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병기냐 속성이냐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공부하다가

슬기엄마 2012. 1. 24. 11:05

처음 유방암을 진단받은 환자는
내가 과연 살 수는 있는건지, 완치될 수 있는지, 재발하지는 않을지, 과연 나는 치료성적이 좋은 사람일지 등등의 두려운 질문을 갖게 된다. 
첫 대면에서 의사는 이와 관련된 정보를 환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환자들에게
앞으로 당신의 예후를 결정하는 것으로 다음의 두가지 사항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한다.
첫번째 유방암의 병기
두번째 유방암의 생물학적 속성.

유방암의 크기(T), 림프절의 전이 여부(N) 등을 가지고 병기를 구분한다.  이러한 기준은 다른 암에서도 이러한 기준이 공통으로 적용되는 고전적인 예후 예측 인자이다.
병기가 낮은 환자는 재발 가능성이 낮고 생존율이 높으며
병기가 높은 환자는 재발 가능성이 높고 생존율이 그만큼 낮아진다.
이는 지난 십수년간의 임상연구 데이터를 통해 입증된 바이다.

그런데 통계적으로는 입증이 되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잘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종양의 크기도 작고 겨드랑이 림프절도 음성인데 금방 재발되고, 치료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 반면, 종양의 크기도 크고 겨드랑이 림프절도 여러개가 양성이었는데 재발되지 않고 오래오래 잘 지내는 환자가 있다. 그래서 유방암을 연구하는 의사들은 병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유방암 특유의 생물학적 특징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ER PR HER2 수용체의 존재 여부이다.

비싸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은 면역조직화학검사(Immunohistochemistry)로
유방암 세포내/표면에 존재하는 ER PR HER2 수용체 검사를 한 결과가
각종 유방암 예후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값비싸고도 고차원적인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알려진 결과와 유사하게 분류되었고

2000년 이후 유방암은 크게 4개의 하위범주(ERPR + /HER2-. ERPR+/HER2+. ERPR-/HER2+. ERPR-HER2-)로 나누어 치료방법과 예후를 비교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구분을 보다 고차원적이고 발전하는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이용해 세부적으로 구분하여 치료적 접근을 시도하려는 연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유방암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치료법을 결정할 때 이 그룹별 특성을 염두에 두고 치료법을 결정하게 된다. 단지 학문적인 영역의 탐구 활동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유용한 지침을 제공하는 연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수술 전/후 항암화학치료방법을 결정할 때 고민하게 하는 그룹

병기는 낮은데 삼중음성인 경우
- 지금 하는 표준치료로는 왠지 재발을 막고 생존율을 향상시키는데 부족한 것 같은 느낌.
병기도 높고 삼중음성인 경우
- 지금 하는 표준치료의 약제조합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치료기간도 더 길어야 하는 것 아닐까?
병기도 낮고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경우
- 지금 하는 표준치료가 환자에게 너무 과한 것 같다. 호르몬 치료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괜히 고생하는게 아닐까?
HER2가 양성인 경우
- 수술 전부터 HER2를 막는 표적치료제를 쓰는 것이 장기적인 예후를 양상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어떤 그룹이 조기에 재발 (early recur) 하는지
어떤 그룹이 아주 늦게 늦게 재발 (late recur) 하는지
지난 12월 SABCS에서 발표된 연제들을 다시 비디오로 시청해본다.
현란한 방법론을 적용하여 멋진 결과를 도출해 내는 그들의 발표를 듣고 있자니, 아무리 좋은 연구결과도 현실 적용이 가능해야 하고 지금 내가 환자를 보는 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과 나 스스로의 기준을 갖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환자들이 궁금해 하는 사실, 의사로서 나 스스로도 진료하면서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들을 잘 정리하고 늘 공부하는 의사가 되어야 하겠다.

비디오 클립 2-3개를 보고 났더니 오전이 다 지나가버렸다.
연휴동안 공부할 계획을 많이 세웠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벌써 연휴 마지막날이다.
내일부터 한 3일간은 명절이라 항암치료를 미루었던 환자들이 대거 외래에 오시겠구나. 난 이래서 명절이 별루다.

선생님,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게 최선의 치료인가요?
저는 교과서적으로 근거있고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대로 치료합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치료는 더 치료적 가능성이 높은 약제를 포함한 임상연구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종양학 교과서 제일 첫 머리에 나오는 대 명제입니다.
올해는 여러 모로 이득이 되는 좋은 임상연구를 계획해보려고 합니다.
그것이 2012년 저의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