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언제까지 항암치료를 하는건가요?

슬기엄마 2011. 8. 7. 09:32

항상 별 말이 없으신 분.
입원해도 병실에 잘 계시지 않고
다른 병동이나 병원 내 한적한 곳에 눈을 감고 앉아계신다. 기도를 하시는 중일까?

내가 무슨 설명을 하면
아주 호의적으로 "예 예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께요." 대답해주신다.

폐 전이가 좋아지지 않아 숨이 차니 산소 도움을 받아야 한다. 
늑막에 물이 차니까 관도 넣었다가 뺐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본인은 항암치료를 그만 하고 시골로 내려가서 편히 지내시고 싶다고 했었다. 전라북도 장수 근처라고 했던가...
그렇게 하기로 했었는데...
물이 많이 차서 또 관을 넣었다. 
그동안 통증이 없어서 진통제를 안드셨는데 숨찬것도 통증의 일환이라고 판단, 진통제를 소량 드렸더니 훨씬 편하고 좋다고 하신다. 그리고 평소보다 더 많이 자니까 좋다고 하신다.
하루에 물이 1 리터 이상 나온다.
물로 몸의 영양분이 빠져나가니 알부민 수치도 낮고 몸도 많이 붓는다.
환자 상태가 괜찮은 것도 같고 좀 힘들어보이는 것도 같고
난 몇일을 경과보다가
항암치료를 했다.
저 물을 항암제로 말리지 않으면 계속 나오겠구나 아직 컨디션이 괜찮으시니 이번을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항암치료를 해보기로 했다. 이런 나의 생각을 듣더니 환자는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나마도 항암제를 맞으며 누워있는 그 시간 자체가 매우 싫다고 했다. 그래서 shooting 으로 맞을 수 있는 약을 선택했다.
약제의 반응은?
아직 모른다.
내 느낌은 별로 썩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
다행히 항암제 때문에 더 힘들어하시지는 않는 것 같다.
아직 치료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좀더 경과를 두고 봐야겠지만
환자는 잠 자는 시간도 조금씩 더 늘어나고
먹는 양도 줄어들고 있다.
힘드신데 없냐고 하면 그냥 견딜만하다고 그런데 기운이 없다고 한다.
환자는 원래 병원에 입원하는 것도 매우 싫어했었다.
그런데 내가 다음주에 관을 가지고 퇴원해볼까요 했더니 겁먹은 듯한 눈초리로 변한다. 아, 많이 힘드신 상태시구나 알아챌 수 있었다.

과연 이번에 항암치료를 한 것이 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까?
가이드라인이라는게 있지만 그건 평균적인 지침일 뿐, 특수한 개인 상황에 다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의학적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의사는 몇번의 경험을 통해 좋아진 환자의 기억이 강하다. 나빠진 환자도 있지만 좋아진 환자가 있다면 치료를 시도해보고 싶어한다.
많은 문헌에서 말기로 판단이 되고, 더 이상 항암치료가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환자에게 마지막까지 항암치료를 하거나 중환자실을 가는 상황을 초래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도 나에겐 그 희박한 확률을 뚫고 좋아진 환자의 경험이 있으니, 그쪽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환자는 이미 내가 이런 갈등과 고민 속에서 항암치료를 해보자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잘 동의해주셨다. 그러나 힘든 것은 오로지 환자의 몫. 내가 나누어 짊어질 수 없는 것이다.

오늘은 낮에 가서 환자랑 얘기를 좀 해봐야겠다.
환자가 자신에게 남은 시간 동안 꼭 하고 싶은 것, 어떤 삶의 마무리를 원하는지 이런 얘기를 해봐야 겠다. 항암제가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