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99세에 시집을!

슬기엄마 2011. 8. 13. 17:05

우리병원 간암클리닉 한광협 선생님이
간암클리닉 성원들에게 보내신 메일인데 
좋은 글이라고 최혜진 선생님이 나에게 메일을 첨부해 주셨다. 

일본 할머니가 99세에 낸 시집이 소개되었다. 할머니는 지금 100세.
백년 인생이 기구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할머니도 인생 굴곡 많으셨던 것 같다.
제목은 '약해지지마'
퇴근하는 길에 홍익서점에 들러 사봐야겠다.

인상적인 몇 구절.

비밀
나, 죽고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 여덟에도 사랑은 하는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 걸.

나에게
뚝뚝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멈추질 않네.
아무리 괴롭고 슬픈 일이 있어도
끙끙 앓고만 있으면 안돼.
과감하게 수도꼭지를 비틀어
단숨에 눈물을 흘려 버리는 거야.
자, 새 컵으로 커피를 마시자.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같이 웃었던 오후

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전이성 유방암 환자, 뇌에 전이도 오고 급성 뇌졸중도 같이 찾아왔다.
재활치료를 위해 집근처 병원으로 다니실 수 있게, 마침 아는 선생님이 계셔서 의뢰를 드렸다.
선생님께 편지가 왔다.
객관적으로 아무리 병세가 중하다고 해도
환자의 의지, 가족의 도움과 사랑이 있으면
예후가 좋은 것 같다는 말씀.
엊그제 외래에서 만난 환자. 정말 뇌막 전이까지 있는 환자인데, 많이 호전되어 오셨다.

우리 모두 약해지지 말고 꿈꾸며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