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101

임상연구에 참여한다는 것은

암을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시는 분들께 임상연구를 설명한다는 일이 쉽지는 않다. 살고 죽는 문제인데 임상연구가 왠말이냐 생각하시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암 치료의 역사는 잘 짜여진 임상연구에 의해 발전되었고 좋은 치료법이 만들어져 왔다. 이는 객관적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종양내과 의사들은 크고 작은 규모의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 임상연구를 하지 않고 가이드라인대로 표준치료만 하면 훨씬 편하다. 환자에게 표준치료만 설명해도 되기 때문에 긴 설명이 필요없다. 예전에는 '지금 내 병을 감당하기도 힘든데, 무슨 나를 동물처럼 시험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냐'는 식의 인식을 갖는 분이 많았는데, 환자들도 점차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하고 있다. 임상시험은 기존에 입증된 표준 치료에 비해 우..

삽겹살 먹어도 되나요?

먹자 시리즈 1탄 수술 후 재발방지를 위한 항암치료를 하시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여유로운지 부작용도 그러려니 하면서 잘 참으시는 것 같다. 호르몬만 드시거나 허셉틴만 맞으시거나 하시는 분들은 진료시간에 특별히 질문도 없으시다. 불편한거 있으세요? 좀 있는데 그럭저럭 참을만 해요. 괜찮아요. 그럼 약 드릴게요. 꼬박꼬박 잘 드세요/잘 맞으세요. 정도의 대화로 진료 끝! 그러면 안될것 같아 난 한마디 덧붙인다. '특별히 궁금한거 있으세요?' 한 환자가 질문을 한다. '삽겹살 먹어도 되요?' '함요!' 환자분은 유방암 진단받은 후로 삼겹살을 한번도 안 드셨다고 한다. 1년반이 넘었는데... 자기는 고기 중에서도 삼겹살을 제일 좋아하는데 지방이 겹겹이 끼어있는 고기를 먹으면 왠지 안될 것 같아서 꾹 참고 ..

항암주사를 맞다가 새면?

여자 환자들이라서 그런가? 혈관이 약하다. 나만 해도 팔에 근육은 별로 없고 지방만 많아 혈관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일반 수액을 맞아도 금방 퉁퉁 붓는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지방도 녹이고 혈관 탄성도도 올리고 유연하게 해야 하는데... 항암제처럼 그 자체가 혈관에 해를 입힐 수 있는 약제는 맞을 때마다 혈관이 딱딱해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쪽에, 다음 번에는 다른 쪽에, 그 다음번에는 다리에...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혈관을 찾아 헤매면서 맞는 환자들도 있다. 환자들이 빨간 약이라고 하는 아드리아마이신은 항암제 중에도 혈관 독성이 심하다. 주사를 맞다가 혈관이 터지면서 주위 조직으로 항암제가 새는 일이 생기는데 다른 항암제는 좀 몇일 아프거나 피부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다가 다시 원상복귀 되는 경우가 ..

항암 치료 중 대상포진이?

대상포진은 우리 몸에 숨어 살던 바이러스 때문에 생기는 병입니다. 원래 우리 몸의 신경절 안에 살고 있던 바이어스가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몸의 면역성이 떨어지면 때는 이때다 하며 활동을 개재하며 증상을 일으킵니다. 비슷한 바이러스가 입 주위로 나와서 입술 가장자리가 짓무르고 트는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항암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일생생활에서 잠을 잘 못자거나 너무 힘들 때 입술 주위가 갈라지면서 트는 증상을 경험하셨을 거에요. 이렇게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게 대상 포진으로 나오면 크게 고생하기도 합니다. 원래 대상 포진은 항암치료에 특이적인 합병증이 아니라 연세가 많으신 노인들이나 몸이 너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큰 수술을 받았거나 면역성이 떨어질만한 상황이라면 누구에게나 발..

B형 간염 보균자는 항암치료 기간 중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우리나라에는 서양에 비해 B형 간염 보균자가 많은 편입니다. 간암 환자도 많구요. 원발암이 무엇이든간에 B형 간염 보균자가 항암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내 몸의 면역성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몸 속에 잠잠히 숨어있던 B형 간염 바이러스의 활동성이 증가하여 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항바이러스를 예방적으로 복용하지 않는 경우 일부의 환자에서 간부전이 발생하여 목숨도 위험할만큼 심각하게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요즘에는 항암치료를 할 때 B형 간염 보균자들은 항바이러스제를 예방적으로 복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방적 차원에서 복용하는 것이다 보니 보험이 되지 않아 한달 약값이 항암제 이상 들어간다는 환자분들도 계십니다. 그래도 드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항암치료 시작하기 전부터 복용하여 항암..

