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101

할머니 환자

65세 할머니. 3-4개월동안 겨드랑이에 만져지는 림프절이 있어서 병원에 오셨다. 유방과 겨드랑이에서 모두 악성세포가 발견되어 수술전 항암치료를 하시기로 했다. 겨드랑이 림프절이 크고 갯수도 많다. 할머니는 외견상 까무잡잡한 얼굴, 땅딸막한 키, 말씀하시는 것이 여간 다부진 것이 아니다. '나 더 살아야헌게 잘 치료해주쇼' 2001년부터 고혈압 2007년부터 당뇨 2004년에는 암 의심하에 오른쪽 대장절제술을 시행하신 적도 있다. 수술 결과 암은 아니고 이형성증 (high grade dysplasia). 고위험군이니 애매할 때 수술하신 것은 잘 하신 듯. 그러나 그 뒤로 음식을 조금만 잘 못드시면 설사가 반복되신다고. 다행히 몸무게 변화는 없으신 정도. 또 이번에 유방암 검사를 하면서 발견된 골다공증. ..

단거 먹으면 안되나요?

항암치료 후 부작용이 심해 입원했던 러시아 환자분. 2주간 러시아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오시기로 했다. 2회에 걸친 항암치료 후 CT를 찍었더니 간이랑 폐의 병변이 많이 좋아졌다. 난 내심 좋아져도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앞으로 계속 -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항암치료를 해야 하는데 과연 이 환자분이 언제까지 한국에 왔다갔다 해야 하는 생활을 하실 수 있을까? 혹은 이렇게 치료하는게 맞는걸까? 회진도 통역이 병동에 올 수 있는 시간에 맞춰서 따로 돌아야 한다. 퇴원도 컨디션이 다 좋아져서 하는게 아니라 예약된 비행기 시간을 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하게 되었다. 37.8도로 열도 났다. 딸까지 같이 한국에 나왔다. 아주 부자는 아닌것처럼 보이는데... "집에 가셔서 잘 지내실 ..

때론 환자들이 지혜를 가르쳐준다

외래 진료시간이 지연되지 않아 여유가 생기면 대개의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각종 치료 부작용들을 잘 이겨내고 있는 환자들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어떻게 이 문제를 극복하고 계신가요?" 항호르몬제를 먹으면 꼭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처럼 아침에 일어나면 손발이 뻣뻣해지고 굳어지는 느낌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어떤 환자는 햇살좋은 오전에 햇빛을 쬐면 좋아진다나... 햇빛을 보면서 손발을 주무르고 스트레칭을 하면 훨씬 몸이 부드러워서 자기는 햇빛 치료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햇빛치료? 말이 되는 얘긴가 싶어서 논문을 찾아본다. 왠걸! 햇빛을 받으면 pineal gland에서 melatonin이 활성화되고 이 멜라토닌이 호르몬 작용경로를 조절하며 free-radical의 형성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치료의 독성을 예..

마음이 괜히 '울컥'해집니다

수술을 하고 난 다음에 하는 항암치료보다 수술을 하기 전에 항암치료부터 해야 하는 환자는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앞길이 막막하다고 느낀다.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하는 경우는 대게 종양의 크기가 크거나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국소적으로 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아서 대개 6개월, 8차에 걸친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 6개월 동안 항암치료를 하고 수술을 하고 이후에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할 가능성이 높고 환자에 따라 5년간의 추가 호르몬치료 혹은 1년간의 허셉틴 치료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으로의 치료기간이 길어서 환자의 막막함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처음 시작하는 AC 요법은 교과서적으로 오심 구토가 매우 심하다고 되어 있으나 좋은 항구토제가 많이 개발되어 잔뜩 겁을 먹고 치료를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수월하게 지..

여자보다 귀한 것 없네

오늘 우리 병원 유방암 환우회에서 핑크리본 합창단의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제2회였는데, 난 사실 내막을 잘 모르고 그저 행사가 있으니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에 시간에 맞춰서 병원 강당으로 향했다. 우리병원에서 치료받고 환자들 사이에서 조직된 세유회에서 합창 모임이 시작된 것 같다. 올해가 2회이니 아마 작년에 처음 시작된 행가인가 보다. 일단 합창실력이 꽤 좋았다. 음, 오랫만에 음악회에 참석하게 되었군. 그런 생각을 하며 음악을 즐길 수 있었으니... 가장 인상적인 것은 환우들의 남편들로 구성된 프로젝트형 남성중창단. 약간 화음이 어색해도, 약간 음정이 불안해도, 약간 율동에 통일감이 떨어져도 이들이 내는 음색과 하모니, 그 에너지가 느껴지는 합창연주회였다. '여자보다 귀한 것 없네' 라는 노래, 웃음이 ..

