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암과의 동행 - 생로병사의 비밀을 보고

슬기엄마 2012. 3. 17. 21:38

평소에 암 환자를 진료하면서 환자들에게 해 주고 싶었던 이야기들
바쁜 외래 진료시간에 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이
오늘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잘 소개되었다.
'암과의 동행'
다양한 암환자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병을 받아들이고
완치되지 않아도 절망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또 그만큼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모습이 소개되었다.

CT를 통해 보이는 병은 무시무시한데
예쁘게 화장하고 활짝 웃으며 자신이 지금의 병과 같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방암 환자인 그녀는 이미 전이성 유방암으로 수차례 항암치료를 바꾸어 받고 있다. 커튼이나 소파, 베게 등의 소품을 밝은 색상으로 유지하여 방안 분위기를 화사하게 하고 화장, 옷차림도 상큼하게 유지하며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 수차례 항암치료로 잘 나지 않는 머리카락 때문에 부분가발과 각종 패션 모자로 이를 커버한다. 나보다 백배 건강해보인다.
노래를 하는 동안 아무런 통증도 느낄 수 없고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다는 환자. 그는 올해 다시 한번 연주회를 준비하고 있다. 음악을 들으며 이런 호사를 다른 환자들도 누릴 수 있었으면 바란다. 내가 꿈꾸던 병원내 음악다방 프로젝트가 생각난다.
대장암 수술 후 장루를 가지고 사는 환우-엄밀히 말하면 이제는 생존자(survivor)-는 생전 처음 장루라는 걸 갖게 되고 일상생활에서 관리하며 겪는 어려움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자기가 치료받던 병원에서 병실을 방문하여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환자들에게 좋은 이야기와 함께 마술을 선보이기도 한다.
평소에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환우들이 한달에 두번씩 모여서 '길동무'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등산도 다니고 산을 오르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환자끼리 통하는 감성이 있다. 우울증도 극복하고 몸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정상을 오르는게 목표가 아니라 다 같이 무사히 산행을 마치는 것이 목표.
한달에 한번씩 노래교실을 통해 만나 큰 소리로 노래 부르고 소리도 지르며 스트레스를 푼다. 노래교실 강사도 유방암 치료를 받았던 환우, 누군가의 지원이 없더라도 환우들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는 등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지방에서 올라온 환우들이 병원에 가기 전에 들를 수 있는 환우회 쉼터도 있다. 다 같은 환자니까 가발 벗고 머리 식히는 것도 어색하지 않아서 좋다는 하는 말에 마음이 짠하다. 서울대 유방암 환우들이 이용하는 비너스 쉼터이다. 그래, 이런 곳이 환자들에게는 꼭 필요하지. 그런 공간이 없는 우리 병원 환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준비하고 해야할 일들이 많구나. 4기를 진단받고도 5년 10년을 사는 환자들을 보고 다른 환자들이 엄청난 희망과 용기를 갖는다. 그런 마음은 의사가 줄 수 없는 용기이자 에너지이다.

마음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없다.
노력하는 모든 이들이 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그러나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내 삶은 어떻게 채워졌는가,
나는 얼마나 노력했는가, 나는 이런 시간을 통해 무엇을 얻었고 어떻게 삶의 질을 유지하며 기쁨을 느끼고 살았는가에 대해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아직 오지 않을 미래의 두려움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나는
암이 전이가 되어도 오래 사는 사람들의 종양 속성은 다를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생물학적 속성이 다를 거라는 가정을 하게 된다.
마음 스트레스 그런 거 말고 진짜 드라이브가 되는 생물학적 속성의 차이에 대해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난 이제 의사가 되었나 보다.
어떻게든
환자의 몸과 영혼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에게 필요하겠지.

내가 하고 싶었던,
내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프로젝트들이
사실
내 머리, 내 마음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으로 느끼고 대안을 현실화하기위해 노력하고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그 흐름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