첫 항암치료 후 열이 나서 입원하신 당신께

항암치료 한방에 열이 나서 입원하게 되었다며 속상해하시는 당신께 1. 열이 나는 이유 항암제가 들어가면 암세포 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도 영향을 받습니다. 피 성분을 이루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도 같이 영향을 받아 정상 값에서 수치가 떨어집니다. 피 성분 중에 백혈구 (백혈구 중에서도 염증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중성구)는 우리 몸에 염증을 일으킬만한 원인을 잡아먹어 버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열이 날 수 있습니다. 즉 열이 난다는 것은 우리 몸 어딘가에 염증을 일으킬만한 요인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셈입니다. 항암치료 기간 중에 항암제가 투여되기 시작한 날로부터 10일-14일째 (의사들은 이를 D+10일 - D+14일 이라고 부릅니다) 백혈구가 가장 많이 감소하는데..

환자 진료 후 손씻기

의사국가고시문제에서 답이 너무 쉽지만 그래도 자주 출제되는 문제. "다음 중 병원 내 감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그럴 듯한 보기가 아무리 많아도 "의료인의 손"이 정답. 의료인의 손에 의해 수많은 감염원들이 손쉽게 전파된다. 회진을 돌면서 이 환자 저 환자 만지고 진찰하고 그때마다 손을 씻지 않으면 안된다. 드레싱을 담당하는 인턴의 근무텀이 바뀌면 특정 시기에 특정 감염률이 급증하는 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한 방에서 몇일 사이에 환자들이 열이 나고 비슷한 균주가 발견되면 그건 백발백중 의료인의 손이다. 몇년 전에 우리병원에서 모든 인턴들의 손에서 균 배양검사를 했더니 엄청나게 독성이 강한 균들이 우리 손에서 살고 있다는 사진이 공개되어 우리 스스로 큰 충격을 받았던 적도 있었다. 내가 보기엔 간호..

작아지는 나

환자가 적어온 다이어리. 먹은 음식 종류와 양 운동량 몸 컨디션 아이들 학교에 학부모 총회 참석 친정 식구들과 외식 이런 사건들로 가득차 있는 그녀의 항암제 다이어리. 외래 중 나는 그녀에게 말을 시키고 눈으로는 다이어리를 잽싸게 훑어 본다. 그러다가 들어온 문구. "내가 자꾸 작아지는 것 같고, 사람들이 나에게 잘 해주는 것 같지만, 외롭고 고립되는 느낌이 든다" 난 몸 컨디션을 물어본다. 4기 유방암을 진단받은 36세 젊은 엄마. 우리 병원에 처음 올 무렵은 어딘가 모르게 몸이 힘들어서 잠도 잘 못자고 음식도 잘 못먹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럴 것이다. 병이 깊었다. 그녀의 증상은 병의 분포와 관련하여 다 설명될 수 있었다. 그런데 항암치료를 시작하니 생각보다 독성을 심하지 않고 컨디션은 ..

비싼 유전자 검사는 꼭 해야 하나요?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생물학적 특징이 잘 알려져 있는 편에 속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치료를 시작하기에 앞서 암세포의 핵이나 표면에서 발현되는 호르몬 수용제, HER2 수용체를 구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유방 조직검사를 하면 그 조직에 대해 염색을 하여 수용체의 발현 여부를 확인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수용체는 호르몬 수용체 (ER, PR)와 HER2 수용체 입니다. 이렇게 세가지 수용체 이외에도 병의 특성을 설명해줄 수 있는 여러 수용체 검사가 있지만, 치료적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이들 세가지 수용체 검사입니다. 호르몬 수용체는 크게 ER (에스트로젠 수용체), PR (프로제스테론 수용체) 두가지로 구분해서 검사하고 둘 중의 하나라도 양성 반응이 나오면 (즉 수용..

환자들에게 궁금한거 물어보세요 했을 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암 치료 중인 환자들에게 이것저것 설명해주고 나면 나는 환자들에게 질문한다. "더 궁금한 거 있으세요? 의사의 질문에 10명 중 9명의 환자들은 "*** 먹어도 되나요?" "***를 보니 ***가 몸에 좋다는데요" 라는 질문을 한다. 먹는 것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룬다는 뜻이다. 왜 환자들은 먹는 것을 주로 물어볼까? (심한 경우 먹는 것에 집착하는 환자들도 있다) 우리나라 환자들이 주로 먹는 것에 대한 질문이 많다는 게 의사들의 느낌이다. 이렇게 묻는 환자도 있다. "항암치료 기간 중에 제가 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야속하게도 환자분이 스스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첫째는 면역력이 떨어져서 쉽게 감염이 될 수 있으니 개인 위생에 철저해야 겠어요. 음식을 드시고 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