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나를 슬프게 하는 병원 풍경들

슬기엄마 2012. 10. 18. 21:54

 

이렇게까지 힘들어 하며

생의 마지막 시간을 견디는 그녀.

나보다 훨씬 젊은 그녀의 머리맡에 놓인 2살이 안된 똘망똘망한 아들의 사진.

콧줄에서, 복수때문에 가지고 있는 관에서, 오늘 끼운 소변줄에서

스멀스멀 멈추지 않고 나오는 붉은 피. 

 

설사가 심한 약도 아닌데 항암제만 썼다하면 멈추지 않는 설사로 자꾸 입원하는 부인.

한달에 입원해 있는 시간이

집에 가 있는 시간보다 더 긴 그녀를 위해

병원으로 퇴근하는 남편, 뭔가 가득 들어있는 배낭을 짊어진 그의 뒷모습.

 

어머니의 임종을 앞두고 초조한 아들, 

몇일째 제대로 씻지도 못한 듯 푸석푸석한 얼굴.

주차장 뒷켠에서 그의 등뒤로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뇌 수술 후 깨어나지 않는 뇌기능.

그녀의 초점없는 눈동자.

 

바싹 마른 입. 그리고 찢어진 입꼬리에 맺혀 있는 피딱지.

여기 저기 듬성듬성 파인 입안 궤양으로 아무것도 못 먹는 그녀의 텅빈 밥상.

 

간기능 저하로 혈중 알부민 수치가 낮아 퉁퉁 부은 다리.

그리고

걷지 못하고 누워있는 그녀에게 혈전증 생기지 말라고 신겨놓은 스타킹.

 

초저녁부터 보호자 침대에서 깊은 잠에 곯아 떨어져 있는

구부정한 보호자의 누워있는 모습

 

내 마음을 슬프게 하는 병동의 풍경들.

 

그들 모두에게 편안한 안식을 줄 수 있는 의사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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