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왜 영양제도 안 주시나요?

슬기엄마 2011. 11. 5. 18:02


임종을 기다리는 환자.
가족들도 긴 병에 많이 지쳤다.
더 이상 검사하지 말고 편안하게 돌아가셨으면 한다고 하셨다.
나도 그러는게 좋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엊그제부터 수액을 다 끊었다.
임종 직전에는 수액을 끊는게 환자에게 편안하다. 임종 순간에 각종 분비물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죽음의 순간에 환자가 힘들다.
어제부터 혈압이 떨어지더니 아침에 회진을 도는데 혈압이 70-80mmHg 정도 밖에 안된다. 내일쯤 돌아가시겠구나. 진통제만 남기고 모든 약을 다 중단하였다. 진통제만 약간 증량하였다. 동공이 작아졌지만,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다.

나는 환자 상태를 살피고
별 말 없이 방을 나섰다.

남편이 따라나온다.

"영양제도 안 주시고 너무하시는거 아닌가요? 아무리 죽을 사람이라고 하지만..."
"영양제나 수액을 많이 드리면 돌아가실 때 환자가 힘들어서요. 드리지 않는게 좋을 거 같아요."
"나오던 약도 안 나오는데요?"
"지금 그런 약들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힘들게 콧줄 끼워서 드려야 할만큼 급한 약 아닌거 같아요."
"혈압이 떨어지는데 무슨 조치 안해주시나요?"
"네. 아무것도 안하려구요. 이게 돌아가시는 과정이에요. 아마 오늘부터 소변 잘 안나오고 내일이나 모레 돌아가실 것 같아요. 준비하고 계셔요."
"..."
"지금 하고 있는 모니터도 큰 의미는 없는데요, 심장박동수를 보면서 임종 상황을 예상하려고 하는거에요. 심장 박동수가 1분에 50회 미만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곧 돌아가실 거니까, 가족들 다 모여 계시는게 좋겠어요. 혈압도 더 떨어질 거에요."
"지금은 어떤건가요?"
"아직 맥박은 괜찮으시네요. 환자가 별 의식이 없으시고 주무시는 것처럼, 통증없이 돌아가시게 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

죽는다는게 이렇게 썰렁한 과정이라는 걸 짐작하지 못하셨나 보다.
유방암 전이 후 10년 정도 사셨다. 안해 본 항암 약제가 없는 것 같다.
최선을 다해 치료하신 거라고, 이제 그만하자고 말씀드린지 얼마 안되었다.
본인도 그 말에 동의하셨고, 남편도 동의하셨는데
정작 그 순간이 다가오고
죽음의 과정을 객관화하여 설명하는 나를 이해하시기 어려운 것 같다.
나의 이러한 조치들에 섭섭해 하신다.

병동에 이런 분들이 세분 계신다.
한분은 통증없이 주무시고 계시고
두분은 힘들어 하고 계신다.
주말 사이에 모두 편안히 하늘나라로 가셨으면 좋겠다.
그러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