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206

검사를 얼마나 자주 해야 하나...

수술하고 보조 항암치료가 계획되어 있던 Y 환자. 지금 진행중인 임상연구가 있어서 임상연구에 대해 설명드렸더니 선뜻 동의하셨다. 관련 검사를 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하기도 하고 입원을 하면 아무래도 환자에게 설명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니 내 마음도 편하고 해서 입원하기로 하였다. 앞으로 6개월간 8차에 걸쳐 항암치료를 할 예정인데, 첫 항암치료를 받을 때 설명을 충분히 드리고 환자가 부작용 교육도 잘 받는게 중요한데 입원을 하면 여러가지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고 가족면담도 할 수 있어서 안정적인 면이 있어 난 첫 치료 때 입원하는 게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임상연구는 임상연구를 시작하기 전 기본값으로 흉부 및 복부 CT를 찍도록 정해져 있다. 일반적으로 유방암 환자가 수술하고 나서 이렇게 CT를 찍..

엄마와 딸

4기 유방암을 진단받은 엄마가 항암치료를 한지 2년째 되는 날 직장 다니는 젊은 딸이 함께 왔다. 엄마는 40대 후반, 2년전 폐로 전이된 유방암을 진단받았고 HER2 양성이라 허셉틴, 탁솔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가, 현재 탁솔은 중단하고 허셉틴으로 유지치료를 하고 계신다. 처음에 폐 전이가 확실치 않아 흉강경으로 조직검사까지 했었다. 그리고 치료 2년만에 찍은 PET-CT에서는 육안적으로 병이 없었다. No Evidence of Disease... 4기 환자인데 NED, 병이 안보이는 것이다. 허셉틴에 반응이 있어 장기적으로 유지치료를 하는 분들이 계신데 이분도 아마 그런 분 중의 한명이 되겠구나 싶어 마음속으로는 욕심을 가져본다. 이런 환자들을 볼 때면 난 그 어떤 의사보다 환자의 삶의 질이 중요하고,..

전 계속 일할 거에요

한쪽 유방이 갑자기 커져서 병원에 오신 30대 중반의 K씨. 유방암이라는 소식에, 수술해야 한다는 소식에, 막상 수술할려고 봤더니 종양 크기가 너무 커서 수술전 항암치료를 하라는 소식에, 마음을 다잡고 항암치료를 하려고 했더니 이번에는 늑막에도 병이 있다는 소식에... 나는 몇일 간격으로 두고 그녀에게 이런 소식을 전하였다. 그녀는 담담하다. "그래요? 그럼 언제부터 치료하게 되나요? "오늘부터 합시다" "근데....저 일해도 되나요?" "무슨 일을 하시나요?" "유통업체인데요 차 타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물건 옮기고 판매하는 일이에요" "처음 한달간 항암치료 해 보고 컨디션 괜찮으면 하십시다" 항암치료 때문에 힘들수도 있지만 많이 힘들지 않을수도 있으니까 기다려 볼 수 있을 것 같다. 목구멍이 포도..

전 언제까지 항암치료 해야하나요?

다행스럽게도 유방암에 쓸 수 있는 항암제는 많다. 암 연구의 시초가 유방암에서 기원하는 일도 많았고 수 많은 신약 개발도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암의 특성도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다. 쓸 수있는 약제의 옵션이 많다는 점에서 환자분께 다행이기도 하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항암치료의 원칙은 가능한 단독약제를 연이어서 쓰는 것이다. 복합으로 한꺼번에 2가지 약제를 쓰는 경우도 있는데 두가지 약을 한꺼번에 쓰니 반응도 좋고 생존률도 향상될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만큼 독성이 강하여 전체적인 생존률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이론적 가설을 만족시키지 못하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교과서적인 대원칙은 단독 약제로 가능한 오래 - 병이 나빠질 때까지 - 쓰다가 병이 진행..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다 했는데 재발이라니...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다 치료했어요. 항암치료도 하고 방사선치료도 하고 호르몬제도 먹고 꼬박꼬박 검사도 다 했고... 6개월 검사하기 전까지 괜찮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왜 재발된건가요?" 많은 환자들이 재발되었다는 말에 가장 먼저 의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재발이란...." 다음의 그림을 보면서 얘기하는게 좋겠습니다. 제일 왼쪽의 그림에서 파란색이 원발 암입니다. 암이 발생할 때는 주위의 혈관을 끌어모읍니다. 종양조직이 성장하기위해서는 산소와 기타 영양분을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혈관을 이용해 이를 섭취하게 되죠. 그렇게 종양이 혈관과 만나면 혈관안으로 종양세포가 침투해 들어갑니다. 파란세포가 암세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즉 수술을 해서 원발 종양을 제거해도 이미 그 전에 혈관안으로 들어가있는 암세포..

진료실에서 못다한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슬기 엄마이고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에서 유방암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입니다. 치료를 받는 중에 진료실에서 못다한 유방암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컴맹인 제가 블로그를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이 공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잘 해보고 싶어서 오늘 그 첫 발자국을 내딛습니다.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