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내 맘 편할라고요

슬기엄마 2013. 2. 19. 13:47

42kg

156cm

몸집도 조막만하다.

얼굴도 조막만하다.

항암치료를 처음 시작할 때는 얼굴도 거칠었는데

요즘 보니 영 피부도 좋아졌다.

얼굴이 참 맑은 사람이다.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을 무렵 척추 전이가 너무 심해서 허리를 제대로 굽히지도 못했다. 많이 아팠다. 진통제를 주면 다 토했다. 나는 많이 걷지도 말라고 했다. 신경을 누르기 직전이라 방사선 치료부터 했다. 방사선 치료를 하면서도 너무 힘들어 했다. 넓적뼈이긴 해도 몇마디 포함 안되었는데 환자가 5번 치료받고 기진맥진 상태가 되었다.

 

방사선 치료조차 너무 힘들게 받은 환자.

유방암 치료는 안하기로 하고 집으로 가셨다. 기차타고 세시간. 저 멀리 경상도 사신다.

나이는 36세. 6살난 아들이 있다.

나에게 갖가지 경고성 협박을 다 듣고도 환자는 치료를 거절하고 집으로 갔다.

 

저 그 치료 다 받으면 죽습니다. 저 원래 약에 매우 민감해요. 치료하고 고생하느니 그냥 이대로 살랍니다.

 

그러던 그녀가 한달만에 다시 외래에 왔다.

통증 조절이 안되서 척추를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 채 

엉기적 엉기적 걸음조차 제대로 걷지 못하고 외래에 왔다.

환자의 걸어오는 품새를 보니 도저히 외래에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입원해서 치료할까요?

 

어차피 같은 약이면, 오늘 맞고 내려갈랍니다. 집에 아 혼자 있습니다.

 

환자는 그렇게 탁소텔과 허셉틴을 맞았다.

용량을 줄이고 하고 때론 쉬기도 하고 9 싸이클이나 항암치료를 받았다.

 

건드리면 금방 눈물이 터질 것 같은 얼굴이지만,

 

내가

 

괜찮아요? 약 맞을 수 있겠어요?

 

하면

 

함요

 

진통제나 좀 주이소. 토하는 거 말고요.

 

그러고 끝이었다. 아무말 없었다.

 

 

그녀는 요즘 허셉틴만 맞고 있다.

뼈 전이는 쉽게 호전되지 않는다. 지금도 뼈사진을 보면 무시무시하다. 그렇지만 이제 그녀는 남편도 대동하지 않고 혼자 기차타고 와서 치료받고 간다.

 

한참 아프다는 말 안했었는데 오늘 외래에 온 그녀가 허리가 아프다고 한다.

내가 화들짝 놀라는 걸 보고는

 

아니, 놀라지 마이소. 그게 병이 나빠진 거 같지는 않고요, 이번 설 때 일해서 그런거 같애예. 한 1주일 지나니까 좋아지는거 같네예.

 

설 때 무슨 일을 허리가 아프도록 하신 건가요?

 

제가 큰 며느리 아닌겨. 칠순 노모 혼자 설 준비하는 거 뻔히 알면서 모른 척 하고 집에 들어앉아 있기 뭐 했어요. 그냥 일 했어요. 허리 금방 아파지대요. 그냥 참고 했더니 한 일주일 가네예.

 

내가 뼈 사진을 모르는 사람이면 모를까. 아니 그 몸으로 설 준비를 다 했다고요? 아이고, 큰일날 사람이네. 조금만 삐끗해도 신경 눌려서 다리 마비 올지도 몰라요. 두군데나 골절되어 있어서 제가 조심하라고 했잖아요.

 

아이고, 알아요. 그래도 어떻게 큰 며느리가 입 싹 씻고 모른척 해요. 그냥 내 맘 편할라고 일했어요.

 

그리고는 쿨 하게 타이레놀 몇 일치를 처방받아 가지고 간다.

 

내 맘 편할라고...

그 몸 얼마나 불편했을까...

칠순 노모 척추보다 훨씬 상태 않 좋은데... 

 

우리 환자들 집에서 티 안내고 살려고 무지 애쓴다.

남편들이 도와준다는 말, 나 안 믿는다.

 

선생님, 나 5년 살게 해 준다고 했지예.

나 그 말만 믿고 치료받으러 다니는거 아닌겨.

약속 꼭 지키이소.

 

그럴게요. 5년 넘게 살게 해드릴께요.

 

소심하게

마음 속으로만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