 필요한 약을 처방하는 등 비교적 마음이 가벼운 진료시간이다. 나는 이 시간을 통해 나에게는 다소 낯선 병을 가진 환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40대 여자 구강암 환자.수술하고 방사선치료하고 항암치료를 다 했는데 2년만에 수술 부위에서 재발이 되었다.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첫 치료 이후 외형적인 변화도 심했고, 얼마전 재발하면서 누공이 생겨서 음식을 먹으면 새기 시작한다. 그래서 환자는 마시는 것만으로 연명하며 지낸다고 한다. 위로 직접 튜브를 넣는 시술(Gastrostomy)에 대해 설명드렸다.비록 튜브를 넣더라도 영양 상태를 개선해야 ..

주치의 변경을 앞두고

지난 2년간 미국으로 연수를 가셨던 손주혁 선생님이 돌아오셨습니다. 당시 혼자 유방암 진료를 하시던 손 선생님께서 연수가기 6개월 전부터 막 임용된 저에게 조금씩 환자를 인계해 주셨습니다. 저희 병원은 조기 유방암 환자는 외과에서 추적관찰을 하기 때문에 제가 인계를 받아 진료를 계속 해야 했던 손 선생님 환자들은 모두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었습니다. 나름으로 애써서 진료했지만 돌아가신 분들도 있고 2년전 손주혁 선생님이 정한 치료방법을 변경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잘 계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손주혁 선생님은 이런 분들을 다시 만나게 되면 정말 반가와 하실 것 같습니다. 그러나이유가 어찌 되었건 환자들은 주치의가 바뀌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정이 든 것도 있고지난 2년 이상의 시간..

글을 계속 써야 할까...

한동안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진료 현실에서는 제한된 시간 때문에환자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기 어려우니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환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2011년 3월 2일 제 이름으로 외래를 개설하고 입원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하면서가능하면 매일 글을 올리려고 노력했습니다.글을 쓰기 위해서는매일의 나를 돌아보아야 했습니다. 진료를 마감하고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은 저에게 기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시간을 경험하면서 제가 깨달은 것은 내가 의사로 일하는 그 어떤 한 순간에도환자들은 나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나를 찾는 그 어떤 환자도자기 마음 속에 우주를 품고 있으나 그것을 드러내지 못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병과 싸우며 최선을 다하고 ..

긴 병 끝에는 가슴에 멍이

병이 길어져병원 출입이 잦아지다 보면점점 눈에 가시같은 일이 많이 발견됩니다. 환자가 컨디션이 좋다면 병원 출입이 잦을 이유도 없겠죠. 환자 몸이 안 좋으니 병원에 왔는데뭔가 일이 제대로 잘 진행되는 거 같지 않고 의료진들의 검사와 처방, 처치 등에서 손발도 잘 맞지 않는거 같고믿음이 흔들리고 자꾸 예민해집니다.처음에는 잘 몰랐는데불편하고 부당하고 눈에 거슬리는 일들이 더 잘 보이게 됩니다.병원을 자주 다니다 보면 그만큼 병원 시스템에 대해서 잘 알게 되니까 오류나 에러도 더 잘 보입니다. 제가 아주 마음을 많이 쓴 환자가 있었는데요죽을 고비를 몇번이나 넘겼는지 모릅니다.이과 저과 소속도 여러번 바뀌웠어요.그리고 환자는 많이 좋아졌습니다.그러나 궁극적으로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전 앞으로도..

보호자가 되어

엄마가 엊그제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한 증상이 생겼다고 한다.수년 전에도 그런 적이 있어 관상동맥조영술을 비롯하여 심장검사를 하신 적이 있었는데별 문제 없으셨다.역류성 식도염 증상과 감별이 잘 안되어 가끔 위장관 약을 드려보기도 했다.증상이 심하지 않으니 흐지 부지 넘어갔다. 몇일 전부터잊고 있던 증상이 다시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더 강도가 심하다.엄마는 왠만하면 나에게 전화 잘 안하시는데 오늘은 힘들어서 병원에 오고 싶으시다고 한다. 다행히 외래 진료가 없어 엄마를 모시고 진료를 받으러 다녔다.가운을 벗고 보호자가 되어 이과 저과를 예약하고 검사하고 약 받고그렇게 병원을 2-3시간 돌아다니다 보니 회진도는 거 보다 훨씬 다리도 아프고 기운이 빠진다. 엄마는 갑자기 아프니까 작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

진로를 고민하는 레지던트와 이야기를 나누며

똑부러진 3년차 레지던트말없이 별 내색없이 묵묵히 똑똑하게 일 잘 한다. 상의할 일이 있어서 오늘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가이제 3년차인데 내과 중 어떤 파트를 하고 싶냐고 물어보았다.내분비나 종양학과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그의 고민의 궤적을 들어본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전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같이 지원하는 동기들의 숫자먼저 그 파트를 선택한 선배들의 진로과 분위기와 교수님들 그런 상황적인 요인들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요인들을 고려한다고 해서 요령쟁이, 잔머리 굴리기 그렇게 비난할 수 없다. 실재 여자 레지던트들이 밀리는 파트도 있고최근 몇년간 취업 성적이 별로 좋지 않은 파트도 있다.대학에 남거나 개업을 하는 것이 모두 가능한 과도 있지만 감염내과나 종양내과처럼 개업을 할 수 없는..

자원 봉사를 시작하는 슬기에게

고등학생이 된 슬기. 요즘은 대학가는 방법이 너무나 다양해서요령있게 입시 전략을 짜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나는 사실 그런 걸 잘 모르고 특별히 나만의 대안도 없고 솔직히 그냥 내버려 두고 있는 편이다.오히려 우리 엄마만 안달이다. 슬기 말에 의하면 사람들이 요령이 있다고 말하지만 자기가 보기에 그게 다 그거라고 한다.그냥 하던대로 하면 된다고 한다.중요과목 열심히 하고평소에 국영수 하고슬기는 아직 문과갈지 이과갈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그걸 결정하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예전에는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해 토익, 토플을 보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 그런 건 소용이 없다고 한다. 자원봉사 점수도 스펙 중의 하나로 이용된다.그래서 아주 어이없는 프로그램들이 자원봉사로 둔갑하여대충 시간을 때운 후 자원..

콧물이 뚝 - 없어보이는 선생님

난 알러지가 매우 심한데그 원인이 되는 물질이 매우 다양하다.초등학교 때 알러지 항원 검사를 해 봤는데집먼지 진드기가 가장 강하고계절에 따라 -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즌이 심한데 - 어떤 나무들에 강한 반응을 보였다.그 때는 달걀, 밀가루에도 알러젠이 있어서 면역 치료를 4년간 받았다.천식 때문에 15년 이상 고생한 것 같다. 1년에 한달 이상 결석을 했다.그땐 의료보험이 안되서 병원비가 아주 비쌌는데 엄마는 당시 내 키보다 더 많은 돈을 병원비로 썼다고 하셨다. 천식에 좋다고 하여 고양이 뇌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스무살이 넘어 그 많던 증상 중에 천식이 저절로 좋아졌다.원래 그렇다. Allergy March라고 한다. 60이 넘으면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서른 살 넘어서 눈물 콧물 증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