뭔가를 알고 나니 마음이 더 답답

외래에서 첫 항암치료를 받으시는 환자분께 항암치료일정과 부작용에 관한 설명을 하고 나서 블로그와 메일 주소를 알려드린다. 제가 미처 다 설명하지 못한 기타 사항에 대해서는 블로그를 보시면 좋겠다고... 제가 설명드리고 싶은 부분이나 관련 정보들을 설명해 두었으니 참고하시라고...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메일 하시라고... 대개의 환자들은 훑어보시고 나가시는지 - 대개의 블로그가 그렇지만 - 방명록이나 댓글, 메일을 남기시는 분들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분들은 블로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 요사이 몇 분 환자들께 여쭈어 보았다. "블로그 들어와 보셨어요?" "... 네 ..." "도움이 좀 되시던가요?" "... 음 ... 그냥 마음이 더 무거워지는 것 같고 답답해서 보다..

천사(1004)가 되어 주세요

가끔 환자들을 위한 명상이나 요가 프로그램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엊그제 환자 보호자로 오신 분이 요가선생님이셨는데 그분을 보고 마음 속에 묻어두었던 생각들이 다시 떠올랐다. 물론 장애물은 많다. 일단 내가 명상이나 요가를 잘 할 줄 모른다. 내가 할 줄 모르면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두번째 다행히 이러한 프로그램이 대단한 도구나 집기가 필요하지 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하다. 병원 혹은 의과대학 내에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매트를 깔고 음악을 틀 수 있는 조용한 공간, 10명 정도라도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위해 병원과 대학 곳곳을 샅샅이 찾아봐야 하는데 아직 그렇게 돌아다니며 찾아보는 적극적인 성의를 아직 발휘한 적은 없다. 마음 뿐이다. 세번째 이..

몸 움직일 수 있는데까지 운동합시다

치료 중에는 여기저기 설명할 수 없이 아픈 곳이 많습니다. 의사에게나 가족에게 이제 아프다고 말하는 것도 구차하고 지겨울 정도입니다. 사소하게 삐끗한 것 같은데 잘 회복되지 않고 물건 옮긴다고 힘 한번 잘 못 써도 양 어깨가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의사가 별 거 아니라고 말하는데도 통증이 찾아오는 그 순간순간 불안함과 두려움에 시달리고 그러면서 마음도 쇠약해지고 그렇게 쇠약해지는 내 존재가 한심해집니다. 통증이라는게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습니다. 탁솔 계열의 항암제를 맞을 때 항호르몬제를 먹을 때 뼈로 병이 전이가 되었을 때 ... ... 암 환자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병 때문에 치료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서 통증을 경험합니다.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많은 약들이 있고, 저는 그런 약을 잘 쓰는 ..

암 치료 중에는 혈전증도 생깁니다

혈전증이란 우리 몸 혈관 내에서 피떡이 엉기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 몸에 상처가 나면 처음에는 피가 흐르다가 지들끼리 엉겨붙어서 피가 더 안나고 굳잖아요? 그렇게 몸 안에서도 피 성분들이 일부 엉겨서 굳어버리면서 혈전이 생깁니다. 암 자체로 인해 우리 몸의 피가 약간 찐덕찐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혈관을 건드리는 어떤 시술/혹은 수술을 할 때 혈관에 손상이 생기면서, 항암제를 투여하여 혈관 내에 흐르는 동안에도 이러한 혈전의 경향이 높아집니다. 외국 사람들은 비만해서 이러한 경향이 더 높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 나라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혈전 연구는 이제 막 시작단계라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서양에 비해 훨씬 발생빈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 환경도 점차 서구화..

최고로 비싸고 좋은 영양제 주세요

항암치료를 하다보면 구토 구역감으로 음식을 잘 못 먹게 되는 경우, 항암제 때문에 설사가 하면서 음식을 못 먹는 경우, 배가 꼬이듯 아파서 몸이 음식을 거부하는 경우, 이래 저래 컨디션이 나빠지면서 입으로 먹는 것 자체가 싫어지는 경우 등등의 상황에서 음식 섭취량이 떨어진다. 또한 몸 어딘가가 아프고 불편하다는 것 자체가 전체적인 몸의 대사량과 활동성을 떨어뜨린다. 그러는 동안 세포들은 탈수되기 쉽다. 그래서 항암치료 기간 중에서는 물을 많이 마시거나 정맥 주사로 수액을 맞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수액 1 리터를 맞는 단순한 행위가 중요할 때가 많다. 이때의 수액이란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생리식염수도 되고, 포도당을 약간 섞은 수액일수도 있고, 아미노산이 섞인 경우도 있고, 각종 전해질을 추가로 첨가한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