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추석 선물

슬기엄마 2012. 9. 27. 13:06

 

 

추석이라고

선물을 주십니다.

잔잔하고 정성스러운 선물이 많습니다.

 

사실

평소에도 전 환자들의 선물을 많이 받습니다.

 

먹을게 제일 많습니다.

같은 아줌마들끼리라서 그런지

손수 농사지은 야채부터

당신 사는 곳 특산물이라는 미역

피로회복과 두뇌회전에 도움이 된다는 견과류

블루베리 홍삼 같은 건강보조식품도 있습니다.

 

진료 중에 먹으라고 따뜻한 원두커피 한잔

또 커피와 같이 먹으라고 쿠키

환자들과 같이 먹으라고 초콜렛

손수 지은 밥으로 만들어 오신 점심 도시락

직접 쪄 온 만두

일하느라 부엌일 할 시간 없을 거라며 밑반찬을 해다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친정어머니 같습니다.

외국 여행 다녀오시면서 사오신 립스틱

가끔 양말이나 속옷, 수건도 있습니다. 제가 병원에서 살면서 꼭 필요한 아이템인지를 아시나 봅니다. ^^

선물만 보면 시골 보건소 같습니다.

저는 이런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심지어 때되면 선물을 주실려고 따로 외래에 오시기도 합니다.

나 바쁠거라고

얼굴도 안 보고 진료실 밖에 있는 간호사를 통해 선물만 전해주고 가시는 분도 있습니다.

 

심지어 요즘에는

제가 기다리고 있는 선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스웨터입니다.

예쁜 망사 스웨터를 입고 오신 환자분이 계셔서 내가 예쁘다고 칭찬해드렸더니

당신이 직접 뜨개질을 하신거라고 자랑하십니다.

내가 부러운 눈길을 자꾸 보냈더니, 나를 위해 하나 떠오신다고 했습니다.

그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마음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선물 받으면 더 좋은게 사람 마음입니다.

제가 아주 뻔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받기만 하고 드릴 줄 모르니까요.

그래도 어쨋든 선물 받으면 좋습니다.

 

제일 가슴아픈 선물은

돌아가시기전에 마지막으로 하는 김장일 것 같다고

딸을 보내서 저에게 김치를 보내주신 환자의 선물입니다.

그 환자는 김치를 보내주시고 한달 있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이렇게 소박하고도 소중한 선물을 주시는 환자들의 마음을 받을 때면

내가 단지 의사라는 이유로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암이라는 무서운 병. 제가 그 길을 당신과 함께 걷고 함께 싸워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선물포장지도 못 버리고 다 모아놓습니다.

그 애절한 마음이 느껴져서요.

 

이번 추석

우리 환자들을 위해 어떤 선물을 드려야 하나.

그런 고민을 해 봅니다.

그런데 이미 시간이 늦어버렸습니다. 이번 주말이 추석이네요.

선물은 겨울로 미룹니다.

좋은 선물이 생각났어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드려야겠어요.

기대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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