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치질의 아픔

슬기엄마 2011. 9. 10. 17:12


98년 슬기 낳고 나서 치질이 생겼다.
여자들은 애 낳을 때 치질이 많이 생긴다고 한다.
이놈의 치질은 나왔다 들어갔다 하기 때문에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아서 모르고 살지만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계속 앉아 있을 때, 힘든 일이 겹칠 때, 스트레스 많이 쌓일 때
바깥 세상으로 나온다.
그놈이 나오는 걸 느낄 정도면 좀 심각하다.
그리고 치질은 변비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난 그래서 변비에 무지하게 예민하다.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치질과 변비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있다.
사실 처음 항암제 부작용 설명할 때
치질과 변비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빈도나 심각성 면에서 더 자주 발생하는 증상을 주로 설명하다보니까 그런것 같다.
그래서 예상치 못하고 이들 증상이 발생하면
거의 울상이 되어 허리를 똑바로 못 펴고 엉금엉금 걸어 외래로 오신다
구토가 심해도 울지 않고 잘 견디던 그녀들이 치질이 심하면 엉엉 운다.

벽 보고 누워 엉덩이 보여주세요.

백혈구 수치가 낮고 통증이 너무 심하면 입원시키기도 한다. 점막염에 준해.
대부분 백혈구 수치가 올라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치질이 저절로 들어간다. 그리고 통증도 없어진다.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치질 수술을 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신체의 예민한 곳
남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곳
솔직히 터놓고 말하기도 거시기한 곳
그런 곳이 아프고 힘들고 피 나니까 환자들이 더 속상한가 보다.
나도 치질이 있어서 그 아픔을 아니까 더 안쓰럽다.

치질이 생기면

1. 베타딘으로 좌욕 한다.
2. 변 보고 나면 샤워기나 비데를 이용해 물의 압력으로 항문 주위 점막들을 자극해서 혈액순환을 개선한다.
3. 베니톨을 하루 2번 먹는다. 좌약으로 넣는 약도 있다.
4. 치질 연고를 하루 2번 바른다.
5. 너무 아프면 백혈구 회복될 때까지 진통제도 같이 먹는다.
6. 백혈구 수치가 낮을 때는 입원해서 주사 항생제를 맞기도 한다.
7.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식생활 등을 조심한다. 


수많은 소소한 일들이 환자들을 의기소침하게 만든다.
다 지나가는 일이다.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거나 비참해하지 마시고, 잘 넘기시라.
감쪽같이 나아서, 나중에 '치질은 어때요?'하면 쑥쓰럽게 웃고 나가신다. '괜찮아요. 쏙 들어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