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작지만 아름다운 공연

슬기엄마 2012. 11. 24. 15:06

 

찾아가는 뮤지컬 갈라 콘서트가

오늘 오전 11시 우리 병원 본관 로비에서 열렸습니다.

     

 

아마추어 뮤지컬 동우회 '렛싱 뮤지컬' 팀에서 우리병원에서 재능나눔 콘서트를 개최하였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이들 동우회와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주대 후배 노연경 선생님이

렛싱 뮤지컬 팀에서 노래하는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환자를 위해 찾아가는 콘서트에 대해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고

연락을 받은 제가 우리 병원 홍보팀에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소리소문 없이 준비된 공연이 오늘 열리게 되었습니다.

홍보팀의 한대금 선생님은 주말인데도 나와서 이번 행사가 잘 진행되도록 도움을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병원 로비는

사실 노래하는 공연장으로서는 별로입니다.

공간도 넓고 이동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산만해지기 쉽습니다.

목청껏 노래를 불러도 소리가 모아지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진심을 다해 소리를 모으니

로비에 고운 노래소리, 신나는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한산했던 공연장이 마지막 노래인 Bring on Tomorrow 를 부를 때는 주변에 둘러서서 공연을 봐 주시는 분들이 꽤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주 집중된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마지막 노래가 끝난 후 박수소리가 한참을 이어졌습니다. 내일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공연을 보러 오신 병동 입원 환자와 부인이 두 손을 꼭 붙잡습니다. 무언의 약속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공연팀 멤버들이 직장인들이 많아 평일 공연이 어려워서

토요일 공연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어 아쉬웠지만

공연팀은

단 한명의 환자에게라도

단 한순간이라도

노래로 감동을 전하고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각자 자기가 하는 일은 따로  있는 분들이

노래가 좋아 함께 모여 노래하고, 그런 능력과 의욕을 모아

재능나눔 콘서트를 준비하여 이렇게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니

준비과정에 일조했던 저로서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마음도 벅찹니다.

사실

마음뿐만이 아니라

노래도 아주 훌륭하고 멋졌습니다.

 

지나가는 나그네도 우리집에 머물면 한끼 식사 대접을 해드리는게 우리 정서인데

우리 병원에 오셔서 우리 환자를 위해 이런 노력과 시간을 내 주신 분들에게

점심 한끼는 대접해야겠다 싶어서

공연 후 병원 내 식당에서 짜장면 한 그릇 씩 대접했습니다.

 

마침 우리가 간 중식당 사장님도 우리 공연을 보셨는지,

너무 노래가 좋았고 가사가 아름다왔다며,

당신도 뮤지컬 좋아하신다며

우리에게 물만두를 써비스로 주시기도 했습니다.

(사장님, 앞으로 더 자주 이용하겠습니다!)

 

내 뜻대로

내가 마음먹은대로

세상을 살수 있을까요?

마음먹은대로 되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어쩌면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그 찰라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이 순간,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일들, 내 마음에 감동을 주는 일들, 내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일들, 그런 것들을 경험하고 사는 것이 중요할 지도 모릅니다.

행복은 대단히 멀리서 빛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주위에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공연이 이루어지도록 다리 역할을 해 준 노연경 선생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인연이라는 것은 참으로 놀랍게 엮이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노연경 선생님, 오늘 정말 반가왔습니다.

제가 선물로 드린 펜으로 열심히 공부하세요!

 

겨울의 초입,

몸도 마음도 조금씩 움츠러드는 계절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음이 헛헛하여

심란한 것도 사실입니다.

 

저도 노래 한곡을 따라 불러 봅니다.

공연 중 네번째 노래, 애니의 투모로우.

나의 내일이 더 밝고 따뜻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내일이 오늘보다 조금은 더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렛싱 뮤지컬,

당신들의 뜨거운 젊음이 고마운 주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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