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방사선 치료는 어디서?

슬기엄마 2012. 11. 30. 15:32

 

대개의 방사선 치료는

컨디션이 왠만해야 받을 수 있습니다.

최소한 자기 힘으로 걸어다닐 정도는 되어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셈입니다.

그정도가 안되는데 치료를 하면

치료의 효과보다 독성이 환자를 더 괴롭히게 됩니다.

그러므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방사선치료는 외래에서 통원 치료를 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뇌전이로 어지러움증이 심하거나 토해서 먹을 수가 없을 때,

척수전이로 걸을 수가 없을 때,

그럴 때는 입원해서 방사선치료를 합니다.

 

방사선 치료를 받으러 매일 병원을 왔다갔다 하는 일이 환자입장에서는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힘도 들구요. 또 어떤 경우는 방사선치료 첫 1-3회 때에 평소보다 더 피곤하고 아픈 곳이 더 아픈 것 같은 그런 불편감을 더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방사선 조사량이 많을 때는 첫 2-3회 정도의 방사선치료를 입원해서 받고 증상의 경과를 관찰한 후 퇴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하는 방사선 치료는 외래 통원 치료를 원칙으로 합니다.

하루에 5-10분도 안걸리는 방사선치료를 하기 위해

계속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있으면

몇백명의 환자들이 퇴원하지 않고 큰 병원에서 입원을 유지하게 됩니다.

그러면 다른 응급 환자는 입원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것이 의료전달체계의 운영 목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방 환자들은 난감합니다.

서울에 연고도 없고

아는 친척이 있다해도

치료받는 동안 불편한 내 몸과 마음을 쉴 곳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우리 병원은

인근의 작은 요양병원과 연계하여

방사선치료를 받는 동안 환자들이 머무를 수 있는 병원을 소개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어느 병원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큰 병원이 그런 작은 병원들과 커넥션이 있어서

금품 수수나 뇌물 등이 오간다는 혐의를 받고 조사중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우리 병원은 그런 일이 없었지만

그런 소문에 괜히 움츠러 듭니다.

진료협력센터에서도 방사선종양학과 외래에서도 선뜻 병원을 소개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MD anderson cancer center 병원 앞에는

이런 환자들이 머물 수 있는 고급스러운 주택단지가 있다고 합니다.

하루밤에 15만원 정도라고 하네요.

병원과 버튼으로 연결되어 있어

의사가 회진을 가거나 간호사가 라운딩을 하는 건 아니지만

환자가 원할 때

의료지원팀과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하네요.

생각보다 가격이 비싼 것은 아니지만

사실 싼 것도 아닙니다.

한달이면 450만원이니까요.

 

일산에 있는 암센터 앞에는

캡슐방처럼 아주 작은 공간을

저렴한 값에 이용할 수 있는 곳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간판을 보는데 너무 마음이 울적하고 서글펐습니다.

내가 꼭 그 캡슐방에 들어가 움츠리고 있는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산의 한 성당에서는 방사선 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고 있더군요.

훨씬 사람냄새나고 좋아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꼭 종교적으로

희생과 봉사로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우리 환자 몇 명을 퇴원시켰습니다.

컨디션 이만하시면 외래로 다니시라고.

나는 그들 집이 어딘지 압니다. 서울이 아니라는 것.

그래도 퇴원시켰습니다.

정말 미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