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호스피스 병원에 대한 나의 몽상들

슬기엄마 2011. 8. 18. 11:54


200-300병상 정도 규모의 작은 병원을 지어서
돈걱정 안하고 환자만 진료하면 되는 그런 병원을 운영할 수만 있다면... (절대 없겠지만)
암환자만 진료하는 병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응급시술이나 첨단 장비를 이용한 검사는 세브란스병원같이 큰 병원과 연계하여 
비록 작은 병원이지만 신속하게 연계하여 큰 병원 못지 않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수액 맞는 보존적 치료, 편하게 쉴 수 있는 쉼터같은, 집같은 보살핌을 주는 그런 병원을 운영하고 싶다. (수익율 백퍼센트 마이너스. 돈 걱정 안하고 보험삭감 걱정 안하고 입퇴원 푸쉬없고...이건 거의 공상수준임)

이 병원에서는 환자가 입원하면 세장의 카드를 준다.
한장은 타로점 카드
한장은 음악다방 티켓
한장은 캐리커쳐 티켓

1> 타로점 카드

나는 예전부터 타로점을 배우고 싶었다.
(수강시간표랑 배우는 곳도 다 알아봐놨는데... 지금도 메일이 날아온다. 특강이 있다고...)
그래서 환자가 심기가 불편할 때 타로점을 봐주고 싶다. 피검사 대신.
항암제 치료 못하는 기운없는 환자들
병 나빠지고 있는거 뻔히 알아도 더이상 적극적인 치료가 무의미한 환자들
병원에 있어도, 집에 있어도
기운없고 여기저기 아프고 한시도 편할 날 없는 환자들이
마음이 심란할 때 타로점 카드를 제출한다.
카드를 전날 제출하면, 다음날 회진은 점궤로 대신한다.
타로점을 보면서
환자의 인생에서 풀리지 않는 과제가 뭔지도 듣고
남은 시간 동안 꼭 하고 싶은게 뭔지도 듣고
점궤가 잘 나오면 희망을 주고
점궤가 잘 안 나오면 평화롭게 임종을 준비하는 것으로 마음을 정리한다.

2> 음악다방 티켓

환자는 입원할 때 약정서에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나 음악을 적는다.
입원 기간 중 좋아하는 노래나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카드를 제출하면 환자를 위한 최고급 고감도 스피커가 장착된 음악 감상실에서 차를 마시며 훌륭한 사운드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준다. 자원봉사자들이 이들의 음악감상 활동을 돕는다. 병원 내 음악다방인 셈이다.
사실 요즘 오카리나를 좀 배워볼까 하는데
내 연주를 원하면 나도 연주를 해 드릴 의향이 있다.
내가 이래뵈도 예전에 음대지망생이었으니까 음악적 센스는 좀 있는 편이다. 나의 묻혀진 끼를 다시 살리는 것이다. 오호라, 내 가슴속 피가 덥혀지는 것 같다.

3> 캐리커쳐 티켓

암환자들은 사진 찍기를 싫어한다.
살도 빠지고
얼굴색도 않좋고
피부도 쭈글쭈글해지고
힘들어보이는 자신의 지금을 기록에 남기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어쩌면 오늘, 지금이 컨디션 제일 좋은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진 대신 환자의 특징을 중심으로 캐리커쳐를 그려드리고 싶다.
힘들지만
그래도 사는게 인생이고
오늘 살아있음을 기억하고 즐거운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캐리커쳐를 그려드리고 싶다.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을까 궁금할 때
환자는 캐리커쳐 티켓을 내면
그림 잘그리는 자원봉사자들이 환자들을 멋드러지게 그려서 선물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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