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마음근육 만들기 - 오늘 명상프로그램 시작!

슬기엄마 2011. 11. 29. 23:14


오늘 명상 프로그램을 시작하였습니다.
앞으로 매주 화요일 12시부터 4시까지 두번의 세션을 6주간에 걸쳐 진행합니다.
총 22명의 환자와 보호자가 신청하셨습니다.

암환자는
몸도 마음도 고단합니다.
고단하고 외롭고 힘든 마음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자기 스스로 마음의 근육을 만들어야 합니다.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그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병원의 공식적인 지원도 없고
관심있는 사람도 별로 없고 해서
준비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했고 어려웠습니다.

마음 속으로
괜히 시작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나 잘 할 걸,
긁어 부스럼이다,
솔직히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엄마와 함께
부인과 함께
환자들은 약간 어색한 분위기에서 첫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짝을 지어 잠시 대화를 하고
서로가 서로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나이 먹은 어른이 되어
자기 얘기를 풀어놓고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명상 프로그램도 
시작한 처음 한 두번은 몰입이 안되고 마음이 더 산란해져서 하기 싫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반응이라고 합니다.
그걸 조금 참고 견디며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하는데
과연 우리 프로그램에서 얼마나 많은 분들이 끝까지 함께 하실지
각자의 형편과 건강상태, 마음상태가 다 다른데
원하는 성과를 얻어가실 수 있으실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요.

그래도 오늘 방문을 나서면서
'마음이 편안해 진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렇게 말씀해주고 가신 분이 계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의사가 되어
세상 돌아가는 꼴도 모르고
주변 사람 챙길 줄도 모르고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일이 있어도 그냥 눈감고
내 앞의 환자만 보고 삽니다. 그가 좋아지면 그걸로 만사오케이입니다.
불합리하면 손해보고 부조리하면 비겁하게 피해갑니다. 그렇게 삽니다.
내 앞의 환자만이 내 우주의 전부입니다.
그런 마음이 절대 좋은 건 아니라는 걸 잘 알면서도 의사로 환자를 만날 때는 그것이 전부가 됩니다.

이번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그 누군가에게는
의사가 해주지 못한,
약으로 치료하지 못한,
멍든 마음을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을 배우고 마음의 근육을 탄탄하게 만드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 인사말을 하신 한분은
원래 딸도 같이 참여하려고 했다가
신청한 후에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서 참석하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로서 딸이 나빠지는 걸 보고 있는 게 너무 힘듭니다. 저도 생활을 지탱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보호자도 환자만큼 힘듭니다' 라며 참던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인간의 부족함으로 인한 고통을 덜어주시길 하느님께 대신 청원합니다.
그에게
우리 모두에게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