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검사 자주 안하면 안되요?

슬기엄마 2012. 11. 27. 13:00

 

그녀는 암을 세번 진단받았다.

 

유방암

난소암

갑상선암

 

진단받고 수술하고 항암치료하고

재발하고 수술하고 항암치료하고

그렇게 지내기를 7년째.

그러나 다행히도 매번 치료 성적이 좋다.

지난 주 찍은 PET-CT 를 보니

현재 눈에 보이는 병은 없는 상태다.

 

지난 번 항암치료를 예정대로 다 마치지 못했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몸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훨씬 지친것 같았다.

곁에 있는 남편이나 언니는 꾹 참고 끝까지 항암치료를 받으라고 종용하지만

치료를 받는게

환자지

가족인가.

항암치료를 받고 힘든 건 환자의 몸이다.

무엇보다 환자의 의지와 체력이 중요하다.

환자는 서로 다른 암이 진단되고 반복적으로 수술, 항암치료를 받는 생활을

너무 힘들어하고

많이 울었다.

나는 예정된 치료를 끝까지 다 마치지 못했지만, 치료를 중단하기로 했다.

 

그녀는 이제 CT도 찍고 싶지 않아 한다.

CT 검사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1주일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

난 그래서 지방에서 올라오는 그녀가

당일날 CT를 찍고 검사결과를 듣고 내려갈 수 있게 하기로 했다.

사실 환자가 미리 찍고 가면 영상의학과에서 충분히 검토하여 공식판독을 내주시기 때문에 나로서는 든든한 백이 되고 큰 도움이 된다.

영상의학과 선생님 판독없이 내가 본 것만으로, 그것도 미리 보면서 고민하는게 아니라 외래 시간 내에 환자를 앞에 앉혀놓고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

 

보다 믿을만한 CT 검사결과를 얻으려면

수고스럽더라도 환자가 외래 전에 미리 찍고 가는게 좋은데

이 환자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열심히 보고 잘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좀 후달리겠다.

 

지방 환자들은

정식 진료를 보기전에 미리 와서 검사를 하고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서울 한번씩 왔다 가는 일이 고달프고 힘들다.

교통비 등 부가적으로 드는 돈도 많다.

혼자 오기 힘든 환자는 가족까지 대동하고 오기 때문에 시간과 돈이 두배가 든다.

환자 컨디션이 괜찮아도 가족은 안쓰럽고 미안해서 환자를 혼자 못 보내고 같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당일날 일찍 와서 검사받고

당일날 외래에서 담당 주치의에게 검사결과 듣고 내려갈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다.

당일 시행한 검사를 판독하기 위해 영상의학과에 좀더 인력이 지원되면 좋겠다.

 

환자를 위한 진료는 단지 마음씀씀이만으로 되는게 아니다.

소소한 구석까지 시스템이 잘 작동되었으면 좋겠다.

문제는 그런 시스템을 가동하게 하는 것도 돈이다.

우리나라처럼 의료보험수가가 싼 나라에서 첨단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누군가 뼈꼴빠지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어야 한다.

적절한 경제적 지원없이도 말이다.

그래야만 그것이 가능한다. 당분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